삼형제의 집 마당에 반은 그늘이 졌고, 반은 해가 들었다. 마당에는 물건을 사러 오고 사가지고 가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고, 대문 밖 작은 광장에서는 사는 사람들과 파는 사람들이 오가는 어렴풋한 소리와 나귀와 양과 어린 양과 닭들의 소리가 섞 인 알렉산드로셴의 장터의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여기서는 일이 덜 복잡하고, 아무런 부정하는 것도 염려할 필요없이 닭을 장에 가져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귀 울음소리, 양 우는 소리, 암닭들의 꼬꼬댁 소리, 수닭들이 의기양양하게 꼬끼오하는 소리들이 사람들이 명랑하게 일제히 말하는 목소리에 섞여 들려오는데, 사람들의 목소리는 이따금씩 어떤 말다툼 끝에 날카롭고 극적인 음까지 올라간다.
형제들의 집 마당에도 희미한 소음이 퍼지고, 물건값 때문에나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이 사려고 하던 물건을 잡기 때문에 말다툼이 좀 일어나기도 한다. 또 거지들의 구슬픈 하소연도 없지 않다. 그들은 대문 근처 광장에서 죽어가는 사람의 신음 소리같이 고통스러운 가락으로 그들의 불행을 늘어놓는다.
로마 병사들이 창고와 마당을 거만하게 왔다 갔다 한다. 그들이 무장하고 있고, 또 모두들 무장을 한 페니키아인들 가운데 절대로 혼자 다니지 않는 것으로 보아 나는 그것이 질서 유지 근무인 것으로 추측한다. 예수께서도 말씀하시기에 유리한 시간을 기다리시면서 여섯 사도와 함께 마당을 왔다 갔다 하며 거닐으신다. 그러다가 거지들 곁을 지나시면서 동냥을 주시고 잠깐 광장으로 나가신다. 사람들은 하던 일을 잠시 놓고 갈릴래아 사람들의 집단을 바라보고 외국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알려주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삼형제에게 그들의 손님이 누구인지를 물어 보았기 때문이었다. 가는 길에 옆에 있는 어린이들을 조용히 쓰다듬어 주시며 가시는 예수의 발걸음을 속삭이는 소리가 뒤따른다. 속삭임 가운데에는 히브리인들에 대한 비웃음과 그들을 별로 기쁘게 하지 않는 형용어구(形容語句)가 있는가하면, 이 “예언자”, 이 “선생님”, 이 “성인”, 이 “메시아”의 말을 듣고 싶어하는 진정한 욕망도 있다. 그들은 예수에 대하여 말할 때에 그들의 믿음과 그들의 영혼의 올바름의 정도에 따라 이 여러 가지 명칭을 붙인다.
두 어머니가 “아니 그게 정말이예요?” 하는 소리가 들린다.
“다니엘이 바로 말한 거예요. 다니엘은 예루살렘에서 성인의 기적을 본 사람들과 말을 했대요.”
“그럼 그렇다고 합시다! 그렇지만 저분이 그 사람이 틀림없어요?”
“아니고! 다니엘이 그러는데 저분이 말하는 걸루 봐서 그 사람일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그럼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는 그저 개종자일 뿐인데도 내게 은총을 베풀어 주실까요?”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해 보세요. 어쩌면 저분이 우리 고장에는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해보세요, 해보라구요! 당신에게 해는 분명히 끼치지 않을 거예요!”
“가볼래요”하고 그 작은 여자는 접시 흥정을 하던 장사꾼을 내팽개치고 말한다. 두 여자의 이야기를 들은 장사꾼은 그 거래로 재미를 보려던 것이 연기처럼 사라진 것 때문에 실망하여 거기 남아 있는 여자를 비난하며 “저주받은 개종자, 히브리인의 핏줄, 몸을 판 여자” 등등의 욕설을 퍼붓는다.
수염이 난 점잖은 두 사람이 말하는 것이 들린다. “난 저분의 말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위대한 선생님이라고들 말하던데요.”
“예언자라고 말해야지요. 세례자보다도 더 위대한 예언잡니다. 엘리야가 내게 어떤 말을 해주었어요! 어떤 말을! 엘리야는 누이동생이 이스라엘의 큰 부자의 어떤 하인과 결혼했고, 누이동생의 소식을 알기위해서 하인들에게 알아보기 때문에 사정을 알고 있어요! 그 부자가 선생님의 친한 친구랍니다….”
아주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이 말을 들은 아마도 페니키아인처럼 보이는 셋째 사람이 두 사람 사이로 빈정거리는 교활한 얼굴을 내밀고 비웃는다. “대단한 성덕이로군요! 재물에 절인 성덕! 내 생각에는 성인은 가난하게 살아야 할 겁니다!”
“도로, 그 저주받은 혀를 놀리지 말고 입 닥쳐요. 이교도인 당신은 이런 일에 대해서 판단할 자격이 없어요.”
“아! 당신들은 그럴 자격이 있군요. 특히 사무엘 당신! 당신은 내 빚진 거나 갚는 게 더 나을 겁니다.”
“저런! 이젠 내 곁에 얼씬도 마시오. 짐승 같은 얼굴을 한 흡혈귀!…”
계집아이와 같이 다니는 반소경이 된 늙은이의 “어디 있어요? 메시아가 어디 있어요” 하는 소리와 계집아이의 “마르코 할아버지를 지나가게 하세요! 메시아가 어디 있는지 마르코 할아버지에게 말해 주세요”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약하고 떨리는 늙은이의 목소리와 계집아이의 밝고 확실한 목소리, 이렇게 두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지지만 소용이 없다. 그러다가 마침내 어떤 다른 사람이 말한다. “선생님을 만나고 싶으세요? 다니엘 집쪽으로 돌아 가셨습니다. 저기 서서 거지들과 말하고 계시군요.”
로마 병사 두 사람이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저 사람이 유다인들의 박해를 받는 사람일 거야. 못난 것들! 저 사람을 보기만 해도 그들보다는 나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저 사람이 그들을 불안하게 하는 거야.”
“기수(旗手)에게 가서 말하자. 명령이니까.”
“가이우스, 상식 밖의 명령이야! 로마는 어린 양은 무서워하고, 호랑이들은 가만 놔두고 쓰다듬어 준다고 말해야 할 거다”(쉬피오).
“내 생각엔 그렇지도 않아, 쉬피오! 본시오(본시오 빌라도)는 쉽게 학살을 하거든!”(가이우스).
“그래.…그렇지만 아첨하는 잔인하고 잔인한 인간들이 그의 집에 드나들게 한단 말이야“(쉬피오).
“정치야, 쉬피오. 정치!”(가이우스).
“비열한 짓이야, 가이우스. 그리고 어리석은 것이고, 이 아시아의 천민들을 복종시키려면 이 사람의 친구가 돼서 이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거야. 본시오가 착한 이 사람을 소홀히 하고 악한 사람들에게 아부하는 건 로마에 제대로 봉사하지 못하는 거야”(쉬피오).
“총독을 비난하지 말아. 우린 군인이고, 상관은 신처럼 신성해. 우린 신성한 황제께 복종을 서약했는데, 총독은 황제의 대리자란 말이야”(가이우스)
“그건 신성하고 불멸하는 조국에 대한 의무에 관해서는 맞는 말이야. 그렇지만 마음속의 판단에 대해서는 가치가 없는 거야”(쉬피오).
“그렇지만 복종은 판단에서 오는 거야. 만일 네 판단이 어떤 명령에 반항하고 그것을 비난하면, 너는 전적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닐 거다. 로마는 그가 정복한 것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맹목적인 복종에 기댄단 말이야”(가이우스).
“너는 호민관(護民官)처럼 말을 잘한다. 그렇지만 내가 지적하고자하는 것은 로마는 여왕이고, 우리는 노예가 아니라 신민이란 말이다. 로마는 노예시민을 가지지도 않았고, 가져서도 안 돼. 시민들의 이성에 침묵을 강요하는 건 노예제도야. 내 말은 본시오가 저 이스라엘 사람들을 소홀히 하는 것은 잘못 하는 거라고 내 이성이 판단한다는 거야. 저 사람을 메시아라고 하건, 성인이라고 하건, 예언자라고 하건, 선생님라고 하건 네 취미대로 불러. 그리고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어. 왜냐하면 로마에 대한 내 충성과 내 사랑이 이 때문에 줄어들지 않는단 말이다. 그보다도 나는 오히려 그렇게 말하고 싶어. 왜냐하면 저 사람은 그가 하는 것처럼 법률과 집정관들에 대한 존경을 가르치는 것으로 로마의 번영에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다”(쉬피오).
“너는 교양이 많아. 쉬피오.…넌 출세할 거야. 넌 벌써 상당히 진전했어! 나는 보잘 것 없는 병사야. 그렇지만 우선은 저게 보여? 그 사람곁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 가서 상관들에게 말하자”(가이우스).…과연 삼형제의 집 대문 근처에는 예수를 둘러싸고 사람들이 한 떼 모여 있는데, 예수께서는 키가 크기 때문에 잘 보이신다. 그러다가 갑자기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어떤 사람들은 장마당에서 달려오고 어떤 사람들은 광장 쪽으로 또 그 너머로 달아난다. 묻는 말과 대답이 엇갈린다.
“무슨 일이 일어났어?”
“무슨 일이야?”
“이스라엘 사람이 늙은 마르코를 고쳐 주었어.”
그동안 예수께서는 마당으로 들어가셨고 사람들이 따라 들어갔다. 뒤에는 거지 중의 한 사람이 고생스럽게 간신히 걸어오고 있는데, 다리로 걷는다기보다는 오히려 손으로 기어 오는 앙가발이이다. 그러나 다리는 꼬이고 힘이 없어서 목발 없이는 앞으로 나아올 수 없겠지만, 목소리는 매우 튼튼하다! 해가 쨍쨍 나는 아침의 대기를 찢어놓는 사이렌 소리 같다. “성인님! 성인님! 메시아님! 선생님!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두세 사람이 뒤돌아보며 말한다. “소리 좀 그만 지르게! 마르코는 히브리 사람이지만, 자넨 그렇지 않아.”
“저분은 진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푸시지. 개자식들에게는 안 베푸셔!”
“내 어머니는 유다인이었어요….”
“그래서 하느님은 네 어머니에게 그 죄 때문에 너 같은 괴물을 주어서 벌하신 거야. 늑대 아들 같은 이, 저리가! 네 자리로 돌아가. 이 더러운 녀석….”
그 사람은 창피하고, 주먹을 내두르며 위협하는 바람에 무서워서 벽에 기대선다.…
예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돌아서시어 바라보신다. 그리고 명령하신다. “여보시오, 이리 오시오!”
그 사람은 예수를 바라다보고, 그를 위협하는 사람들을 바라다본다. 그리고 감히 앞으로 나아오지 못한다.
예수께서 군중을 헤치시고 그에게로 가신다. 그리고 그 사람을 손으로 붙잡으시고, 한 손을 그의 어깨에 얹으시고 말씀하신다. “겁내지 말고 나와 같이 갑시다.” 그리고 무자비한 사람들을 바라보시며 엄한어조로 말씀하신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찾는 모든 사람의 것이고 자비로우십니다.”
그 사람들은 암시를 알아듣고 이제는 그들이 뒤처져 있다. 아니 그보다도 있는 곳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예수께서는 돌아다보신다. 그리고 그들이 부끄러워서 가려고 하는 것을 보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신다. “아니, 당신들도 오시오. 이것이 당신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이 사람이 믿음을 가질 줄 알았기 때문에 내가 이 사람을 꼿꼿이 일으키고 튼튼하게 할 것처럼 당신들의 영혼도 곧바로 되고 튼튼하게 될 것입니다. 여보시오, 내가 당신에게 말하오만, 당신의 불구를 면하시오.” 그리고 앙가발이가 일종의 진동을 느낀 다음 그의 어깨에서 손을 떼신다. 그 사람은 자신 있게 다리를 더디고 일어서서 오래 된 목발을 집어던지고 외친다. “선생님이 나를 고쳐 주셨습니다! 내 어머니의 하느님께 찬미!” 그리고는 무릎을 끊고 예수의 옷자락에 입맞춤한다.
보려고 하는 사람들과 보고 나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사람들의 동요는 극도에 달하였다. 광장에서 마당으로 들어가는 입구 안쪽에는 군중에게서 오는 외침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려 퍼져서 기지의 담에 부딪혀 반향한다.
군대는 무슨 싸움이 벌어졌는지 염려하는 모양이어서-인종과 종교의 대립이 그렇게도 많은 이곳에서는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날 것이 틀림없다-기수가 길을 난폭하게 헤치며 달려 와서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고 묻는다.
“기적이, 기적이 일어났어요! 앙가발이 요나가 고쳐졌어요. 저기 갈릴래아 사람 옆에 있어요.”
병사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본다. 그들은 군중이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뒷쪽에 다른 군중이 또 하나 생겼다. 그것은 물건을 파는 사람들인데, 그날 하루 장사를 완전히 망쳐 놓은 뜻하지 않은 기분전환 때문에 몹시 원통해 하는 상점이나 광장에 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삼형제 중의 한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묻는다. “필립보, 선생님이 이제는 뭘 하려는지 아오?”
“선생님은 말씀하시고 가르치시오. 우리집 마당에서!”하고 필립보는 매우 기대하며 말한다.
병사들은 서로 의논을 한다. 남아 있을 것인가? 갈 것인가? “부대장이 우리더러 감시하라고 그랬어….”
“누구를? 저 사람을? 그렇지만 저 사람 때문이라면 우리가 사이프러스의 포도주 한 항아리를 걸고 주사위노름이라도 할 수 있을 거야!”하고 아까 동료 앞에서 예수를 옹호하던 병사 쉬피오가 말한다.
“내 생각에는 로마의 법률을 옹호할 필요가 있지 않고 저 사람을 옹호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자네들 저 사람이 보이나? 우리 신들 가운데에는 저렇게도 부드러우면서도 저렇게 씩씩한 신이 아무도 없어. 이 천민들은 저 사람을 가질 자격이 없어. 그리고 자격 없는 사람들은 언제나 죄인이란 말이야. 우리 남아서 저 사람을 보호하세. 여차하면 저 사람을 곤경에서 구해 주고, 이 죄악 같은 자들의 어깨를 으스러뜨리세”하고 다른 병사가 말한다. 그의 개입은 빈정거림과 찬탄이 반씩 섞여 있다.
“푸렌스, 자네 말 잘하네. 그리고 아지오, 너는 가서 부대장 프로코르를 불러 오너라. 부대장은 로마에 대한 음모를 늘 꿈꾸고 있고, 그래서.…신성한 황제와 세계의 어머니요 주인인 여신 로마의 안녕을 위해 항상 경계하고 있는 그의 활동을 보상하기 위한 승진을 꿈꾸고 있다. 부대장은 여기서는 완장도 월계관도 얻지 못하리라는 것을 믿게 될 거다.”
한 젊은 병사가 뛰어 갔다가 뛰어 돌아와서 말한다. “프로크르는 오지 않습니다. 그 대신 제3열 예비 보병 아퀼라를 보냅니다….”
“좋아! 좋아! 그 사람이 체칠리우스 막시무스 자신보다 낫다. 아퀼라는 아프리카와 갈리아에서 복무했고, 우리에게서 바루스와 그의 군단들을 빼앗아 간 무자비한 삼림지대에도 가 있었다. 그 사람은 그리이스인들과 브르타뉴인들도 알고 있고, 형편을 알아보는 육감도 빠르다.…오! 안녕! 여기 영광스러운 아퀼라가 온다. 이리 와서 우리같이 불쌍한 사람들에게 인간들의 가치를 아는 방법을 가르쳐 주게!”
“부대장 아퀼라, 만세!”하고 병사들이 늙은 병사에 어깨를 다정스럽게 치면서 외친다. 그 나이 많은 병사의 얼굴과 팔과 장딴지에는 상처자국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 노병사는 착하고 어질게 빙그레 웃으며 외친다. “세계의 지배자 로마 만세! 보잘것없는 병사인 나는 아니야. 대관절 무슨 일인가?”
“저 키크고 머리가 젊은 구리빛 같은 금발인 사람을 감시해야 해요.”
“좋아!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구야?”
“사람들은 저 사람을 메시아라고 부르고, 자기 자신은 예수라고 하는, 나자렛 사람이지요. 저 사람 때문에 우리에게 명령이 내려진 거예요 아시겠어요?…”
“흠! 그럴지도 모르지.…하지만 나는 우리가 구름을 잡으려고 뛰어다니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사람들은 저 사람이 왕이 돼서 로마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한다고 그래요. 저 사람은 최고회의와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과 헤로데 당원들에 의해 본시오에게 고발했어요. 히브리인들은 머리통 속에 저 애벌레를 가지고 있어서, 거기서 이따금씩 왕이 나온답니다….”
“그래, 그래.…하지만 그 일 때문이라면!… 어떻든 저 사람이 말하는 거나 들어보세.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백부장과 같이 있는 병사한테서 들어서 아는 일인데, 쁘블리우스 퀸틸리아누스가 저 사람을 훌륭한 철학가라고 백부장에게 말했다는군요. 황실의 여자들이 저 사람에게 열중해 있다는군요…”하고 다른 젊은 병사가 말한다.
“그렇구 말구! 내가 여자라면 나도 저 사람에게 열중하겠다. 그리고 나는 침대에도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하고 또 다른 젊은 병사가 까놓고 말한다.
“추잡한 녀석, 입닥쳐라! 너는 색정에 붙들려 있다!”하고 다른 병사가 농담을 한다.
“그래 파비우스, 너는 그렇지 않구! 안나, 시라, 알바, 마리아….”
“입닥쳐라, 시바노. 저 사람이 말을 하는데, 나는 듣고 싶다”하고 제3열 보병이 말한다. 그러니까 모두 입을 다문다.
예수께서는 벽에 기대 놓은 한 상자에 올라가셨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신다. 예수의 다정스러운 인사가 벌써 공중에 퍼졌고, 그 뒤를 이어 말씀이 나온다. “오직 한분뿐이신 창조주의 자녀들, 들으시오.” 그리고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고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말씀을 계속하신다.
“은총의 때가 모든 사람에게 왔습니다. 이스라엘만을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온 세계를 위해서 왔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여기 있는 히브리인, 개종자, 페니키아인, 이방인, 모두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정의를 이해하고, 사랑을 아시오. 지혜와 정의와 사랑을 차지하면, 여러분은 하느님의 나라에 가는 수단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자손들에게만 예약되지 않고, 이제부터 오직 한분뿐이신 참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의 ‘말씀’의 말을 믿을 모든 사람에게 마련해 놓은 그 나라에 말입니다.
잘 들으시오. 나는 찬탈자(寡奪者)로서의 목표나 정복자의 폭력을 가지고 저 멀리서 온 것이 아닙니다. 나는 다만 영혼들의 구원자가 되기 위해서 왔습니다. 권력, 재산, 공직 따위는 내 마음을 끌지 못합니다. 그것들은 내가 볼 때에 아무것도 아니며, 나는 그것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아니 그보다도 그것들이 불쌍하게 생각되기 때문에 불쌍히 여기기 위해서 그것들을 바라봅니다. 그것들이 여러분의 정신을 사로잡아서, 영원하시고, 한분뿐이시고, 보편적이시고, 거룩하시고, 찬미 받으시는 주님께로 오지 못하게 막는 사슬들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것들을 가장 큰 불행으로 보고 가까이 갑니다. 그리고 사람의 아들들을 유혹하는 그것들의 매혹하는 잔인한 속임수에서 사람들을 구해서 그것들을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 죽이는 무자비한 무기처럼 쓰지 않고, 정의와 사랑을 가지고 쓸 수 있게 하려고 애씁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것을 거룩하게 쓸 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정신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여러분에게 말합니다마는, 나로서는 보기 흉한 영혼을 고치는 것보다 보기 흉한 육체를 고치는 것이 더 쉽고, 정신에 빛을 주고 병든 영혼들에게 건강을 주는 것보다 꺼진 눈동자에 빛을 주고 죽어가는 육체에 건강을 주는 것이 더 쉽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것은 사람이 그의 생의 참다운 목적을 잊어버리고, 덧없는 것에 골몰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주님의 이 거룩한 명령을 알지 못하거나 기억하지 못하고, 혹 기억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명령에 복종하고자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나는 내 말을 듣고 있는 이방인들에게도 선을 행하라고 말합니다. 선은 로마나 아테네에도 있고, 갈리아와 아프리카에도 있기 때문이며, 윤리법은 세상 어디에나 어떤 종교에나 어떤 곧은 마음에나 다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종교들은, 하느님의 종교에서 외따로 떨어진 윤리의 종교에 이르기까지 우리 안에 가장 훌륭한 것이 살아남아 있으며, 저 세상에 있어서의 사람의 운명은 세상에서 어떻게 살았는지에 따라서 결정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목적은 내세에서 평화를 얻는 것이지, 이 세상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즐겼다가 영원 동안 매우 혹독한 고통으로 갚아야하는 진수성찬이나 폭리나 지배나 쾌락이 아닙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진리를 알지 못하거나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하고자 하지 않거나합니다. 이 진리를 알지 못하면, 그들은 죄가 덜합니다. 만일 이 진리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어느 정도의 유죄성은 있습니다. 그것은 진리를 거룩한 횃불처럼 정신과 마음속에 켜서 보존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일 이 진리를 기억하기를 원치 않고, 그것이 타오를 때에 마치 유익한 체하는 연설가의 목소리인 것처럼 그것을 미워해서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으면, 그때에는 그들의 죄가 중하고 또 매우 중합니다.
그렇지만 하느님께서는 만일 영혼이 이전 행동방식을 버리고, 나머지 생애 동안에는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평화를 얻는 것인 사람의 진짜 목적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정하면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용서하십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나쁜 길을 걸었습니까? 타락했기 때문에 좋은 길로 들어서기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비탄 잠겨서 ‘나는 이런 걸 조금도 알지 못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아무것도 몰라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고 말합니까? 아닙니다, 사정이 물질적인 일들과 같아서 이미 한 것을 거룩하게 다시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참다운 주 하느님이신 영원이신 분은 너무 인자하셔서, 여러분이 잘못해서 좋은 길을 버리고 나쁜 길로 접어든 네거리로 여러분을 도로 데려가시려고 여러분이 이미 걸어온 길을 반대로 다시 걸어가게는 결코 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하느님은 너무도 인자하셔서, 여러분이 ‘나는 진리에 속해 있기를 원한다’고, 즉 하느님은 진리이시니까 하느님께 속해 있기를 원한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하느님께서는 순전히 영적인 기적으로 여러분에게 지혜를 부어주십니다. 그 지혜로 무식하던 여러분은 여러해 전부터 초자연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같이 초자연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될 것입니다.
지혜는 하느님을 원하고, 하느님을 사랑하고, 정신을 기르며, 육신과 세속과 사탄적인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느님 나라를 향하는 것입니다. 지혜는 사랑과 순종과 절제와 성실의 법인 하느님의 율법을 지키는 것입니다. 지혜는 자기의 온 힘을 기울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우리 자신 같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지혜로 지혜롭게 되는 데에는 이것이 두 가지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그리고 우리 이웃에는 우리의 혈족, 우리의 민족, 우리와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부자거나 가난한 사람이거나, 지혜롭거나 무식하거나, 히브리인이거나 개종자이거나 페니키아인이거나 그리이스인이거나 로마인이거나, 모든 사람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예수의 말씀은 어떤 미치광이 같은 사람들의 위협적인 외침으로 중단되었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바라다보시고 나서 말씀하신다. “그렇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사랑입니다. 나는 진리를 말합니다. 그것은 이렇게 해서 영원한 생명에 필요한 것을 여러분 안에 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여러분의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나는 구속자로서의 내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이 말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서의 여러분의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웃을, 모든 이웃을 거룩한 사랑으로 사랑하시오. 이해관계의 수상한 야합(野合)으로 사랑하지 마시오. 그런 야합이 있으면, 로마인이건 페니키아인이건 개종자이건 저주를 받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관능성에 대한 갈망이나 돈에 대한 이해관계가 있는데도 관능성이나 돈이 섞여들지 않는 한 저주는 사라집니다….”
군중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또 한 번 일어난다. 그런데 로마인들이 안마당에 있는 그들의 자리에서 외친다. “젠장! 저 사람 정말 말 잘하는데!”
예수께서는 웅성거림이 가라앉기를 기다리시다가 말씀을 다시 시작하신다. “우리가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처럼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 학대를 받고, 자존심이 상하고, 도둑을 맞고, 압제를 받고, 중상을 당하고, 모욕을 당하는 것이 우리는 기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민족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똑같은 민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거꾸로 우리 이웃이 우리에게 주기를 원치 않을 고통을 우리도 이웃에게 주지 맙시다.
지혜는 하느님의 열 가지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나는 네 주 하느님이다. 나 이외에 신을 가지지 말아라. 우상을 가지지 말고, 우상을 숭배하지 말아라.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쓰지 말아라. 그 이름은 주 네 하느님의 이름이니, 하느님께서는 그 이름을 이유 없이, 또는 저주를 위하여, 또는 죄를 유효하게 하기 위하여 쓰는 자를 벌하실 것이다. 명절들을 거룩하게 지낼 것을 기억하여라. 창조하시고 나서 쉬시고, 축복하시고 거룩하게 하신 안식일은 주님께 거룩한 날이다. 세상에서 오랫동안 평화롭게 살고 하늘에서 영원히 살 수 있도록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사람을 죽이지 말아라.
간음을 범하지 말아라.
도둑질을 하지 말아라.
네 이음에 대하여 거짓으로 말하지 말아라.
네 이음의 집이나 아내나 남녀 하인이나 소나 나귀를 탐내지 말고, 그의 소유인 다른 것도 탐내지 말아라.’
이것이 지혜입니다. 이렇게 하는 사람은 지혜롭고, 끝없는 생명과 나라를 얻게 됩니다. 그러므로 오늘부터 지혜를 따라서 살고, 이 지혜를 이 세상의 보잘 것 없는 것들보다 앞세우기로 작정하시오. 뭐라고 말했습니까? 말하시오. 시간이 늦었다고 말했습니까? 아닙니다. 비유를 하나 들어보시오.
한 주인이 자기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들을 쓰려고 새벽에 나가서, 사람들과, 하루에, 1데나리온(고대 로마의 은화)을 주기로 합의했습니다. 주인은 아홉시에 다시 나갔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쓴 일꾼이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고, 한편 광장에는 누가 써 주기를 기다리는 일거리 없는 일꾼들이 있는 것을 보고, 그 사람들을 붙잡고 말했습니다. 재 포도밭에 가시오. 그러면 다른 사람들에게 약속한 만큼 주겠소,’ 그래서 그 사람들도 그의 포도밭으로 갔습니다. 주인은 정오와 오후 세시에 나가서 또 다른 사람들을 보고 그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내 소유지에 가서 일하겠소? 나는 일꾼들에게 하루에 1데나리온을 주오.’ 그 사람들도 수락하고 포도밭으로 갔습니다. 그 주인은 끝으로 저녁 여섯시쯤에 나갔더니 해가 져 가는데 빈둥빈둥 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당신들은 그렇게 한가롭게 뭘 하시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소!’하고 주인이 물었습니다. ‘아무도 하루 일을 하라고 우리를 써 주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일을 해서 생활비를 벌고 싶었지만, 아무도 우리를 포도밭에 불러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내가 당신들을 내 포도밭에 쓰겠소. 가시오, 그러면 다른 사람들과 같은 품삯을 주겠소.’ 그 사람은 마음씨가 좋은 주인이었고, 자기의 이웃의 타락을 불쌍히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던 것입니다.
저녁이 되어 일이 다 끝나자, 그 사람은 관리인을 불러서 말했습니다. ‘일꾼들을 불러서 내가 정한 품삯을 주게, 그런데 맨 나중에 온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주게.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한번이나 여러 번 먹은 음식을 하루 종일 먹지 못했기 때문에 가장 옹색한 사람들인데, 내가 동정한 것이 고마워서 다른 사람들보다 일을 더 했네. 내가 그 사람들을 살펴보았네. 그 사람들이 충분히 자격을 얻은 휴식을 취하고, 그들이 일한 결과를 가족들과 같이 즐기게 돌려보내게’ 그래서 관리인은 주인이 명하는 대로 해서 각 사람에게 1데나리온씩 주었습니다.
맨 마지막에 아침 이른 시간부터 일한 사람들이 왔습니다. 그들은 자기들도 1데나리온밖에 못 받는 것을 놀랍게 생각해서 자기들끼리 불평을 하고 관리인에게도 불평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관리인은 ‘나는 이렇게 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내게 불평하지 말고 주인한테 가서 불평하시오’하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주인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보십시오. 주인님은 공평하지 못하십니다! 우리는 열두 시간을 일했습니다. 아침 이슬을 맞으면서, 그 다음에는 뙤약볕 아래서, 그리고는 다시 저녁 습기를 맞으면서요. 그런데 주인님은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은 저 게으름쟁이들과 같은 품삯을 주셨습니다!…왜 그렇게 하십니까?’ 그리고 특히 그중의 한 사람은 배반을 당하고 부당하게 착취를 당했다고 목청을 돋우며 말했습니다.
“여보시오, 내가 당신에게 무슨 피해를 입혔소? 새벽에 당신과 어떻게 하기로 합의했소? 품만 1데나리온을 받고 하루 계속 일하기로 했소. 그렇지요?’
‘맞습니다. 그렇지만 주인님은 별로 일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같은 품삯을 주셨습니다….”
‘당신은 그 품삯이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수락하지 않았소?’
‘맞습니다, 다른 주인들은 그보다도 덜 주기 때문에 수락했습니다.’
‘당신은 여기서 내게 학대를 받았소?’
‘아닙니다. 양심적으로 말해서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낮 동안에 긴 휴식시간을 주고 음식도 주었지요? 세 끼 식사를 주었소. 그런데 음식과 휴식에 대한 합의는 없었소. 그렇지요?’
‘그렇습니다. 그것은 합의된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왜 그것들을 받아들였소?’
‘그야.…주인님은 (당신들이 너무 지쳐 가지고 집에 돌아가지 않게 하려고 이렇게 하는 편을 택했소) 하고 말씀하셨지요.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정말 훌륭한 일로 생각되었습니다.…주인님이 주신 음식은 맛있었습니다. 돈도 절약이 됐고, 또….”
‘그것은 내가 당신들에게 공으로 준 우대였고, 아무도 그것을 요구할 수는 없었지요? 안 그렇소?’
‘맞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당신들에게 유리하게 배려한 거요. 그런데 왜 탄식을 하오. 오히려 내가 당신들에게 불평을 해야 할 거요. 당신들은 마음씨 좋은 주인을 상대한다는 것을 알고, 열의 없이 일했소. 그런데 당신들보다 나중에 온 사람들은 한끼 식사밖에 혜택을 입지 못하고, 또 맨 마지막으로 온 사람들은 식사를 하지 않고서도 더 열심히 일해서 당신들이 열두 시간 걸려서 한 만큼의 일을 더 적은 시간에 했소. 만일 내가 이 사람들의 품삯을 주려고 당신들의 품삯에서 반을 때어냈으면 당신들을 배신한 것이 됐을 거요.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소. 그러니 당신 몫이나 받아 가지고 가시오. 내 집에 와서 당신의 뜻을 강요하려고 하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그리고 공평하게 하오. 심술궂게 굴지 말고, 불공평한 일을 하도록 나를 유도하지 마시오. 나는 마음씨가 좋은 사람이오.’
내 말을 듣는 여러분은 모두 잘 들어 두시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조건을 제안하시고 같은 보수를 약속하십니다. 주께 봉사하는 일에 열의를 가지고 몸 바치면, 비록 죽음이 가까웠기 때문에 일을 많이 하지 못했더라도 주님께 공평한 대우를 받을 것입니다. 내가 진정으로 여러분에게 말하지만, 언제나 첫째가 하늘나라에서도 첫째가 아니고, 거기에서는 마지막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첫째가 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첫째가 꼴찌가 되기도 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하늘나라에서는 이스라엘 사람이 아닌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될 것이고, 이스라엘의 많은 사람보다 더 거룩한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될 것입니다. 나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모든 사람을 부르러 왔습니다. 그러나 부름을 받은 사람은 많지만 선택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혜를 원하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에 따라서 살지 않고, 세상과 육체에 따라서 사는 사람은 지혜롭지 못합니다. 이 세상을 위해서 하늘나라를 위해서 지혜롭지 못합니다. 세상에서는 원수를 만들고, 벌과 가책을 마련하기 때문이고, 하늘나라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영원히 잃기 때문입니다. 되풀이해서 말하겠습니다. 이웃이 어떤 사람이든지 착하게 대하시오. 옳지 않은 명령을 내리는 사람을 벌하는 일은 하느님께 맡겨 드리고, 여러분은 복종하시오. 관능에 저항할 줄을 알아 금욕하고, 황금에 저항할 줄을 알아 정직하시오.조리있게 처신해서 저주할 만한 것은 저주하고, 그 일이 여러분에게 옳다고 생각되면 저주하기를 거부하시오. 그리고 여러분이 처음에는 어떤 사람들의 생각을 저주했다가도 나중에는 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당하기를 원치 않을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하지 마시오. 그러면….”
“그렇지만 성가신 예언자! 당신은 우리 장사를 망쳐 놓았소!…당신이 우리 손님들을 빼앗아 갔소!…”하고 장사꾼들이 마당으로 몰려들어오면서 외친다.…그러니까 마당에서 예수의 처음 가르치심에 불평을 하였던 사람들이 -그것은 페니키아인들뿐이 아니라, 무슨 동기로 그런지는 몰라도 이 도시에 있던 히브리인들까지 또 그러하였다-장사꾼들과 한패가 되어 욕설을 퍼붓고 위협을 하며, 특히 내쫓으려고한다.…예수께서 악으로 가라고 충동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예수께서는 팔장을 끼시고 슬퍼하시며 엄숙하게 바라다보신다.
사람들은 두 패로 갈라져 나자렛 선생님을 옹호하거나 공격하려고 주먹다짐을 벌인다. 욕설, 칭찬, 저주, 축복, 심한 말들이 오간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생각이 옳소. 당신은 로마에 매수되었고, 세리와 창녀들의 친구요”하거나 반대로 “입닥쳐라. 이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들아! 지옥의 페니키아인들, 너희가 로마에 매수당한 자들이다!” “여기서 나가! 여기서 나가!” “여기 와서 장사를 하고 폭리를 취하는 도둑들인 너희가 여기서 다가라” 등등
병사들이 개입하여 말한다. “소동을 일으키는 것은 이분이 아니오! 이분은 불안을 당하고 있소!” 그러면서 창을 휘둘러 마당에서 사람들을 나가게 하고 대문을 닫는다.
예수와 함께 남아 있는 것은 개종자 삼형제와 여섯 제자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분에게 말을 하게 할 생각이 들었소?”하고 제3열 보병이 삼형제에게 묻는다.
“말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하고 엘리야가 대답한다. “옳소. 그런데 그 사람들은 사람의 마음에 드는 것을 가르치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소. 그러나 이분이 가르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니, 저 사람들이 그걸 소화하지 못하는 거요….”늙은 병사는 예수를 주의깊게 쳐다본다. 예수께서는 당신 자리에서 내려오셔서 방심하신 것처럼 서 계신다.
밖에서는 군중이 여전히 흥분해 있다. 그래서 병영에서 다른 부대들을 나오게 하고, 그들과 함께 백부장 자신도 나온다. 그들은 후려쳐서 길을 비키게 하는데, 다른 병사들은 남아서 “이스라엘의 왕 만세!”하고 외치는 사람들과 예수를 악담하는 사람들을 밀어낸다. 백부장이 불안해하며 와서 화를 내며 늙은 병사를 비난한다. “자넨 이렇게 해서 로마를 존경하게 하는 건가? 굴복한 땅에서 외국인을 왕이라고 환호하게 내버려두면서 말이야?”
늙은 병사는 쌀쌀하게 인사하며 대당한다. “저분은 존경과 복종을 가르치고, 이 세상 것이 아닌 나라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들이 저분을 미워하는 것입니다. 저분은 마음씨가 착하고, 공손하니까요. 저는 우리의 법을 공격하지 않는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할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백부장이 진정되어서 투덜된다. “그럼 저 괘씸한 천민들의 또 다른 소요로구먼…좋네. 저 사람에게 즉시 떠나라고 명령하게. 난 여기서 말썽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아. 복종하게, 그리고 길이 트이는 대로 저 사람을 시외에까지 호송하게. 저 사람이 저 하고 싶은데 가서, 원하면 지옥에라도 가라고 해. 그러나 내 관할지역에서는 나가라고 하게, 알았나?”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백부장은 갑옷을 번쩍이게 하고 주홍빛 겉옷을 펄럭이면서 등을 돌리고, 예수는 바라다보지도 않고 간다.
삼형제가 선생님께 말한다. “죄송합니다….”
“당신들의 탓이 아니오. 염려 마시오. 당신들은 이로 인해서 해를 입지 않을 거요. 내가 장담하오….”
세 사람은 안색이 변하고…필립보가 말한다. “저희가 무서워하는 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예수께서는 서글픈 얼굴에 햇살을 받으시면서 조용히 미소 지으시며 말씀하신다. “나는 마음속에 있는 것도 알고, 미래도 아오.” 그동안 병사들은 해가 있는 곳으로 가서 곁눈질을 해서 보며 이러쿵저러쿵 말들을 한다….
“저 자들이 그들을 압제하지 않는 저분을 미워하는데, 어떻게 우리를 사랑할 수 있겠어?”
“그리구 기적을 행하는 저분이라고 자넨 말해야 할 거야….”
“젠장! 우리 중의 누가 수상한 사람이 있다구 가서 알렸어?”
“가이우스야!”
“지나치게 열성을 부리는 친구 말이지! 우선은 저녁식사도 놓쳤고, 또 어떤 계집애의 키스도 놓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걸!…아!”
“난봉꾼! 네 애인은 어디 있니?”
“이봐, 너한테는 분명히 말 안할 거야!”
“기초공사 하는 곳 근처 옹기장수네 집 뒤에 있어. 난 알아. 며칠전 저녁에 네가 거기 있는 걸 보았단 말이야…”하고 다른 병사가 말한다.
제3열 보병은 지나가는 것처럼 예수께로 가서, 그 주위를 돌며 쳐다보고 또 쳐다본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할지 모른다.…예수께서는 그를 격려하기 위하여 미소를 지어 보이신다. 그 사람은 어떻게 할지 모른다.…그러나 점점 더 가까이 온다. 예수께서는 상처자국을 가리키신다. “모두 상처자국이지요? 그러면 당신은 용사이고 충성을 다하는 병사입니다….”
늙은 병사는 이 찬사를 듣고 얼굴을 붉힌다.
“당신은 조국과 황제께 대한 사람 때문에 고통을 많이 겪었습니다.…더 위대한 조국인 하늘나라를 위해서, 영원한 황제이신 하느님을 위해 조금 고통을 당하고 싶지 않습니까?”
병사는 머리를 흔들며 말한다. “나는 보잘것없는 이교도입니다. 그러나 나도 저녁 여섯시에 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요, 하지만 누가 나를 가르치겠습니까? 아시지요?…저 사람들이 선생님을 내 쫓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프게 하는 상처이지 내 상처는 그렇지 않습니다!…나는 적어도 이 만큼은 적에게 갚았습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선생님께 상처를 입히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주십니까?”
“여보시오, 병사! 용서와 사랑을 주오.”
“내 생각이 옳습니다. 선생님에게 걸려 있는 의심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갈릴래아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로마 군인, 안녕히.”
예수께서는 세 형제와 제자들이 음식을 가지고 올 때까지 혼자 남아계시다. 제자들이 예수께 음식을 드리는 동안 형제들은 병사들에게 음식을 준다. 병사들이 기쁘게 먹고 마시는 동안 예수와 제자들은 햇살을 받으며 억지로 음식을 든다.
그러다가 한 병사가 조용한 광장을 살펴보려고 나간다. “갈 수 있다”하고 병사가 외친다. “다들 갔다. 순찰대밖에 남지 않았다.” 예수께서는 순순히 일어나셔서 세 형제에게 강복하시고 그들을 격려하시며 과월절에 게세마니에서 만나자고 약속하신다. 그리고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시며 뒤에 따라오는 기가 죽은 제자들과 같이 나오신다. 그리고 일행은 사람이 없는 큰 길을 따라 들판에까지 나온다. “갈릴래아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하고 제3열 보병이 말한다. “아퀼라, 안녕히, 제발 다니엘과 엘리야와 필립보에게 해를 입히지 마시오. 잘못은 내게만 있소. 백부장에게 그렇게 말하시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이 시간에는 백부장이 기억조차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삼형제는 우리에게 보급을 잘 해주고, 특히 저 키프로스의 포도주를 대주는데, 백부장은 그걸 목숨보다도 더 좋아합니다. 안심하세요. 안녕히 가십시오.”
그들은 헤어진다. 병사들은 성문으로 다시 들어간다. 예수와 제자들은 조용히 들판을 지나 동쪽을 향하여 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