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손자 프톨마이가 장을 보러 왔는데, 오늘 오정에 안티고니아로 돌아갑니다. 날씨가 포근하니, 손님들이 원하시던 것처럼 거길 가고 싶으십니까?” 하고 늙은 필립보가 그들에게 김이 나는 양젖을 대접하며 묻는다.
“틀림없이 갑니다. 언제라고 하셨지요?”
“오정에요. 원하시면 내일 돌아오셔도 되고, 또 그렇게 하는게 좋으시면 안식일 전날 저녁에 돌아오셔도 됩니다. 그때에는 모든 히브리인 하인들이나 믿음에 돌아온 하인들이 안식일 전례를 위해서 옵니다.”
“그렇게 할 작정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그 곳을 그들의 거처로 택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비록 내가 그 분들을 잃는다 하더라도 제게는 여전히 기쁨이 될 것입니다. 그 곳은 건강에 좋은 곳이고, 당신들이 하인들 사이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인들 중 어떤 사람들은 아직 주인님이 남겨 놓으신 그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무자비한 주인들에게서 몸값을 치르고 석방시키신 축복받으신 여주인님의 덕택으로 거기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교도들도 아닙니다. 저는 여자들에 대해서 하는 말입니다. 남자들은 모두 할례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그들을 싫어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이스라엘의 올바름에서는 대단히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성전의 거룩한 분들, 완전한 그 분들은 그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릴 것입니다.”
“허! 그렇지요! 예! 그래요! …좋습니다! 이제는 그들이 주님의 사자들의 지혜와 친절을 받아들이면서 향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네들이 얼마나 할 일이 많은지 알겠지?” 하고 베드로가 두 사람에게 말한다.
“우리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생님께 실망을 드리지 않겠습니다”하고 신디카가 약속한다. 그리고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준비하려고 나간다.
엔도르의 요한이 필립보에게 묻는다. “제가 교사로 가르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익을 좀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주 잘 됐습니다. 늙은 플라우투스가 석 달 전에 죽어서 귀여운 아이들이 배우지를 못하고 있어요. 히브리 사람들로 말하면 선생이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네 사람 모두가 다푸네 가까운 그 곳을 피하기 때문입니다. 데오필로와 같은 사람, …거기 대해서…완고하지 않은…사람이 필요합니다….”
“예, 결국 형식주의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란 말이로군요” 하고 베드로가 능률적으로 말을 끝맺는다.
“예…그것입니다. …나는 비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저주하는 것은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습니다. 도와주는 것이 낫지요.…여주인님이 하시던 것 같이 말입니다. 그분은 많은 사람을 율법을 지키도록 이끌었는데, 미소를 가지고 어떤 선생님보다도 더 많이, 더 잘 인도하셨습니다.”
“이 때문에 선생님께서 저를 이리로 보내셨습니다! 제가 마침 필요한 사람입니다. …오! 저는 제 마지막 숨이 넘어갈 때까지 선생님의 뜻을 행하겠습니다. 이제는 제 임무가 제가 특히 좋아하는 임무 외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믿습니다. 정말 믿어요. 신디카에게 가서 그 말을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저희가 그 곳에 남아있는 것을 보시게 될 것입니다. 신디카에게 그 말을 하러 가겠습니다” 그러면서 전에 그랬던 것처럼 재빨리 나간다.
“지극히 높으신 주님, 주님께 감사하고 주님을 찬미합니다! 저 사람이 아직도 괴로워하기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전처럼은 괴로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 얼마나 큰 위안인가!” 하고 베드로가 외친다. 그리고 베드로는 필립보에게 좀 설명해 주어야 할 의무를 느끼고 말한다. 그리고 그가 할 수 있는 대로 자기 기쁨의 이유를 설명한다. “요한이 이스라엘의…‘냉혹한 사람들’의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영감님은 아셔야 합니다. 영감님은 그 사람들을 ‘강경파’ 하고 부르셨지요.
“아! 알겠습니다! …누구…처럼…정치적인 박해를 받는 사람이란말이지요…” 그러면서 열성당원을 바라다본다.
“그렇지요. 나처럼 그리고 또 다른 일로 인해서 더합니다. 계급이 다른 것 외에 저 사람은 메시아에게 딸려 있음으로 해서 저들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건 이번을 마지막으로 분명히 말해 두는 것이지만, 저 사람들은 영감님의 성실성에 맡기진 것입니다. 저 남자와 저 여자 …아시겠어요?”
“알아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고려할 줄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저 사람들을 뭐라고 부르겠습니까?”
“데오필로의 라자로가 추천한 두 선생이라고 하지요, 남자는 사내아이들의 교사이고, 여자는 계집아이들의 교사라고. 여자가 자수제품과 베틀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자들이 만드는 물건들을 외국인들이 많이 만들어서 안티오키아에 갖다 팝니다. 그러나 그 제품들은 투박하고 서투릅니다. 어제 그 여자가 제품을 만드는 것을 보았는데, 우리 착하신 여주인님을 연상시켰습니다. …그것들이 대단히 인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주님을 찬미하세”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그래. 이것으로 인해서 다가오는 우리 출발의 고통이 우리에게는 덜어질 거야.”
“벌써 떠나시려구요?”
“그래야 합니다. 우리는 폭풍우 때문에 늦어졌거든요. 스밧달 초순에 선생님을 모시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벌써 늦어졌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는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하고 타대오가 설명한다.
그들은 제각기 일을 보러 가느라고 헤어진다. 필립보는 어떤 여자가 부르는 곳으로 가고, 사도들은 햇볕을 쬐려고 언덕으로 올라간다.
“우린 안식일 다음날 떠나면 될 거야. 어떻게 생각하나?” 하고 알패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내 생각! …말하게! 나는 날마다 일어날 때에 예수님 혼자서 옷도 없고 돌봐드리는 사람도 없이 쓸쓸하게 계실 거라는 생각으로 고통을 당하고 매일 밤 고통을 안고 잠자리에 드네. 그렇지. 오늘은 우리가 결정을 해야 하네.”
“이거봐. 아니, 선생님이 이 모든 것을 알고 계셨던 건가? 나는 며칠 전부터 어떻게 선생님이 우리가 크레타 사람을 만나리라는 것, 어떻게 요한과 신디카의 일거리를 미리 아셨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해. 어떻게, 어떻게…요컨대 많은 일을 말이야” 하고 안드레아가 말한다.
“실제로 나는 크레타 사람이 일정한 시기에 셀레우치아에 머무는 것으로 생각해. 아마 라자로가 예수께 그 말씀을 드렸을 것이고 따라서 예수님은 과월절을 기다리시지 않고 떠나기로 결정하셨을거야…” 하고 열성당원이 설명한다.
“그래! 맞아! 그런데 과월절을 요한은 어떻게 할 건가!” 하고 알패오의 야고보가 묻는다.
“그야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하지 뭐…” 하고 마태오가 말한다.
“아니야, 그건 늑대의 아가리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꼴일 거야.”
“천만에. 그 군중 속에서 누가 그를 찾아낸 거야?”
“가리…오! 내가 무슨 말을 했지! 그 생각들 하지 말게! 이건 내 생각이 하는 농담이야…” 베드로는 말한 것이 괴로워서 얼굴이 벌게졌다.
알패오의 유다가 그의 어깨에 한 손을 얹고 그의 소박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자! 우리는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네. …그러나 아무에게도 그 말을 하지 마세. 그리고 요한의 정신을 이 생각에서 돌려주신 영원하신 분을 찬미하세.”
모두가 생각에 잠겨 침묵을 지킨다. 그러나 참된 이스라엘 사람들인 그들에게는 귀양살이를 하는 제자가 어떻게 예루살렘에 와서 과월절을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하나의 문제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 말을 다시 하기 시작한다.
“나는 예수님이 거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시리라고 생각해. 어쩌면 요한이 그걸 알고 있는지도 몰라. 그 사람에게 물어보면 될 거야”하고 마태오가 말한다.
“그렇게 하지 말아. 평화가 막 다시 생겨나려고 하는 곳에 욕망과 곤란을 집어넣지 말아!” 하고 사도 요한이 애원조로 말한다.
“그래. 선생님께 직접 여쭤보는 게 더 나아” 하고 알패오의 야고보가 찬성한다. “선생님을 언제 뵙게 될까? 어떻게들 생각해?” 하고 안드레아가 묻는다.
“오! 안식일 다음날에 떠나면 이달 말에는 틀림없이 프톨레마이스에 가게 될 거야…” 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배를 한 척 만나면…” 하고 유다 타대오가 지적한다.
그리고 그의 아우가 덧붙인다. “그리고 폭풍우가 없으면.”
“배로 말하면 팔레스티나로 떠나는 배들이 언제나 있어. 그리고 그 배가 요빠로 가는 배라도 돈을 주면서 프톨레마이스에 기항하게 하면 돼, 자네 돈이 아직 있나. 시몬?” 하고 열성당원이 베드로에게 묻는다. “응, 그 크레타 사람 도둑이 라자로에 대한 친절을 맹세하면서도 내게 정말 바가지를 씌웠지만 말이야. 그러나 배와 안토니오를 지켜준 값을 치러야 해. …그리고 요한과 신디카 몫의 돈은 건드리지 않아, 그건 신성한 돈이야. 굶는 한이 있더라도 그 돈은 손대지 않고 남겨 둘거야.”
“잘하는 일일세. 저 사람은 병이 대단해. 그 사람은 교사 노릇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나는 그가 이내 병약자로만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해…” 하고 열성당원이 말한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신디카는 자기가 하는 일 외에 연고도 만들어야 할 거야“ 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도 사실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그 연고 말이야, 응? 정말 희한해! 신디카는 이곳 가정들에 뚫고 들어가기 위해서 그걸 또 만들어서 쓰려고 한다고 말했어”하고 요한이 말한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 병자를 한 사람 고쳐 주면, 언제나 제자 한 사람을 얻는 거야. 그리고 그와 함께 그의 가족도” 하고 마태오가 언명한다.
“아! 그건 아니야!” 하고 베드로가 외친다.
“어째서? 형은 기적이 사람들을 주님께로 끌어오지 않는단 말이야?” 하고 안드레아가 묻고, 그와 함께 다른 사람 두세 명도 묻는다.
“아이고! 이 사람들아! 자네들은 멍청한 것 같구먼! 아니, 자네들은 그 사람들이 예수님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지 못하나? 가파르나움의 엘리가 회개했나? 또 도라는? 또 코라진의 오세아는? 또 베싸이다의 멜키아는? 또 – 나사렛 사람들인 자네들은 용서해 주게 – 또 자네들의 조카의 기적인 마지막 기적에 이르기까지 다섯, 여섯, 열 번의 기적으로 나사렛 전체가 회개했나?” 하고 베드로가 묻는다.
그것이 쓰라린 진실이기 때문에 아무도 대꾸를 못한다.
“우린 아직 로마 병사를 찾아내지 못했어. 예수님이 그렇게 하라는 암시를 주셨는데…” 하고 한참 있다가 요한이 말한다.
“여기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그 말을 해 두세. 그리고 그것이 그 사람들의 생활의 또 하나의 목적이기도 할 거야” 하고 열성당원이 대답한다.
필립보가 다시 온다. “제 손자가 준비가 됐습니다. 빨리 했어요. 제 어미하고 같이 왔는데, 그 애 어머니는 손자들의 선물을 준비하고 있지요.”
“영감님의 며느리가 착하겠지요?”
“대단히 착합니다. 며느리는 제 아들 요셉을 잃은 것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 애는 제게는 딸과 같습니다. 에우게리아 여주인님의 하녀였는데, 그분이 가르치셨습니다. 떠나시기 전에 와서 식사들 하십시오. 다른 사람들은 벌써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필립보의 손자 프톨마이의 마차의 선도를 받으며 그들은 안티고니아를 향하여 속보로 간다. …그들은 이내 작은 도시에 이르렀다. 기름진 정원들 속에 파묻히고 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맥들로 인하여 바람이 막히고, 산들은 도시에 그늘을 드리우지 않을 만큼은 넉넉히 떨어져 있으면서도, 이 도시를 보호하고 진이 나고 향료를 내포하고 있는 나무들로 된 수풀의 발산물(發散物)을 여기에 쏟아 부을 수있을 만큼은 가까우며, 햇볕이 드는 이 도시로 지나가기만 해도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라자로의 정원들은 시의 남쪽에 있고 그 곳에 가기 전에 지금은 잎이다 떨어진 가로수들이 있는 큰 길이 있는데, 그 길옆으로 정원들을 맡아보는 사람들의 집들이 있다. 낮고 작은 집들이지만 잘 정돈되어 있는데, 그 문지방에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며 미소를 띠고 인사하는 어린 아이들과 여자들의 얼굴이 나타난다. 얼굴이 가지각색이어서 여러 인종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유지 입구의 큰 대문을 넘어가자마자 프톨마이는 집 하나하나 앞을 지나가면서 채찍으로 독특한 소리를 낸다. 그것이 아마 신호인 모양이다. 그러니까 각 집에 사는 사람들이 바라보고는 집으로 들어갔다가 이내 문을 닫고 나와서 보통걸음으로 가는 두 마차 뒤로 큰 길을 따라온다. 마차들은 곧 이어 사방으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분기점 한가운데에 가서 멎는다. 오솔길들은 바퀴의 살들처럼 갈라져서 화단으로 갈라진 수없이 많은 발들 사이로 지나가는데, 그 화단의 나무들이 어떤 것들은 잎이 떨어져 있고 어떤 것들은 월계수나 아카시아’ 나무 같은 종류의 다른 나무들같이 잎이 무성한 상록수이다. 이 나무들의 잘라낸 흠에서는 향기로운 젖 모양의 액체와 수지가 홀려 나온다. 공중에는 방향성, 향기로운 진이 섞인 냄새가 감돈다. 사방에 벌통이 있고 관개용 수반이 있어서 하얀 비둘기들이 거기에서 물을 먹는다. 어떤 곳에는 괭이질을 한 지가 얼마 안 되는 아무 것도 없는 땅이 있는데, 거기에서는 역시 하얀 닭들이 계집아이들이 살펴보는 가운데 땅을 파고 있다.
프톨마이는 이 작은 왕국의 신민(臣民)들이 도착하는 사람들 둘레에 모일 때까지 그의 채찍으로 여러 번 딱딱 소리를 낸다. 그리고는 그의 조그마한 연설을 시작한다. “자, 내 아버지의 아버지이시고 우리의 지도자 필립보 할아버지께서 우리 주인님의 뜻으로 여기 오신 이스라엘의 이 성민들을 보내시고 부탁하신다. 하느님께서 항상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집과 함께 계시기를, 우리는 거룩하신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많이 한탄했었다. 그런데 인자하신 주님과 멀리 계시지마는 우리를 몹시 사랑하시는 친절하신 우리 주인님께서 – 우리 주인님께서 당신 종들에게 하시는 선행을 하느님께서 갚아 주시기를 -우리 마음이 열망하던 것을 우리에게 마련해 주신다. 이스라엘에는 여러 나라에 약속되셨던 분이 나타나셨다. 성전에서 지낸 명절 때에 그리고 라자로님의 집에서 우리가 이 말을 들었었다. 그러나 이제는 실제로 은총의 때가 우리에게 왔다. 그것은 이스라엘의 왕께서 보잘것없는 당신 종들을 생각하시고 당신 말씀을 우리에게 전하시라고 당신의 신하들을 보내셨기 때문이다. 이분들은 이스라엘의 왕의 제자들이신데, 그중 두 분은 여기나 안티오키아에 남으셔서 우리에게 영원한 진리를 가르치시고, 하늘과 땅의 지식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교사이시고 그리스도의 제자이신 요한님은 어린이들에게 하늘의 지혜와 땅의 지혜를 가르쳐 주실 것이고, 제자이시고 바느질 선생님이신 신디카님은 계집아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의 지식과 여자들의 일하는 기술을 가르치실 것입니다. 이분들을 하늘의 축복으로 받아들이고, 데오필로와 에우게리아의 – 이분들의 영혼에 영광과 평화가 있기를 – 라자로님이 이분들을 사랑하시는 것처럼 사랑하여라. 그리고 데오필로의 따님들이시고 이스라엘의 선생님이시고, 언약 되신 분이시고 임금님이신 나사렛의 예수님의 제자이시고 우리의 사랑하는 여주인들이신 마르타와 마리아가 이분들을 사랑하는 것 같이 사랑하여라.”
짧은 속옷을 입고 흙이 묻은 손에 정원 가꾸는 연장을 든 남자들과 여자들과 나이가 각 각인 어린이들로 이루어진 하층민은 놀라서 듣고 수근 거린다. 그리고는 깊이 몸을 구부린다.
프톨마이가 소개를 시작한다. “주님의 사자들의 우두머리이신 요나의 시몬님, 우리 주인님의 친구분이신 가나네아 사람 시몬님, 주님의 형제 야고보와 유다님, 야고보와 요한, 안드레아와 마태오님이시다.” 그리고 사도들과 제자들에게는 이렇게 소개한다. “제 어머니도 그런 것처럼 유다지파의 제 아내 안나입니다. 저희들은 에우게리아와 함께 유다에서 온 순수 유다인들이니까요. 주님께 봉헌된 아들 요셉, 그 이름에 의로운 주인님들의 추억을 담은 테오케리아, 참다운 이스라엘 사람으로 하느님과 친한 얌전한 딸입니다. 니콜라이는 수도자로 봉헌 되었고 셋째 아들 도시테아는(소개를 하면서 한숨을 푹 쉰다) 벌써 여러 해 전에 헤르미온과 결혼했습니다. 아가, 이리 오너라….”
아기를 안은 매우 어린 밤색 머리의 여자가 앞으로 나아온다.
“앱니다. 얘는 어떤 개종자와 그리이스 여인의 딸입니다. 제 아들이 장사일로 페니키아의 알렉산드로센에 가 있을 때 얘를 알게 됐는데,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라자로님도 반대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것이 방탕보다 낫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나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이스라엘의 피를 가진 며느리를 원했습니다….“가엾은 헤르미온은 형사피고인인 것처럼 고개를 떨어뜨린다. 도시테마는 몸을 떨고 괴로워한다. 어머니요 시어머니인 안나는 슬픈 눈을 하고 있다….
비록 모든 사도들 중에서 제일 나이 어리지만 요한이 모욕당한 사람들의 정신을 북돋아줄 필요를 느낀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주님의 나라에는 이제 그리이스인이나 이스라엘 사람, 로마인이나 페니키아사람이 없고 다만 하느님의 자녀가 있을 뿐입니다. 여기 온 사람들을 통해서 당신이 하느님의 말씀을 알게 되면, 당신의 며느리가 이미 ‘외국여자’가 아니라, 당신과 모든 사람과 같이 우리 주 예수의 제자일 것입니다.”
헤르미온은 창피당한 머리를 쳐들고 고마워하며 요한에게 미소를 보낸다. 도시테마와 안나의 얼굴에도 같은 감사의 표정이 감돈다.
프톨마이는 엄숙하게 대답한다. “제발 그렇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출신을 빼고는 며느리가 나무랄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안겨 있는 아이는 막내둥이 알패오인데, 개종자인 며느리의 아버지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굽슬굽슬한 까만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계집아이는 미르티카입니다. 헤르미온의 어머니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그리고 맏아들인 이 아이는 주인님의 뜻에 따라 라자로라고 하고 또 한 아이는 헤르마입니다.”
“당신의 마음이 새로운 이해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주님과 세상에 말하기 위해서 다섯째 아이는 프톨마이라는 이름을, 여섯째 아이는 안나라는 이름을 붙여주어야 합니다.”
프톨마이는 말없이 머리를 숙인다. 그리고 소개를 계속한다. “이 두 아이는 이스라엘의 두 형제 미리암과 실비안 인데 네프탈리 지파(支派)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엘보니드 다니타와 유다인 시메온이구요. 그 다음에는 옛날에는 로마인이거나 로마인의 아들이었던 개종자들인데 에우게리아의 실질적인 자비의 결과로 노예상태와 이교도상태에서 벗어난 사람들인 루치우스 마르첼, 그리고 엘라테아의 아들 솔론입니다.”
“그리이스 이름이군요” 하고 신디카가 지적한다.
“데살로니카 사람입니다. 로마 관리의 노예였습니다.” – 그런데<로마 관리> 라는 말을 할 때에 경멸하는 태도가 분명히 나타난다 -“에우게리아가 어떤 혼란 통에 아버지와 함께 이 사람을 거두었습니다. 아버지는 이교도로 죽었지만, 솔론은 개종자입니다. …프리쉴라,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너라….”
키가 크고 날씬하고 매부리코인 여자가 계집아이와 사내아이를 밀면서 나아오는데, 다른 어린 두 계집아이가 엄마의 치마를 붙잡고 따라온다.
“이 여자가 솔론의 아내인데, 지금은 죽고 없는 로마 여자의 노예이다가 해방된 여자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마리우수 고르넬리오 그리고 쌍둥이 마리아와 마르틸라입니다. 프리쉴라는 향유 전문가입니다. 아미클레아, 아이들과 같이 이리 오너라. 아미클레아는 개종자 부모의 딸이고, 두 아들 캇시우스와 데오도르도 개종자입니다. 테클라, 숨지말아. 테클라는 마르셀의 아내인데, 아기를 낳지 못해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이 여자 개종자 부모의 딸입니다. 이 사람들은 자유 소작인들입니다. 이제는 정원으로 가십시오. 오십시오.”
프톨마이는 그들을 넓은 소유지를 통하여 인도하는데, 정원 가꾸는 사람들이 따라오면서 농작물들과 일들을 설명한다. 그동안 계집아이들은 다시 닭들을 보살피러 갔는데, 닭들은 지키는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다른 곳으로 갔었다.
프톨마이가 설명한다. ‘해마다 하는 파종 전에 땅에서 애벌레들을 없애기 위해서 저 농들을 이리 데려옵니다.”
엔도르의 요한은 꼬꼬댁거리는 암탉들을 보고 웃으면서 말한다. ‘옛날의 제 닭들인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요….’ 그러면서 그의 배낭에서 꺼낸 빵의 부스러기들을 던져준다. 마침내 병아리들에 둘러싸였고, 병아리 한 마리가 뻔뻔스럽게 와서 그의 손에 있는 빵까지 쪼아 먹기 때문에 그는 소리 내어 웃는다.
베드로는 병아리들과 놀고 있는 요한과 솔론과 헤르미온과 그리이스 말로 말하고 있는 신디카를 가리키느라고 마태오를 팔꿈치로 툭 치면서 “다행이야!” 하고 외친다.
그리고 일행이 프톨마이의 집으로 돌아오니,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자, 이곳은 이렇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이 여기서 가르치기를 원하시면,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여기 머무르시든가, 그렇잖으면….”
“그래요, 신디카! 여기 있어요! 여기가 더 아름다워요! 안티오키아는 기억 때문에 내가 괴로울 거요…” 하고 요한이 동료에게 조용히 말한다.
“그러믄요. …당신만 괜찮다면 당신 좋으실 대로 해요.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저는 이젠 뒤돌아보지 않고…그저 앞만, 앞만 내다보겠어요. …자, 요한! 우린 여기 있는 것이 좋을 거예요. 가엾은 우리 인간들을 위해서 어린이들과 꽃들과 비둘기들과 병아리들이 있어요. 그리고 우리 영혼을 위해서는 주님께 봉사 하는 기쁨이 있구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고 신디카는 사도들에게 묻는다.
“우리도 당신처럼 생각해.”
“그럼 좋습니다.”
“썩 잘됐어. 우리는 만족해서 떠날 거고….”
“아이고! 가지 마세요! 나는 여러분을 다시는 보지 못 할 거예요! 왜 그렇게 일찍 떠나세요? 왜요?…” 요한이 다시 그의 슬픔에 감긴다.
“그렇지만, 우린 지금 떠나는 게 아니야! 우리는…당신이…당신이 …까지 여기 머무를 거야…” 베드로는 요한이 어떻게 되리라는 말을 할 줄 모르고, 또 눈에 괴는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하여 눈물을 흘리는 요한을 껴안고 그를 위로하려고 애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