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열성당원 시몬과 마륵지암과 함께 가나 쪽으로 뻗어 있는 들판을 향하여 나자렛을 건너질러 가신다. 그리고 믿지 않고 적의를 품은 당신의 도시를 건너질러 가시는데, 바로 가장 중심부께 있는 거리로 해서 이 아침시간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장마당을 비스듬히 건너가신다. 여러 사람이 예수를 보기 위하여 뒤돌아보고, 많지 않은 몇몇 사람이 인사를 하는데, 여인들, 특히 나이 많은 여자들이 미소를 보낸다. 그러나 어떤 어린이를 빼고는 아무도 예수께 가까이 오지 않는다. 예수께서 지나가신 다음에는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예수께서는 분명히 모든 것을 보시지만, 그런 표시를 나타내지 않으신다. 시몬과 또는 두 어른 사이에 있는 아이와 말씀을 하시면서 길을 계속 가신다.
그들이 이제는 마지막 집들이 있는데에 왔다. 어떤 문지방에 마흔살쯤된 한 여인이 있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 같다. 예수를 보고 그 여자는 앞으로 나아오려고 하다가 멈칫하고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다.
“친척이다. 알패오의 시몬의 아내다” 하고 예수께서 사도에게 말씀하신다.
여인은 곤란한 입장에 있는 것 같고, 서로 대립되는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얼굴빛이 변하고 눈을 치떴다가 다시 내리깐다. 얼굴 전체가 말을 하고자 하는 욕망을 나타내는데, 어떤 동기로 그 욕망이 억제된다.
“살로메, 아주머니에게 평화” 하고 그 여인의 위치에 이르신 예수께서 인사를 하려고 말씀하신다.
여인은 그의 친척의 다정스러운 말투에 놀란 것처럼 예수를 쳐다보고, 한층 더 얼굴을 붉히며 “평화가…”하고 대답한다. 울음이 나와서 말을 마치지 못한다. 여인은 한 팔을 구부려 얼굴을 가리고, 집 대문 문들에 기대서서 몹시 불안해하며 운다.
“왜 그렇게 울고 계셔요. 아주머니? 제가 아주머니를 돕게 아무것도할 수가 없습니까? 이쪽으로 오셔서, 무슨 일인지 말씀하세요 ….” 그러시면서 여인의 팔꿈치를 잡으시고, 그의 집과 이웃집 정원 사이에 있는 작은 골목길로 데려가신다. 시몬과 깜짝 놀란 마륵지암은 골목 어귀에 남아 있다.
“아주머니, 무슨 일이세요. 아주머니는 제가 아주머니를 사랑한다는 것을 아시지요, 그리고 집안 식구들을 모두 항상 사랑했다는 걸. 모두요. 또 항상 그렇다는 걸  아시지요. 그걸 믿으셔야 해요, 그리고 이런 이유로 신뢰를 가져야 해요 ….”
이 말을 듣고 그 참뜻을 이해하기 위한 것처럼 울음이 그치더니 더 세게 다시 시작되며 일관성이 없는 말들과 갈마든다. “아주버니는 그래요.…저희는… 그래도 저는 안 그래요.… 시몬가지도 안 그래요.…그렇지만 그이는 저보다도 더 바보예요.… 저는 그이에게 말했어요.…‘예수를 불러 와요’하고… 그렇지만 이 도시 전체가 우릴 반대해요.…아주버니를 반대하고 …저를 적대하고 … 제 아이를 적대하고…” 비극적인 지점에 이르러서는 눈물까지도 비극적인 것이 된다. 여인은 마치 고통으로 인하여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것같이 몸을 뒤틀고 얼굴을 때리면서 신음한다. 예수께서는 그의 손을 잡고 말씀하신다. “이러지 마세요. 저는 아주머니를 위로하려고 여기 왔습니다. 말씀하세요. 그러면 제가 무엇이든지 다 하겠습니다.”
여인은 놀람과 괴로움으로 눈을 크게 뜨고 예수를 쳐다본다. 그러나 희망이 그에게 말할 힘을 준다. 그래서 침착하게 말한다. “시몬이 비난받아 마땅하더라도 저를 불쌍히 여기시겠어요? 정말? … 오! 모든 사람을 구원하시는 예수님! 제 어린 것이 ! 막내 알패오가 아픔니다.…죽어 갑니다.…아주버니는 알패오를 사랑하셨지요. 그애에게 나무로 장난감을 오려 주셨지요.…그애를 번쩍 들어서 아주머니네 나무의 포도와 무화과를 따게 하셨지요.…그리고 떠나시기 전에 … 세상에 가시려고 떠나시기 전에 벌써 좋은 것을 많이 가르쳐 주셨지요.…이제는 아주버니가 그렇게 하실 수 없게 됐어요. 죽은 거나 마찬가지예요.…이제는 포도도 무화과도 먹지 못할 거예요. 이젠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거예요 ….” 그러면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운다.
“아주머니, 착한 마음치를 가지고, 그애가 무슨 병인지 말씀하세요.”
“배가 몹시 아픕니다. 소리를 지르고, 경련을 일으키고, 여러 날 동안 헛소리를 했어요. 이제는 말도 못합니다. 머리를 얻어맞은 사람 같아요. 신음은 하지만 대답은 하지 못해요. 제가 신음하고 있는 것조차도 몰라요. 납빛입니다. 벌써 몸이 식어갑니다. 그리고 벌써 여러 날 전부터 시몬더러 아주버니를 만나러 가라고 했어요. 그렇지만 … 오 ! 저는 시몬을 늘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이를 미워합니다. 어떤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제 아이를 죽게 하니까요. 그렇지만 아이가 죽으면, 저는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갈 겁니다. 그이는 그래야 할 때에 아버지 노릇을 하지 못해요. 그래서 저는 제 아이들을 보호해요. 저는 떠나요. 그래요. 세상 사람들이 하고 싶은 대로 말하라지요. 저는 떠납니다.”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그 복수의 생각을 즉시 버리세요.”
“정의의 생각입니다. 저는 반항합니다. 보시지요? 저는 아무도 아주버니에게 ‘오게’하고 말하지 않기 때문에 아주버니를 기다렸어요. 저는 아주버니에게 오시라고 말하겠어요. 그렇지만 저는 그것을 무슨 나쁜 짓을 하는 것처럼 해야 했어요. 그리고 아주버니에게 ‘들어오세요’하고도 말하지 못해요, 집안에 요셉 아주버니의 식구들이 와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시몬 형을 용서하겠다고 약속하시겠어요? 항상 그의 착한 아내로 있겠다고? 아주머니가 그걸 약속하시면 저는 아주머니에게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집으로 들어가세요, 그러면 아주머니의 아들이 병이 나아서 미소를 보낼 것입니다’ 하고. 그것을 믿으실 수 있습니까?”
“저는 아주버니를 믿습니다. 모든 사람을 반대해서라도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믿음을 가지는 것과 같이 용서도 하실 수 있습니까?”
“…정말 제 아이를 고쳐 주시겠습니까?”
“그것만이 아닙니다. 제게 대한 시몬형의 의심이 풀리고, 어린 알패오와 그리고 그와 함께 다른 아이들, 그리고 아주머니가 애들 아버지인 남편과 함께 모두 제 집에 다시 오리라는 것을 약속합니다. 어머니께서 아주머니 이름을 대단히 자주 말씀하십니다 ….”
“오! 마리아, 마리아 아주머니! 아주머니가 집에 오셨을 때 알패오가 났습니다.…예, 예수님, 저는 용서하겠습니다. 그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아니, 그보다도 이렇게 말하겠어요. ‘예수 아주버니가 당신의 행동방식에 어떻게 대응하시는지 보세요. 당신에게 아들을 살려 주셨어요’ 하고요. 이 말은 제가 할 겁니다!”
“그 말은 하셔도 됩니다.…아주머니, 가세요. 이젠 울지 말고 가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착한 살로메 아주머니에게 평화. 가세요, 가세요!” 예수께서는 여인을 대문으로 데려다 주시고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시며, 몹시 걱정이 되어 대문도 닫지 않은 채 집의 입구쪽으로 뛰어 가는 것을 보시면서 빙그레 웃으신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가셔서 대문을 완전히 닫으신다.
예수께서는 두 동행에게로 몸을 돌리시면서 말씀하신다. “그럼 이제는 우리가 가기로 되어 있었던 곳으로 가자 ….”
“시몬이 회개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열성당원이 묻는다. “믿음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더 강한 사람에 지배되어 질질 끌려가는 사람이다.”
“오! 그러면! 기적보다도 더 강한 자로구먼요!”
“너는 너 자신에게 스스로 대답한다는 것을 알겠지.…아이를 주해준 것이 기쁘다. 나는 그애가 난 지 몇 시간 되었을 때 보았다. 그리고 그애는 나를 늘 좋아했다 ….”
“저처럼이요? 그리고 그애도 제자가 될 건가요?” 하고 마륵지암이 흥미를 가지고 묻는다. 그리고 마륵지암은 어떤 사람이 자기만큼 예수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믿기가 어렵다.
‘너는 나를 어린이로서 또 제자로서 사랑하는데, 알패오는 그저 어린이로서만 나를 사랑했다. 그러나 이다음에는 제자로서도 나를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어린 아이이다. 여덟 살쯤 되었으니까. 네가 그애를 보게 될 거다.”
“그럼 어린이로 제자는 저밖에 없어요?”
“지금은 너 하나뿐이다. 네가 어린이 제자들의 대장이다. 네가 완전히 어른이 되거든 네가 어른보다 못하지 않은 제자가 될 줄 알았다는 것을 기억해라. 따라서 나를 찾아 네게로 와서 ‘나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고 싶어요’ 하고 말하는 모든 어린이들을 두 팔을 벌려 맞이하여라. 그렇게 하겠느냐?”
“그렇게 하겠어요” 하고 마륵지암이 진지하게 대답한다 ….
이제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탁 트인 그들을 감싸고, 그들은 햇빛 속으로 내게서 멀어져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