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집에서 나오신다. 그들은 나자렛의 중심지로 들어가지 않고, 반대로 예수께서 공생활을 위하여 집을 떠나실 때에 처음 가셨던 같은 길로 해서 시내에서 나간다. 그리고 첫번 올리브밭에 이르자 큰길을 버리고 나무들 사이로 나 있는 오솔길로 들어서서 돌풍이 불었던 여러 날 후에 나타난 약한 해를 찾아 간다. 예수께서는 아이에게 달리고 깡총깡총 뛰라고 권하신다. 그러나 마륵지암은 이렇게 대답한다. “저는 선생님곁에 있는 것이 더 좋아요. 저는 이제 큰 사람이예요. 저는 제자입니다.” 예수께서는 나이와 자존심에 대한 이 … 진지한 선언을 들으시고 빙그레 웃으신다. 사실 예수 곁에서 걸어가는 것은 정말 작은 어른이다. 아무도 그를 열 살 이상으로는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제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든 사람보다도 예수께서는 더 그렇게 말씀하실 수 없다. 예수님은 그저 이렇게만 말씀하신다. “내가 묵상기도 하는 동안 말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네게는 지루하겠구나, 나는 너를 재미있게 놀게 하려고 데려왔는데 .”
“저는 요새는 즐길 수가 없을 거예요.…그렇지만 선생님 곁에 있으면 마음이 많이 가벼워져요.…요새 저는 선생님이 몹시 보고 싶었어요.…그건…그건… 아이는 떨리는 입술을 꼭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다. 예수께서 그의 머리에 한 손을 얹으시고 말씀하신다. “내 말을 믿는 사람은 믿지 않는 사람들처럼 슬퍼해서는 안된다. 나는 언제나 진리를 말한다. 아브라함의 품에 있는 의로운 사람들의 영혼과 이 세상에 있는 의로운 사람들의 영혼들에게는 이별이 없다고 잘라 말할 때에도 그렇다. 마륵지암아,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그리고 이 생명을 나는 내 임무를 다하기 전에도 가져다준다. 너는 네 부모가 메시아가 오기를 간절히 바랐고, 메시아를 보게 오래 살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청했다고 늘 말했지. 그러면 네 부모는 나를 믿은 거다. 네 부모는 이 믿음을 가지고 잠든 것이다. 따라서 네 부모는 이 믿음으로 벌써 구원을 받았고, 이 믿음으로 벌써 부활해서 살고 있다. 이것은 정의에 대한 갈망을 줌으로써 생명을 주는 믿음이다. 네 부모가 구세주를 만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이 유혹을 물리쳐야 했는지 생각해 보아라 ….”
“그렇지만, 주님, 제 부모는 주님을 보지 못하고 죽었어요.…죽어두 얼마나 참혹하게 죽었다구요! … 저는 사람들이 마을의 죽은 사람들을 다 꺼냈을때 제 어머니, 아버지 … 동생들을 봤어요. 아세요? … 그 사람들이 저를 위로하려고 ‘네 가족들은 이렇지 않다. 고통을 당하지 않았다’ 하고 말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 있어요? 아이고! 제 가족들이 고통을 당하지 않았다구요? 부모 형제의 숨을 막히게 한 흙과 물이 공기였나요? 그리고 부모가 자기들이 죽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들의 이성이 저를 생각하면서 반항하지 않았겠어요?…” 아이는 고통으로 인하여 매우 흥분하였다. 그는 예수 앞에 서서 거의 도발적으로 쉴 새 없이 손짓을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 고통을 그 말할 필요를 이해하신다. 그래서 말하는대로 가만 내버려 두신다. 예수는 참된 고통 때문에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입 다물어. 너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하는 사람 축에 끼시는 분이 아니다.
아이는 말을 계속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요? 그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났어요? 그 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선생님이 아셔요! 선생님이 오시지 않았더라면 저는 야수가 됐든지, 수풀 속에서 뱀처럼 죽었든지 했을 거예요. 그리구 저는 도라를 미워했구 또 … 엄마가 있으면서 저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게 하던 그전만큼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저는 엄마와 아버지와 동생들에게로 가지도 못했을 거예요. 배가 고프고 찢어진 옷을 입고 집도 없던 저는 배불리 먹고 따뜻한 깃털을 가지고 있고, 또 둥지를 다시 만들고 하는 새들을 미워하다시피 했어요.… 새를 사랑하는 제가 저를 그놈들과 비교할 때는 화가 치밀어 오르기 때문에 그놈들을 쫓아버리곤 했어요. 그리고는 제가 심술궂었다는 것과 지옥에 떨어져 마땅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울곤 했어요 ….”
“아! 그러면 너는 고약한 짓을 한 것을 뉘우쳤구나?”
“예, 주님. 그렇지만 착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했어요? 늙은 할아버지는 착했어요.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얼마 안 있으면 모두 끝난다. 나는 늙었으니까 …’ 하고 말하곤 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늙은이가 아니었어요! 들개처럼 말고 사람처럼 일해서 먹을 수 있으려면 몇 해를 더 있어야 했을까요? 선생님이 오지 않았으면 저는 도둑이 됐을 거예요.”
“네 어머니가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으니까 너는 도둑이 되지 않았을 거다. 내가 가서 너를 데려온 걸 알지? 이것은 하느님께서 너를 사랑하시고 네 어머니가 너를 보살피고 있었다는 증거다.”
아이는 입을 다물고 곰곰히 생각한다. 그가 예수 곁에서 지난 며칠 동안의 북풍으로 좀 누렇게 된 풀을 밟고 걸으면서 어떻게나 그가 밟고 지나가는 땅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는지 그 땅에 빛을 청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고개를 쳐들면서 묻는다. “그렇지만 하느님이 엄마를 죽지 않게 했으면 더 훌륭한 증거가 되지 않았겠어요?”
예수께서 그 작은 지능의 인간적인 논리 때문에 빙그레 웃으신다. 그러나 진지하고 친절하게 설명하신다. “마륵지암아, 들어봐라, 나는 비유로 이 일을 네게 이해하게 하겠다. 너는 새들을 사랑한다고 말했지? 이제는 좀 들어봐라. 새들은 날아다니라고 만들어 졌니, 그렇지 않으면 새장 안에 있으라고 만들어졌니?”
“날아다니라구요.”
“맞았다. 그런데 어미새들은 새끼들이 어릴 때는 어떻게 해서 기르니?”먹이를 물어다 주어서 길러요.”
“그래, 그러나 뭘 갖다 먹이니?”
“어미새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만나는 낟알, 파리, 애벌레, 빵부스러기, 또는 과일 조각 같은 거요.”
“맞다. 이제는 잘 들어라. 만일 오는 봄에 새끼들이 속에 있고 어미새가 그 위에 앉아 있는 등지가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만나면 어떻게 하겠니?”
“주울 거예요.”
“통째로? 있는 그대로? 어미까지 함께?”
“통째로 줍겠어요. 어미 없이 새끼들만 있는 건 너무 나쁠 데니까요.”
“사실은 신명기(申命記)에는 번식을 위해서 신성한 어미는 자유롭게 놔두고 새끼들만 거두어 주라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착한 어미면 가지 않고 제 새끼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와요. 제어머니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 엄마는 제가 아직 어린 아이니까 선생님에게도 영원히 주지는 않았을 거예요. 엄마는 제 동생들이 저보다도 훨씬 더 어리니까 저하고 같이 올 수도 없었을 거예요’,그러니까 제가 떠나게 내버려두지 않았을 거예요.”
“좋다. 그러나 잘 들어라. 그럼 너라면 네가 새장을 열어 놓아서 어미가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하면 새끼들에게 적당한 먹이를 갖다 주게 하는 것이 그새들의 어미와 새끼들을 더 사랑하는 것이 되겠니, 그렇지 않고 어미를 가두어두는 것이 더 사랑하는 것이 되겠니?”
“그야! … 저는 새끼들이 클 때까지 어미가 왔다 갔다 하게 내버려두는 게 더 좋겠어요.…또 새끼들을 데리고 있으면 그놈들이 크면 어미를 마음대로가게 내버려두면 더 좋겠어요, 새는 날아다니라고 만들어 졌으니까요.…정말 …아주 착하게 되려면 … 새끼들이 큰 다음에는 새끼들도 날아가게 내버려 둬서 자유를 줘야 할 거예요.…그것이 제가 새끼들에게 가질 수 있을 제일 참다운 사랑일 거예요. 그리고 가장 옳구요.…그러은요! … 가장 옳지요. 제가 하는 일은 하느님께서 새들을 위해서 원하신 것이 이루어지도록 허락하는 게 될 뿐일 테니까요 …‥
“아니, 착한 마륵지암! 너는 정말 지혜로운 사람처럼 말했다. 너는 네 주님의 훌륭한 선생이 될 것이다. 그리고 네가 지혜로운 사람으로 말할 터이니까 네 말을 듣는 사람이 네 말을 믿을 것이다!”
“예수님, 그게 참말이예요?” 처음에는 불안하고 침울하다가, 곰곰히 생각하느라고 어두워지고, 무엇이 가장 좋은 것인지 판단하느라고 하는 노력 때문에 무감각한 표정이 되었던 작은 얼굴이 칭찬을 받는 기쁨으로 밝아지고 환해진다.
“사실이다. 이제 좀 생각해 봐라 ! 너는 다만 착한 소년이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한다. 그러면 모든 일에 있어 완전하신 분이신 하느님께서 영혼들과 영혼들의 참된 이익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하시겠는지 곰곰히 생각해 봐라. 영혼들은 육체가 그 장 속에 가두어 놓은 새들과 같다. 이 세상은 새들이 장에 갇힌 채 끌려 온 곳이다. 그러나 영혼들은 하늘의 자유를 갈망하고, 하느님이신 태양을 갈망하고, 영혼들을 위하여 만들어진 양식인 하느님을 뵙는 것을 갈망한다. 어떤 인간적인 사랑도, 자식들에 대한 어머니의 거룩한 사랑이나 어머니에 대한 자식들의 거룩한 사랑도 하느님이라는 그들의 근원에 결합하고자 하는 영혼들의 이 갈망을 억누를 만큼 강하지는 못하다. 따라서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완전한 사랑 때문에 당신을 갈망하는 영혼과 결합하기를 바라는 당신의 소원을 능가할 만큼 확고한 이유를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신다.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 때로는 하느님께서 영혼을 너무 사랑하셔서 ‘오너라 ! 너를 해방한다’ 하고 말씀하시게 된다. 그리고 어떤 어머니 둘레에 자녀들이 있어도 그렇게 말씀하시는 때가 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보시고, 모든 것을 아시며,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무엇이든지 잘 하시는 일이다. 하느님께서 어떤 영혼을 해방하실 때는 -이것은 그저 원만한 지능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명백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까 하느님께서 한 영혼을 해방하실 때는 언제나 그 영혼 자신과 그 영혼과 일치해 있는 사랑들의 더 큰 이익을 위해서 하신다. 그때에는, 내가 벌써 여러 번 네게 말한 것과 같이, 하느님께서 당신께로 도로 불러 가신 영혼, 그가 하느님을 통해서 사랑하는 부모를 인간적인 장애가 없는 순수한 사랑으로 사랑하는 그 영혼의 임무에다 수호천사의 임무를 보태 주신다. 하느님께서 어떤 영혼을 해방하실 때에는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보살핌을 그 영혼 대신 해주시려고 애쓰신다. 하느님께서 네게 그렇게 해주시지 않았느냐? 이스라엘의 어린 아들인 너를 가지고 하느님께서 내 제자를, 미래의 내 사제를 만들지 않으셨느냐?”
“주님, 그렇게 하셨어요.”
“자 이제는 좀 곰곰히 생각해 보아라. 네 어머니는 나에 의해서 해방될 것이고. 네 전구(傳求)는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네 어머니가 구속 후에 죽었으면, 그래서 전구가 필요했더라면, 네가 사제로서 전구를 마련해드릴 수 있었겠느냐? 곰곰히 생각해 보아라. 너는 성전의 사제에게 헌금을 해서 그로 하여금 어머니를 위해 어린 양이나 비둘기나 농산물 같은 제물을 바치게 하는 쓰라린 결과를 감당하는 일밖에 못할 것이다. 만일 네가 네 어머니 곁에서 어린 농부 야베로 남아 있었더라면 그렇게 밖에는 못했을 것이다. 그와 반대로 그리스도의 사제인 너 마륵지암은 그 이름으로 모든 용서가 내려지는 완전한 희생을 바치는 완전한 제사를 네 어머니를 위해 직접 드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가 그걸 못하게 됐나요?”
“네 아버지와 네 어머니와 네 동생들을 위해서 못할 것이다. 그러나 친구들과 네 제자들을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두가 훌륭하지 않으냐?”
“훌륭해요, 주님.”
“그러면 명람해진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가자.”
“예 그렇지만 저는 선생님이 묵상기도를 하시게 놔두지 않았어요! …그게 마음에 언짢아요 ….”
“그러나 우리가 묵상기도를 했다! 우리는 진리를 고찰하고, 하느님의 인자하심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이것이 모두 묵상기도이다. 그런데 너는 그것을 참다운 어른처럼 했다. 자! 이제는 우리 안에 있는 기쁨을 위해서 아름다운 시편의 찬미나 노래하자.”
그러면서 이렇게 노래하기 시작하신다. “‘아름다운 노래가 내 마음에서 나왔네 …’” 마륵지암은 예수의 청동과 금을 울리는 것 같은 목소리에 은처럼 울리는 그의 목소리를 합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