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그의 작은 방에서 나와 수반으로 세수를 하러 가다가 거기서 오시는 예수와 마주친 엔도르의 요한의 이 세 마디 외침에 마륵지암이 잠을 깼다. 마륵지암은 성모님의 방 밖으로 소매가 없는 짧은 속옷 바람에 아직 맨발로 뛰어 나오면서 예수를 보고 “예수님이 오셨다!” 하고 외치려고 온 몸이 눈과 입이 되다시피 하며 전속력으로 달려가서 예수의팔에 매달린다. 그리고 그 외침으로 요셉의 옛날 작업장에서 자고 있던 신디카도 잠깨어 조금 후에 나오는데, 벌써 옷을 다 입었다. 그러나 그의 매우 검은 땋아 늘인 머리는 아직 반쯤 헝클어진 채 어깨에 늘어져 있다. 아직 어린 아이를 안고 계신 예수께서는 요한과 신디카에게 인사를 하시고, 북풍이 매우 세게 불기 때문에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권하신다. 그리고 그의 열광에도 불구하고 이를 딱딱 마주치는 반쯤 벗은 마륵지암을 안으시고 먼저 들어오셔서 벌써 불이 피워진 화덕 곁으로 오신다. 성모님은 서둘러 양젖을 거기에 데우시고 어린 아이가 병이 들지 않도록 그의 옷도 따뜻하게 불에 쬐신다.
다른 두 사람은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황홀한 기쁨의 화신(化身) 같다. 예수께서는 어린 아이를 무릎에 올려놓으신 채 앉아 계시고, 성모님은 따뜻하게 불에 쬐신 옷을 그에게 서둘러 입히신다. 예수께서는 얼굴을 드시고 그들에게 미소를 보내시며 말씀하신다. “내가 오겠다고 너희에게 약속했었지. 그리고 오늘이나 내일 열성당원 시몬도 온다. 시몬은 내가 맡긴 어떤 일 때문에 다른 곳에 갔다. 그러나 곧 올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날 동안 함께 있을 것이다.”
마륵지암의 단장이 끝났고, 추위로 인하여 핏기가 없어졌던 작은 뺨에 다시 화색이 돈다. 예수께서는 그를 무릎에서 내려놓고 일어나셔서 옆에 있는 작은 방으로 건너가시니, 모두가 따라간다. 성모님은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맨 나중에 오시면서 아이를 조용히 꾸짖으신다. “이젠 내가 네게 어떻게 해야 하겠니? 너는 말을 안 들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침대에 있어라’ 하고 말했었는데, 너는 그 전에 왔다 ….”
“요한 아저씨가 외치는 바람에 잠이 깼어요…” 하고 마륵지암이 변명하느라고 말한다.
“바로 그런 때에 네가 순종할 줄을 알아야 할 거다. 자는 동산에 침대에 있는 것은 순종이 아니고, 그렇게 한다 해도 아무런 공로도 없다. 너는 그렇게 하는데 공로가 있을 때에 그렇게 할 줄을 알아야 했다. 그렇게 하는 데에는 의지가 있어야 하니까. 그랬으면 예수를 네게 데리고 갔을 거다. 네가 예수를 온전히 독차지 했을 거고, 병들 염려도 없었을 거다.”
“그렇게 추운 줄은 몰랐어요.”
“그러나 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나는 네가 순종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슬프다.”
“안 돼요. 어머니, 어머니가 그러는 걸 보면 저는 더 마음이 아파요.…예수님 때문이 아니었으면, 어머니가 잊어버리고 먹을 것도 주지 않고 저를 침대에 놔두었더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예쁜 어머니, 어머니! … 어머니, 입맞춤해 주세요. 어머닌 제가 가엾은 아이라는 걸아시지요! …” 성모님은 그를 안으시고 입맞춤하신다. 이렇게 해서 작은 얼굴에 눈물을 멎게 하시고 미소가 돌이게 하시며 아울러 이렇게 약속하게 하신다. “다시는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말을 안 듣는 일이 없을 거예요!” 예수께서는 그동안 두 제자와 말씀하신다. 그들의 지혜가 얼마나 향상하였는지 물으시고 성모님의 말씀으로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고 말하자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도 안다. 하느님의 초자연적으로 빛나는 지혜도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면 아무리 무딘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이해할 수 있는 빛이 된다. 그러나 너희는 마음이 무디지 않았으니, 그 때문에 어머니의 가르침의 혜택을 완전히 입는다.”
“이제는 네가 여기 있으니, 여선생은 다시 학생이 된다.”
“아이고? 아닙니다! 어머니께서 계속 선생님으로 계셔요. 저는 이 사람들처럼 듣겠습니다. 저는 요사이는 ‘아들’일 뿐,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머니께서 그리스도인들의 어머니와 선생님이 되실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지금부터 벌써 그렇게 되셨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맏아들이고 첫 번째 학생이고, 이 사람들, 그리고 시몬이 오면 그 사람도 이 사람들과 더불어, 또 다른 사람들 … 어머니, 아시겠어요? 세계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그리스도의 세계’가 되리라는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할 순수한 작은 이스라엘의 세계 속에 내일의 세계가 있습니다. 세계가, 이스라엘의 묵은 세계는 열성당원안에 있을 것이고, 인간성의 세계는 요한 안에, 이방인들의 세계는 신디카안에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가 세계와 세월에 지혜의 젖과 생명을 주시는 기르는 어머니이신 어머니께로 옵니다. 얼마나 많은 입이 어머니의 젖을 먹기를 바랐습니까? 또 장차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기를 갈망하겠습니까! 어머니의 풍부한 가슴에서 사람들의 영양이 오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성조(聖祖)들과 예언자들이 어머니를 갈망했습니다. 그리고 ‘제 사람들’이 모두 마륵지암처럼 용서받고 가르침을 받고, 보호받고, 사랑받기 위해서 어머니를 찾을 것입니다. 또 그렇게 하는 사람들은 지극히 행복할 것입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어머니, 만일 은총이 어머니의 도움으로 강해지지 않으면 그리스도 안에 꾸준히 남아 있을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 아들의 찬사에 성모님의 얼굴이 어떻게나 달아오르는지 짙은 빛깔옷 안에 한 송이 장미꽃 같다. 매우 초라한 짙은 밤색의 거칠은 모직 옷 안에 피어난 찬란한 장미꽃이다 ….
문을 두드리더니 알패오의 마리아와 야고보와 유다가 우르르 들어온다. 야고보와 유다는 물병들과 나뭇단들을 들고 있다. 만나는 기쁨은 피차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열성당원이 곧 오리라는 것을 알게 되자 기쁨은 더해진다. 알패오의 아들의 시몬에 대한 애정은 그들의 이 기쁨을 알아차린 어머니의 지적에 대한 유다의 이 대답에서도 잘 나타난다. “어머니, 바로 이 집에서, 또 저희에게는 매우 침울한 어느 날 저녁에 시몬은 저희에게 아버지와 같은 애정을 주었고, 또 계속 저희에게 대해서 그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것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희에게는 그 사람이 ‘아버지’입니다. 저희는 그에게 대해서 ‘아들들’이구요. 어떤 아들이 인자한 아버지를 다시 보는 것을 기뻐하지 않겠어요?”
알패오외 마리아는 곰곰히 생각하며 한숨을 쉰다.…그리고 슬픔 가운데에서도 실제적인 그는 묻는다. “그럼 그 사람은 어디서 자나? 여긴 자리가 없으니, 내 집으로 보내요.”
“아주머니, 아닙니다. 그 사람은 제 집에서 살 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빨리 될 겁니다. 신디카는 제 어머니와 같이 자고, 저는 마륵지암을 데리고, 시몬은 작업실에서 잘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즉시 마련하는 것이 나을 겁니다. 자 시작하자.”
그러니까 남자들는 신디카와 함께 마당으로 나오고, 그동안 두 분 마리아는 일을 하려고 부엌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