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라자로, 나하고 같이 와 주겠소?” 라자로가 반쯤 누워서 두루마리를 읽고 있는 큰방 문지방에 나타나시면서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선생님, 곧 가겠습니다. 어디로 갑니까?” 하고 라자로는 즉시 일어나면서 말한다.
“들판으로. 나는 당신과 단둘이만 있을 필요가 있소.”
라자로는 예수께서 불안해하시는 것을 쳐다보고 말한다. “슬픈 소식을 제게 은밀히 말씀하실 것이 있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아니, 그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오, 나는 당신에게서 조언을 들을 필요가 있소. 그런데 우리가 말 할것은 공기조차도 들어서는 안 되오. 당신을 피로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마차를 준비하라고 시키시오. 우리가 들판 한가운데로 나가면 말하겠소.”
“그러면 제가 마차를 몰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하인까지도 저희가 말하는 것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좋소, 그럽시다.”
“선생님, 지금 곧 준비하겠습니다. 조금만 있으면 준비가 다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라자로가 나간다.
호화로운 방 한가운데 에서 생각에 잠겨 계시다가 예수께서도 나오신다. 생각에 잠겨 계시면서도 예수께서는 기계적으로 두세 개의 물건을 옮겨 놓으시고, 방바닥에 떨어져 있는 두루마리를 집어서, 예수께 그렇게도 깊이 박혀 있는 질서에 대한 타고난 본능으로 겹친 선반에 다시 올려놓으시면서 팔을 드신 채 선반의 여러층에 줄지어 놓은 미술품들을 들여다보고 계시다. 그것들은 적어도 이상하고 팔레스티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것들은 고대 그리이스의 신전의 세부를 나타내는 그림으로 장식된 매우 오래 된 것 같은 돋을무늬 세공을 한 손잡이 둘 달린 항아리와 잔, 그리고 유골단지들이다. 그 물건 너머로 예수께서 무엇을 보시는지는 모르겠다. 예수께서는 나오셔서 사도들이 있는 안마당으로 가신다.
“선생님, 우리가 어디로 갑니까?” 하고 예수께서 겉옷을 입으시는 것을 보고 사도들이 묻는다.
“아무데도 안 간다. 나는 라자로와 같이 나간다. 너희들은 모두 함께 여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라. 이내 돌아오마.”
열 두 사람은 서로들 바라다본다.…그들은 별로 만족한 표정이 아니다. …베드로가 말한다. “선생님 혼자서 가십니까? 조심하십시오….”
“아무 염려 말아라. 나를 기다리는 동안 한가하게 있지 말아라. 헤르마스테아가 율법을 점점 더 잘 알게 더 가르쳐라. 그리고 좋은 동무가 되어 주어라. 다투지도 말고 무례한 언행도 하지 말아라. 친절하고 서로 사랑하여라.” 예수께서 정원 쪽으로 가시니 모두 따라온다. 이내 휘장을 친 가벼운 마차가 온다. 그 위에는 벌써 라자로가 있다.
“마차로 가십니까?”
“그렇다, 라자로가 다리가 피로하지 말라고. 마륵지암, 잘 있거라. 얌전하게 있어라. 너희 모두에게 평화.”
예수께서 마차에 오르시니, 마차는 길의 자갈 부딪치는 소리를 내면서 정원에서 나가 큰길로 들어선다.
“선생님 ‘고운 내’로 가십니까?” 하고 토마가 뒤에서 외친다.
“아니다. 너희들에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친절하게 굴어라.”
말은 속보(速步)로 빨리 떠난다. 베다니아에서 예리고로 가는 길은 점점 황량해지는 들판을 지나간다. 그리고 평야로 내려가는데 따라서 자연이 죽어가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예수께서는 곰곰히 생각하신다. 라자로는 말을 모는데 전념하며 말을 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완전히 들판에 들어갔을 때 예수께서 라자로에게 마차를 멈추라는 표시를 하신다. 그것은 기름진 평야로, 장차 뿌려질 낟알의 씨앗을 먹여 살릴 준비가 다 되어 있고, 포도밭들은 마치 아기를 방금 낳고 그의 기분 좋은 피로를 회복하려고 쉬고 있는 여인과 같이 완전히 잠들어 있다. 라자로는 순종하여 마차를 멈추고, 멀리 떨어져 있는 집들쪽으로 가는 덜 중요한 작은 길로 말을 몰고 간다.…그리고 설명한다. “여기는 큰길보다도 더 아늑합니다. 저 나무들이 많은 사람의 눈에서 우리를 가려 줍니다.” 과연 낮고 잎이 우거진 나무 수풀이 행인들의 호기심을 막는 병풍 역할을 한다. 그리고 라자로는 예수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
“라자로, 엔도르의 요한과 신디카를 멀리 보내야 하겠소. 조심성과 또 사랑이 그것을 권한다는 것은 당신도 알 거요.그들을 대상으로 다가오는 박해를 안다는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위험한 시련일 것이고, 무익한 고통이 될거요.…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적어도 그중의 한 사람은 매우 괴로운 뜻밖의 일을 당하게 될지도 모르오.”
“제 집에서는…”
“아니오. 당신 집에서도 그렇소. 아마 육체적으로는 그들이 상처를 입지 않을 거요.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모욕을 당할 거요. 세상은 잔인하오. 희생자들을 부수어 버리오. 나는 저 아름다운 두 정력이 저렇게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소. 따라서 어느날 늙은 이스마엘을 사라와 결합시킨 것처럼 가엾은 내 요한을 신디카와 결합시킬 참이오. 나는 그가 화평하게 죽기를 바라오, 그리고 혼자가 아니기를, 그리고 ‘이런 죄수’이기 때문에 다른 데로 보내졌다는 착각을 가지고 죽지 않고, 선생님을 전하라고 보낼 수 있는 개종한 제자이기 때문에 보내졌다는 생각을 가지고 죽기를 바라오.…그리고 신디카가 그를 도와줄 거요.…신디카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여자이고 장래의 교회 안에서 장래의 교회를 위하여 큰 힘이 될 거요.그들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내게 조언을 줄 수 있겠소? 유다나 갈릴래아도 안 되고,데카폴리스도 안되오, 내가 가고 나와 함께 사도들과 제자들이 가는 곳은 안 되오.이교도 세상도 안 되고, 그렇다면 어디요? 그들이 유익한 존재가 되고 또 안전하게 있을 곳이 어디요?”
“선생님… 제가… 아니 제가 선생님께 조언을 드리다니오!”
“아니, 아니, 말하시오. 당신은 나를 많이 사랑하고 있소, 그리고 배신하지 않소.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오, 당신은 다른 사람들처럼 생각이 좁지 않소.”
“저는… 그렇습니다. 저는 그들을 제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보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키프로스나 시리아에. 고르십시오. 키프로스에는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리아에는! … 저는 거기에 아직 작은 집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 집은 양보다도 더 충실한 관리인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필립보! 그 사람은 저를 위해서는 제가 하라는 대로 다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허락하시면, 이스라엘이 박해하지만 선생님께는 소중한 그 사람들이 집에 안전하게 있으면서 자기들이 제 손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아이고! 그 집은 궁궐은 아닙니다! 필립보가 안티고니오의 정원들을 보살피는 손자와 단둘이서만 살고 있는 집입니다. 안티고니오의 정원들은 제 어머니가 사랑하던 정원들입니다. 저희들은 어머니를 생각해서 그 정원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유다의 정원들에서 초목들을 갖다 심었습니다. 아주 드문 종류의 나무들이었습니다.…그것들을 가지고 가난한 사람들을 얼마나 도와주었는지요.…거기가 어머니의 비밀의 봉토(封土)였습니다.…우리 어머니… 선생님, 저는 어머니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착하신 어머니, 기뻐하세요. 구세주께서 어머니의 땅에 와 계십니다’ 하고. 어머니는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자로의 괴로워하는 얼굴에는 눈물 자국-두 줄기가 있다. 예수께서는 그를 바라다보시며 빙그레 웃으신다. 라자로는 마음이 진정된다. “그렇지만 선생님에 대해서 말씀하십시다. 그곳이 좋다고 생각됩니까?”
“그렇소. 그리고 다시 한 번 나로서 또 그들 대신으로 감사하오. 당신은 내게서 큰 짐을 덜어주는 거요….”
“그 사람들이 언제 떠나게 됩니까? 이 말씀을 여쭙는 것은 필립보에게 보낼 편지를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곳에 있는 제 친구중의 두 사람인데 조용한 것이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 할 것입니다.”
“그렇소. 그것으로 충분할 거요. 그러나 제발 부탁이오, 공기까지도 이 모든 것을 알아서는 안 되오. 알겠지요! 나는 정탐을 받고 있소….”
“알겠습니다. 제 동생들에게도 이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그들을 그리로 인도하시겠습니까? 사도들을 데리고 계신데요….”
“이제 나는 유다, 토마, 필립보, 바르톨로메오를 안 데리고 아에라까지 올라갈 참이오. 그동안에 신디카와 요한을 철저하게 가르치겠소.…그들이 진리를 많이 비축해 가지고 떠나게. 그리고는 메론으로 내려오고, 거기서 가파르나움으로 가겠소. 그리고 거기서…그리고 거기서는 그 네 사람을 다른 임무를 주어서 다시 보내겠소. 그리고 나서 두 사람을 안티오키아로 떠나보내겠소. 나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소….”
“선생님의 제자들을 걱정하셔야 한다는 말씀이지요. 선생님 말씀이 옳습니다.… 선생님께서 고민하시는 것을 보니 저는 괴롭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훌륭한 우정이 내게 매우 위안이 되요.…라자로, 고맙소.…나는 모레 떠날 터인데 당신 여동생들을 데리고 가겠소. 나는 여자제자를 많이 데리고 가서 신디카가 그들 가운데 섞이게 할 필요가 있소. 쿠자의 요안나도 가오. 요안나는 메론에서 티베리아로 갈 거요, 거기서 겨울을 지낼 터이니까. 그의 남편이 아내를 더 가까이에 두기 위해 그렇게 하라는 거요. 헤로데가 티베리아로 돌아와서 얼마 동안 머무를 것이니까.”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제 동생들은 제가 선생님의 사람인 것처럼 저와 제 집들과 제 하인들과 제 재산이 선생님의 것인 것과 같이 선생님의 사람들입니다. 선생님, 모든 것이 선생님의 것입니다. 선을 위해 모두 사용하십시오. 필립보에게 보낼 편지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선생님께서 그 편지를 직접 가지시는 편이 낫습니다.”
“라자로, 고맙소.”
“이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제가 건강하면 제가 갈 것입니다.…선생님, 제 병을 고쳐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가겠습니다.”
“아니오, 친구. 나는 지금 그대로의 당신이 필요하오.”
“제가 아무것도 못해두요?”
“그래도. 오! 나의 라자로!” 예수께서는 그를 껴안으시고 입맞춤하신다. 두 사람은 다시 마차를 타고 돌아온다. 이제는 라자로가 도무지 말이 없고 생각에 잠겨 있다. 그래서 예수께서 그 이유를 물으신다.
“저는 신디카를 잃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 여자의 지식과 착함에 끌렸었습니다….”
“그 여자를 얻는 것은 예수요….”
“맞습니다. 맞아요. 선생님을 언제 다시 뵙게 될까요?”
“봄에.”
“봄 이전에는 안 오시구요? 작년에는 등불명절을 지내러 제 집에 오셨었는데요….”
“올해에는 사도들을 만족시키겠소. 그러나 내년에는 당신과 많이 있겠소. 약속하오.”
베다니아가 10월의 햇살을 받으며 나타난다. 막 도착하려는 참인데, 라자로가 말을 멈추고 말한다. “선생님, 가리옷 사람을 멀리 하시는 것은 잘 하시는 일입니다. 저는 그 사람이 무섭습니다. 그 사람은 선생님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제 마음에 든 적이 도무지 없습니다. 그 사람은 관능주의자이고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떤 죄라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선생님을 밀고한 것은 그 사람입니다….”
“거기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소?”
“아닙니다.”
“그러면 판단하지 마시오. 판단에 있어서는 당신이 능숙하지 못하오. 당신은 당신의 마리아가 돌이킬 수 없이 파멸했다고 판단하고 있었던 것을 기억하시오.…그것이 내 덕택이었다고 말하지 마시오. 나를 먼저 찾은 것은 마리아였소.”
“그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떻든 유다는 경계하십시오.” 조금 후에 두 사람은 사도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정원으로 들어온다.
네 사도가, 특히 유다가 없기 때문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집단은 더 친밀하고 더 쾌활하게 되었다. 그들은 예수와 마리아를 가장으로 하는 정말 하나의 가족이다. 이 가족은 10월의 어느 맑은 날 아침 나절에 베다니아를 등뒤에 두고, 요르단강 건너편으로 가기 위하여 예리고 쪽으로 가고 있다. 여자들은 성모님을 둘러싸고 가는데, 여자 제자들의 무리에는 안나리아만이 빠졌다. 즉 세 사람의 마리아, 요안나, 수산나, 엘리사, 마르첼라, 사라, 그리고 신디카이다. 예수 둘레에는 베드로, 안드레아, 알패오의 야고보와 유다, 마태오, 제베대오의 요한과 야고보, 열성당원 시몬, 엔도르의 요한, 헤르마스테아와 티몬이 모여 있고, 마륵지암은 새끼 염소 모양 깡총깡총 뛰면서 서로 몇 미터쯤 떨어져서 가고 있는 두 집단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무거운 배낭들을 지고 그들은 들판의 장엄한 평온 속에 따뜻한 해가 내리쬐는 길을 즐겁게 걸어간다.
엔도르의 요한은 어깨를 내리누르는 무거운 짐을 지고 고통스럽게 걸어간다. 베드로가 그것을 알아차리고 말한다. “그 짐을 자네가 다시 가지고 오기로 했으니, 이리 주게. 그것에 대해서 향수를 느꼈나?”
“선생님께서 이렇게 하라고 명령하셨어요.”
“그래? 오! 하지만! 뭣 때문에?”
“모르겠어요. 어제 저녁 ‘네 책들을 챙겨라, 그리고 그걸 가지고 나를 따라 오너라’ 하고 말씀하셨어요.”
“아! 좋아, 좋아! …하지만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으면, 틀림없이 좋은 일이야. 아마 저 여자 때문일 거야. 그 여자 참 많이도 알고 있어, 그렇지? 그런 거 자네도 아나?”
“대강 저 여자 만큼은요. 저 여자는 대단히 유식합니다.”
“그렇지만 자네는 그 짐을 지고 계속 우리를 따라올 수는 없네, 그렇지 않은가?”
“아!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아직은 지고 갈 수 있습니다….”
“아닐세, 이 사람아 나는 자네가 병들지 않기를 바라네. 자넨 몸이 좋지 않아, 알고 있나?”
“알고 있어요, 저는 죽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농담하지 말게. 우리가 적어도 가파르나움까지는 가게 내버려두게. 그…없이 우리끼리만 있으니까 지금은 참 좋구먼. 이 몹쓸 혓바닥! 나는 선생님께 드린 약속을 또 어겼어! …선생님, 선생님!”
“무슨 일이냐,시몬아?”
“저는 유다에 대해서 나쁘게 말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선생님께 약속을 드렸었는데요.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마, 다시는 그러지 말도록 애써라.”
“아직 사백 여든 아홉 번은 선생님의 용서를 청할 것이 남아 있습니다.”
“아니 형,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고 안드레아가 놀라서 묻는다.
그러니까 베드로는 그 어진 얼굴에 반짝 하는 장난끼를 띠고, 엔도르의 요한의 배낭의 무게로 목이 뒤틀린 채 말한다. “그래 너는 선생님이 일곱번씩 일흔 번을 용서하라고 말씀하신 거 생각 안 나니? 따라서 나는 아직 사백 여든 아홉 번 용서받을 게 남았단 말이야. 계산을 잘 해둘 거야….”
모두가 웃고, 예수께서도 빙그레 웃으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신다. “네가 착한 일을 할 때마다 계산해 두는 것이 나을 것이다. 오 너는 커다란 어린아이다.”
베드로는 예수께로 가까이 가서 오른팔로 예수의 허리를 껴안으며 말한다.
“사랑하는 우리 선생님! …없이 선생님과 같이 있는 것이 정말 기쁩니다. 자! 선생님도 기쁘시지요.…그리고 제 말이 무슨 뜻인지도 아시지요. 우리들끼리만 있지요. 선생님의 어머님이 계시지요. 아이가 있지요. 우리가 가파르나움으로 가고 있지요. 계절은 아름답지요.…행복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이유입니다. 아이고! 선생님을 모시고 가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입니다! 오늘 저녁은 어디서 머무릅니까?”
“예리고에서,”
“지난해에는 거기서 우리가 베일 쓴 여자를 보았지요. 그렇지만 그 여자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걸 알고 싶은데요.…그리고 포도밭 이야기한 사람도 만났지요….” 베드로가 어떻게나 요란스럽게 웃는지 웃음이 전염한다. 가리옷의 유다와 만난 장면을 다시 생각하고 모두가 웃는다.
“시몬아, 정말 너는 고치기가 어렵구나” 하고 예수께서 나무라신다.
“선생님,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기 … 그의 포도밭에서… 그가 우리를 만났을 때 보였던 표정을 생각하고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베드로가 어떻게나 마음 놓고 웃었던지 다른 사람들도 어쩔 수없이 웃으면서 길을 계속하는 동안, 그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여자들이 베드로를 따라잡았다. 성모님이 그에게 조용히 물으신다. “시몬, 자네 무슨 일인가?”
“아! 사랑을 또 한 번 어기는 것이 될 테니까 그걸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보세요, 지혜로우신 어머님이 좀 말씀해 주십시오. 만일 제가 무슨 암시를 하거나, 그보다 더 나쁘게 중상을 하거나 하면 물론 죄를 짓는 거지요. 그러나 모두에게 알려진 일, 모두가 아는 사실을 가지고 웃으면, 가령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이 들통이 났을 때 그가 당황하고 변명하던 것을 상기시키는 것같이 웃게 하는 사실 때문에 웃고, 우리가 그때 웃었던 것처럼 다시 웃기 시작하는 것도 잘못입니까?”
“그것은 사랑으로 볼 때에 결점일세. 그것은 비방과 중상, 또 암시 같은 것같이 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사랑에 대한 위반이네. 그것은 옷감에서 실 한 오라기를 빼내는 것과 같은 걸세. 그것은 천이 진짜 찢어진 것도 아니고 해진 것도 아니지. 그러나 역시 천의 온전함과 아름다움을 손상하는 것이고, 찢어지는 것과 구멍나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베드로는 이마를 문지르면서 약간 자존심이 상해서 말한다. “예, 그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그걸 생각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게. 뺨을 때리는 것보다 더 사랑을 해치는 깔깔거리는 웃음이 있는 걸세. 어떤 사람이 죄를 지었나?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거나 다른 잘못을 저지르다가 우리에게 들켰나? 그러면? 왜 그것을 상기시키나?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생각하게 하나? 항상 ‘내가 죄지은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이 그 잘못을 상기시키거나 생각하게 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형제의 잘못을 덮어 두세. 시몬, 마음속으로 얼굴을 붉히게 하지만 몹시 고통을 주는 일들이 있네. 머리를 흔들지 말게.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아네…그러나 죄지은 사람들도 그것을 괴로워한다는 것을 알게. 언제나 ‘내가 이런 일을 당하면 좋아하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그러면 자네가 다시는 결코 사랑을 거스르는 죄를 짓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마음속에 늘 크나큰 평화를 누리게 될 걸세.
저기 마륵지암을 보게, 얼마나 기쁘게 뛰놀고 노래하나. 그것은 그애가 마음속에 아무 생각도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야. 저 애는 여정(旅程)이나 비용이나 할 말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네. 저 애는 다른 사람들이 이 모든 것을 제 대신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네, 자네도 그렇게 하게.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게, 사람들에 대한 판단까지도. 하느님께서 인도하시는 어린아이같이 될 수 있는 동안 뭣 때문에 결정하고 판단하는 무거운 짐을 지려고하나? 자네가 재판관과 심판관이 되어야 할 때가 올 걸세. 그때에는 자네가 이렇게 말할 걸세. ‘아이고! 그때에는 얼마나 더 쉽고, 또 덜 위험했던가!’ 하고. 때가 되기 전에 그렇게도 많은 책임을 지려고 한 자네 자신을 바보로 취급할 걸세. 판단하는 것!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며칠 전에 신디카가 말한 것을 들었나? ‘오관으로 찾는 것은 언제나 불완전하다’고 한 말을. 신디카는 말을 쌕 잘 했네. 우리가 우리 오관의 반응에 따라서, 그러니까 매우불완전하게 판단하는 일이 아주 많네. 판단하지 말게.”
“예, 어머님. 어머님께는 정말 약속드립니다. 그렇지만 신디카가 아는 아름다운 것 모두를 저는 모릅니다.”
“그래서 그걸 한탄하시는 겁니까? 나는 당신이 아는 것만을 얻기 위해서 내가 아는 것 모두를 집어치우고 싶어 한다는 걸 모르세요?”
“정말이오? 왜 ?”
“지식을 가지고는 세상에서 자신을 인도해 나갈 수 있지만, 지혜를 가지고는 하늘을 얻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식을 가지고 있고, 당신은 지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지식으로 예수님께 올 줄을 알았지요! 그러니까 그것은 좋은 것입니다.”
“유일한 지혜를 갖추기 위해서 떼어버리고 싶은 많은 오류와 섞인 지식이예요. 장식된 쓸 데 없는 옷들을 멀리 벗어 던지고 싶어요. 내 옷은 썩을 수 있는 것 말고 불멸의 것에 불멸의 옷을 입혀 주는 지혜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검소한 옷이기를 바랍니다. 지식의 빛은 흔들리고 깜박입니다. 그러나 지혜의 빛은 그것을 낳아 주시는 하느님이신 분과 같이 한결 같고 변함없이 꾸준히 빛납니다.”
예수께서도 들으시려고 걸음을 늦추셨다. 예수께서는 몸을 돌리시고 그리이스 여자에게 말씀하신다. “당신은 아는 것을 모두 떼어버리기를 갈망할 것이 아니라, 당신이 아는 것 중에서 부정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얻은 영원한 지능의 지극히 작은 부분을 선택해야 해요.”
“그 사람들은 그러니까 신들에게서 빼앗아 온 불의 신화를 자신들 안에서 실현한 것입니까?”
“그렇소. 그러나 여기서는 그들이 그 불을 훔쳐 오지 않고, 하느님께서 타락한 인류 안에 있는 이성을 가진 존재인 사람이 어떤 것이라는 본보기처럼 그들을 당신의 불로 어루만지실 때 그 불을 거둘 줄을 안 것이오.”
“선생님, 제가 어떤 것을 그대로 간직하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할지 선생님께서 일러 주셔야 할 겁니다. 저는 훌륭한 감식가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고리고 또 빈 곳을 채우기 위해서 선생님의 빛을 넣어 주셔야 할 것입니다.”
“내가 그렇게 할 생각이오. 나는 당신이 아는 생각이 어느 정도까지 지혜로운지 일러주고, 그 점에서부터 그것을 연장해서 참된 사상의 끝에까지 가게 하겠소. 당신이 알 수 있도록. 이것은 장차 이방인들과 많은 접촉을 가지기로 된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일 거요.”
“주님, 저희들은 그걸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한탄한다.
“지금 당장은 너희들이 별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지금 가르치는 것과 그 필요성을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신디카 당신은 어떤 점이 당신 생각에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지 말하시오. 쉬는 시간에 그것들을 밝혀주겠소.”
“예, 주님. 그것이 주님의 소원 속에 혼합되는 제 영혼의 소원입니다. 제 일생의 꿈은 진리를 차지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