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내”에 순례자가 없다. “고운 내”에 하룻밤을 머물러 있는 사람들인, 적어도 마당이나 헛간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야영지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것은 이상하게 생각된다. 오늘은 군중이 남기고 가는 쓰레기 하나 없이 그저 모든 것이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을 뿐이다.
제자들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어떤 사람들은 버들가지를 짜서 새 통발을 만들고, 어떤 사람들은 지붕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마당에 괴어 있지 않도록 흙을 돋구어 물길을 만드는 자질구레한 일을 하고 있다. 예수께서는 풀밭 가운데 서서 빵부스러기를 참새들에게 던져 주신다. 날씨는 아주 맑은데도 눈 닿는 곳까지 사람 그림자 하나도 없다.
안드레아가 예수께로 온다. 어떤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것이다. “선생님께 평화” 하고 안드레아가 말한다.
“안드레아, 너에게도 평화. 이리 와서 나하고 좀 같이 있어라. 너는 새들 곁에 있을 수 있다. 너도 새들 같으니까. 하지만 알겠느냐? 가까이 오는 사람이 그놈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 그놈은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저놈들이 얼마나 탁 믿고, 안심하고, 기뻐하는지 보아라. 조금 전에는 저놈들이 거의 내 발아래까지 와 있었다. 네가 와 있어서 지금은 경계를 한다. …그러나 보아라, 저것봐… 더 담대한 저 참새는 가까이 온다. 저놈은 위험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놈 뒤에는 다른 놈들도 온다.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보느냐? 아버지의 아들들인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니냐? 아버지께서는 당신 사랑을 우리에게 배불리 먹이신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을 받는다는 것과 사랑하라고 부름을 받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될 때에는 무엇 때문에 아버지와 우리에 대하여 두려운 마음을 가지겠느냐? 아버지의 우정이 있으면, 우리는 사람들 앞에서도 대담해져야 한다. 참말이다. 행실이 나쁜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무서워한다. 너 같은 의로운 사람은 그렇지 않다.”
안드레아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말을 못한다. 예수께서는 그를 끌어당기시고 웃으면서 말씀하신다. “너와 시몬을 한데 합쳐서 녹여 가지고 다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너희들은 완전할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 네가 처음에는 아주 딴판이지만, 네 임무가 끝날 무렵에는 네가 베드로와 똑같이 되리라고 내가 말하면, 믿겠느냐?”
“선생님이 말씀하시니 틀림없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모두가 옳으니까, 어떻게 그렇게 되겠느냐고 여쭈어보지도 않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형 시몬처럼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형은 의인이고, 선생님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니까요. 시몬 형은 선량합니다! 저는 형이 선량하고 용감하고 강한 것이 정말 기쁩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도! …”
“그럼 너는 그렇지 않단 말이냐?”
“아이고! 저야! … 선생님만이 제게 대해서 만족하실 수 있습니다 ….”
“그리고 또 네가 소리없이,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깊이 있게 일한다는 것도 알아차릴 수 있다. 열 두 제자 중에는 일하는 것보다는 요란한 소리를 더 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고, 일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도 한 사람 있다. 겸손하고 부지런하게 알려지지 않게 일하는 사람이 말이다. …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볼 줄 아는 사람은 그것을 안다. 이러한 차이는 너희들의 뒤를 이을 사람들 사이에서까지도 항상 그렇게 되어서, 천사가 우뢰 같은 목소리로 ‘시간이 다 되었다’하고 말할 때까지 이를 것이다. 언제나 자기들의 일, 자기들의 풍채에 시선을 끌 줄도 아는 그리스도의 사제들, 즉 선생들이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소리와 겉으로 보이는 몸짓에 지나지 않는 사제들, 즉 배우 같은 자세를 취하는 거짓 목자들이 있을 것이다. … 사제들이고? 아니다. 흉내를 내는 사람들이다. 그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니다. 몸짓으로 사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사제복으로도 사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영혼이 사제를 만드는 것이다. 육체를 죽일 정도로 강한 영혼 말이다. 내 사제는 … 내가 희망하는 사제는 전적으로 영이다.
거룩한 사제들은 이러할 것이다. 영적인 사람은 배우와 같은 말투를 쓰거나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그는 영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자세를 취하지 않고, 따라서 여자들의 겉옷을 입지도 않고 가면을 쓰지도 않는다. 그는 그의 본연의 존재 그대로, 영과 불꽃과 빛과 사랑이다. 그는 영들에게 말한다. 그는 깨끗한 눈길과 행위와 말과 업적으로 말한다.
사람은 바라본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어떤 사람을 본다. 그러나 육체 저쪽에, 육체를 초월한 무엇이 보이는가? 그의 급한 발걸음을 억제하고, 그로 하여금 곰곰히 생각하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게 하는 어떤 것이 보인다. ‘나와 비슷한 저 사람에서 인간적인 것은 외면밖에 없다. 저 사람은 천사와 같은 영혼을 가졌다.’ 만일 그 사람이 이교도이면 이런 결론을 내린다. ‘저 사람 때문에 나는 하느님이 계시고 하늘나라가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또 그 사람이 호색한이면 이렇게 말한다. ‘저 사람은 나와 같은 사람인데 천사와 같은 눈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관능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그것을 억제한다.’ 또 그 사람이 인색한 사람이면 이렇게 결심한다. ‘재물에 애착을 가지지 않은 저 사람의 본을 떠서 나도 탐욕을 버린다.’ 또 그 사람이 성을 잘 내고 잔인한 사람이면, 이렇게 온순함을 보고는 더 평화스러운 사람이 된다.
거룩한 사제는 매우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정말이지, 사제들 가운데에는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죽을 줄을 아는 성인들이 항상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일평생 완전을 아주 조용히 실천하고 나서 똑같이 조용히 죽을 줄을 알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눈치채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온통 음탕과 우상숭배 투성이가 되지 않는 것은 그들의 덕택일 것이다. 침묵과 성실한 활동의 영웅들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네 미소와 같은 깨끗하고 수줍은 미소를 지을 것이다. 그것은 언제나 안드레아 같은 사람들이 있겠기 때문이다. 하느님 덕택으로, 그리고 세상의 행복을 위하여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저는 그런 말씀을 들을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 그런 말씀을 들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아무 것도 없는걸요 ….”
“너는 한 사람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끌어오는 일에 나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네가 빛으로 인도해 온 두 번째 사람이다.”
“아이고! 그 사람이 왜 말을 했을까요? 제게 약속을 했었는데요 ….”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안다. 동료들이 피로해서 쉬고 있을 때, ‘고운 내’에는 자지 않고 깨어 있는 사람이 세 사람 있다. 죄인들에 대하여 말없이 활동하는 사랑을 가진 사도와, 영혼이 구원을 향해 가라고 격려하는 사람과, 기도하며 깨어서 기다리고 바라는 구세주이다. … 내 희망은 한 영혼이 구원을 얻는 것이다. … 안드레아야, 고맙다. 계속 그렇게 하여라. 그리고 그로 인하여 축복을 받아라.”
“아이고! 선생님! …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말씀도 하지 마십시오. … 저 혼자서 그 여자에게만, 즉 아무도 없는 호숫가에서 한 여자 문둥병 환자에게 말하고, 또 여기서는 얼굴을 보지 못하는 한 사람에게 말을 해서, 아직 조금은 요령을 압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알면, 특히 시몬이 알아서 같이 가겠다고 하면 … 저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게 될 것입니다. … 그리고 선생님도 오지 마십시오. … 선생님 앞에서는 제가 부끄러워서 말을 못하니까요.”
“나는 가지 않는다. 예수는 가지 않는다. 그러나 하느님의 성령께서 항상 너와 같이 계셨다. 집으로 가자. 식사 때문에 우리를 기다리고들 있다.”
그리고 예수와 온순한 제자 사이의 장면은 모두 끝났다.
그들은 아직 식사를 하는 중이다. 그리고 날이 대단히 빨리 어둡고 또 북풍이 불어서 문을 닫아 두어야 하므로 등불들이 벌써 켜져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고 요한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서들 오게!”
“자네들 빨리 끝냈구먼!”
“그건 대관절 뭐야?”
“짐도 많이 지고 왔네!”
모두가 한꺼번에 말하며 세 사람을 도와서 그들이 어깨에 메고 있는 대단히 무거운 자루들을 내려놓는다.
“천천히!”
“선생님께 인사드리게 좀 가만 있어!”
“아니, 잠깐만!”
모두 함께 모인 기쁨 때문에 한바탕 명랑하고 스스럼없게 떠들어댄다.
“벗들아, 잘들 다녀왔느냐? 하느님께서 너희들에게 평온한 날들을 주셨구나.”
“그렇습니다. 선생님. 그렇지만 마음놓이는 소식은 아닙니다. 저는 그걸 예측했었습니다.” 하고 가리옷 사람이 말한다.
“무슨 일인데? …” 호기심이 발동한다.
“우선 이 사람들이 식사나 하기를 기다려라.”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아니올시다, 선생님. 우선 선생님과 다른 사람들에게 온 것을 선생님께 드리겠습니다. 우선 … 요한 편지를 드리게.”
“편지는 시몬이 가지고 있어. 짐을 지는 중에 편지를 구길까봐 염려했었어.”
피로한 발을 씻으라고 물을 주려고 하는 토마와 그때까지 싱갱이를 하고 있던 열성당원이 달려오며 말한다. “여기 내 허리띠 주머니에 있어.” 하고 말하며 붉은 가죽으로 만든 그의 넓은 허리띠 안쪽에 있는 그 주머니를 열고 이제는 납짝하게 된 두루마리를 꺼낸다.
“선생님 어머님의 편지입니다. 저희가 베다니아 근처에 갔을 때 이 편지와 다른 물건을 많이 가지고 라자로의 집으로 가는 요나타를 만났습니다. 요나타는 쿠자가 그의 저택을 정리하기 때문에 예루살렘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 아마 헤로데가 티베리아로 가는 모양입니다. … 그런데 쿠자는 아내를 헤로디아 곁에 두어두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하고 가리옷 사람이 예수께서 두루마리를 맨 끈을 풀어 두루마리를 펼치시는 동안 설명을 한다.
예수께서 매우 행복한 미소를 띠고 어머니의 편지를 읽으시는 동안 사도들은 떠든다.
이윽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내 말을 들어라. 갈릴래아 사람들에게도 무슨 말이 있다. 내 어머니의 편지는 이렇다.
‘내 다정스러운 아들이며 주님께 평화와 축복이 있기를. 주인의 심부름꾼 요나타가 요안나가 보내는 예쁜 선물들을 내게 가져왔다. 요안나는 그의 구세주에게 자기와 남편과 온 집안을 위한 축복을 청한다. 요나타는 쿠자의 명령으로 시온에 있는 저택을 다시 열러 간다고 한다. 나는 내 말과 축복을 네게 보낼 수가 있기 때문에 이 일에 대해서 하느님을 찬미한다. 알패오의 마리아와 살로메도 아들들에게 입맞춤과 축복을 보낸다. 그리고 요나타가 지나치게 친절했기 때문에 베드로의 아내가 멀리 있는 남편에게 보내는 안부도 있고, 필립보와 나타나엘의 가족들의 안부도 있다. 친애하는 남정네들, 자네들의 모든 아내들이 바느질과 베틀일과 정원일을 해서 겨울 여러달 동안 입을 옷과 단꿀을 보내면서, 습기찬 저녁 시간에 아주 따끈한 물에 타서 먹으라고 부탁하네. 몸을 잘 돌보게. 이 말은 어머니들과 아내들이 자네들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해서 말하는 것일세. 나는 이 말을 내 아들에게도 한다. 정말이지 우리가 공연히 희생한 것은 아닐세. 그리스도의 제자들의 제자들인 우리가 주님의 종들에게 보내는 보잘 것 없는 선물들을 이용하게. 그리고 자네들이 건강하다는 것을 아는 기쁨을 주기만을 바라네.
이제는 지극히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네가 나를 떠난 지가 거의 1년이 되어 가는 것 같구나. 그런데 지금 네가 내 뱃속에 있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구나. 그 때에는 네 작은 심장이 내 태중에서 뛰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네가 벌써 여기 있다는 것을 느꼈었다. 그러나 나는 네가 아직 여기 있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그것은 네가 어떤 장벽으로 나와 갈라져 있어서, 지극히 사랑하는 네 몸을 쓰다듬어 줄 수가 없었고, 사랑하는 내 아들이며 흠숭하올 하느님인 네 영에 경배하는 일밖에 다른 일은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네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고, 비록 떨어져 있더라도 내게서 절대로 분리되지 않은 네 심장이 내 심장과 같이 뛰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주님의 메시아이고 주님의 보잘 것 없는 여종의 메시아인 너를 쓰다듬을 수 없고, 네 말을 듣고, 네 시중을 들고 너를 떠받들 수가 없구나.
요안나는 나더러 빛의 명절에 혼자 있지 말고 그의 집으로 오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 남아서 마리아와 같이 불을 켜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였다. 나를 위하여, 또 너를 위하여. 그러나 내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여왕이어서 수천 수만개의 등불을 켤 수 있다 하더라도, 네가 여기 없기 때문에 밤의 어두움 속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 컴컴한 동굴 속에서 나의 빛, 세상의 빛인 너를 내 품에 안고 있을 때에는 완전한 빛 속에 있었는데 말이다. ‘내 아들이 오늘 한 살을 더 먹는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너를 곁에 두지 못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로구나. 그래서 마타레아에서 맞은 네 첫번 생일보다도 더 쓸쓸할 것이다. 그러나 너는 네 사명을 다하고 있고, 나는 내 임무를 다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둘은 아버지의 뜻을 행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이로써 눈물이 모두 닦아진다.
사랑하는 아들아, 사람들의 말을 들어서 네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 구속을 받지 않는 바다의 물결이 먼 바다의 목소리를 갇혀 있는 외딴 만의 안쪽에까지 가져다 주듯이, 주님의 영광을 위한 네 거룩한 일에 대한 소식이 조용한 우리 집의 네 어미에게까지 전해져서 나는 그 소식으로 몹시 기뻐하고 동시에 떨리기도 한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네게 대한 말을 하지만 모두가 같은 감정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네 친절의 덕을 본 사람들은 와서 ‘어머니의 태중의 아들은 찬미받으시기 바랍니다.’하고 말한다. 그런데 ‘그에게 저주있기를!’ 하고 말해서 내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네 원수들도 온다.
그러나 이 사람들을 위하여는 내가 기도를 한다.
이 사람들은 이교도들보다도 한층 더 불행하기 때문이다. 이교도들은 내게 와서 ‘점성가이시고 신 같으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하고 묻는데, 그들이 잘못 생각하는 가운데에서도 커다란 진리를 말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옛날 말에 있어서 이 단어가 가졌던 뜻과 같이 너는 사제이고 위대한 사람이기 때문이며, 오 내 예수야, 너는 하느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이교도들에게 ‘내 아들은 베다니아에 있어요.’하고 말하면서 그리로 보낸다. 네가 다른 명령을 주기까지는 그렇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죽어야 할 것을 위한 구원을 얻기 위하여 오는 사람들이 영원한 것인 영을 위한 구원을 얻도록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제발 부탁이니, 내 고통 때문에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내 고통은 네가 영혼과 육체의 병을 고쳐 준 사람들의 말이 가져다 주는 기쁨으로 보상된다. 그러나 마리아는 나보다도 더 큰 고통을 당했고 지금도 당하고 있다. 사람들이 내게만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알패오의 요셉은 사업 관계로 최근에 예루살렘에 갔을 때 너 때문에 붙잡혀서 협박을 당했다는 것을 네가 알기를 바란다. 그들은 최고의회의 사람들이었단다. 내 생각에는 이곳의 실력자가 요셉의 특징을 그들에게 알렸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요셉이 가장이고 네 형이라는 것을 누가 알 수 있었겠느냐? 내가 네게 이 말을 하는 것은 나는 여자로서 복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게 관해서 말하자면, 네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네 용기를 돋우어 주기 위해서. 그러나 이렇게 말한 다음에는 아버지의 지혜인 네가 내 눈물은 고려하지 말고 결정하여라. 이 사건이 있은 다음, 네 형 시몬은 네게 가기로 거의 결정하였었다. 나와 같이. 그러나 날씨가 혹독하기도 하고, 더구나 너를 만나지 못할까봐 염려스러워서 그만두었다. 네가 지금 있는 곳에 머무를 수가 없다고 사람들이 위협조로 말했기 때문이다.
아들아! 내 아들아! 지극히 사랑하는 거룩한 내 아들아! 나는 네가 지금 하느님의 원수들과 세상 사람들이 사랑하지 않는 내 예수 네 원수들과 싸우는데 너를 위하여 기도하려고, 산 위에 있는 모세와 같이 팔을 내밀고 있다.
여기는 이사악의 리아가 세상을 떠났다. 그 사람이 항상 내게 친한 벗이 되어 주었기 때문에 슬펐다. 그러나 내 가장 큰 슬픔은 멀리 떨어져 있는데 사람들이 사랑하지 않는 너 때문이다. 내 아들아, 네게 축복하며 평화와 축복을 네게 준다. 너도 어미에게 네 평화와 축복을 주기 바란다. 어미.'”
“저 뻔뻔스러운 자들이 이 집에까지 오는구먼!” 하고 베드로가 외친다.
그리고 유다 타대오도 부르짖는다. “요셉은 … 이 소식을 혼자 알고 있어도 되는건데 말이야. 그렇지만 … 이 소식을 전하는 것이 몹시 급했었단 말이야!”
“하이에나의 부르짖음이 산 사람들에게는 겁을 주지 않는거야.” 하고 필립보가 격언조로 말한다.
“그자들은 하이에나가 아니라 호랑이라는 데 불행이 있는거야. 그놈들은 살아 있는 먹이을 찾거든.” 하고 가리옷 사람이 말한다. 그러면서 열성당원을 보며 말한다. “우리가 들은 이야기를 하게.”
“그렇습니다. 선생님. 유다가 염려한 것이 옳았습니다. 저희는 아리마태아의 요셉의 집과 라자로의 집에 갔습니다. 그곳에는 선생님의 공공연한 친구로 갔습니다. 그런 다음 저와 유다는 마치 제가 유다의 소꼽친구 중의 한 사람인 것처럼 시온에 있는 유다의 친구 몇 사람을 찾아갔습니다. … 그런데 … 요셉과 라자로는 선생님께 이 명절 동안에 즉시 떠나시라고 말합니다. 선생님, 여기 머무르지 마십시오. 선생님의 이익을 위해서입니다. 유다의 친구들이 나중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이를 잡아서 고발하기로 벌써 결정을 했으니까 조심하라구. 그것도 바로 서민층의 사람들이 없는 이 명절 기간에 그럴거란 말이야. 그러니까 저 음험한 사람을 속이게 얼마 동안 피신하셔야 할거야. 도라가 죽는 바람에 그들의 독과 공포가 자극되었단 말이야.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증오 외에 공포심도 있단 말이야. 그리고 공포는 그들에게 있지도 않은 것을 보게 만들고, 증오는 거짓말까지도 하게 만든단 말이야.’ 하고 말입니다.
“그자들은 우리에 관해서 속속들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가증스럽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든 것을 왜곡합니다. 또 모든 것을 과장하고, 저주하는데 그것이 넉넉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면 꾸며냅니다. 저는 거기서 혐오감을 느끼고 낙심이 됩니다. 저는 망명할 마음이 다 듭니다. … 어딘지 모르지만 …먼 곳으로 갈 생각 말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죄뿐인 이 이스라엘 밖으로 가고 싶습니다 ….” 유다는 풀이 죽었다.
“유다야, 유다야! 이 세상에 사람 하나를 주기 위하여 여자는 아홉달 동안 수고한다. 그런데 너는 세상에 하느님에 대한 지식을 주는 일을 더 빨리 하고자 하느냐? 여기에는 아홉 달이 아니라, 수천 달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각 삭망월(朔望月)에서는 달이 나고 죽어서 마치 새로 나서 만월이 되었다가는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이와 같아서 언제나 종교의 성장기와 쇠퇴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종교가 죽은 것같이 보이는 때에도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달이 다 되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때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 종교를 위하여 힘쓴 사람은, 비록 이 세상에 충실한 신자가 정말 별로 남아 있지 않다 하더라도 완전한 공로가 있을 것이다. 자! 자! 승리를 하더라도 쉽게 열광하지 말 것이고, 실패하더라도 쉽게 의기소침하지 말 것이다.”
“그렇지만 … 여기서 떠나세요. 저희들은 아직 충분히 강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최고법원 앞에서는 겁을 집어 먹으리라는 것을 느낍니다. 적어도 저는 …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습니다. … 그러나 저는 시험을 해보는 것은 무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나부코도노소르의 궁정의 세 소년의 마음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선생님, 그 편이 낫겠습니다.”
“그것이 신중한 일입니다.”
“유다의 말이 옳습니다.”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선생님의 어머니와 친척들도 ….”
“또 라자로와 요셉도 ….”
“그 자들이 와서 헛탕을 치게 합시다.”
예수께서는 팔을 벌리시며 말씀하신다. “너희들이 바라는 대로 하자. 그러나 나중에 여기로다시 온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너희들 보았지. 너희들의 마음을 강제하지도 않고 시험하지도 않겠다. 사실 나는 너희들이 마음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 그러나 여자들이 일한 것을 보자.”
그러는 동안 모두 기쁨으로 눈을 반짝이고 기쁜 환성을 지르면서 배낭에서 어머니들과 아내들이 보낸 옷과 샌들과 식량 꾸러미들을 꺼내며, 하느님의 이렇게 큰 은총을 감탄하시도록 예수의 관심을 끌려고 애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근심스러운 얼굴로 넋을 놓고 계시다. 어머니의 편지를 읽고 또 읽으신다. 예수께서는 옷과 사과와 금속으로 만든 그릇들과 치즈 따위가 놓여 있는 탁자의 가장 먼 구석에 등불을 앞에 하고 쪼그리고 앉아 계시다. 한 손을 챙처럼 눈 위에 갖다 대시고 묵상하시는 것 같다. 그러나 괴로워하신다.
“아니, 선생님, 이것 보십시오. 가엾은 제 아내가 얼마나 예쁜 옷을 만들었습니까? 또 두건달린 이 겉옷은 어떻구요! 제 아내가 얼마나 피로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제 아내는 선생님의 어머니처럼 솜씨가 좋지 못하거든요.” 하고 베드로가 그의 보물을 한아름 안고 몹시 기뻐한다.
“아름답구나, 그래, 아름다워. 선량한 아내이다.’ 하고 예수께서 친절하게 말씀하신다. 그러나 시선은 당신께 보여드리는 물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저희들에게는 어머니가 겹옷 두 벌을 지어 주었습니다. 가엾은 어머니! 예수님, 이 옷들이 마음에 듭니까? 빛깔이 예쁘지요?” 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매우 아름답구나, 야고보야. 네게 잘 어울린다.”
“보세요. 이 허리띠는 틀림없이 선생님의 어머님께서 만드신 것입니다. 어머님이 수를 참 잘 놓으시거든요. 그리고 해를 가리기 위한 겹으로 된 이 베일도 분명 선생님의 어머님이 만드셨어요. 이건 선생님의 것과 똑같아요. 옷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건 분명히 우리 어머니가 짠 것입니다. 가엾은 어머니! 지난 여름에 하도 눈물을 흘리고나서 눈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주 실을 끊어뜨립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그러면서 알패오의 유다는 적갈색의 무거운 옷에 입을 맞춘다.
“선생님은 명랑하지 않으시군요.” 하고 마침내 바르톨로메오가 지적한다. “선생님께 보내 온 물건을 보지도 않으시는군요.”
“명랑하실 수가 없지.” 하고 열성당원 시몬이 대꾸한다.
“나는 지금 곰곰히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 그러나 … 꾸러미들을 다시 싸라. 그래서 모두 제 자리에 놓아라. 지금은 붙잡힐 때가 아니고, 붙잡히지도 않을 것이다. 밤이 깊어지면 달밤에 드고아로 갔다가 베다니아로 가자.”
“드고아에는 왜 갑니까?”
“죽어가는 여자가 한 사람 있는데 내가 병을 고쳐 주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인 집에 들르지 않습니까?”
“안드레아야, 안들른다. 아무한테도 들르지 않는다. 그래야 아무도 우리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말하면서 거짓말할 필요가 없다. 너희들은 괴롭힘을 당하지 않기를 열망하지만, 나는 라자로에게 난처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하는 것을 중시한다.”
“그렇지만 라자로는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래서 그의 집으로 가는 것이다. 아니, 그보다도 … 시몬아, 우리를 네 늙은 하인의 집에 머물게 하겠느냐?”
“선생님, 기꺼이 그러겠습니다. 선생님이 이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그러니까 라자로의 이름과 제 이름과 그 집에 있는 사람의 이름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 집은 선생님의 것입니다.”
“자, 빨리 해서 안식일 전에 베다니아에 가 있도록 하자.”
그리고 예기치 않은 출발을 위하여 필요한 일을 하려고 등불을 가지고 뿔뿔이 흩어져 가는 동안 예수께서는 혼자 남아 계시다.
안드레아가 돌아와 예수 곁으로 가서 말한다. “그럼 저 여자는요? 그 여자가 거의 오게 된 지금 버린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 저 여자는 신중합니다. … 선생님도 보셨지요 ….”
“그 여자에게 가서 우리가 얼마 후에 돌아온다고 말하고, 그동안 네 말을 기억하고 있으라고 일러라 ….”
“주님의 말씀이지요. 저는 그 여자에게 다만 선생님의 말씀만 들려 주었습니다.”
“가서 빨리 해라. 그리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정말이지, 이 세상에서는 죄없는 사람들이 가장 타락한 사람들같이 보여야 하니 ….”

-나로서는 이 위대한 진리가 나타난 다음 모든 것이 여기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