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병자들을 고치시는데 마나엔 외에는 보는 사람이 없다. 그들은 가파르나움의 집에, 이른 이칭 시간인 지금에는 그늘이 진 정원에 있다. 마나엔은 이제 값진 허리띠도 띄지 않았고, 아마에 금으로 만든 얇은 테도 두르지 않았다. 옷은 모직으로 된 끈으로 졸라맸고, 두건은 천으로 만든 좁은 띠로 잡아맸다. 예수께서는 집에 계실 때는 늘 그러시는 것과 같이 맨머리로 계시다.
병자들을 고치시고 위로하시는 일을 마치신 다음 예수께서는 마나엔과 같이 위층 방으로 올라가셔서 두 분이 다 야산 쪽으로 난 창문 곁에 앉는다. 호수로 향한 쪽은 햇볕이 잔뜩 드는데, 비록 삼복은 얼마 전에 지났지만 아직 매우 뜨겁기 때문이다.
“얼마 안 있어 포도수확이 시작되겠군요” 하고 마나 엔이 말한다.
“그래요, 그리고 장막절이 올 것이고…그러면 이내 겨울이 성큼 다가오구요. 당신은 언제 떠날 작정이오?”
“흠! …저는 아주 떠나지 않고 싶습니다. …하지만 세례자를 생각합니다. 헤로데는 약한 사람입니다. 그에게 좋은 감화를 줄 수 있었을 때에도 그가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적어도…피 흘리기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좋은 조언을 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여인! … 그 여자! … 그러나 저는 선생님의 사도들이 돌아올 때까지 남아있고 싶습니다. 저를 너무 과대평가해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만…그러나 저는 아직 좀 쓸모가 있습니다. …제가 선의 길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그들이 깨달은 뒤로는 제 영향력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요. 그러나 그것은 제게 별 상관이 없습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기다리시는 제자들과 같이 선생님을 완전히 따르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진짜 용기를 가지고 싶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렇게 되는 날이 언젠가 올까요? 서민이 아닌 저희들은 선생님을 따르는 것을 더 많이 망설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것은 당신들이 당신들을 붙잡는 보잘 것 없는 문어발 길은 재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엄밀히 말해서 부자는 아니지만 칸 자이거나 학자가 될 가망이 있는 사람들도 오지 않는다는 것도 저는 압니다.”
“그 사람들도 문어발 같은 보잘 것 없는 재산에 붙들리는 겁니다, 돈만 있어야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지요. 지식이라는 재산도 있는 것입니다. 전도서에 물질적으로 뿐 아니라 깊이 있게 다루어지고 부연 된 ‘헛되고 또 헛되다. 세상만사가 헛되다’라는 말을 솔로몬처럼 인정하기에 이르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아요. 당신은 이 생각을 머리에 새겨두고 있소? 인간의 지식은 헛된 것입니다. 인간적인 지식만 쌓는 것은 ‘정신의 피로이고 고뇌이며, 지식을 발전시키는 사람은 근심도 발전시키기’ 때문이오. 사실이 이렇다는 것을 나는 분명히 말하겠소. 만일 인간적인 지식이 초자연적인 지혜와 하느님께 대한 거룩한 사랑으로 지탱되고 튼튼해지면, 이렇지 않으리라는 것도 분명히 말하겠소. 쾌락은 헛된 것이오. 그것은 지속하지 않고 타오른 다음에는 빨리 사라지고 뒤에는 재와 공허를 남기기 때문이오. 여러 가지 술책으로 꼬는 재산도 사람에게는 헛된 것이지요. 사람은 죽어서 그 재산을 다른 사람들에게 남겨주게 마련이고 또 그의 재산으로 죽음을 물리칠 수 없기 때문이오. 여자로만 보고 또 여자이기 때문에 원하는 여자도 헛된 것이지요. 그래서 헛된 것이 아닌 유일한 물건은 하느님께 대한 거룩한 두려움과 그분의 계명에 복종하는 것, 즉 육체적인 것만이 아니고 제 2의 본성인 신령한 본성도 가진 사람의 지혜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오. 이런 결론을 내리고 또 원할 줄을 아는 사람은 문어발 같은 일체의 보잘 것 없는 소유에서 초탈해서 자유로이 태양을 맞이하러 갈 줄을 압니다.”
“이 말씀들을 기억하기를 원합니다. 요사이 선생께서 얼마나 제게 주셨습니까! 이제는 제가 더러운 궁중으로 갈 수가 있습니다. 궁중은 어리석은 사람들에게나 빛나게 보일 뿐이고, 강대하고 자유로운 것으로 보이지마는 비천이고 감옥이고 어두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가장 좋은 것을 기다리면서 그 고 세서 더 낫게 산수 있게 할 보물을 가지고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적으로 선생님의 것이 되는 것인 이 가장 좋은 것에 제가 이를 수 있을까요?”        
“이르게 될 거요.”
“언제요? 내년입니까? 또는 더 나중입니까? 또는 제가 늙어서 현명하게 될 때입니까?”
“몇 시간 동안 일이 전개되는 동안 정신이 성숙하게 되고 의지가 완전하게 되면서 거기에 이를 것입니다.”
마나엔은 생각에 잠기고 질문을 하는 듯한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다른 말을 묻지는 않는다.
침묵이 흐른다. 그러다가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베다니아의 라자로를 가까이 한 적이 있소?”
“없습니다. 선생님.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몇 번 만난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우정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아시지요. …헤로데가 저하고 있는데 헤로데가 그 사람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 ”
“라자로가 이제는 당신은 그런 일을 초월해서 하느님 안에 볼 것입니다. 당신은 동료 제자로서 그를 가까이 하도록 힘써야 할 거요.”
“선생께서 원하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흥분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정원에서 들려온다. 그들은 걱정스럽게 묻는다.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이 여기 계십니까?”
듣기 좋은 여주인의 목소리가 대답한다. “윗층 방에 계십니다. 댁들은 누구십니까? 병자들입니까?”
“아닙니다. 요한의 제자들입니다. 그런데 나사렛의 예수님을 뵙고 싶습니다.”
예수께서 창문에 나타나시며 말씀하신다. “평화가 당신들 세게 있기를.…오! 당신들이군요? 오시오! 와요!”
그들은 세 사람의 목자, 요한과 마리아와 시메온이다. “아이고! 선생님!” 하고 그들은 머리를 들고 몹시 슬퍼하는 얼굴을 보이면서 말한다. 예수를 뵙는데도 그들의 얼굴이 명랑해지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방을 나오셔서 옥상으로 그들을 맞이하러 가신다. 마나엔이 예수를 따라 온다. 그들은 계단이 햇볕 드는 옥상으로 통하는 바로 그 곳에서 만난다.
세 사람은 무릎을 꿇으면서 바닥에 입맞춤한다. 그리고 요한이 모두를 대신해서 말한다.
“주님, 저희들은 주님이 차지하실 유산이니, 저희들을 받아들이실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눈물 시 이 제자와 동료들의 얼굴에 흘러내린다.
예수와 마나 엔이 똑같이 외친다. “요한이!?”
“그들이 요한을 죽였습니다.”
이 말은 세상의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게 하는 격렬한 소리처럼 떨어진다. 그러나 이 말은 아주 조용히 한 말이었다. 그러나 이 말은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 더없이 놀라게 한다. 땅은 이 말을 받아들이고 공포에 몸을 떠느라고 모든 소음을 중단시키는 것 같다. 그만큼 한순간 동물들과 나뭇잎들과 공중에 깊은 침묵이 흐르고 모두가 꼼짝하지 않는다. 비둘기들의 구구 하는 소리가 중단되었고, 티티새의 피리소리 잠은 노래도 중단되었고, 참새들의 짹짹거리는 합창소리도 멎었으며, 갑자기 그 발성기관이 깨진 것 같이 날카롭게 울어대던 매미도 갑작스레 잠잠해진다. 그동안 비단 스치는 소리와 말뚝 긁히는 소리와 같은 소리를 내면서 포도나무 가지와 잎을 어루만지던 바람도 잔다.
예수의 얼굴은 상아 빛깔 갈이 창백해지고 눈이 커지면서 눈물이 글썽거린다. 예수께서는 팔을 벌리면서 말씀하시는데, 그 목소리는 자신있는 목소리가 되게 하려고 노력하심으로 인하여 그윽하게 들린다. “정의의 순교자요 내 예고자에게 평화.” 그리고는 팔을 †루 포개시고 정신을 가다듬으신다. 틀림없이 하느님의 성령과 세례자의 영과 일치하셔서 기도를 하시는 것이다.
마나엔은 몸짓 하나도 감히 하지 못한다. 예수와는 반대로 얼굴이 시뻘개졌고, 분노의 충동이었었다. 그런 다음 몸이 뻣뻣해졌고, 그의 마음의 동요 전체가 그의 옷끈을 잡아당기는 오른손의 기계적인 움직임과 얼떨결에 단도를 찾는 왼손의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그러다가 마나엔은 “온유하신 분 곁에서 온유하신 분의 제자가”되기 위하여 무기를 지니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정신의 약함을 한발 하면서 머리를 gms든다.
예수께서는 다시 입을 여시고 눈을 뜨신다. 얼굴과 눈길과 목소리가 다시 당신이 늘 가지는 숭고한 위엄을 찾았다. 예수께는 이제 평화로 완화되는 엄숙한 슬픔이 삼아 있을 뿐이다. “오시오. 내게 이야기해 주시오. 오늘부터는 당신들이 내 제자요.”
그리고 그들을 방으로 인도하시고, 문을 닫으시고 빛을 완화하고 그들의 고통과 세례 자의 아름다운 죽음을 둘러싸고 저신 집중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하여 커어튼을 반쯤 친 대로 놓아두신다. 이런 것들은 그 완전한 생애와 부패한 세상 사이를 분리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말하시오” 하고 예수께서 명령하신다.
마나엔은 화석이 된 것 같다. 이들 가까이에 있지만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는다.
“생일잔칫날 저녁이었습니다. …사건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두 시간 전만 하더라도 헤로데가 요한과 이야기를 나누고 친절하게 돌려보냈었습니다. …그리고 살인, 순교 범죄, 영광스럽게 됨…이 있기 아주 직전에도 헤로데는 잡혀 있는 요한에게 하인을 시켜 설탕을 입힌 과일들과 진귀한 술을 보냈었습니다. 요한은 그 물건들을 저희에게 나누어 주었었습니다. 요한은 그의 엄격한 생활을 절대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저희들밖에 없었던 것은 마나 엔의 덕택으로 저희는 궁 젤에 들어가서 부엌과 마구간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저희가 항상 우리 요한을 볼 수 있게 하는 우대였습니다. …요한과 저는 부엌에 있었고, 시메온은 손님들의 말을 잘 보살피도록 마구간 하인들을 감독했습니다. …궁궐에는 갈릴래아의 유력자들과 군대의 우두머리들과 귀족들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헤로디아는 그날 아침 헤로데와 갑자기 심하게 다투고 나서 그의 방에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마나엔이 말을 중단시킨다. “그 잔인한 여자가 언제 왔나?”
“이틀 전에 왔습니다. 사람들은 그 여자가 올 것으로는 생각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왕에게 그와 멀리 떨어져서 살 수가 없고, 또 왕의 생일에 곁에 있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답니다. 언제 나와 같이 음험하고 마술사 같은 그 여자는 헤로데를 장난감 다루듯 합니다. …그러나 그날 아침 벌써 술과 음란으로 취해 있으면서도 헤로데는 아내가 청하는 것을 소리소리 지르면서 주기를 거절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요한의 목숨이라는 것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
그 여자는 거만하게 자기 방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헤로데가 값진 식기에 달아 보낸 훌륭한 요리를 돌려보냈었습니다. 과일이 잔뜩 담긴 쟁반만을 그대로 두고, 그 대신 약물을 탄 포도주 한 항아리를 헤로데를 위해 보냈었습니다. …약물을 탄…아! 그렇게 취했으니 그의 하락한 성질은 그를 범죄로 이끌어 가기에 충분했습니다!
식탁 시중을 들던 하인들을 통해서 저희가 안 일인데, 궁중의 무언(無言) 광대극 배우들의 춤이 있은 다음, 아니 그 춤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중에 살로메가 춤을 추면서 갑자기 연회장으로 들어왔고, 무언 광대극 배우들은 왕녀 앞에서 물러나 벽에 찰싹 달라붙었습니다. 춤은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하고 음탕했다고 합니다. 손님들에 어울리는…헤로데는…오! 어쩌면 근친상간의 새로운 욕망이 그의 안에서 술렁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헤로데는 그 춤이 끝난 다음 흥분해서 살로메에게 말했습니다. ‘너 춤을 훌륭하게
추었다. 나 분명히 말하지만 네가 상을 받을 만한데, 나는 맹세코 그 상을 주겠다. 네가 청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주겠다고 맹세한다. 모든 손님 앞에서 그걸 맹세한다. 그리고 왕의 말은 맹세가 없이도 성실하다. 그러니 네가 가지고 싶은 것을 청해라.’
그러니까 살로메는 당황하고 순진하고 정숙한 체 하면서 그렇게 많은 외설을 보이고 나서 얌전하게 입을 뽀로통 내밀고 베일로 몸을 감싸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왕이시여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대왕님의 특별한 호의로 제 마음이 어지러우니까 물러갔다가 다시 오겠습니다.’ …그러면서 제 어머니를 보러 나갔습니다.
셀마에게서 들은 말인데 살로메는 웃으면서 들어와서 ‘어머니, 어머니가 이겼어요, 쟁반을 주세요’ 하고 말했답니다. 헤로디아는 승리의 함성을 지르면서 자기가 전에 보관했던 쟁반을 말에게 주라고 노예에게 명령했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답니다. ‘가서 내가 미워하는 머리를 가지고 돌아오너라. 그러면 진주와 금으로 된 옷을 입혀 주마’ 하고, 셀마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시키는 대로 했답니다.
살로메는 춤을 추면서 연회장으로 들어와서, 춤을 추면서 왕의 발 앞에 가서 엎드리면서 말했습니다. ‘대왕님이 제 어머니와 저를 사랑한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제 어머니에게 보내신 이 쟁반에 요한의 머리를 담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런 다음, 대단히 대왕님의 마음에 드는 춤을 또 추겠습니다. 제가 이겼으니까 승리의 춤을 추겠습니다! 제가 임금님을 이겼습니다. 대왕님! 제가 생명을 이겼습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이렇게 말했답니다. 이것이 친구인 술 따르는 사람이 저희에게 말해 준 것입니다.
그러니까 헤로데는 자기가 한 말을 잘 지키느냐 또는 정의로운 일을 하느냐 하는 두 가지 결정을 놓고 어쩔 줄을 몰라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원래 부정한 사람이라 정의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왕의 자리 뒤에 있던 사형집행인에게 눈짓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이 살로메가 내밀고 있던 쟁반을 그의 손에서 받아 가지고 연회장에서 아래층 방으로 내려갔습니다. 요한과 저는 그가 마당을 건너질러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 그리고 얼마 안돼서 ‘살인자!’ 하고 외치는 시메온의 고함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형집행
인이 쟁반에 머리를 담아 가지고 다시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선생님의 예고자 요한이 죽은 것이었습니다….”
“시메온, 요한이 어떻게 죽었는지 말해 줄 수 있겠소?” 예수께서 감시 후에 물으신다.
“예, 요한은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전에 요한은 제게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두 사자가 돌아올 터인데, 그러면 믿지 않는 사람들이 믿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들이 돌아오기 전에 내가 죽으면, 죽음이 가까운 사람처럼 네게 다시 한 번 <나자렛의 예수는 진짜 메시아이시다>하는 말을 해서 그들에게 되풀이하게 했다는 것을 기억하여라.’ 요한은 항상 선생님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형집행인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요한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일어나서 만했습니다. ‘너는 내 목숨만은 빼앗아 갈 수가 있다. 그러나 악을 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그리고 제게 무슨 만을 하려는 참이었는데, 요한이 서 있는 동안 사형집행인이 무거운 칼을 휘둘렀고 머리가 몸에서 떨어지면서 피가 콸콸 쏟아져 나와 요한의 염소 가죽옷을 붉게 물들였고 마른 얼굴은 백지장같이 희어졌습니다. 눈은 살아 있는 듯이 떠진 채로 비난을 하고 있었습니다. 머리는 제 발 앞에 떨어졌습니다. …저는 너무나 큰 고통으로 인해서 까무러쳐서 요한의 몸과 동시에 쓰러졌습니다. …그후…그후… 혜로디아가 난도질을 한 다음 머리는 개들에게 던져졌습니다. 그러나 저 희는 재빨리 머리를 거두어 값진 베일로 몸통에 붙어 놓았습니다. 밤에 저희는 시체를 다시 맞추어서 마케론테 밖으로 옮겼습니다. 해가 뜨자마자 그 곳에서 아주 가까운 아카시아 숲에서 다른 제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시체에 향유를 발랐습니다. …그러나 시체를 다시 빼앗겨서 또 난도질을 당했습니다. 그 여자는 요한을 때려 부술 수가 없는데, 그를 용서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의 노예들은 자칼들보다도 더 사납게 그 머리를 저희에게서 빼앗아 갔습니다. 마나엔, 당신이 그 곳에 계셨더라면! …”
“내가 거기 있었더라면… 그러나 그 머리가 헤로디아에게 저주가 되거든… 몸이 불완전하더라도 예고 자의 영광에는 손상이 없네. 그렇지요, 선생님?”
“그렇소. 개들이 그 머리를 파괴했더라도 그의 영광은 변함이 없을 거요.”
“또 요한의 말도 변함이 없습니다. 비록 상처를 입고 갈기갈기 찢어졌어도 그의 눈은 아직 ‘너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요한을 잃었습니다!” 하고 마리아가 말한다.
“그래서 이제는 저희가 선생님의 제자입니다. 요한은 선생님이 이미 알고 계신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으니까요.”
“그렇소. 여러 달 전부터 당신들은 내 제자였소. 어떻게 왔소?”
“여러 군데에서 숙박하면서 걸어서 왔습니다. 뙤약볕 아래서 뜨거운 모래밭으로 해서 온 멀고도 고생스러운 길이었는데, 고통으로 인해서 더 뜨거워진 길이었습니다. 저희는 한 스무날쯤 걸었습니다….”
“이제는 쉬도록 하시오.”
마나엔이 묻는다. “여보게. 내가 없는 것을 헤로데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왜요? 그가 처음에는 불안정 하고, 다음에는 화를 몹시 냈습니다. 그렇지만 화가 사그라지자 ‘심판자가 한 명 줄었군’ 하고 말했습니다. 술심부름하는 친구가 저희에게 말해 준 것입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심판자가 한 사람 줄었다고! 그는 하느님을 심판자로 가지고 있는데, 이것으로 그에게는 충분하오. 우리가 자는 곳으로 갑시다. 당신들은 피로하고 먼지를 뒤집어썼는데, 당신 동료들의 옷과 샌들이 있으니, 그것을 입고 신으시오. 한 사람의 것은 모든 사람의 것이오. 마티아 당신은 키가 크니까 내 옷을 하나 입으면 되오. 저녁나절에는 안식일 전날이기 때문에 내 사도들이 돌아올 거요. 다음 주에는 이 사악이 그의 제자들과 같이 올 것이고, 그런 다음 장막절 후세는 베냐민과 다니엘이 올 것이오. 그리고 엘리야와 요셉과 레위도 올 거요. 다른 사람들이 열 두 사도와 합쳐질 때가 되었소. 이제는 가서 쉬시오.”
마나엔이 그들과 같이 갔다가 돌아온다. 예수께서는 마나 엔과 함께 계시다. 눈에 띄게 슬퍼하시고 생각에 감기신 채, 팔꿈치를 무름에 얹으시고 손으로 기울인 머리를 괴시고 앉아 계시다. 마나엔도 탁자 옆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는 침울하다. 그의 얼굴에는 격동의 빛이 나타난다.
한참 후에 예수께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다보시며 말씀ㅎ나1다. “그런데 당신은?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오?”
“아직 모르겠습니다. …마케론테에 날아 있으려던 계획은 끝났습니다. 그러나 알기 위하여… 그래서 선생님을 보호하기 위하여 아직 궁중에 머물러 있고 싶습니다.”
“지체하지 않고 나를 따르는 것이 더 좋을 텐데요. 그러나 강요하지는 않겠소 묵은 마나엔을 속속들이 파괴하고 나면 오시오.”
“저는 그 여자에게서 그 머리를 빼앗아 오기를 원하기도 합니다. 그 여자는 그 머리를 차지할 자격이 없습니다….”
예수께서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시며 솔직하게 말씀하신다. “그리고 당신은 아직 인간적인 재산에 미련이 있소. 그래도 당신은 내게 소중하오. 나는 기다리더라도 당신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소. 나는 기다릴 줄을 알아요….”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위로하기 위해 후한 인심을 드리고 싶습니다.…선생님께서 괴로워하고 계시니까요. 저는 그것을 압니다.”
“그렇소. 나는 괴로워하고 있소. 많이! 많이!”
“요한 때문에만 그러십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요한이 평화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아시지요.”
“그가 평화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소. 그리고 그가 아주 가까이 있는 것을 느끼오.”
“그러면요?”
“그런데 …마나엔, 새벽 다음에는 무엇이 옵니까?”
“그야 낮이 오지요. 그걸 왜 물으십니까?”
“요한의 죽음 뒤에는 내가 구속자가 될 날갈이 오기 때문이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인간적인 것이 이 생각에 몸을 떨고 있소. …마나엔, 나는 야산에 올라가겠소. 당신은 날아서 오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이미 온 사람들을 도와주시오. 내가 돌아올 때까지 날아 있으시오. 그런 다음에는… 마음대로 하시오. 안녕.”
그리고 예수께서는 방을 나가신다. 계단을 가만히 내려가셔서 정원을 건너지르시고, 뒷쪽에 버려진 정원들과 올리브나무, 사과나무, 포도나무, 무화과나무들이 있는 과수원들 가운데로 나 있는 오솔길로 들어서시어, 작은 야산으로 올라가는 비탈길을 다시 올라가셔서 내 눈에서 보이지 않게 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