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시는 보이지 않는다. 해가 지려고 한다. 여행자들은 가이사리아를 향하여 걸어간다. 그러나 나는 도라에서 정지하는 것은 보지 못하였다. 어쩌면 특기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잠시 동안의 정지였는지 모른다. 바다는 고요한 가운데 어떻게나 하늘의 붉은 빛을 반사하는지 불이 붙어 빨갛게 된 것 같다. 어떻게나 강렬한지 거의 실제 같지 않은 빨간 빛깔이다. 하늘의 둥근 지붕에 피를 쏟은 것 같다.
바다 바람으로 이 더위가 견딜 만하게 되기는 하였어도 아직 덥다 일행은 마른땅의 뜨거운 기운을 피하려고 항상 바다를 끼고 걸어간다. 많은 사람은 아예 샌들을 벗고 옷을 걷어 올리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베드로가 말한다. “여자들만 없으면 난 발거벗고 물속으로 들어가 목까지 잠기겠다.”
그러나 베드로는 그 생각도 버려야 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앞서가던 막달라 마리아가 뒤로 돌아와 이렇게 말하였기 때문이다. “선생님, 저는 이 근처를 잘 압니다. 저기 파란 바다 가운데 노란 줄이 하나 있는 데가 보이지요? 거기에는 여름에도 항상 물이 많은 개울이 흘러 들어갑니다. 그래서 거기를 건너갈 수 있어야 합니다 ….”
“우리는 개울을 많이 건넜는걸! 그게 나일강은 아닐 테지. 저 개울로 우선 건너 갈 거야”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타일강은 아니지만요, 그 물속과 물가에는 해를 끼칠 수 있는 물짐승들이 있어요. 상처를 피하려면 조심성 없이 건너서도 안 되고 신발을 벗고 건너도 안 돼요.”
“아이구! 그놈들이 어떤 놈들이기에 그래? 거대한 바다 괴물인가?”
“시몬, 바로 말했어요. 정확히 말해서 악어들이예요. 작기는 하지만 얼마동안 걸음을 걷지 못하게 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그놈들은 거기서 뭘 하는 거야?”
“페니키아인들이 이 지방을 지배하던 시절부터 종교예식을 위하여 데려온 것으로 생각해요. 그러다가 저기 남아 있는데, 점점 더 작아졌지만, 그렇다고 덜 공격적인 것이 되진 않았어요. 신전에서 개울의 개흙 속으로 와서 사는 거지요. 이제는 큰 도마뱀처럼 됐어요. 그렇지만 이빨은 여전해요! 로마인들은 사냥도 하고 여러 가지 오락을 하느라고 여길 오지요… 저도 그들과 같이 왔었어요. 심심풀이를 하는 데는 무엇이든지 다 소용되거든요. 그리고 가죽은 매우 아름다워서 여러가지로 쓰입니다. 그러니까 이곳에 대한 제 경험 때문에 제가 안내를 하게 허락하세요.”
“좋아, 그놈들을 봤으면 좋겠는걸…”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하도 잡아서 거의 멸종이 되다시피 했지만 어쩌면 몇 마리쯤 볼지도 몰라요.”
일행은 해안을 버리고 뭍쪽으로 향하여 마침내 야산들과 바다 중간에 있는 큰 길을 만난다. 그들은 이내 활처럼 매우 구부러진 다리가 놓여 있는 작은 강에 이른다. 그 하상(河床)은 어지간히 넓으나 하상 하가운데로 얼마 안되는 물이 흐르고, 물이 없는 곳에는 여름 더위로 반쯤 말라 죽은 골풀과 갈대가 보이는데, 그곳은 다른 계절에는 물 가운데에 떠 있는 조그마한 섬들이 되는 곳이다. 한편 강 양쪽으로는 울창한 수풀과 나무들이 있다.
길손들이 눈을 들어 모든 것을 찾아보아도 아무 짐승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실망한다. 그러나 아마 물이 불을 때에 물살께 떠내려가지 않게 하려고 그랬겠지만 대단히 높은 아치가 하나 밖에 없는 다리를 거의 다 건너가게 되었을 때 -아마 로마 사람들이 만들었을 튼튼한 건조물이다 -마르타가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겁에 질려 뒤로 도망쳐 온다. 커다란 도마뱀이, 그놈은 다른 짐승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머리는 영락없는 악어 머리를 가졌는데, 그놈이 자는 체 하면서 길을 가로질러 엎디어 있다.
“무서워하지 말아” 하고 막달라 마리아가 외친다. “그놈들이 여기 있을 땐 위험하지 않아. 위험한 건 그놈들이 숨어 있는데 사람이 보지 못하고 밟고 지나갈 때야.”
그러나 마르타는 조심성 있게 뒤에 남아있고, 수산나도 그것을 재미있어하지 않는다… 알패오의 마리아는 더 용감하여 조심은 하면서도 아들들 곁에 그대로 있다. 알패오의 마리아는 앞으로 가서 바라다본다. 사도들은 정말 무서워하지 않고 그놈을 바라다보면서, 앞쪽도 보라고 천천히 머리를 돌려주는 기분 나쁜 그 짐승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말을 한다. 그런데 그놈이 움직일 기색을 보이고 저를 성가시게 구는 사람들을 향하여 오려는 것같이 보인다. 마르타가 또 한 번 소리 지르며 더 뒤로 도망치고, 이제 수산나와 클레오파의 마리아도 그렇게 한다. 그러나 막달라 마리아는, 조약돌 하나를 집어서 짐승에게로 던진다. 옆구리를 맞은 그놈은 강변으로 급히 내려가서 물속으로 잠긴다.
“겁쟁이 언니. 이리 나와. 이젠 없어” 하고 막달라 마리아가 언니에게 말한다. 여자들이 가까이 간다.
“그렇지만 더러운 짐승이로구먼” 하고 베드로가 주석을 단다.
“선생님, 옛날에는 저놈들에게 사람 제물을 먹이로 주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하고 가리옷 사람이 묻는다.
“악어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었다. 악어는 신을 상징했었고, 마치 우리가 하느님께 바친 제물을 먹어 치우는 것과 같이 불쌍한 우상 숭배자들은 그들의 처지에 포함된 관습과 오류로 그런 일을 했었다.”
“그렇지만 이젠 그런 일이 없겠지요?” 하고 수산나가 묻는다.
“우상숭배를 하는 지방에서는 그런 일이 행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엔도르의 요한이 말한다.
“아이고! 맙소사! 그렇지만 적어도 죽은 사람이나 주겠지요?”
“아닙니다. 만일 그런 일이 아직 행해진다면, 산 사람을 줍니다. 일반적으로 처녀나 어린 아이들을 주지요. 국민 중께서 제일 나은 것 말입니다. 적어도 내가 읽은 것으로는 그렇습니다” 하고 역시 요한이 여자들에게 대답한다. 여자들은 겁이 나서 사방을 둘러본다.
“나는 그놈들 가까이로 가야 한다면 무서워서 죽을 거예요” 하고 마르타가 말한다.
“정말입니까? 그러나 저건 진짜 악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진짜 악어는 적어도 세 곱절이나 더 길고 더 굵습니다.”
“그리고 굶주리기도 하고. 저놈은 뱀이나 산토끼를 잡아먹어서 배가 불렀었어.”
“맙소사! 뱀도 잡아먹어! 아니, 주님은 저희들을 어디로 데려오신 것입니까?” 하고 마르타가 신음한다. 마르타가 너무도 겁을 집어먹는 바람에 모두가 참을 수 없이 웃음을 터뜨린다.
항상 입을 다물고 있던 혜르마스테아가 말한다. “조금도 무서워하지 마세요. 요란스럽게 소리만 많이 내면 모두 도망치니까요. 저는 이걸 잘 알아요. 아랫쪽 에집트에 여러 번 갔었거든요.”
일행은 손뼉을 치고 나무줄기를 치면서 다시 걷기 시작한다. 위험한 통로는 지나갔다. 마르타는 예수 가까이에 있으면서 자주 묻는다. “그렇지만 이젠 정말 없을까요?”
예수께서는 마르타를 내려다보시며 미소를 띠시고 머리를 저으신다. 그러나 그를 안심시키시느라고 말씀하신다. “사론 평야는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거기 들어와 있다. 그러나 정말이지 오늘은 여자 제자들이 나를 몹시 놀라게 했다! 네가 왜 그렇게 겁이 많은지 정말 모르겠구나.”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기어 다니는 것은 무엇이든지 몹시 무섭습니다. 틀림엄이 차고 끈적끈적할 그놈들의 몸의 찬기운을 제 몸에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놈들이 왜 있나 하고 의아하게 생각됩니다. 그놈들이 아마 필요한 모양이지요?”
“그것은 그놈들을 만들어내신 분께 여쭈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놈들을 창조하셨으니 그놈들이 유익할 것이라고, 다만 마르타의용맹을 빛나게 하기 위해서 만이라도 유익하다고 생각해라” 하고 예수께서는 눈을 예민하게 반짝이시며 말씀하신다.
“아이고! 주님! 주님은 농담을 하시는데 그 말씀이 옳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겁이 많아서 절대로 자제를 하지 못할 것입니다.”
“두고 보자… 저 수풀 속에서 무엇이 움직이느냐?” 예수께서는 얼굴을 들어 선인장으로 된 울타리로 기어 올라가는 가시나무와 다른 초목들이 엉클어진 쪽으로 앞을 바라보시며 말씀하신다. 그 선인장들은 좀 더 뒷쪽에 있는데, 주걱같이 생긴 잎은 다른 초목들의 나긋나긋한 가지들보다도 더 단단하다.
“주님, 악어가 또 한마리 있습니까?!…” 하고 마르타가 겁을 집어먹고 신음한다.
그러나 소리가 더 커지면서 거기서 사람의 얼굴이 여자의 얼굴이 나온다. 그 여자는 바라다보다가 그 모든 남자들을 보고는, 들판으로 도망칠까 엉클어친 수풀 속으로 숨을까 하고 망설인다. 그러다가 첫번 생각이 우세해져서 비명을 지르며 도망친다.
“일행은 문둥병자인가?”, “미친 여자인가?”, “마귀들린 여자인가?” 하고 생각하며 어쩔 줄 모르고 그대로 있다.
그러나 벌써 매우 가까운 가이사리아에서 로마 마차 한 대가 오고 있기 때문에 그 여자는 뒤로 돌아온다. 여자는 덫에 걸린 쥐와 같다. 여자는 어디로 갈지를 모른다. 그것은 예수와 제자들이 이제는 그 여자의 피신처 노릇을 하던 수풀근처에 있기 때문에 그리 돌아갈 수가 없고, 마차쪽으로는 가기가 싫기 때문이다… 짙은 황혼이 지난 다음에는 밤이 빨리 오기 때문에 초저녁에 피어오르는 안개 사이로 사람들은 그 여자가 비록 머리가 헝클어지고 옷이 찢어지기는 하였으나 젊고 귀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보시오! 이리 오시오! “하고 예수께서 명령조로 말씀하신다.
여자는 팔을 내밀며 애원한다. “저를 때리지 마세요!”
“이리 오시오. 당신은 누구요? 나는 당신을 때리지는 않소!” 하고 예수께서 아주 상냥하게 말씀하시니, 그 여자가 설득을 당한다.
여자는 몸을 구부리고 앞으로 나아오더니 땅에 엎드리며 말한다. “선생님이 누구시든지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저를 죽여 주십시오. 그렇지만 주인에게는 넘겨 주지 마십시오. 저는 도망쳐 나온 노예입니다….”
“당신 주인은 누구였소? 그리고 당신은 어디서 왔소? 당신은 분명 히브리여자는 아니오. 당신의 억양으로 알 수 있고, 당신 옷으로도 알 수 있소.”
“저는 그리이스 여자입니다… 그리이스의 여자노예입니다. 아이고! 제발! 저를 숨겨 주십시오! 마차가 곧 도착합니다….”
그들은 땅바닥에 몸을 움츠리고 있는 불쌍한 여자 둘레로 모두 한 무리를 이룬다. 가시나무에 걸려 찢어진 옷 사이로는 매맞은 자국과 긁힌 자국이 있는 어깨가 보인다. 마차는 타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울타리 곁에 멈추어 서 있는 집단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지나간다.
“저 사람들은 더 멀리 갔소. 말하시오. 우리가 할 수 있으면, 당신을 도와주겠소” 하고 예수께서는 손가락 끝을 헝클어진 그 여자의 머리에 대시며 말씀하신다.
“저는 총독의 수행원 중의 한 사람인 로마 귀족의 그리이스인 노예 신디카입니다.”
“아니 그럼, 당신은 발레리아의 노예이군요!” 하고 막달라의 마리아가 외친다.
“아! 불쌍히 여기십시오! 불쌍히 여겨 주세요! 저를 그 사람에게 고발하지 마십시오” 하고 그 불행한 여자가 애원한다.
“염려 마세요. 이제는 절대로 발레리아에게 말하지 않겠어요” 하고 막달라 마리아가 대달한다. 그리고 예수께 설명을 드린다. “그 사람은 여기 있는 가장 돈 많고 가장 불쾌한 로마인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기분 나쁜 것만큼이나 포학합니다.”
“왜 도망쳤소?” 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저는 영혼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상품이 아닙니다.… (여자는 자기를 동정하는 사람들을 만난 것을 알고 대담해진다) 저는 상품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저를 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의 집을 꾸미고, 독서로 그의 여가를 즐겁게 하고, 그의 시중을 들라고 제 몸을 샀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것은 아무것도 사지 못했습니다. 제 영혼은 제 것입니다! 이것은 사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제 영혼도 가지려고 했습니다.”
“당신이 영혼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오?”
“주님, 저는 무식한 여자가 아닙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전리품이었지만 서민은 아닙니다. 그 사람은 제 세번째 주인인데, 몹시 더러운 염색가입니다. 그러나 제게는 우리 철학자들의 말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에게는 육체만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 안에는 죽지 않는 어떤 것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그 정확한 명칭을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이 들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얼마 전부터는 그 이름을 저는 압니다. 어느 날 가이사리아로 어떤 사람이 지나갔습니다. 그분은 기적을 행하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보다 더 말을 잘 했습니다. 공동 목욕탕과 3인용 식탁이 놓인 식당, 또는 금빛을 칠한 회당에서 그분에 대한 말을 많이 했습니다. 더러운 술타령을 하는 방에서 그 엄숙한 이름을 말해서 그것을 더럽히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제 주인이 제게, 하느님께만 속해 있고 노예 시장에서 상품처럼 살 수 없는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을 벌써 예감하고 있던 바로 저에게 철학자들의 저서를 다시 읽게 했습니다. 그것은 그 저서들을 대조해서, 가이사리아에 왔던 그 사람이 ‘영혼’이라고 부른 그 무엇이 그 저서들에도 언급되어 있는지 찾으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저더러 읽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본능의 노예로 만들기를 원하는 저에게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저는 그 불멸의 것이 영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발레리아와 그 동류들이 제 목소리를 들으면서 트림과 하품을 하는 가운데 이해하고 비교하고 토론해 보려고 하는 동안, 저는 그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알지 못하는 그 사람의 말을 철학자들의 말과 비교하면서 여기에 집어넣고, 그의 격정을 물리치기 위해 점점 더 강한 자존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밤에는 제가 이빨로 물면서 그를 물리쳤기 때문에 저를 죽도록 때렸습니다.… 그래서 그 이튿날 도망쳤습니다.… 이 숲속에서 밤에 오디와 선인장 열매를 따 먹으면서 사는 것이 닷새째 됩니다. 그러나 저는 잡히고야 말 것입니다. 그 사람은 틀림없이 저를 찾고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저를 아주 비싼 값으로 샀고, 또 제가 그의 관능을 위해 너무도 마음에 들기 때문에 저를 가게 가만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불쌍히 여기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선생님은 히브리인이시니 틀림없이 그분이 어디 계신지 아실 것입니다. 제발 노예들에게 말씀하시는 그분, 영혼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그 분에게 저를 데려다주십시오. 그분이 가난하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배고픔은 견디겠습니다. 그러나 그분 곁에 있어서 그분이 저를 가르쳐 주시고 일으켜 주시기를 바랍니다. 짐승 같은 사람들과 같이 살면, 비록 그들에게 저항하더라도 바보가 됩니다. 저는 제 정신적 품위를 다시 찾고 싶습니다.”
“당신이 찾는 그 사람, 알지 못하는 그 사람이 당신 앞에 있소.”
“선생님이? 아크로폴리스의 알지 못하는 신이시여, 인사드립니다!” 그러면서 그 여자 이마가 땅에 닿도록 몸을 구부린다.
“당신은 여기 남아 있을 수가 없소. 그러나 나는 가이사리아로 가오.”
“주님, 저를 버리지 마십시오!”
“나는 당신을 버리지는 않소.… 곰곰히 생각하고 있는 거요.”
“선생님, 저희 마차가 분명히 약속장소에 있을 것입니다.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누구를 보내서 알리십시오. 마차 안에 있으면 이 여자가 저희 집에 있는 거나 다름없이 안전할 것입니다” 하고 막달라의 마리아가 조언을 한다.
“아이고! 그렇습니다. 주님. 이스마엘 노인 대신에 저희 곁에 있으면, 저희가 선생님께 대한 것을 이 여자에게 가르치겠습니다. 이 여자는 이교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하고 마르타가 애원한다.
“우리와 같이 가겠소?” 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주님의 사람이면 누구와도 같이 가겠습니다. 다시 그 사람과 같이 있게 되지만 않으면요. 그러나… 그러나 여기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한 여자분이 있는데, 저를 저버리지 않을까요? 그…”
“걱정 마세요. 베다니아에는 로마인들이 오지 않아요. 특히 그런 부류의 로마인은” 하고 막달라 마리아가 그 여자를 안심시키려고 말한다.
“시몬과 시몬 베드로는 마차를 찾으러 가라.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겠다. 그런 다음 시내로 들어가자” 하고 예수께서 명령하신다.
말굽 소리와 바귀 소리, 그리고 맨 꼭대기에 달아맨 등불로 휘장을 둘러친 육중한마차가 온다는 것이 알려지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길가에서 일어나 길로 간다. 그들은 분명 길가에서 저녁을 먹었을 것이다. 마차는 단층이 생긴 길가에 덜커덩거리며 멎고 베드로와 요한이 내린다. 바로 뒤에 나이든 여자가 따라 내려와 뛰어 가서 막달라 마리아를 껴안으면서 말한다. “나는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내가 행복하다고 네게 말하고 싶고, 네 어머니도 나와 함께 기뻐하신다고 말하고 싶고, 네가 마치 내 젖을 빨아먹은 다음 네 요람에서 잘 때처럼 다시 우리 집안의 금빛 장미꽃이 되었다고 말하고 싶구나” 하고. 그러면서 끝없이 입맞춤한다.
마리아는 그의 품에 안겨 운다.
“아주머니, 이 젊은 여자를 아주머니에게 맡깁니다. 그리고 여기서 온 밤을 기다리는 회생을 치르기를 부탁합니다. 내일은 집정관 도로에 있는 첫째마을로 가서 기다려도 됩니다. 우리는 아침 아홉시 전에 올 것입니다” 하고 예수께서 유모에게 말씀하신다.
“무엇이든지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선생님은 축복받은 분이시니! 다만 제가 가져온 옷을 마리아에게 주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유모는 성모님과 마리아와 마르타와 같이 마차로 다시 올라간다. 여자들이 마차에서 나을 때에는 막달라 마리아가 이후에 우리가 언제나 보게 될 그런 모습이다. 수수한 옷과 대단히 넓은 아마포 베일과 장식이 없는 겉옷.
“신디카, 안심하고 가시오. 내일은 우리도 오겠소. 안녕” 하고 예수께서는 신디카에게 인사하시며 말씀하신다. 그리고 가이사리아 쪽으로 다시 길을 가기 시작하신다.
산책길은 노예들이 들고 다니는 횃불이나 등불의 빛으로 길을 밝히며 산책하는 사람들로 매우 붐빈다. 그들은 여름의 숨막히는 더위로 피로해진 허파에 매우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바다에서 오는 공기를 들이마신다. 그런데 이 산책객들은 부유한 로마인 계급의 사람들이다. 히브리인들은 그들의 집 에 있으면서 옥상에서 더위를 식힌다. 산책길은 손님이 많을 때의 매우 큰 방과 비슷하다. 그곳에서 산책한다는 것은 자세히 관찰을 당한다는 것을 내포한다. 그런데도 예수께서는 그리로 해서 지나가신다.… 누가 당신을 살피고, 이러쿵 저러쿵 평을 하고, 조롱하는 것은 상관하지 않으시고 산책길을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지나가신다.
“선생님이 여기엘? 이 시간에요?” 하고 길가에 노예들이 메고 있는 안락의자 또는 긴 의자 같은 것에 앉아 있는 리디아가 묻는다. 그러면서 일어난다.
“나는 도라에서 오는 길인데 지체했어요. 숙소를 찾아가는 길이지요.”
“여기 제 집이 있습니다. 하고 선생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리디아는 뒤에 있는 아름다운 건물을 가지킨다. “그러나 선생님이… 어떠실지는 모르겠군요.”
“아니, 감사합니다만 받아들이지 못하겠습니다. 나는 일행이 많고, 또 두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벌써 앞서 갔습니다. 그 사람들이 나를 환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리디아의 눈길은 예수께서 그의 제자들과 같이. 보이시는 여자들에게로 가서 멎었다. 그리고 즉시 막달라 마리아를 알아본다.
“마리아? 당신이? 아니 그럼 그게 참말이로구먼?” 막달라 마리아는 궁지에 몰린 영양((羚羊)과 같은 고통스러운 눈을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리아가 과감히 맞서야 할 사람은 리디아뿐이 아니라 그를 바라다보는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리아는 예수를 쳐다보고 용기를 낸다.
“맞아요.”
“그럼 우리는 당신을 잃었구먼!”
“아니예요, 당신들은 나를 발견한 거예요. 적어도 나는 내가 마침내 찾아낸 길에서 어느 날 더 나은 우정을 가지고 당신들을 다시 만나기를 바라요. 나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제발 이 말을 해주세요. 안녕, 리디아. 내가 행하는 것을 본 모든 잘못을 잊으세요. 거기 대해서 당신에게 용서를 빕니다….”
“하지만, 마리아! 왜 당신의 품위를 떨어뜨려요? 우리는 부유하고 한가한 사람들로 같은 생활을 해왔어요. 그런데 그것밖에는….”
“아니예요, 나는 더 나쁜 생활을 했어요. 그러나 거기서 나왔어요. 그것도 영원히요.”
“리디아, 안녕히 계시오” 하고 주께서 대화를 줄이시고 당신께로 토마와 같이 오는 사촌 유다에게로 가신다.
리디아는 아직 잠시 동안 막달라 마리아를 붙잡고 말한다. “아니, 이젠 우 리끼리만 있으니 진실을 말해 줘요. 당신은 정말 확신을 가진 거예요?”
“확신을 가진 게 아니라, 제자가 되어서 행복해요. 나는 한 가지 후회밖에 없어요. 빛을 더 일찍 알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그 빛을 마음의 양식을 삼지않고, 진흙을 먹었다는 거예요. 리디아, 안녕.”
대답은 두 여자 주위에 이루어진 정적 속에 분명하게 울린다. 거기 있는 많은 사람 중에 말을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마리아는 몸을 돌려 빨리 선생님을 따라가려고 한다.
청년 하나가 길을 막고 말한다. “그게 네 마지막 정신착란이야?” 그러면서 마리아를 껴안으려고 한다. 그러나 반쯤 취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를 못한다. 그리고 마리아는 그에게서 빠져나가면서 외친다. “아니오. 내 유일한 지혜요.”
마리아는 그 악습에 젖은 사람들이 보는 것이 하도 역겨워서 회교도 여자들처럼 베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동행들을 따라잡았다.
“마리아야, 너 많이 괴로웠지!” 하고 마르타가 몹시 걱정하며 말한다.
“아니야, 그리고 선생님의 말씀이 옳아, 이제 다시는 절대로 이것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을 거야. 선생님의 말씀이 옳아….”
모두가 어두컴컴한 골목길로 돌아서 밤을 지내려고 어떤 넓은 집으로 들어간다. 틀림없이 여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