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메론 호수에서 갈릴래아 호수 쪽으로 가른 길에 계시다. 예수와 더불어 열성당원과 바르틀로메오가 있는데, 작은 개천 근처에서 서로 다른 두 방향에서 오는 다른 제자들을 기다리는 것 같다. 작은 개천은 실개천이 되었지만 그래도 무성한 초목에 물을 대준다.
  날씨는 매우 덥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사도들의 세 집단을 따라왔다. 사도들의 집단은 시골로 다니면서 전도를 하고 병자들을 예수의 일행 쪽으로 데리고 오고,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예수께 대해 말을 한 모양이다. 기적을 받은 많은 사람이 나무들 사이에 앉아서 행복한 일단을 이루고 있는데, 그들은 너무도 기뻐서 더위와 먼지와 눈부신 햇빛으로 인한 곤란 따위, 다른 모든 사람들을 적지 않게 괴롭히는 모든 것을 느끼지도 못할 지경이다.
  유다 타대오가 인도하는 집단이 맨 먼저 예수 곁으로 왔을 때, 그 집단을 이룬 사람들과 그 집단을 따라오는 사람들의 피로가 분명히 나타난다. 맨 마지막으로 베드로가 인도하는 집단이 오는데, 거기에는 코라진과 베싸이다 사람이 많이 있다.
  “선생님, 저희들은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집단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시겠어요? 멀리 간다는 것은 더위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희들이 일을 더하는 데 따라서 세상이 더 넓어지고, 마을들이 흩어지고 거리가 더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갈릴래아가 이렇게 큰 줄은 일찍이 깨닫지 못했습니다. 저희들은 갈릴래아의 한구석, 겨우 한 구석밖에는 작용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갈릴래아 전체에 복음을 전하게 되지 못합니다. 그만큼 땅이 넓고 또 선생님을 필요로 하고 갈망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습니다” 하고 말하면서 베드로는 한숨을 쉰다.
  “시몬, 세상이 커지는 게 아니라, 우리 선생님의 명성이 퍼져 나가기 때문이야” 하고 타대오가 말한다.
  “그래, 그게 사실이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라구. 어떤 사람들은 아침부터 우리를 따라다녀. 제일 더운 시간에는 우리가 숲속으로 피해 갔었는데, 저녁 때가 다 된 지금도 걷기가 힘들단 말이야. 그리고 이 불쌍한 사람들은 우리들보다도 집이 더 멀리 떨어져 있단 말이야. 만일 계속 이렇게 늘어나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10월에는 목자들도 올 거야” 하고 안드레아가 그의 용기를 돋워 주려고 말한다.
  “그렇구 말구! 목자들, 제자들, 다 좋아! 그렇지만 그 사람들은 ‘예수님은 구세주이십니다. 예수님은 여기 계십니다’ 하고 말하는 데 소용될 뿐이지,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야” 하고 베드로가 대답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어디 가야 선생님을 만날지는 알 거야. 그런데 지금은 그 반대란 말이야! 우리가 여기오면, 그 사람들도 이리 달려오고, 그 사람들이 이리로 오는 동안에 우리가 다른 곳으로 가면 그 사람들은 우리 뒤를 쫓아다녀야 한단 말이야. 그런데 어린이들과 병자들이 있으니 일이 간단하지 않단 말이야.”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시몬 베드로야, 네 말이 옳다. 나도 이 사람들과 이 군중들을 동정한다. 많은 사람에게는 어느 순간에 나를 만나지 못하는 것이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아직 내 진리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지치고 불안해 하는지, 또 이미 내 말을 맛보아서 이것 없이 지낼 수는 없고 다른 어떤 말도도 이제는 만족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얼마나 갈망을 하는지 보아라. 내가 거기에 대비하겠다. 그러나 너희가 나를 도와야 한다. 영적이고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온 힘을 다해서. 이제부터는 너희가 여러 사람으로 된 집단으로 다니지 않고 두 사람씩 두 사람씩 다닐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제자들 중에서 가장 나은 사람들도 두 사람씩 두 사람씩 보내겠다. 거두어들일 것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오! 이번 여름에 이 큰 임무에 대한 준비를 시키겠다. 타무즈를 위해서는 이사악과 가장 훌륭한 제자들이 우리와 합류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너희를 준비시키겠다. 거두어들일 것은 정말 많은데, 일꾼은 반대로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데 너희만으로는 아직 넉넉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밭주인에게         그의 추수 밭에 일꾼을 많이 보내 달라고 청하여라.”
  “주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도 선생님을 찾는 사람들의 처지는 별로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하고 알패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왜?”
  “그 사람들은 생명의 가르침과 말씀만 찾지 않고, 생활이나 사탄이 그들의 존재의 상등 부분이나 하등 부분에 가져다 주는 쇠약이나 병이나 갖가지 병약을 고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은 선생님밖에 하실 수가 없습니다. 능력이 있는 것은 선생님뿐이시니까요.”
  “나와 하나가 된 사람들은 내가 하는 것을 하게 될 것이고, 불쌍한 사람들은 그들의 모든 불행에서 구제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그렇게 하는데 필요한 것을 아직 가지지 못했다. 영이 승리하게 하기 위하여 너희 자신을 초월하고 너희들의 인간적인 경향을 짓밟도록 힘써라. 내 말뿐 아니라 내말의 정신도 흡수하여라, 즉 내 말로 너희를 거룩하게 하여라. 그러면 너희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저 사람들이 내가 하느님의 말씀을 주기 전에는 떠나가려고 하지 않으니, 그럼 이제는 그들에게 내 말을 들려 주러가자. 그런 다음 가파르나움으로 돌아가자. 거기에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주님, 막달라의 마리아가 바리사이파 사람의 집에서 주님께 용서를 청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렇다. 토마야.”
  “그리고 용서해 주셨습니까?” 하고 필립보가 묻는다.
  “용서해 주었다.”
  “그러나 선생님이 잘못하셨습니다” 하고 바르톨로메오가 외친다.
  “왜? 마리아가 진정으로 뉘우쳐서 용서를 받을 만하였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 집에서 공공연하게 그 여자에게 용서를 주실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고 가리옷 사람이 비난한다.
  “그러나 나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이 점이 잘못입니다. 선생님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어떤지, 그들의 머리에 궤변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그들이 얼마나 선생님을 감시하고, 중상하고 미워하는지 아시지요. 그 중에서 가파르나움에 친구가 한 사람 있었는데, 그 사람이 시몬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창녀를 그 집으로 부르셔서 그의 집을 더럽히게 하시고 친구 시몬을 분개시키셨습니다.”
  “나는 마리아를 부르지 않았다. 마리아가 그리로 온 것이다. 또 마리아는 창녀가 아니라, 뉘우친 하나의 영혼이었다. 이것은 대단히 다른 것이다. 만일 누가 전에 그를 가까이 하는 데에서 혐오를 느끼지 않았고 또 내가 있는 데에서까지도 항상 그를 원하는 데에 혐오를 느끼지 않았다면, 이제는 육체가 아니라 영혼이 된 지금 마리아가 들어와서 내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면서 참회하고, 그 눈물이 내포하는 겸손하고 공공연한 자백으로 자기를 낮추는 것을 보고 혐오를 느끼지 말아야 한다.바리사이파 사람 시몬의 집은 ‘한영혼의 부활’이라는 큰 기적으로 거룩하게 되었다. 가파르나움의 광장에서 지금으로부터 닷새 전에 시몬은 ‘선생님은 그 기적 하나만을 행하셨습니까?’ 하고 내게 묻고는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이렇게 대답했었다. ‘분명히 그렇지는 않지요’ 하고. 그러면서 기적을 하나 보기를 몹시 바랐었다. 나는 그 기적을 그에게 주었다. 나는 은총과 그 영혼의 약혼식의 증인이 되고 들러리가 되라고 그를 택했었다. 그는 이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그 사람은 그 때문에 분개해 있습니다. 어쩌면 선생님은 친구 하나를 잃으셨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영혼 하나를 얻었다. 한 영혼에게 하느님과의 우정을 돌려주기 위하여는 한 사람의 우정, 보잘 것 없는 그의 인간적인 우정을 잃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무익한 일이로군요. 선생님하고 말하면 인간적인 견해를 얻어낼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 우리는 이 세상에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이 세상의 법률과 사상이 지배적이라는 것을요. 선생님은 하늘의 방식을 따라 행동하시고, 마음 속에 가지고 계신 선생님의 하늘 안에서 움직이시고, 모든 것을 하늘의 빛을 통해서 보십니다. 가엾은 우리 선생님 ! 선생님은 정말 우리들 타락한 사람들 가운데에서 하느님답게 사실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가리옷의 유다는 감탄을 나타내기도 하고 딱하게 여기기도하며 예수를 껴안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끝맺는다. “그리고 저는 선생님이 너무 지나친 완전으로 많은 적을 스스로 만드시기 때문에 그것이 슬픔니다.”
  “유다야, 슬퍼하지 말아라. 이렇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시몬이 모욕을 당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
  “그 사람이 모욕을 당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토마와 제게 그것을 할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듣게 했습니다. 선생님은 점잖은 사람들밖에 출입하지 않는 그의 집에 그 여자를 오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자! 시몬의 집에 드나드는 사람의 점잖음에 대해서는 말을 그만두세”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그리고 나는 바리사이파 사람 시몬의 집 타일 바닥과 탁자들과 다른 곳에 창녀들의 땀이 여러 번 흘렀다고 말할 수 있겠어”하고 마태오가 말한다.
  “그렇지만 공공연하게 그러지는 않았어” 하고 가리옷 사람이 대꾸한다.
  “아니지, 그것을 숨기려고 애쓰는 위선을 가지고 그렇게 하지.”
  “그럼 자넨 그 사람이 변한다고 보는 거지.”
  “‘함께 죄를 지으려고 당신에게 왔어요’ 하고 말하려고 들어오는 창녀 대신에 ‘나는 내 더러운 죄를 버림니다’ 하고 말하려고 창녀가 들어오는 것도 변화지,”
  “마태오의 말이 옳다” 하고 모두가 말한다.
  “그래, 마태오의 말이 옳아. 하지만 그 사람들은 우리같이 생각하지 않는단 말이야. 그리구 그 사람들을 친구로 두기 위해서는 그들과 타협하고 그들에게 적응해야 한단 말이야.”
  “유다야, 그것은 절대로 안 된다. 진리와 성실성과 품행 문제에서는 적응도 없고 타협도 없다” 하고 예수께서 우뢰 같은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그리고 이렇게 끝맺으신다. “그뿐 아니라 나는 내가 잘했다는 것, 또 선을 목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을 안다. 이것으로 넉넉하다. 이제는 가서 피로한 저 사람들을 보내자.”
  그러면서 나무들 아래 흩어져서 예수의 말씀을 몹시 듣고 싶어하면서 당신 쪽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로 가신다.
  “기쁜 소식을 들으려고 삼복 더위를 무릅쓰고 먼 거리를 오신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진정으로 여러분에게 말하는 것입니다만 여러분은 하느님의 나라가 어떤 것인지, 그것을 차지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나라에 속해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에 대해서는 어떤 피로도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가지는 가치를 잃습니다. 그것은 여러분 안에서 영혼이 명령을 해서 육체에게 이렇게 말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너를 못살게 구는 것을 기뻐해라. 네 행복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 부활로 네가 나와 다시 결합했을 때 너는 내가 너를 짓밟은 정도만큼 나를 사랑할 것이고. 나를 제 2의 구세주로 볼 것이다’ 하고 여러분의 영이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까? 물론 이렇게 말하고 말고요! 여러분은 지금 오래 전에 말한 내 비유의 가르침을 여러분 행동의 근거로 삼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여러분께서 다른 빛들을 주어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또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그 나라를 점점 더 사랑하게 하겠습니다.
  들어보세요. 어떤 사람이 부식토를 얻어서 자기 정원에 가져오려고 덮어놓고 어떤 밭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단단한 땅을 힘들게 파다가 어떤 지층아래에서 귀금속의 광맥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자기가 발견한 것을 흙으로 덮고, 서슴지 않고 일을 더 계속합니다. 발견이 그렇게 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집으로 가서 현금과 물건으로 된 전 재산을 모아서 돈을 더 만들려고 물건들을 팝니다. 그리고는 밭주인을 찾아가서 말합니다. ‘당신 밭이 내 마음에 듭니다. 얼마 받으시겠습니까?’ 하고, ‘그렇지만 그 밭은 팔 것이 아닙니다’ 하고 밭주인이 말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밭의 가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점점 더 많은 금액을 주겠다고 해서 결국 밭주인이 팔기로 결정하게 하고야 맙니다. 밭주인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사람은 미친 사람이구나! 그러나 이 사람이 미쳤으니, 그걸 이용하겠다. 이 사람이 주는 돈을 받겠다. 이건 이 사람이 내게 주겠다는 것이니까 폭리가 아니다. 이 돈을 가지면 이 밭보다 더 흘륭한 다른 밭을 적어도 셋은 사겠다’ 하고. 그리고는 훌륭한 거래를 했다고 확신하고 밭을 팝니다. 그러나 오히려 산 사람이 이 거래로 재미를 보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 사람이 도둑이 훔쳐 갈 수도 있고 자기가 잃어버리거나 소비할 수도 있는 물건들을 포기하고, 참되고 천연적인 것인 만큼 무진장의 보물을 장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이 그 밭을 사기 위하여 가진 것을 회생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얼마동안 밭만 가지고 그대로 있지만 사실은 거기 감추어져 있는 보물을 영구히 차지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말을 알아들어서 비유에 있는 그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하늘나라를 차지하기 위해 덧없는 재물을 버리시오. 여러분은 그것들을 이 세상바보들에게 팔고, 그들에게 양도하고,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어리석은 행동 방식으로 보이는 것 때문에 여러분을 비웃는 것을 감수하시오. 항상 이렇게 행동하시오. 그러면 하늘에 계신 여러분의 아버지께서 하늘 나라에 여러분 의 자리를 주실 것입니다.
  안식일이 오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시오. 그리고 주의 날에는 하늘 나라인 보물의 비유를 생각하시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은 들판의 큰 길과 오솔길로 천천히 흩어지고, 그 동안 예수께서는 해가 떨어지는 가운데 가파르나움을 행하여 가신다.
  예수께서는 밤이 이슥해서 도착하신다. 일행은 어둡고 제대로 포장이 되지 않은 골목길을 비추는 유일한 등불인 달빛 아래 누워 있는 시내를 말없이 지나간다. 그들은 모두가 잠자리에 든 것으로 생각하고 집 곁에 있는 작은 정원으로 조용히 들어간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부엌에는 등불이 켜져 있고, 불꽃이 움직이는 데 따라 흔들리는 그림자 셋이 바로 곁에 있는 화덕이 걸린 흰 빛깔의 낮은 벽에 어른거리고 있다.
  “선생님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군요. 그러나 그렇게는 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제가 가서 선생님은 너무 피곤하시다고 말하겠습니다. 그 동안 옥상으로 올라가십시오.”
  “아니다, 시몬아. 내가 부엌으로 가겠다. 토마가 저 사람들을 붙잡아 둔 것은 중대한 이유가 있다는 표다.”
  그러나 그동안 안에 있던 사람들이 속삭임을 들었고, 주인 토마가 문지방으로 나온다.
  “선생님, 그 부인이 또 왔습니다. 그 부인은 어제 해질 무렵부터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인 한 사람과 같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부인은 매우 불안해하고 줄곧 울고 있습니다….”
  “알았소. 옥상으로 올라오라고 일르시오. 어디서 잤소?”
  “자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새벽녘에 몇 시간 동안 제 방으로 물러가 있었습니다. 하인은 선생님들 침대 중의 하나에서 자게 했습니다.”
  “좋소. 오늘밤도 거기에 자게 하시오, 그리고 당신은 내 침대에서 쉬시오.”
  “아니올시다, 선생님. 저는 옥상에 가서 돛자리를 깔고 자겠습니다. 거기서도 잘 잡니다.”        
  예수께서는 옥상으로 올라가신다. 그리고 마르타도 올라간다.
  “마르타야, 네게 평화.”
  대답대신 흐느낌 소리가 들린다.
  “아직도 울고 있느냐? 아니, 너는 기쁘지 않으냐?”
  마르타는 머리로 아니라는 표를 한다.
  “아니 대관절 왜 그러느냐….”
  흐느낌 소리만 들릴 뿐 한참동안 시간이 지나간다. 마침내 신음하는 가운데 이렇게 말한다. “마리아가 여러밤째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찾아낼 수가 없습니다. 저도 유모도 마르첼라도 그애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마차를 준비하라고 해서 타고 나갔습니다. 아주 잘 차려입고 나갔습니다. 오! 제 옷을 다시 입으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반쯤 벗은 몸이 아니었습니다. 그 애는 아직 이런 옷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옷을 입었어도… 매우 선정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금과 향수들을 가지고 갔습니다.… 그리고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가파르나움의 첫번 집들이 있는데서 하인을 돌려보내면서 ‘나는 다른 사람과 같이 돌아올 거다’ 하고 말했답니다. 그렇지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속였어요! 그렇지 않으면 외로움을 느꼈거나, 어쩌면 유혹을 당했는지도 모릅니다.… 혹 무슨 불행을 당했는지도 모릅니다.…그애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마르타는 주저앉으며 무릎을 꿇고 빈 부대더미에 걸친 팔에 머리를 대고 운다.
  예수께서는 마르타를 내려다보시며 자신 있게 지배자적인 태도로 천천히 말씀하신다. “울지 말아라. 마리아는 사흘 전 저녁에 내게 왔었다. 마리아는 내 발에 향유를 바르고 그의 모든 보석을 내 발 앞에 놓았다. 마리아는 이렇게 해서 자기를 영원히 바쳤고, 내 제자들 중에 끼게 되었다. 마음  속으로 마리아를 헐뜯지 말아라. 마리아는 너를 능가하였다.”
  “그렇지만 어디에, 제 동생이 어디에 있습니까?” 하고 마르타는 엉망이 된 얼굴을 들며 외친다. “왜 집에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혹 습격을 당했을까요? 혹 배를 타고 가다가 물에 빠져 죽었을까요? 혹 그애가 물리친 정부가 그애를 납치했을까요? 아이고! 마리아! 마리아! 저는 그애를 도로 찾았다가 이내 또 잃었습니다!” 마르타는 정말 흥분했다. 이제는 아랫층에 있는 사람들이 그의 말을들을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예수께서 동생이 어디 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는 아무것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실망한다.
  예수께서는 마르타의 손목을 잡으시고 조용히 있으면서 당신 말씀을 듣도록 강요하시며, 큰 키와 사람의 마음을 끄는 눈길로 마르타를 굽어보시며 말씀하신다. “그만! 나는 네가 내 말을 믿기를 바란다. 네가 너그럽기를 바란다. 알아들었느냐?” 예수께서는 마르타가 조금 진정된 다음에야 비로소 놓아주신다.
  “네 동생은 거룩한 고독에 둘러싸여 그의 기쁨을 맛보러 갔다. 마리아는 그의 안에 구속된 사람들이 가지는 지극히 민감한 수치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네게 미리 말했었다. 마리아는 은총의 신부로서의 그의 새 옷을 바라다보는 친척들의 다정스럽지만 탐색하는 듯한 시선을 견디지를 못한다. 그리고 내가 네게 지금 말하는 것은 항상 사실이다. 너는 나를 믿어야한다.”
  “예, 주님, 그러겠습니다. 그러나 제 마리아는 너무나, 너무나 마귀의 권력에 붙잡혀 있었습니다. 마귀가 대번에 다시 붙잡았습니다. 마귀가…”
  “마귀는 그가 영원히 잃어버린 먹이에 대해서 내게 복수를 한다. 그러니 용맹한 여자인 네가 터무니없고 존재 가치가 없는 공포 때문에 마귀의 먹이가 되는 것을 내가 보아야 하겠느냐? 지금은 나를 믿고 있는 네 동생 때문에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을 항상 알았던 아름다운 믿음을 잃는 것을 내가 보아야한단 말이냐? 마르타야! 나를 자세히 쳐다보고 내 말을 들어라. 사탄의 말을 듣지 말아라. 하느님께서 그에게 대해 거두시는 승리로 인해 사탄이 그의 먹이를 놓아줄 수밖에 없게 될 때에는 지칠 줄 모르는 저 살인자, 하느님의 권리를 끊임없이 훔치는 지칠 줄 모르는 저 도둑이 다른 먹이를 찾으려고 즉시 행동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너는 모르느냐? 착하고 충실하기 때문에 습격에 저항하는 제삼자의 고통이 다른 영의 병나음을 확고하게 한다는 것을 모르느냐? 우주 만물 중에서 일어나는 것이나 거기에 있는 모든 것이 고립된 것이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이 의존과 결과의 영원한 법칙을 따르고 있어서 어떤 사람의 행동이 매우 광범한 자연적 ?초자연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너는 여기서 울고 있고, 여기서 견딜 수 없는 의심을 하고, 그러면서도 이 암흑의 시간에도 네 그리스도에게 충실한 사람으로 있다. 저기, 네가 알지 못하는 가까운 곳에서는 마리아가 자기가 받은 무한한 용서에 대한 마지막 의심이 녹아버리는 것을 느낀다. 마리아의 눈물은 미소로 변하고        그의 어두움은 빛으로 바뀐다. 네 고통이 마리아를 평화가 있는 곳으로, 티없이 낳은 분 곁에서 영혼들이 새로 나는 곳으로, 하도 생명이 가득해서 생명인 그리스도를 세상에 주는 허락을 받은 분 곁에서 영혼들이 새로 나는 그곳으로 데려갔다. 네 동생은 내 어머니의 집에 가 있다. 오! 살아 있는 별이신 마리아의 다정스런 빛살이 그 아들의 말없이 활동하는 사랑을 통하여 그 사랑의 품으로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 조용한 포구를 찾아 들어온 배로는 네 동생이 첫번째가 아니다. 네 동생은 나자렛에 있다.”
  “그렇지만 주님의 어머님도 알지 못하고 주님의 집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거길 갔습니까? … 혼자서… 밤중에 … 그렇게 … 힘도 없이… 그런 옷을 입고…그렇게 먼 길을… 어떻게?”
  “어떻게? 피로한 제비가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 폭풍우와 구름과 맞바람을 이기며 제가 태어난 둥지를 찾아가는 것처럼. 제비들이 그놈들을 인도하는 본능으로, 그놈들을 오라고 손짓하는 따뜻한 기운으로 그놈들을 부르는 태양으로 겨울을 날 곳으로 가는 것처럼 네 동생도 그를 부르는 별빛을 향해서… 모든 사람의 어머니를 향해서 달려갔다. 그래서 우리는 마리아가 그의 옆에 한 어머니를 모시고, 내 어머니를 모시고, 다시는 절대로 고아가되지 않기 위해 영원히 어두움에서 나와… 행복하게 새벽으로 돌아오는 것을 우리가 보게 될것이다. 이것을 믿을 수 있느냐?”
  “예, 주님,”
  마르타는 홀린 듯하다. 과연 예수께서는 위압적이셨다. 큰 키로 서 계셨지만 무릎을 꿇고 있는 마르타에게로 몸을 약간 숙이시고, 마치 엉망이 된 제자 안으로 들어가게 하시려는 듯이 깊이 파고드는 말투로 천천히 말씀하신다. 당신의 말씀을 듣는 어떤 사람을 말씀으로 설득하시는 데 이런 힘을 발휘하시는 것을 본 일은 별로 많지 않다. 그러나 끝에 가서는 얼마나 강한 빛과 얼마나 자상한 미소가 그분의 얼굴에 나타나는가!
  마르타도 미소와 더 차분한 빛으로 예수의 미소를 자기 자신의 얼굴에 반영시킨다.
  “그럼 이제는 가서 편안히 쉬어라.”
  그러자 마르타는 예수의 손에 입맞춤하고 다시 명랑해져서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