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알패오의 요한과 야보고가 와서 “아드님이 오십니다”하고 말하였을 때 일어나서 맞이하는 어머니의 어깨를 한 팔로 안으신다. 그런 다음 요한과 야보고는 이야기하면서 천천히 오는 동료들과 합류하였다. 그동안에 토마와 안드레아는 암나귀와 나귀 새끼를 찾아 예수께 데려오려고 벳파게 쪽으로 달려 갔었다.
예수께서는 그동안 여자들에게 말씀하신다. “우리는 시내 가까이 왔습니다. 시내에 들어가되 아주 안전하게 들어가라고 권합니다. 나보다 먼저 시내에 들어가세요. 엔 로겔 근처에는 가장 충실한 목동들과 제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여러분과 동행하며 보호하라는 명(命)을 받고 있습니다.”
“그것은… 나자렛의 아세르와 갈릴래아의 베들레헴의 아벨, 그리고 솔로몬에게도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들은 선생님이 오시는 것을 살피느라고 여기까지 왔었습니다… 군중이 큰 축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올리브나무 꼭대기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보이지요? 바람에 그렇게 흔들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길에 까고 선생님께 햇볕을 가려 드리려고 가지를 자르는 사람들입니다. 또 저기는요? 보세요. 저 사람들은 종려나무의 부채꼴잎들을 따고 있는 중입니다. 주렁주렁 달려 있는 열매 같은데, 그것을 줄기를 타고 올라가서 잎을 자꾸만 따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언덕 위에는 꽃을 따느라고 몸을 숙이는 아이들이 보이지요. 그리고 틀림없이 여자들은 길에 깔려고 정원에서 꽃과 향기나는 풀들을 따고 뜯고 할 것입니다. 저희들도 그것을 보고 싶습니다…그리고 선생님이 라자로네 정원에 들어가셨을 때 선생님 발에 밟힌 모든 꽃을 모은 라자로의 마리아의 행동을 본받으려고 했습니다” 하고 모든 여자를 대신하여 클레오파의 마리아가 말씀드린다.
예수께서는 어떤 구경거리를 보고 싶어하는 어린 계집애 같은 당신의 늙은 친척 아주머니의 뺨을 쓰다듬어 주시며 말씀하신다. “사람이 많은 데에서는 아주머니가 아무것도 못보실 것입니다. 앞으로 가셔서 라자로의 집에, 마리아가 지키고 있는 집에 가 보세요. 제가 그리로 지나갈 터이니까 위에서 저를 내려다 보세요.”
“아들아,… 너 혼자 가느냐? 내가 네 곁에 남아 있을 수 없니?” 하고 마리아가 몹시 슬픈 얼굴을 들어 그의 다정스러운 아들의 하늘빛 같은 눈을 들여다보면서 말한다.
“어머니는 숨어 계시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비둘기가 바위 구멍 속에 숨어 있듯이 말입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저는 어머니께 저와 같이 계시는 것보다 어머니의 기도가 더 필요합니다!”
“아들아,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너를 위해 기도하마.”
“그렇게 하세요. 선생님이 지나가시는 것을 보신 다음 저희들과 같이 시온의 제 집으로 가십시다. 그리고 저는 하인들을 성전으로 보내 선생님의 뒤를 따라가서 선생님의 명령과 소식을 우리에게 전하라고 하겠습니다.” 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항상 빨리 파악하고 그것을 곧 행하는 라자로의 마리아가 결정한다.
“네 말이 옳다, 마리아야. 선생님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슬프지만 이 명령이 적합한 것을 이해하겠다. 게다가 라자로가 우리보고 어떤 일에도 선생님께 반대하지 말고 아주 세밀한 일에도 복종하라고 말했지. 그러니까 우리가 그렇게 하자.”
“그러면 가시오. 보이지요? 길에 사람이 점점 많아집니다. 사도들이 곧 내게로 올 것입니다. 가세요. 평화가 여려분과 함께 있기를. 제가 적당하다고 판단하는 시간에 여러분을 오시라고 하겠습니다. 어머니, 안녕히 계십시오. 안심하고 계세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예수께서는 어머니에게 입맞춤을 하시고 보내신다. 그리고 순종하는 여자제자들도 지체하지 않고 떠난다.
열 사도가 예수 계신 곳으로 와서 말한다. “여자들을 앞으로 보내셨습니까?”
“그렇다. 여자들은 내가 입성하는 것을 어떤 집에서 볼 것이다.”
“어떤 집에서 입니까?” 하고 가리옷 사람 유다가 묻는다.
“어! 이제는 친구의 집이 하도 많아서!” 하고 필리보가 말한다.
“안나리아의 집이 아닙니까?” 하고 가리옷 사람이 계속하여 캐묻는다.
예수께서는 아니라고 대답하시고 별로 떨어져 있지 않은 벳파게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신다.
벳파게에 아주 가까이 갔는데, 그때 암나귀와 나귀 새끼를 데려오라고 보내셨던 두 사도가 돌아온다. 그들은 소리친다.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짐승들을 곧 데리고 오려고 했습니다만 짐승 주인이 선생님을 명예롭게 하기 위해 그놈들을 글겅이질하고 제일 좋은 마구를 달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명예롭게 해 드리기 위해 베다니아 길거리에서 밤을 지낸 사람들과 합쳐진 제자들이 나귀들을 선생님께 데려오는 영광을 가지기를 원하기에 저희들이 동의했습니다. 저희들에게는 그들의 사랑이 어떤 보답을 받을 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잘들 하였다. 그동안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자.”
“제자들이 많던가?” 하고 바르톨로메오가 묻는다.
“오! 많이 있었어. 벳파게의 거리로는 지나올 수가 없어. 그래서 이사악더러 나귀를 치즈제조인인 클레옹의 집으로 데리고 오라고 말했네.”
“잘 하였다. 저 야산 깍아지른 데까지 가서 저 나무 그늘에서 잠시 기다리자.”
그들은 예수께서 가리키신 곳으로 간다.
“그렇지만 우리는 멀어지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벳파게를 뒤로 돌아서 지나치시는데요!” 하고 가리옷 사람이 외친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면 누가 그것을 말릴 수 있느냐? 혹 내가 벌써 잡힌 사람이어서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단 말이냐? 또 내가 붙잡히는 것이 한시가 급하게 기다려지고 내가 잡히는 것을 모면할 수 있을지 염려라도 한단 말이냐? 또 만일 내가 더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못하게 막을 사람이라도 있단 말이냐?” 예수께서 배반자를 쏘아보시니, 배반자는 말을 하지 않고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하고 말하려는 듯이 어깨를 들썩한다.
그들은 과연 작은 마을 뒤로 돌아간다. 예루살렘 자체의 변두리라고 할만하다. 왜냐하면 서쪽으로는 정말 시내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아서 예루살렘을 동쪽에서 둘러싸고 있는 올리브나무가 재배된 언덕들의 일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쪽에는 언덕들과 시내 사이에 키드론 개울이 사월의 태양에 반짝인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여기에 1944년 7월 31일 환상, 즉 ‘예루살렘을 보고 우시는 예수’를 환상이 시작될 때에 네게 말하여 준 3절부터 적어라.” 그러신 다음 다시 당신의 개선 입성(入城)의 경과를 보이기 시작한다.
7월 30일.
나는 심자이 몹시 거북함을 느껴 앉아 있기가 힘들 지경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서술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벌써 아주 오래 전부터 이러하니, 내가 보는 것을 써야 한다.
내게는 오늘 성신강림 후 제 9주일 복음서의 뜻이 명백해 진다.
예루살렘 근처에 있는 작은 언덕에서 예수께서는 발 아래 펼쳐진 시가를 내려다 보신다.
작은 언덕은 그리 높지는 않다. 기껏해야 피렌치의 산 위의 성 미니아또 광장 높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눈이 예루살렘이 세워져 있는 작은 땅의 기복(起伏)들 위에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는 모든 집들과 거리들 전체를 내려다보는 데에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이 언덕은 시내의 가장 낮은 지면에서 따지면 골고타보다 분명히 훨씬 더 높다. 그러나 골고타보다 성곽에 더 가깝다. 이 언덕은 정확히 성곽 아즈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여 성곽에서 멀어지면 급하게 높아지는데 반대쪽으로는 동쪽으로, 적어도 태양의 빛으로 판단해서 동쪽을 향하여 펼쳐져 있는 푸른 들판 쪽으로 비스듬히 내려간다.
예수와 사도들은 어느 작은 숲 그늘에 앉아 있다. 그들은 지나온 길의 피로를 푼다. 그러다가 예수께서는 일어나시어 그들이 앉아 있던 나무있는 곳에서 떠나셔서 언덕 맨 꼭대기로 가신다.
예수의 큰 키는 둘러져 있는 빈 공간에 뚜렷이 나타난다. 이렇게 혼자서 계시니까 한층 더 커보이신다. 예수께서는 손을 꽉 깍지 끼어 가슴에, 파란 망토 위에 얹으시고 지극히 진지한 태도로 내려다 보신다.
사도들은 예수를 살펴보기는 하지만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고 하시는 대로 가만 내버려둔다. 그들은 예수께서 기도하시려고 떨어진 곳으로 가셨다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기도를 하지 않으신다. 시내의 모든 동네, 모든 높은곳, 모든 특색을, 때로는 이러저러한 지점을 오래 눈여겨보시고, 때로는 덜 꼴똘히 보고 계시면서 그렇게 오랫동안 바라보신 다음. 예수께서는 흐느끼지도 않으시고, 소리도 내지 않으시며 울기 시작하신다. 눈에 눈물이 잔뜩 괴었다가 흘러서 뺨을 타고 내려와 땅에 떨어진다… 조금도 몸을 움직이지도 않으시고 말할 수 없는 슬픈 침묵의 눈물은 아무에게도 이해나 위로도 없이 오직 홀로 고요히 “울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요한의 형이 그의 위치 때문에 이 눈물을 제일 먼저 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니, 그들은 놀라서 서로 얼굴을 쳐다본다.
“우리 중의 아무도 나쁜 짓을 하지 않았는데” 하고 누가 말하니 또 한 사람이 “군중도 우리에게 모욕을 주지 않았어. 선생님께 원수진 사람이 아무도 없어” 하고 말한다.
“그러면 왜 우실까?” 하고 그들중의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묻는다.
베드로와 요한이 일어나서 선생님 곁으로 간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오직 그분께 그들이 그분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드리고 무슨 일인지 여쭈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선생님, 우시는군요?” 하고 요한이 자기보다 머리하나, 목 하나가 크신 예수의 어깨에 그의 금발을 갔다대며 말한다.
그리고 베드로는 한 손을 예수님의 허리에 얹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려고 거의 껴안다시피 하면서 그분께 말씀드린다. “예수님, 무슨 괴롭히는 일이 있습니까? 선생님을 사랑하는 저희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요한의 금발 머리에 뺨을 갖다 대시고 그의 팔을 풀으시면서, 이번에는 당신의 팔을 베드로의 어깨에 걸치신다. 그들은 이렇게 몹시 다정한 자세로 셋이 껴앉은 채로 있다. 그러나 눈물은 계속흐른다.
눈물이 자기 머리칼에 떨어지는 것을 느끼는 요한은 예수께 다시 여쭈어 보기 시작한다. “선생님 왜 우십니까? 혹시 저희들이 선생님께 고통스러운 것을 했다고 하겠습니까?”
다른 사도들도 이 다정한 그룹에 합류하여 걱정스럽게 대답을 기다린다. “아니다”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너희들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다. 내게는 너희들이 친구인데, 우정이 진실할 때에는 위안과 미소이지 결코 눈물이 아니다. 나는 너희들은 언제나 내 벗으로 있기를바란다. 계속 청렴하게 있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지 못한 사람을 타락시키는 부패된 시내에 지금 우리는 들어 가려는 것입니다.”
“선생님, 우리가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예루살렘으로 가지 않습니까? 군중이 벌써 명랑하게 선생님께 인사를 했는데요. 그들을 실망시키려 하십니까? 혹 어떤 기적을 행하시기 위해서 우리가 사마리아로 가는 것입니까? 마침 과월절이 가까워진 지금 말입니다.”
질문이 여러군데에서 동시에 온다.
예수께서 손을 들어 침묵을 지키신다. 그런 다음 오른 손으로 시내를 가리키신다, 앞으로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몸짓과 같은 넓은 손짓을 하시면서 말씀하신다. “이 도시는 타락이다.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들어간다. 우리는 타락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내가 하늘에서 오는 거룩함을 가지고 얼마나 이 도시를 거룩하게 하기를 원하는지는 지극히 높으신 분만이 아신다. 이 도시를, 거룩한 도시가 되어야 할 이 도시를 다시 거룩하게 하고자 하지만 나는 이 도시에 아무 것도 해 주지 못할 것이다. 이 도시는 타락하였고, 타락한 대로 있다. 그리고 살아있는 성전에서 흘러나오고, 또 며칠 후에는 살아있는 성전의 생명이 빠져 나가게 할 정도로 더 많이 흘러나올 거룩함의 강물도 이 도시를 속량하기에 충분치 못할 것이다. 사마리아와 이교인들의 세상이 성전으로 와서 가지가지 거짓 선전들 위에 참 하느님의 성전들이 설 것이다. 이방인들의 마음은 그리스도를 흠숭할 것이다. 그러나 이 백성, 이 도시는 그에게 항상 원수일 것이고, 이 미움 때문에 가장 큰 죄를 범할 것이다. 이런 일은 틀림없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 죄악의 도구가 될 사람들에게는 불행일 것이다. 불행!…”
예수께서는 거의 당신 바로 앞에 있는 유다를 뚫어지게 들여다 보신다.
“이런 일이 결코 우리에게 오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선생님의 사도들이고, 선생님을 믿고, 선생님을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유다는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예수의 눈길에 당황하지 않고 맞서서 쳐다본다.
다른 사도들도 거기에 그들의 확언을 합친다.
예수께서는 유다에게 직접 대답하는 것을 피하시기 위하여 모든 사도들에게 대답하신다.
“제발 너희가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나 너희는 아직 결함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유혹으로 인하여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과 같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이 기도하고 너희 언행을 매우 삼가라. 사탄은 자기가 지리라는 것을 알고 너희를 내게로 억지로 떼어놓음으로 원수를 갚고자 한다. 사탄은 우리 모두의 둘레에 있다. 내 둘레에 있는 것은 나로 하여금 아버지의 뜻을 행하고 내 사명을 다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고, 너희들 곁에 있는 것은 너희들을 그의 종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이 성 안에서 사탄은 강하게 반항할 줄 모르는 사람을 사로잡을 것이다. 그가 이 선택에 인간적인 목적을 붙여 주었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 저주로 변하는 그 사람을 말이다. 나는 너희들을 하늘나라를 위하여 선택하였지, 세상 나라를 위하여 선택하지 않았다. 이것을 기억하여라.
그리고 너, 네 멸망을 원하고, 그것 때문에 나를 울게하는 도시야, 네 그리스도가 네 구속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라. 오! 적어도 네게 남아 있는 이 시간에 네 평화가 될 그분에게 네가 올 줄 안다면! 네가 적어도 이 시간에 네 가운데를 지나가는 사랑을 이해하고, 너를 너 자신과 네 이익에 대하여 눈멀고 어리석고 잔인하게 만드는 증오를 벗어 버린다면! 그러나 네가 이 시간을 기억할 어느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울고 뉘우치기에 때가 너무 늦을 것이다! 사랑은 지나가 네 길에서 사라졌을 것이고, 네가 택한 증오가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증오가 너와 네 자손들에게로 돌아설 것이다. 사람은 원한 것을 받고, 증오는 증오로 갚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에는 무기를 가지지 않은 사람에 대한 강한 자들의 증오가 아닐 것이고, 증오대 증오일 것이고, 따라서 전쟁과 죽음일 것이다. 참호와 무장한 자들에 둘러싸여 너는 파괴되기 전에 고통을 겪을 것이고 네 자손들이 무기와 굶주림으로 쓰러지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포로가 되어 멸시당하는 것을 볼 것이다. 그래서 너는 자비를 구하겠지만, 네가 네 구원을 알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이미 자비를 얻지 못할 것이다.
벗들아, 나는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내 조국의 폐허가 내 눈물을 자아내기 때문에 운다. 그러나 이 성안에 타락이 모든 한계를 넘어 하느님의 벌을 끌러들이기 때문에 마땅히 이루어져야할 것은 이루어져야 한다. 그들 조국의 불행의 원인인 시민들은 불행하다! 그 불행의 주요원인인 우두머리들은 불행하다! 가자. 내 행동은 아무 짝에도 소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빛이 한 번 더 어둠 가운데에서 빛나게 하자!“그러시면서 에수께서는 사도들의 앞장을 서서 내려오신다. 예수께서는 심각한 얼굴, 거의 찌푸렸다고 할 얼굴로 길을 빨리 가신다. 에수께서는 이제 말을 안하신다. 에수께서는 언덕 밑 어느 작은 집으로 들어가시는데, 다른 것은 보이지가 않는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루가가 이야기한 광경은 연결이 없는 것 같고, 말하자면 비논리적인 것 같이 보인다. 내가 죄있는 도시의 불행을 슬퍼하면서 그 도시의 관습에 관대할 줄을 모르는 것이야? 그렇다. 나는 그 관습들에 관대할 줄을 모르고 관대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바로 그 관습들이 불행을 낳는 것이고, 그것들을 봄으로써 내 고통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성전을 모독하는 자들에 대한 내 분노는 가까운 장래에 닥칠 예루살렘의 불행에 대한 내 명상의 논리적인 결과이다.
하늘의 벌을 유발하는 것은 언제나 하느님께 대한 예배와 하느님의 율법의 모독이다. 하느님의 집을 도둑의 소굴로 만듦으로 저 자격없는 사제들과 저 자격없는 신자들(이름만의)은 온 백성 위에 저주와 죽음을 끌어오는 것이다. 백성에게 고통을 당하게 하는 불행에 이러저러한 이름을 붙이는 것은 무익한 일이다. ‘짐승과 같은 생활에 대한 벌’ 이라는 데에서 그 정확한 이름을 찾아라. 하느님께서는 물러 가시고 악이 전진한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국민의 생활의 결과이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세기의 이 시간에도, 나는 기적들로 충격을 주고 환기시키기를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와 마찬가지로 나와 내가 도구로 쓰는 사람들에게 오직 조소와 무관심과 증오를 불러왔을 뿐이다. 그러나 개인과 나라들은 먼저 그들의 구원을 알아보기를 원치 않으면 울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그들과 같이 있을 때에 악에 바쳐진 양심에서 나와 온 나라안에 퍼진 하느님을 모독하는 전쟁으로 나를 쫓아내고 나서 지금 내게 구원을 빌어도 소용없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조국은 무기로써보다도 오히려 하느님의 보호를 끌어 당길 수 있는 생활형태로 구원을 받는 것이다.
어린 요한아, 쉬어라. 그리고 내가 너를 택한 선택에 항상 충실하도록 하여라. 잘 있어라.”
아 피로하다! 이제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구나…
예수께서 집 안으로 들어 가셔서 그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축복을 하셨을까 말까 한데 명랑한 방울 소리와 기쁜 목소리가 들려 온다. 그리고 곧 이어서 여위고 창백한 이사악의 얼굴이 문 열린 데로 나타나고 충실한 양치기가 들어와 그의 예수 앞에 엎드린다.
활짝 열린 문 어귀에는 많은 얼굴이 밀어 닥치고, 그 뒤에는 또 다른 얼굴들이 보인다… 서로 떼밀고 밀려 닥치고 앞으로 나아오려고 한다… 혼잡 속에 끼여든 여자들의 외치는 소리와 몇몇 어린이의 울음소리와 인사소리와 기쁜 외침 소리가 들린다.
“주님을 우리에게 다시 모셔오는 복된 날입니다! 주님께 평화가 있기를! 선생님, 저희들의 충성을 상 주시기 위해 돌아오는 복된 귀환입니다.”
예수께서는 일어나셔서 말씀을 하시겠다는 표시를 하신다. 모든 사람이 잠잠하여지고 예수의 목소리가 분명히 들린다.
“여러분에게 평화가 있기를! 너무 빽빽하게 서지 마시오. 이제는 같이 성전으로 갑시다. 나는 여러분과 같이 있으려고 왔습니다. 자리를 내시오. 사랑하는 벗들! 나를 내보내 주시오. 그리고 우리가 함께 거룩한 도시로 들어가게 나를 따라 오시오.
사람들은 그럭저럭 말을 들어서 예수께서 나오셔서 나귀 새끼에 타실 수 있을 만큼 자리를 내 드린다. 나귀 새끼를 타신 것은 예수께서 그때까지 사람이 탄 일이 없는 나귀 새끼를 당신이 타실 짐승으로 지적하셨기 때문이다. 그 때에 군중 속에 끼여 있는 부유한 순례자들이 그들의 호화로운 망토를 여러 장 나귀 새끼 엉덩이에 깔고, 어떤 사람은 한 무릎을 꿇고 한 무릎은 주께 발판이 되게 하니, 주께서는 나귀 새끼에 올라 타시고, 여행이 시작된다. 베드로는 스승 곁에서 걸어가고, 반대쪽에서는 이사악이 훈련 되지 않은 짐승의 고삐를 잡고 가는데, 그래도 그 짐승은 그 역할에 익숙한 것처럼 조용히 걸어가며, 예수를 향하여 던져지기 때문에 자주 짐승의 눈과 주둥이를 때리는 꽃들에도, 그 앞에서나 둘레에서 흔들리거나 꽃들과 같이 양탄자 노릇을 하라고 땅에 던져지는 올리브나무 가지와 종려나무 잎들에도, 군중이 새로 오는 사람들 때문에 점점 더 밀집하고 점점 많아지는 가운데 맑은 하늘을 향하여 올라가는 “호산나 다윗의 후손이여!” 하는 점점 커지는 외침에도 날뛰지 않고 겁을 내지 않는다.
좁고 꼬불꼬불한 거리로 벳파게를 지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머니들은 어린아이를 안아야 하고, 남자들은 너무 심한 충격을 받지 않도록 여자들을 보호해야 하며, 어떤 아버지는 아들을 어깨에 목마를 태워 군중위로 치켜 올리는 이도 있다. 그동안 어린이들은 어린 양 우는 소리나 제비 우는 소리 같은 목소리를 내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는 어머니들이 내미는 꽃과 올리브나무 잎들을 던지고, 다정스러우신 예수님께 키스를 보내기도 한다….
작은 마을의 좁은 길에서 나오자, 행렬은 정렬하게 전개되며, 많은 자원자들이 앞으로 나아가 행렬을 앞서 가면서 장애물을 치우고, 다른 사람들은 그들을 따라가며 땅에 나뭇가지들을 깐다. 또 어떤 사람은 제일 먼저 자기 망토 를 던져 양탄자 대용이 되게 하니, 또 한 사람이, 네 명, 열명, 백 명, 천 명이 그가 하는 대로 따라한다. 길 한가운데에는 땅에 깔린 옷으로 된 여러 가지 빛깔의 띠가 생겼는데, 예수께서 지나가신 다음에는 다시 접어서 다른 망토를 , 또 다른 망토들과 같이 앞으로 옮겨지고, 여전히 꽃과 나뭇가지와 종려나무 잎들이 흔들리거나 땅에 던져지며, 사방에서 이스라엘의 왕에게 경의를 표하여, 다윗의 후손과 그의 나라를 향하여 점점 더 환호의 소리가 높이 올라온다!
성문을 지키는 파수병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보려고 나온다. 그러나 이것은 소요가 아니다. 그래서 그들의 창에 기대어 옆으로 서서, 나귀 새끼를 타고 있는 이 왕, 신처럼 아름답고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같이 소박하고, 다정스럽게 강복을 하며… “평화! 평화!” 하고 외치는 여자들과 어린이들과 무기를 가지지 않은 남자들에 둘러싸인 이 왕의 이상한 행렬을 놀라거나 빈정거리며 지켜본다. 이 왕은 시내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힌놈과 실로암(Hinnom or Siloam)(나는 전에 나환자들에 대한 기적을 여러 번 본 일이 있는 이 곳에 대하여 말한 것으로 생각한다)의 나환자들의 무덤들이 있는 언덕에서 잠깐 발을 멈추시고, 그분이 가랑이를 벌리고 타시지 않고 다리를 모으고 타셨기 때문에, 그분의 발을 올려 놓으신 하나밖에 없는 등자(鐙子)에 의지하시고 일어 서시어 팔을 벌리시고, 소름끼치는 얼굴들과 몸들이 나타나 예수쪽을 바라다보면서, 예수를 잘 보려고 오염된 언덕에 까지 올라 올지도 모를 조심성없는 사람들을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우리는 전염병자들입니다!” 하는 나환자들의 애처롭게 부르짖는 그 소름끼치는 언덕을 향하여 “믿음이 있는 사람은 내 이름을 불러라. 그러면 그 덕택으로 깨끗해 질 것이다!” 하고 외치시며 그들에게 강복하시고 다시 길을 가시면서 가리옷의 유다에게 명령하신다. “나환자들을 위하여 식량을 사서 시몬과 같이 저녁 전으로 그들에게 갖다 주어라.”
행렬은 실로암 문의 홍예 밑으로 들어 갔다가 오벨의 변두리 마을을 지나 급류처럼 시내로 쏟아져 들어간다.- 이 마을 각 발코니는 호산나를 외치고 아래쪽 길 위에 꽃을 던지고 향유를 내 부으며 그것들을 선생님께로 닿게 던지려고 애쓰는 사람들로 가득한 공중에 매달린 소광장 같이 보이며 공기는 군중의 발에 짓밟혀 시드는 꽃들의 향기와 길의 먼지 위에 떨어지기 전에 공기 속에 터지는 향유 냄새로 가득 찬다- 군중의 고함은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고 마치 각자가 메가폰을 대고 소리지르는 것 같이 커진다. 그것은 예루살렘에 굉장히 많은 장식 홍예들이 고함소리를 계속 반향시키면서 확대하기 때문이다.
나는 “샬렘, 샬렘 멜킬”(또는 말킷: 나는 말의 음을 그대로 표현하려고 애쓰지만 어렵다. 그것은 그 말들에는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기식(氣息)음(音)이 있기 때문이다)이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는데, 이것은 복음사가들이 말하는 것과 같은 뜻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해변과 현초에 와소 부딪치는 파도 소리가 아직 떨어지기도 전에 다른 파도가 주워 가지고 절대로 끊어지는 일이 없이 새로운 철썩거림으로 다시 일으키는 몹시 거친 바다의 소리와 같은 계속적인 소음이다. 나는 귀가 멍멍하다!
향기, 냄새, 외치는 소리,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옷들, 여러 가지 빛깔… 깜짝 놀랄 만한 환상이다.
끊임없이 섞이는 군중이 보이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아는 얼굴들이 보이고, 팔레스티나의 모든 지방의 모든 제자들, 예수를 따르는 모든 사람이 보인다…. 잠시 동안 야이로가 보이고, 어머니와 같이 있던 소경으로 예수께서 고쳐주신 펠라의 소년 야이아(그런 것 같다)도 보인다. 보즈라(Bozra)의 요아킴과 사론 평야의 그 농부와 그의 형제들이 보이고, 사방이 홍수로 물에 잠겼을 때 예수께서 그 집으로 피난해 가셨던 요르단강 근처의 (동쪽 기슭) 그곳에 사는 늙고 외로운 마타아도 보이고, 자캐오와 회개한 그의 친구들이 보이고, 늙은 노베의 요한과 그의 고향 사람 거의 모두가 보이며, 유다(Jutta)의 사라의 남편도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여러 번 보았거나 한 번 본 아는 아는 얼굴과 모르는 얼굴의 만화(萬花)경(鏡)이라면 누가 그 얼굴들과 이름들을 기억 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애논에서 데려온 목동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예수를 따르기 위하여 아버지의 묘지를 떠난 코로자인의 제자가 보인다. 또 바로 옆에는 잠깐 동안 가파르나움의 베냐민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어린 아들과 같이 있는 것이 보이는데, 그 아들은 예수의 애무를 받으려고 앞으로 뛰어나오다가 하마터면 나귀 새끼 발 밑에 넘어질뻔 하였다. 그리고-불행히도- 이 개선 때문에 시퍼렇게 성이 난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의 얼굴들도 보이는데, 그들은 예수의 주위를 빽빽이 둘러싸고 있는 군중을 건방지게 헤치고 예수께 외친다. “저 미침놈들 보고 잠잠하라고 하십시오! 호산나는 하느님께만 드리는 말입니다. 그들 보고 잠잠하라고 하세요.”
거기 대하여 예수께서 조용히 대답하신다. “내가 저들에게 잠잠하라고 말하여 그들이 내 말을 듣는다면 돌들이 하느님의 말씀의 기적을 소리 높이 외칠 것입니다.”
과연 사람들은 이렇게 외치는 것이다. “호산나, 다윗의 후손에게 호산나!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미받으소서! 그분과 그분의 나라에 호산나! 하느님은 우리와 같이 계시다! 엠마누엘이 오셨다! 주의 그리스도의 왕국이 왔다! 호산나! 땅에서 하늘 높은 곳까지 호산나! 평화! 내 왕이여, 평화! 거룩하신 왕이신 선생님께 평화와 축복이 있기를! 그분을 맞이할 줄아는 사람들에게 평화! 땅에서는 착한 뜻을 가진 사람들에게 평화, 지극히 높은 하늘에서는 영광, 주의 때가 이르렀기 때문이다!”(그런데 이 마지막 소리를 외치는 사람들은 예수 나실 때의 외치던 소리를 되풀이 하는 잘 단합된 빽빽한 목동들의 무리이다)
끊임없는 이 외침에도, 팔레스티나 사람들은 디아스포라의 순례자들에게 자기들이 본 기적들을 이야기하고, 무슨 일이 일어 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 우연히 시내로 지나가다가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구요? 무슨 일이 일어 난거요?” 하고 묻는 외국인들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예수님이오! 갈릴래아의 나자렛의 선생님이오! 예언자! 주의 메시아! 언약된 분! 거룩하신 분이오!”
이렇듯이 혼잡하여 걸음이 매우 느리므로 대문을 지나온지 얼마 안되는 집에서 구리 그릇들을 높이 쳐든 건장한 젊은이들 한 떼가 나오는데, 그 그릇에는 불붙은 숯과 타고 있는 향이 가득 들어 있어 향내나는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 오른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 행동을 좋게 보아 되풀이한다. 여러 사람이 앞으로 뛰어 가거나 뒤로 돌아가 그들의 집으로 가서 불과 향내나는 수지(樹脂)를 달래 가지고 그것을 그리스도께 대한 경의의 표시로 태운다.
안나리아의 집이 나타난다. 새로 난 잎들이 4월의 부드러운 바람에 흔들리는 엉킨 포도 넝쿨로 발코니가 장식되어 있다. 거리로 향한 쪽에는 흰 옷을 입고 흰 베일을 쓴 처녀들이 뜯은 장미 꽃잎과 은방울 꽃이 담긴 바구니들을 들고 죽 늘어서 있고 그 한가운데에는 안나리아가 있는데, 꽃잎들이 벌써 공중에 흩날린다.
길을 트고 와서 이제는 예수 곁에 있는 요한이 난간에서 미소를 짓고 몸을 숙여 피처럼 빨간 장미 꽃잎과 진주처럼 하얀 은방울 꽃을 길에 뿌리는 순결한 화환 장식에 예수의 주의를 끌기 위하여 “주님, 이스라엘의 동정녀들이 주님께 문안 드립니다! ” 하고 말한다.
예수께서는 잠시 고삐를 당겨 나귀 새끼를 멈추신다. 그리고 얼굴을 드시고, 세상의 다른 모든 사랑을 포기할 정도로 당신께 반한 그 동정녀들에게 축복하시려고 손을 올리신다.
그러자 안나리아는 몸을 기울이고 외친다. “오 주님, 저는 주님의 개선을 보았습니다! 주님의 온 세계적인 영광을 위해 제 목숨을 가져가십시오!” 그리고 예수께서 그의 집 아래를 지나 앞으로 나아가시는 동안 매우 크게 외치며 “예수님!” 하고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그것과 별개의 또 다른 고함이 군중의 아우성을 능가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비록 그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발을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멎을 수 없는 열광의 강이고, 흥분한 민중의 강이다. 그리고 이 강의 마지막 파도들은 아직 성문밖에 있는데, 첫 머리의 파도들은 벌써 성전으로 가는 언덕을 올라가고 있다.
“선생님의 어머니오!” 하고 베드로가 행렬이 들어선 모리아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 거의 모퉁이에 있는 집을 가리키며 말한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얼굴을 들어 그 위에 충실한 여자들 사이에 계신 어머니께 미소를 보내신다.
그 집을 지난 후 몇 미터 되는 곳에서 수많은 대상 때문에 행렬이 멎었다. 그리고 예수께서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멈춰 서시어 어머니들이 당신께 보여드리는 어린이들을 쓰다듬어 주시는 동안 어떤 사람이 달려 오며 길을 뚫으면서 외친다. “나 좀 가게 해 주시오! 여자 하나가 죽었어요. 처녀가요. 갑자기. 그 어머니가 선생님을 부릅니다. 나 좀 지나가게 해 주시오! 선생님이 그 처녀를 벌써 한 번 살려 주셨습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길을 비켜주고, 그래서 그 사람은 예수께 달려와서 말한다. “ 선생님, 엘리사의 딸이 죽었습니다. 그 외침으로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나서는 주저 앉으면서 ‘나는 행복해요’하고 말하며 숨을 거두었습니다. 선생님이 개선하시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뻐서 그의 심장이 멎은 것입니다. 그의 어머니가 그의 집 가까이에 있는 발코니에 제가 있는 것을 보고 선생님을 모셔 오라고 보냈습니다. 선생님, 와 보십시오.”
“죽다니! 안나리아가 죽다니! 아니, 어제만 하더라도 성하고 건강이 좋고 행복했는데?” 하고 사도들이 술렁거리며 모여들고, 목동들도 모여든다. 모든 사람이 어제 그 처녀가 아주 건강한 것을 보았다. 조금 전에도 그 처녀가 얼굴이 불그레하고 미소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불행을 믿을 수 가 없다…. 그들은 물어보고, 자세한 사정을 알아보고 한다….
“나는 모릅니다. 여러분 모두가 그 처녀의 말을 들으셨지요. 그 처녀는 큰 소리로 자신있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나는 그 처녀가 그의 옷보다도 더 하얗게 되어서 넘어지는 것을 보았고 그의 어머니가 울부짖는 것을 들었습니다… 다른 것은 모릅니다.”
“동요들 하지 말아라. 그 처녀는 죽지 않았다. 꽃 한 송이가 떨어졌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그 꽃을 거두어 아브라함의 품으로 가져 갔다. 멀지 않아 이 땅의 백합이 낙원에서 피어 날 것이니, 이 세상의 끔찍함을 영원히 모를 것이다. 여보시오, 엘리사에게 가서 딸의 운명을 슬퍼하지 말라고 하시오. 엘리사가 하느님의 큰 은혜를 받았다고, 지금부터 엿새 후에는 하느님께서 그의 딸에게 얼마나 큰 은혜를 내려 주셨는지 이해할 것이라고 말하시오. 울지들 말아라. 아무도 울지 마라. 그 처녀의 승리는 내 승리보다도 한층 더 크다. 그것은 천사들이 이 동정녀를 호위하여 의인들의 평화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내리막길을 알지 못하고 점점 커갈 영원한 승리이다. 정말 잘 들어라. 너희가 울어야 할 이유는 안나리아를 위해서가 아니고 너희들 자신들을 위해서 울어야 할 것이다. 가자.”
그리고 예수께서는 사도들과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에게 되풀이해 말씀하신다. “꽃 한송이가 떨어졌다. 평안하게 누웠고 천사들이 그를 거두어 갔다. 몸과 마음이 깨끗한 처녀는 행복하다. 멀지 않아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어떤 상태로 죽었습니까, 주님?” 하고 베드로가 믿을 수가 없어 여쭈어 본다.
“사랑으로, 탈혼으로, 무한한 기쁨 때문에 죽었다. 행복한 죽음이다!”
앞에 멀리 있는 사람들은 모른다. 매우 뒤에 있는 사람들도 모른다. 그래서 비록 예수 곁에는 생각에 잠긴 듯한 침묵의 테두리(圓)가 생기기는 하였지만 호산나 소리는 계속 된다.
요한이 침묵을 깬다. “오! 저도 장차 올 시간들이 오기 전에 같은 운명을 겪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요” 하고 이사악이 말한다. “선생님을 사랑한 나머지 죽은 처녀의 얼굴을 저는 보고 싶습니다….”
“주님, 저희는 선생님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그 어머니에게는 아무 위로도 안 주십니까?” 하고 나타나엘이 묻는다.
“내가 그 마련을 하겠다….”
그들은 성전을 둘러싼 담의 문들이 있는 곳에 왔다. 예수께서 나귀 새끼에서 내리시니 벳파게에서 온 어떤 사람이 그것을 상관한다.
예수께서는 성전의 첫째 문에서 발을 멈추지 않으시고, 담을 끼고 가시다가 담의 북쪽, 안또니아 근처에 왔을 때에야 비로소 걸음을 멈추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거기서 나귀 새끼에서 내리셔서 성전으로 들어 가시는데, 당신의 모든 행동에서 당신이 무죄하시다는 것을 깨달으시기 때문에 지배하고 있는 권력 앞에서 몸을 숨기지 않으신다는 것을 보이려고 그렇게 하시는 것 같다.
성전의 첫 번째 안뜰에는 늘 벌어지는 환전상들과 비둘기, 참새, 어린 양들을 파는 장수들의 소란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지금은 모든 사람이 예수를 보려고 달려 왔기 때문에 장사꾼들은 내버려져 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주홍빛 옷을 입으신 장중한 태도로 들어가시며 그 장터와 어떤 회랑 아래서 당신을 지켜보고 있는 한 떼의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을 바라보신다.
예수의 시선은 분개로 번쩍인다. 예수께서는 안뜰 가운데로 급히 가신다. 그분의 예기치 않은 도약은 날아오름과 같다. 불꽃의 날아오름과 같다. 그것은 그분의 옷이 안뜰에 넘쳐 흐르는 햇빛을 받아 불꽃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힘찬 목소리로 호되게 꾸짖으신다. “내 아버지의 집에서 당장 나가라! 이곳은 고리대금과 거래를 하는 장소가 아니다. ‘내 집은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라고 씌어 있다. 그런데 주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는 이 집을 가지고 도둑의 소굴로 만들었느냐? 여기서 썩 나가라! 내 집을 깨끗하게 만들어라. 내가 밧줄을 사용하는 대신에 하늘의 분노의 벼락으로 너희를 치는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여라. 빨리 여기서 물러 가라! 이 도둑들, 고물장수 같은 이들, 추잡한 자들, 살인자들, 신성을 모독하는 자들, 우상숭배 중에서 가장 나쁜 교만한 자기의 자아(自我)를 우상으로 숭배하는 자들, 풍속 파괴자들, 거짓말쟁이 들은 여기서 썩 나가라. 밖으로! 밖으로 나가! 그렇지 않으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 이곳을 영원히 비질하시고 온 국민에게 복수를 하실 것이다.”
예수께서는 지난 번과 같이 매질은 안 하신다. 그러나 장사꾼들과 환전상들이 이내 복종을 안하자 제일 가까운 판매대로 가시어 그것을 뒤엎어서 저울과 주화를 바닥에 흩어놓으신다.
파는 사람들과 환전상들은 이 첫 번 본보기를 보고 나서는 서둘러 예수의 명령을 따른다.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그들의 뒤에 대고 외치신다. “이곳은 더러움의 장소가 아니라 기도의 장소 이어야 한다는 말을 몇번이나 해야 하겠느냐?” 그리고 대사제의 명령에 복종하여 보복의 행위를 하지 않는 성전의 임원들을 바라다보신다.
안뜰이 깨끗해진 다음에 예수께서는 소경들과 중풍환자, 벙어리, 불구자, 그밖의 괴로움을 당하는 사람들이 모여 당신에게 큰 소리로 호소하는 회랑쪽으로 가신다.
“나더러 어떻게 해 달라는 것입니까?”
“주님, 보게 해 주십시오! 팔다리를 낫게 해 주십시오! 제 아들이 말을 하게 해 주십시오! 제 아내의 병이 낫게 해 주십시오! 저희들은 하느님의 아들이신 선생님을 믿습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의 청을 들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일어나서 주께 호산나라고 말씀드리시오!”
예수께서는 수많은 병자를 하나씩 하나씩 고쳐 주지 않으시고, 넓게 손짓을 한 번 하시니, 거기에서 은총과 건강이 불쌍한 사람들에게 내리신다. 이들이 건강한 몸으로 일어나서 기쁨의 환성을 지르니, 그 환성이 “영광, 다윗의 후손에게 영광! 왕중의 왕이시고 주님 중의 주님이신 나자렛의 예수께 호산나!” 하고 되풀이하면서 예수 가까이로 바싹 다가서는 수많은 어린이들의 외침과 합세한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경의를 가장하면서 예수께 외친다. “선생님, 저애들 말하는 것이 들립니까? 저애들은 해서는 안되는 말을 합니다. 저애들을 꾸짖으십시오! 입을 다물라고 하세요!”
“그것은 왜요? 예언자의 왕, 내 가문의 왕이 ‘어린이들과 젖먹이들의 입에서 당신은 완전한 찬미가 나오게 하시어 당신의 원수들을 부끄럽게 하셨나이다’하는 시편 작가의 이 말을 읽어 보지 못하였습니까? 어린이들에게 내 찬미를 하게 허락 하시오. 그 찬미들은 끊임없이 내 아버지를 뵙고 아버지의 비밀을 알며 그 비밀들을 이 어린애들에게 넌지시 일러주는 그들의 천사들에 의해서 암시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모두들 내가 주께 기도를 드리러 가게 내버려 두시오.” 그러시면서 기도를 하시려고 사람들 앞을 지나 이스라엘 사람들의 안마당으로 들어가신다….
그런 다음 다른 문으로 나오셔서 제물을 정하게 씻는 못을 스쳐 시내에서 나가시어 올리브나무 산의 언덕으로 돌아 가신다.
사도들은 열광하고 있다…. 개선은 그들에게 자신을 주었다. 그래서 그들은 조금 전에 선생님의 말씀이 일으켰던 모든 공포를 잊었다.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들은 모든 것에 대해서 말한다…. 안나리아에 대한 일을 알기를 열망한다. 예수께서는 당신이 아시는 방식으로 마련을 하시겠다고 그들에게 단언하심으로 그들이 그리로 가려는 것을 힘겹게 말리신다…. 귀머거리, 귀머거리, 하느님의 어떤 경고의 말씀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귀머거리들… 사람, 사람, 호산나의 외침 하나가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순인간적인 사람들….
예수께서는 당신을 성전으로 찾아온 막달라 마리아의 하인들에게 말씀하시고 그들을 돌려 보내신다….
“이제는 저희가 어디로 갑니까?” 하고 필립보가 여쭙는다.
“요나의 마르코 집으로 갑니까?” 하고 요한이 말한다.
“아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의 야영지로 간다. 아마 내 형제들이 왔을 터이니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선생님이 내일 가실 수도 있을 터인데요” 하고 타대오가 예수께 지적한다.
“그것은 할 수 있는 동안에 하는 것이 좋은 일이다. 갈릴래아 사람들에게로 가자. 그들은 우리를 보면 기뻐할 것이다. 너희들도 가족의 소식을 들을 것이고, 나는 어린이들을 보겠다….”
“그러면 오늘 밤은? 어디서 잡니까? 시내에서 잡니까? 어떤 곳에서요? 선생님의 어머니가 계신 곳에서요? 또는 요안나의 짐에서요?” 하고 가리옷의 유다가 묻는다.
“모르겠다. 분명히 시내에서는 자지 않을 것이다. 아마 또 어떤 갈릴래아 사람들의 천막 속에서….”
“아니 왜요?”
“내가 갈릴래아 사람이고 고향을 사랑하니까. 가자.”
그들은 갈릴래아 사람들의 야영지로 올라가기 위하여 다시 길을 떠난다. 야영지는 베다니아 쪽 올리브나무 재배지에 있는데, 4월의 명랑한 태양 아래 아주 하얀 천막의 한 무더기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