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집에서 나온 여자들은 어두움 속의 망령들처럼 성벽에 바짝 붙어서 걸어간다. 얼마 동안은 겉옷을 꼭 여민 채, 이렇게도 조용하고 적요함으로 인하여 겁이 나서 말이 없다. 그러다가 도시가 완전히 조용한 것으로 인하여 안심이 되어 함께 모여 감히 말을 한다.
  “성문이 벌써 열렸을까?”하고 수산나가 묻는다.
  “물론이지. 야채를 가지고 첫 번째로 들어오는 야채 재배자를 보라구. 저 사람은 시장으로 가는 거야”하고 살로메가 대답한다.
  “그들이 우리한테 아무 말도 안 할까?”하고 수산나가 또 묻는다.
  “누가요?” 하고 막달라 마리아가 묻는다.
  “재판소 성문에서 병사들이 말이야. 그리로는… 들어가는 사람이 적고 나오는 사람은 더 적어… 우리가 수상하게 보일거야…”
  “그럼 어떻게 할까요? 우리를 바라볼 테지요. 그 사람들은 시골로 가는 여자 다섯명을 보겠지요. 우리는 또 과월절을 지내고 저희들의 마을로 돌아가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악의를 가진 사람의 주의를 끌지 않게 왜 다른 성문으로 나가지 않는 거야? 그런 다음 성벽을 끼고 돌아가기로 하고?”
  “그러면 길이 멀어질 거예요.”
  “그렇지만 우리는 더 안심이 될 거다. 물문으로 해서 나가자….”
  “아이고! 살로메 아주머니! 내가 아주머니라면 동방문을 택하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아주머니는 멀리 돌아가게 될 거예요! 빨리 하고 빨리 돌아와야 해요.” 이렇게 결단력 있는 사람은 마리아이다.
  “그럼, 다른 성문으로 가지, 그렇지만 재판소 성문은 안돼. 친절을 베풀어줘…”하고 모두가 부탁한다.
  “좋아요. 그러면 여러분의 뜻이 그러니까 요안나한테 들릅시다. 요안나는 자기에게 알려 달라고 부탁을 했거든요. 만일 우리가 바로 갔더라면 들르지 않아도 됐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더 멀리 돌아가자고 들 하시니까 요한나 한테 들르자는 것입니다…”
  “아! 그렇지. 거기 배치된 수비병들 때문에도 그래… 요안나는 알려져 있고, 사람들이 두려워하니까….”
  “난 아리마태의 요셉의 집에도 들렀으면 좋겠다. 그 장소의 주인이니까.”
  “암 그렇구 말구! 이제는 주의를 끌지 않게 행렬을 만들어 가자구요! 아이고! 언니는 정말 겁쟁이 야! 그보다도 이거 봐 언니, 이렇게 합시다. 내가 앞장서 가서 살펴보겠어. 언니들은 뒤에서 요안나하고 같이 오라구. 무슨 위험이 있으면 내가 길 가운데 서 있겠어. 그러면 언니들이 나를 보게 될거고, 우리 모두 뒤로 돌아가면 되는 거야. 그렇지만 수비병들은 이것 앞에서는, 난 이걸 생각했거든(그러면서 돈이 잔뜩 들어있는 돈 주머니를 보인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해도 그냥 내버려둘거야.”
  “우리는 요안나에게도 그 말을 하겠다. 네 말이 옳다.”
  “그럼 날 가게 해줘.”
  “마리아야 너 혼자 가니? 나도 너하고 같이 가겠다.” 하고 마르타가 동생을 염려해서 말한다.
  “아니야, 언니는 알패오의 마리아와 함께 요안나의 집으로 가봐, 살로메와 수산나는 성 밖의 문 근처에서 언니를 기다릴거야. 그런 다음 모두 함께 큰길로 해서 와. 안녕.”
  그리고 막달라 마리아는 방향성 나무기름이 든 주머니와 돈을 가슴에 안고 빨리 떠나서 더 이러쿵저러쿵 말을 못하게 해버린다.
  막달라 마리아는 길을 어떻게나 빨리 걸어 가는지 날아가는 것 같다. 그는 더 빨리 가려고 재판소 성문을 지나가지만 아무도 정지시키지 않는다.
  다른 여자들은 막달라 마리아가 가는 것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그들이 있던 길이 갈라지는 데로 등을 돌리고, 좁고 어두운 다른 길로 접어드는데, 그 길은 그후 여섯째 문 근처에 가서 아름다운 집들이 있는 더 넓고 환히 트인 길로 이어진다. 여자들은 거기서 또 헤어져서, 살로메와 수산나는 그대로 길을 계속하고, 마르타와 알패오의 마리아는 쇠를 씌운 문을 두드리고, 문지기가 벙싯 여는 입구로 간다.
  그들은 들어가서 요안나를 찾아간다. 요안나는 벌써 일어나서, 그를 한층 더 창백하게 하는 짙은 자주빛 옷을 완전히 입고, 유모와 하녀 한 사람과 함께 역시 향유를 다루고 있다.
  “오셨군요. 하느님께서 거기 대한 상급을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지만 두 분이 오시지 않았더라면 내가 스스로 갔을 것입니다. …위안을 얻기 위해서요. …그 무서운 날부터 많은 일들이 혼란을 일으킨 채로 있으니까요. 그리고 내가 고독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그 무덤을 덮은 바위에 가서 두드리면서 ‘선생님, 불쌍한 요안나입니다. 선생님도 저를 혼자 내버려두지 마세요…’하고 말해야 합니다. 요안나는 조용히 그러나 매우 슬프게 운다. 그동안 유모 에스텔은 여주인에게 겉옷을 입혀 주면서 등 뒤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커다란 몸짓을 한다.
  “갔다 와요, 유모.”
  “하느님께서 마님께 힘을 주시기를!”
  그 여자들은 동행들이 있는 데로 가려고 저택에서 나온다. 이때에 짧고 강한 지진이 일어나서, 금요일의 사건으로 아직 공포에 떨고 있는 예루살렘 시민들을 다시 공포에 사로잡히게 한다.
  세 여인은 부랴부랴 되돌아와서, 남녀하인들이 소리를 지르고 주님을 부르는 가운데 넓은 현관에 머물러 있다. 또 다시 진동이 있을까봐 걱정을 하면서 거기 머물러 있는 것이다.
  …한편, 막달라 마리아는 정확히 아리마태의 요셉의 동산으로 들어가는 골목길 어귀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이 하늘의 징조인 힘차면서도 듣기 좋은 우르릉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서쪽에는 아직 끈질긴 별 하나가 버티고 있는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그래서 그 때까지는 엷은 초록색이던 공기를 금빛이 돌게 하는 새벽의 불그레한 빛 가운데에 커다란 빛이 밝혀지면서 마치 백열하는 찬란한 둥근 덩어리 같은 것이 내려오면서 고요한 공기를 번갯불처럼 갈라 놓았다.
  막달라 마리아는 그 빛에 거의 스쳐지다시피해서 땅에 쓰러졌다.
  마리아는 잠시 몸이 기울어지면서 ‘주님!’ 하고 중얼거리고는 바람이 지나간 후의 나무줄기 모양으로 다시 일어나 한층 더 빨리 동산으로 뛰어간다. 마리아는 마치 쫓겨서 둥지를 찾아가는 새 모양으로 동산으로 빨리 들어가 바위를 깍아 만든 무덤 있는 쪽으로 간다. 그러나 비록 빨리 가기는 하지만, 그 하늘의 유성( 星)이 무거운 돌을 보강하기 위하여 석회로 봉인을 한 것에 대하여 지렛대와 불꽃의 구실을 할 때에 무덤에 까지 이르지 못하였고, 마지막 부서지는 소리를 내면서  돌문이 떨어져 지진으로 인한 진동에 또 하나의 진동을 겹칠 때에도 무덤에 까지 이르지 못하였다. 지진은 짧기는 했지만 어떻게나 격렬했던지 수비병들이 쓰러져 죽은 것같이 될 지경이었다.
  마리아가 도착해서 보니 승리자를 쓸 데 없이 지키던 간수들이 베어서 묶어 놓은 밀단 모양으로 땅에 쓰러져 있었다. 막달라 마리아는 지진을 부활과 연결짓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 광경을 보고 예수의 무덤을 모독한 자들에 대한 하느님의 벌이라고 생각하고 무릎을 꿇으면서 말한다. “아이고! 그자들이 주님을 치웠구나!” 하고.
  막달라 마리아는 정말 비탄에 빠져서, 마치 찾아 헤메던 아버지를 만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왔다가 반대로 집이 비어 있는 것을 발견한 소녀처럼 운다. 그러다가 일어나서 베드로와 요한을 만나려고 뛰어간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알릴 생각만을 하기 때문에 동행들 마중을 갈 생각은 하지 않고, 길에서 머뭇거릴 생각도 하지않고, 영양 모양으로 빨리 이미 왔던 길을 되돌아 오며, 재판소 성문을 지나, 약간 사람의 왕래가 있는 길로 날다시피 달려서 손님을 접대하는 집의 문으로 달려들어 미친 듯이 두드리고 흔든다.
  집주인 여자가 문을 열어준다. “요한과 베드로가 어디 있어요?” 하고 막달라 마리아가 헐떡이며 묻는다.
  “저기요” 하고 말하면서 그 여자는 최후의 만찬실을 가리킨다.
  막달라 마리아는 들어간다. 그리고 방안에 들어가 두 사람 앞에 가기가 무섭게 어머니에 대한 연민으로, 그리고 외치는 것보다도 더 괴로워하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자들이 주님을 무덤에서 치웠어요! 어디다 갖다 두었는지 누가 알겠어요?” 그러면서 처음으로 비틀거리고 팔다리를 떤다. 그래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아무데나 붙잡는다.
  “아니 뭐라고? 뭐라고 했어?” 하고 두 사람이 묻는다.
그러니까 막달라 마리아는 헐떡이며 말한다. “나는 수비병들을 매수하려고… 우리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게 하려고… 먼저 갔어요. 그랬더니 지키는 병사들이 죽은 것처럼 쓰러져 있었어요. … 무덤은 열려 있고, 돌은 땅에 굴러 있구요. … 누가? 누가 그렇게 했을까요? 아이고! 오세요! 뛰어가요….”
  베드로와 요한은 즉시 출발한다. 마리아는 몇 걸음 그들을 따라가다가 뒤로 돌아온다. 마리아는 집주인 여자를 붙들고 용의주도한 사랑으로 세차게 흔들면서 얼굴에다 대고 말한다.    “누가 저분(그러면서 마리아의 방문을 가르킨다) 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단단히 조심해요. 내가 주인이라는 걸 생각하고, 말을 듣고 입다물어요.”
  그런 다음 무서워서 쩔쩔 매는 집주인 여자를 남겨두고, 무덤쪽으로 성큼성큼 가고 있는 사람들을 따라 미친다….
  …수산나와 살로메는 그 동안 동행들을 떠나 성벽있는 데로 다시 왔었는데, 그때 갑자기 지진이 일어났다. 그들은 깜짝 놀라서 어떤 나무 밑으로 피해 가서, 무덤쪽으로 가고자 하는 강한 욕망과 요안나의 집으로 뛰어가고자 하는 욕망 사이에서 어떻게 할지를 몰라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사랑이 공포를 이겼다. 그래서 무덤을 향하여 간다.
  그 여자들은 아직도 무서워하며 동산으로 들어가서 보니 지키는 병사들이 기절해 있고 … 열린 무덤에서는 큰 빛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의 놀람은 더했졌는데, 서로 용기를 복돋워주기 위하여 서로 손을 잡고 무덤 어귀에 이르러서 무덤 안 어둠 속에 빛나는 매우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는 그들의 놀람이 극도에 달하였다. 그 사람은 조용히 웃으면서 그가 있는 자리에서 여인들에게 인사를 한다. 그 사람은 기름바르는 돌 오른쪽에 기대서 있는데, 돌의 회색 색조가 그 백열하는 광채 앞에서 사라지고 만다.
  여자들은 너무 놀라 어리둥절하여 무릎을 꿇는다.
  그러나 천사가 그들에게 조용히 말한다. “나를 무서워하지 마시오. 나는 하느님의 고통의 천사인데, 고통이 끝나는 것을 즐기려고 왔습니다. 그리스도의 고통은 끝났고, 그분에게는 죽음에서의 굴욕도 끝났습니다. 당신들이 찾는 십자가에 못박히신 나자렛의 예수는 부활하셨습니다. 그분은 이제 여기 안 계십니다. 당신들이 그분을 모셔 놓았던 곳은 비어 있습니다. 나와 같이 기뻐하시오. 그리고 가서 베드로와 제자들에게 예수께서 부활하셨고 당신들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가신다고 말하시오. 당신들은 그분이 말씀하신 대로 그 곳에서 잠시 동안 더 뵐것입니다.”
  여인들은 쓰러지며 얼굴을 땅에 박는다. 그리고 얼굴을 다시 쳐들었을 때는 마치 어떤 벌에 쫓기기라도 하듯이 도망친다. 그들은 겁에 질려 중얼거린다. “우린 죽을 거예요! 주님의 천사를 보았으니!”
  여인들은 들판에까지 다 와서는 좀 진정이 되어 의논을 한다. 어떻게 할까? 자기들이 본 것을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을 것이고, 그곳에 갔다 온다고 말하면 지키는 병사들을 죽였다고 유다인들에게서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 안된다. 친구들에게도 원수들에게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벌벌 떨며 말을 잃은 채 딴 길로 해서 집으로 돌아와서는 최후의 만찬실로 들어가 숨는다. 마리아를 보겠다고도 하지 않는다. … 그리고 거기서 그들이 본 것은 마귀의 속임수라고 생각한다. 이 여자들은 겸손한 만큼 ‘자기들이 하느님의 사자를 보는 은혜를 얻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그것은 자기들을 그곳에서 쫓으려고 무섭게 하려고 한 사탄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은 악몽으로 질겁을 한 계집아이들처럼 울며 기도한다.
  …셋째무리, 즉 요안나와 알패오의 마리아와 마르타는 다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고, 틀림없이 동행들이 기다리고 있을 그 곳으로 가기로 결정한다. 거리로 나오니 이제는 사람들이 있는데, 겁을 집어먹고 새로 일어난 지진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말을하고, 금요일에 일어난 일들과 연결을 짓고 있지도 않은 일들을 생각해내기도 한다.
  “저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이 낫지! 아마 지키는 병사들도 겁이 나 있어서 반대를 하지 않을지도 몰라.” 하고 알패오의 마리아가 말한다.
  그러면서 빨리 성벽쪽으로 간다. 그러나 이 여자들이 그리로 가는 동안 베드로와 요한은 벌써 동산에 이르렀고, 그 뒤에 막달라 마리아가 따라온다.
  발이 더 빠른 요한이 맨 먼저 무덤에 이르렀다. 이제는 지키는 병사들도 없고 천사도 없다. 요한은 벌벌 떨고 몹시 슬퍼하며 눈에 보이는 어떤 물건의 표를 공경하여 거두려고 열려 있는 무덤 어귀에 무릎을 꿇는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다만 땅바닥에 있는 시신을 덮었던 천과 그 위에 쌓여 있는 헝겊들뿐이다.
  “정말 여기 안계셔, 시몬! 마리아가 제대로 보았어. 와서 들어가봐.”
  베드로는 빨리 뛰어 왔기 때문에 몹시 숨을 헐떡이며 무덤속으로 들어간다. 그는 오면서    “나는 감히 그곳에 가까이 가지 못할 거야”하고 말하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선생님이 어디에 계실지 찾아낼 생각밖에 없다. 그러면 어두운 어떤 구석에 숨어 계실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이른 시간이라, 문이 달렸던 작은 구멍으로만 빛이 조금 들어올 뿐인데, 거기에 요한과 막달라 마리아의 그림자가 드리웠으니 무덤 속은 한층 더 어둡다…
  그러므로 베드로는 보기가 어려워 무엇이 있나 알아보려고 손으로 더듬는다. …그는 벌벌 떨면서 기름바르는 돌대(台)를 만져 본다. 그리고 비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안 계셔, 요한! 안 계시단 말이야!… 아이고! 자네도 오게! 나는 하도 울어서, 이렇게 빛이 별로 없는 데서는 거의 보이지가 않네.”
  요한은 일어나서 들어간다. 그리고 요한이 들어오는 동안 베드로는 잘 개켜진 수의가 한 구석에 놓여 있고, 그 안에는 정성스럽게 말린 시신 덮는 천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놈들이 정말 선생님을 훔쳐 갔어. 병사를 두어 지키게 했던 건 우리 때문이 아니라, 이 짓을 하려고 그랬던 거야. …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하게 내버려두었단 말이야. 우리는 도망을 쳐서 그렇게 할 수 있게 했단 말아야….”
  “아이고! 어디다 갖다 놓았을까?”
  “베드로, 베드로! 이제는 … 정말 끝장이야!”
  두 제자는 풀이 죽어서 나온다.
  “이거 봐, 마리아. 가서 어머니께 말씀드려…”
  “나는 떠나지 않을 거예요. 여기 있겠어요. … 누군가 오겠지요. … 아이고! 나는 안 가요. … 여기엔 아직도 선생님의 것이 무엇인가 남아 있어요. 어머니 말씀이 옳았어요. … 선생님이 계셨던 곳의 공기를 마시는 것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위안이예요.”
  “유일한 위안이지… 이젠 자네도 바라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었다는 것을 알겠지…”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마리아는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문 곁에 털썩 주저앉아 운다. 그동안 제자들은 떠나간다.
  그러다가 고개를 쳐들고 안을 들여다보니 기름바르는 돌 머리쪽과 발쪽에 두천사가 앉아 있는 것이 눈물사이로 보인다. 가엾은 죽어가는 바람과 죽기를 원치않는 믿음사이에 겪는 가장 격렬한 싸움으로 하도 얼이 빠져서 놀라지도 않고 멍하니 그들을 바라다본다. 모든 것에 영웅적으로 저항해 온 용감한 그가 이제는 눈물밖에 남은 것이 없다.
  “여보세요. 왜 우세요” 하고 빛나는 두 소년 중에 한 소년이 묻는다. 그들은 매우 아름다운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내 주님을 훔쳐 갔는데 어디다 갖다 두었는지 몰라요”
  마리아는 그들에게 말하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고 “당신들은 누구요?” 하고 묻지도 않는다. 이제는 아무 것도, 아무 것도 마리아를 놀라게 하지 못한다. 한 인간을 놀라게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이미 다 겪었다. 이제는 힘없이 체면도 없이 울고 있는 부서진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소년 천사는 동료를 바라보고 미소짓는다. 그리고 다른 천사도 그렇게 한다. 그리고 천사의 기쁨 반짝이는 가운데 바깥 동산 쪽을 네다본다. 동산에는 사과밭의 무성한 사과나무에 핀 수백만 송이의 꽃과 더불어 꽃이 만발하였다.
  마리아는 천사들이 무엇을 바라보는지 보려고 몸을 돌리니, 대단히 아름다운 남자 한 사람이 보인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마리아가 그를 즉시 알아보지 못할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를 연민의 눈으로 보면서 “여보시오, 왜 우시오? 누구를 찾소?” 하고 묻는 남자를 말이다.
  하기는 너무 많은 걱정으로 지쳐 빠져서 뜻밖의 기쁨을 느끼면 죽을지도 모르는 인간에 연민으로 얼굴이 어두워진 예수님이기는 하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 그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할 수가 있었는지 정말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마리아는 흐느끼면서 말한다. “그 사람들이 주 예수님을 훔쳐 갔어요. 저는 예수님이 부활하시기를 기다리면서 그분에게 향유를 바르려고 왔었어요. …저는 제 사랑 둘레로 제게 있는 용기와 희망과 믿음을 모두 모아 놓았어요. … 그런데 이제는 그분을 찾아낼 수가 없어요….
그리고 저는 제 믿음과 제 희망과 제 용기 둘레에 그것들을 사람들에게서  보호하려고 제 사랑을 두기까지 했어요. …그러나 모두가 소용없어요! 사람들은 제 사랑을 빼앗아 갔고, 그분과 더불어 제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갔어요. … 오 주님, 주님이 그분을 가져가셨으면 어디다 두셨는지 말씀해주세요. 그러면 제가 가서 모셔 오겠어요….
  저는 아무한테도 그 말을 안하겠어요.… 주님과 저 사이의 비밀일 것입니다. 보세요, 저는 데오필로의 딸이고, 라자로의 동생이예요. 그렇지만 지금 노예처럼 주님께 간청하려고 주님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그분의 시신을 저더러 사라고 하십니까? 사겠어요. 얼마나 드릴까요? 저는 부자예요. 그분의 몸무게만큼 금을 드릴수 있어요. 그렇지만 제게 돌려 주세요. 주님을 고발하지 않을게요. 저를 때리실래요? 때리세요. 원하시면 피가 나도록 때리세요. 그분에게 증오를 가지고 계시면 제게 앙갚음을 하세요. 그렇지만 그분을 제게 돌려주세요. 아이고! 주님, 이 불행으로 저를 가난하게 하지 말아주세요! 가엾은 여인을 불쌍히 여겨 주세요! … 저를 위해서 그렇게 하지 않으시겠어요?
  그러면 그분의 어머니를 위해서 그렇게 하세요. 말씀해주세요. 내 주 예수님이 어디 계신지 말씀해주세요. 저는 힘이 셉니다. 제가 그분을 안아서 어린아이처럼 안전한 곳에 갖다 모시겠어요. 주님… 주님… 아시지요. … 사흘 전부터 우리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아들께 한 일 때문에 하느님의 분노에 의해서 벌을 받고 있어요.… 그 죄악에다 모독을 보태지 마세요….“
  “마리아!” 하고 그를 부르시면서 예수께서는 빛나신다. 예수께서는 당당한 빛남을 보이시며 당신을 드러내신다.
  “라뽀니(선생님)!” 마리아의 부르짖음은 참으로 죽음의 주기를 마감하는 “큰 외침”이다. 첫째 주기와 더불어 증오의 암흑이 희생을 시체에 쓰는 붕대를 둘러쌌었고, 둘째 주기와 더불어 사랑의 빛이 그의 찬란함을 더하였다.
  그러면서 마리아는 온 동산에 울려 퍼지는 소리를 지르면서 일어나 예수의 발 앞으로 달려가 발에 입맞춤하려고 한다.
  예수께서는 손가락 끝으로 마리아의 이마를 겨우 만지면서 떼어놓으시면서 말씀하신다. “나를 만지지 말아라! 나는 이 옷을 입고 내 아버지께로 올라가지 못했다. 내 형제들과 친구들을 가서 만나 내가 아버지이시며 너희들의 아버지이신 분께로, 내 하느님이신 분께로 올라간다고 말하여라. 그런 다음 내가 그들에게 가겠다.” 그런 다음 예수께서는 견딜 수 없는 빛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지신다.
  마리아는 예수께서 계시던 곳에 입맞춤을 하고 집으로 뛰어 간다. 그리고 샘에 가려고 나오는 집주인이 자나갈 수 있게 대문이 반쯤 열려 있기 때문에 쏜살같이 집으로 들어가 성모 마리아가 계신 방문을 열고 그분의 가슴에 쓰러지면서 외친다. “주님이 부활하셨어요! 주님이 부활하셨어요!” 그러면서 매우 행복해서 운다.
  그리고 베드로와 요한이 달려오고, 최후의 만찬실에서 겁에 질린 살로메와 수산나가 나와서 마리아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 길에서 알패오의 마리아와 마르타와 요안나가 숨이 턱에 닿아서 들어오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들도 무덤에 갔었고, 두 천사를 보았는데 한 천사는 사람이시오 하느님이신 분의 수호천사라고 했고, 또 한 천사는 그분의 고통의 천사라고 했으며, 그 천사들은 제자들에게 예수께서 부활하셨다고 말하라는 명령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베드로가 머리를 흔들자 그 여자들은 이렇게 말하면서 고집하였다.
  “참말이예요. 천사들은 이렇게 말했어요. ‘왜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찾으십니까? 여기 안 계십니다. 아직 갈릴래아에 계실 때 말씀하신 것과 같이 부활하셨습니다. 이 말이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사람의 아들은 죄인의 손에 넘어가 십자가에 못박혀야 한다. 그러나 사흗날에 부활할 것이다)하고’ ”
  베드로는 머리를 흔들면서 말한다. “요새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났어요! 그래서 여러분은 정신이 흐려진 겁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성모 마리아의 가슴에서 머리를 들고 말한다. “나는 주님을 뵈었고, 말도 했어요. 주님은 아버지께로 올라가셨다가 다음에 오신다고 말씀하셨어요. 기가 막히게 아름다우셨어요!” 그러면서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의심에 대항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괴롭힐 필요가 없어진 지금, 일찍이 그렇게 울어 본적이 없을 만큼 운다.
  베드로와 요한은 아직도 대단히 망설인다. 그들은 서로 바라다보는데, 그들의 눈은 그러나 “여자들의 상상이야” 하고 서로 말한다.
  수산나와 살로메도 그 때에는 용기를 내서 말을 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자세한 상황의 차이, 즉 지키는 병사들이 처음에는 죽은 것처럼 쓰러져 있다가 나중에는 그곳에 없다든지, 천사가 하나였다가 둘이었다가 또 사도들에게는 나타나지 않았다든지, 예수께서 이곳에 오셨다는 것과 제자들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가신다든지 하는 두가지 설명으로 인하여 사도들의 의심, 아니 오히려 확신이 더해진다.
  지극히 행복하신 어머니 마리아는 막달라 마리아를 부축하고 계신 채 말씀을 안하신다.…    나는 어머니의 이 침묵의 비밀을 이해할 수가 없다.

  알패오의 마리아가 살로메에게 말한다. “우리 둘이 다시 가 봅시다. 우리 모두가 흥분해 있는 것이지 알아 봅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밖으로 뛰어 나간다.
  다른 여자들은 두 사도에게 놀림을 받으면서, 조용히 생각에 잠긴 채 말이 없는 성모 마리아 곁에 그대로 있다. 그 생각을 각기 나름대로 해석하지만, 그것이 황홀한 상태라는 것은 아무도 깨닫지 못한다.
   나이 많은 두 여자가 돌아와서 말한다. “사실이예요! 사실! 우리는 주님을 뵈었어요. 바르나바의 정원 근처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당신들에게 평화!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리고 제 형제들에게 제가 부활했다고, 며칠 후에 갈릴래아로 가라고 말씀하세요. 우리는 거기서 다시 함께 있게 될 것입니다’ 하고 주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마리아의 말이 옳아요. 이 말을 베다니아에 있는 사람들과 요셉과 니고데모와 가장 충실한 제자들과 목자들에게 말해야 돼요, 행동해요, 행동을… 아이고! 주님이 부활하셨어요!…” 그 여자들은 너무 기뻐서 운다.
  “아주머니들은 머리가 돌았어요. 고통 때문에 머리가 돌았어요. 빛이 천사로 보였고, 바람소리가 목소리로 들렸고, 해가 그리스도로 보인 것입니다. 저는 아주머니들을 비난하지 않고 이해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본 것만 믿습니다. 무덤이 열렸고, 텅 비었고, 지키는 병사들은 사라져 버린 시신과 함께 어디론가 가버렸고요.”
  “그렇지만 지키던 병사들 자신이 주님이 부활하셨다고 말하는데야! 온 시내가 벌컥 뒤집혔고, 대사제들은 지키던 병사들이 정신없이 도망하면서 그 말을 했다고 해서 미친 듯이 성이 나 있는데도! 지금은 대사제들이 병사들에게 다른 말을 하라고 돈으로 매수한다는 거요. 그렇지만 사람들은 벌써 이 사실을 알고 있고 유다인들은 부활을 믿지 않고, 믿으려고 하지 않지만, 많은 다른 사람이 믿고 있어요….”
  “흠! 여자들이란!…” 베드로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가려고 한다.
  그 때에 너무나 기뻐서 마치 소나기를 맞는 수양버들처럼 울고 있는 막달라 마리아를 여전히 안으신 채 그의 금발에 입을 맞추고 계시는 어머니께서 빛나는 얼굴을 드시고 짤막하게 말씀하신다. “예수는 사실 부활했네. 내가 이 품에 안고 그 상처에 입맞춤했네.” 그런 다음에 정열적인 막달라 마리아의 머리 위로 얼굴을 숙이시면서 말씀하신다. “그래, 기쁨은 고통보다도 한층 더 강하다. 그러나 바다와 같은 네 영원한 기쁨에 비하면 이것은 모래 한 알에 지나지 않는다”
  베드로는 이제 감히 부인하지 못한다.… 그리고 지금 옛날 베드로의 그 변화중의 하나가 다시 나타나서 마치 늦어지는 것이 그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때문인 것처럼 말하고 소리지른다. “아니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들판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야지… 찾고 … 행동해야지… 자, 움직이시오. 선생님이 정말 오시기로 되어 있으면…적어도 우리를 만나시긴 해야 될게 아닌가.” 그러면서 그가 아직도 예수의 부활을 맹목적으로는 믿지 않는다고 인정한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