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당신의 모든 제자와 같이 계시다. 이제는 그들 열 세명과 예수님만 계시다. 그들은 한 배에 일곱명씩 타고 갈릴래아 호수에 떠 있다. 예수께서는 첫번째 배인 베드로의 배에 베드로, 안드레아, 시몬, 요셉 그리고 사촌 두 명과 같이 계시다. 다른 배에는 제베대오의 두 아들과 다른 사람들, 즉 가리옷 가람, 필립보, 토마, 나타나엘, 그리고 마태오가 있다.
두 배는 돛을 올리고 수면에 수많은 가벼운 잔물결을 일으키는 시원한 북풍에 밀려 빨리 나아간다. 그 잔물결들은 고요하고 아름다운 호수의 터키옥 같은 청색 수면에 일종의 명주 망사를 그려놓은 거품줄로 겨우 표가 날 뿐이다. 배들은 뒤에 두 개의 항적(航跡)을 남기면서 나아가는데, 그것들은 그 즐거운 거품들을 합쳐 하나가 되어서 수면에 아름다운 하나의 흔적만을 남긴다. 과연 그 두 배는 함께 항진한다. 베드로의 배가 겨우 2미터 앞서 가고 있다.
서로 몇 미터 거리로 가까워진 이 배에서 저 배로 대화와 견해를 주고 받는다. 나에게 그 대화는 갈릴래아 사람들이 유다 사람들에게 그들의 호수에 대한 자세한 사정, 그들의 상업, 그들의 중요한 인물, 출발점과 도착점 사이의 거리, 즉 가파르나움과 티베리아 사이의 거리 같은 것을 보이고 설명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배들은 고기잡이에 쓰이지 않고,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데 쓰인다.
예수께서는 이물에 앉아 계시다. 예수께서는 주위의 아름다움과 고요와 푸른 바탕에 아주 하얀 마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푸른 호반으로 둘러싸인 그 깨끗한 하늘과 물의 모든 파란 빛을 즐기시는 것 같다. 예수께서는 이물에 맨 앞쪽에 계시기 때문에 제자들의 대화에는 관여하지 않으신다. 예수께서는 돛을 묶어놓은 무더기에 거의 누워 계시면서 호수 바닥을 조사하시고 대단히 맑은 그 물속에서 사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진 듯이 사파이어로 만든 거울 같은 호수 위로 자주 얼굴을 기울이신다. 그러나 예수께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누가 알겠는가? ‥‥베드로는 햇빛이 방해가 되지 않느냐고 두 번이나 여쭈어 본다. 동쪽에 완전히 떠오른 해는 아직 몹시 뜨겁지는 않지만 벌써 더운 햇살을 배에 맞바로 보낸다. 베드로는 다른 사람들처럼 빵과 치즈를 드시겠느냐고 두 번째로 여쭈어본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차일도 빵도 원치 않으신다. 그러니까 베드로는 예수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
호수에서 소풍하는 때 쓰이는 작은 배 한떼가 어부들의 배가 가는 길을 가로 질러 간다. 그 배들은 일종의 큰 보트이지만, 호화로운 붉은 천개(天蓋)와 쾌적한 쿠션으로 장식되어 있다 . 요란한 소음과 웃음소리와 향수 냄새가 배들과 함께 지나간다. 그 배들 안에는 아름다운 여자들과 재미나게 노는 로마인들과 팔레스티나 사람들이 가득 타고 있는데, 팔레스티나 사람이기보다는 오히려 로마인이거나 적어도 팔레스티나인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그리이스 사람도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추론을 하는 것은 마르고 키가 훤칠하고 거의 익은 올리브같이 갈색이며 한껏 모양을 낸 한 젊은이의 말 때문이다. 그는 아래에 굵은 그리이스식 번개무늬 수를 놓은 붉은 빛의 짧은 옷을 입고 있는데, 금은세공술의 걸작품인 허리띠로 허리를 졸라맸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리이스도 아름다워. 하지만 올림피아의 내 조국은 그래도 이렇게 파란 하늘과 이런 꽃들은 없단 말이야. 그러니까 정말이지 여신들이 그리이스를 버리고 이곳으로 왔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야. 이제는 그리이스가 아니라 유다의 여신들이 된 여신들에게 꽃잎과 장미꽃잎과 우리의 찬사를 던지세‥‥” 그러면서 그의 배에 타고 있는 여자들에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미꽃잎들을 던지고 이웃 배에도 던진다. 로마인 하나가 대답한다. “그리이스 친구, 꽃잎을 던지고 또 던지게! 하지만 비너스는 나와 같이 있네. 나는 꽃잎을 따지 않고 이 아름다운 입에서 장미꽃들을 따네. 이것이 더 달콤해!” 그러면서 그의 금발머리를 로마인의 가슴에 파묻고 쿠션에 반쯤 누워있는 막달라의 마리아의 미소짓는 입에 입맞추려고 몸을 숙인다.
이제는 작은 배들이 노젓는 사람들이 서툴어서 그랬는지 바람 때문에 그랬는지 육중한 배들 쪽으로 곧바로 달려와서 까딱 잘못하면 부딪히게 되었다. “죽고 싶지 않거든 조심해” 하고 베드로가 화가 나서 외치며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키 손잡이를 틀어 배의 진로를 바꾼다. 남자들의 욕설과 여자들의 공포에 질린 비명이 이 배에서 저 배로 넘나든다. 로마인들이 “비켜라, 이 개 같은 히브리 놈들아” 하고 갈릴래아 사람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베드로와 다른 갈릴래아 사람들도 욕을 먹고만 있지 않는다. 특히 수탉의 볏처럼 새빨갛게 된 베드로는 심히 흔들리는 뱃전에 올라서서 손으로 허리를 집고서 매번 대꾸를 하고 로마인, 그리이스인, 유다인, 유다 여자 할 것없이 도무지 용서하지 않는다. 오히려 명예로운 명칭이란 명칭은 모두 주워섬기는데, 나는 그것들을 여기 옮겨쓰지 않겠다. 입씨름은 용골(龍骨)과 노들이 뒤엉긴 것이 풀리기 전까지는 계속 되다가 제 방향으로 간다.
예수께서는 위치를 바꾸지 않는다. 배들과 그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으시고 말씀도 없이 방심한 태도로 그대로 앉아 계셨다. 팔꿈치를 괴시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같이 먼 호숫가를 계속 바라보고 계셨다. 누가 던진 꽃 한송이가 예수께 왔다. 그 꽃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겠다.그러나 그행동과 함께 까르르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어떤 여자에게서 오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아무런 기색이 없다. 꽃은 거의 예수의 얼굴에 맞고 널빤지 위에 떨어져 흥분해 있는 베드로의 발아래 가서 멎는다.
작은 배들이 멀어져 가려고 하는 찰나에 있을 때 막달레나가 일어서서 같이 타락한 동료 여자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그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눈으로 멀리 있는 예수의 조용한 얼굴을 주시하는 것이 보인다. 그 얼굴은 이 세상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이것봐, 시몬!” 하고 가리옷 사람이 부른다. “자네는 나처럼 유다 사람이니 말해 보게. 아니 저 로마인의 품에 안겨 있던 금발미녀, 방금 일어섰던 그 여자말이야. 베다니아의 라자로의 누이동생이 아닌가?”
“난 아무것도 모르네” 하고 가나네인 사람인 시몬이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나는 산 사람들 가운데로 돌아온지가 얼마 안되고, 그 여자는 젊으니‥‥”
“자네가 베다니아의 라자로를 모른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자네가 그 사람의 친구이고, 또 선생님과 같이 그 사람 집에 갔었다는 걸 알고 있어.”
“또 그렇다면?”
“그렇다고 치면 말야, 자네는 라자로의 누이동생인 죄녀도 알고 있을 거란 말이야. 무덤 속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그 여자를 알고 있어! 그 여자의 소문이 난 것이 10년이 돼. 겨우 사춘기에 들면서부터 그 여자는 바람기가 있었어. 하지만 4년전부터는! 자네가 아무리 “죽은 자들의 골짜기”에 있었다 해도 그 추문(스캔들)을 모를 수는 없어. 예루살렘 전체가 떠들썩했으니까. 그래서 라자로가 그때 베다니아로 피신한 거야. 하긴 그렇게 하길 잘했지. 그 여자가 아직 들락거리던 시온의 그의 호화로운 저택에는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게 되었을거니까. 내 말은 거룩한 사람은 아무도‥‥ 라는 뜻이야. 시골에서도‥‥ 알고 있지! ‥‥그리고 이제는 그 여자가 자기 집만 빼놓고는 아니 가는 데가 없어‥‥지금은 틀림없이 막달라에 있을거야‥‥아마 새 애인을 하나 얻었을테지‥‥대답 안하겠나? 내 말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겠나?”
“자네 말이 틀렸다고 말하지는 않아. 입을 다물고 있는거지.”
“그럼 그 여자지? 자네도 알아봤지!”
“나는 그 여자가 아주 어렸을 때 보았어. 그 때에는 순결했었어. 이제 다시 보았지만‥‥ 알아보았어. 비록 음란하긴 하지만 그의 모습은 성녀였던 그의 어머니 모습 그대로야.”
“그러면 왜 그 여자가 자네 친구의 여동생이라는 걸 거의 부인하다시피 했나?”
“우리의 상처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는 감추려고 애쓰는 법이지. 특히 성실한 사람의 경우에는”
“자네 말 잘했네. 그리고 자네는 성실한 사람일세” 하고 베드로가 지적한다.
“그리고 또 자네도 그 여자를 알아봤지? 자넨 틀림없이 물고기 팔려고 막달라에 갈거야. 그러니 자네가 그 여자를 몇 번이나 봤는지 누가 알겠어!‥‥.”
“이 총각아, 성실한 일로 피곤했을 때는 여자들에게 끌리지 않는다는걸 알아두게. 자기 아내의 성실한 잠자리만을 사랑하는 거야.”
“어이구! 그렇지만 아름다운건 누구의 마음에나 다 드는거야! 최소한 보기라도 하는거지.”
“뭣하러? ‘내가 먹을 것이 아니다’ 하고 말하려고? 아닐세, 알겠나? 호수와 내 직업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네. 그 중 한 가지가 이런 거야. 단물에서 사는 물고기와 바닥에서 사는 물고기는 짠물과 소용돌이치는 수면 가까이의 물에서는 못사는 법이라는거야.”
“그게 무슨 뜻이지?”
“비참하게 죽지 않으려면 각자가 제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말일세”
“막달레나가 자네를 죽게 하던가?”
“아니야, 나는 강인하네. 그렇지만‥‥ 바로 자네가 말하는구먼. 아마 자네가 기분이 좋지 못한 모양이지?”
“나는 그 여자를 바라보지도 않았어!‥‥”
“거짓말장이! 자네는 이 첫째 배에 타서 그 여자와 더 가까이 있지 못한 것을 속으로 안달을 한 것이 틀림없어. ‥‥그 배에 더 가까이 있기 위해서는 나를 참아견디기까지 했을거야. ‥‥내가 말하는 것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자네가 그렇게 여러날 동안 내게 말을 안하다가 그 여자 때문에 내게 말을 해 주니까 말일세.”
“내가? 하지만 그 여자는 나를 보지도 않았을거야! 그 여자는 계속 선생님만 바라보고 있었거든!”
“아! 하! 하! 그러면서 그 여자를 보지 않았다고 말하는거야! 자네가 그 여자를 보고 있지 않았으면, 그 여자가 어디를 보는지 어떻게 알았나?”
베드로의 지적에 유다와 예수와 열성당원을 빼고 모두 웃는다.
예수께서는 듣지 않는 체하시던 입씨름을 “티베리아에 다 왔느냐?” 하고 베드로에게 물으심으로써 끝내신다.
“예, 이제 배를 가에 대겠습니다.”
“기다려라. 이 조용한 만(灣)에 배를 댈 수 있겠느냐? 너희들에게만 말하고 싶어서 그런다.”
“깊이를 재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하며 베드로가 긴 장대를 물속에 집어넣고 가로 천천히 간다. “예. 할 수 있습니다. 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할 수 있는 대로 가까이 가라.그늘도 있고 조용하기도 하다. 마음에 든다.”
베드로는 호숫가 근처에까지 간다. 뭍은 이제 기껏해야 15미터쯤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제는 배가 바닥에 닿겠습니다.”
“멈춰라, 그리고 너희들은 할 수 있는 대로 가까이 와서 들어라.”
예수께서는 계시던 자리를 떠나 배 한가운데로 오셔서 이 뱃전에서 저 뱃전까지 건너질러 놓은 긴 걸상에 앉으신다. 그 앞쪽에는 다른 배가 있고, 둘레에는 이 배에 타고 있는 제자들이 모여 있다.
“잘 들어라.
너희들에게는 내가 어떤 때 너희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따라서 자기 제자들을 보살피지 않는 게으른 선생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잠시도 너희를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라. 너희들은 병명이 확실치 않고 상반되는 증세를 나타내는 병자를 관찰하는 의사를 지켜본 일이 있느냐? 의사는 환자를 진찰한 다음에 그가 자고 있거나 깨어 있거나, 아침 저녁으로 환자가 입을 다물고 있을 때나 말을 할 때나 항상 눈을 떼지 않고 살펴본다. 모든 것이 알려지지 않은 병을 드러내고 치료법을 일러주는 증상과 지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너희에게 대하여 이와 같이 한다. 너희들은 보이지는 않지만 매우 민감한 끈으로 내게 연결되어 있어, 내게 매여 있는 이 끈으로 너희들의 자아(自我)의 가장 작은 느낌까지도 내게 전달된다. 나는 너희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점점 더 나타내게 하려고 너희들이 자유롭다고 믿게 내버려 둔다. 어떤 초등학교 학생이나 편집광(偏執狂)이 감시하는 사람의 눈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할 때 이런 일이 생긴다. 너희들은 여럿이 모인 집단이다. 그러나 너희들은 하나의 핵을, 즉 오직 한가지를 이룬다. 너희들은 새로 태어나는 복잡한 하나의 집단으로, 혹은 더 좋고 혹은 덜 좋은 그의 모든 특징이 연구의 대상이 되는데, 그것은 그 집단을 형성하고 혼합하고 이끼를 제거하고 그의 여러 가지 성향을 발전시켜 완전한 하나의 전체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희들을 연구하고, 너희들이 잘 때에도 너희들에 대해 관찰을 하는 것이다.
너희들은 무엇이냐? 너희들이 어떻게 되어야 하겠느냐? 너희들은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들은 이것이 되어야 한다. 즉 세상의 소금이 되어야 한다. 소금을 가지고 고기와 다른 많은 물건을 썩지 않게 보존하게 된다. 그러나 만일 소금이 짜지 않으면 다른 물건들을 절일 수가 있겠느냐? 나는 너희들을 가지고 세상을 짜게 해서 세상에 천상의 맛을 주고자 한다. 그러나 만일 너희들이 좋은 맛인 나를 잃으면 어떻게 맛을 나게 할 수가 있겠느냐?
너희들에게서 천상의 맛을 잃게 하는 것은 무엇이냐? 그것은 인간적인 것이다. 바닷물, 진짜 바닷물은 너무 짜서 마시기에 부적당하지 않느냐? 그러나 어떤 사람이 바닷물 한 컵을 떠서 단물 한 항아리에 부으면 바닷물이 매우 많이 희석되어 독한 기운을 잃기 때문에 그 물은 마실 수가 있다. 인간성은 너희들의 천상 염도에 섞이는 단물과 같다. 그런데 말이다. 바다에서 작은 개울을 하나 끌어다 이 호수에 들여보낸다고 가정하고,이 호수에서 그 바닷물 줄기를 찾아낼 수 있겠느냐? 못한다. 그 바닷물 줄기는 너무 많은 단물에 섞여 없어지고 말 것이다. 너희들이 너희 사명을 너무나 많은 인간성 속에 잠그거나 아예 빠져버리면 너희들도 이와 같이 된다. 너희도 사람이다. 그래, 그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나는 누구냐? 나는 내 안에 모든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느냐? 나는 너희들을 불렀기 때문에 너희들에게 이 힘을 나누어 준다. 그러나 만일 너희들이 그 힘을 수많은 인간적인 기분과 감정 속에 흩어버리면 너희들에게 그 힘을 나누어 주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너희들은 세상의 빛이고, 또 빛이 되어야 한다. 하느님의 빛인 내가 너희를 택하였다. 그것은 내가 아버지께로 돌아 갔을 때 너희들이 계속 세상을 비추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만일 너희가 꺼지거나 연기가 나는 등불이 되면 빛을 줄 수가 있겠느냐? 그렇지 않다. 타다 남은 심지의 어렴풋한 연기는 완전히 꺼진 심지보다도 더 나쁘며, 너희들의 그런 연기는 사람들의 마음이 아직 가질 수 있는 그 미광마저 어둡게 할 것이다. 오! 하느님을 찾다가, 빛대신 연기를 가지고 있는 사도들 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불행하다! 그들은 그런 사도들에게서 죄를 지을 기회와 죽음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자격없는 사도들은 저주와 벌을 받을 것이다. 너희들의 운명은 위대하다! 그러나 너희들의 사명은 위대하면서도 두렵다! 많이 받은 사람은 많이 바치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여라. 너희들에게야말로 교육과 선물에 관한 한 가장 많이 주어진 것이다. 너희들은 하느님의 말씀인 나에게서 교육을 받고, ‘제자’가 되는, 즉 하느님의 아들의 후계자가 되는 선물을 하느님에 게서 받는다.
나는 너희들이 선택된 것에 대해 끊임없이 묵상하기를 바라고, 너희들이 충실하고 오직 충실할 능력이 있는지 검토하고 숙고하고‥‥ 깨닫기를 바란다. 나는 너희들이 스스로 죄인이고 냉혹한 사람이라고 느끼는지 살펴보라고 말하지 않고, 사도로서의 기력이 없이 그저 충실하기만 한지 살펴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하기 위해서 너희들은 세상으로부터 물러나야 한다. 세상은, 그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넓고 아름답고 충분하고 다양하다! 세상은 모든 사람에게 오관의 향락을 위한 꽃과 열매를 준다. 그러나 나는 오직 한가지, 즉 성덕만을 준다. 이 세상에 있는 것 중에서는 그것은 가장 좁고, 가장 가난하고, 가장 거칠고, 가장 힘들고 가장 박해받는 것이다. 그러나 하늘에서는 그 군색함이 무한한 넓음으로, 그 가난이 부(富)로, 그 가시들이 꽃방석으로, 그 거칠음이 편하고 기분 좋은 길로 변하고, 그 박해가 평화와 지복(至福)으로 변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는 거룩하다는 것은 영웅적인 노력인 것이다. 그런데 내가 너희들에게 주는 것은 이것뿐이다.
너희들은 나와 같이 있기를 원하느냐? 그렇게 할 용기가 없다고 느끼지 않느냐? 오! 놀라고 괴로워하며 너희 자신을 돌아보지 말아라! 너희들은 이 질문을 앞으로도 여러번 들을 것이다. 그리고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너희들은 내 부름에 귀를 막고 있는 것이 속이 상해서 내 마음이 울고 있다고 생각하여라. 그러면 너희들 자신을 살펴보고 나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하여라. 하느님께 버림받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하여 결정을 하여라. 그래서 이렇게 말하여라. ‘선생님, 친구들, 나는 이 길을 가도록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작별의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하고. 이것이 배반하는 것보다 낫다‥‥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누구를 배반한다고 그러십니까? 누구를요? 하고 묻느냐? 나를 배반한다는 말이다. 내 이익을, 즉 하느님의 이익을 배반한다는 말이다. 나는 아버지와 하나이니까. 그리고 너희들 자신을, 그렇다. 너희들 자신을 배반할 것이다. 너희들의 영혼을 사탄에게 주어서 너희들의 영혼을 배반할 것이다. 너희들이 유다인으로 남아 있기를 원하느냐? 그런데 나는 너희들에게 바꾸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배반하지는 말아라. 너희 영혼과 그리스도와 하느님을 배반하지 말아라. 나는 나와 내게 충실한 사람들이 너희들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고, 믿는 사람들의 무리의 업신여김을 받으라고 너희들을 가리키지는 않을 것임을 단언한다. 조금 전에 너희 형제들 중의 한 사람이 훌륭한 말을 하였다. ‘우리의 상처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를 우리는 숨기려고 애쓴다’고. 그런데 우리와 헤어지는 사람은 우리 사도적 조직체에 뜻밖에 생긴 상처나 괴저(壞疽)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 사람은 고칠 수 없는 그의 괴저 때문에 떨어져 나가면서 아픈 상처를 남기지만, 우리는 그 상처를 아주 조심스레 숨길 것이다.
아니, 가장 좋은 사람들인 너희는 울지 말아라. 울지 말아라. 나는 너희들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지 않고, 너희들이 그렇게 늦게 깨닫는 것에 대하여도 융통성이 없지 않다. 내가 너희들을 선택한 지가 얼마 안되었으니, 너희들이 벌써 완전한 사람이 되라고 고집할 수가 없다. 같은 말을 무익하게 백번 이백번을 한 뒤 여러 해가 지난 후에도 그렇게 되라고 고집하지 않겠다. 내 말을 잘 들어라. 그렇기는 커녕, 여러 해 후에는 너희들이 새 신자가 된 지금보다 덜 열심하게 될 것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고‥‥ 인간성이란 그런 것이다‥‥첫번 비약이 있은 다음에는 충동을 잃게 된다. 그러나(예수께서는 갑자기 일어나셨다) 맹세코 나는 이길 것이다. 자연 도태(淘汰)로 정화되고 초자연적인 음료로 강화되어, 가장 좋은 사람들인 너희는 내 용사가 될 것이다. 그리스도의 용사, 하늘의 용사가 될 것이다. 카이사르들의 권력은 너희 사제직의 존엄성에 비하면 하찮은 것일 것이다. 갈릴래아의 보잘 것 없는 어부인 너희들, 알려지지 않은 유다인인 너희들, 너희들을 둘러싸고 있는 인간 집단 가운데의 소수인 너희들이 카이사르들보다도 더, 이 세상에 있었던 카이사르와 장차 있을 모든 카이사르들보다도 더 알려지고 갈채를 받고 존경을 받을 것이다. 너희들은 가까운 장래와 아주 먼 훗날과 세상 마칠 때까지 알려지고 축복을 받을 것이다.
이 숭고한 운명을 위하여 내가 너희들을 택한 것이다. 진정한 뜻을 가지고 그것을 따를 능력을 가진 너희들에게 나는 사도로서의 너희 성격의 가장 중요한 방침을 말해 주겠다.
항상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너희 허리에는 허리띠를 항상 매고 있어야 하고, 이제나 저제나 어떤 사람이 오는 것을 마중하러 달려가야 하는 사람들과 같이 너희 등불은 켜져 있어야 한다. 사실 너희들은 바른 길을 잃은 사람을 지칠 줄 모르고 찾아다니는 순례자이며, 죽음이 너희의 활동을 멈추게 할 때까지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 죽음이 너희들을 붙잡아 매놓을 때까지 너희들은 그리스도의 양우리를 향하여 오는 길잃은 사람들에게 길을 가리키기 위하여 너희들의 등불을 켜서 높이 들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일을 맡은 너희들은 주인에 대하여 충실해야 한다. 항상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것을 주인이 보게되고, 갑자기 오는 죽음을 은총 지위에서 맞이하게 되는 하인은 상을 받을 것이다. 너희들은 이렇게 말할 수도 없고 말해서도 안된다. ‘나는 젊으니까 이런 일 저런 일을 할 여유가 있다. 그 다음에는 주인과 죽음과 내 영혼을 생각하겠다’ 하고. 젊은 사람들도 늙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죽고, 힘센 사람도 약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죽는다. 그리고 늙은 사람들도 젊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힘센 사람들도 약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유혹의 습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 영혼이 육체보다 먼저’죽을 수가 있고, 그래서 너희들이 알지 못하면서 썩어가는 영혼을 너희 안에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알아라. 영혼의 죽음은 대단히 깨닫기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마치 꽃의 죽음과도 같다. 비명도 없고 경련도 없이‥‥ 시들은 꽃부리와 같이 그 불꽃을 약하게 하고는 꺼지고 만다. 때로는 오랜 후에야, 또 때로는 즉시 육체가 벌레가 우글거리는 시체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러면 심한 공포로 제 정신을 잃고 그 결합에서 벗어나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오! 그러나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말로 벌레가 들끓는 제 영혼과 함께 지옥 속에 뱀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떨어진다.
서로 대립하는 손님의 비위를 맞추는 중개인이나 변호사와 같이 부정직한 사람이 되지 말아라. 이 사람 혹은 저 사람에게 ‘친구’라고 말하고 나서 그들의 원수가 되는 정치가와 같이 속이지 말아라. 두 가지 행동방식을 쓰려고 해보지 말아라. 하느님을 조롱해서는 안되고, 또 하느님을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 너희들은 하느님께 대하여 행동하는 것과 같이 사람들에게 대하여 행동하여라. 사람들에 대한 모욕은 어떤 것이든지 하느님께 대한 모욕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보아주기를 원하는것처럼 하느님께서 너희들을 보시도록 마음을 써라.
겸손하여라. 너희들은 너희들의 선생이 겸손하지 않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내가 본보기를 주는 것이니, 내가 하는 대로 하여라. 겸손하고 유순하고 참을성을 가져라. 세상은 이렇게 정복하는 것이지, 폭력과 힘으로 정복하는 것이아니다. 너희들의 악습에 대하여는 강하고 맹렬하여라. 비록 너희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야 하더라도 악습들은 뿌리를 뽑아라. 며칠 전에 나는 너희들에게 눈을 조심하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너희들은 그렇게 할 줄을 모른다. 잘 들어 두어라. 음란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탐욕이 가득한 눈을 뽑아서 소경이 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진실하여라. 나는 진리이다. 천상의 일에 있어서도, 인간적인 일에 있어서도 진리이다. 너희들도 솔직하기를 바란다. 나나 형제들이나 이웃에게 왜 속임수를 쓰겠느냐? 왜 속이는 것을 재미로 삼느냐? 뭐라고? 너희들이 교만한데도, “나는 사람들이 나를 거짓말장이로 알아내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할 자존심은 가지지 못하였느냐? 그리고 하느님께 대하여 솔직하여라. 길고 겉으로 드러나는 기도로 하느님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오! 가련한 아들들! 하느님께서는 마음을 보신다.
선을 행할 때에 드러나지 않게 하여라. 자선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한 세리가 회개하기 전에 조심성을 가질 줄을 알았다. 그런데 너희들은 그렇게 할 줄을 모르겠느냐? 마태오야, 네가 매주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한 헌금은 아버지와 나만이 알고 있었는데, 거기 대하여 너를 칭찬한다. 그리고 너를 본보기로 소개한다. 벗들아, 이 조심성도 역시 순결의 한 가지 형태이다. 어떤 아주 어린 처녀를 군중의 눈앞에 드러내놓지 않을 것과 같이 너희들의 착한 마음씨도 드러내지 말아라. 선행을 할 때에 순결하여라. 착한 행동이 칭찬이나 존경이나 교만한 감정 따위의 저의와 섞이지 않으면 순결하다.
하느님께 대하여 너희 부르심의 충실한 남편들이 되어라. 너희들은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부부의 잠자리는 동시에 두 아내를 맞아들이지 못한다. 하느님과 사탄이 너희들의 포옹을 나누어 가질 수는 없다. 사람도 하느님도 사탄도 서로 대립하는 세 존재 사이의 삼중의 포옹을 나누어가질 수는 없다. 금전욕에도 육욕에도 반대하고, 육욕에도 권력욕에도 반대하여라. 이런 것이 사탄이 너희들에게 제의하는 것이다. 아! 그의 기만적인 보물들! 명예, 성공, 권력, 돈 따위는 너희들이 너희 영혼을 주고 사는 부정한 상품들이다. 너희들은 얼마 안되는 것으로 만족하여라. 하느님께서는 너희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신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공중의 새들에게 필요한 것을 보장하시는 것과 같이 너희들에게 보장하시는데, 너희들은 새들보다 훨씬 더 나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들에게서 신뢰와 절제를 원하신다. 만일 너희가 신뢰를 가지면 하느님께서는 너희들을 저버리지 않으실 것이다. 너희들이 검소하면 하느님께서 주시는 매일매일의 선물이 너희에게 충분할 것이다.
이름으로만 하느님께 속해 있으면서 이교도가 되지 말아라. 신인(神人)처럼 보이려고 하느님보다 황금과 권력을 더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교도이다. 거룩하여라. 그러면 영원히 하느님과 비슷하게 될 것이다.
융통성없는 사람이 되지 말아라. 너희들은 모두 죄인들이니. 다른 사람들이 너희를 이렇게 취급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그대로 다른 사람들을 취급해야 한다. 즉 관대하고 용서할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판단하지 말아라. 아! 정말 판단하지 말아라! 너희들이 나와 같이 있는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너희들은 죄없는 내가 몇 번이나 옳지 않은 판단을 받고 있지도 않은 죄로 비난을 받았는지를 안다. 잘못 판단하는 것은 모욕하는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거룩한 사람만이 모욕을 모욕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너희는 모욕을 당하지 않기 위하여 모욕하지 말아라. 그렇게 하면 사랑도 위반하지 않고, 순결과 더불어 사탄의 적인 거룩하고 사랑스럽게 온순한 겸손도 위반하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항상 용서하여라. 그리고 이렇게 말하여라. ‘아버지, 수없이 많은 제 죄에 대하여 아버지께 용서를 받기 위하여 저도 용서합니다’ 하고.
참을성 있고 굳세고 용맹하게 시시각각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어라. 그런데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느냐? 나는 이렇게까지 말하겠다. 그것이 가장 힘드는 일이라고. 그러나 하늘나라가 보상인데, 하늘나라는 그렇게 노력하느라고 기진맥진하게 될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여라. 오! 무슨 말을, 너희들에게는 사랑을 가르치기 위하여 무슨 말을 해야 하겠느냐? 사탄이 자극하는 가엾은 사람들아, 너희들을 사랑으로 마음을 돌리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구나!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 정화(淨化)의 시간이 빨리 오게 하십시오. 이 땅은 메마르고, 이 양떼, 당신의 양떼는 병들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부드럽게 하고 깨끗하게 할 수 있는 이슬이 있습니다. 터놓으십시오, 그 이슬의 샘물을 터놓으십시오, 저를 터놓으셔야 합니다. 저를. 아버지,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는 제 소망이기도 하고 영원한 사랑의 소망이기도 한 당신의 소망을 이루기를 갈망합니다. 아버지, 아버지! 당신의 어린 양을 보시고, 그 양을 제물로 바치는 이가 되어 주십시오’ 하고.”
예수께서는 정말로 영감을 받으셨다. 두 팔을 十자 모양으로 벌리시고 얼굴은 하늘을 향하고 서 계신데, 호수의 파란 바탕에 흰 아마포로 지은 옷을 입으셔서 두드러지게 보이시며 마치 기도를 드리는 대천사와 같으시다.
-이 동작과 더불어 내게는 환상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