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음 광경을 본다.

  밤이다. 요셉은 손바닥 만한 그의 방에서 작은 침대에 누워 자고 있다. 많은 일을 정직하게 정성껏 하고 나서 쉬는 사람의 평온한 잠이다. 나는 방의 어둠 속에 있는 그를 보는데, 그 어둠은 겨우 벙싯 벌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닫히지는 않은 창 틈으로 새들어오는 한줄기 달빛 때문에 겨우 약간 엷어졌다. 요셉이 그 작은 방에서 더워서 그랬거나, 또는 새벽에 시간을 조절해서 재빨리 일어날 수 있게 하려고 그랬던 것 같다. 그는 한옆으로 누워 자는데, 자면서 꿈 속에 무슨 환상을 보는지 빙그레 웃고 있다. 그러나 미소가 공포로 변한다. 그는 무슨 악몽을 꾸는 것처럼 푹 하고 길게 한숨을 쉬더니 벌떡 일어난다.
  요셉은 침대에 앉아서 눈을 비비고 주위를 둘러본다. 그는 빛줄기가 들어오는 작은 창 쪽을 바라본다. 깊은 밤이다. 그러나 그는 침대 밑에 펼쳐져 있는 옷을 집어, 여전히 침대에 앉은 채 맨살 위에 입은 소매 짧은 속옷 위에 걸친다. 담요를 젖히고 방바닥에 내려서며 그의 샌들을 찾는다. 샌들을 신고 끈을 맨다. 그는 일어나서 침대 맞은편에 있는 문 쪽으로 간다. 그 문은 동방 박사들을 맞이하였던 방으로 통하는 침대 옆에 있는 문이 아니다. 그는 손가락 끝으로 겨우 똑똑 하고 가만히 두드린다.
  요셉은 들어오라고 하는 것을 알아들은 모양이어서 조심해서 문을 열고, 소리 나지 않게 다시 닫는다. 그는 문으로 향해 가기 전에 불꽃 하나만 있는 작은 기름 등잔에 불을 켜서 그것으로 발 밑을 밝힌다. 그는 자기 방보다 약간 더 큰 방으로 들어간다. 거기에는 요람 옆에 낮은 침대가 놓여 있다. 벌써 야등이 하나 켜져 있는데, 한구석에서 흔들리고 있는 작은 불꽃은 약한 빛을 내는 작은 금빛 별과 같아서 자는 사람의 잠을 방해하지 않은 채 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마리아는 자고 있지 않고, 밝은 빛깔 옷을 입고 요람 가까이에 무릎을 꿇고, 조용히 자고 있는 예수를 지켜보며 기도를 드린다. 예수는 내가 동방 박사들을 본 환상 때에 본 것과 같은 나이다. 머리카락이 굽슬굽슬한 예쁜 작은 머리를 베개에 파묻고 주먹을 쥔 한 손은 목언저리에 얹고 있는 아름답고 볼그레하며 금발의 한 살쯤 된 어린아이다.
  “당신 안 자고 있었소?” 하고 요셉이 놀라서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왜? 예수가 몸이 좋지 않소?”
  “아니예요 ! 예수는 아무렇지 않아요. 저는 기도하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나중에 자겠어요. 왜 오셨어요, 요셉?” 마리아는 그대로 무릎을 꿇은 채 말한다.
  요셉은 아기를 깨우지 않으려고 목소리를 낮추어서, 그러나 흥분해서 말한다. “즉시 여기서 떠나야 하오. 즉시 말이오. 궤와 자루를 거기 넣을 수 있는 것과 아울러 준비하오. 나머지는 내가 준비하겠소. 할 수 있는 대로 많은 물건을 가지고 가겠소‥‥ 새벽에 도망합시다. 그보다 더 일찍 떠나고 싶소. 하지만 집주인 여자에게 말해야 하니까‥‥.”
  “그렇지만 왜 이렇게 도망해요?”
  “나중에 이유를 설명해 주겠소. 예수를 위해서요. 한 천사가 ‘아기와 어머니를 데리고 에집트로 도망하여라’ 하고 내게 말했소. 시간을 허비하지 마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준비 하겠소.”
  마리아에게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마리아는 천사니 예수니 도망하느니 하는 말을 듣자마자 아들에게 위험이 닥쳐왔다는 것을 깨닫고, 양초보다도 더 창백해진 얼굴로 벌떡 일어서서 몹시 불안해하며 한 손을 가슴에 얹는다. 마리아는 빠르고 가볍게 걸으며 궤와 아직 흐트러지지 않은 채로 있는 침대에 펼쳐 놓은 자루에 옷들을 정돈하기 시작한다. 마리아는 몹시 불안해하지만 당황하지 않으며, 일을 서둘러 하지만 또한 질서있게 한다. 이따금씩 요람 곁으로 지나가며, 알지 못하고 자고 있는 아기를 들여다본다.
  “내가 도와주어야 하겠소?” 하고 요셉이 벙싯 열린 뭇으로 머리를 들이밀며 묻는다.
  마리아는 항상 “아니요” 하고 대답한다.
  다만 자루가 꽉 차서 무겁게 되었을 때에는 요셉을 불러 그것을 봉해서 침대에서 치우는 것을 도와 달라고 한다. 그러나 요셉은 누가 도와주기를 원치 않고 혼자서 요령있게 처리하여 긴 꾸러미를 들고 그의 작은 방으로 옮긴다.
  “모직 담요들을 가져가야 해요?” 하고 마리아가 묻는다.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가져가요. 나머지는 우리가 모두 잃을 것이니까. 당신이 가져갈 수있는 것은 전부 가져가오. 그것은 유익할 거요. 왜냐하면‥‥ 왜냐하면 우리는 먼 곳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어야 하겠기 때문이요, 마리아!‥‥” 요셉은 이 말을 하면서 매우 슬퍼한다.
  마리아가 어떤 심정인지 우리도 생각할 수 있다. 마리아가 한숨을 쉬면서 그의 담요와 요셉의 담요들을 개키니 요셉이 그것들을 바로 동인다.
 “이불들과 자리들은 두고 갑시다” 하고 요셉은 담요들을 동여매면서 말한다.
“나귀 세 마리를 쓴다 해도, 그놈들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을 수는 없소. 멀고 힘든 길을 가야 할 터인데, 산을 지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사막도 지나가야 하오. 예수를 잘 감싸오. 나는 동방 박사들의 선물을 가졌소. 저기 가면 그것들이 우리에게 유익할 거요. 내게 있는 돈은 모두 나귀 두 마리를 사는 데 쓰겠소. 우리는 나귀들을 돌려보낼 수가 없으니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오. 새벽을 기다리지 않고 가겠소. 나귀를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알아요. 당신은 모든 준비를 끝내도록 하오.” 그러면서 나간다.
  마리아는 또 어떤 물건을 거둔다. 그런 다음 예수를 살펴보고 나서 밖으로 나갔다가 전날 빨았는지 아직 축축해 보이는 작은 옷 몇 가지를 가지고 돌아온다. 그 옷들을 개켜서 속옷류 속에 뭉쳐 넣고 다른 것들과 같이 놓는다. 이제는 아무것도 없다. 마리아는 몸을 돌려 한구석에 예수의 작은 장난감을 본다. 나무로 깎아 만든 작은 양이다. 마리아는 흐느끼며 그것을 집어가지고 입맞춘다. 나무에는 예수의 작은 잇자국들이 있고, 양의 귀는 온통 잘근잘근 깨물어졌다. 마리아는 가벼운 나무 조각을 깎아 만든 값어치 없는 그 물건을 쓰다듬는다. 그 나무 조각이 예수에 대한 요셉의 애정을 말해 주고 마리아에게 아기를 생각하게 해 주기 때문에 그래도 그에게는 대단히 귀중한 물건이다. 마리아는 그것을 닫혀진 궤 위에 있는 다른 물건들과 같이 놓는다.
  이제는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요람에 있는 예수뿐이다. 마리아는 아기를 잘 채비해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요람으로 가서 아기를 깨우려고 요람을 조금 흔든다. 그러나 아기는 잠깐 끙끙거리더니 몸을 뒤치고 계속 잔다. 마리아는 아기의 굽슬굽슬한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예수는 그 작은 입을 벌리고 하품을 한다. 마리아는 몸을 숙여 그의 뺨에 입을 맞춘다. 예수는 완전히 잠을 깨서 눈을 뜬다. 그리고 엄마를 보고 방긋 웃으며 두 손을 엄마의 가슴으로 내민다.
  “오냐, 내 사랑아. 그래, 젖 주마. 보통 때보다는 이르다마는‥‥ 그렇지만 너는, 너는 언제나 엄마 젖을 빨려고 하지, 내 거룩한 어린 양아!”
  예수는 웃으면서, 그 작은 발을 담요 밖으로 내밀고 흔들며, 보기에 아주 귀여운 그 어린아이다운 기쁨으로 팔을 내저으면서 논다. 아기는 엄마의 명치에 두 발을 갖다 대고 몸을 구부려 금발 머리를 엄마의 가슴에 갖다 댄다. 그러다가는 몸을 젖히고 마리아의 옷을 여미는 끈을 잡고 옷을 헤치려고 하면서 웃는다. 아마포로 지은 소매 짧은 샤쓰를 입은 아기는 대단히 아름답고 포동포동하고 꽃처럼 볼그레하게 보인다.
  마리아는 몸을 숙이고 이렇게 요람을 가로질러 이렇게 보호하면서 동시에 울고 웃는다. 그동안 아기는 모든 아기들이 하는 그런 말로-사실은 말도 아니지만-종알거리는데, 그 말중에서는 “엄마”라는 말만을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다. 아기는 엄마가 우는 것을 이상한 듯이 쳐다본다. 아기는 마리아의 뺨으로 흘러 내리는 맑은 눈물 쪽으로 손을 뻗어서 쓰다듬는 바람에 마리아의 얼굴을 적신다. 그런 다음 그 형용할 수 없는 태도로 몸을 엄마의 가슴에 갖다대고 그 작은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꼭 달라붙는다.
  마리아는 아기의 머리에 입맞추고 그를 안아 앉히고 옷을 입힌다. 자 됐다. 모직으로 만든 작은 옷을 입었고, 양발에 각각 아주 작은 샌들이 신겨졌다. 마리아는 아기에게 젖을 주고, 예수는 엄마의 맛있는 젖을 열심히 빤다. 오른쪽에서는 이제 젖이 조금 밖에 안 나오는 것 같자 왼쪽을 찾아가서 웃는다. 그리고 그러면서 아래에서 위로 엄마를 올려다본다. 그러다가 머리를 마리아의 가슴에 대고, 볼그레하고 동그란 작은 뺨을 어머니의 희고 둥근 젖에 갖다 댄 채 잠이 든다.
  마리아는 가만히 다시 일어나 아기를 자기 침대의 이불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아기를 자기의 겉옷으로 감싼다. 요람으로 가서 작은 담요들을 개킨다. 마리아는 작은 매트도 가져가야 하나 하고 망설인다. 그렇게도 작은데! 가져갈 수 있다. 마리아는 매트를 베개와 함께 벌써 궤 위에 얹혀 있는 물건들 곁에 놓는다. 그리고 자기 아들을 통하여 박해당하는 이 가엾은 엄마는 텅 빈 요람을 내려다보며 운다!
  요셉이 돌아온다. “준비 다 되었소? 예수도 준비됐고? 아기 담요와 작은 침대도 챙겼소. 요람은 가져갈 수 없소. 하지만 아기가 적어도 그의 작은 매트는 있어야 하오. 그들이 죽이려고 애쓰는 가엾은 아기!”
  “요셉!” 마리아는 이렇게 외치며 요셉의 팔에 매달린다.
  “그렇소, 마리아, 아기를 죽이려고 하오! 헤로데가 그의 왕권 때문에 아기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아기를 죽이려고 하고 있소. 저 더러운 야수같은 자가 이 무죄한 어린 아이를 무서워한단 말이오. 아기가 도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가 어떻게 할지 모르겠소. 그러나 그 때에는 우리가 멀리 가 있을 거요. 나는 그가 아기를 갈릴래아까지 찾아서 복수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소. 우리가 갈릴래아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아내기는 벌써 너무 어려울 것이고, 나자렛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내기는 더구나 어려울 것이며, 우리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아내기도 너무 어려울 거요. 사탄이 그가 자기의 충성스런 종노릇하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서 그를 도와준다면 몰라도.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나면‥‥ 하느님 쪽에서도 우리를 도와주실 거요, 마리아, 울지 마오. 당신 우는 것을 보는 것이 귀양지로 떠나야 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내 마음을 괴롭히오.”
  “요셉, 용서하세요! 저 때문에 우는 것도 아니고, 얼마 안 되는 재물을 잃는 것이 슬퍼서 우는 것도 아니예요. 당신 때문에 우는 거예요‥‥당신은 벌써 그렇게도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는데! 그런데 지금 당신은 단골도 다 놓치고, 집도 없게 되었어요! 제가 당신에게 얼마나 큰 짐이 됩니까, 요셉!”
  “얼마나 짐이 되느냐구? 아니오, 마리아, 당신이 내게 짐이 되지는 않소. 당신은 나를 위로하오. 항상. 내 일은 생각하지 마오. 우리는 동방 박사들이 준 보물들이 있소. 처음에는 그 보물들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거요. 그 다음에는 내가 일거리를 얻게 될 거요. 정직하고 능력있는 일꾼은 즉시 일을 요령있게 처리하오. 당신 여기서 보았지요. 나는 시간이 모자라서 일을 다 하지 못할 지경이었소.”
  “알아요, 그렇지만 누가 당신의 향수를 달래 주겠어요?”
  “그러는 당신은, 당신에게 그렇게도 소중한 집에 대한 향수를 누가 달래주겠소?”
  “예수가요. 예수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제가 그곳에서 가지고 있던 것을 아직 가지고 있는 셈이에요.”
  “나도 예수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몇 달 전에 다시 가기를 바란 고향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오. 나는 내 하느님을 차지하고 있소. 당신도 보다시피, 나는 무엇보다도 내게 소중한 것에서 아무것도 잃은 것이 없소. 우리는 예수를 구하기만 하면 되오. 그러면 모든 것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 되오. 비록 우리가 이 하늘과 이 들판, 그리고 이보다 더 소중한 갈릴래아의 들판을 보지 못하게 된다 해도, 예수가 우리에게 있을 터이니까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진 것이 될 거요. 마리아, 갑시다. 동이 트기 시작했으니, 우리 집주인 여자에게 인사를 하고 우리 짐을 실을 때가 되었소, 모든 것이 잘 되어 갈 거요.”
  마리아는 순종해서 일어난다. 마리아가 겉옷을 입는 동안 요셉은 마지막 꾸러미를 하나 싸서 들고 나간다.
  마리아는 아기를 소중히 들어올려 쇼올에 싸서 가슴에 꼭 껴안는다. 그가 여러 달 동안 들어 있던 방의 벽을 보며 손으로 스친다. 마리아의 사랑을 받고 축복을 받을 자격이 있었던 복된 집!
  마리아는 나온다. 요셉의 방이었던 작은 방을 지나 다른 방으로 들어간다. 집주인 여자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마리아에게 입맞춤하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쇼올을 들치고 조용히 자고 있는 아기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그들은 바깥 계단으로 해서 내려온다.
  새벽의 처음 돋는 빛으로 겨우 물건들을 구별할 수는 있다. 이 희미한 빛 속에 타고 갈 짐승 세 마리가 보인다. 제일 튼튼한 놈이 짐을 싣고있다. 다른 놈들에는 안장이 얹혀 있다. 요셉은 첫째 나귀의 길마 위에 궤와 꾸러미들을 채곡채곡 정리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자루 위에 목수의 연장을 싸서 올려놓은 것이 보인다. 또 다시 작별인사와 눈물, 그런 다음 마리아가 나귀에 올라타고, 그동안 집주인 여자는 예수를 목에 안고 있다가 어머니에게 돌려 주기 전에 마지막으로 입맞춤을 한다. 요셉도 마리아의 나귀 새끼를 마음대로 잡기 위하여 자기가 탈 나귀를 짐 실은 나귀에 붙잡아맨 다음 안장에 올라탄다.
  아직 동방 박사들의 환상적인 광경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 베들레헴은 그가 당하게 될 일은 알지 못한 채 평온하게 자고 있는 동안 도망은 시작된다.
  – 환상은 그것으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