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일어나 바람을 꾸짖으시며, 바다를 향하여 ‘고요하고 잠잠해져라!’ 하고 호령하시자 바람은 그치고 바다는 아주 잔잔해졌다” (마르 4, 39)

투마코는 콜롬비아의 조용한 바닷가 작은 섬이다. 1906년 1월 31일, 그곳에서 성체의 기적이 일어났다. 투마코가 엄청난 파괴를 불러왔던 해일로부터 보호받았던 것이다. 수백 명의 거주자와 그들의 영적 지도자인 아우구스틴 수도회의 제라드 라론도 신부와 줄리앙 모레노 신부가 이 역사적인 사건의 증인들이다.

오전 10시경, 투마코 주민들은 강력한 지진 때문에 몹시 놀랐다. 아주 심한 진동이 계속 되어 많은 집들이 무너졌고 성당의 성상들은 모두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집을 빠져나와 성당으로 달려가 도움을 청했다. 그들은 울면서 신부님들에게 빨리 청원 예식을 해달라고 간청하고 제의실로 달려 가 큰 십자가와 깃발과 성인상을 꺼내왔다.

라론도 신부는 우선 성당에 모인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나서 밖으로 나가 바다를 바라보았다. 썰물 때가 아닌데도 바닷물이 해안에서 점점 빠져나가는 일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는 것을 그는 문득 깨달았다. 약 1.5km 넓이의 해안이 그 뒤로 드러나 있었다. 먼 바다 저 멀리에는 어마어머한 파도가 물의 장벽을 이루고 있었다.

그것이 한순간 부서진다면 투마코의 전 해안 지역이 물에 잠겨 온데간데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이 엄청난 위험 앞에서 신부는 할 말을 잃고 급히 성당으로 들어갔다. 그는 감실에서 성합을 꺼내 그 안에 모셔진 성체를 하나만 남기고 자신이 다 영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성체를 오른손에, 성합을 왼손에 들고 급히 바닷가로 내려갔다.

탑처럼 높이 솟아있던 물의 장벽이 그새 모두 부서져 엄청난 높이의 파도가 해안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남자, 여자,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우리 고향이 완전히 사라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라론도 신부는 포효하는 그 물결을 향해 성체를 높이 들고 해안으로 걸어 내려갔다. 그리고 거의 파도 앞까지 다가가서 그 파도를 축복했다. 그러자 거대한 파도가 조그만 성체로부터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그 위력적인 돌진을 멈추더니 한순간 그대로 있었다. 마치 파도가 자신들의 주님이시며 지배자이신 분을 흠숭하여 순종하는 것 같았다. 파도는 더 이상 해안으로 밀려오지 않고 천천히 물러가기 시작하여 조용히 저 먼바다로 달려가 버렸다!

죽을 위험에 처했던 사람들은 이 구원의 기적 앞에 넋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곧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모두 성체를 둘러싸고 그들의 구원자이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라론도 신부는 성당에서 성광을 가져와 성체를 그 안에 모시고, 성체 대축일 때의 행렬처럼 노래를 부르고 기도하면서 사람들을 이끌고 구원받은 도시를 기쁘게 행진했다.

투마코의 이 기적은 전 세계에 알려져 큰 관심을 끌었다. 같은 날 콜롬비아의 다른 해안 지역은 그 지진 해일로 이곳저곳이 파괴되었다.

자연 재해를 당할 때, 지극히 거룩한 성체로 피난할지어다! 성체 안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신다. 신성과 인성, 살과 피, 육신과 영혼을 모두 지니시고, 주님께서는 참으로 현존하시며, 지상 생활에서 그러셨듯이, 바람과 파도, 폭풍과 우박, 지진과 불길을 다스리시도다!

– 독일잡지에서
– 마리아지 13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