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우에 성령의 도움을 받아 기도하십시오.”

– 에페소 6,18


 

▶ 성령의 영성과 신심

“오순절이 되어 신도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들이 앉아 있던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자 혀같은 것들이 나타나 불길처럼 갈라지며 각 사람위에 내렸다.” (사도 2,2-3)

사도행전은 인류구원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성령강림 사건을 긴장감이 넘치는 극적인 표현으로 그려내고 있다. ‘바람, 불, 혀’와 같은 단어들은 성령강림이 형용할 수 없는 뜨거움, 충만함과 함께 갑작스럽게 이뤄졌음을 말해준다.이같은 성령에 대한 신심은 17세기를 거쳐 현대에 와서 점차 강조되고 있다. 특히 지난 100년간의 역대 교황들은 성령에 대한 영성과 신심을 크게 강조하고 권장해 왔다. 공의회 문헌에는 성령에 관한 언급이 무려 252군데나 나온다. 성령에 대한 영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성령은…

성령은 삼위일체 하느님의 제3위로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하면서 우리를 도와주는 “협조자” (요한 14, 16)다. 가톨릭 신앙은 하느님이 성령의 은혜를 통하여 우리의 가장 내밀한 곳에 거하심을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성령은 단순히 우리가 마음으로 느끼는 하느님의 은총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성령은 완전한 하느님이다. 성부, 성자와 함께 성삼위 가운데 다른 위격과 구분되는 완전한 한 위격이며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함께 영원하고 동등하다.

 

성령강림 사건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오순절에 내려온 성령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었다. 성령은 인류 역사에 구체적으로 개입하는 하느님의 현존이 되면서 구원역사의 새로운 시대를 개막한다. 우리는 성령강림을 통해 비로소 새로운 생명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부활한 예수는 “요한은 물로 세례를 베풀었지만 오래지 않아 너희는 성령으로 세례를 받게 될 것” (사도 1,5) 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러한 성령은 우리를 깨끗이 정화시키고 생명을 주고 하느님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불붙여 주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게 한다. 성령 안에서 사는 사람은 자주 감사와 찬미를 드리게 되고 자신의 기도에 응답하는 하느님을 체험한다.

성령을 통하여 성부는 죄로 죽은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며 마침내는 그들의 죽은 육신을 그리스도 안에서 부활시킨다.(로마 8, 10-11)

 

성령은 교회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교회가 교회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성령이다. 성령이 교회 안에 존재하기에 교회는 신앙의 유산을 간직하고 실천하며 모든 믿는 이들을 하나의 백성으로 유지한다. 성사도 모두 성령이 있기에 가능하다. 세례성사는 물과 성령으로 베풀어지며 고해성사도 사죄경 자체가 죄의 용서에 있어서 성령의 역할을 드러내고 있다. 병자 성사의 기도문은 성령의 은총을 비는 청원이며 미사의 성찬기도에선 성령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제병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변한다.성령은 교회와 신자들의 마음을 성전삼아 그 안에 거처하고 (I 고린 3,16. 6,19) 그들이 하느님의 자녀임을 증거한다.(갈라 4,6) 성령은 교회를 온전한 진리에로 인도하고(요한 16,13) 일치시키고 교회를 가르치고 지도하며 항상 새롭게 한다.

 

성령의 선물과 특은

성령은 성화의 은총으로 죄를 없애고 하느님의 사랑에 참여할 자격을 주며 영신적으로 새 사람이 되는 힘을 준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초자연적인 덕성을 주어 사람이 구원진리를 올바로 믿게 한다. 성령은 이 기본 삼덕(믿음, 희망, 사랑)을 완성하는데 유익한 도움을 특히 견진성사를 통해 준다. 견진성사의 여러가지 도움을 교의신학에선 7가지 1로 분류한다. 인간의 지성과 관련이 깊은 슬기(sapientia), 지각(=통달)(intellectus), 의견(consilium), 지식(scientia)과 인간의 의지에 관계가 깊은 용기(fortitude), 효경(pietas), 두려움(timor)이 바로 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체험할 수 있는 성령의 모든 은사들을 이 7가지에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1 성령 칠은 (출처: 서울대교구 성령쇄신봉사회 ‘성령님의 은혜를 청하는 9일 기도’)

  • 슬기: 인간이 하느님의 사랑을 세속의 사랑보다 귀하게 아는 지헤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구원과 하느님 나라의 사정에 관심을 갖게 한다. 슬기의 은혜는 애덕을 키워준다.
  • 통달: 구원의 진리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은혜이다. 통달의 은혜는 신덕을 키워준다.
  • 의견: 우리가 행할 선과 피해야 할 악을 식별하게 하는 은혜이다. 의견의 은혜는 지덕을 키워준다.
  • 지식: 믿어야 할 진리와 믿지 말아야 할 허위를 식별하는 은혜이다. 지식의 은혜는 통달의 은혜와 마찬가지로 신덕을 키워준다.
  • 굳셈(용기): 신앙생활에 수반하는 장애를 극복하는 힘을 주는 은혜이다. 굳셈의 은혜는 용덕을 키워준다.
  • 효경: 하느님께 대한 자녀적 사랑을 증진시키는 은혜이다. 효경의 은혜는 의덕을 키워준다.
  • 두려움(경외심):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하느님의 마음을 상해드릴까 염려하는 마음을 일으켜주는 은혜이다. 두려움의 은혜는 절덕을 키워준다.

성령의 열매는 성서에 언급되어 있듯이 9가지이다.“성령께서 맺어주시는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그리고 절제입니다..”

    (갈라 5,22-23)

성령의 식별

성령 영성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올바른 성령의 식별이다. 바오로 사도가 열거하는 은사들 가운데는 “어느 것이 성령의 활동인지를 가려내는 힘” (I고린 12,10)이 있다. 교회는 이 특은이 각별히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의 내밀한 욕망, 세속적인 활동등이 마치 성령의 활동인 것으로 착각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언사나 행위가 신앙에 순종하고 믿음과 사랑으로 일치와 평화를 도모한다면 그것들은 성령의 업적임에 틀림없다. 그 대신 신앙을 등지게 하고 그리스도교적 사랑의 일치를 위협한다면 그것은 성령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I요한 4,2-6) 성령에 의한 결과는 무질서가 아닌 평화다.

 

성령과 영성생활

신자들 중에는 의외로 성령의 존재에 대해 무감각한 이들이 많다. 교회는 신자들이 신앙생활에 있어서 화살기도나 청원기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깊이 있는 영성생활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깊이 있는 영성생활은 성령을 따르는 삶을 살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개개인의 영성을 재는 척도는 성령을 따르는 삶을 사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성령은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성령을 통해 보다 차원높은 영적인 삶으로 옮아갈 수 있다. 많은 성직자들은 “라디오 채널을 맞추듯 항상 성령의 목소리에 안테나를 세우고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신앙생활을 해야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성령을 따라 사는 신앙인은 대부분 “항상 찬미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고백한다. 그들은 자신의 기도에 응답하는 하느님을 직접 체험한다. 성령은 하느님과의 친교로 인한 내적인 충만감을 맛보게 한다. 성령을 체험하면 마음의 문이 열리고 일상을 찬미 속에서 살도록 한다.

* 자료출처: 1999년 발행 평화신문 ‘성령강림대축일 특집기사’


 

▶ 성령께 드리는 기도들

 

성령 송가
(출처: 서울대교구 성령쇄신봉사회 ‘성령님의 은혜를 청하는 9일 기도’)

오소서, 성령님.
당신의 빛 그 빛살을 하늘에서 내리소서.

가난한 이 아버지, 은총의 주님
오시어 마음에 빛을 주소서.
가장 좋은 위로자, 영혼의 기쁜 손님,
생기 돋워주소서.
일할 때에 휴식을, 무더울 때 바람을, 슬플 때에 위로를.
지복의 빛이시여, 우리 맘 깊은 곳을 가득히 채우소서.

주님 도움 없으면 우리 삶 그 모든 것 이로운 것 없으리.
허물은 씻어주고 마른 땅 물 주시고 병든 것 고치소서.
굳은 맘 풀어주고 찬 마음 데우시고 바른 길 이끄소서.

성령님을 믿으며 의지하는 이에게 칠은을 베푸소서.
공덕을 쌓게 하고 구원의 문을 넘어 영복을 얻게 하소서.

 

성령께 바치는 기도
(출처: 가톨릭 출판사 ‘성모님께서 지극히 사랑하시는 아들 사제들에게’)
오소서, 성령님. 지극히 사랑하시는 당신 정배, 마리아의 티없으신 성심의 힘있는 전구를 들으시어 오소서.

 

성령께 바치는 봉헌 기도
(출처: 성 황석두루가서원 ‘성령께 드리는 9일 기도’)
하느님의 영원하신 영이시여, 천상에서 증언하는 수많은 무리 앞에 무릎을 꿇고, 영혼과 육신을 합하여, 제 자신을 주님께 바치나이다.
주님의 눈부신 광채와, 주님의 흔들리지 않는 굳센 정의와, 주님의 사랑의 권능을 흠숭하나이다.

주님께서는 제 영혼의 힘이요 빛이시나이다. 주님 안에 제가 살고 움직이며 존재하나이다. 은총에 불충하여 주님께 걱정을 끼쳐 드리는 일이 결코 없기를 간절히 원하옵고, 주님을 거스르는 미소한 죄에서도 이 몸을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자비로이 저의 모든 생각을 살피소서. 제가 언제나 주님의 빛을 우러러보고,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며, 주님의 은혜로우신 감도를 따르게 하소서. 주님께 매달리며, 온 삶을 주님께 바치며 주님의 자비를 바라오니, 제가 약해질 때마다 도와주소서.

예수님의 부서진 발을 붙들고, 보배로운 피에 의지하며, 열려진 옆구리와 꿰뚫린 성심을 흠숭하며, 주님께 간구하오니, 흠숭하올 영이시여, 제 연약함을 돕는 이시여, 저를 주님의 은총 속에 지켜 주시어, 주님의 뜻을 어겨 죄짓지 않게 하소서.

거룩하신 성령이시여, 성부와 성자의 영이시여, 제게 은총을 내리시어 언제 어디서나, “주님, 말씀하소서. 주님의 종이 듣나이다” 라고 아뢸 수 있게 하소서. 아멘

 

성령의 일곱 가지 은혜를 바라는 기도
(출처: 성 황석두루가서원 ‘성령께 드리는 9일 기도’)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주님께서는 하늘로 오르시기 전에, 성령을 보내시어 사도들과 제자들에게 이루시던 주님의 사업을 완수하기로 약속하셨으니, 제게도 같은 성령을 보내시어, 주님의 은총과 사랑의 사업을 제 안에 완성하소서.

슬기의 영을 제게 주시어, 이 세상의 없어져 버릴 것들을 쫓지 않고 영원한 것만을 찾고 바라게 하시며, 깨달음의 영을 주시어, 주님의 신성한 진리의 빛으로 저의 머리를 비추시며, 의견의 영을 주시어, 하느님의 뜻에 합당하고 천국을 얻기에 가장 확실한 길을 택하게 하시며, 굳셈의 영을 주시어, 주님을 모시고 저의 십자가를 지고 가며 저의 구원을 가로막는 온갖 장애를 용감히 이겨내게 하소서. 지식의 영을 주시어, 하느님을 알고 저를 알며 성인들의 예지로 완전한 사람이 되게 하시며, 효경의 영을 주시어, 하느님을 섬김이 감미롭고 사랑스러운 일이 되게 하시며, 두려움의 영을 주시어, 하느님께 경외심을 갖고 어떤 일로도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 없게 하소서.

사랑하올 주님, 주님의 참다운 제자되는 표를 제게 새기시고, 모든 일에서 주님의 영으로 저를 일으켜 세우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