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백성의 신앙 고백
장엄 신앙 고백
Sollemni hac liturgia
사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의 순교 1900주년을 기념하는 “신앙의 해”를 마치며,
1968년 6월 30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교황 바오로6세 성하께서 선포하심
존경하는 형제들과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1. 장엄한 이 예식으로 사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의 순교 1900주년을 경축하는 신앙의 해를 마치는 바입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물려 준 신앙의 유산을 손상없이 보존하려는 우리의 항구한 충성을 증거하며, 현세 여정의 교회가 처해 있는 현대에 적응시켜 그 신앙을 생활화하려는 우리의 결심을 견고케 할 목적으로 이 한해를 바쳐 거룩한 사도들을 기념한 것입니다.
2. 이제 나는, 나의 호소를 받아들여 각기 하느님의 말씀을 깊이 체득하고 단체적으로 신앙의 고백을 새롭게 하며, 참된 그리스도교 생활을 증거함으로써 신앙의 해라고 부른 이 한 해에 풍부한 결실을 맺게 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주교직에 있는 형제들과 거룩한 보편 교회의 모든 신도들에게 공식으로 감사의 뜻을 표하며, 나의 사도적 축복을 보내는 바입니다.
3. 동시에 나는 그리스도께서 베드로에게 주신 계명을 지켜야 할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부당하지만 베드로의 후계자이기에 형제들의 믿음을 굳게 하라 하신 그의 계명을 지켜야 하겠습니다. 나의 미약함을 알지만 내게 내려진 이 명령에서 용기를 얻어, 신앙을 고백하며 ‘믿나이다’로 시작하는 신경을 되풀이하고자 합니다. 이것이 비록 엄격한 의미의 신조 규정은 아니라 할지라도 현대의 정신상태가 요청하는 설명을 가해서 니케아 신경의 내용을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니케아 신경이야말로 하느님의 성교회가 간직한 불변의 전통입니다.
4. 이 신앙을 고백하면서 신앙에 관하여 현대인의 확신을 뒤흔들고 있는 불안이 무엇인지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변혁되고 있는 세계의 영향을 모면할 수는 없습니다. 그 속에서 많은 진리가 부정되고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가톨릭 신도들까지도 변혁과 혁신의 욕망에 불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의심없이 교회는 모든 사람에게 구원의 결실을 풍부히 내려 주시는 하느님의 높고 깊은 신비를 보다 깊이 파고들며, 각 시대 사람들에게 보다 적합하게 설명하려는 부단의 노력을 자신의 의무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필요한 탐구의 의무를 실천함에 있어서 그리스도교 진리가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대단히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실제로는 오늘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혼란과 의혹을 일으켜 주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5. 이 점에 있어서 가장 중대한 것은 하느님께 받은 우리의 지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현상을 초월해서, 있는 그대로의 사물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므로 인식의 대상은 주관적 표현인 구조나 인간 양심의 진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또한 성경 해석이라 혹은 성경 주석이라 하는 것은 표현된 말씀을 보고 그 귀절에 내포된 뜻을 알아내는 것이지, 멋대로 가정해 보는, 새로운 뜻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6.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성령께 굳게 의탁해야 하겠습니다. 교회의 영혼이신 성령이야말로 그리스도 신비체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진리와 사랑과 신학적 신앙의 참된 발전을 이루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나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내 말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표준이 되는 훈령을 발표함으로써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자 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환경은 나에게 보다 장엄한 선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7. 그러므로 이 날을 택하여 신앙의 해를 마치며,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를 찬미하며, 살아 계신 하느님께 충성된 신앙을 고백하고자 합니다. 일찍이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서 시몬 베드로가 모든 사도들의 이름으로 다른 사람들의 판단을 초월하여, 그리스도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고백하였듯이, 그의 미약한 후계자로서, 또 온 교회의 목자로서 나는 하느님의 백성 전체의 이름으로, 모든 사람에게 전하라고 교회에 맡기신 천상 진리를 증거하며 선언하는 바입니다.
나의 이 신앙 고백은 모든 신도들과, 어떠한 종교 단체에 속하였든지, 진리를 찾고 있는 세상 모든 사람들을 충분히 비추어 줄 수 있는 완전하고도 명백한 신앙 고백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므로 전능하신 하느님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하여 거룩하신 동정 마리아와 사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의 도움을 바라며 교회의 이익과 영신적 진보를 염두에 두고 친애하는 형제들과 자녀들과 더불어 말과 마음을 같이 하여 이 신앙 고백을 선언하는 바입니다.
신앙 고백
8. 창조주 : 우리는 믿습니다. 한 분이신 하느님,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같이 유형한 세계와, 천사라 부르는 순전한 영들같이 무형한 세계를 창조하시고 각 사람의 불사불멸의 영혼을 창조하셨음을 믿습니다.
9. 하느님의 계시 : 이 한 분이신 하느님께서는 지극히 거룩하신 그 본성에 있어서 뿐 아니라, 그 전능하심과 전지하심, 그 섭리하심과, 그 뜻과 사랑과 같은 다른 완전성에 있어서도 온전히 하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계시하신 대로 ‘계신 그분’이시며, 요한이 우리에게 가르치신 대로 ‘사랑’이십니다. ‘계심’과 ‘사랑’, 이 두 가지 이름이야말로 가까이할 수 없는 빛 속에 계시며 당신을 우리에게 알려 주신 하느님의 형언할 수 없는 본성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이름과 모든 사물과 창조된 모든 지성을 초월하십니다. 하느님 홀로 당신을 우리에게 바로 또 충분히 알려주실 수 있으므로 당신은 성부, 성자, 성령이심을 계시하심으로써 당신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도록 우리를 은혜로이 불러 주셨으니, 이승에서는 신앙의 어두움 속의 영생을 누리고, 저승에서는 영원한 빛 속의 영생을 누릴 것입니다. 각기 하나이시며 같으신 하느님 삼위를 이루는 상호관계가 바로 인간의 이해를 무한히 초월하시는 하느님의 깊고 거룩한 생명이십니다. 그러므로 많은 신도들이 우리와 함께 비록 성삼의 신비를 깨닫지는 못하더라도 사람들 앞에서 한 분이신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게 된 것을 선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10. 삼위일체 : 그러므로 영원으로부터 성자를 낳으신 성부를 믿으며, 영원으로부터 나신 하느님의 말씀이신 성자를 믿으며, 성부와 성자에게서 조차나시는 영원한 사랑이시며 창조되지 않은 위격이신 성령을 믿습니다. 함께 영원하시고 서로 같으신 하느님 삼위 안에, 온전히 한 분이신 하느님의 생명과 행복이 충만하시고 완전하시며, 창조되지 않고 계시는 하느님의 높으심과 영광이 지극하시니, 삼위의 한 하느님을 섬기며, 한 하느님의 삼위를 섬겨야 하겠습니다.
11. 성자 : 우리는 하느님의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 성자께서는 모든 세대에 앞서 성부께 나신 영원한 말씀이시며, 성부와 일체이시며, 만물이 다 그 분으로 말미암아 창조되었습니다. 성령으로 동정녀 마리아께 혈육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셨으며, 신성으로는 성부와 같으시고, 인성으로는 성부만 못하시나, 그도 한 분이시되, 불가능한 본성의 혼합으로써 한 분이 아니시고, 오직 위격의 단일성으로 온전히 한 분이십니다.
12. 성자의 업적 : 성자께서는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시며 천국을 전하시고 건설하심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성부를 알도록 하셨습니다. 또 당신이 우리를 사랑하신 것같이 우리도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우리에게 복음의 행복을 가르치시어, 청빈의 정신을 가지고, 양순하며 고통을 인내로이 참아받고 정의에 목말라하고 자비로우며, 마음이 깨끗하여 평화를 이룩하며, 정의를 위해 박해를 받으라 하시었습니다. 하느님의 어린 양으로 본시오 빌라도 치하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세상의 죄를 맡아 지시고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으며, 속량의 피로 우리에게 구원을 주셨습니다. 묻히신 후에 당신 능력으로 사흗날에 부활하시고, 당신 부활로 우리를 들어 높이시고 은총을 베푸시어 하느님의 생명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하늘에 오르시고 그리로부터 산 이와 죽은 이를 각자의 공로대로 심판하러 다시 오실 것이니,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보답한 사람은 영원한 생명으로 갈 것이며, 마지막 순간까지 그 사랑과 자비를 저버린 사람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 속으로 갈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입니다.
13. 성령의 업적 : 우리는,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믿습니다.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같은 흠숭과 같은 영광을 받으시며,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시고 성부께로 오르신 후에 성령을 우리에게 보내셨으며, 성령께서는 교회를 비추시고 살리시며 보호하시고 다스리시고, 교회의 자녀들이 은총에 저항하지만 않는다면 그들을 깨끗하게 하십니다. 마음 속 깊이 작용하시는 성령의 활동으로 사람은 힘을 얻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을 실천할 수 있게 됩니다.
14. 성모의 품위 : 복되신 마리아는 평생 동정의 영예를 간직하시고, 혈육을 취하신 말씀, 우리 하느님이시며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셨고, 성자의 공로로 말미암아 뛰어난 방법으로 구원되시어, 원죄의 아무런 어지러움에도 물들지 않도록 보호를 받으셨으며, 받으신 은총에 있어서 다른 모든 피조물을 훨씬 뛰어나심을 우리는 믿습니다.
15. 성모의 역할 : 성자께서 사람이 되시어 인류를 구원하신 신비와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신, 티없이 깨끗하신 동정 성 마리아는 지상 생애를 마치신 후, 영혼과 육신이 함께 천상 영광에 불리시어, 죽은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성자를 닮으시고, 모든 의인들의 행복을 제일 먼저 누리게 되셨으니, 우리는 하느님의 어머니를 둘째 하와로, 또 교회의 어머니로 믿으며, 하늘에서 그리스도의 지체들에 대하여 어머니의 임무를 수행하고 계시며, 구원된 사람들 마음 속에 천상 생명을 낳아 주시고 더해 주시는 데에 힘쓰고 계심을 믿습니다.
16. 원죄 : 우리는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범죄하였음을 믿습니다. 따라서 아담이 범한 원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인간 본성이 원죄의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상태에 놓여졌음을 믿으며, 이 상태는 일찍이 원조들이 거룩함과 의로움을 갖추고 악과 죽음없이 살던 그 상태가 아님을 믿습니다. 그러므로 죄에 떨어진 인간 본성은 전에 가졌던 은총의 선물을 빼앗기고, 본성 자체의 힘마저 손상되어 죽음의 통치하에 예속되었으며, 이런 본성이 모든 사람에게 미쳐 내려오는 것이므로, 이 때문에 누구나 다 죄중에 태어나게 되는 것임을 믿습니다.
원죄의 유전 : 그러므로 우리는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선언한 대로, 원죄는 ‘모방이 아닌 번식으로’ 인간 본성과 함께 전달되며, ‘각자에게 고유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17. 죄를 씻는 세례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제사로 우리를 원죄와 각 사람이 범한 모든 본죄에서 구원하시어,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죄가 많아진 곳에 은총이 더욱 충만히 내렸음’을 우리는 믿습니다.
18.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죄를 사하시기 위하여 세우신 하나의 세례성사를 믿어 고백합니다. 어린이들에게도 세례성사를 주어야 할 것이니, 그들이 아직 본죄로 어지러워질 수는 없다 하여도, 초자연적 은총 없이 태어났으므로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서 그리스도 안에서 천상 생명을 얻어야 하겠기 때문입니다.
19. 교회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베드로의 반석 위에 세우신, 하나이며, 거룩하고, 보편되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믿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요, 교계적 조직을 갖춘 볼 수 있는 단체이며, 영신적 공동체입니다. 현세 여정에 있는 하느님의 백성인 지상 교회는 천상 은혜를 풍부히 간직하고 있으며, 하느님 나라의 시작이요 싹이며, 이로써 인류 역사를 통하여 구원의 업적과 고통이 계속되고, 시간이 끝난 다음에 영광 중에 완성될 것입니다. 주 예수께서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당신 풍요하심에서 흘러 나오는 성사들을 통하여 당신 교회를 견고케 하십니다. 교회는 성사로써 그 지체들을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에 참여케 하며, 성령의 은총으로 생명과 활력을 줍니다. 교회는 은총의 생명을 간직하고 있으므로, 비록 그 품 속에 죄인들도 있기는 하지만, 교회는 거룩합니다. 과연 은총의 생명을 잘 기르면 교회의 지체들도 거룩하게 되겠지만, 은총의 생명을 저버리면 마음의 죄와 무질서를 범하게 되며 교회의 거룩함은 빛을 잃게 됩니다. 이런 죄 때문에 교회는 고통을 받고 보속을 해야 하며, 그러기에 교회는 그리스도의 성혈과 성령의 은혜로 자녀들을 죄에서 구원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20. 교회의 사명 : 하느님의 약속을 받은 교회는 이스라엘 백성을 통하여 아브라함의 정신적 후예가 되어, 이스라엘 백성의 성서를 사랑으로 보호하며, 성조들과 예언자들을 열심히 섬기며, 사도들 기초 위에 세워짐으로써, 베드로의 후계자와 그와 결합된 주교들이 사도들의 생생한 말씀과 목자로서의 고유한 권한을 세세에 충실히 보존하고 있으며, 마침내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을 통하여 어느정도 암시하셨다가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계시하신 그 진리를 성령의 항구한 보호로 보존하고, 가르치고, 설명하고, 전파하는 임무를 교회가 받았습니다. 우리는 성서와 성전에 포함된 하느님의 말씀을 믿으며, 교회가 장엄한 판정이나 세계적 통상 교도권으로 하느님께로부터 계시된 진리라고 가르치는 모든 진리를 믿습니다. 우리는 베드로의 후계자가 모든 그리스도 신도들의 목자와 스승으로서 교좌에서 말할 때나 또 주교들이 단체로 교황과 함께 최고 교도권을 행사할 때에 누리고 있는 무류성을 믿습니다.
21.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기도하시며 세우신 교회가 신앙과 예배와 교계적 결합으로 끊임없이 하나임을 믿습니다. 이 교회는 전례의 풍부한 다양성과 신학적 혹은 영신적 유산이나 지방적 규율의 정당한 차이를 내포하고 있으나, 이것은 교회의 단일성을 해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그 단일성을 더욱 명백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22. 교회 조직 밖의 형제들 : 우리는 또한 그리스도의 교회 조직 밖에도 보편된 일치를 촉구하는 교회 고유의 성화와 진리의 많은 요소가 발견됨을 인정하며, 동시에 모든 그리스도의 제자들 가운데서 이같은 일치의 소망을 일으켜 주시는 성령의 작용을 믿으며, 유일한 교회와의 완전한 일치를 아직 누리지 못하는 그리스도 신도들도 언젠가는 한번 한 목자 밑에 한 우리에 모일 것을 희망합니다.
23. 구원과 교회 : 우리는 교회가 구원에 필요함을 믿습니다. 그리스도 홀로 구원의 중재자이시요 길이시며, 당신 신비체인 교회 안에 우리와 함께 현존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모든 사람을 포함하므로, 자기 탓 없이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 교회를 모르는 사람도, 성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으며, 은총의 힘으로 양심의 소리를 통해서 알게 된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고 노력한다면, 그 수는 하느님 홀로 아시겠지만, 그들도 보이지 않게나마 하느님의 백성에 속하며,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24. 미사 성제 : 신품성사로 권한을 받은 사제가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그리스도와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들의 이름으로 드리는 미사는, 우리 제단 위에서 성사적으로 제현되는 갈바리아의 참제사임을 우리는 믿습니다. 최후 만찬에서 주께서 축성하신 빵과 포도주는, 그 뒤에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봉헌될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었던 것처럼, 사제가 축성한 빵과 포도주도 하늘에 영광스러이 앉아 계신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됨을 우리는 믿습니다. 우리 감각에는 축성하기 전과 똑같은 모양으로 느껴지지만, 그 물질의 형상 속에 참으로, 실제로, 본체로 주께서 신비로이 현존하심을 우리는 믿습니다.
25. 성체성사 안에 예수 현존하심 : 그러므로 빵의 본체가 온전히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화되고, 포도주의 본체가 온전히 그리스도의 피로 변화되나, 우리가 보고 느끼는 빵과 포도주의 특성만은 남아 있게 하는 방법 외에는, 그리스도께서 이 성사 안에 현존하여 계실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이 신비로운 변화를 ‘본체의 변화'(transubstantiatio)라고 교회가 부르는 것은 고유한 표현이며 적당한 표현입니다. 가톨릭 신앙에 일치하며 어느 정도 이 신비를 이해하도록 힘쓰는 온갖 신학적 설명은, 우리 이해력에 구애됨이 없이, 축성 후에는 이미 빵과 포도주가 아니고, 그 순간부터 빵과 포도주의 성사적 형상 속에 주 예수의 흠숭하올 몸과 피가 실제로 우리 앞에 현존하신다는 객관적 현실만은 굳게 주장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주께서 우리에게 당신을 양식으로 주시며 당신 신비체에 우리를 하나로 결합시키려 하신 주의 뜻입니다.
26. 성체 흠숭의 이유 : 천국의 영광을 누리시는 주 그리스도의 유일한 단일 존재가 성체성사로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성체의 제사가 봉헌되는 이 세상 여러 곳에 현존하시게 될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아무도 예외없이 우리 모두가 인정해야 할 ‘신앙의 신비’이며 성체의 풍요하심입니다. 미사성제를 지낸 후에도 이 같은 존재가 우리 각 성당의 산 심장인 감실 속 성체에 현존하여 머무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룩한 빵 속에서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혈육을 취하신 말씀’을 기꺼이 공경하고 흠숭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이 우리 앞에 현존하게 되셨다고 하여 천국을 떠나신 것은 아닙니다.
27. 하느님 나라 : 또한 지상에서 그리스도의 교회로 시작된 하느님의 나라는 그 형태가 지나가 버리는 현세의 것이 아니므로, 인류의 문화나 과학이나 기술의 발전으로 이 천국이 발전한다고 여길 것이 아니라, 오직 측량할 수 없는 그리스도의 풍요하심을 보다 깊이 깨닫고, 영원한 행복을 보다 항구히 바라고, 하느님의 사랑에 보다 열렬히 보답하며, 사람들 사이에 은총과 거룩함을 보다 널리 전파함으로써 천국이 확장된다고 우리는 믿어 고백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랑에서 교회는 인류의 참된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외적 행복도 도모하기로 노력합니다. 따라서 교회는 그 품안의 모든 자녀들에게 이 세상에는 영원한 도시가 없다고 언제나 권고하면서도, 또한 그들을 분발시켜 각자의 생활 환경과 가능한 수단대로 자신의 인간 사회를 발전시키고, 사람들 사이에 정의와 평화와 형제적 화목을 촉진하며, 가장 가난하고 가장 불행한 형제들에게 적당한 원조를 제공하도록 합니다.
교회와 현세 :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신부(新婦)인 교회가 사람들의 기쁨과 희망, 고통과 노력 등 그들 필요에 응하고자 하는 깊은 관심은, 그들에게 가까이 감으로써 그리스도의 빛으로 그들을 비추어 주고, 모든 사람을 그들의 유일한 구세주 그리스도께로 모아들이고 결합시키려는 불타는 노력 외에 다른 것이 아닙니다. 이런 관심을 가졌다고 하여 교회가 스스로 현세에 동화하거나 주님과 영원한 천국에 대한 갈망을 감소시킨다고 오해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28. 영원한 생명 :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믿습니다. 그리스도의 은총 안에서 죽는 모든 사람의 영혼이 아직 연옥불에서 속죄하고 있든지, 혹은 육신을 떠나자 곧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아 착한 우도와 같이 천상 낙원에 들어갔든지, 그들은 모두 죽은 뒤에 영원히 하느님의 백성이며, 이 영혼들이 자기 육신과 결합될 부활날에 이 죽음이 온전히 정복될 것을 우리는 믿습니다.
29. 천상 교회 : 천상 낙원에서 예수와 마리아 주위에 함께 모인 많은 영혼들이 천상 교회를 이루고, 거기서 영원한 행복 중에 하느님을 본모습대로 뵈오며, 각기 다른 방법과 다른 정도로 천사들과 더불어 영광스러운 그리스도의 신적 권한을 행사하며, 우리를 위하여 전구하며, 형제적 관심으로 우리의 나약함을 도와주고 있음을 우리는 믿습니다.
30. 모든 성인의 통공 : 우리는 모든 그리스도 신도들의 일치를 믿습니다. 즉 현세 여정에 있는 우리와, 세상을 하직한 후에 단련을 받고 있는 이들과, 천국 행복을 누리고 있는 이들이, 모두 다 한 교회에 결합되어 있음을 믿습니다. 또한 이 일치로 말미암아 ‘구하여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하신 예수의 말씀대로 자비로우신 하느님과 그 성인들의 고마운 사랑이 우리의 기도를 기꺼이 들어 주심을 우리는 믿습니다. 이런 신앙을 고백하면서 이런 희망을 가지고 죽은이들의 부활과 후세의 영생을 기다립니다.
거룩하시고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께서는 찬미받으소서. 아멘.
교황 재위 제6년, 1968년 6월 30일
교황 바오로 6세
– 각 번호는 번역본에는 없으나 원문에는 있는 것임.
– 경향잡지 1968년 8월호. 개정된 교회 용어로 부분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