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르사는 하도 우거진 올리브 재배지로 둘러싸여 있어서, 아주 가까이 가서야 도시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될 지경이다. 굉장히 기름진 텃밭의 울타리가 집들에 대하여 바람을 막아 주는 마지막 차폐물(遮蔽物)이 된다. 정원에는 풀상추, 양상추, 야채, 오이나 호박의 어린 모, 과일나무, 덩굴을 올린 정자들이 서로 농담(濃淡)이 다른 푸른빛을 섞고, 얽히게 한다. 꽃들은 열매를 약속하고, 작은 열매들은 즐거움을 약속한다. 포도나무의 작은 꽃들과 더 철이 이른 올리브 나무들의 꽃은 어지간히 센 작은 바람이 지나가도 비오듯이 떨어져서 땅에 희고 푸른 눈을 뿌린다.
물은 말랐지만 아직 바닥은 축축한 수로 근처에 난 갈대와 버드나무들이 장막처럼 되어 있는 뒤에서 다가오는 사람들의 발소리를 듣고 조금 전에 앞서 보낸 여덟 명의 사도가 나타난다. 그들은 눈에 띄게 불안하고 몹시 슬퍼하며 멈추라는 손짓을 한다. 그들은 앞으로 뛰어 나온다.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그들의 말을 들을 수 있을 만큼 넉넉히 가까이 왔을 때 그들은 말한다.
“가세요! 가세요! 뒤로 들판으로 가세요, 시내로는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자칫하면 그들이 우리에게 돌을 던질 것입니다. 저 작은 숲속으로 비켜나세요. 그러면 말을 하겠습니다….” 그들은 예수와 세사도와 소년과 여자들을 물이 마른 수로 바닥의 뒤로 밀고 가며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그곳을 벗어나려고 초조해하며 말한다.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사람들의 눈에 띄어서는 안 됩니다. 가십시다! 가요!”
예수와 알패오의 유다와 제베대오의 두 아들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려고 하나 소용이 없고 “아니 그런데 시몬의 유다는? 엘리사는?”하고 말해도 소용없다.
여덟 사람은 아무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나무줄기와 수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가운데로, 골풀에 발이 찢어지고, 버드나무가지와 갈대에 얼굴을 맞고, 바닥의 개흙에 미끄러지며, 풀에 매달리고. 기슭에 기대고 하며, 진흙투성이가 되어 뒤에 여덟 사람에게 밀려 이렇게 그곳을 빠져나온다. 여덟 사람은 테르사에서 누가 그들의 뒤를 밟아 나오지 않는지 보려고 거의 머리를 뒤로 돌린 채 걷는다. 그러나 길에는 황혼을 시작하는 해와 이리저리 헤매는 마른 개 한 마리밖에 없다.
마침내 일행은 어떤 소유지의 경계가 되는 가시덤불 근처에 왔다. 가시덤불 뒤에는 아마(亞麻)밭이 하나 있는데, 파란 하늘색의 꽃이 나오기 시작하는 키가 큰 아마 줄기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저기 저 안으로 가십시다. 앉아 있으면 아무의 눈에도 띄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떠나지요…” 하고 베드로가 땀을 훔치며 말한다.
“어디로?” 하고 알패오의 유다가 묻는다. “우리는 여자들을 데리고 있단 말이야.”
“아무 데로나 가지 뭐. 게다가 풀밭엔 건초를 만들려고 벤 풀이 잔뜩 있어서, 침대 노릇을 할 거야. 여자들을 위해서는 우리 겉옷으로 천막을 만들어 주고, 우리는 밤을 새우세.”
“그래.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새벽에 요르단강 쪽으로 내려가기만하면 돼. 선생님, 사마리아 길로 오고자 하지 않으신 선생님의 생각이 옳았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인 우리로서는 사마리아 사람들보다 도둑이 더 낫습니다!…” 하고 바르톨로메오가 아직 숨을 몹시 헐떡이며 말한다.
“그렇지만 요컨대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유다가 무슨…” 하고 타대오가 말한다.
토마가 그의 말을 막는다.
“유다는 틀림없이 맞았을 걸세. 나는 엘리사의 일로 유감스럽게 생각하네 ….”
“자넨 유다를 봤나?”
“나는 못 봤어. 그러나 예언자 노릇을 하기는 쉬운 일일세. 만일 유다가 선생님의 사도라고 말했으면 틀림없이 맞았을 것입니다. 선생님, 그들은 선생님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선생님에 대해서 반감을 가졌습니다.”
“그들은 진짜 사마리아인들입니다.”
그들은 모두 한꺼번에 말한다. 예수께서는 모두에게 침묵을 명령하시고 말씀하신다.
“한 사람만이 말해라. 제일 침착한 열성당원 시몬이 말하여라.”
“주님, 간단합니다. 저희가 시내에 들어갔는데, 저희가 누구인지 그들이 알지 못하는 동안은, 저희를 그저 지나가는 순례자로 생각한 동안은 아무도 성가시게 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붉은 옷을 입고 붉은 줄과 흰 줄이 있는 어깨걸이를 한 갈색 머리의 젊고 키가 큰 남자가, 검은 머리보다는 흰 머리가 더 많고. 회색 옷을 입은 나이 들고 마른 여자와 같이 시내에 들어왔었는지, 그리고 갈릴래아의 선생님과 그 일행을 찾았느냐고 물었습니다.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들이 즉시 화를 냈습니다…. 아마 선생님에 대해서 말하지 말아야 했나 봅니다. 저희들이 분명히 잘못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는 어디서나 그렇게도 환영을 받았던 터이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사흘 전만 하더라도 선생님께 그렇게도 경의를 표하던 그 사람들이 입이 험한 사람들 같았습니다!
타대오가 그의 말을 막는다.
“유다인들이 한 일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그들이 우리에게 한 비난과 그들의 위협 때문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내 생각에는…. 아니 오히려 내가 확신하기로는, 우리가 확신하기로는, 사마리아 사람들의 분노의 원인은 예수께서 그들의 보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신 데 있다는 것일세. 그들은 이렇게 외쳤어.
‘가시오! 가! 당신들과 당신들의 선생! 당신들의 선생은 모리아산에서 예배하고자 한다고 말했소. 그리 가서 죽으라고 하시오 그와 그의 제자들이 모두, 우리들 사이에는 우리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고, 하인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자리는 없소 우리는 이득으로 벌충이 되지 않으면 다른 난처한 일은 원치 않소. 갈릴래아 선생에게는 빵 대신 돌을 던질 것이고 그를 맞아들이기 위해 집의 문을 열기보다는 개들을 풀어 놓겠소’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더 많은 말을 했어. 그리고 유다가 어떻게 되었는지라도 알려고 계속 물었더니, 그들은 우리를 때리려고 돌을 집어 들고, 실제로 개들을 끌러 놓았어. 그리고 자기들끼리 외쳤어.‘성문마다 지키세. 그리고 그가 오면 복수하세’하고 우리는 도망쳤네. 한 여인이 -나쁜 사람들 가운데에도 언제나 누군가 착한 사람이 있는 법이야.- 우리를 그의 집 정원으로 밀어 넣고, 거기서 야채밭들 사이의 오솔길로 해서 수로까지 데려다 주었네. 안식일 전에 물을 댔기 때문에 수로에는 물이 없었고, 그 여자는 우리를 거기에 숨어 있게 했네. 그런 다음 우리에게 유다의 소식을 알아다 주겠다고 약속했네. 그러나 그 여자는 다신 오지 않았어. 하지만 여기서 그 여자를 기다리세. 우리를 수로에서 만나지 못하면 이리로 오겠다고 말했으니까.”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어떤 사람들은 계속 유다인들을 비난한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께 가벼운 비난을, 이런 말로 감싼 비난을 한다.
“선생님은 세겜에서 너무 분명히 말씀하시고 떠나셨습니다. 지난 사흘 동안에 그들은 착각을 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고, 자기들을 만족시켜 주지 않는 사람을 위하여 손해를 보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결정한 겁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내쫓는 겁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나는 진실을 말한 것과 내 의무를 행하는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은 그들이 이해하지 못한다. 얼마 안 있어 그들은 내 정의를 깨달을 것이고, 내가 내 정의를 존중하지 않았던 것보다는 더 나를 존경할 것이다. 내 정의는 내가 그들에 대해서 가지는 사랑보다 더 큰 것이다.”
“저기 온다! 그 여자가 길에 있어. 용감하게도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네…” 하고 안드레아가 말한다.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까, 응?”하고 바르톨로메오가 의심쩍게 말한다.
“여자 혼잔데!”
“사람들이 수로에 숨어서 여자를 따라 오는지도 모르지….”
그러나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오는 그 여자는 길을 계속하여 예수와 사도들이 기다리는 아마밭을 지나고 나서 오솔길로 들어서서 사라졌다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뒤에서 느닷없이 다시 나타난다. 그들은 풀이 바삭거리는 소리를 듣고 놀라다시피 하며 돌아다본다.
여자는 자기가 아는 여덟 사람에게 말한다.
“자 왔습니다! 오래 기다리시게 한 것을 용서하세요…. 사람들이 따라 오는 것이 싫어서 그랬습니다. 저는 어머니한데 간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압니다…. 그래서 여기 요기하실 것을 가지고 왔습니다. 선생님은…. 어느 분이십니까?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은 여기 계십니다.”
바구니를 내려놓은 여자는 땅에 엎드리며 말한다.
“제 동향인들의 죄를 용서하십시오. 그 사람들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그러나 그 사람들은 선생님의 거절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주머니, 나는 원한을 품지 않소. 일어나시오 그리고 말하시오. 내 사도와 그와 같이 있던 여자의 소식을 아시요?”
“예, 개처럼 내쫓겨서 다른 쪽 시외에서 밤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선생님을 찾으러 에논 쪽으로 돌아오려고 했습니다. 그들은 동료들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고 이리로 오려고 했습니다. 저는 안 된다고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고, 내가 여러분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사실 황혼이 되면 곧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행스러운 우연으로 제 남편이 집에 없어서 마음대로 집을 떠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을 평야지방에 시집간 자매 중 하나의 집으로 인도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누구라고 말하지 말고 거기서 주무십시오. 메롯 때문이 아니라 그와 같이 있는 남자들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사마리아 사람들이 아니라, 여기 와서 자리 잡은 데카폴리스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게 더 낫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갚아 주시기를 바라오. 두 제자가 상처를 입었소?”
“남자는 조금 입었지만, 여자는 조금도 입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그 여자를 틀림없이 보호하셨습니다. 주민들이 돌을 집었을 때 그 여자는 용감하게 자기 몸으로 아들을 보호했으니까요. 아이고! 정말 용맹한 부인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당신들을 모욕하지 않은 사람을 이렇게 치는 거요? 그리고 당신들은 이 사람을 보호하는 어머니인 나를 존중하지 않소? 아이를 낳은 여자를 존경하지 않는 당신들은 모두 어머니가 없소? 당신들은 늑대에게서 났소. 그렇지 않으면 진흙과 두엄으로 만들어졌소?’
그러면서 남자를 보호하기 위해 겉옷을 펴든 채 공격자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물러나면서 남자를 시외로 밀어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말하면서 그를 위로합니다. ‘오 내 유다,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선생님을 위해서 홀린 이 피를 자네 마음을 위한 향유가 되게 하시기를 바라네’하고. 그러나 남자는 별로 다치지를 않았습니다. 남자는 아마 아픈 것보다는 겁을 더 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들고 잡수세요. 여자들을 위하여는 갓 짠 양젖과 치즈를 곁들인 빵과 과일들이 있습니다. 고기는 익힐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느라면 너무 늦었을 겁니다. 저녁 어둠이 내려오는 동안 잡수세요. 그런 다음 안전한 길로 해서 두 사람을 데리러 가고, 그 다음에는 메롯의 집으로 갑시다.”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또 갚아 주시기를 바라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시고, 음식을 봉헌하시고 나누어 주시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두 몫을 따로 남겨 놓으신다.
“아닙니다, 아니예요. 저는 그분들을 생각해서 옷속에 달걀과 빵, 그리고 상처에 쓸 포도주와 기름을 조금 갖다 주었습니다. 제가 길을 감시하는 동안 드세요….”
그들은 먹는다. 그런 남자들은 몹시 분개하고, 여자들은 압도되어 기신(氣神)없다. 막달라의 마리아를 빼놓고는 모두 그렇다. 다른 여자들을 무섭게 하고 그들의 기를 꺾는 것이 마리아에게는 언제나 그의 신경과 용기를 자극하는 결과를 나타낸다. 눈에서는 적의를 가진 도시를 향하여 불꽃이 튀어 나온다. 다만 원한을 가지지 말라고 벌써 말씀하신 예수님이 계시기 때문에 경멸하는 말을 자제한다. 말도 할 수 없고 행동도 할 수 없으므로, 마리아는 그의 분노를 죄없는 빵에다 쏟아 부어 어떻게나 의미심장하게 물어뜯는지 열성당원이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테르사 사람들이 네 손에 결려들지 않은게 다행이다! 마리아야, 너는 사슬이 풀린 맹수 같구나!”
“저는 맹수예요. 바로 보셨어요. 그리고 하느님의 눈에는 제가 속죄하기 위해서 이제까지 한 모든 것보다도 저들이 당해 마땅한 것처럼 저리로 들어가는 것을 제가 자제하는 것이 더 공로가 많아요.”
“용감하다, 마리아야! 하느님께서는 저들의 죄보다 더 큰 죄들을 네게 용서해 주셨다.”
“맞습니다. 저들은 제 하느님이신 선생님을 한번, 그것도 남의 암시를 받아서 모욕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수없이 많이… 제 자의로 그랬습니다…. 그러니 저는 강경할 수도 없고 거만할 수도 없습니다….” 마리아는 눈을 내리뜨고 빵을 내려다본다. 그 빵에는 눈물 두 방울이 떨어진다.
마르타가 그의 무릎에 손을 얹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너를 용서하셨다. 더 이상 괴로워하지 말아라…. 네가 얻은 것을 기억해라. 우리 오빠….”
“나는 괴로워 하는게 아니야. 이건 감사고, 감격이야…. 그리고 내가 그렇게도 많이 받은 그 자비를 나는 아직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거야…. 선생님, 용서하세요!”하고 그의 눈부신 눈을 들어 쳐다보며 말한다. 그 눈에는 겸손으로 인하여 부드러운 기운이 돌아왔다.
“마음이 겸손한 사람에게는 절대로 용서를 거절하지 않는 것이다, 마리아야.”
저녁이 내려오면서 섬세한 보라빛 색조로 물들인다. 조금 떨어진 물건들은 혼동된다. 그 우아한 줄기를 볼 수 있던 아마(亞麻)도 이제는 어두운 덩어리와 섞여 버린다. 나뭇잎 사이에 있는 새들도 소리가 없다. 첫번 별이 빛난다. 첫번째 매미가 울음소리를 공중에 울려 퍼뜨린다. 저녁이 되었다.
“이젠 가도 됩니다. 여기 밭 가운데에 있으면, 아무도 우릴 보지 못할 것입니다. 안심하고 오십시오. 저는 배신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익을 얻으려고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다만 하늘에 불쌍히 여기심만을 청합니다. 우리는 모두 불쌍히 여김을 받을 필요가 있으니까요.” 하고 그 여자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일행은 일어나서 그 여자를 따라 간다. 그들은 벌써 어두워진 밭과 정원들 가운데로 해서 테르사에서 멀찍이 지나간다. 그러나 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불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떨어지지는 않았다….
“저 사람들이 우리들의 동정을 살피고 있는데…” 하고 마태오가 말한다.
“저주 밖은 자들!”하고 필립보가 입 속으로 중얼거린다.
베드로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호소를 하는 것인지 말없는 항의를 하는 것인지 두 팔을 하늘을 향하여 흔든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앞서 가며 그곳에서 끊임없이 서로 말을 주고받은 제베대오의 야고보와 요한이 가던 길을 돌아와서 말한다.
“선생님, 혹 선생님의 완전한 사랑 때문에 벌을 이용하기를 원치 않으신다면, 저희들이 그렇게 할까요? 하늘의 불더러 내려와서 저 사람들을 불살라 버리라고 말할까요? 저희가 믿음을 가지고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리고….”
피곤하신 것처럼 몸을 좀 구부리고 걸으시던 예수께서 갑자기 몸을 일으키시고, 달빛에 반짝이는 두 눈으로 그들을 무섭게 노려보신다. 두 사람은 두 눈길에 겁을 집어먹고 말없이 뒤로 물러선다. 예수께서는 여전히 그렇게 그들을 노려보시며 말씀하신다.
“너희들은 너희가 무슨 정신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구나. 사람의 아들은 영혼들을 지옥에 떨어뜨리려고 오지 않고 구원하려고 왔다. 내가 너희들에게 말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느냐? 좋은 씨앗과 가라지의 비유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장은 좋은 씨앗과 가라지를 함께 자라게 내버려두어라. 지금 그것들을 갈라놓으려 하다가는 가라지와 함께 좋은 곡식까지 뽑아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것들을 추수 때까지 그냥 두어라. 추수 때에 나는 추수하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가라지를 주워서 묶어 태우고, 좋은 낟알은 내 곡식광에 넣어라 하고 말할 것이다.’”
예수께서는 당신께 대한 사랑으로 일어났던 분노 때문에 테르사 사람들을 벌하기를 청하였다가 지금은 당신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 두 사람에 대한 분개를 벌써 가라앉히셨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팔꿈치를 한 사람은 오른쪽에 또 한 사람은 왼쪽에 이렇게 잡으신다. 그리고 그들을 이렇게 데리고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하시며, 당신이 걸음을 멈추셨을 때 주위로 바싹 다가왔던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신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추수할 때가 가까웠다, 내 첫번째 추수가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는 두번째 추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 이 때문에 지극히 높으신 분을 찬미하자. – 내 시대에 좋은 낟알의 이삭이 될 줄을 몰랐던 어떤 사람들은 과월절의 희생의 정화(淨化) 후에 새로운 영혼을 가지고 다시 날 것이다. 그 날까지 나는 아무에게도 악착스럽게 굴지 않을 것이다…. 그 뒤에는 정의가 발동할 것이다….”
“과월절 후입니까?”하고 베드로가 묻는다.
“아니다, 때가 지난 다음에 말이다. 나는 지금의 이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고, 장차 올 긴 세월을 내다보는 것이다. 밭에 수확물이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추수하는 일이 되풀이 되는 것과 같이 사람도 끊임없이 새로워진다. 그리고 나는 장래에 올 사람들이 좋은 낟알이 될 수 있는데 필요한 것을 남겨 놓겠다. 만일 그들이 좋은 낟알이 되기를 원치 않으면, 세상 마칠 때에 내 천사들이 가라지를 좋은 낟알과 갈라놓을 것이다. 그 때는 하느님만의 영원한 날일 것이다. 지금 당장은 세상에서는 하느님과 사탄의 날이다. 하느님께서는 선의 씨를 뿌리시는데, 사탄은 하느님께서 뿌리신 씨 사이에 그의 저주의 가라지, 죄의 기회와 타락의 씨를 뿌리고, 죄악과 죄의 기회를 나게 하는 씨를 뿌린다. 왜냐하면 여기 저 사람들에게 한 것과 같이 하느님을 거스려서 사람들을 부추길 사람들이 항상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저 사람들은 그들을 악으로 부추기는 사람들보다 죄가 덜하다.”
“선생님, 해마다 과월절에는 저희들이 정화를 하지만 항상 이전 상태 그대로 있습니다. 혹 올에는 다르겠습니까?” 하고 마태오가 묻는다.
“매우 다를 것이다.”
“왜요? 설명해 주십시오.”
“내일… 내일이나 또는 길을 가고 있을 때, 그리고 시몬의 유다가 우리와 같이 있을 때 말해 주마.”
“오! 그렇게 해 주십시오, 선생님이 그 말씀을 해 주시면, 저희들이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입니다…. 우선은 저희를 용서해 주심시오, 예수님”하고 요한이 말한다.
“나는 너희들을 너희 진짜 이름으로 불렀다. 그러나 천둥은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래, 벼락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천둥은 자주 벼락을 예고한다. 자기 정신에서 사랑을 거스르는 일체의 무질서를 없애지 않는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 오늘은 그가 벌을 할 수 있기 위하여 묻는다. 내일은 묻지 않고 벌한다. 모레는 이유없이 벌한다. 내려가기는 쉬운 것이다…. 그래서 너희더러 너희 이웃에 대한 어떠한 마음의 냉혹도 없애버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대로 하여라, 그러면 너희들은 잘못하지 않는다는 자신을 가질 것이다. 내가 나를 괴롭히는 사람에 대해서 복수를 하는 것을 혹 본 적이 있느냐?”
“없습니다. 선생님은….”
“선생님, 선생님, 엘리사와 제가 여기 왔습니다. 오! 선생님, 선생님 때문에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요! 그리고 죽을까봐 얼마나 겁이 났는지요…” 하고 가리옷의 유다가 줄지어 서 있는 포도나무 뒤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예수께로 뛰어 오면서 말한다. 이마에는 붕대가 감겨있다. 엘리사는 더 침착하게 그를 따라온다.
“고통을 당했느냐? 죽을까봐 걱정을 했느냐? 생명이 네게 그렇게 소중하단 말이냐?”하고 예수께서 당신을 껴안고 울고 있는 유다에게서 빠져 나오시며 물으신다.
“생명이 아니라, 하느님이 무서웠습니다. 선생님의 용서를 받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 저는 끊임없이 선생님께 죄를 짓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합니다. 아주머니까지도… 그런데 아주머니는 제게 어머니 노릇을 하며 대답했습니다. 저는 죄지은 사람이라고 느꼈고, 죽음이 무서웠습니다….”
“오! 유익한 두려움, 그것이 너를 거룩하게 할 수 있다면! 그러나 나는 너를 항상 용서한다. 그것은 너도 알고 있다. 네가 뉘우칠 뜻만 가지고 있으면 넉넉한 것이다. 그럼 아주머니는 용서하셨습니까?”
“이 사람은 흥분한 큰 어린 아이와 같습니다. 저는 관대할 줄을 압니다.”
“엘리사 아주머니는 용감하셨습니다. 나도 그걸 압니다.”
“만일 아주머니가 거기 있지 않았더라면! 선생님을 제가 다시 보게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아주머니가 네 곁에 남아 있은 것은 미움으로가 아니라 사랑으로 그랬다는 것을 알겠구나…. 아주머니,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아닙니다, 선생님. 돌들이 제 주위에 떨어지면서도 제게 상처를 입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제 마음은 몹시 괴로웠습니다….”
“이제는 다 끝난 일입니다. 우리를 안전한 집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여인을 따라 갑시다.”
일행은 달이 비추는 작은 길로 해서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 작은 길은 동쪽으로 간다.
예수께서는 가리옷 사람의 팔을 잡으시고, 그와 함께 앞장을 서서 가신다. 그러면서 그에게 조용히 말씀하신다.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심판에 대한 지나간 공포로 흔들린 그의 마음에 영향을 끼치려고 애쓰신다.
“유다야, 죽기가 얼마나 쉬운 것인지 알겠지. 죽음은 우리 주위에서 항상 망을 보고 있다. 우리가 생명이 가득 차 있을 때에는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 죽음이 우리 곁을 스치고 지나갈 때에는 얼마나 중요한, 무시무시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 되는지 알겠지. 그러나 거룩한 생활을 하면 임박한 하느님의 심판에 대한 심한 공포를 무시할 수 있는데, 왜 그런 공포를 가지고 그런 공포를 만들어내서, 죽을 때에 자기 앞에서 그런 공포들을 만나려고 하느냐 말이다. 조용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 의인으로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느냐? 내 친구 유다야, 하느님의 자애로우신 자비가 네 마음에 호소가 되라고 그 사건을 허락하셨다. 유다야, 네게는 아직 시간이 있다…. 죽게 될 네 선생님에게 네가 선으로 돌아온 것을 아는 큰 기쁨, 대단히 큰 기쁨을 왜 주려고 하지 않느냐?”
“그러나 저를 또 용서하실 수 있습니까, 예수님?”
“너를 용서할 수가 없으면, 네게 이렇게 말할 수 있겠느냐? 너는 아직도 나를 정말 별로 알지 못하는구나! 나는 너를 안다. 나는 네가 굉장히 큰 문어에게 붙잡힌 사람 같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만일 네가 원하면 아직도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오! 너는 틀림없이 고통을 당할 것이다. 너를 죄고 해치는 그 사슬에서 억지로 빠져나오는 것은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그 뒤에는 얼마나 큰 기쁨이 오겠느냐, 유다야! 너는 네게 암시를 주는 사람들에게 저항할 힘이 없을까봐 염려하느냐? 나는 과월절 의식을 지키지 않은 죄를 미리 네게 사해줄 수 있다…. 너는 병자이다. 병자들에게는 과월절이 의무적인 것이 아니다. 너는 문둥병자와 같다. 문둥병자들은 문둥병을 가지고 있는 동안은 예루살렘에 올라가지 못한다. 유다야, 네 정신과 같은 더러운 정신을 가지고 주님 앞에 나타나는 것은 주님을 공경하는 것이 아니라 모욕하는 것임을 믿어라. 먼저 해야 할 것은….”
“그러면 왜 저를 깨끗하게 하지 않으시고, 저를 고쳐 주지 않으십니까?”하고 유다는 벌써 냉혹하게 되고 완강하게 반항하며 묻는다.
“내가 너를 고쳐 주지 않는다고! 어떤 사람이 병이 있으면, 원할 줄을 모르는 아주 어린 아이나 바보가 아닌 다음에는 자기가 스스로 병이 나으려고 애를 쓴다….”
“저를 그런 사람으로 취급하십시오. 저를 바보로 취급하시고, 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선생님이 직접 마련해 주십시오.”
“너는 원할 수가 있기 때문에 그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너는 네게 좋은 것이 무엇이고 나쁜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 그러니까 병이 고쳐진 사람으로 있겠다는 네 뜻이 없는데 내가 너를 고쳐 주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 의지도 제게 주십시오.”
“그 의지를 달라고? 그러면 착한 뜻을 네게 강제로 가지게 하란 말이지? 그러면 네 자유의사는 어떻게 되겠느냐? 인간으로서의, 자유가 있는 인간으로서의 네 자아는 어떻게 되겠느냐? 음몽마녀(淫夢魔女)?”
“제가 사탄의 음몽마녀인 것처럼, 하느님의 음몽마녀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다야, 너는 참으로 내게 상처를 입히는구나! 내 마음을 얼마나 꿰뚫느냐! 그러나 네가 내게 하는 것은 용서해 준다…. 사탄의 음몽마녀라고 네가 말했지. 나는 그런 무서운 말은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고, 또 선생님이 사람의 마음속을 아신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선생님도 그것을 알고 계실 터이니까 그렇게 생각은 하시지요, 그렇다면 선생님은 제가 이제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아십니다…. 사탄이 저를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아니다. 사탄이 네게 가까이 와서 너를 유혹하고 시험했는데, 네가 그를 맞아들였다. 처음에 사탄의 어떤 유혹에 대한 동의가 없으면 마귀들림은 없는 것이다. 마음들을 지키기 위하여 쳐놓은 창살 사이로 뱀이 대가리를 슬그머니 넣지만 사람이 그 놈의 마음을 호리는 모습을 감상하고, 그 놈의 말을 듣고, 그놈을 따르기 위하여 통로를 넓혀 주지 않으면 들어오지는 못할 것이다. 그 때에야 비로소 사람이 음몽마녀가 되고 마귀들린 사람이 되지만, 그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도 당신의 자애로운 사랑의 지극히 다정스러운 빛을 하늘에서 쏘아 내려 보내시고, 하느님의 빛이 우리 안에 뚫고 들어온다. 아니 그보다도,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는 하느님께서 사람들의 마음에 내려오신다. 그것은 하느님의 권리이다.
그런데 자기가 마귀의 종이 되고 음몽마녀가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왜 하느님의 종, 아니 하느님의 아들이 될 줄은 알지 못하느냐? 왜 지극히 거룩하신 그의 아버지는 내쫓느냐? 대답하지 않느냐? 네가 왜 사탄을 하느님보다 더 낫게 여겼는지, 왜 사탄을 원했는지 말하지 않느냐? 그러나 아직도 네가 구원을 받을 시간은 있을 것이다! 너는 내가 죽음을 향하여 간다는 것을 너는 안다. 너만큼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죽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나는 간다. 내 죽음이 많은 사람에게 생명이 되겠기 때문에 나는 죽음을 향하여 간다. 너는 왜 이 사람들 축에 들기를 원치 않느냐? 내 친구, 내 가엾은 병든 친구야, 너를 위해서만은 내 죽음이 무익할 것이란 말이냐?”
“선생님의 죽음은 아주 많은 사람에게 무익한 것입니다, 환상을 품지 마십시오. 『선생님은 여기서 멀리 도망해 가서 사시면서 인생을 즐기고』선생님의 교리를 가르치시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은 훌륭한 것이니까요. 그러나 선생님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시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내 교리를 가르치라니! 그러나 만일 내가 가르치는 것과 반대되는 것을 내가 행하면, 내가 이제 무슨 진실한 것 무엇을 가르치겠느냐? 만일 내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라고 가르치면서 나는 하느님의 뜻을 행하지 않으면, 내가 무슨 선생이겠느냐? 사람을 사랑하라고 가르치고 나서 내가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육체와 세상을 초탈하라고 가르치고 나서 내가 육체와 세상의 명예를 사랑하며,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나서, 내가 사람들뿐 아니라 천사들까지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을 하면? 사탄이 내 정신을 흐리게 하기 위하여 너를 통하여 에프라임에서 말을 했고, 또 여러번 말하고 행동한 것과 같이, 지금도 사탄이 너를 통하여 말을 하는 것이다.
네 덕택으로 행한 사탄의 이 모든 행동을 나는 알아본다. 그런데도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았고, 네게 대해 권태를 느끼지 않고, 다만 고통을, 무한한 고통을 느꼈을 뿐이다. 그의 아들을 죽음으로 데려가는 병의 진전을 지켜보는 어머니와 같이, 나는 네 안에서 악의 진전을 지켜보았다. 아들을 위하여 약을 구할 수만 있다면 아무 것도 아까워하지 않는 아버지처럼, 나는 너를 구하기 위하여 아무 것도 아끼지 않았고 불쾌감과 분개와 고통과 실의를 극복하였다. 세상의 어떤 능력에도 환멸을 느끼고, 아들의 생명을 얻기 위하여 하늘에 구원을 요청하는 비탄에 잠긴 아버지 어머니와 같이, 너를 구해 낼 기적을, 네발 밑에서 벌써 입을 벌리고 있는 구렁텅이 가장자리에서 너를 구해내고, 구해 낼 기적을 간청하기 위하여 탄식했고, 지금도 탄식한다.
유다야, 나를 보아라! 얼마 안 있어 내 피가 사람들의 죄를 위해 흐를 것이다. 내게는 피가 한 방울도 남지 않을 것이다. 땅과 돌과 풀과 나를 박해하는 사람들과 내 사람들의 옷이 내 피를 마실 것이고… 나무와 쇠와 밧줄과 나바카의 가시들이 내 피를 마실 것이고… 구원을 기다리는 영들이 내 피를 마실 것이다…. 그런데 너만이 내 피를 마시기를 원치 않느냐? 나는 너만을 위해서 내가 가진 피를 모두 바칠 것이다. 너는 내 친구이다. 친구를 위하여는 얼마나 기꺼이 죽느냐! 친구를 구하기 위하여! ‘나는 죽는다. 그러나 내가 목숨을 주는 친구 안에서 나는 계속 살아 있을 것이다’하고 말한다. 사라진 뒤에도 그들의 후손 안에서 계속 살고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와 같이.
유다야, 내가 간절히 부탁한다! 내 죽음을 앞둔 오늘 나는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청하지 않는다. 사형선고 받은 사람에게는 재판관들까지도, 원수들까지도 마지막 은혜를 베풀고,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다. 나는 네게 지옥에 가지 말라고 부탁한다. 나는 이것을 하늘에 보다도 오히려 너에게, 네 의지에 청한다…. 네 어머니를 생각하여라, 유다야. 이 다음에 네 어머니가 어떻게 되시겠느냐? 네 가문의 이름이 어떻게 되겠느냐? 네 자존심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강한데, 너를 네 불명예에서 지켜 주기 위하여 네 자존심에 호소한다. 유다야, 네 명예를 떨어뜨리지 말아라.
곰곰 생각해 보아라. 만일 네가 네 죄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 해가 지나고 세기가 바뀌어도 왕국과 제국이 무너지고, 별이 빛을 잃고, 땅의 형태가 변하여도, 너는 여전히 유다일 것이다. 카인이 언제까지나 카민인 것과 같이. 세상은 끝이 있을 것이고, 남는 것은 다만 천당과 지옥뿐일 것이다. 만일 네가 뉘우치지 않으면, 다시 살아나서 영혼과 육체가 영원히 함께 받아들여져서, 그들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인 천당과 지옥에서 너는 언제나 저주 받은 사람, 가장 큰 죄인인 유다로 있을 것이다. 나는 영들을 해방하러 임보에 내려갈 것이고, 그들을 떼지어 연옥에서 끌어낼 것이다. 그런데 너는… 나는 나 있는 곳으로 너를 끌어가지 못할 것이다….
유다야, 나는 죽을 것인데, 기쁘게 죽으러 가겠다. 그것은 내가 수천 수만 년 전부터 기다리던 시간, 즉 사람들을 그들의 아버지와 다시 결합시킬 때가 왔기 때문이다. 내가 다시 결합시키지 못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죽으면서 볼 구원받은 사람들의 수로 인하여,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는 내가 쓸데없이 죽는다는 애를 끊는 듯한 괴로움에서 위로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네게 말하는 것인데, 내 사도이고 내 친구인 너를 내 죽음이 무익할 그 사람들 가운데 있는 것을 보는 것은 무서운 일일 것이다. 그 몰인정한 고통을 내게 주지 말아라! 유다야, 나는 너를 구원하기를 원한다. 너를 구원하기를.
보아라. 우리는 강으로 내려가고 있다. 내일 새벽 모두들 아직 자고 있을 때에 우리 둘이 강을 건너, 너는 보즈라나 아르벨라나 아에라나 너 가고 싶은 데로 가거라. 너는 제자들의 집을 알지. 보즈라에서는 요아킴과 내가 병을 고쳐준 문둥병자였던 마리아를 찾아가라. 내가 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주마. 네 건강 때문에 다른 분위기속에서 조용히 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겠다. 네 정신이 병들었고, 또 예루살렘의 분위기는 네게 치명적일 터이니까. 불행히도 이 말은 진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네 육체에 대한 말인 줄로 알 것이다. 내가 너를 데리러 갈때까지 그곳에 머물러 있어라. 네 동료들은 내가 생각하마…. 그러나 예루살렘에는 오지 말아라. 알겠느냐? 여자들은 그중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들과 어머니 된 권리로 자기 아들들 곁에 있어야 할 사람들을 빼놓고는 오지 말라고 하였다.”
“제 어머니두요?”
“그렇다. 마리아는 예루살렘에 오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도 사도의 어머니인데요. 그리고 선생님을 항상 공경했는데요.”
“그렇다, 나를 완전한 정의로 사랑하시는 네 어머니도 다른 여인들과 같이 내 곁에 계실 권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네 어머니는 예루살렘에 오지 않으실 것이다. 내가 오시지 말라고 말했고. 네 어머니는 순종할 줄을 아시니까.”
“왜 제 어머니는 예루살렘에 오면 안 됩니까? 선생님의 사촌들의 어머니와 제베대오의 아들들의 어머니와 제 어머니가 무엇이 다릅니까?”
“너 때문이다. 그런데 너는 내가 왜 이 말을 네게 하는지 안다. 그러나 만일 네가 내 말을 들어서 보즈라로 가면, 내가 네 어머니께 통지하고 모시고 오게 해서, 그렇게도 착한 네 어머니로 하여금 네 병을 고치는 것을 도우시게 하겠다. 정말이다, 우리만이 너를 한없이 사랑한다. 하늘에서 너를 사랑하시는 분이 세 분이시다. 즉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이시다. 그 분들은 너를 주시하셨고, 너를 가지고 구속(救贖)의 보석을 만들고, 지옥에서 빼앗아 낸 가장 큰 희생물을 만드시려고 네 결정을 기다리신다. 그리고 이 세상에도 세 사람이 있으니, 네 어머니와 내 어머니와 나다. 우리를 기쁘게 해 다오, 유다야! 하늘의 우리와 땅의 우리, 참다운 사랑으로 너를 사랑하는 이들을.”
“선생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를 사랑하는 분은 세 분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도 널 많이 사랑한다. 엘리사가 너를 지켰다. 다른 사람들은 너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었다. 네가 떠나갔을 때 모두가 마음 속으로 너를 생각했고 입에 네 이름을 올렸다. 너는 너를 둘러싸고 있는 사랑 전부를 알지 못한다. 너를 압제하는 자가 그것을 네게 숨기는 것이다. 그러나 내 말을 믿어라.”
“선생님의 말씀을 믿고. 선생님께 만족을 드리도록 애쓰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 자신의 힘으로 행동하고자 합니다. 제가 스스로 잘못했으니, 제 스스로의 힘으로 병을 고쳐야 합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행동하실 수 있는 분은 하느님뿐이시다. 그 생각은 교만이다. 교만에는 또 사탄이 들어 있다. 겸손하여라. 유다야. 네게 우정을 주는 이 손을 잡아라. 너를 보호하기 위하여 벌어지는 이 가슴으로 피해 들어오너라. 여기 나와 같이 있으면, 사탄이 너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선생님과 같이 있으려고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점점 더 내려갔습니다…. 쓸데없는 일입니다!”
“그런 말하지 말아라! 그런 말하지 말아! 낙담을 물리쳐라. 하느님께서는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다. 하느님께 바싹 다가가라, 유다야! 유다야!”
“잠자코 계셔요!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너는 다른 사람들은 걱정하고 네 영은 걱정하지 않느냐 불행한 유다야!….”
예수께서는 이제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그러나 몇 미터 앞서 가던 그 여자가 올리브나무 숲 속에 갑자기 나타나 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계속 사도의 곁에 계신다.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에게 말씀하신다.
“오늘 밤 나는 자지 않겠다. 너를 위해 기도하면서 너를 기다리고 있겠다. 하느님께서 네 마음에 말씀하시기를 바란다. 그러면 너는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라…. 나는 지금 있는 곳에 그대로 있으면서 새벽까지 기도를 하겠다…. 이것을 기억하여라.”
유다는 대답하지 않는다. 다른 사도들이 왔고, 여자들도 왔다. 그리고 모두가 함께 사마리아 여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인은 이내 돌아온다. 그 여자는 자기와 비슷한 다른 여자 한 사람과 같이 오는데, 이 여자는 이렇게 말하면서 인사한다.
“지금 당장은 올리브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이 벌써 와 있기 때문에 방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짚이 많이 있는 큰 곡간이 있습니다. 여자들 있을 자리는 있습니다. 오세요.”
“가거라들! 나는 여기 있으면서 기도하겠다. 평화가 너희 모두와 함께 있기를”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가는 동안 당신 어머니를 붙드시고 말씀하신다.
“어머니, 저는 남아서 유다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어머니도 저를 도와주십시오….”
“아들아, 도와주마. 아마 그의 마음에 의지가 다시 생기는 것이냐?”
“아닙니다, 어머니. 그러나 그런 것처럼… 해야 합니다. 하늘은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
“그러나 그리고 나는 아직 환상을 가질 수 있지만, 아들아, 너는 착각을 하지 않는다. 내 거룩한 아들아, 너는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항상 너를 본받겠다. 내 사랑아, 가거라. 그리고 안심해라! 그가 너를 피하기 때문에 네가 그에게 말을 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데려오도록 애쓰겠다. 다만 지극히 거룩하신 아버지께서 내 고통을 들어주시기만 바란다…. 예수야, 내가 너와 함께 기도하게 그냥 두겠느냐? 우리 함께 기도하자. 그러면 그만큼 너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어머니, 계세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성모님은 빨리 가셨다가 빨리 돌아오신다. 두 분은 올리브나무 밑에 당신들의 배낭을 깔고 앉으신다. 아주 고요한 가운데 별로 떨어져있지 않은 강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밤의 깊은 적막 속에 매미소리는 더 힘찬 것 같다. 그리고 밤꾀꼬리들의 노래가 들려오고, 올빼미가 웃는 것 같은 소리를 내고, 작은 수리부엉이가 운다. 별들이 창공에서 천천히 움직이는데, 이제는 달이 져서 별들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그것들이 여왕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러다가 수탉 한 마리가 그 떨리는 소리로 조용한 공기를 흔들어 놓는다. 훨씬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수탉에 화답하는 다른 수탉의 소리가 겨우 들려온다. 그런 다음 아주 가까이에 있는 집의 기와에서 집 둘레에 있는 포석(鋪石) 위에 떨어지는 물방울의 아르페지오로 다시 적요가 깨진다. 그리고는 나뭇잎들이 밤의 습기를 터는 것처럼 나뭇잎 속에서 다시 살랑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잠이 짼 새의 따로 떨어진 소리가 하나 들리고, 동시에 하늘에 변화가 일어나며 빛이 돌아온다. 새벽이다. 그런데 유다는 오지 않았다….
예수께서는 우중충한 올리브나무 곁에 백합같이 흰 당신 어머니를 바라보시며 말씀하신다.
“어머니, 우리는 기도했습니다. 우리의 기도를 하느님께서는 쓰실 것입니다….”
“그렇다, 아들아. 너는 죽은 사람처럼 창백하구나. 하늘의 문과 하느님의 명령에 압박을 가하느라고 네 생명력은 정말 오늘 밤 동안에 모두 새어 나갔구나!”
“어머니도 창백하십니다. 어머니는 매우 피로하십니다.”
“네 고통 때문에 내 고통도 크다.” 집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린다…. 예수께서 소스라치신다. 그러나 그것은 소리를 내지 않고 나오는, 일행을 인도한 여자일 뿐이다. 예수께서는 한숨을 쉬신다.
“저는 잘못 보았기를 바랐습니다!”
여인은 빈 바구니를 들고 나아오다가 예수를 보고는 인사를 하고 길을 계속 하려고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 여인을 부르셔서 말씀하신다.
“주님께서 모든 것에 대해서 아주머니께 갚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나는 그래도 원하기는 합니다만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선생님, 저는 아무 것도 원치 않습니다. 아무 보상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돈은 원치 않지만, 제가 바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선생님이 주실 수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아주머니?”
“제 남편의 마음이 변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정말 하느님의 성인이시기 때문에 그렇게 하실 수 있습니다.”
“안심하고 가시오. 아주머니가 청하는 대로 될 것입니다.” 여인은 매우 음산할 것이 틀림없는 그의 집을 향하여 빨리 간다. 성모님이 말씀하신다.
“또 한 사람 불행한 여자로구나. 그래서 저 여자가 착한 거로구나!….”
건초 저장소에서 부스스한 베드로의 머리가 나타나고, 그 뒤에는 요한의 환한 얼굴, 또 그 다음에는 타대오의 근엄한 얼굴과 열성당원의 갈색을 떤 얼굴과 어린 베냐민의 야윈 얼굴이 나타난다…. 모두 깼다. 집에서는 모든 여자 중에서 제일 먼저 막달라의 마리아가 나오고, 그 뒤에 니까, 그리고 다른 여자들이 나온다. 여자들이 모두 모였고, 그들에게 숙소를 제공한 여자가 아직 거품이 일고 있는 양젖 한들통을 가져온다. 그 때에 가리옷 사람이 나타난다. 이제는 붕대를 감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맞은 것으로 생긴 멍이 이마의 반을 물들였고, 눈은 보라빛 도는 원 속에서 한층 더 어두운 빛을 띠었다. 예수께서 그를 바라보신다. 유다도 예수를 쳐다본다. 그리고 머리를 딴데로 돌린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신다.
“여인이 우리에게 공급할 수 있는 것을 사라. 우리는 먼저 갈 터이니, 우리를 따라 오너라.”
그리고 실제로 예수께서는 여인에게 인사를 하신 다음 떠나신다. 모두가 예수를 따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