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책의 글씨가 특히 잘못 쓰여 졌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들은 제가 불길한 1946년 7월 2일 이후 죽음과 삶 사이를 헤매고 있는 동안에 본 삽화들입니다…. 저는… 격심한 고통을 겪는데다가… 매우 높은 열이 나며 누워서 이것을 쓴 것입니다….

예수께서 환한 아침나절에 이포에 들어가신다. 예수께서는 요란스러운 장날 아침 이른 시간에 시내에 들어오시기 위하여, 당신 말씀을 들으려고 왔던 이 도시의 어떤 주민의 별장에서 밤을 지내신 것 같다. 많은 이포 사람이 예수와 함께 오고, 다른 이포 사람들도 선생님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많아 마중을 나온다. 그러나 예수 둘레에는 이포의 주민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호숫가 마을 사람들도 있다. 몇몇 여자들만이, 혹은 그들의 육체적인 상태 때문에 또는 너무 어린아이들이 있어서 집에서 너무 멀리 떨어질 수가 없었기 때문에 오지 못하였다.
호수의 수면보다 약간 높이 위치한 도시는 호수 너머에 있는 고원(高原)의 첫번째 기복이 시작되는 것에 펼쳐진다. 그 고원은 동쪽으로 올라가면서 동남쪽으로는 아우라니티데스 산들에 이르고 동북쪽으로는 대 헬몬산이 우뚝 솟아 있는 산들의 무리에 이른다.
도시는 부유한 상점들과 소유지들로 인하여 훌륭한 인상을 주고, 가말라, 가다라, 펠라, 아르벨라, 보스라, 게르게사 그밖의 다른 도시들의 이름이 적힌 이정표가 말해 주는 것처럼 호수 건너편의 많은 지방의 도로 분기점이고 중심지이다.
도시는 인구가 매우 많고, 물건을 사고 팔기 위하여, 또는 다른 사업 관계로 이웃 도시에서 온 외부 사람들이 매우 많이 다닌다. 나는 군중 가운데 민간인 또는 군인인 많은 로마 사람을 본다. 이 도시나 이 지방에만 유별나게 그런지는 알지 못하겠지만, 사람들이 로마인들에 대하여 적의를 품었거나 완고한 것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사업으로 인하여 우정 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호수 건너편 지방들에서보다는 관계가 더 많이 맺어졌는지도 모른다.
예수께서 시내 중심지로 향하여 가시는 데 따라 군중은 불어난다. 마침내 예수께서는 나무들을 심은 넓은 광장에서 걸음을 멈추신다. 그 나무 그늘에서 시장이 전개된다. 즉 가장 중요한 상거래가 이루어진다. 식료품이나 다른 물건들의 소매는 이 광장 저쪽에 홀을 돋우어 만든 둑 위에서 행해지기 때문인데, 그곳에는 벌써 햇볕이 쨍쨍 내리쬔다. 물건 사는 사랑들과 장사아치들은 말뚝 위에 쳐놓은 휘장으로 햇볕을 피하는데, 그 휘장들은 땅바닥에 벌려 놓은 상품들에 그림자를 좀 지어 준다. 그곳에는 이렇게 땅보다 조금 높이 쳐져 있는 여러가지 빛깔의 휘장이 덮혀 있고, 가지각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우글거린다. 어떤 것은 움직이지 않고, 어떤 것은 진열된 물건 사이로 왔다 갔다 하는 엄청나게 큰 꽃들로 장식된 풀밭 같다. 이로 인하여 광장은 왜 기분 좋은 모습을 띠게 되는데, 그… 구식 가게들이 치워지고, 메마르고 황량하고 누르스름하고 쓸쓸한 광장으로 지나지 않게 되면 그런 모습은 분명히 없어질 것이다.
광장에 지금은 와글와글 떠드는 소리로 활기가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 서민들이 어떻게나 소리를 지르고, 나무식기 하나, 체 하나 또는 씨앗 한 줌 값을 깎느라고 말을 얼마나 많이 하고 소리를 얼마나 지르는지! 그리고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들의 야단법석에 장마당의 소음을 누르고 사람들에게 들리게 하려고 목소리를 한껏 힘있게 내는 거지들의 합창이 합쳐진다.
“선생님, 그러나 여기서는 말씀하실 수가 없습니다” 하고 바르톨로메오가 외친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힘 있기는 하지만 이 모든 소음을 누를 수는 없습니다!”
“기다리자”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자, 보아라. 장이 파장이 되어간다. 어떤 사람들은 벌써 그들의 상품을 치운다. 그동안 이곳부자들이 바친 돈으로 거지들에게 가서 동냥을 주어라. 그것이 연설의 서론과 축복이 될 것이다. 사랑으로 하는 애긍은 물질적인 도움의 단계에서 이웃 사랑의 단계로 넘어가고, 은총을 끌어 오니까 말이다.”
사도들은 이 명령을 행하러 간다.
예수께서는 주의를 기울이는 군중 가운데에서 말씀하기 시작하신다. “이 도시는 부유하고 번영합니다. 적어도 이쪽은 그렇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깨끗하고 멋있는 옷을 입은 것을 봅니다. 여러분의 얼굴은 번영한 모습을 나타냅니다. 모든 것이 여러분은 빈궁으로 고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이제는 저기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포 사람들인지 또는 도움을 받기 위해서 다른 곳에서 이리로 온 우연한 거지들인지 묻겠습니다. 솔직히 대답하시오….”
“예, 비록 선생님의 말씀이 벌써 꾸지람이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왔습니다만, 대부분은 이포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일거리가 없습니까? 나는 이곳에서 건설을 많이 하는 것을 보았으니, 모든 사람을 위해 일거리가 있을 텐데요….”
“일을 시키는 사람은 거의 언제나 로마인들입니다….”
“거의 언제나. 제대로 말했습니다. 나는 일을 지휘하는 이곳 사람들도 보았으니까요. 그런데, 그 중에 많은 사람이 이곳 사람이 아닌 사람들을 고용한 것을 보았습니다. 왜 우선 이 도시 사람들을 구제하지 않습니까?”
“그것은… 여기서는 일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특히 몇 해 전에 로마인들이 훌륭한 길을 만들어 놓기 전에는 건축재료를 여기로 가져오기가 힘들었고, 길을 내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병자와 불구가 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일을 할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에 거지 노릇을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들이 한 일을 이용하고 있지요?”
“물론입니다. 선생님! 깊은 빗물받이 웅덩이에 물이 풍부하고 다른 부유한 도시들과 통하는 훌륭한 도로들이 있어서 도시가 얼마나 아름답고 편리한지 보십시오. 건물들이 얼마나 튼튼한지 보시지요. 얼마나 일을 많이 하고 있는지 보시지요. 얼마나….”
“다 봅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지금 울면서 여러분에게 빵을 청하는 저 사람들이 여러분을 도와서 건설한 것입니까? 그렇다고 여러분은 말했지요?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여러분을 도와서 차지하게 한 것을 누리면서 여러분은 왜 그들에게 기쁨을 좀 주지 않습니까? 그들이 청하기 전에 빵을 주고, 그들이 야수들의 동굴을 같이 쓰지 않도록 초라한 침대를 주고 말입니다. 치료만 하면, 어쩔 수 없이 품위를 떨어뜨리는 무위(無爲)로 천해지지 않고 그래도 무슨 일을 할 수 있게 될 터인데 그들의 병에 도움을 주지 않느냐 말입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굶주리는 형제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어떻게 만족하게 식탁에 앉아서 기뻐하는 여러분의 자녀들과 기쁘게 푸짐한 음식을 나눌 수 있습니까? 밤에 집 밖에는 침대가 없고 휴식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어떻게 여러분이 편안한 침대에 쉬러 갈 수가 있습니까? 빵을 살 만한 동전 한푼도 없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 금고에 넣어 두는 그 돈들이 여러분의 양심을 괴롭히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지극히 높으신 주님께 충실하고 율법을 지키고, 예언서와 지혜서들을 안다고 내게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나를 믿고, 내 가르침을 갈망한다고 내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면 여러분은 착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사랑을 명령하시기 때문이고, 율법은 사랑이고, 예언자들과 지혜서들은 사랑을 권고하고, 내 가르침은 사랑의 가르침이기 때문입니다. 제물과 기도가 이웃에 대한 사랑, 특히 아무 것도 없는 가난한 사람에 대한 사랑을 바탕과 제단으로 가지고 있지 않으면 헛된 것입니다. 아무 것도 없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빵과 침대와 옷과 위안과 가르침을 주고, 그를 하느님께 인도함으로써 모든 형태의 사랑을 줄 수가 있습니다. 빈곤은 사람의 가치를 떨어뜨림으로 사람의 정신으로 하여금 생활의 시련에서. 견디어 나가는데 유익한 저 섭리에 대한 믿음을 잃도록 이끌어 갑니다. 인생의 모든 행복을 받는 사람들이, 그리고 일반적인 사상에 따르면 그것을 섭리에게서 받는 사람들이 냉혹한 마음을 가지고, 참다운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고 -그들의 종교에는 첫째이고 가장 본질적인 부분, 즉 사랑이 없기 때문에,- 참을성이 없고, 또 모든 것을 가진 그들이 굶주린 사람들의 애원을 들을 줄도 알지 못하는 것을 불행한 사람들이 보는데, 어떻게 여러분은 그들더러 항상 착하고, 참을성 있고, 경건하라고, 요구할 수가 있습니까? 어쩌다가 그 사람들이 하느님과 여러분을 저주합니까? 그러나 그들을 이 죄로 이끌어 가는 것은 누구입니까? 부유한 도시의 부유한 시민들인 여러분은 큰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한번도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까? 여러분의 생활 태도로 여러분이 돌보지 않는 사람들을 지혜에로 데려오는 의무를 말입니다.
나는 ‘저희 모두가 선생님의 제자가 되어 선생님을 전했으면 합니다’하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나는 모든 이에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하고. 찢어진 옷을 입고 수척한 얼굴로 주뼛주뼛하고 부끄러워하며 오는 저 사람들이 기쁜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현재의 비참한 생활의 현실 다음에 올 영광스러운 생명을 바라는 데에서 초자연적인 위안을 받도록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기쁜 소식을 말입니다. 여러분은 얼마 안 되는 물질적인 노력으로. 그러나 더 많은 영적인 노력으로 -재물은 거룩함과 정의에 대해서 위험한 것이니까요.- 내 가르침을 실천에 옮길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의 가지가지 고생으로 내 가르침을 따를 수 있습니다. 빵이 없는 것, 옷이 부족한 것, 집이 없는 것, 이 모든 것으로 인해 그들은 이렇게 자문(自問)하게 쉽니다. ‘공중에 날아다니는 새도 가진 것을 나는 가지지 못했는데, 어떻게 하느님이 내 아버지라고 믿을 수 있단 말인가?’ 하고. 이웃의 냉혹이 어떻게 그들로 하여금 서로 형제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믿게 할 수 있습니까? 여러분은 하느님은 아버지이시고, 여러분은 그들의 형제라는 것을 행동하는 사랑으로 그들에게 믿게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섭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부자들인 여러분은 섭리의 봉사자들입니다. 섭리의 중개인이 되는 것이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주시는 가장 큰 명예이고, 위험한 재물을 거룩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생각하시오.
그러니 여러분은 가난한 사람들 하나 하나 안에서 나 자신을 보는 것처럼 행동하시오. 나는 그 사람들 안에 있습니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같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가난하고 박해받은 그리스도의 기억이 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지속되면서 그리스도와 같이 가난하고 박해받는 사람들에게 초자연적인 빛을 비추도록, 여러분으로 하여금 그들을 나 자신의 분신(分身)처럼 사랑하게 할 빛을 비추도록 하기위하여 가난하고 박해받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실제로 누가 배불리 먹여 주고, 목마름을 풀어 주고, 옷을 꼽혀 주고, 잠자리를 제공하는 거지 안에 있습니다. 나는 누군가 사랑으로 거두어 주는 고아 안에, 구원해 주는 노인 안에, 도와주는 과부 안에, 재워 주는 나그네 안에, 치료해 주는 병자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위로해 . 주는 슬퍼하는 사람 안에, 확신을 가지게 해 주는 의심하는 사람 안에, 가르쳐 주는 무식한 사람 안에 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 사랑을 받아들이는 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물질적이거나 영적인 능력이 없는 형제에게 해 준 것은 무엇이든지 내게 하는 것입니다. 나는 가난한 사람이고, 슬퍼하는 사람이고,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내가 이런 사람인 것은 모든 사람에게 초자연적인 재물과 기쁨과 생명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그들은 이런 줄을 모르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만 부유하고, 겉보기에 지나지 않는 기쁨으로 기뻐하며, 참 재산과 참 기쁨을 빼앗아가는 원죄로 인해서 은총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모두가 참 재산과 참 기쁨으로는 가난한 것입니다. 여러분도 알고 있지요. 구속이 없이는 은총이 없고, 은총이 없이는 기쁨도 생명도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데 나는 여러분에게 은총과 생명을 주기 위하여 왕이나 권력자로 태어나기를 원치 않고, 가난하게, 서민의 자식으로 비천하게 태어나기를 원했습니다. 과연 하늘로 인도하기 위하여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에게는 왕관은 아무 것도 아니고, 옥좌도 아무 것도 아니고, 권력도 아무 것도 아닙니다. 반면, 모범은 참 선생이 그의 가르침에 힘을 붙여 주기 위하여 주어야 하는 전부입니다. 과연 가장 많은 사람은 가난한 아랫사람들이고, 권력자와 행복한 사람들의 수는 그들보다 적습니다. 착함은 연민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하여 내가 왔고, 주님이 당신의 그리스도에게 기름을 발라주셨습니다. 나더러 은유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상심한 사람들을 고쳐 주고, 노예들에게 자유를, 갇힌 사람들에게 해방을 전하라고, 우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하느님의 자녀들, 기쁨가운데에서나 고통가운데에서나 하느님의 자녀로 남아 있을 줄 아는 자녀들에게 그들의 왕관과 정의의 옷을 돌려주고, 야생의 나무이던 것을 주님의 나무로 바꾸어 놓고, 주님의 투사로, 주님의 영광으로 바꾸어 놓으라고 말입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이고, 그들을 하늘나라로 데리고 가기를 원합니다. 하늘나라는 사람들이 의덕을 가지고 살 줄 알기만 하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습니다. 의덕은 율법을 지키고 사랑을 베푸는데 있습니다. 이 나라에는 재산의 권리로 들어가지 못하고, 영웅적인 성덕으로 들어갑니다. 이 나라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나를 따르고 내가 하는 것을 하시오. 즉 그는 하느님을 모든 것 위에 사랑하고, 이웃을 내가 사랑하는 것처럼 사랑해야 하고, 주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하고, 명절들을 거룩하게 지내야 하고, 부모를 공경해야 하며, 자기와 같은 사람에게 난폭한 손을 들지 말고, 간음을 하지 말고, 이웃의 물건을 어떤 모양으로도 훔치지 말며, 거짓 증언을 하지 말고, 자기는 가지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탐내지 말고, 오히려 자기의 운명을 항상 일시적인 것이고, 더 낫고 영원한 운명을 얻기 위한 길이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자기운명에 만족하며, 가난한 사람들, 슬퍼하는 사람들, 이 세상의 약자들, 고아들, 과부들을 사랑해야 하며, 고리대금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사람은 국적과 언어와 처지와 재산이 어떠하든지, 내가 문을 열어 주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바른 뜻을 가진 여러분은 모두 내게로 오시오. 여러분이 지금 어떤 사람이든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든지 무서워하지 마시오. 나는 과거를 씻고 미래를 위해서 튼튼하게 해 주는 물입니다. 지혜가 많지 않은 여러분은 내게로 오시오. 내 말에는 지혜가 들어 있습니다. 내게로 와서 여러분의 생활을 다른 사상에 따라 새롭게 하시오. 알지못할까봐, 할 수 없을까봐 염려하지 마시오. 내 가르침은 쉽고, 내 멍에는 가볍습니다. 나는 보상을 요구하지 않고, 여러분의 사랑 외에 다른 보상은 요구하지 않고 주는 선생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나를 사랑하면 내 가르침을 사랑할 것이고, 따라서 여러분의 이웃을 사랑할 것이며, 생명과 나라를 얻을 것입니다.
부유한 사람들은 재산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그 재산을 가지고 이웃에 대한 자비로운 사랑의 모든 행위를 해서 하늘나라를 사시오. 가난한 사람들은 여러분의 가치 하락을 버리고 여러분의 왕의 길로 오시오. 이사야와 더불어 나는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목마른 사람들은 물 있는 데로 오고, 돈 없는 사람들은 사러 오시오’ 하고 사랑을 가지고 여러분은 사랑인 것, 불멸의 양식인 것, 정말로 배부르게 하고 강하게 하는 양식을 살 것입니다.
이포의 남자, 여자, 부자, 가난한 사람들 여러분, 나는 갑니다. 나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하여 갑니다. 그러나 내가 들어온 때보다 덜 슬픈 마음으로 여러분 곁을 떠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약속이 내 고뇌를 덜어줄 것입니다. 부자 여러분, 여러분의 이익을 위하여 여러분의 도시의 이익을 위하여, 여러분 가운데 가장 약한 사람들에 대해서 장차 자비로운 사람이 되시오. 그러겠다고 내게 약속하시오. 여기는 모든 것이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뇌우를 실은 검은 구름이 가장 아름다운 도시에‘무서운 모습을 주는 것과 같이, 여기에는 아름다움을 사라지게 하는 그늘과 같이 여러분의 마음의 냉혹이 감돌고 있습니다. 그 냉혹을 없애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축복을 받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소동에 의인이 열 명만 있어도 소돔을 파멸시키지 않으시겠다고 약속하셨다는 것을 기억하시오. 여러분은 미래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나는 압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말합니다만, 그 미래는 여름에 우박이 실린 구름보다는 더 무거운 벌이 실려 있습니다. 여러분의 의덕과 여러분의 자비로 여러분의 도시를 구하시오. 그렇게 하겠습니까?”
“주님의 이름으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더 말씀해 주세요! 저희들은 무자비했고 죄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를 구원하십니다. 주님은 구세주이십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오늘 저녁까지 여러분과 같이 있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행동으로 말하겠습니다. 이제는 해가 뜨거워지기 시작하니, 각기 집으로 돌아가서 내 말을 묵상하시오.”
“그럼, 주님은 어디로 가십니까? 제 집으로! 제 집으로 오십시오!” 이포의 모든 부자가 예수를 모시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께서 이 사람 또는 저 사람 집에 가셔야 한다는 이유를 강조하느라고 거의 싸우다시피 한다.
예수께서는 손을 들어 침묵을 요구하신다. 침묵을 힘들게 얻으신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나는 저 사람들과 같이 남아 있겠습니다.”그러시면서 군중과 떨어진 곳에 몰려서서, 항상 업신여김을 받다가 사랑받는 것을 느끼는 사람의 눈으로 예수를 바라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가리키신다. 예수께서 되풀이 해 말씀하신다. “나는 저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서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같이 음식을 나누고, 왕이 자기 신민들 사이에서 같은 사람의 잔치에 앉아 계실 나라의 기쁨을 미리 맛보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선, 그들의 믿음이 그들의 얼굴과 그들의 마음에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으므로 나는 그들에게 말합니다. ‘여러분이 마음속으로 청하는 것이 여러분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영혼과 육체가 구세주가 여러분에게 주는 첫번째 구원을 받아 몹시 기뻐하기를 원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아마 적어도 100명은 될 것이다. 그 중의 적어도 3분의 2는 신체장애자이거나 소경이거나 분명히 병자이고, 나머지 3분의 1은 과부 어머니나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하여 구걸하는 어린이들이다…. 그런데 놀랄 만한 광경이 벌어진다. 불구가 된 팔들, 어긋난 허리들, 변형된 척추들, 보이지 않는 눈들, 기진맥진하다 겨우 걷는 사람들, 일하던 중의 사고로, 또는 과로나 지나친 궁핍으로 인하여 생긴 병이나 불행의 고통스러운 일련의 양상이 모두 사라지고 정상적인 상태가 된다. 그 모든 불행한 사람들이 다시 살기 시작하고, 자기들이 자족(自足)할 수 있게 된 것을 다시 느끼기 시작한다. 그들의 환성이 넓은 광장을 채우고 울려 퍼진다.
한 로마인이 열광하는 군중을 겨우 헤치고 예수 계신 곳까지 온다. 예수께서도 병을 고쳐 주신 가난한 사람들에게로 어렵게 가신다. 병이 나은 가난한 사람들은 빽빽한 군중을 헤치고 올 수가 없어 그 자리에서 주님을 찬미한다.
“이스라엘의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선생님께서 하신 것은 다만 선생님의 국민들만을 위한 것입니까?”
“아닙니다. 내가 한 것도, 내가 말한 것도 그렇지 않습니다. 내 능력은 보편적인 것이고, 내 사랑도 보편적인 것입니다. 또 내 가르침으로 말하면 그것을 제한하는 계급도 종교도 민족도 없으니까 보편적인 것입니다. 하늘나라는 참 하느님을 믿는 인류를 위한 것입니다. 또 나는 참 하느님의 능력을 믿을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해서 왔습니다.”
“저는 이교도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을 신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제게 소중한 노예를 한 사람 데리고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저를 따라 다니는 늙은 노예입니다. 이제는 중풍으로 많은 고통을 당하며 천천히 죽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노예입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혹….”
“나 진실히 당신에게 말합니다만, 나는 혐오감을 주는 노예상태를 하나밖에 알지 못합니다. 즉 죄의 노예상태, 완고한 죄의 노예상태입니다. 과연 죄를 짓고서도 뉘우치는 사람은 내 연민을 만납니다. 당신의 노예는 나을 것입니다. 가시오. 그리고 당신도 참 믿음에 들어와서 당신의 오류를 고치시오.”
“제 집에는 가지 않으십니까?”
“안 갑니다.”
“정말… 제가 너무 많은 것을 청했군요. 신은 인간의 집에는 오지 않는 것이지요. 그런 이야기는 옛날이야기에나 나옵니다. 그러나 쥬피터나 아폴로를 집에 모신 사람은 일찌기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신들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 참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믿는 사람의 집에 들어가시고, 그 집에 병 나음과 평화를 가져다주십니다.”
“참 하느님은 누구십니까?”
“스스로 계신 분입니다.”
“선생님이 아니 시구요?” 거짓말 하지 마십시오! 저는 선생님께서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느낍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말한 것과 같이 나는 하느님입니다. 나는 당신의 사랑하는 노예를 구해 준 것처럼 당신의 영혼도 구하기 위해서 온 하느님의 아들입니다. 큰 소리로 당신을 부르러오는 사람이 그 사람 아닙니까?”
로마인이 돌아다본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뒤에 따라오는 가운데 담요를 두르고 달려오며 외치는 노인을 본다.
“마리우스! 마리우스! 주인님!”
“쥬피터의 덕택으로! 내 노예야! 아니!… 내가… 내가 류피터… 라고 말했지…. 아니, 나는 이스라엘의 선생님 덕택으로라고 말하는 거야. 나는… 나는….” 그 사람은 무슨 말을 할지 모른다.
사람들은 병이 나은 노인을 지나가게 하려고 기꺼이 길을 내준다.
“저는 병이 고쳐졌습니다, 주인님. 저는 사지에 뜨거운 기운을 느끼고 ‘일어나라’ 하는 명령을 들었습니다. 저는 일어나서… 서 있었습니다…. 걸어 보았습니다…. 걸을 수가 있었습니다…. 괴저(壞疽) 딱지를 만져 보았더니… 헌데가 없어졌습니다. 저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네레아와 귄뚜스가 달려 왔습니다. 그 사람들이 주인님이 어디계신지를 말해 주었습니다. 저는 옷을 입는 걸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이제 저는 또 주인님께 봉사할 수 있습니다….” 노인은 무릎을 꿇고 로마인의 옷에 입맞춤을 하며 운다.
“내가 아니다. 네 병을 고쳐 주신 건 선생님 이분이시다. 아뀔라, 믿어야 하겠다. 이분이야말로 참 하느님이시다. 이분이 당신 목소리로 이 사람들의 병을 고쳐 주셨고, 너는… 무엇으로 고쳐 주셨는지 모르겠다…. 믿어야 한다…. 주님… 저는 이교도입니다. 그러나… 옛습니다…. 아니 이것은 너무 적습니다. 어디로 가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면 선생님께 경의를 표하겠습니다.” 그는 돈주머니를 바쳤다가 도로 그것을 가져간다.
“나는 이 사람들과 같이 저 어두운 회랑 밑으로 갑니다.”
“이 사람들을 위해서 드리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오.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안녕히 가시오. 당신을 하느님의 길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로마인은 그의 노예들과 같이 가고, 예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과 사도들과 여자 제자들과 함께 가신다.
회랑은 -그것은 회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지붕이 있는 길이다.- 그늘이 지고 시원하다. 그리고 기쁨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그 장소가 자체로서는 매우 흔해빠진 것인데도 아름다워 보인다. 이따금씩 주민 한 사람이 와서 기부금을 낸다. 로마인의 노예가 무거운 돈주머니를 가지고 다시 온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빛의 말씀과 돈으로된 위안을 주신다. 사도들이 가지가지 음식을 가지고 돌아온다. 예수께서는 빵을 쪼개시고, 음식에 강복하시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당신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