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포는 호수의 거의 동남쪽 경계에 있는 호숫가의 저 집들을 보고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호숫가에 있지 않다. 제자들의 말을 듣고서 그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저 집들의 집단은 말하자면 더 내륙에 있는 이포의 전위(前衛)같은 것이다. 로마에 대한 오스티아, 베네치아에 대한 리도같이, 저 집들은 내륙에 있는 도시의 호수 쪽으로 난 출구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그 도시는 이곳을 호수를 통한 수입 수출 경로로 이용하고, 이 지방에서 갈릴레아의 대안(對岸)으로 가는 여행의 여정을 줄이는 데 이용하고 끝으로 도시의 한가한 사람들의 소풍 장소로, 이 마을의 많은 어부들이 그들에게 마련해 주는 생선을 공급하는 장소로 이용한다.
조용한 저녁에 일행은 지금은 물이 마른 개울바닥에 개울물이 밀어내지 않는 호수의 푸르스름한 물이 몇 미터쯤 들어와 만들어 놓은 자연적인 작은 포구 근처에서 배에서 내린다. 거기에는 고기가 많은 물을 이용하는 어부들과 기름지고 축축한 띠모양의 땅을 가꾸는 야채 재배인들의 크고 작은 집들이 있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물로 관개되는 이 땅은 호숫가에서 내륙 쪽으로 뻗어 가는데, 남쪽보다는 북쪽으로 더 뻗어 간다. 남쪽으로는 거의 수직으로 호수로 내려가는 높은 절벽이 시작되는 곳에서 빨리 끝난다. 그 절벽 꼭대기에서는 게라사 사람들의 기적의 돼지들이 호수로 뛰어내린 곳이다.
시간이 그런 시간이라, 주민들은 옥상이나 정원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중이다. 그러나 정원에는 낮은 울타리가 쳐져 있고, 옥상에도 별로 높지 않은 담이 둘러쳐져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포구에 들어오는 작은 선단을 보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호기심으로, 또 어떤 사람들은 알기 때문에 일어나서, 오는 사람들의 마중을 나간다.
한 어부가 말한다. “저건 요나의 시몬의 배와 제베대오의 배야. 그러니 선생님이 제자들과 같이 여기 오시는 것이 틀림없어.”
“여보, 즉시 아이를 안고 나를 따라와요. 아마 선생님일 거야. 선생님이 아이를 고쳐 주실 거요. 하느님의 천사가 선생님을 우리에게 모셔 오는 거요”하고 한 야채 재배자가 얼굴이 눈물 투성이가 된 아내에게 명령한다.
“나는 믿네. 나는 그 기적을 기억하네! 그 많은 돼지들! 그 놈들 안에 들어간 마귀들의 열기를 물속에서 식히는 돼지들 말이야…. 고통이 얼마나 심했기에 깨끗한 것은 그렇게도 무시하는 그 짐승들이 물속으로 뛰어들었겠어…”하고 한 사람이 뛰어 오면서 선생님의 선전을 한다.
“오! 자네 말이 맞아! 틀림없이 고통스러웠을 걸세. 나도 거기 있어서 기억하고 있네. 돼지 몸에서 김이 나고, 물에서 김이 났지. 호수가 하마타의 물보다도 더 뜨겁게 됐었어. 그리고 그 놈들이 뛰어서 지나간 곳에는 나무들과 풀이 타 버렸어.”
“나도 거기 갔었지만, 나는 아무 것도 변한 것을 보지 못했는데…”하고 또 한 사람이 그에게 대답한다.
“아무 것도 못봤다구! 아니, 그럼 자넨 눈에 백태가 낀 모양이로구먼! 자 보게! 여기서도 보이네. 저기 개울 바닥이 마른 곳이 보이지! 좀 더 가까이 가서 보게. 어떻게 됐는지 알아차리게….”
“아니라니까?! 그렇게 황폐하게 된 건 테벳달의 추운 밤에 로마의 병사들이 그 방탕자를 찾을 때 그렇게 한 거야. 그 자들이 거기서 야영을 하고 불을 피웠거든.”
“그래 그 병사들이 불을 피우느라고 수풀 하나를 온통 태웠단 말이야? 거기 나무가 몇 그루나 없어졌는지 보게!”
“수풀이라니! 참나무 두세 그루를 가지고!”
“그래, 자네에겐 그게 아무 것도 아닌 걸로 보이나?”
“아니야. 그렇지만 이건 알려진 사실이야! 그 자들은 우리 것을 가지고 가마를 만든단 말이야. 그 자들은 지배자고, 우리는 피압박민들이야. 아! 언제까지나….” 토론은 영적인 분야에서 정치적인 분야로 미끄러져 간다.
“누가 나를 선생님한데 데려다 주겠소? 소경을 동정하시오! 선생님이 어디 계십니까? 말 좀 해 줘요. 나는 선생님을 예루살렘과 나자렛과 가파르나움에서 찾았지만, 언제나 내가 가기 전에 떠나고 없었어요…. 어디 계셔요? 오! 나를 동정해 줘요!” 그는 사십 세쯤 된 남자인데, 지팡이로 그의 둘레를 더듬으면서 탄식한다. 그는 다리나 어깨를 지팡이로 맞은 사람들의 저주를 받는다. 그러나 그를 동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가 지나가면서 그를 건드리지만, 그를 데려다 주려고 내미는 손은 하나도 없다. 가엾은 소경은 겁이 나고 낙담이 되어 걸음을 멈춘다….
“선생님! 선생님! 악-악, 저 분은 에!”(나는 여자들이 억양을 붙여서 내는 날카로운 소리를 말로… 표현하려고 애쓰지만 그것은 외치는 소리지 말은 아니다. 그 외침은 사람의 말보다는 어떤 새들의 소리를 더 연상시킨다).
“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에게 강복하실 거야!”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 내 뱃속의 아이가 뛰놀 거야. 아가야, 기뻐해라! 구세주께서 네게 말씀하신다” 하고 얼굴이 건강해 보이는 아내가 헐렁한 옷 아래로 부른 배를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오! 어쩌면 선생님이 내 태에 생식력을 넣어 주실지도 몰라! 그러면 엘리세오와 나 사이는 화목하게 될 거야. 나는 여자가 생식력을 얻는다고 하는 데는 다 가 보았어. 라켈의 무덤 근처의 우물과 어머님이 선생님을 낳으신, 동굴 옆의 개울물도 마셨고… 사흘 동안이나 세례자가 태어난 곳의 흙을 가져오려고 헤브론에도 갔었어…. 아브라함의 참나무 열매도 먹고, 아벨이 나서 죽임을 당한 곳에서 아벨에게 기원도 했어…. 땅과 하늘의 거룩한 것과 기적적인 것은 모두 해보았고, 의사니 약이니 기원이니 기도니 제물이니… 모두 시험했어…. 그렇지만 내 태는 열려서 씨를 받아 들이지 않았어. 그래서 벨리세오가 나를 겨우 견디어 주는 거야. 나를 미워하지 않는게 고작이야!!! 아이고!”하고 벌써 퇴색한 여인이 탄식한다.
“셀라, 당신은 이제 늙었어요! 단념해요!” 하고 약간 업신여김이 섞인 동정과 뚜렷이 우쭐하는 태도로 여자들이 말하는데, 아기를 낳아서 젖가슴이 부풀어 올랐거나 아기를 안고 가며 건강해 보이는 젖을 먹이는 여인들이다.
“아니야! 그런 말들 하지 말아! 선생님은 죽은 사람들도 다시 살리셨어! 그러니 내 태에 생명을 주실 수 없겠어?”
“비키세요! 비켜요! 병드신 우리 어머니가 가시니 비켜 주세요”하고 임시변통으로 만든 들것의 채를 들고 가는 젊은이가 외친다. 들것의 한쪽은 매우 슬퍼하는 한 소녀가 들고 간다. 들것 위에는 아직 젊기는 하지만 누르스름한 해골처럼 된 여자가 있다.
“선생님에 불행한 요한에 대해서 말씀드려 야 될 걸세. 그 사람이 있는 곳을 가리켜 드려야 해. 그 사람이 제일 불행한 사람이야. 문둥병자가 돼서 선생님을 찾아갈 수도 없으니까…”하고 영향력 있는 나이 많은 남자가 말한다.
“우선 우리들이오! 우선 우리들이오! 선생님이 이포 쪽으로 가시면 끝장입니다. 도시 사람들이 선생님을 독점하고, 우리는 언제나 그런 것처럼 뒤에 처지고 맙니다.”
“그런데 저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호숫가에서 왜 여자들이 저렇게 외치고 있을까?”
“미친 여자들이라 그런 거지!”
“아니야. 기쁜 함성이야! 뛰어가세….”
길은 모래톱과 개울 쪽으로 몰고 가는 군중의 흐름과도 같다. 그곳에는 예수와 예수의 일행이 제일 먼저 달려 온 사람들에게 가로막혀 있다.
“기적이오! 기적! 의사들이 손을 놓은 엘리사의 아들이 나았단 말입니다! 선생님이 목구멍에 침을 넣어 고쳐 주셨어요.”
여자들의 외침은 남자들의 힘찬 호산나 소리에 섞여서 한층 더 날카롭고 높다.
예수께서 키가 크신데도 문자 그대로 압도당하셨다. 사도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선생님을 빼내려고 애쓴다. 암, 그렇고 말고! 성모님을 가운데 모신 여자 제자들은 사도들의 무리와 갈라졌다. 알패오의 마리아의 품에 안겨 있는 어린 아이는 무서워서 운다. 아이의 울음소리로 여러 사랑의 주의가 여자들에게로 쏠리고, 으례 있는 소식통이 말한다. “오! 선생님의 어머니도 계시고, 제자들의 어머니들도 있네….”
“어떤 여자들이야? 누구야?”
“어머니는 얼굴이 희고 금발이고, 아마포옷을 입은 분이고, 제일 나이 많은 다른 여자들은 아기를 안은 사람하고 머리에 바구니를 이고 있는 여자야.”
“그럼 꼬마는 누구야?”
“아들이지 뭐!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가 안 들려요?”
“누구 아들이냐 말이오. 더 나이 많은 여자의? 그럴 수가 있나?”
“젊은 분의 아들이겠지. 아이가 그이한데 가려고 하는게 보이지 않아요?”
“아니야. 선생님은 형제가 없어. 나는 확실한 출처에서 들어서 알고 있어.”
여자들이 이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예수께서 어렵게 빠져나오셔서 어린 아이들이 들고 있는 들것 있는 데까지 가시게 되어 병자를 고쳐 주시는 동안 그 여자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성모님께로 간다.
그러나 그 중의 한 여자는 호기심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그 여자는 성모님의 발 앞에 엎드리며 말한다.
“어머님의 모성으로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그런데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이다.
성모님은 몸을 굽히시고 말씀하신다. “자매님, 무엇을 원하십니까?”
“어미가 되는 걸요…. 아기 하나를!…. 다만 하나만이라도!…. 저는 수태를 하지 못하는 탓으로 미움을 받습니다. 아드님은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러나 아드님에 대한 제 믿음은 너무 커서, 선생님이 어머니에게서 나셨으니까 어머니를 거룩하게 하시고 당신처럼 능력이 있게 하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제발부탁입니다…. 어머니의 더 없는 기쁨을 위해서 부탁입니다. 제가 수태를 하게 해 주십시오. 어머니 손으로 저를 만져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행복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믿음이 큽니다. 그러나 믿음은 권리를 가지신 분이신 하느님께 드려야 합니다. 그러니 내 예수에게로 갑시다….” 그러시면서 성모님은 그 여자의 손을 잡으시고, 예수 계신 곳으로 가게 해 달라고 상냥하게 사람들에게 간청하신다.
다른 제자들도 사람들 사이에 갈라지는 틈으로 해서 성모님을 따라가고, 성모님께로 달려 온 여자들도 따라가는데, 걸어가면서 알패오의 마리아에게 군중 위로 쳐들고 가는 그 아이가 누구냐고 묻는다.
“어머니가 이제는 사랑하지 않게 된 아입니다. 그래서 사랑을 찾아 선생님께로 왔어요….”
“엄마가 사랑하지 않게 된 어린 아이라니!?!”
“수산나, 들었어요?”
“그런 잔인하고 비열한 여자가 누구예요?”
“아이고! 나는 아이가 가지고 싶어 죽겠는데! 어린 아이가 한번만이라도 나를 껴안게 아이를 주세요. 주세요!….” 그러면서 셀라는 말하자면 알패오의 마리아의 팔에서 꼬마를 빼앗다시피 해서 가슴에 꼭 껴안고, 그가 어릴 아이를 안기 위해 성모님의 손을 놓은 때부터 벌써 헤어져 계신 성모님을 따라가려고 애쓴다.
“예수야, 들어라. 은혜를 청하는 여인이 한 사람 있다. 수태를 하지 못한다는구나….”
“아주머니, 그 여자 때문에 선생님을 성가시게 하지 마세요. 그 여자의 배는 죽었습니다”하고 하느님의 어머니께 말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어떤 사람이 말한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이 알려 주는 바람에 자기가 잘못 생각한 것이 창피해서 몸을 움츠리고 달아나려고 한다. 그동안 예수께서는 그 사람과 애원하는 여자에게 대답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생명입니다. 아주머니가 청하는 것이 이루어지기를 원합니다.” 그러시면서 셀라의 머리에 잠간 손을 얹으신다.
“다윗의 후손 예수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하고 아까의 소경이 소리를 지른다. 그 사람은 천천히 군중 가까이로 와서 군중 뒤에서 큰 소리로 부르는 것이다.
셀라의 애원하는 말을 들으시려고 몸을 구부리셨던 예수께서는 머리를 드시고, 파선을 당한 사람의 목소리처럼 놀란 소경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신다.
“나더러 어떻게 해 달라는 겁니까?”하고 예수께서 외치신다.
“보게 해 주십시오. 저는 암흑 속에 있습니다.”
“나는 빛이오. 그렇게 되기를 명하오!”
“아! 보입니다! 보여요! 다시 눈이 보입니다! 내가 주님의 발에 입맞춤 하러 가게 좀 비켜 주세요!”
“선생님,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고쳐 주셨습니다. 그러나 수풀속 오막살이에 문둥병자가 한 사람 있습니다. 그 사람은 선생님을 모셔다 달라고 끊임없이 저희들에게 부탁합니다….”
“갑시다! 갑시다! 나를 가게 해 주시오. 사람을 다치게 하지 마시오. 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여기 왔습니다…. 자, 비켜 주시오. 여러분은 여자들과 어린이들을 괴롭게 하는군요. 나는 그렇게 이내 떠나지 않습니다. 내일까지 여기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닷새 동안 이 지방에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원하면 나를 따라 올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군중의 질서를 바로잡고, 당신이 오신 것에서 혜택을 입으려고 하다가 다치지 않게 하시려고 애를 쓰신다. 그러나 군중은 마치 물렁물렁한 물질같이 물러났다가는 이내 다시 예수 둘레로 몰려든다. 마치 자연법칙으로 움직이면서 커질 수밖에 없는 눈사태 같고, 자석에 끌려오는 쇠알맹이 같다…. 그래서 걸음이 느리고, 방해를 받고, 힘들다…. 모든 사람이 땀을 흘리고, 사도들은 고함을 지르고, 팔꿈치로 가슴을 밀고, 다리들을 차서 길을 뚫어 보려고 한다…. 그러나 쓸데없는 노력이다! 십 미터를 나아가는데 십오 분이나 걸린다.
마흔 살쯤 된 여인이 하도 끈질기게 노력한 나머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예수께 까지 올 수 있었다. 그래서 예수의 팔꿈치를 건드린다.
“아주머니, 무슨 일입니까?”
“그 어린 아이 말입니다….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과부이고 아이가 없습니다….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저는 아패카의 사라인데, 식기 장수의 과부입니다. 기억해 주십시오. 저는 붉은 샘 광장 근처에 집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포도밭도 있고 삼림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혼자인 사람에게 줄 만한 것이 있습니다…. 그랬으면 저는 행복하겠습니다….”
“아주머니를 기억하겠습니다. 아주머니의 동정심이 축복받기 바랍니다.”
마을은 호수에 수직으로 펼쳐지기보다는 호수와 평행해서 펼쳐져 있다. 그래서 마을을 이내 건너질러서 들판으로 나오게 되었다. 사람들은 해가 질 때에 들판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석양빛에 뒤이어 느낄 수 없이 어느 사이엔가 달빛이 비추기 때문에 어둡지 않다. 일행은 더 남쪽으로는 호숫가가 되는 높은 절벽이 있는 지맥(支脈)을 향하여 간다. 깎아지른 곳에 동굴들이 있다. 자연적으로 생긴 것들인지 바위속에 일부러 판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담을 둘러치고 겉은 희게 칠한 것이 여러 개 있다. 그것들은 틀림없이 무덤들이다.
“다 왔습니다! 병에 걸리지 않게 여기서 멈춰 섭시다. 우리는 살아있는 사람의 무덤 근처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가 사람들이 갖다 주는 것을 가지러 바위에 오는 시간입니다. 그 사람은 부자였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마음씨가 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성인입니다. 고통으로 타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의로워졌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이 어떻게 문둥병자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가 잠을 재워준 나그네들에 의해서 그렇게 됐다고들 말합니다. 그 나그네들은 예루살렘으로 간다고 말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건강해 보이기는 했지만, 틀림없이 문둥병자들이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그 나그네들이 지나간 다음에 그들이 문둥병에 걸렸습니다. 우선 아내와 하인들, 그다음에는 아이들, 끝으로 그 사람까지 걸렸습니다. 모두 다 처음에 손부터 시작되었는데, 나그네들의 발을 씻어주고 옷을 빨아 준 사람들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나그네들이 모든 것의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셋이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죽었고, 다음에는 어머니가 죽었는데 병보다는 오히려 고통으로 인하여 죽었습니다…. 저 사람은… 사제가 그들 모두를 문둥병자라고 선언했을 때 저 사람은 이제는 쓸데없게 된 재산을 가지고 이 언덕 한구석을 사서, 그와 가족과… 하인들까지를 위해 식량을 그리로 가져오게 하고, 괭이와 곡괭이들도 가져오게 했습니다…. 그리고 무덤을 파기 시작했고, 아이들과 아내와 하인들을 하나씩 차례로거기에 묻었습니다…. 그 사람 혼자 남았는데, 모든 것이 세월과 더불어 없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지금은 가난합니다…. 이것이 십오 년째 계속 됩니다…. 그렇지만… 절대로 불평 한 마디 없습니다. 그 사람은 유식했습니다. 그는 성경을 별들과 풀들과 나무들과 새들에게 말합니다. 그 사람은 그에게서 배울 것이 많은 우리에게 성경 이야기를 해 주고, 우리의 고통을 위로해 줍니다…. 그 사람이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그 사람이 우리의 고통을 위로해 준단 말입니다. 그의 말을 듣기 위해서 사람들이 이포와 가말라에서 오고, 게르게사와 아페카에서까지도 옵니다. 그 사람이 마귀들린 두 사람의 기적 이야기를 듣고는… 오! 선생님에 대한 믿음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님, 남자들이 주님을 메시아라고 부르며 인사하고 여자들이 주님을 승리자와 왕으로 인사를 드리고, 우리 어린이들이 주님의 이름을 알고, 주님이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이라는 것을 아는 것은 가엾은 문둥병자의 덕택입니다.” 이것이 전에 요한에 대하여 말한 노인이 모든 사람을 대표해서 이야기한 것이다.
“그 사람을 고쳐 주시겠습니까?”하고 여럿이 묻는다.
“그걸 내게 묻습니까? 나는 죄인들을 불쌍히 여깁니다. 그러나 의인에 대해서는 어떻겠습니까? 그런데 저기 저 덤불 사이로 오는 것이 아마 그 사람인 모양입니다….”
“틀림없이 그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얼마나 눈이 밝습니까! 우리는 소리는 들리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소리까지도 멎었다. 모든 것이 적막이고 기다림이다….
예수께서는 음식을 갖다 놓는 바위에까지 가셨기 때문에 혼자 앞에 서 계셔서 썩 잘 보이신다. 어떤 나무들 그늘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나무줄기들과 덤불 사이로 사라진다. 어린이들까지도 엄마 품에서 잠이 들었거나 적요(寂寥)와 무덤들과, 나무와 바위들을 비추는 달빛이 만들어내는 이상야릇한 그림자들이 무서워서 조용하다.
그러나 그가 숨어 있는 곳에서 문둥병자는 볼 것이 틀림없고, 보아도 잘 볼 것이 틀림없다. 달빛을 받아 아주 하얗게 매우 아름답게 보이시는 주님의 크고 장엄한 키를 볼 것이 틀림없다. 문둥병자의 피로한 눈길이 예수의 빛나는 눈길과 만날 것이 틀림없다. 늘어나고 별같이 반짝이는 이 숭고한 눈에서 무슨 말이 나을 것인가? 사랑의 미소로 벌어지는 입술에서 무슨 말이 나을 참인가? 어떤 말이 마음에서, 특히 그리스도의 마음에서 나을 참인가? 신비이다. 영적인 관계를 맺는 하느님과 영혼들 사이에 있는 수많은 신비 중의, 하나이다. 문둥병자가 “하느님의 어린 양이 여기 오셨군요! 세상의 모든 고통을 낫게 하려고 오신 분이 여기 오셨군요! 복되신 메시아, 우리의 왕이시요 우리의 구세주이신 예수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하고 외치는 것으로 보아 그가 깨달은 것이 분명하다.
“당신은 무엇을 원하십니까? 어떻게 알지 못하는 사람을 믿고, 그 사람을 기다려지는 분으로 볼 수 있습니까? 당신 생각에는 내가 누굽니까? 알지 못하는 사람….”
“아닙니다.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 제가 어떻게 그것을 알고 보느냐구요? 모르겠습니다. 여기 제 마음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외칩니다. ‘여기 기다려지시는 분이 오셨다. 네 믿음을 상주시려고 오셨다’ 하고. 알지 못하는 분이요? 그렇습니다. 아무도 하느님의 얼굴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선생님은 외관상으로는 ‘알지 못하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선생님의 본성으로, 선생님 실재로는 알려지신 분이십니다. 아버지의 아들, 사람이 되는 말씀, 아버지와 같이 하느님이신 예수님이십니다. 선생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믿고 인사 드리며 간청합니다.”
“그런데 만일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당신의 믿음이 기대에 어긋나면 어쩌겠습니까?”
“그것은 지극히 높으신 분의 뜻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주님을 믿고, 사랑하고 주님께 바라는 것을 계속하겠습니다.”
예수께서는 대화를 주의 깊게 듣고 있는 군중에게로 몸을 돌리시고 말씀하신다. “나 진정으로 진정으로 말합니다만, 이 사람은 산을 옮길 만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잘 들어 두시오. 참 사랑과 참 믿음과 참다운 바람은 기쁨에서보다도 고통에서 더 알게 됩니다. 지나친 기쁨은 때로는 아직 미완성의 영에 파멸이 되기 때문입니다. 인생이 같은 날, 기쁘지는 않더라도 평온한 날의 계속에 지나지 않을 때에는 믿고 착하게 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병, 재난, 죽음, 불행 따위가 고독과 버림받음과 모든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짐을 그에게 가져다 줄 때에도 믿음과 바람과 사랑에 꾸준할 줄 알고, 그저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내게 유익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하고만 말하는 사람은, 정말이지 하느님의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을 뿐 아니라, 하늘나라에 그의 자리가 틀림없이 마련되어 있고, 그는 연옥을 거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말하겠습니다. 그의 의덕은 그의 과거 생활의 모든 빛을 무효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여보시오. 나 당신에게 달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과 함께 계시니 평안히 가시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예수께서는 돌아서시어 팔을 문둥병자에게로 내미시고, 말하자면 그 몸짓으로 그를 끌어당기신다. 그리고 그가 아주 가까이 와서 잘 보이게 되었을 때 이렇게 명령하신다. “내가 명령합니다! 깨끗해지시오!….” 그러니까 달이 그 은빛 광선으로 그 소름끼치는 병의 종기와 헌데와 작은 마디와 딱지들을 깨끗하게 하고 쓸어버리는 것 같다.
몸이 다시 구성되고 다시 건강하게 된다. 군중의 호산나라는 기쁨의 함성으로 기적이 일어났음을 알게 되었으나, 율법이 명령한 시간 전에는 예수도 또 아무도 만질 수가 없으므로 땅에 입맞춤 하려고 몸을 구부리는 그 사람은 야윈 모습으로 인하여 고행자다운 용모를 가진 품위 있는 노인이다.
“일어나세요. 당신이 사제 앞에 가실 수 있게 깨끗한 옷을 갖다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항상 깨끗한 정신으로 당신의 하느님 앞에 나아갈 줄을 아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평화가 당신과 함께 있기를!”
예수께서는 군중 있는 데로 다시 오셔서 쉬시려고 마을로 천천히 돌아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