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안식일 저녁이다. 그래서 안식일의 휴식이 지난 후 생활이 다시 시작된다. 이곳 나자렛의 작은 집에서는 여행 준비로 생활이 다시 시작된다. 식량을 정돈하고 옷을 배낭속에 차곡 차곡 쌓고, 배낭들을 노끈으로 단단히 묶고, 샌들 끈과 고리쇠가 완전한 상태인지 살펴보고, 나귀들은 물과 여물을 배불리 먹여서 정원 울타리에 매 놓고… 인사를 나누고, 미소와 축복과 오래지 않아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주고받는 중에 눈물을 좀 흘리고… 그런데 뜻밖에도 토마가 성모님께 선물을 드린다. 목에 옷을 고정시키는데 소용되는 고리쇠인데, 우리가 브로치라고 말하는 것 같은 것이다. 그 브로치는 실제를 완전히 모방한 금속으로 된 두 잎 사이에 끼운 가늘고 가볍고 완전한 은방울꽂 세개로 되어 있는데, 명인(名人)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머님이 이것을 달지 않으시리라는 것은 저도 압니다. 그래도 받아 주십시오. 주님이 어머님을 은방울꽃에 비하면서 어머님 말씀을 하신 어느 날 이것을 만들었으면 하는 소원이 생겼습니다…. 저는 어머님의 집을 위해서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다른 여자보다도 어머님이 받으실 자격이 더 있는 아드님의 칭찬을 상징으로 나타내기 위해서 이것을 어머님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금속을 가지고 산 꽃나무처럼 우아하게 하지는 못하고, 꽃처럼 향기롭게 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주님의 어머니이신 어머님께 대한 제 진실하고 존경하는 사랑이 쓰다듬는 것처럼 이것을 아름답게 하고 어머님께 대한 제 충실로 향기롭게 합니다.”
“오! 토마! 사실일세. 나는 무익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패물을 지니지 않네. 그러나 이것은 같은 것이 아닐세. 이것은 내 예수와 예수의 사도의 사랑이네. 그래서 내게 소중하네. 나는 이것을 날마다 들여다보면서 선생님의 가르침뿐 아니라, 가장 보잘것없는 물건과 가장 하찮은 사람들에 대한 가장 평범한 말씀까지도 기억할 정도로 선생님을 사랑하는 착한 토마를 생각하겠네 토마, 고맙네. 가치가 아니라 자네의 사랑이 고맙네!”
모두가 완전한 작품을 감탄한다. 그러니까 토마는 매우 기뻐하며 그의 더 작은 작품을 꺼낸다. 아주 조그마한 잎들 사이에 있는 별같은 재스민 세 송이를 가느다란 테에 끼운 것이다. 그것을 아우레아에게 주면서 말한다. “네가 이것을 가지고 싶어서 애교를 떨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이 재스민꽂이 되었을 때 네가 여기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 작은 별들이 우리의 별이신 어머님을 네게 생각나게 하라고 주는 거다. 그러나 조심해라! 너는 네 덕행으로 꽃들을 향기롭게 해야 하고, 너도 하늘을 향해 향기를 풍기는 순박하고 아름답고 깨끗한 꽃이 돼야 한다. 네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브로치를 도로 달라고 할 거다. 자, 울지 말아라….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리고… 그리고… 오래지 않아 우리가 어머님께로 다시 오거나, 어머님이 우리에게로 오실 거다…. 그리고….” 그러나 아우레아가 눈물을 점점 더 많이 흘리는 것을 보고, 토마는 계속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존심이 상하여 나가면서 베드로에게 말한다.
“저 애가 더 울기 시작할… 거라고 생각했더라면, 저 애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았을 걸세…. 내가 저 브로치를 만든 건 바로 이 시간에 저 애를 위로하려고 했던 건데… 저것이 내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했어….”
그러니까 베드로는 혼란한 그 순간에 자제심을 잃고 말한다. “그렇지만 작별할 때는 언제나 이런 거야…. 그때 자네가 신디카를 보았더라면….” 그는 자기가 말했다는 것을 깨닫고, 얼굴을 붉히며 고쳐 말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토마는 알아들었다. 그리고 착하고 어질게 베드로의 목에 한 팔을 감고 말한다. “시몬, 괴로워 말게. 나는 침묵을 지킬 줄 아네. 그리고 자네들이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이해하네…. 시몬의 유다 때문이지. 나는 우리 조상들의 하느님을 걸고, 내가 본의 아니게 알게 된 것을 잊었다고 자네에게 맹세하겠네. 시몬, 괴로워 말게!….”
“선생님이 그걸 원치 않으셨기 때문이야….”
“그리고 선생님은 그렇게 하신 데에는 가장 훌륭한 이유가 있었을 거야. 나는 이 때문에 기분을 상하지는 않네.”
“나도 그건 아네. 그렇지만 선생님이 뭐라고 하시겠어!….”
“아무 말씀도. 아무 것도 알지 못하실 거니까, 나를 믿게.”
“아! 안 돼! 선생님께 대해서 비밀이 있어서는 안 돼. 내가 잘못했어. 나는 꾸지람을 들어 마땅해. 그것도 즉시. 내가 잘못한 것을 선생님께 고백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편안치 않을 걸세. 토마, 친절을 베풀어서 선생님을 모셔 오게…. 나는 작업장으로 가겠네. 가서 선생님을 모시고 오게. 나는 너무 당황해서 그렇게 하지 못하겠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눈치챌 걸세.”
토마는 감탄 가득한 동정의 눈으로 그를 바라다보고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 예수를 부른다. “선생님, 잠깐 오십시오.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알패오의 마리아에게 인사를 하시던 예수께서 즉시 그를 따라 나오신다. “무슨 일이냐?”하고 토마 곁에서 걸어오시며 물으신다. “저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시몬이 선생님께 말씀드려 야 합니다. 저기 있습니다….”
“시몬아! 무슨 일이 있기에 그렇게 불안해하느냐?”
베드로는 예수의 발 앞에 엎드리며 신음한다.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제 죄를 사해 주십시오!”
“죄를 짓다니? 무슨 일로? 너는 우리와 같이 여기 기쁘게 조용히 있었는데.”
“아! 선생님, 저는 선생님께 불복종했습니다. 토마에게 신디카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저는 눈물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웠었습니다. 그리고 토마는 저보다도 더 했습니다. 토마는 자기가 눈물을 더 흘리게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토마를 위로하기 위해서 저는 ‘작별할 때는 언제나 그런 거야…. 자네가 신디카를 보았더라면…’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알아들었습니다!….”
베드로는 엉망이 된 얼굴을 쳐든다. 그의 눈길은 정말 창피를 당하고 비탄에 잠겨있다.
“내 시몬아, 하느님은 찬미 받으시기를! 나는 네가 훨씬 더 중대한 어떤 일을 저지른 줄로 생각했었구나. 하긴 네 솔직함이 그것까지도 없앤다. 너는 악의 없이 말했다. 그리고 동료에게 말했다. 토마는 착한사람이니, 말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은 그 사람이 제게 맹세했습니다…. 그러나 아시겠습니까? 이제는 제가 너무 당황해서 비밀을 지킬 줄 모르게 될까봐 겁이 납니다.”
“지금까지 네가 그렇게 했는데…?”
“예, 그렇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필립보와 나타나엘에게 절대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리고 이제는….”
“자, 일어나거라! 사람은 항상 불완전하다. 그러나 악의 없이 불완전할 때에는 죄를 짓지 않는다. 스스로 경계하여라. 그러나 더 이상 슬퍼하지 말아라. 네 예수는 네게 입맞춤만 주겠다. 토마, 이리 오너라.” 토마가 달려온다. “너는 확실히 침묵의 이유를 깨달았지.”
“예, 선생님. 그리고 제게 한해서는, 또 제 능력껏은 침묵을 존중하겠다고 맹세했습니다. 시몬에게 벌써 그 말을 했습니다….”
“바보같은 시몬에게”하고 베드로가 한숨을 쉰다.
“여보게 그렇지 않네. 나는 자네의 완전한 겸손과 솔직성에 감화를 받았네. 자네는 내게 훌륭한 교훈을 주었네. 그걸 나는 기억할 걸세. 조심성 때문에 이 교훈을 알리지는 못하겠는데, 그것이 슬프네. 자네가 가지고 있는 정의를 가진 사람, 또 가질 사람은 우리들 가운데 별로 없기 때문일세…. 그런데 우릴 부르고 있네. 가세!”
실제로 여러 사람이 벌써 길에 나와 있고, 세 여자, 즉 노에미와 미르타와 아우레아는 벌써 노새에 올라가 있다. 성모님은 동서와 함께 아우레아의 곁에 계신데, 두 분은 아직도 아우레아에게 입맞춤을 한다. 그리고 예수께서 오시는 것을 보자, 두 여자 제자 동료들에게 입맞춤을 하고 마지막으로 예수께 인사하니, 예수께서는 길을 떠나시기에 앞서 두 분에게 강복 하신다….
성모님과 클레오파의 마리아는 집안으로 들어간다…. 바로 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게 하는 것으로, 제 자리에 놓이지 않은 의자들, 아직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는 식기들… 출발에 뒤따른 무질서가 남아 있는 집안으로.
성모님은 생각에 잠기신 채, 아우레아에게 일을 가르쳐 주시던 작은 베틀을 어루만지신다…. 성모님의 눈은 참으시는 눈물로 촉촉하고 반짝인다.
“마리아, 괴로워하시는군요!” 하고 눈물을 참으려고 하지 않고 우는 클레오파의 마리아가 말한다. “마리아는 정이 들었었지요!… 그들은 여기 왔다가… 가고… 우리는 괴로워하구요….”
“여자 제자로서의 우리 생활이지요. 오늘 예수가 말하는 걸 들었지요. ‘너희들은 장차 이렇게 해라. 모든 인간 안에 형제의 영혼을 보고, 인심 좋은 사람, 초자연적으로 인심 좋은 사람이 되어라. 손님을 받아들이는 너희들 자신을 길손으로 생각하고, 너희가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길손으로 생각하면서. 그들을 도와주고, 그들에게 식사를 주고, 조언을 해 주어라. 그리고 죽은 다음에는 너희들이 저들과 다시 만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샘 많은 사랑으로 그들을 붙잡지 말고, 그들의 운명을 향하여 떠나게 하여라, 박해가 올 것이고, 그러면 많은 , 사람이 너희들을 떠나 순교하러 갈 것이다. 비겁하지 말아라, 그리고 비겁하라고 권고하지도 말아라. 순교자들의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서 빈 집에 남아 기도하여라. 가장 약한 사람들을 강하게 하기 위해 침착하고 용사들을 본받을 준비가 되어 있기 위하여 강하게 되어라. 지금부터 초탈과 용맹과 형제적인 사랑에 익숙해 져라….’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하는 거예요. 고통을 겪으면서, 그것은 확실해요! 우리는 육체를 가진 인간들이거든요…. 그러나 영은 주님의 뜻을 행하고, 주님의 영광에 협력하는 영적인 기쁨을 누려요. 게다가… 나는 모든 사람의 어머니이고… 한 사람만의 어머니여서는 안 돼요. 나는 오로지 예수만의 어머니여서도 안 돼요…. 내가 어떻게 예수를 붙잡지 않고 가게 내버려 두는지 보았지요…. 예수와 같이 있고 싶기는 해요. 그건 그래요. 그러나 예수는 자기가 ‘오세요’하고 내게 말하기까지는 내가 여기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는 남아있어요. 예수가 여기 머무르는 거요? 어머니로서의 내 기쁨이지요. 예수와 같이 긴 여행을 하는 거요? 그것은 제자로서의 내 기쁨이지요. 이곳의 내 고독이요? 그것은 주님의 뜻을 행하는 신자로서의 내 기쁨이예요.”
“마리아, 그 주님이 마리아의 아들인데요….”
“그렇지요. 그렇지만 여전히 내 주님이지요…. 마리아, 나하고 같이 있겠어요?”
“예, 여기 있게 해주면요…. 제 아들들이 떠나고 난 다음 처음 몇 시간 동안은 집이 너무도 쓸쓸해요…. 또 그리고 이번에는 한충 더 울 거예요….”
“왜요?”
“어제부터 자꾸만 울음이 나오니까요…. 저는 빗물받이 웅덩이 같아요…. 비올 때의 빗물받이 웅덩이요.”
“아니 왜 그러냐니까요?”
“요셉 때문에요…. 어제… 오! 제가 가서 호되게 야단을 쳐야 할지 모르겠어요. 결국 그 애는 제 아들이고, 이 배가 그 애를 가졌었고, 이 젖이 그 애를 먹였으니까요. 그리고 어미보다 높은 자식이 없는 거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그 애에게 다시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할지. 제게서 났으면서도 우리 예수와 마리아를 모욕하는 그 사생아 같은 녀석에게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은 하나도 하지 마세요. 마리아는 그에게 여전힌 ‘어머니’예요. 고집세고 병들고 길잃은 아들을 불쌍히 여기고, 인자로 길들이고, 기도와 참을성으로 하느님께로 데려오는 어머니 말입니다. 자, 울지 마세요!…. 차라리 나하고 같이 가서, 내 방에서 기도합시다. 그를 위해, 가는 사람들을 위해, 소녀가 고통을 별로 당하지 않고 성덕속에서 자라도록 그 애를 위해서… 마리아, 오세요. 와요!”그러시면서 데리고 가신다….
그동안 길손들은 남서쪽을 향하여 길을 간다. 여자들은 나귀를 타고 있어서 앞서 간다. 나귀들은 잘 먹고 잘 쉬어서 경쾌하게 속보로 달린다. 그래서 조심성 있게 하느라고, 나귀를 처음 타보는 아우레아 곁에 따라가는 마륵지암과 아벨은 거의 뛰어 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이 고된 일이기는 하지만, 성모님과 헤어진 것으로 인하여 소녀가 받게 되는 마음의 괴로움을 잊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가끔 젊은이들에게 숨을 돌릴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미르타는 그의 나귀를 멎게 하고 좀 쉰다. 미르타는 사도들의 무리가 여자들을 따라온 다음에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쉬는 동안에는 나귀가 달리는 것으로 인한 변화로 정신이 쏠리지 않게 되기 때문에, 아우레아는 다시 침울해진다…. 성모님을 안 후에 어떤 양모(養母)에게 사랑으로 거두어진 고아로서의 난관을 경험하였기 때문에 사정에 밝은 마륵지암이 그를 위로한다. 마륵지암은 어떻게 양어머니에게 “꼭 친어머니인 것처럼” 애정을 느끼게 되었는지를 말하고 그의 느낌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마리아와 마티아가 요안나의 집에서 행복하고, 아나스타시카가 엘리사의 집에서 행복한지를 이야기한다.
아우레아가 그 이야기를 들으니, 마륵지암은 이렇게 이야기를 끝맺는다. “정말이지, 제자들은 모두 착하다. 그리고 예수님은 우리 같은 불행한 아이들을 누구에게 주셔야 할지를 알고 계셔,” 그리고 아벨이 뒷받침한다. “그리고 너는 내 어머니를 믿지 않아서는 안 돼. 어머니는 너를 얻게 된 것을 몹시 기뻐하고 요사이는 하느님께서 너를 주시도록 기도를 아주 많이 했다.” 그러니까 아우레아가 말한다. “그 말을 믿어요. 그래서 어머니를 많이 사랑해요. 그렇지만 마리아 어머니는 마리아 어머니예요…. 그러니까 오빠들은 동정해야 해요….”
“그래, 그렇지만 우릴 네가 슬퍼하는 걸 보는 게 마음이 언짢다….”
“오! 나는 이젠 로마 사람의 집에서와 해방된 후에 한동안은 슬프지는 않아요…. 나는 그저… 어쩔 줄을 모를 뿐이예요…. 여러 해째 나는 애무를 받은 적이 없었어요…. 그렇게 여러 해 동안 주인들 밑에 있은 후에 마리아 어머니만이 내게 애무를 해 주었어요….”
“얘야! 그러나 내가 너를 쓰다듬으려고 여기 있는 거다! 내가 네게 또 한 사람의 마리아 어머니가 돼 주마. 이리 아주 가까이 오너라…. 네가 더 작았더라면, 아벨이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내가 데리고 안장에 앉을 텐데… 그러나 너는 벌써 한 여인이다…”하고 미르타가 가까이 와서 그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너는 내 작은 여인이다. 그래서 네게 아주 많은 것을 가르쳐 주겠다. 그리고 아벨이 복음을 전하러 멀리 가면 너와 나와 둘이서 주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나그네들을 받아들이고, 주님의 이름으로 좋은 일을 아주 많이 하자. 너는 젊으니까 나를 도와다오….”
“아니, 저 언덕 너머 저기에 무슨 빛이 저렇게 굉장한지 보시오”하고 여자들을 따라온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외친다.
“수풀이 타는 건가?”
“혹은 어떤 마을인가?”
“뛰어 가서 봅시다….”
이제는 피로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호기심이 다른 감각은 무엇이든지 사라지게 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도 친절하게 그들을 따라가셔서, 큰 길을 버리시고 작은 언덕으로 올라가는 오솔길로 들어서신다. 이내 꼭대기에 다다랐다….
불타고 있는 것은 수풀도 아니고 마을도 아니고, 작은 언덕 둘 사이에 브라이어*가 뒤덮힌 분지이다. 여름 날씨로 바짝 마른 브라이어가 아마 좀 더 위에서 벌목을 하던 벌목 인부들에게서 튀어 나온 어떤 불똥에 불이 붙은 모양이어서, 지금은 그것들이 타고 있다. 짧기는 하지만 선명한 불꽃이 융단 모양으로 처음에 불이 붙은 곳에서 불사를 새 브라이어를 찾아 움직이고 있다. 벌목 인부들은 불꽃을 두드려서 맞불을 놓으려고 해보나 소용이 없다. 그들은 별로 수가 많지 않고, 한 쪽에서 일하면, 불은 다른 쪽으로 번진다.
“만일 불이 수풀에까지 이르면, 재난이겠는걸. 진이 나는 나무들이 있단 말이야”하고 필립보가 점잔을 빼며 말한다. 예수께서는 팔짱을 끼고 작은 언덕 꼭대기에 서서 바라보시며 미소를 지으시면서 곰곰이 생각하신다.
동쪽에 있는 흰 달빛은 서쪽에 있는 불꽃의 붉은 빛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달은 구경하는 사람들의 뒤쪽을 아주 하얗게 하는데, 불꽃의 반사로 그들의 얼굴은 붉게 물들여 진다.
그리고 불꽃은 넘치는 물처럼 달리고, 또 달리고, 올라오고 번진다…. 불이 수풀에서 몇 미터 되는 곳까지 왔고, 벌써 가장자리에 쌓아놓은 나무더미를 비추고, 점점 더 선명한 불빛으로 불이 올라오는 작은 언덕 위에 있는 마을의 작은 집들을 보인다.
“불쌍한 사람들! 저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잃었구먼!” 하고 여럿이 말한다. 그러면서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미소 짓고 계신 예수를 쳐다본다….
그러나 곧 이어… 예수께서는 팔짱을 풀으시고 외치신다, “멈춰라! 죽어라! 명령이다!”
그러니까 불꽃을 덮어씌워 끄기 위하여 커다란 모말이 내려지는 것처럼, 기적으로 불이 타기를 그친다. 선명하고 날쌘 춤을 추던 혀모양의 불꽃들이 불은 붙어 있지만 불꽃은 없는 벌건 잉걸불로 변했다가, 그 붉은 빛이 보랏빛으로, 붉은 회색이 된다…. 아직 잿속으로 어떤 섬광이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그러다가 이제는 은빛 광채로 수풀을 비추는 달밖에 없다.
흰 달빛에, 팔을 홰홰 내두르며 모여서 기적을 행한 천사를 찾으려고… 주위를 둘러보고 위를 바라보는 벌목 인부들이 보인다….
“내려가자. 나는 내게 주어진 뜻하지 않은 동기를 가지고 영혼들에 작용하겠다. 그리고 도시에 가서 머무르는 대신에 저 마을에서 잠시 쉬기로 하자. 그리고 새벽에 떠나자. 저들은 여자들을 받아들일 자리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수풀이면 충분하다”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시면서 내려가시니, 다른 사람들이 따라간다.
“그러나 왜 그렇게 미소를 지으셨습니까? 선생님이 매우 행복하신 것같이 보이시던데요!”
“내 말을 들으면 알 것이다.”
일행은 벌써 황무지가 아직 뜨거운 재로 변해서 샌들에 밟혀 바작 소리가 나는 곳에 이르러, 그곳을 건너질러 간다. 그들이 한가운데, 달이 환히 내리비추는 데에 이르렀을 때, 벌목 인부들이 그들을 보았다.
“오! 내가 뭐랬어! 그분만이 이런 일을 하실 수 있단 말이야! 뛰어 가서 경배하세”하고 한 나무꾼이 외친다. 그런데 그는 예수의 발 앞에 재에 엎드리면서 그렇게 외친다.
“왜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믿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분은 메시아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메시아라는 것을 아시오? 당신이 혹 나를 아오?”
“아니올시다. 그렇지만 착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분만이 불쌍히 여길 수 있었고, 또 하느님의 성인만이 불에 명령해서 복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들에게 당신의 메시아를 보내신 지극히 높으신 분은 찬미 받으시기 바랍니다! 또 알맞게 오셔서 저희들의 집을 구해 주신 메시아도 찬미 받으시기 바랍니다!”
“당신들은 당신들의 영혼을 구하는데 더 열의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영혼들은 주님을 믿고, 주님이 가르치시는 것을 하려고 힘쓰는 것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도 아시겠지만, 모든 것을 잃은 슬픔으로 저희들의 약한 영혼이 약해질 수 있고… 섭리를 의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누가 내게 대해서 가르쳐 주었소?”
“주님의 몇몇 제자들입니다…. 저희들의 가족이 여기 있습니다…. 저희들은 언덕 전체가 불타지 않을까 염려해서 가족들을 깨우러 보냈었습니다…. 이리들 나오너라….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으니 와서 보라고 말하라고 다른 사람을 보냈었습니다. 주님, 이 사람들이 저희들 가족입니다. 제 가족, 야곱의 가족, 요나타의 가족, 마르코의 가족, 제 아우 토비아의 가족, 제 처남 멜키아의 가족, 필립보의 가족, 엘르아잘의 가족입니다. 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목자로 지금 양떼에게 풀을 뜯기러 온 사람들의 가족들입니다….”
아직 젖먹이거나 겨우 젖이 떨어진 많은 어린 아이들을 포함하여 최대한으로 보아서 이백오십 명의 집단이다. 어린 아이들은 선잠이 깨서 칭얼거리거나, 그들이 당하였던 위험을 의식하지 못한 채 자고 있다.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 하느님의 천사가 당신들을 구해 주셨소. 함께 주님을 찬미합시다.”
“주님이 저희들을 구해 주셨습니다! 주님을 믿는 신자들이 있는 곳에는 언제든지 계시는 주님이!” 하고 여러 여자가 말한다…. 그리고 남자들은 점잖게 동의한다.
“그렇습니다. 내게 대한 믿음이 있는 곳에는 섭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육체적인 일에도 영적인 일에도 끊임없는 조심성이 필요합니다. 무엇이 잔가지에 불을 붙였습니까? 아마 여러분의 화덕에서 튀어나온 불똥이나, 어떤 어린이가 불을 붙여서 그 나이의 태평함으로 아래로 던지면서 장난하려고 한 나뭇가지일 것입니다. 과연 어두워지는 공기를 가르고 지나가는 불화살을 보면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조심성 없음으로 인해서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보시오. 조심성 없음으로 인하여 중대한 파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마른 브라이어 덤불에 떨어진 불똥 하나가, 불붙은 가지 하나가 계곡 하나에 불을 놓는데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영원하신 분께서 나를 보내지 많으셨더라면, 숲은 장작불이 되어서, 그 불집게로 여러분의 재난과 생명을 불살랐을 것입니다.
영의 일에도 이렇게 됩니다. 끊임없고 조심성 있는 주의를 기울여, 불화살이나 불똥이 마음속에서 알아보지 못하게 은밀히 꾸며진 다음 여러분의 믿음을 공격해서,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원하고, 내 신자들을 빼앗아가려는 그들이 유발한 화재가 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여기서는 알맞게 멈추어진 화재가, 여러분이 계곡에 그대로 내버려 두었던 쓸데없는 황무지를 없애버리고 파괴와 재의 거름으로 여러분에게 땅을 준비해 줌으로써 재난이 될 수 있었던 것으로 은혜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땅은 여러분이 그렇게 할 뜻을 가지고 있기만 하면, 유익한 농사를 지어서 기름지게 할 수가 있을 것이니까요. 그러나 마음속은 이와는 아주 다릅니다! 그래서 모든 선이 여러분에게서 없어지면, 여러분 안에는 마귀들의 잠자리 짚으로 소용될 가시덤불 말고는 아무 싹도 나지 못하게 되고 맙니다.
여러분은 이것을 기억하시오. 그리고 지옥의 불꽃처럼 여러분의 마음속에 던져질 내 원수들의 침투를 늘 경계하시오. 그 때에는 맞불을 놓을 준비를 갖추고 있으시오. 그러면 이 맞불은 어떤 것입니까? 점점 더 굳어지는 믿음과 하느님의 사람으로 있겠다는 의지입니다. 거룩한 불에 속해 있는 것입니다. 불이 이 거룩한 불을 잡아먹지는 못하니까요. 그런데 만일 여러분이 참 하느님께 대한 사랑의 불이 되면, 하느님께 대한 증오의 불이 여러분에게 해를 끼칠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랑의 불은 다른 어떤 불이라도 다 이깁니다. 내 가르침은 사랑입니다. 그리고 내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사랑의 불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마귀의 불로 괴롭힘을 당할 수 없게 됩니다. 이 작은 언덕 위에서 황무지가 타는 것을 바라보고, 불을 끄려고 하는 여러분의 행동을 보기보다는 오히려 여러분의 영이 그 주 하느님께 드리는 말을 듣는 동안 나는 빙그레 웃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 사도들 중의 한 사람이 ‘왜 웃으십니까?’하고 묻기에 ‘구함을 받은 사람들에게 말할 때에 그 말을 해 주마’고 약속했습니다. 나는 약속을 지금 지키겠습니다. 내가 빙그레 웃고 있었던 것은 불꽃이 여러분이 쓸데없이 술책을 쓰는데도 죽지 않고 계곡의 브라이어 덤불사이로 번져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 가르침도 빛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헛되이 박해하겠지만 세상에 전파되리라는 것을 생각하고 그랬던 것입니다. 그리고 내 가르침은 빛일 것이고, 깨끗하게 할 것이고, 이로울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뱀이 이 잿속에서 죽었고, 뱀들과 같이 얼마나 많은 다른 해충들이 죽었습니까! 여러분은 여기에 독사가 많기 때문에 이 계곡을 무서워했습니다. 그런데 한 마리도 살아남지 않았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상이 내 가르침을 알게 되고, 내 가르침의 불로 깨끗해진 다음에는 그 많은 이단과 그 많은 죄와 그 많은 고통에서 구함을 받을 것입니다. 무익한 초목이 깨끗이 치워지고 해방되어서, 씨앗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성덕의 열매를 풍부하게 맺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빙그레 웃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꾸 번지는 불에서 나는 세상에 내 가르침이 전파되는 상징을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다음, 우리가 하느님께 대해 가지는 사랑과 떼어 놓아서는 안 되는 이웃에 대한 사랑이 내 생각을 여러분의 필요로 데려왔구나는 정신의 눈길을 하느님의 이익을 묵상하는 데에서 형제들의 이익을 생각하는 쪽으로 내려, 여러분이 기쁨을 가지고 주님을 찬미하도록 불을 잡았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내 생각이 하느님께로 올라갔다가, 한층 더 강력하게 되어서 내려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과 같게 되는 것은 언제나 우리의 행동능력을 증가시키고, 내 생각이 여러분의 생각과 더불어 하느님께로 다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사랑의 덕택으로 하느님의 이익과 동시에 내형제들의 이익을 위해 일했습니다. 여러분도 장차 이와 같이 하시오.
그러면 이제는 이 여자들을 위해서 밤에 몸 둘 곳을 청합니다. 달은 져가고, 화재 때문에 우리 걸음이 느려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웃도시까지 계속해서 갈 수가 없습니다.”
“오십시오! 오세요! 모든 이가 들어갈 자리가 있습니다. 저희들은 집을 잃을 뻔했습니다. 저희들의 집은 여러분의 집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집이지만, 깨끗합니다. 오십시오! 그러면 저희 집들이 축복받을 것입니다” 하고 그들 모두가 외친다.
그래서 그들은 꽤 가파른 비탈을 기적으로 파괴를 면한 마을을 향하여 다시 올라간다. 그리고 각 여행자는 그의 주인집 안으로 사라진다.

* 역주: briar, briar.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관목(落葉灌木). 그 뿌리는 끽연용 파이프를 만드는데 가장 적당하다고 함. 남유럽 원산임(이희승 편 국어대사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