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갈갈라가 지금은 어딘지를 모른다. 예수께서 그리로 들어가실 때에는 꽤 인구가 많은 팔레스티나의 보통 도시인데, 특히 포도나무와 올리브나무가 뒤덮인, 별로 높지 않은 언덕 위에 있다. 그러나 그곳에는 햇볕이 어떻게나 강한지, 나무 밑이나 포도나무가 줄지어서 있는 사이에 되는대로 뿌린 밀도 자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그 밀들은 벌써 근처에 있는 광야의 영향을 받는 햇볕으로 바라는 만큼 구워지기 때문에 잎이 우거졌는데도 불구하고 익는다.
장날이라, 먼지와 웅성거림과 더러움과 혼란이 있다. 그리고 운명과 같이 피할 수 없이 으례 있는, 열성적이면서도 확신은 가지지 못한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 장마당의 제일 좋은 구석에서손짓 발짓을 해가며 아는 체하며 토론을 하는데, 예수를 못 보는 체, 또는 알지 못하는 체한다. 예수께서는 식사를 하시려고 곧장 중요하지 않은 작은 광장으로 가신다. 그 광장은 거의 변두리에 있으며 가지가지 나무의 가지들이 뒤엉켜서 그늘이 많이 져 있다. 내 생각에는 산의 일부분인데, 도시지역으로 편입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도 원래의 자연 상태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빵과 올리브를 드시는 예수께 제일 먼저 가까이 오는 사람은 누더기를 걸친 남자이다. 그는 빵을 좀 달라고 한다. 예수께서는 그에게 당신 빵과 손에 가지고 계신 올리브를 전부 주신다.
“그럼 선생님은요? 아시다시피 우린 돈이 없는데요”하고 베드로가 지적한다.
“우리는 전부 아나니아에게 주고 왔습니다….”
“상관없다. 나는 시장하지 않다. 목은 마르다….”
거지가 말한다. “이 뒤에는 우물이 하나 있습니다. 그렇지만 왜 제게 전부 다 주셨습니까? 선생님의 빵을 반만 주실 수 있었는데…. 다시 가져가시는 것이 싫지 않으시면….”
“드시오, 들어. 나는 안 먹어도 되오. 그러나 내가 불쾌감을 느낀다고 당신이 생각하지 않도록 당신 손으로 한 입만 주시오. 그러면 당신의 친구가 되기 위해 먹겠소….”
침울하고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던 그 사람이 놀란 미소로 환해지며 말한다.
“오! 제가 불쌍한 오글라가 된 뒤로 누가 제 친구가 되겠다고 말한 것은 처음입니다!” 그러면서 예수께 빵을 한 입 드린다. 그리고 묻는다. “선생님은 누구십니까?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나는 갈릴레아의 선생, 나자렛의 예수요.”
“아!… 다른 사람들이 선생님 말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메시아가 아니십니까?….”
“내가 메시아요.”
“그런데 메시아이신 선생님이 거지에게 이렇게 친절하십니까? 분봉왕은 길을 가다가 우리를 보면, 하인들을 시켜 우리를 때리게 하는데요….”
“나는 구세주요. 나는 때리지 않고, 사랑하오.”
그 사람은 예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리고 천천히 울기 시작한다.
“왜 우시오?”
“그것은 …제가 구원을 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주님, 이제는 목마르지 않으십니까? 우물로 모시고 가서 말씀을 드릴 수 있을 텐데요….”
예수께서는 그 사람이 무엇인지를 고백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아차리시고 일어나시면서 “갑시다” 하고 말씀하신다. “저도 가겠습니다!” 하고 베드로가 급히 말한다.
“아니다. 그렇기도 하고 곧 돌아을 것이다…. 그리고 뉘우치는 사람은 존중해야 한다.”
예수께서는 그 사람과 같이 집 뒤로 가신다. 집 저쪽으로는 들판이 이어진다.
“저기 우물이 있습니다…. 물을 마시세요. 그리고 제 말씀을 들으십시오.”
“아니오. 먼저 당신의 고뇌를 내게 쏟아 놓으시오. 그런 다음에 …물을 마시겠소. 그리고 어쩌면 내 목마름에는 땅에서 나오는 물보다도 맛있는 물을 마시게 될지도 모르겠소.”
“선생님, 그게 어떤 물입니까?”
“당신의 뉘우침이오. 저 나무 아래로 갑시다. 여기서는 여자들이 우리를 살펴보고 있소. 오시오!” 그러면서 그의 어깨에 한 손을 얹으시고, 올리브나무들이 우거진 곳으로 밀고 가신다.
“제가 죄가 있고, 또 뉘우친다는 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오! …그러나 말하시오. 그리고 나를 무서워하지 마시오.”
“주님… 저희는 한 아버지에서 난 칠형제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버지가 상처를 하고, 재취한 여자에게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우기 모두에게 똑같은 몫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여섯 형제는 재판관들을 매수해서 제 재산을 전부 빼앗았습니다. 그들은 불명예스러운 비난을 해서 제 어머니와 저를 내쫓았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열여섯 살 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것도 궁핍으로 돌아가신 것입니다…. 그 때부터 저를 사랑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몹시 낙담하여 운다. 그러다가 침착해서 계속한다. “여섯 형은 부유하고 행복하고 성공을 맛보았는데, 그것에는 제 재산의 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기진맥진한 어머니를 돌보다가 병이 들었기 때문에 굶어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형들을 하나씩 하나씩 벌하셨습니다. 제가 형들을 하도 저주하고 미워했기 때문에 그들은 마법의 주문(呪文)의 희생이 된 것입니다. 제가 잘못했습니까? 분명히 그렇겠지요. 저도 그것은 압니다. 그러나 어떻게 형들을 저주하고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나이로는 셋째인 맨 마지막 남은 형은 모든 저주를 견디어냈습니다. 그는 다른 다섯 형의 재산 덕택으로 발전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는 결혼하지 않고 죽은 동생 세 사람의 재산을 합법적으로 상속했고, 아이 없이 죽은 맏형수와 결혼했고, 대부(貸付)와 농간으로 둘째 형의 과부와 고아들에게서 상속의 대부분을 가로챘습니다. 그는 제가 어떤 부자의 하인으로 물건을 팔러 가는 장에서 우연히 만나면, 제게 욕을 하고 때리고 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에 저는 그 형을 만났습니다…. 저도 혼자였고, 형도 혼자였습니다. 형은 술이 좀 취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추억과 증오로 취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지 10년이 되었었습니다… 형은 제게 욕을 하고 돌아가신 어머니에게도 욕을 했습니다…. 그는 어머니를 ‘더러운 개’ 라고 부르고, 저를 ‘잔인하고 비열한 여자의 아들…’이라고 불렀습니다. 주님, 그가 제 어머니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더라면…저는 참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어머니를 모욕했습니다…. 저는 그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저희는 싸웠습니다…. 저는 그를 때리기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땅에 미끄러졌습니다…. 그런데 땅에는 미끄러운 풀이 깔려 있고, 비탈이 져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래에는 협곡과 급류가 있었습니다…. 그는. 잔뜩 취해 있었기 때문에 굴러서 떨어졌습니다…. 사람들은 여러 해째 아직 그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레바논의 한 급류와 돌과 모래 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저는 주인집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고, 형은 가이사리아 파네아드에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저는 평안하지 않은 마음으로 걸었습니다….아! 카인의 저주! 사는 것이 두렵고… 그리고 죽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저는 병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에 대한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무서웠습니다…. 선생님은 사람의 마음속을 보신다고들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선생들은 몹시 냉혹합니다!…. 그들은 연민을 모릅니다…. 선생 중의 선생인 선생님은 제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피해 다녔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용서를 받고 싶습니다….” 그는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운다….
예수께서는 그를 바라다보시며 속삭이신다.
“그러면 그 죄들을 나 자신이 짊어집시다!… 여보시오! 내 말을 들어요. 나는 연민이지 공포의 대상이 아니오. 나는 당신을 위해서도 왔소. 내 앞에서 부끄러워하지 마시오…. 나는 구세주요. 당신은 용서받기를 바라오? 무엇에 대해서?”
“제 죄에 대해서 입니다. 그걸 제게 물으십니까? 저는 형을 죽였습니다.”
“당신은 그 때 모욕을 당하고 약이 올랐기 때문에 ‘그저 때리려고만 했다’고 말했지요. 그러나 당신이 한 사람이 아닌 여섯 형을 미워하고 저주할 때에는 모욕을 당하지 않고 성도 나지 않았었소. 당신은 그 일을 숨을 쉬는 것과 같이 자발적으로 했었소. 증오와 저주와 그들이 벌 받는 것을 보는 기쁨, 이것이 당신의 정신적인 빵이었지요?”
“예, 주님. 10년 동안 그것이 제 빵이었습니다.”
“그러면 실제로 제일 큰 죄는 당신이 미워하고 저주하는 순간에 짓기 시작했소. 당신은 형들을 여섯 번 죽인 사람이오.”
“그러나 주님, 그들은 저를 파산시키고 미워했습니다…. 그리고 제어머니는 굶어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신이 복수를 한 것은 잘 했다는 말이오?”
“예, 그런 뜻입니다.”
“당신 말은 옳지 않소. 벌하는 데에는 하느님이 계셨소. 당신은 사랑해야 했소. 그러면 하느님께서 땅과 하늘에서 당신에게 강복하셨을 거요.”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절대로 제게 강복하지 않으실 것입니까?”
“뉘우침은 강복을 돌아오게 하오. 그러나 당신은 얼마나 많은 고통과 고민을 스스로 취했소! 당신의 형들이 당신에게 준 것보다 당신의 증오로 훨씬 더 많은 고통과 고민을 스스로 받게 되었소!….”
“맞습니다! 맞습니다! 26년째나 계속되는 증오입니다. 오! 하느님의 이름으로 용서하십시오. 선생님은 제가 제 죄에서 오는 고통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것을 보시지요! 제 목숨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청하지 않습니다. 저는 거지이고 병들었습니다. 저는 이대로 있으면서 고통을 당하고 속죄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평화를 제게 주십시오! 저는 제물을 위한 돈을 모으느라고 굶주림을 당하면서 성전에서 제물을 바쳤습니다. 그러나 제 죄는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 제물이 받아들여졌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절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소. 당신이 날마다 제물을 하나씩 바쳤다 하더라도, 그것을 바치면서 거짓말을 했으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었겠소? 먼저 죄를 진정으로 고백하지 않은 제물은 미신적이고 무익한 제사요. 죄에, 또 죄 하나를 더 보태는 것이니, 무익한 것보다도 한층 더 못한 것이오. 독성적(瀆聖的)인 제사요. 당신은 사제에게 뭐라고 말했소?”
“‘저는 알지 못해서 주님이 금하신 일을 해서 죄를 지었습니다. 그래서 속죄하고자 합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도 그것을 아신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그것을 분명히 말할 수 없다. 모든 것을 보시는 하느님께서는 내가 내 죄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아신다’하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속으로 하는 제한이고, 부당한 핑계요. 다시는 그렇게 하지 마시오.”
“그러겠습니다, 주님. 그러면 제가 용서를 받겠습니까? 어디 가서 모든 것을 자백해야 합니까? 제가 죽인 목숨을 제 목숨으로 갚아야합니까? 저는 하느님의 용서를 받고 죽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속죄를 하기 위하여 사시오. 당신은 과부에게 남편을 돌려줄 수없고, 고아들에게 아버지를 돌려줄 수 없소…. 죽이기 전에, 증오가 지배하도록 허락하기 전에, 곰곰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일어나서 당신의 새로운 길을 걸으시오. 걸어가느라면 내 제자들을 만나게 될 거요. 만일 당신이 테쿠아에서 베들레헴으로 가면, 유다의 산에는 틀림없이 그들이 돌아다니고 있을 거요. 그들에게 예수가 당신을 보낸다고 말하고, 예수는 벳수르와 베델로 해서 오순절까지는 예루살렘에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말하시오. 엘리야, 요셉, 레위, 마티아, 요한, 베냐민, 다니엘, 이사악을 찾으시오. 이 이름들을 기억하겠소? 특히 이들에게 문의하시오. 이제는 갑시다….”
“그런데 물은 안 마시십니까?”
“나는 당신의 눈물을 마셨소. 하느님께로 돌아오는 한 영혼을! 내게는 이보다 더 위안이 되는 것이 없소.”
“그럼 저는 용서받았습니까? ‘하느님께로 돌아오는’… 이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렇소. 당신은 용서받았소. 그리고 다시는 미워하지 마시오.” 그 사람은 몸을 일으켰었기 때문에 다시 몸을 구부려 예수의 발에 입맞춤 한다.
두 사람이 사도들에게로 돌아오니, 그들은 율법학자들과 토론을 하고 있었다.
“여기 선생님이 오십니다. 선생님은 당신들에게 대답하실 수 있고, 또 당신들이 죄를 짓는다고 말씀하실 수 있소.”
“무슨 일이냐?” 하고 예수께서 물으시는데, 예수의 정중한 인사는 답례를 받지 못한다.
“선생님, 이 사람들이 질문과 놀림으로 저희 기분을 상하게 합니다….”
“귀찮은 일을 참아 견디는 것은 자비로운 일이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선생님을 모욕합니다. 이 사람들은 선생님을 경멸의 대상을 삼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망설입니다. 보시지요? 저희들은 사람들을 모으는데 성공했었는데… 이제는 누가 남아 있습니까? 여자 두세 명뿐입니다….”
“아! 아니오! 당신들은 남자 한 사람도 데리고 있소. 더러운 남자한 사람을! 이것도 당신들에게는 분수에 넘치오! 그러나 선생님, 더러운 것은 선생님께 불쾌감을 준다고 항상 말씀하신 선생님이 너무 오염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하고 젊은 율법학자가 예수 곁에 있는 거지를 가리키면서 놀린다.
“이 사람은 더럽지 않소. 이 사람은 내게 혐오감을 일으키는 더러움을 가지고 있지 않소. 이 사람은 ‘거지’요. 거지는 내게 혐오감을 주지 않소. 그의 가난은 다만 형제적인 감정에 마음의 문을 열어야만하오. 나는 도덕적 빈곤, 악취를 풍기는 마음, 갈기갈기 찢어진 영혼, 헌데 투성이의 정신을 싫어하오.”
“그런데 그 사람이 그렇지 않은지 아십니까?”
“이 사람이 하느님의 자비를 안 지금은 하느님과 그분의 자비를 믿고 바란다는 것을 아오.”
“자비를 안다구요? 그 자비가 어디에 삽니까? 우리도 가서 그 얼굴을 보게 말해 주시오. 아! 아! 모세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한 무서운 하느님은 당신이 자비로우실 때에도, 많은 세월이 지닌 그분의 준법함이 완화되었다 하더라도 무서운 얼굴을 하고 계실 것이 틀림없습니다” 하고 젊은 율법학자가 대꾸하며,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보다도 더 부정적인 웃음을 웃는다.
“당신에게 말하고 있는 내가 하느님의 자비요!”하고 예수께서 외치신다. 예수께서는 몸을 꼿꼿이 일으키셨고, 그 눈길과 몸짓의 힘은 번개가 번쩍거리는 것과 같다. 상대가 어떻게 무서워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도망은 하지 않아도 그의 빈정거림을 계속하지 못하고 입을 다무는데, 다른 사람 하나가 대신 들어선다. “오! 쓸데없는 말이 많기도 하군! 우리는 믿을 수 있기만 했으면 합니다.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믿기 위하여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선생님, 갈갈라가 우리에게 어떤 곳인지 아십니까?”
“그럼, 당신은 나를 바보 취급을 하는 거요?”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리고 약간 단조롭고 느린 성시(聖詩)를 낭송하는 투로 시작하신다. “‘그리고 여호수아는 아침 일찍 일어나 장막을 거두었다. 온 이스라엘 백성을 거느리고 세띰을 떠나, 요르단강에 다다라 거기서 사흘을 묵었다. 사흘이 지난 후에 장교들이 천막 사이를 돌아다니며 외쳤다. (레위 지파 사제들이 주 너희 하느님의 계약궤를 메고 나서는 것이 보이거든 너희도 있던 자리를 떠나 그들을 따라 가라. 그러나 너희와 계약궤 사이에는 2천자 가량의 거리가 있게 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일찌기 가본 적이 없는, 가야 할 길을 멀리서 보고 분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됐습니다! 됐어요! 학과는 아시는군요. 그럼 우리도 믿기 위해 선생님에게서 그런 기적을 보았으면 합니다. 과월절에 성전에서 우리는 선생님이 물이 불어난 강물을 멈추게 했다고 하는 뱃사공이 전한 소문을 귀가 아프도록 들었습니다. 그러면, 보잘것없는 사람을 위해서 그렇게 큰일을 하셨으니,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나은 우리들을 위하여는 제자들을 데리고 요르단강으로 내려가서, 모세가 홍해에서, 그리고 갈갈라에서 여호수아가 한 것과 같이 발을 적시지 않고 강을 건너는 기적을 행하십시오. 자! 요술은 무식한 사람들에게나 소용되지, 우리는 선생의 요술에 매혹되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선생이 에집트의 비밀과 주문(呪文)의 말투를 알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지만 말입니다.”
“나는 그런 것 필요 없소.”
“강으로 내려갑시다. 그러면 선생을 믿겠습니다.”
“‘네 주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아라!’하는 말이 있소.”
“당신은 하느님이 아니오. 당신은 보잘것없는 미치광이오. 당신은 무식한 군중들을 선동하는 사람이오. 당신은 베엘제불을 데리고 있으니 군중들을 상대할 때는 쉬운 일이오. 그러나 마귀를 쫓는 사람의 기장(記章)을 가진 우리에 대해서는 당신은 아무 것도 아닌 것보다도 못하오”하고 한 율법학자가 공격적인 어조로 말한다.”이분을 모욕하지 말게! 우리를 만족시켜 주십사고 청하게, 자네가 그렇게 취급하니까. 이분은 품위가 떨어지고 능력을 잃는 걸세. 자, 나자렛 선생님! 우리에게 증거를 하나 보여 주십시오. 그러면 선생님을 숭배하겠습니다” 하고 뱀처럼 간사한 늙은 율법학자가 말한다. 그런데 그는 다른 사람들이 공공연한 잔인성으로 그런 것보다도 그의 음흉한 아첨으로 더 적의를 나타낸다.
예수께서는 그를 바라다보신다. 그리고 서남쪽으로 몸을 돌리시고, 팔을 벌려 내미신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저기 유다의 광야가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나는 마귀에게서 주 내 하느님을 시험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사탄아, 물러가라! 하느님은 흠숭해야지, 시험해서는 안 된다고 일러졌다. 그리고 하느님을 따르려면 살과 피를 초월해야 한다’고. 나는 당신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우리를 사탄이라고 부르는 거요? 우리를? 아! 저주받은 자!” 그리고 율법의 박사들이 기보다는 오히려 깡패들과 같이 땅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돌을 집어 예수를 치려고 하며 외친다. “가시오! 가! 영원히 저주받으시오!”
예수께서는 겁내지 않고 그들을 바라다보신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독성적(瀆聖的)인 행위를 무력하게 만드시고, 겉옷을 집으시고 말씀하신다. “가자! 여보시오. 당신은 내 앞에서 걸어가시오.” 그리고 우물 있는 데로, 고백이 있었던 올리브밭 쪽으로 가셔서 그리로 들어가신다…. 그리고 괴로움에 짓눌리시어 고개를 떨어뜨리시는데, 억제할 수 없는 눈물 두 줄기가 속눈썹에서 창백한 얼굴로 흘러내린다. 그들은 큰 길에 이르렀다. 예수께서는 걸음을 멈추시고 거지에게 말씀하신다. “나는 돈을 줄 수 없소. 돈이 없으니까 당신에게 강복하오. 잘 가시오. 내가 말한 대로 하시오.”
그들은 헤어진다…. 사도들은 몹시 슬퍼한다. 그들은 말없이 몰래 서로 바라다  본다….
예수께서 율법학자 때문에 중단되었던 성시를 암송하는 어조로 다시 말씀하심으로 침묵을 깨뜨리신다. “‘그리고 야훼께서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셨다. (각 지파에서 한 사람씩 백성 가운데에서 열두 사람을 뽑아, 요르단강 한복판 사제들의 발이 머무른 곳에서 매우 단단한 돌 열두 개를 날라다가 너희들이 오늘 밤 천막을 칠 자리에 세워 놓으라고 일러라.) 그리하여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에서, 각 지파에서 한 사람씩 뽑은 열두 사람을 불러 모으고 일렀다. (너희의 하느님 야훼의 궤를 지나 요르단강 한가운데로 가서 이스라엘 지파의 수대로 사람마다 어깨에 돌 한 개씩을 메어 내 오너라. 이것이 너희 가운데 기념물로 남으리라. 훗날 너희의 자녀들이 돌들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야훼의 계약 앞에서 요르단강의 물이 끊어진 사실을 일러 주어라. 그리고 이 돌들은 그 궤가 요르단강을 건널때 강물이 끊어졌던 일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영원히 전하는 기념비라고 일러 주어라.)’” 예수께서는 숙이고 계시던 머리를 다시 드신다. 그리고 당신을 쳐다보는 열두 제자에게로 눈길을 돌리신다. 예수께서는 다른 목소리로, 즉 가장 크게 슬프실 때의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그리고 계약궤는 강속에 있었다. 그리고 그 물을 거룩하게 하기 위하여, 강바닥에 머물러 있는 계약궤 때문에 거룩하게 되었던 것보다도 거룩하게 하기 위하여 물속에 있던 말씀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물이 갈라지지 않고, 하늘이 갈라졌었다. 그리고 말씀은 돌 열들을 택하였다. 그 돌들은 세상 마칠 때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매우 단단한 돌을 골랐다. 또 그 돌들은 새 성전과 영원한 예루살렘에 쓰일 주춧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열둘, 이것을 기억하여라. 이것이 수이어야 한다. 그리고 말씀은 둘째 증언을 위하여 다른 열두 사랑도 택하였다. 첫번 목자 제자들과, 문둥병자 아벨과, 불구자 사무엘과 처음에 병이 고쳐져서 고맙게 여기는 사람들이다… 역시 매우 단단한 돌들이다. 그것은 하느님을 미워하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견디어 내야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미워하는!….”
이스라엘의 냉혹을 슬퍼하실 때의 예수의 목소리는 얼마나 고민하고 약해지고, 거의 억양이 없는 목소리인가! 예수께서는 말씀을 이으신다. “강 속에서는 세월과 사람이 기념이 되는 돌들을 흩어 놓았다…. 땅에서는 증오가 내 열두 제자를 흩어 놓을 것이다. 강변에서는 세월과 사람들이 기념하는 제단을 무너뜨렸다…. 첫번째 돌들과 두번째 돌들은, 지옥에만 있지 않고 사람들 안에도 있는 마귀들의 증오 때문에 온갖 종류의 일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 돌들 중의 이러저러한 것들은 나를 죽이는데 소용되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내게 맞서는 돌들 가운데에, 여호수아가 골랐던 매우 단단한 돌의 깨진 조각이 없다고 누가 내게 말하겠느냐? 매우 단단하고! 적대적인 돌들! 오! 매우 단단한 돌들이다! 내 제자들 가운데에서도 갈라져서, 나를 짓밟는 마귀들에게 인도(人道) 노릇을 하고… 나를 치기 위하여 조약돌이 되고… 그래서 내가 선택한 돌이 아니라…사탄이 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오! 사촌 야고보! 이스라엘은 그의 구세주에 대해서 대단히 냉혹하구나!” 그러면서, 당신을 압도하는 어떤 낙담으로 짓눌리시는지 예수께서는 알패오의 야고보의 어깨에 기대어 그를 껴안으면서 우신다…. 이런 일은 도무지 본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