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헤브론 가는 길로 얼마 동안 돌아오면 그들을 만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제발 두 사람씩 두 사람씩 산길로 해서 그들을 찾아가거라. 여기서 솔로몬의 못에까지, 그리고 거기서 벳수르까지. 우리는 너희를 따라가겠다. 여기가 그의 방목(放牧) 구역이다.” 이렇게 주님이 열 두 사도에게 말씀하신다. 그래서 나는 예수께서 목자들 말씀을 하시는 것임을 알아차린다.
사도들은 각기 자기가 좋아하는 동료와 같이 떠날 준비를 한다. 다만 거의 떨어질 수 없는 요한과 안드레아의 짝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들이 둘 다 가리옷 사람에게 가서 “나는 자네와 같이 가겠어.” 하고 말하고, 유다는 “그래 안드레아, 같이 가세. 이렇게 하는 게 더 나아, 요한. 자네와 나는 둘 다 벌써 목자들을 아는 사람이니까, 자넨 다른 사람하고 같이 가는 게 더 나아.” 하고 대답하였기 때문이다.
“그럼 젊은이는 나하고 가세.” 하고 베드로가 제베대오의 야고보를 떠나면서 말한다. 야고보는 군말없이 토마와 같이 간다. 그리고 열성당원은 유다 타대오와 같이 가고, 알패오의 야고보는 마태오와 같이, 떨어질 수 없는 필립보와 바르톨로메오가 같이 간다. 어린 아이는 예수와 마리아들과 같이 있다.
숲과 풀밭 따위로 온통 푸른 빛인 산 가운데로 난 길은 시원하고 아름답다. 새벽의 황금색 빛을 받으면 방목지로 가는 양떼들을 만난다.
방울 소리가 들릴 때마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중단하시고 바라다보신다. 그리고 베들레헴의 목자 엘리야가 이 근처에 있느냐고 목자들에게 물으신다. 이제는 엘리야의 별명이 “베들레헴 사람” 이라는 것을 알겠다. 다른 목자들도 베들레헴 출신이지만 이 별명은 당연히 그의 것이거나 또는 경멸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점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목자들은 양떼를 멈추고 시골식 피리 불던 것을 그만두고 대답한다. 젊은 목자들은 거의 모두가 갈대로 만든 그 원시적인 피리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마륵지암은 넋을 잃는다. 마침내 마음씨 좋은 한 늙은 목자가 손자의 피리를 그에게 주면서 “얘는 다른 걸 하나 만들어 가질 거다.” 하고 말하니, 마륵지암은 지금 당장은 피리를 사용할 줄 모르니까 그 악기를 어깨에서 허리로 비스듬히 메고 가면서 기뻐한다.
“목자들을 만났으면 참 좋겠는데!” 하고 성모님이 큰 소리로 말씀하신다.
“틀림없이 만날 것입니다. 이 계절에는 그 사람들이 언제나 헤브론 쪽에 있으니까요.”
어린 아이는 아기 예수를 본 그 목자들에게 흥미를 느껴 성모님께 수없이 많은 질문을 하는데, 성모님은 참을성 있고 친절하게 대답해 주신다.
“그렇지만 왜 그 사람들에게 벌을 주었어요? 그 사람들은 좋은 일만 했는데요?” 그들의 불행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렇게 묻는다.
“사람은 사실은 다른 사람이 범한 죄를 죄없는 사람들이 했다고 비난해서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자주 있어서 그런 거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여전히 착한 사람으로 있었고 용서할 줄을 알았기 때문에 예수님이 그 사람들을 몹시 사랑하시는 거다. 언제나 용서할 줄을 알아야 하는 거다.”
“그렇지만 죽임을 당한 저 모든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헤로데를 용서할 수 있었을까요?”
“그 어린이들은 순교자란다, 마륵지암아. 그리고 순교자들은 성인이다. 그 어린이들은 그들을 죽인 사람을 용서할 뿐 아니라, 그 사람이 그들에게 하늘의 문을 열어 주었기 때문에 그 사람을 사랑한단다.”
“아니 그럼, 그 어린이들은 하늘에 가 있나요?”
“지금 당장은 아니다. 그 어린이들은 고성소에 가 있는데, 거기서 성조들과 의인들을 기쁘게 한다.”
“왜요?”
“그것은 그 어린이들이 피로 붉게 물든 영혼으로 가서 ‘저희가 왔어요. 저희는 구세주 그리스도의 심부름꾼입니다. 구세주께서 벌써 세상에 오셨으니까 기다리는 여러분은 기뻐하십시오.’ 하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어린이들이 기쁜 소식을 가져갔기 때문에 모든 이가 그 어린이들을 사랑한다.”
“기쁜 소식은 예수님의 말이기도 하다고 제 아버지가 말했어요. 그럼 아버지가 기쁜 소식을 세상에 전하고 나서 고성소에 가고, 또 나도 가면, 그 분들이 우리도 사랑할까요?”
“얘야, 너는 고성소에 가지 않을 거다.”
“왜요?”
“예수님이 하늘에 돌아가셔서 하늘의 문을 열어놓으셨을 터이니까, 죽을 때에 착한 사람은 모두 곧 하늘로 간다.”
“그럼 나도 착하게 살겠어요, 약속해요. 그럼 요나의 시몬은요? 아버지도 가지요? 나는 두 번 고아가 되긴 싫어요.”
“아버지도 가신다, 염려 말아라. 그러나 하늘에는 고아가 없다. 우리는 하느님을 모시고 있는데, 하느님은 전부이시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도 고아가 아니다. 아버지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니까.”
“그렇지만 어머니가 낮 동안에 가르쳐 주시고 밤에는 엄마가 가르쳐 주는 기도, 그러니까 두 분이 내게 가르쳐 주신 기도에서 예수님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하고 말씀하셔요. 그런데 우리는 아직 하늘에 가지 못했는데, 어떻게 아버지와 함께 있어요?”
“얘야, 그건 하느님께서 어디에나 다 계시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태어나는 어린 아이와 죽는 노인을 지켜 주신다. 지금 태어나는 어린 아이는 이 세상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난다 해도 그 위에 하느님의 눈길이 있고 하느님의 사랑이 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그것을 가지게 된다.”
“그가 도라같이 고약한 사람이라두요?”
“그래.”
“그렇지만 착하신 하느님이 몹시 고약하고 우리 할아버지를 울게 하는 저 도라를 사랑하실 수 있어요?”
“하느님께서는 그 사람을 분개해서 고통스럽게 바라다보신다. 그러나 그 사람이 뉘우치면 비유에 나오는 아버지가 뉘우치는 아들에게 하는 것과 같은 말을 그 사람에게 하실 것이다. 너는 그 사람이 뉘우치도록 기도해야 할 거다. 그리고 …”
“아이고! 안 돼요 어머니! 나는 그 사람이 죽으라고 기도하겠어요!!!” 하고 어린아이는 격분하여 말한다. 비록 그의 격노가 별로 … 천사 같은 것은 아니지만, 그 과격함이 하도 심하고 하도 진정이어서 다른 사람들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 다음 성모님은 다시 당신의 선생으로서의 부드러우면서도 진지한 태도를 취하고 말씀하신다. “아니다, 얘야, 너는 죄인에 대해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하느님께서는 네 청을 안들어주시고 너를 엄하게 바라보기까지 하실 거다. 우리는 이웃이 대단히 고약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대로 큰 행복을 빌어 주어야 한다. 생명은 행복이다. 생명은 사람에게 하느님의 눈에 공로를 얻을 가능성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이 고약하면, 그 사람은 죄밖에 얻지 못해요.”
“그 사람이 착해지도록 기도하는 거다.”
아이는 곰곰히 생각한다. … 그러나 이 숭고한 교훈이 그에게는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도라는 내가 기도를 드려도 착해지지 않을 거예요. 그 사람은 너무 고약해요. 베들레헴의 어린이 순교자 모두가 나하고 같이 기도를 해도 그 사람은 고약한 대로 있을 거예요. 어머니는 모르세요. … 어머니는 모르세요. … 하루는 할아버지가 일하는 시간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쇠막대기로 때렸다는 걸요? … 할아버지는 몸이 불편해서 일어날 수가 없던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은 … 할아버지를 때리고 나서 죽은 줄 알고 내버려두고 얼굴을 발길로 걷어찼어요. … 나는 울타리 뒤에 숨어 있었기 때문에 봤어요. … 나는 이틀째나 아무도 빵을 갖다 주지 않아서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아서 거기까지 갔었어요. … 나는 할아버지가 수염이 피투성이가 되고 죽은 사람처럼 땅에 누워 있는 그런 처지에 있는 것을 보고 울고 있었기 때문에 누가 나 우는 소리를 들을까 봐 달아나야 했어요. … 나는 빵을 빌어 먹으려고 울면서 갔어요.
… 그렇지만 그 빵은 늘 여기에 가지고 있어요. … 그리고 이 빵은 우리 할아버지의 피와 눈물, 내 눈물맛이 나고, 또 몹시 괴롭힘을 당해서 괴롭히는 사람들을 사랑할 수 없는 모든 사람의 눈물 맛이 나요. 나는 도라를 때려서 매가 어떤 건지 알게 하고 싶어요. 빵을 주지 않고 내버려두어서 배고픈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하고, 해가 쨍쨍 내리쬐는 데에서나 진흙탕 속에서 감시인들의 위협을 받으며 먹지도 못하고 일하게 해서 그 사람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당하게 하는 것이 어떤 건지 알게 하고 싶어요. …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어요. 그건 … 그 사람이 우리 거룩한 할아버지를 죽이기 때문이예요. 그리고 내가 선생님들을 만나지 못했으면 지금 누구의 손아귀에 들어 있겠어요?” 어린 아이는 괴로움으로 몸을 뒤틀고, 부르짖고, 울고, 몸을 떨고, 마음이 격동하여, 그가 저주하는 사람을 때릴 수가 없으므로 꼭 쥔 작은 주먹으로 허공을 때린다.
여자들은 깜짝 놀라고 깊이 감동하여 아이를 진정시키려고 애쓴다. 그러나 아이는 정말 고통으로 흥분해 있어서 아무 말도 듣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외친다. “나는 할 수 없어요, 그 사람을 사랑하고 용서할 수 없어요. 나는 모든 사람을 대신해서 그 사람을 미워해요, 미워하고 미워하고 또 미워해요! …”
그는 보기가 민망하고 무섭다. 그것은 너무나 고통을 당한 인간의 반발이다. 그리고 예수께서도 그것을 말씀하신다. “도라의 가장 큰 죄는 죄없는 사람이 미워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
그러나 그러신 다음 어린 아이를 안으시고, 그에게 말씀하신다. “마륵지암아, 내 말을 들어라. 너는 어느 날 엄마와 아빠와 형제들과 할아버지와 같이 가기를 원하지?”
“예 …”
“그러면 아무도 미워해서는 안 된다. 미워하는 사람은 하늘에 들어가지 못하는 거다. 너는 지금 도라를 위해 기도할 수가 없니? 그럼 기도하지 말아라. 그러나 미워하지도 말아라. 네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 절대로 과거를 생각하려고 뒤돌아보아서는 안 된다 ….”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고통을 당하는데, 그건 과거가 아니예요 ….”
“마륵지암아, 그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기도하도록 해보아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제가 무엇을 바라는지 생각하십시오 …’ 하고. 너는 아버지께서 네 청을 아주 잘 들어 주시는 것을 보게 될 거다. 혹 네가 도라를 죽인다해도 너는 어떻게 하겠니? 너는 하느님의 사랑과 하늘과 네 아빠 엄마와의 결합을 잃을 것이고 네가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고생을 덜어드리지도 못할 것이다. 너는 매우 작아서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하실 수 있다. 하느님께 그 말씀을 드려라. 하느님께 이렇게 말씀드려라. ‘하느님은 제가 얼마나 할아버지를 사랑하고 불행한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지 아십니다.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는 하느님이 그것을 생각해 주십시오.’ 하고. 뭐라고? 너는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지 않니? 그렇지만 기쁜 소식은 사랑과 용서에 대해서 말한다! 만일 네가 사랑하고 용서할 줄을 모르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미워하지 말고, 용서해라.’하고 말할 수 있겠니? 하느님께서 하시는 대로 맡겨드려라, 맡겨드려. 그러면 하느님께서 얼마나 모든 일을 잘 처리하시는지 알게 될 거다. 그렇게 하겠니?”
“선생님을 사랑하니까 그렇게 하겠어요.”
예수께서는 아이에게 입맞춤하시고 땅에 내려놓으신다. 문제가 해결되었고 길도 다 왔다. 참으로 거창한 작품인 산의 바위를 파서 만든 세 개의 못의 매우 맑은 수면과 폭포가 반짝인다. 폭포는 첫번째 못에서 그보다 더 큰 둘째 못으로 떨어지고, 거기서 셋째 못으로 떨어지는데, 이 못은 진짜 작은 호수 같고 거기에서 관을 통하여 물이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들로 간다. 그러나 이 지방의 땅의 습기로 인하여, 산은 수원(水源)에서 못들에 이르기까지, 또 못들에서 평야에 이르기까기 놀랄만큼 기름지다. 들꽃 중에서 가장 다양한 꽃들이 향기롭고 드문 초목들과 동시에 푸르른 비탈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여기에는 사람이 정원꽃들과 향기로운 초목의 씨를 뿌린 것 같다. 그것들은 따뜻하게 하는 햇볕을 받아 육계(肉桂)와 장뇌(樟腦)와 카네이션과 라벤더의 향기와 그 밖에 잘 스며드는 강하고 감미로운 향기 따위, 이 세상의 가장 좋은 향기들을 더할 수 없이 기묘하게 혼합해서 공중에 발산한다. 그것은 실제로 초목과 꽃들의 다양한 색채와 기분 좋은 발산물의 시(詩)이기 때문에 향기의 교향악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모든 사도가 어떤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데, 그 나무에는 엄청나게 큰 흰 에나멜로 만든 방울 같은 이름을 알 수 없는 큰 흰꽃이 만발하였다. 그 꽃들은 늘어진 장식같이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흔들리고, 흔들릴 때마다 많은 향기를 내뿜는다. 나는 그 나무의 이름을 모르겠다. 꽃은 칼라브리아에 있는, 그 곳 사람들이 “보따로” 하고 부르는 소관목의 꽃을 연상시키는데 나무 줄기는 분명히 그 나무가 아니다. 이 나무는 줄기가 튼튼하고 키가 큰 나무이지 소관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사도들을 부르시니 그들은 달려온다. “저희들은 거의 즉시 장에서 돌아오는 요셉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들이 오늘 밤에는 모두 벳수르에 있답니다. 저희들은 큰 소리로 서로 불러서 모여 가지고 시원한 여기에 자리잡았습니다.” 하고 베드로가 설명한다.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꼭 정원 같아요! 저희들은 이 곳이 자연 그대로냐 아니냐 하고 토론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의 의견은 이렇고, 어떤 사람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하고 토마가 말한다.
“유다의 땅에도 이런 경탄할 만한 것들이 있단 말이야.” 하고 모든 것을 가지고, 심지어 꽃과 초목을 가지고도 뽐내는 가리옷 사람이 말한다.
“그래. 그렇지만 … 만일 예를 들어 티베리아의 요안나의 정원이 돌보지 않아 원시적인 것이 되면, 갈릴래아에도 폐허 속에 놀랄 만큼 찬란한 장미꽃들이 있게 될 거야.” 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대꾸한다.
“그리고 네 말도 틀리지 않는다. 솔로몬의 정원들이 있던 곳이 이 지방인데, 그 정원들은 그의 궁궐과 마찬가지로 그 시대의 세상에서 유명하였다. 어쩌면 솔로몬이 여기에 생겨나게 한 모든 아름다움을 거룩한 도읍에 적용하면서 여기서 아가(雅歌)를 구상했는지도 모른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럼 내 말이 맞았었지!” 하고 타대오가 말한다.
“네 말이 옳았어.” 하고 다른 사촌 야고보가 말한다. “선생님, 아세요? 타대오는 정원의 개념과 못(池)의 개념을 합치면서 전도서를 인용하며 이렇게 말하면서 끝마쳤어요. ‘그렇지만 그는 세상만사가 헛되다는 것과 내 예수의 말을 빼놓고는 태양 아래 계속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하고요.:
“고맙다. 그러나 솔로몬에게도 감사하자. 원래의 꽃들이 그에게서 오건 안 오건, 초목들과 사람들에게 물을 대주는 못들은 틀림없이 그에게서 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를 축복하자. 그러면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꽃이 핀 회당을 만들어 놓은 저 큰 들장미나무에까지 가자. 거기서 쉬기로 하자. 우리는 이제 길을 거의 반쯤 왔다.” …
… 그리고 오후 세 시쯤, 잘 가꾸어진 이 지방의 나무 그림자가 길어질 때에 다시 길을 떠난다. 사람들은 어마어마하게 큰 식물원을 지나가는 줄로 생각한다. 여러 가지 종류의 식물이 줄기나 열매나 아름다움으로 소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농부들이 사방으로 돌아다니지만 지나가는 사도들의 무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하기는 사도들의 집단이 유일한 집단이 아니다. 과월절 명절을 지내고 돌아가는 다른 히브리인 집단들도 길을 가고 있다.
길은 산을 깎아 만든 것이지만 꽤 좋은 상태이고, 펼쳐지는 경치가 걸음의 단조로움을 깨뜨린다. 개울과 급류들이 은빛 액체의 구두점(,)을 찍어 놓고 말들을 써 놓고는 이어 수 없이 많이 교차되는 굽이들에서 그 말들을 노래하는데, 이 물굽이들은 수풀 속으로 퍼져 들어가거나 동굴 속으로 숨었다가 더 아름답게 되어서 다시 나온다. 개울과 급류들은 즐거워하는 어린이들처럼 나무와 바위와 장난을 하는 것 같다. 이제는 완전히 명랑해진 마륵지암까지도 장난을 하고, 새들 흉내를 내느라고 피리를 불어 본다. 그러나 정말이지 그것은 노래가 아니라 대단히 귀에 거슬리는 음률이 맞지 않는 초라한 소리여서 일행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사람들의 귀에 몹시 거슬리는 것 같다. 즉 바르톨로메오에게는 나이 때문에 그렇고, 가리옷의 유다에게는 다른 이유들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아무도 자기 생각을 분명히 말하지 않고 어린 아이는 이리저리 깡총깡총 뛰어 다니면서 계속한다. 두 번만, 숲 속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을 가리키면서 “우리 동네예요?” 하고 말하고는 얼굴이 아주 창백해진다. 그러나 아이를 아주 가까이 데리고 가는 시몬이 “너희 동네는 여기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이리 오너라, 이리 와서 저 아름다운 꽃들을 꺾어서 어머님께 갖다 드리자.” 하고 대답한다. 이렇게 해서 아이의 추억에서 정신을 딴 데로 돌리게 한다.
벳수르가 그 언덕 위에 나타날 때에는 황혼이 깃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리로 가기 위하여 들어선 덜 중요한 길에는 즉시 양떼들이 나타나고, 양떼들과 더불어 목자들이 달려온다. 그러나 엘리야는 성모님도 계신 것을 보자 놀라서 팔을 쳐들고, 감히 자기 눈을 믿으려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서 있다.
“엘리야,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틀림없는 나입니다. 당신에게 약속을 했었는데, 예루살렘에서 우리가 만날 수가 없었어요. … 그렇지, 이제 그 생각은 하지 맙시다. 지금 우리가 만났으니까요.” 하고 성모님이 다정스럽게 말씀하신다.
“아이고! 어머님! 어머님! …” 엘리야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모른다. 그러나 마침내 이런 말을 찾아냈다. “자, 제 과월절은 지금 여기서 보냅니다. 그건 매한가집니다. 아니 한층 더 낫습니다.”
“그렇구말구요. 엘리야, 우리는 장사에서 이익을 보았으니까 어린 새끼양 한 마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오! 저희 초라한 식탁의 손님이 되어 주십시오 …” 하고 레위가 말하고 요셉도 말한다.
“오늘 저녁은 우리가 피곤합니다. 내일로 하지요. 이거 보세요. 사무엘의 아브라함의 아내 엘리사라는 여자를 아세요?”
“예, 그 여자는 벳수르의 그의 집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브라함은 죽었고, 지난 해에는 그의 두 아들도 죽었습니다. 첫째 아들은 갑자기 몸이 불편해졌었는데, 무슨 병으로 죽었는지는 도무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둘째는 천천히 쇠약해졌는데, 아무것도 병을 멎게 하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새 어미염소의 젖을 갖다 주었습니다. 그것이 병자에게 좋다고 의사들이 말했기 때문입니다. 병자는 모든 목자들에게서 오는 양젖을 굉장히 많이 먹었습니다. 가엾은 어머니는 양떼 속에 처음으로 젖이 나는 염소를 가진 목자이면 누구한테나 젖을 구하러 사람을 보냈었으니까요. 그러나 그것은 아무 소용도 없었습니다. 저희가 평야로 돌아왔을 때에는 그가 먹지를 못하게 되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아달달에 돌아왔을 때는 병자가 두 달 전에 죽었다고 했습니다.”
“불쌍한 친구! 엘리사는 성전에서 나를 무척 사랑했어요. … 우리는 조상이 같았고 … 엘리사는 마음이 착했어요. 엘리사는 어려서부터 약혼했던 아브라함과 결혼하려고 나보다 2년 먼저 성전을 떠났어요. 그리고 맏아들을 주님께 바치려고 엘리사가 성전에 왔던 일이 기억나요. 엘리사는 나를 부르게 했어요. 나만이 아니었지만, 나 혼자만을 더 오래 보기를 원했어요. … 그런데 지금은 혼자이군요. … 오! 내가 빨리 가서 위로해 주어야 해요! 당신들은 여기 있어요. 가기는 엘리야와 같이 가서 나 혼자만 들어갈 겁니다. 고통은 존중받기를 원합니다 ….”
“어머니, 저도 안 됩니까?”
“너는 언제든지.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 얘야, 너도 안 된다. 엘리사에게는 그것이 고통이 될 것이다. 자, 예수야, 가자!”
“마을 광장에서 우리를 기다려라. 밤에 머물 곳을 구하여라. 갔다 오마.” 하고 예수께서 모두에게 명령하신다.
그리고 엘리야만 데리고 예수와 성모님은 문이 꼭 닫혀 있는 조용한 어떤 큰 집에까지 가신다. 목자가 그의 지팡이로 문을 두드린다. 하녀가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누구냐고 묻는다. 성모님이 앞으로 나아가시며 말씀하신다. “나자렛에서 온 요아킴의 딸 마리아와 그의 아들 예수네. 주인 마님께 그렇게 말씀드리게.”
“소용없습니다. 마님은 아무도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울면서 죽어가고 있어요.”
“해보게.”
“안 됩니다, 제가 마님의 마음을 딴 데로 돌려보려고 하면 어떻게 쫓아내는지 저는 압니다.마님은 아무도 보기를 원치 않고, 아무에게도 말하기를 원치 않습니다. 아들들의 추억하고만 말하고 있어요.”
“가보게, 여보게, 이건 명령일세. 가서 이렇게 말씀드리게. ‘나자렛의 어린 마리아, 성전에서 마님의 딸이었던 분입니다 ….’ 하고. 마님이 나를 원한다는 것을 보게 될 걸세.”
여자는 머리를 저으면서 간다. 성모님은 아드님과 목자에게 설명하신다.
“엘리사는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었어. 엘리사는 유산상속 문제 때문에 에집트에 간 약혼자를 성전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예사롭지 않은 나이가 될 때까지 성전에 남아 있었다. 나보다 열 살쯤 위이다. 여선생님들은 제일 나이어린 생도들에게 더 나이많은 생도들을 주어서 지도를 받게 하는 관습이 있었다. … 그래서 엘리사가 내 동무이면서 선생이었다. 엘리사는 마음이 착했다. 그리고 … 저기 여자가 오는구나.”
과연 하녀가 깜짝 놀라 달려와서 큰 대문을 활짝 열고 말한다. “들어오십시오, 들어오세요!” 그리고 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마님을 그 방에서 나오게 하시는 부인은 축복받으십시오.”
엘리야는 물러서고 성모님은 아드님과 함께 들어가신다.
“그렇지만 이 남자분은 정말 … 제발! 레위와 같은 나이 또래거든요 ….”
“들어가게 가만두게. 내 아들이야, 내 아들이 마님을 나보다 더 잘 위로할 거야.”
여자는 어깨를 으쓱 들먹이고는 두 분의 앞장을 서서 아름답기는 하지만 쓸쓸한 집의 긴 현관을 지나간다. 모든 것이 깨끗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죽은 것 같다 ….
키는 크지만 어깨가 많이 굽은, 컴컴한 빛깔 옷을 입은 여자가 어슴푸레한 복도로 해서 온다.
“엘리사 언니! 사랑하는 엘리사 언니! 나예요, 마리아!” 하고 성모님이 마주 뛰어가서 그 여자를 껴안으시며 말씀하신다.
“마리아? 네가 … 나는 너도 죽은 줄 알았었는데. 얘기를 들었었는데 … 그게 언제더라? 이젠 알지 못하겠어. … 난 여기 머리 속에 빈 데가 있어. … 동방 박사들이 왔다 간 다음에 너도 많은 어머니들과 같이 죽었다고 누가 말해 주었었다. 그렇지만 네가 구세주의 어머니라는 말을 누가 했었지?”
“아마 목자들이 …”
“오! 목자들!” 그러면서 엘리사는 울음을 터뜨린다. “그 이름을 말하지 말아라. 그 이름은 레위의 생명에 대한 최후의 소망을 회상시켜 준다. 그렇지만 … 맞았어. … 어떤 목자가 구세주 이야기를 내게 해주었고, 그래서 메시아가 있다고 하는 요르단 강 근처로 내 아들을 데리고 갔다. 그렇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단다. … 그리고 내 아들은 돌아와서 죽었어. … 피로와 추위 … 내가 그 애를 죽였다. … 그렇지만 그 애를 죽이려고 한 것은 아니다. 나는 메시아가 병자들을 고친다고 생각했었다. … 그래서 그렇게 한 것이었다. … 그런데 지금은 내 아들이 저를 죽였다고 나를 비난한단다 ….”
“엘리사 언니, 아니예요. 그건 상상이예요. 내 말을 들어보세요. 나는 오히려 언니의 아들이이렇게 말하면서 내 손을 잡은 것으로 생각해요. ‘제 사랑하는 어머니를 찾아가 보세요. 어머니에게 구세주를 데려다 주세요. 저는 세상에서 보다 여기서 더 잘 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어머니의 슬픔의 말만 듣고, 제가 입맞춤을 하면서 가만히 하는 말은 듣지 못합니다. 가엾은 어머니는 마귀 들린 것 같아요. 마귀는 어머니와 제가 떨어져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어머니를 실망으로 몰아가고 있어요. 어머니가 체념하고,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선을 위해서 하신다고 믿으면 저희가 아버지와 형과 같이 영원히 함께 있게 될 터인데 말입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하실 수 있습니다.’ 하고. 그래서 내가 왔어요. … 예수하고 … 만나보지 않겠어요? …” 성모님은 여전히 불행한 여자를 안으시고 반백의 머리에 입맞춤을 하시면서 성모님만이 하실 수 있는 다정스러운 말씨로 말씀하셨다.
“아이고! 그게 정말이라면! 그렇지만 왜, 왜 다니엘이 너를 만나러 가서 더 일찍 오라고 말을 하지 않았었니? … 그렇지만 전에 누가 내게 와서 네가 죽었다는 말 했지? … 기억이 안 나 … 기억이 안 난단 말이야. … 아마 내가 메시아께로 가는 걸 너무 기다린 것이 그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메시아가 돌아가셨고, 너도, 베들레헴에서 죽었다는 말을 누군가가 해주었었다 ….”
“누가 언니한테 그 말을 했는지 찾지 말아요. 이리 와서 보세요, 내 아들이예요. 내 아들한테 갑시다. 언니의 아이들과 마리아를 기쁘게 해주어요. 언니가 이런 것을 보고 우리가 괴로워한다는 걸 언닌 알아요?” 그러면서 엘리사를 어두운 구석에 계시던 예수께로 데리고 가신다. 예수께서는 이제야 비로소 하녀가 높은 궤 위에 켜 놓은 등불 아래로 나아오신다.
불쌍한 여인이 고개를 든다. … 그 때에야 나는 그 여자가 경건한 여인들과 같이 갈바리아산에도 있었던 엘리사인 것을 알게 되었다. 예수께서는 오직 사랑뿐인 권유의 몸짓으로 두 손을 엘리사에게로 내미신다. 불행한 여인은 조금 항거하다가 두 손을 예수께 맡기고 결국 예수의 가슴에 몸을 내맡기면서 탄식한다. “레위가 죽은 것이 제 탓이 아니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말씀해 주세요! 그 애들이 영원히 지옥에 가지 않았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멀지 않아 제가 그 애들과 같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
“예, 그러지요. 이거 보세요. 아주머니가 내 품에 안겨 있는 지금 그들은 더 없이 기뻐하고있습니다. 내가 오래지 않아 그들에게로 갈 것입니다. 그때에 내가 그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합니까? 아주머니가 주님께 맡기지 않는다고 말할까요? 내가 이렇게 말해야 합니까? 그렇게도 용맹하고 그다지도 지혜로운 이스라엘의 여인들, 다윗의 여인들에게 아주머니는 그것이 진실이 아니었음을 반증해야 합니까? 아닙니다. 아주머니는 괴로워합니다. 그러나 아주머니가 혼자서 고통을 당했기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아주머니의 고통과 아주머니와 단독으로 아주머니와 아주머니의 고통 단독으로. 그래서 그 무게를 감당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아주머니는 죽음이 우리에게서 빼앗아 간 사람들에 대한 희망의 말을 이제는 머리 속에 가지고 있지 않으세요? ‘나는 너희들을 무덤에서 나오게 하여 이스라엘 땅으로 데려오겠다. 그러면 너희들은 내가 너희 무덤을 열고 너희들을 무덤에서 꺼내 주었을 때 내가 주님이라는 것을 너희가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너희들에게 내 영을 부어주면 너희들은 생명을 가질 것이다.’ 주님 안에 잠든 사람들에게 이스라엘의 땅은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나는 하느님의 나라를 열어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줄 것입니다.”
“제 다니엘에게두요? 제 레위에게두요? … 레위는 죽음을 몹시 싫어했습니다! … 그 애는 엄마와 멀리 떨어져 있게 된다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죽어서 무덤 속의 그 애 곁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
“그러나 그들에게서 살아 있는 것으로는 그들이 거기에 있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아주머니의 말을 들을 수 없는 죽은 물건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들은 기다리는 곳에 가 있어요.”
“그렇지만 정말 그렇습니까? 아이고! 제 일로 눈살을 찌푸리지 마십시오. 제 기억력은 제 슬픔 속에서 녹아버렸습니다! 제 머리에는 제 아들들의 눈물과 헐떡거리는 소리가 꽉 차 있습니다. 그 헐떡거리는 소리! 그 헐떡거리는 소리라니! … 그 때문에 제 뇌가 녹아버렸습니다. 이 속에는 그 헐떡거리던 소리밖에 없습니다 ….”
“그렇지만 나는 거기에 생명의 말을 넣어 드리겠습니다. 나는 생명이기 때문에, 죽음의 요란한 소리가 있는 곳에 생명의 씨를 뿌리겠습니다. 대 유다 마카베오가 죽은 사람들은 부활하기로 되어 있고, 그래서 마땅한 제사로 그들에게 평화의 시간을 앞당겨 주어야 한다는 옳은 생각으로 죽은 사람들을 위해 제사를 드리기를 원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만일 유다 마카베오가 부활을 확신하지 않았다면 죽은 사람들을 위해 자기도 기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기도를 시켰겠습니까? 이와 반대로 유다 마카베오는 씌어진 것과 같이 경건하게 죽은 사람들에게는 큰 상이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주머니의 아들들이 틀림없이 그렇게 죽었을 것처럼 말입니다. … 아주머니가 그렇다고 말하는 것을 아시겠어요? 그러니까 실망하지 마세요. 그보다도 내가 아주머니의 죽은 아들에게 가기 전에 그들의 죄가없어지도록 그들을 위해 거룩하게 기도하세요. 그러면 잠시도 기다리지 않고 나와 함께 하늘에 갈 것입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어서 인도하고 진리를 말하고, 내 진리를 믿고 나를 따르는 사람에게 생명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거 보세요. 아주머니의 아들들이 메시아가 오는 것을 믿었습니까?”
“주님, 그러믄요. 그 믿음을 제게서 배웠었습니다.”
“그리고 레위는 내 의지의 결과로 그의 병이 나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까?”
“예, 주님, 저희들은 주님을 바랐습니다. 그러나 … 그것이 그 애에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애는 많이 바라다가 낙담해서 죽었습니다 ….” 여인의 울음이 전보다는 더 조용하게 다시 시작된다. 그러나 그전의 격정에서보다도 지금의 침착 속에서 오히려 더 비탄에 잠긴 눈물이다.
“그것이 소용없었다고 말하지 마세요. 나를 믿는 사람은 죽었을지라도 영원히 살 것입니다. … 아주머니, 밤이 되어갑니다. 나는 사도들에게 갑니다. 어머니, 저 혼자 가겠습니다 ….”
“아이고! 주님도 계십시오! … 주님이 떠나 가시면 그 고민에 다시 사로잡힐까 봐 겁이 납니다. 주님의 말씀에 폭풍우가 겨우겨우 가라앉기 시작하는데요 ….”
“염려 마세요! 마리아가 아주머니와 함께 있겠습니다. 내일 또 오겠습니다. 나는 목자들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아주머니 집 근처에 오라고 말해도 됩니까?”
“아이고! 그러믄요. 그 사람들이 작년에도 제 아들 때문에 왔었습니다. … 집 뒤에는 정원이 있고, 또 촌스러운 마당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 그때 하던 대로 양떼들을 모으러 그리 와도 됩니다 ….”
“좋습니다. 또 오겠습니다. 착한 마음씨를 가지세요. 성전에서 마리아가 아주머니에게 맡겨졌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나도 어머니를 오늘밤 아주머니에게 맡깁니다.”
“예, 안심하십시오. 제가 마리아를 보살피겠습니다. … 마리아의 저녁 잠자리를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 제가 이런 것을 생각하지 않게 된 것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릅니다! 마리아, 레위가 앓는 동안 그렇게 한 것처럼 내 방에서 자겠니? 나는 내 아들의 침대에서, 너는 내 침대에서. 그러면 그 애의 조용한 숨소리를 듣는 것 같을 거다. … 그 애는 늘 내 손을 잡고 있었다 ….”
“그러겠어요, 엘리사 언니. 그리고 그 전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요.”
“아니다, 너는 피곤하니, 너는 자야 한다.”
“언니도 …”
“오! 나야! 난 몇 달째 잠을 안 잔다. … 나는 울고 … 또 울어. … 다른 일을 할 줄 모른단다 ….”
“반대로 오늘 밤에는 우리가 기도를 하고 잠자리에 듭시다. 그리고 주무세요. … 우리도 손을 마주 잡고 잡시다. 아들아, 가도 괜찮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기도해 다오 ….”
“두 분께 축복합니다. 평화가 두 분과 함께 그리고 이 집에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하녀와 같이 나가신다. 하녀는 깜짝 놀란 채 이렇게 되풀이해서 말하기만한다. “주님, 기막힌 기적입니다! 기막힌 기적이예요! 여러달이 지난 오늘에야 마님은 말을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 아이고! 이게 웬일입니까! … 사람들은 마님이 미쳐서 죽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 그래서 저는 마님이 착하시기 때문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렇네, 마님은 착하시네. 이 때문에 하느님께서 오셔서 마님을 도와주실걸세. 아줌마, 안녕. 당신에게도 평화가 있기를.”
예수께서는 어둑어둑한 거리로 나오신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