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힌논의 문둥병자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는 것을 보지는 못하였고, 다만 그들에 대하여 말하는 것만 들었다. 시몬 베드로가 “그 무서운 고독도 구원이 어디 있는지 믿고 아는 은총을 그들에게 주지 못했구먼”하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그들 가운데 기적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런 다음 그들은 소란스럽거나 사람이 많은 변두리 마을 오펠로 들어가는 문으로 해서 시내로 들어간다.
몇 미터 지나가자, 벙싯 열린 어떤 문으로 안나리아가 기쁘게 뛰어나와서 선생님께 경배하며 말한다. “주님 저녁까지 주님과 같이 있을 어머니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사무엘이 싫어하지 않겠느냐?”
“주님, 제 생활에는 이제 사무엘이 없어졌습니다. 이에 대해서 지극히 높으신 분께 감사합니다. 오 하느님, 다만 그 사람이 저를 떠난 것처럼 주님을 떠나지는 않게 해주십시오.” 젊은 입은 용맹하고 미소 짓고 있는데, 그의 순결한 눈에는 눈물 한 방울이 반짝인다. 예수께서는 그를 뚫어지게 들여다보시고 이렇게만 대답하신다. “네 자매들인 제자들에게로 가거라”하시고는 다시 길을 계속하신다.
그러나 이번에는, 나이보다도 고통으로 더 늙은 안나리아의 늙은 어머니가 가까이 와서 경의와 낙담으로 몸을 잔뜩 구부리고 인사를 한다. 그 여자가 말한다. “선생님께 평화. 언제 선생님께 말씀을 드릴 수 있을까요? 저는 걱정이 너무나 많습니다!….”
“아주머니, 곧이오.” 그리고 당신과 같이 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여기밖에 그대로 있거라. 나는 잠깐 이 집에 들어간다”하고 명령하신다. 그리고 여인 뒤를 따라 가신다.
그러나 안나리아는 여자 제자들 집단 속에서 “선생님!”하는 단한마디로 예수를 다시 부른다. 그러나 이 말마디에는 얼마나 많은 것이 들어 있는가! 그리고 이 말을 하면서, 애원하려는 듯이 손을 모은다….
“걱정 말고, 마음 놓고 있어라. 네 일이 내 손 안에 있고, 네 비밀도 내 손 안에 있다”하고 예수께서 안나리아를 안심시키려고 말씀하신다. 그런 다음 반쯤 열린 대문으로 급히 들어가신다. 밖에서는 이 일을 이러쿵저러쿵 말들을 하는데 알고…알고…알고 싶어하는 호기심에는 남자와 여자가 따로 없다. 안에서는 듣고 울고 한다. 예수께서는 들으신다. 들어 오시자마자 당신이 친히 닫으신 문에 어깨를 기대시고, 팔짱을 끼시고, 처녀의 어머니의 말을 들으신다. 처녀의 어머니는 일체의 관계에서 해방되기 위하여 어떤 구실을 골라낸 약혼자의 변심에 대하여 말한다…. “이렇게 해서 안나리아는 소박맞은 여자처럼 되어서 이제는 결혼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안나리아는 소박맞은 다음에 결혼하는 것을 선생님이 찬성하지 않으신다고 안나리아가 말했습니다. 그러나 제 말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애는 아직 처녀입니다. 그 애는 아무 남자에게도 몸을 바치지 않았습니다. 다른 남자에게 몸을 파는 것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비정하다는 죄가 있고, 그보다도 더 합니다. 과연 그 사람은 다른 결혼을 하고 싶어 하지만 제 딸에게 탓이 있는 것처럼 보여서, 세상 사람들이 그애를 비웃을 것입니다. 주님, 이 일을 떠맡아주십시오. 주님 때문에 이 일이 일어났으니까요.”
“나 때문이라구요, 아주머니? 내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오! 선생님은 죄를 짓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안나리아가 선생님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질투를 하는 체합니다. 어제 저택에 그 사람이 왔었는데, 안나리아는 선생님께 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화가 잔뜩 나서 들어와서, 안나리아를 아내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 그때 뜻밖에 온 안나리아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사무엘씨, 잘하는 일이에요. 저는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한 가지 밖에 없어요. 사무엘씨가 진실을 거짓말과 중상으로 덮어씌우려고 애쓰는 거예요. 사무엘씨는 우리가 예수를 사랑하는 것은 오직 영혼으로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러나 사무엘씨의 영혼이 이제 타락해서 육체를 위해서 빛을 버리고 있어요. 저는 빛을 위해서 육체를 버리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이미 두 부부가 그래야 하는 것처럼 오직 한 생각이 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가세요. 그리고 하느님께서 사무엘씨를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하고요. 눈물 한 방울 안 흘렸습니다. 아시겠어요? 남자의 마음을 감동시킬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제 바람은 저버려졌습니다! 그 애는.… 아이고! 틀림없이 경박해서 제 스스로의 철망을 자초합니다. 주님, 그 애를 부르시고 말씀하셔서 이성으로 다시 돌아오게 해주십시오. 사무엘을 찾으십시오. 그 사람은 무화과나무가 있는 샘 다음 셋째 집인 친척 아브라함의 집에 있습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그러나 우선 즉시 제 딸에게 말씀해주십시오….”
“말하기는 하겠습니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분명히 신뢰할 가치가 없던 인간의 관계를 풀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그 사람은 마음이 잘 변하고, 하느님과 자기 여자에 대해서 옳지 못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제 딸이 선생님의 제자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그 애가 죄가 있고, 선생님에게 탓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끔찍합니다.”
“세상은 비난하고 나서는 잊어버립니다. 반대로 하늘은 영원합니다. 아주머니 말은 하늘의 꽃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왜 그 애를 살리셨습니까? 그 애는 중상의 돌팔매질을 당할 필요가 없이 꽃이 되었을 텐데요. 오! 하느님이신 선생님, 그 애를 부르셔서 이성을 도로 찾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사무엘을 반성하게 해 주십시오….”
“아주머니, 하느님까지도 사람의 자유와 그의 의지를 강제하지 못하신다는 것을 기억하시오. 그들, 즉 사무엘과 아주머니의 딸은 그들이 자기들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따를 권리가 있습니다. 안나리아는 특별히 그럴 권리를 가졌습니다….”
“아니 왜요?”
“안나리아는 사무엘보다도 하느님의 사랑을 더 받기 때문입니다. 사무엘보다 더 많은 사랑을 하느님께 드리기 때문입니다. 아주머니의 딸은 하느님의 것입니다!”
“아닙니다. 이스라엘에는 그런 일이 없습니다. 여자는 아내가 되어야합니다. 제 딸은 제 것입니다.…그애의 결혼은 제게 미래를 위한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었습니다….”
“아주머니의 딸은 내가 개입하지 않았으면 무덤 속에 있는 지가 1년이 되었을 것입니다. 아주머니에게는 내가 누구입니까?”
“선생님이시고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면 하느님으로서 또 선생으로서 말합니다만, 지극히 높으신 분은 당신 자녀들에 대해서 그 어떤 사람보다도 더 많은 권리를 가지고 계시고, 종교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며, 이제부터는 동정녀들이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위하여 영원히 동정녀로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머니, 울지 마시오! 오늘 집을 떠나서 우리와 같이 오세요. 오세요! 저 밖에는 내 어머니와 아들들을 주님께 바친 영웅적인 다른 여자들이 있습니다. 그 여인들 있는 데로 가세요….”
“안나리아에게 말씀하십시오.…주님, 해보십시오!” 여인은 흐느끼며 탄식한다.
“좋습니다. 아주머니가 원하는 대로 하겠습니다”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시고, 대문을 열고 당신 어머니와 안나리아를 부르신다. 두 사람은 빨리 와서 안으로 들어온다.
“얘야, 네 어머니는 나보고 네게 더 생각해보라고 말해 달라고 하신다. 그리고 나더러 사무엘에게 말하라고 그러신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내게 어떻게 대답하겠느냐?”
“그러면 사무엘에게 말씀하십시오. 또 그렇게 해주십사고 간청까지 하겠습니다. 그러나 다만 사무엘이 선생님 말씀을 듣고 올바른 사람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만 그러는 것입니다. 제게 관해서는 선생님이 알고 계시니, 제 어머니에게 가장 진실한 대답을 주시기 바랍니다.”
“아주머니, 들으셨습니까?”
“대관절 어떤 대답입니까?” 하고 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여인은 딸이 처음 말할 때에는 딸이 후회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곧이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고! 나는 정말 불쌍하게 됐구나! 어떤 어머니가 나보다 더 불행할 건가?!”
성모님은 처녀의 손을 놓으시고 여인을 껴안으시며 가만히 말씀하신다. “아주머니의 생각과 말로 죄를 짓지 마세요. 아들을 하느님께 바치는 것은 불행이 아니라 매우 큰 영광입니다. 아주머니는 어느 날 주님께 봉헌한 아들을 하나 가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딸 하나밖에 없는 것이 괴롭다고 내게 말했지요. 아주머니는 아들은 두지 못했지만 천사 하나를 두었습니다. 승리하는 구세주를 앞서 갈 천사를. 그런데 아주머니를 불행한 여자라고 말하려고 하세요? 내 어머니는 늦게 잉태한 내가 자기 해중에서 처음 꿈틀거리기 시작하자마자 자발적으로 나를 주님께 바쳤습니다. 그리고 3년밖에 나를 데리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어머니를 마음속으로만 차지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를 하느님께 바친 것이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어머니의 평화가 되었습니다.…자, 아주머니의 딸을 당신 정배(淨配)로 뽑으실 정도로 아주머니를 사랑하신 분의 찬미를 노래하러 성전으로 갑시다. 마음속에 참다운 지혜를 가지세요. 참다운 지혜는 주님께 대한 자신의 너그러움에 한계를 두지 않는 것입니다.”
여인은 이제는 울음을 그치고 듣고 있다.…그리고 결심한다. 겉옷을 입고, 그것으로 몸을 감싼다. “아! 처음에는 병, 그 다음에는 주님.…아! 내가 너를 차지하지 말았어야 하는 거였다!… .”
“아니예요, 엄마.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엄마가 나를 지금처럼 차지하는 때가 일찍이 없었어요. 엄마와 하느님, 하느님과 엄마. 두 분만이, 죽을 때까지….” 그러면서 어머니를 가만히 껴안으면서 청한다. “어머니, 축복을! 축복을 주세요.…어머니를 괴롭혀 드려야 하는 것 때문에 제가 몹시 괴로웠으니까요. 그러나 하느님께서 제가 이렇게 되기를 원하셨어요….”
모녀는 울면서 서로 껴안는다. 그리고 예수와 성모님의 뒤를 따라 나와서, 여자 제자들 있는 데로 가려고 문을 건다.…
…“왜 이리로 해서 들어갑니까. 주님? 다른 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요?” 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묻는다.
“이리 지나가면, 안토니아탑 앞으로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럼 선생님이 바라시는 것은…선생님, 조심하십시오.…최고회의가 선생님을 정탐합니다”하고 토마가 말한다.
“자네가 어떻게 그걸 아니?” 하고 바르톨로메오가 묻는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관심사만 곰곰히 생각하면, 넉넉히 알 수 있네. 자네들은 그들이 수많은 핑계로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끊임없이 살피러 온다고 말하지!…선생님이 잘못 하시는 걸 찾아내려고 하는 것 말고 무슨 목적이 있겠나?”
“자네 말이 맞네. 선생님, 그럼 안토니아탑으로 지나가지 맙시다. 로마 사람들이 선생님을 보지 못하면, 그건 잘 된 일입니다.”
“그런데 그 옳다는 것 속에는 내게 대한 염려보다는 오히려 저들에 대한 멸시가 들어 있지 않느냐. 바르톨로메오야? 네 마음에서 그런 하찮은 생각들을 떼어버리면 네가 얼마나 더 현명하겠느냐!”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시고, 아무의 말도 듣지 않으시고 길을 계속하신다. 안토니아탑으로 가려면 요안나의 저택과 헤로데의 궁전이 있는 시스트 구역으로 해서 지나가야 한다. 요안나의 저택과 헤로데의 궁전은 별로 떨어져 있지 않다. 그리고 쿠자의 저택 대문에는 요나타가 있다가, 예수를 보자마자 집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리니, 쿠자가 즉시 나와서 몸을 굽혀 인사한다. 요안나가 그 뒤를 따르는데, 여자제자들의 집단에 합류할 준비를 벌써 갖추고 있다.
쿠자가 말한다. “선생님께서 오늘 요안나의 집에 오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종에게 선생님을 연회의 주빈으로 모시는 허락을 주십시오.”
“그럽시다. 그러나 내가 그 연회를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의 연회를 만들 수 있게 당신이 허락하신다는 조건으로 그렇게 하겠소.”
“주님 뜻대로 하십시오. 명령하십시오. 그러면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고맙소. 평화가 쿠자 당신과 함께 있기를.”
요안나가 묻는다. “요나타에게 주실 명령이 있습니까? 요나타에게 무엇이든지 시키십시오.”
“성전으로 간 다음에 명령을 주겠다.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가자.”
그들은 조금 후에 헤로데의 아름답고 흉포한 궁절 곁으로 지나간다. 그러나 궁궐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닫혀 있다. 그들은 안토니아탑 근처로 지나간다. 병사들은 나자렛 선생의 작은 행렬을 지켜본다.
그들은 성전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여자들은 아래쪽으로 걸음을 멈추는데, 남자들은 남자들만이 갈 수 있는 곳으로 계속해서 간다. 그들은 어린아이들이 드려지고, 여자들이 정결례를 행하는 곳에 이른다. 한 작은 집단이 젊은 여자와 같이 와서 관례적인 의식을 지키기 위하여 멈추어 섰다.
“선생님, 주님께 바친 어린아이 입니다”하고 그 광경을 살펴본 안드레아가 말한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저 여자는 필립보의 가이사리아 여인입니다. 성에 있던 여자요. 저희들이 황금문으로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을 때에 저 여자가 제 앞으로 지나갔습니다”하고 알패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그렇습니다. 그 여자의 시어머니도 있고 필립보의 관리인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저희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그 사람들을 보았습니다”하고 타대오가 덧붙인다. 그리고 마태오는 이렇게 덧붙인다. “한편 저희 두 사람은 시몬의 마리아와 어떤 늙은 남자와 같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유다는 없었습니다. 여인은 매우 침울한 것 같았습니다. 불안스럽게 주위를 둘러 보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시몬의 마리아를 찾기로 하자, 지금은 기도하자. 그리고 시몬, 너는 우리 모두를 대신해서 헌금을 하고 오너라.” 그들은 오랫동안 기도를 한다. 사람들이 대단히 주목하여 서로 선생님을 가리킨다.
여자의 목소리의 날카로운 음이 유난히 잘 들리는 말다툼 소리에 정신을 덜 가다듬고 기도하던 사람들은 머리를 돌린다. “제가 아들을 하느님께 바치려고 여기 왔으니까 이 아이를 살려서 주님께서 드리신 분께 이 아이를 바치기 위해 여기 좀 머무를 수 있어요?” 하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말한다.
그러니까 남자들의 콧소리가 역설한다. “여자는 관례적인 의식이 끝난 다음에는 여기 남아 있을 수 없소. 가시오.”
“가겠어요. 그렇지만 선생님의 뒤를 따라 나가겠어요.”
“그럼 그 사람을 불러서 같이 가시오.”
“조용히! 조용히! 여자가 말하게 내버려 두시오. 그래서 나자렛 사람이 어떻게 아이를 하느님을 위해서 구해 주었는지 말하게 하시오”하고 느릿느릿한 남자 목소리가 말한다.
“그런데 어떤 점에 당신이 여기 관심이 있소. 우리엘의 요나타?”
“이것에 내가 관심이 있느냐구요? 틀림없이 여기에는 새로운 죄가 있소. 새로운 증거가 하나 있단 말이오. 아줌마, 내 말 들으시오. 그 사람이 어떻게 당신 아들을 살려 주었소? 끈기 있게 진실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 말을 해주시오”하고 내가 벌써 본 일이 있는 그 바리사이파사람이 달콤한 말투로 말한다.
“말하구 말구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말을 하겠어요. 저는 아이가 죽은 채로 났기 때문에 희망을 잃고 있었어요. 저는 과부라, 이 아이가 제 전부였어요. 그런데 그분이 오셔서 아이에게 생명을 주셨어요.”
“언제? 어디서?”
“필립보의 가이사리아에서요. 저는 가이사리아의 성에서 살고 있거든요.”
“생명이라니! 아마 아이가 기절했던 거겠지 ….”
“아닙니다. 이 애가 죽었었어요. 어머님도 그걸 말씀하실 수 있어요. 또 성의 관리인도 그걸 말할 수 있구요. 그분이 오셔서 아기 입에다 입김을 불어 넣으시니까 아기가 움직이고 울었어요.”
“그런데 당신은 어디 있었소?”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아기를 막 낳은 길이었어요.”
“오! 소름끼치는 일이다!”
“아! 저주.”
“부정이다!”
“독성이다!”
“당신들 내가 물어보길 잘했다는 걸 알겠지?”
“우리엘의 요나타, 당신은 지혜롭소! 어떻게 짐작했소?”
“나는 그 사람을 아오. 그가 평야에 있는 내 땅에서 허기를 달래려고 안식일을 어기는 것을 내가 보았소.”
“여기서 내쫓읍시다!”
“사제장들에게 이 사실을 알립시다.”
“아니오. 그 사람이 정결레를 했는지 물어봅시다. 우리가 그걸 알지 못하고 비난할 수는 없소….”
“엘르아잘, 입 닥치시오. 어리석은 변호로 당신 자신을 더럽히지 마시오.”
이런 광경 속에서 이 소란의 원인이 된 젊은 도르카는 울음을 터뜨리고 부르짖는다. “아이고! 저 때문에 그분께 해를 입히지 마세요!” 그러나 미치광이같이 날뛰는 몇몇 사람이 주님께로 와서 독선적인 말투로 말한다. “이리 와서 대답하시오.”
사도들과 제자들은 분노와 두려움으로 동요한다. 예수께서는 부르는 사람을 침착하고 장중하게 따라가신다.
그들은 도르카 주위를 빙 둘러싼 군중 속에서 예수를 떼밀면서 “이 여자를 알아보겠소”하고 외친다. 그러면서 도르카가 문둥병자이기나한 것처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렇소. 필립보의 가이사리아의 과부인 젊은 어머니요. 이 여인은 시어머니이고, 이 남자는 성의 관리인이오. 그래서요?”
“이 여자는 자기가 아이를 낳고 있는 동안에 당신이 그의 방에 들어갔었다고 당신을 고발하오.”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주님! 저는 주님이 제 아들을 다시 살려주셨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상의 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주님을 명예롭게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해를 끼치게 됐군요. 아이고! 용서하십시오. 용서하셔요!”
필립보의 관리인이 여자를 도우러 와서 말한다.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당신들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 여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증인입니다. 저는 그것을 맹세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방에 들어가지 않으시고, 문지방에서 기적을 행하셨다는 것을 맹세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하인은 입 닥쳐,”
“아닙니다. 저는 잠자코 있지 않겠습니다. 나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거짓 독신자(篤信者)인 당신들보다 선생님을 더 공경하는 필립보에게 이 말을 하겠습니다.”
언쟁이 여자에게서 종교와 정치 분야로 슬그머니 미끄러져 들어간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도르카는 울고 있다.
이스마엘의 집에서 있는 연회의 의로운 손님이었던 엘르아잘은 말한다. “내 생각에는 의혹이 풀렸고, 고발은 무효가 되었소. 그리고 선생님은 정당하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니, 자유롭게 가실 수가 있소.”
“아니오. 나는 이 사람이 죽은 사람을 만나고서 정결례를 했는지 알고 싶소. 이 사람은 야훼를 걸고 맹세해야 하오!”하고 우리엘의 요나타가 외친다.
“어린아이가 죽었던 것이 아니라, 숨을 잘 못 쉬고 있었던 것이므로 나는 정결례를 하지 않았소.”
“아! 아이가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지금은 당신에게 안성맞춤이로군요. 응!”하고 어떤 바리사이파 사람이 외친다. “당신은 왜 케데스에서 한 것처럼 그걸 자랑하지 않는거요?”하고 다른 바리사이파 사람이 묻는다.
“아니, 우리 말하느라고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이 사람을 내쫓고, 최고회의에 새로운 고발을 합시다. 한 무더기 고발을!”
“무슨 다른 고발이요?” 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무슨 다른 고발이요? 문둥병자 여자를 만지고 정결례를 하지 않았다는 거요? 그걸 부인할 수 있소? 또 가파르나움에서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해서 가장 의로운 사람들이 당신을 버리게 되기까지 했다는 거요. 그걸 부인할 수 있소?”
“나는 아무것도 부인하지 않소. 그러나 나는 죄가 없소. 과연, 나를 비난하는 사독, 당신은 아나스타시카의 남편을 통해서 그 여자가 문둥병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있소. 사무엘의 간통의 뚜쟁이 노릇을 한 당신, 문둥병자가 아닌 여자에게 문둥병자라는 이름을 줌으로써, 그리고 다만 당신이 죄 있는 남편의 공범자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에서‘문둥병자’라고 불리게 되는 그 고통을 한 여인에게 받게 함으로써, 그 남편과 함께 세상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한 당신은 그 사실을 알고 있소.”
지스칼라에, 그리고 그 다음에는 케데스에 있었던 사람들의 하나인 율법학자 사독은 정면으로 채찍을 얻어맞고, 아무 말도 못하고 빠져나간다. 사람들이 그 뒤에 대고 비웃는다.
“조용하시오! 이곳은 신성한 곳이오”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리고 여인과 그와 같이 온 사람들에게 “자,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는 데로 갑시다”하고 명령하신다. 그리고 제자들의 앞장을 서서 엄하고 장중하게 떠나신다.
그동안 여인은 끊임없이 여러 사람의 질문을 받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며, 매번 이렇게 되풀이 한다. “제 아들은 선생님의 것입니다. 저는 아기를 선생님께 바칩니다.”
관리인도 역시 예수께로 가까이 와서 말한다. “선생님, 저는 기적이야기를 필립보에게 했습니다. 필립보는 그가 선생님을 사랑한다고 말씀드리라고 저를 보냈습니다. 헤로데의 계략과…다른 계략들이 있을 때에는 필립보에게 호소하십시오. 그러나 필립보도 선생님을 뵙고 싶어하고,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합니다. 오늘 필립보에게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는 선생님을 자기 사분령(四分領) 안에라도 기꺼이 모셔줄 것입니다.”
“나는 서투른 배우도 아니고 마술사도 아니오. 나는 진리의 선생이오. 그더러 진리를 찾아오라고 하시오. 그러면 그를 물리치지는 않겠소.”
그들은 여자들의 마당으로 왔다.
“저기 오십니다! 저기 오셔요!”하고 늦어지는 것 때문에 걱정하시는 성모님께 여자 제자들이 말한다.
그들은 모였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유다의 어머니 마리아를 찾아가시려고 가이사리아의 사람들을 떠나보내려고 하신다. 그러나 도르카는 무릎을 꿇고 말한다. “제가 선생님을 그 부인보다 먼저 찾았습니다. 선생님이 찾으시고, 제자의 어머니인 그 부인보다 먼저요. 제가 선생님을 찾은 것은 ‘이 아들은 선생님의 것입니다. 이 외아들을 선생님께 바칩니다.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이십니다. 이 아이가 선생님의 봉사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고 말씀드리려고 한 것입니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아시오” 그것은 당신 아들을 고통에 바친다는 뜻이고, 어머니로서는 그를 잃고, 그를 순교자로 하늘에 보낸다는 뜻이오. 당신 아이를 통해서 순교자가 될 수 있겠소?”
“예, 주님. 이 애가 죽었으면, 저를 고통 받는 사람으로 만들었을 것입니다. 불쌍한 어머니로서의 고통 받는 사람을. 그러니 저는 선생님을 위해서, 완전하게, 주님의 마음에 들게 고통 받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되기를 바라오!…오! 시몬의 마리아, 언제 오셨습니까?”
“지금 왔습니다. 제 친척 아나니아와 같이…주님, 저도 주님을 찾았습니다….”
“나도 압니다. 오시라고 그러라고 유다를 보냈는데, 가지 않았습니까?”
유다의 어머니는 고개를 숙이고 속삭인다. “저는 게쎄마니에 가려고 아들이 나간 다음에 즉시 나왔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거기서 떠나신 후였습니다.…그래서 성전으로 달려 왔습니다.…이제야 주님을 찾아낫습니다.…벌써 어머니가 되고 몹시 행복한 이 아이의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알맞게!…오! 주님, 저도 그렇게 말하고…저 어린 양들처럼…온순하고 또 온순한…갓난아기 유다에 대해서 그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울면서, 제물 바치는 사람에게로 가면서 매애 매애 하고 우는 어린 양들을 가리킨다. 유다의 어머니는 눈물을 감추기 위하여 겉옷으로 얼굴을 감싼다.
“어머니, 저와 같이 갑시다. 요안나의 집에서 이야기하십시다. 여기는 그럴 만한 곳이 못 됩니다.”
여자들이 유다의 어머니 마리아를 데리고 가는데, 그의 친척 아나니아는 제자들 가운데 가서 섞인다. 도르카와 그의 시어머니도 여자들과 합류하는데, 알패오의 마리아와 살로메는 넋을 잃고 아기를 어른다. 그들은 출구를 향하여 간다. 그러나 출구에 이르기 전에 로마인 노예가 요안나에게 밀람(蜜蠟)을 입힌 서판(書板)을 가져온다. 요안나가 그것을 읽고 대답한다. “그러라고 일러라. 오후에 내 집, 저택으로.”
그 다음에는 야이아와 그의 어머니가 구세주를 보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저기 오신다. 빛을 주시는 분이 저기 오신다! 하느님의 빛이시여, 찬미 받으십시오!” 그러면서 그들은 기뻐하며 이마를 땅에 대고 그 다음에는 야베스 갈라앗 근처에서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날 밤 예수와 제자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한 늙은 마티아가 예수께 경의를 표하고 찬미한다.
그다음에는 마륵지암의 할아버지와 농부들인데, 예수께서는 요안나에게 말씀을 하신 후에 그들에게 “나하고 같이 갑시다”하고 말씀하신다. 도르카와 야이아와 마티아에게도 이미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황금문 근처에서는 배반한 제자 요시아의 마르코가 가리옷의 유다와 흥분해서 말하고 있다. 유다가 선생님이 오시는 것을 보고 대화자에게 그 말을 한다. 그 사람은 예수께서 벌써 그의 뒤에 오셨을 때 몸을 돌린다. 눈길이 마주친다. 그리스도의 눈길은 얼마나 그윽한가! 그러나 상대는 이제 어떤 거룩한 능력에도 반응이 없다. 더 빨리 도망하기 위하여, 그는 예수를 어떤 기둥 쪽으로 거의 밀어 붙이다시피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 “마르코야, 멈춰라. 제발 네 영혼과 네 어머니를 위해서”라고 말씀하시는 외에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신다.
“사탄!”하고 그 사람은 외치면서 가 버린다.
“추악한 놈!”하고 제자들이 외친다. “아니, 그자를 저주하십시오. 주님!” 그런데 제일 먼저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가리옷 사람이다.
“아니다. 그러면 내가 이제 예수가 아닐 것이다.…가자.”
“그렇지만 어떻게, 그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될 수가 있었습니까? 그렇게도 착하던 그가!”하고 마르코의 변화가 너무도 가슴 아파서, 마치 화살에 꿰뚫리는 것같이 보이는 이사악이 말한다.
“그건 수수께끼야. 설명할 수 없는 일이란 말이야!”하고 여러 사람이 말한다.
그러니까 가리옷의 유다가 말한다. “맞아. 나는 그에게 말을 시켰었는데, 이건 완전히 이단이야. 그러나 얼마나 잘 설명을 하는지! 거의 설득당할 정도야. 그는 의로울 때는 그렇게 영리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그 사람이 가말라 근처에서 마귀 들려 있을 때는 그렇게까지 미치지는 않았었다고 말해야 할 걸세”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그리고 요한은 이렇게 묻는다.”주님, 왜 그 사람이 마귀들린을 때는 주님께 지금보다 해를 덜 끼쳤습니까? 주님께 해를 끼치지 못하게 고치실 수는 없었습니까?”
“지금은 그가 총명한 마귀를 그의 안에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가 한 떼의 마귀에게 강제로 점령된 여관과 같았으나, 그놈들이 들어와 있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의 지성이 사탄을 원했고, 사탄은 그에게 영리한 마귀의 힘을 넣어 주었다. 이 두 번째 마귀 들림에 대해서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람의 자유의사를 억제해야 할 터이니까.”
“선생님, 괴로우시군요?!”
“그렇다. 이것이 내 고민이고… 내 실패이다.…그리고 그것은 영혼들이 파멸하는 것이기 때문에 슬퍼한다. 이것 때문에만 슬퍼하는 것이지, 그들이 내게 해를 끼치는 것 때문에 슬퍼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걸음을 멈추고, 사람들과 타는 짐승들로 막힌 길이 뚫리기를 기다린다. 그래서 모두 함께 모이게 되었다. 유다의 어머니의 눈길이 너무나 날카로워서 그의 아들이 이렇게 물을 지경이었다. “아니, 대관절 무슨 일이예요? 제 얼굴을 처음 보시는 겁니까? 정말 어머니는 병이 드셨어요. 치료를 받으시게 해야 하겠습니다.”
“얘야, 나는 병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너를 보는 것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면요?”
“그러면.…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다만 네가 선생님께 그런 말씀을 들을 만한 사람이 절대로 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저는 선생님을 버리지 않고, 비난도 하지 않습니다. 저는 선생님의사도입니다!,”
그들은 다시 길을 가기 시작하여 예수께서 요안나와 그와 함께 그의 집으로 가는 여자 제자들에게 인사하시려고 걸음을 멈추실 때까지 걸어간다. 남자들은 모두 게쎄마니로 간다.
“저희 모두가 그리 갈 수 있었을 텐데요. 저는 엘리사가 뭐라고 말하는지 보고 싶습니다.”
“보게 될 거다. 내가 그에게 아나스타시카를 맡긴다는 것은 오늘에야 비로소 알 것이고, 그것도 나를 통해서 알 터이니까.”
“그리고 오늘 저녁 식사는요?”
“응 요안나에게 그가 어떻게 해야 할지 말했다.”
“요안나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언제 그 말씀을 요안나에게 하셨습니까?”
“너희들이 그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를 떠나기 전에, 인사를 하는 동안에 말했다. 요안나의 정원에 일찍 가 있을 수 있게 빨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