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아침은 정말이지 산책할 마음이 들게 한다. 침대와 집을 떠나서 열성당원의 집에 있는 사람들은 해돋이에 벌들이 하는 것처럼 빨리 일어나, 그들을 재워준 작은 집을 둘러싸고 있는 라자로의 과수원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려고 나온다. 라자로의 집에서 잔 사람들, 즉 필립보,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토마, 안드레아, 그리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이내 그들과 합류하였다.
활짝 열린 창문과 문으로 해가 반가이 들어오니, 수수하고 깨끗한 방들이 황금빛을 띠고, 옷 빛깔을 선명하게 하고,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빛나게 한다.
알패오의 마리아와 살로메는 식욕이 왕성한 이 남자들의 식사 시중을 드느라고 바쁘다. 성모님은 라자로의 수석 이발사보다도 더 솜씨있게 마륵지암의 머리를 빗기는 라자로의 하인을 살펴보신다. “지금은 이렇게 해 두고.” 하고 하인이 말한다. “그리고 네가 네 어린 아이 머리카락을 하느님께 바친 다음에는 머리를 짧게 잘라 주마. 이제 날씨가 더워지니까 목에 머리가 없는 것이 더 나을 거다. 그리고 머리카락에 힘이 다시 생길 것이다. 지금은 바싹 말라서 파삭파삭하고 손질이 잘 되지 않았다. 어머니, 보십시오. 돌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머리가 흐트러지지 않게 기름을 바르겠다. 얘야, 냄새가 나지, 얼마나 좋은 냄새냐! 마르타가 쓰는 기름이다. 편도유와 종려유와 나무고갱이에서 뽑아낸 가장 정제되고 가장 진귀한 향유로 만든 기름이다. 이렇게 하니까 썩 좋다. 주인 아씨가 이 작은 항아리를 어린 아이가 쓰게 둬두라고 했단다. 자! 됐다! 이제는 네가 왕자와 같다.” 그러면서 아마 라자로의 집의 이발사인 듯한 하인은 마륵지암의 뺨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치고 성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만족해서 간다.
“옷을 입혀 줄께 이리 오너라.” 하고 성모님이 어린 아이에게 말씀하신다. 그는 지금은 소매가 짧은 작은 속옷만을 입고 있다. 나는 그것이 잠옷이거나 그 시대에 잠옷을 대신하던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포가 고운 것으로 보아 그 옷이 라자로가 어릴 때 입던 옷의 하나였다는 것을 알겠다. 성모님은 마륵지암이 입고 있던 잠옷을 벗기시고, 목과 팔목에 주름잡힌 속옷을 입히신다. 그리고 목이 넓게 파지고 소매가 넓은 빨간 모직으로 된 웃옷을 입히신다. 광택 없는 빨간 옷감의 목과 소매 끝에서 매우 흰 반짝이는 아마포가 두드러져 보인다. 성모님의 손이 밤 사이에 옷과 소매의 길이를 적당한 길이로 줄이도록 마련하셨다. 그래서 지금은 모두가 잘 맞는다. 특히 성모님이 빨간 양털과 흰 양털로 된 술이 끝에 달린 보드라운 허리띠를 매 주시니 더 잘 어울린다. 어린 아이가 이제는 며칠 전의 저 불쌍하던 꼬마 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내가 채비를 하는 동안 가서 옷을 더럽히지 말고 놀아라.” 하고 말씀하시며 성모님은 아이를 쓰다듬어 주신다. 그러니까 아이는 기뻐서 깡총거리며 큰 친구들을 만나러 나간다.
그를 제일 먼저 본 사람은 토마이다. “아니 너 정말 아름답구나! 결혼식을 하려고 차린 것처럼! 너 때문에 내가 보이지 않게 되는구나.” 하고 항상 쾌활한 살이 통통하게 찌고 조용한 토마가 말한다. 그러면서 그의 손을 잡으면서 말한다. “오너라, 여자들한테로 가자. 먹을 걸 주려고 너를 찾고 있다.”
그들은 부엌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토마는 “여기 아주머니들을 보겠다는 젊은이가 있습니다.” 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외쳐서 화덕에 몸을 구부리고 있는 두 마리아를 깜짝 놀라게 한다. 그리고 웃으면서 그의 튼튼한 몸 뒤에 숨어 있던 어린 아이를 나오게 한다.
“아이고! 귀여운 것! 자, 입맞춤하게 이리 오너라. 살로메, 얘가 얼마나 의젓한지 봐요!” 하고 알패오의 마리아가 외친다.
“정말이야! 이제는 튼튼해지기만 하면 되겠다. 그렇지만 내가 그건 유념하마. 나도 입맞춤하게 이리 오너라.” 하고 살로메가 대답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애를 목자들에게 맡기신답니다 ….” 하고 토마가 반대한다.
“절대로 안 되지! 이 일은 우리 예수님이 잘못 생각하시는 걸세. 자네들 남자들이 뭘 어떻게 하고 뭘 할 줄 아느냐 말이야. 다투기나 하고 – 말이 나온 김에 말하지만 자네들은 어지간히 말다툼을 잘 하거든 … 서로 좋아하면서도 서로 뿔로 받는 새끼염소들처럼 말이야. – 먹고, 말하고, 수많은 요구를 하고, 선생님더러 자네들 생각만 하라고 요구하고 … 그렇지 않으면 뿌르퉁해지고 말이야. … 아이들에게는 어머니가 필요한 거야. 그렇지? 이름이 뭐냐?”
“마륵지암이요.”
“아! 그래! 그렇지만 우리 복되신 마리아가 네게 더 쉬운 이름을 줄 수도 있었을 텐데.”
“마리아님의 이름하고 거의 같아요!” 하고 살로메가 외친다.
“그래요. 그렇지만 마리아의 이름이 더 간단해요. 가운데 저 자음 셋이 없거든요. … 셋이 너무 많아요 ….”
가리옷 사람이 들어왔다가 말한다. “어머님은 옛날말에 맞게 정확히 말뜻을 생각해서 지으신 것입니다.”
“좋아요. 그렇지만 어려워, 그래서 나는 자음을 하나 없애고 마르지암이라고 부르겠어. 이게 더 쉽고, 또 그렇게 한다고 세상이 끝장날 것도 아니니까. 안 그런가, 시몬?”
창문 앞으로 지나가면서 엔도르의 요한과 말하고 있던 베드로가 앞으로 오면서 말한다. “뭣 말씀입니까?”
“나는 어린 아이를 마르지암이라고 부르겠다고 말했어. 그게 더 쉽거든.”
“아주머니 말씀이 옳습니다. 어머님이 허락하시면 저도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아니 그런데 너 참 예쁘구나! 나도 그렇단다, 자! 보세요!”
과연 베드로는 솔질을 잘 하였고, 뺨을 면도질하였고, 머리와 수염을 빗질을 깨끗이하고 포마드를 발랐으며, 옷에 잘못된 주름이 없고, 샌들은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윤을 냈는지 아주 깨끗해서 새 것 같아 보인다. 여자들이 감탄하며 쳐다보니, 베드로는 만족해서 웃는다.
어린 아이는 식사를 끝냈다. 그래서 그가 항상 “아버지”하고 부르는 큰 친구를 보려고 나온다.
예수께서 라자로의 집에서 라자로 자신과 같이 오시다가 당신께로 마주 달려오는 아이에게 말씀하신다. “마륵지암아, 평화가 우리 가운데 있기를. 서로 평화의 입맞춤을 나누자.”
어린 아이의 인사를 받은 라자로는 아이를 쓰다듬어 주고 과자를 하나 준다.
모두가 예수 둘레로 모인다. 그리고 청록색 모직 옷에 더 짙은 빛깔 겉옷을 입으신 성모님이 미소를 지으시며 아들을 향하여 오신다.
“그러면 우리가 갈 수 있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시몬, 너는 라자로가 옷을 마련해 준 지금도 꼭 그렇게 하겠다면 어머니와 아이와 함께 가거라.”
“그야 물론이지요! 그리고 … 제가 어머님을 한 번 모시고 갔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큰 영광입니다.”
“그러면 가거라. 시몬, 너는 네 친구 문둥병자들한테 나하고 같이 가자 ….”
“참말입니까, 선생님? 그러면 만일 허락하신다면, 제가 먼저 뛰어가서 그들을 모으겠습니다. … 선생님은 천천히 오시구요. … 그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아시지요 ….”
“좋다, 가거라. 다른 사람들은 좋을 대로 하여라. 너희들은 수요일 아침까지 모두 자유이다. 모두 제 3시(아침 아홉시)에 황금문에 모여라.”
“저는 선생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하고 요한이 말한다.
“나도.” 하고 그의 형 야고보가 말한다.
“저희두요.” 하고 두 사촌이 말한다.
“저도 가겠습니다.” 하고 마태오가 말하고, 그와 더불어 안드레아도 말한다.
“저도 선생님을 모시고 같이 가고 싶지만 … 물건을 사러 가면 … 갈 수가 없겠군요.” 하고 베드로는 두 가지 욕망 사이에서 망설이며 말한다.
“그래, 일이 잘 될 수 있다. 우선 문둥병자들에게로 간다. 그동안 어머니와 아이는 오펠의 친구 집으로 가신다. 그런 다음 우리가 어머니 계신 데로 가서, 너는 어머니를 모시고 가고 나와 다른 사람들은 요안나의 집으로 간다. 그리고 모두 게쎄마니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석양 무렵에 이리로 돌아온다.”
“저는 선생님이 허락하시면 몇몇 친구를 만나러 가겠습니다 ….” 하고 가리옷의 유다가 말한다.
“아니, 내가 말했는데,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그럼 저는 친척들 집에 가겠습니다. 어쩌면 아버지가 벌써 와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와 계시면 선생님께 모시고 오겠습니다.” 하고 토마가 말한다.
“필립보, 우리 둘은 어떡한다? 사무엘의 집에 가도 되겠지.”
“그러지.” 하고 필립보가 바르톨로메오에게 대답한다.
“그럼 요한, 너는?” 하고 예수께서 엔도르의 사람에게 물으신다. “여기 남아서 네 책을 정리하는 편을 택하겠느냐? 그렇지 않고 나와 같이 가는 편을 택하겠느냐?”
“정말이지 저는 선생님을 모시고 가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 책들은 … 벌써 제 관심을 덜 끌게 되었습니다. 저는 살아 있는 책이신 선생님을 읽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러면 가자. 라자로, 안녕 …”
“아니, 저도 가겠습니다. 제 다리가 좀 나았습니다. 그러니까 문둥병자들한테 갔다가 선생님과 헤어져서 게쎄마니로 가서 선생님을 기다리겠습니다.”
“가자, 아주머니들에게 평화.”
예루살렘 근처에까지는 모두가 함께 온다. 그러다가 서로 헤어진다. 가리옷 사람은 혼자서 저 갈 데로 간다. 아마 안토니아탑 쪽으로 있는 성문으로 시내에 들어가는 모양이다. 토마와 필립보와 나타나엘은 아직 몇 십 미터를 예수와 동료들과 같이 가다가, 그 다음에는 성모님과 아이와 같이 오펠 변두리 쪽 시내로 들어간다.
“그럼 이제는 저 불행한 사람들을 보러 가자.”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시며 예루살렘 쪽으로 등을 돌리시고 예리고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두 길 사이에 바위투성이 언덕 위에 있는 황량한 곳을 향하여 가신다. 그곳은 일종의 단(段)으로 해서 가게 되어 있는 이상한 곳이다. 첫번째 단을 올라간 다음에는 오솔길을 기어올라가게 되어 있는데, 첫번째 평평한 곳은 오솔길 위 적어도 3미터 높이에 있고, 두 번째 평평한 곳도 마찬가지이다. 메마르고 생기없고 … 매우 음산한 곳이다.
“선생님” 하고 열성당원 시몬이 외친다. “저 여기 있습니다. 제가 길을 일러 드릴 터이니 거기 서 계십시오 ….” 그러면서 좀 그늘진 곳에 있으려고 바위에 기대 있던 열성당원이 나아오며 게쎄마니 쪽으로 가는 단으로 이루어진 오솔길로 예수를 인도한다. 그 오솔길은 게쎄마니로 가는 것이지만 올리브산에서 베다니아로 가는 길이 가로질러 간다.
“다 왔습니다. 저는 실로암 무덤들 사이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제 친구들이 여기 있습니다.그들 중의 일부분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벤 힌놈에 있으나 올 수가 없습니다. … 길을 건너와야 할 텐데, 그러면 사람들에게 들킬 것입니다.”
“그 사람들도 보러 가자.”
“고맙습니다! 그 사람들과 제 이름으로.”
“그 사람들 많으냐?”
“대부분이 겨울에 죽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제가 말한 사람들 중에서 아직 다섯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기 그들의 감옥 가장자리에 나와 있습니다 ….”
몹시 추한 사람이 열명 쯤 될 것 같다. “될 것 같다.” 고 말한 것은 서 있는 다섯 사람은 잘 알아볼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돌무더기에서 겨우 나올까말까 한 그들의 얼굴이 흉하고 피부빛깔이 회색이기 때문에 도무지 잘 보이지 않아서 어쩌면 다섯 명이 더 되는지도 모르겠고 다섯 명이 못 되는지도 모르겠기 때문이다.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여자가 한 사람만 있다. 그를 여자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다만 하얗게 되고 텁수룩하고 뻣뻣하고 더러운 머리가 어깨를 덮고 허리까지 내려오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것은 대단히 많이 진행한 병으로 인하여 여성적인 곡선이 하나도 남지 않은 해골같이 되었기 때문이다. 남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 중 한 사람만이 콧수염과 턱수염의 흔적을 보일 뿐이다. 다른 남자들의 수염은 파괴하는 병으로 인하여 싹 밀어졌다.
그들은 외친다. “우리 구세주 예수님,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그러면서 헌 데투성이의 보기흉한 손들을 내보인다. “다윗의 후손 예수님,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어떻게 해달라는 것입니까?” 하고 예수께서 그 비참한 사람들에게 얼굴을 드시며 말씀하신다.
“저희들을 죄와 병에서 구해 주십시오.”
“의지와 뉘우침이 죄에서 구해 주오 ….”
“그렇지만 선생님은 원하시면 저희들의 죄를 없애실 수 있습니다. 저희들의 육체를 고쳐 주기를 원치 않으시면 죄만이라도 없애실 수 있습니다.”
“만일 내가 당신들에게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고르시오.’ 하고 말하면, 어떤 것을 원하겠소?”
“주님, 덜 슬프게 되기 위해 하느님의 용서를 바라겠습니다.”
예수께서는 환한 미소를 지으시면서 칭찬한다는 몸짓을 하신다. 그리고 양팔을 드시고 외치신다. “당신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내가 원하오.”
소원이 이루어졌다! 그것은 죄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병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두 가지 다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불쌍한 다섯 사람은 그대로 불안 속에 있다. 그러나 제자들은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문둥병이 마치 불에 떨어지는 눈송이같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기쁨의 환호성을 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자 다섯 사람도 그들의 소원이 완전히 이루어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들의 외치는 소리는 승리를 알리는 종소리처럼 울려 퍼진다. 그들은 서로 껴안고, 예수의 발 앞으로 달려올 수가 없으므로 입맞춤을 보낸다. 그리고 동료들에게로 돌아서며 말한다. “그래 자네들은 아직도 믿으려고 하지 않나? 아니 자네들은 정말 불행한 사람들이로구먼!”
“착하게 구시오! 당신들의 가엾은 형제들은 곰곰히 생각할 필요가 있소. 그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믿음은 강요되는 것이 아니오. 믿음은 평화와 온유와 인내와 꾸준함을 가지고 전파하는것이오. 시몬이 당신들에게 한 것과 같이 당신들도 정결례의 의식을 행한 후에 그렇게 해야 하오. 하기는 기적 자체가 벌써 전도요. 병이 나은 당신들은 할 수 있는 대로 일찍 사제를 가서 만나시오. 병자들인 당신들은 오늘 저녁 우리를 기다리시오. 음식을 가지고 오겠소. 평화가 당신들과 함께 있기를 바라오.”
예수께서는 모든 사람의 찬미를 받으시며 다시 길로 내려오신다.
“그럼 이제는 벤 힌놈으로 가자.”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선생님 … 저도 가고 싶습니다만,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저는 게쎄마니로 가겠습니다.” 하고 라자로가 말한다.
가시오, 라자로, 가시오. 평화가 당신과 함께 있기를.”
라자로가 천천히 멀어져가는 동안 사도 요한이 말한다. “선생님, 제가 라자로와 같이 가겠습니다. 라자로는 피로했고, 또 길이 썩 좋지 못합니다. 그런 다음 선생님이 가신 벤 힌놈으로 가겠습니다.”
“좋다, 가거라. 우리는 가자.”
그들은 키드론 개울을 건너 토페산 남쪽을 끼고 무덤과 오물이 가득 들어찬 작은 계곡으로들어간다. 이 남쪽에는 나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 해를 가려주는 것이 도무지 없다. 해는 햇살을 사정없이 내리쏟아 지옥과 같은 이 새 대지의 돌무더기를 이글이글 타오르게 하고, 그 밑에는 악취를 풍기는 불이 연기를 뿜고 있어 더위를 더한다. 화장 가마 같은 저 무덤들 안쪽에는 소멸하는 가엾은 육체들이 있다. … 실로암은 축축하고 거의 완전히 북향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무서울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여름에도 틀림없이 끔찍할 것이다 ….
열성당원 시몬이 부르는 소리를 지르니, 처음에 세 사람, 다음에 두 사람, 그리고 또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그들에게 과해진 경계에까지 그럭저럭 온다. 여기에는 여자가 둘이 있는데, 그 중의 한 사람은 특히 얼굴에 침범한 소름끼치는 문둥병에 걸린 어린 아이의 손을 붙잡고 있다. 그 어린 아이는 벌써 눈이 멀었다. … 그 비참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몸가짐이 고상한 남자가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모두를 대신하여 말한다. “당신께 바라는 사람들을 구하시려고 우리 지옥에 내려 오신 주님의 메시아 찬미받으십시오. 주님 저희들이 죽지 않게 구해 주십시오! 구세주여, 저희들을 구원해 주십시오! 다윗 가문의 왕이시요 이스라엘의 왕이신 분, 저희들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옛세의 줄기에서 돋아난 싹이신 주님, 주님이 오시면 악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으니, 손을 내미시어 주님의 백성인 이 찌꺼기를 거두어 주십시오. 주님에 대해서 그러하리라고 말했으니, 저희들에게서 이 죽음을 사라지게 하시고, 저희 눈물을 씻어 주십시오. 주님, 저희를 당신의 훌륭한 풀밭으로 불러 주시고, 목이 타오니 당신의 단 물로 저희를 불러 주십시오. 더 이상 죄도 없고 괴로움도 없는 영원한 언덕으로 저희들을 데려가 주십시오. 주님,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
“당신은 누구시오?”
“성전에 있는 요한입니다. 아마 어떤 문둥병에게서 병이 옮은 모양입니다. 주님이 보시다시피 제게 병이 옮은 지가 얼마 안 됩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 벌써 여러 해째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계집 아이는 아직 걸을 줄도 알기 전부터 여기 와 있습니다. 이 계집 아이는 하느님이 창조하신 것을 알지 못합니다. 이 아이가 하느님의 경탄할 만한 일에 대해서 알거나 기억하는 것은 이 무덤들과 사정없는 해와 밤의 별들뿐입니다. 주님, 우리 구세주님, 이 죄있는 사람들과 죄없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그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손을 내민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많은 불행을 슬퍼하신다. 그리고 팔을 벌리시며 외치신다. “아버지, 저는 이 사람들에게 구원과 생명과 시력과 건강이 오기를 원합니다.” 예수께서는 팔을 벌리신 채 온 마음을 기울여 간절한 기도를 드리신다. 예수께서는 기도하시면서 몸이 가늘어지시고 희고 힘찬 사랑의 불꽃이 되시어 태양의 황금색 빛 속으로 올라가시는 것 같다.
“엄마, 나 눈이 보여!” 이것이 첫번째 외침이다. 이 외침에 병이 나은 딸을 꼭 껴안은 어머니의 외침이 응하고, 다른 문둥병자들의 외침과 제자들의 외침이 뒤따른다. … 기적이 행하여진 것이다.
“요한, 당신은 사제이니 당신 동료들을 데리고 가서 의식을 행하게 하시오. 평화가 당신들과 함께 있기를. 당신들에게도 저녁 때 음식을 가져오겠소.” 예수께서는 강복을 하시고 떠나시려고 하신다.
그러나 문둥병자 요한이 외친다. “저는 주님을 따르고 싶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 가서 주님 말씀을 해야 할지 말씀해 주십시오!”
“주님께 회개할 필요가 있는 이 황폐하고 헐벗은 땅에서 그렇게 하시오. 당신의 활동 범위는 예루살렘이 되어야 하오. 안녕히 계시오.”
“그럼 이제는 어머니를 찾아 가자.” 하고 이어서 사도들에게 말씀하신다.
“그렇지만 어디 계십니까?” 하고 여럿이 묻는다.
“요한이 아는 집에 계신다. 작년에 병이 고쳐진 처녀의 집에.”
일행은 시내로 들어가 사람이 많이 사는 변두리 오펠을 꽤 많이 지나서 어떤 작은 흰 집에 이른다. 예수께서는 벙싯 열려 있는 집 안으로 다정스러운 인사를 하시면서 들어가신다. 집안에서는 성모님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안나리아의 맑은 목소리와 그의 어머니의 더 거친 목소리가 들려 나온다. 처녀는 땅에 엎디어 경배하고, 어머니는 무릎을 꿇고, 성모님은 일어나신다.
그 여자들은 선생님과 어머님을 붙잡으려고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시며, 강복을 하시고 작별 인사를 하신다. 베드로는 성모님을 모시고 기뻐하며 간다. 성모님과 베드로는 아이의 손을 양쪽에서 잡고 가서 행복한 한 가정같이 보인다. 많은 사람이 몸을 돌려 그들을 바라본다.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그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신다.
“시몬은 행복합니다!” 하고 열성당원이 외친다.
“선생님, 왜 미소를 지으십니까?” 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묻는다.
“나는 저 집단에서 큰 약속을 보기 때문이다.”
“어떤 약속을요? 무엇이 보입니까?” 하고 사촌 타대오가 묻는다.
“내가 보는 것은 이런 것이다. 시간이 되면 내가 안심하고 떠날 수 있겠다. 내 교회에 대해서 염려할 필요가 없다. 그때에는 내 교회가 마륵지암과 같이 작고 연약할 것이다. 그러나 내 어머니가 계셔서 저렇게 손을 잡아 주시고 어머니 노릇을 하실 것이고, 아버지 노릇을 할 베드로가 있을 것이다. 베드로의 성실하고 못이 박힌 손에 나는 걱정하지 않고 태어나는 내 교회의 손을 쥐어줄 수있다. 베드로는 내 교회에 그의 보호의 힘을 줄 것이고, 내 어머니는 당신 사랑의 힘을 주실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클 것이다. … 마륵지암과 같이 … 저 아이는 정말 상징적인 어린이다! 하느님께서 내 어머니와 베드로, 그리고 그들이 데리고 가는 아이, 우리들의 아이에게 강복하시기를 바란다! 이제는 요안나의 집으로 가자 ….”
… 그리고 이제는 다시 저녁 때 베다니아의 작은 집이다. 여러 사람은 피곤해서 벌써 물러갔다. 그러나 베드로는 오솔길을 왔다갔다 하면서 예수와 성모님이 같이 앉으셔서 말씀을 나누시는 옥상쪽으로 매우 자주 머리를 들어 쳐다본다. 한편 엔도르의 요한은 꽃이 만발한 석류나무 아래 같이 앉아 있는 열성당원과 말을 나누고 있다.
성모님은 벌써 말씀을 많이 하신 모양이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들리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말씀하신 모든 말씀은 대단히 옳습니다. 그래서 그 말씀의 올바름을 제 머리 속에 간직하겠습니다. 또 안나리아에 대해서도 어머니의 의견이 옳다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남자가 그 의견을 그렇게도 빨리 받아들였다는 것은 좋은 표입니다. 정말이지 예루살렘의 상류사회는 폐쇄적이고 원한을 품고 있고, 저는 추잡스럽기 이를 데 없다고까지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 서민들 가운데에는 값을 알 수 없는 보배들이 있습니다. 저는 안나리아가 행복한것을 기뻐합니다. … 그 처녀는 땅보다는 하늘에 더 속해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남자도 정신에 따라 판단하게 된 지금 어쩌면 그것을 깨닫고 거기에 대해서 정중한 경의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의 약혼녀의 순진한 굳은 결심을 인간적인 감정으로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다른 곳으로 가겠다는 그의 생각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렇다, 내 아들아. 남자는 동정의 향기를 느낀다. … 나는 요셉의 일을 기억한다. 나는 어떤 말을 써야 할지 몰랐었다. 요셉은 내 비밀을 알지 못했었다. … 그런데도 그의 성덕이 그것을 느끼게 했기 때문에 나를 도와서 그 비밀을 말하게 했다. 요셉은 내 영혼의 향기를 느꼈던 것이다. … 또 요한을 보아라. … 얼마나 화평스러우냐? … 그래서 모두가 요한을 찾는다. … 가리옷의 유다까지도, 하긴 … 아니다, 아들아, 유다는 변하지 않았다. 그것은 나도 알고너도 안다. 우리는 싸움을 시작하지 않으려고 거ㅣ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말은 안해도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다. … 그리고 우리가 그 말을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직감한다. … 오! 내 예수야! 젊은 제자들이 오늘 게쎄마니에서 막달라의 일화와 안식일 아침나절의 일화를 이야기해 주었다. … 죄없는 사람들은 말한다. … 그들은 그들의 수호천사의 눈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 더 많은 제자들도 알아차린다. … 그 사람들의 생각이 옳다. 그 사람은 포착하기 어려운 인간이다. … 그에게 있는 모든 것은 파악하기 어렵다. …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이 무섭다. 나는 베냐민이 막달라에서 한 말과 마륵지암이 게쎄마니에서 한 말과 같은 말을 한다. 그것은 내가 유다에 대해서 어린 아이들과 같은 혐오감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들 모두가 요한 같을 수는 없습니다! …”
“그러나 나도 그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지상낙원일 것이다. 그렇지만 알겠니? 네가 다른 요한 이야기를 했지. … 살인을 한 사람이다. … 그러나 그 사람에 대해서는 그저 불쌍하다는 생각만 든다. 그런데 유다는 무섭다.”
“어머니, 그를 사랑하십시오! 제게 대한 사랑으로 인해서 그를 사랑하십시오!”
“그러마, 아들아. 그러나 내 사랑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내게 대해서는 고통이 될 뿐이고, 그에게는 죄가 될 뿐일 것이다. 아이고! 그 사람이 왜 들어왔느냐? 그는 모든 사람을 불안에 빠뜨리고, 모든 존경을 받아 마땅한 베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예, 베드로는 매우 착한 사람입니다. 그를 위해서는 제가 무엇이든지 할 것입니다. 그 사람은 그럴 만한 자격이 있으니까요.”
“베드로가 네 말을 들으면 그 솔직한 미소를 환히 지으면서 ‘아, 주님, 그것은 참말이 아닙니다!’ 하고 말할 거다. 그리고 그 사람의 말이 옳을 거다.”
“어머니, 왜요?” 그러나 예수께서는 알아들으셨기 때문에 벌써 미소지으신다.
“네가 그에게 아들을 주는 것으로 그를 기쁘게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베드로는 그의 모든 바람과 모든 소원, … 그리고 네 모든 거절을 내게 말해 주었다.”
“그러면서 제 거절을 정당화하는 이유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니다,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그것은 맞습니다. … 그렇지만 저는 사람입니다.보잘 것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저를 위인으로 보시려고 고집하십니다. 그런지만 저는 제가 아주 보잘 것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이 때문에 … 선생님은 제게 아이를 하나 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때문에 결혼했습니다. … 그런데 아이를 가지지 못하고 죽을 것입니다.’ 하고. 베드로는 그가 사 준 아름다운 옷 때문에 기뻐서 그를 껴안으며 ‘사랑하는 아버지’ 하고 말하는 아이를 가리키면서 내게 말했다. ‘어머님, 아시겠어요? 열흘 전만 하더라도 제가 아직 알지 못하던 이 어린 것이 제게 이렇게 말할 때에는 제가 버터보다도 더 부드럽게 되고, 꿀보다도 더 달게 된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웁니다. 그것은 …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이 아이를 제게서 멀어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
성모님은 예수를 지켜보시고 표정을 살피시고 대답을 기다리시며 입을 다무신다. … 그러나 예수께서는 팔꿈치를 무릎에 괴시고, 머리를 손으로 받치시고 넓은 초록색 과수원을 바라다보신다.
성모님은 예수의 손을 잡고 쓰다듬으시며 말씀하신다. “시몬은 이 큰 소원을 가지고 있다. … 내가 그와 같이 가는 동안 그 사람은 이 이야기를 끊임없이 했는데, 하도 정당한 이유를 대면서 말하는 바람에 … 그 사람의 입을 막을 만한 말을 도무지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우리 여자들과 어머니들 모두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유들이었다. 아이가 튼튼하지 못하다. 만일 그 아이가 너 같았으면 … 오! 그러면 두려워하지 않고 제자의 생활을 향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애가 얼마나 허약하냐? … 매우 영리하고, 매우 착하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다. 멧비둘기 새끼가 허약한 동안에는 든든한 놈들이 하는 것처럼 즉시 날 수가 없다. 목자들은 착하다. … 그러나 어쨌건 남자들이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여자가 필요하다. 왜 그 아이를 시몬에게 맡기지 않느냐? 네가 베드로에게 정말 그에게서 태어난 아이를 거절하는 한 그 이유를 이해하겠다. 어린 아이는 우리에게 있어야 할 닻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커다란 역할을 하기로 되어 있는 시몬은 그를 붙잡아 두는 닻을 가질 수가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사람이 네가 남겨줄 모든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어린 아이의 학교에 다니지 않고서 그가 어떻게 아버지가 될 수 있겠니? 아버지는 다정스러워야 한다. 시몬은 착하기는 하지만 다정스럽지는 못하다. 그 사람은 충동적이고 비타협적이다. 그에게 약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이라는 미묘한 방법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어린 아이밖에 없다. … 시몬의 처지를 생각해 보아라. … 그 사람은 네 후계자이다. 오! 나는 이 소름끼치는 말을 그래도 해야 하겠다! 그러나 이 말을 하는 것이 내게 아무리 괴롭더라도 내 말을 들어라. 나는 좋은 일이 아닌 것은 결코 네게 권하지 않을 거다.
마륵지암 … 너는 그 아이를 완전한 제자를 만들기를 원한다. … 그러나 그 아이는 아직 어리다. 너는 … 너는 그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에 갈 것이다. 그 때에는 그를 교육하라고 시몬에게 말고 누구에게 줄 수 있겠니? 끝으로 가엾은 시몬이 너 때문에도 장모에게서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를 너도 알지. 그런데도 시몬은 너조차도 마음을 바꾸게 하지 못한 장모가 귀찮게 굴지 않고 조용히 내버려두게 하기 위해 과거의 생활과 자유를 조금도 되찾지 않은 지가 1년이나 되었다. 그리고 그의 가엾은 아내는 또 어떠니? 오! 그 여자는 사랑하고 사랑 받기를 몹시 원한다. 그런데 어머니는 어떠니? … 아이고! … 그럼 남편은? … 소중하지만 권력을 남용하는 사람이다. 그 여자는 과도한 요구를 곁들이지 않고 주는 애정을 받은 적이 없었다. … 가엾은 여인! …그에게 그 아이를 맡겨라. 아들아, 내 말을 들어라. 지금 당장은 우리가 그 아이를 데리고 가자. 나도 유다에 오겠다. 유다에 오면 성전에서 같이 있었던 동무 중의 한 사람이고, 다윗 가문의 여자이기 때문에 거의 친척이다시피 한 여자의 집으로 데려다 다오. 그 여자는 벳수르에서 산다. 그 여자가 아직 살아있으면 기꺼이 다시 만나겠다. 그런 다음 갈릴래아에 돌아가서는 보르보라에게 아이를 맡기자. 우리가 베싸이다 근처에 가게 되면 베드로가 아이를 맡을 것이다. 우리가 이리로 멀리 오게 될 때에는 아이가 베드로의 아내와 같이 있을 것이다. 아! 아니 네가 이제는 미소를 짓는구나! 그러면 네가 어미를 기쁘게 해주려는 것이로구나. 고맙다, 내 예수야.”
“그렇습니다, 어머니께서 원하시는 대로 되게 하겠습니다.” 예수께서는 일어나셔서 큰 소리로 “요나의 시몬아, 이리 오너라.” 하고 부르신다.
베드로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급히 층계를 올라온다. “선생님, 무슨 일입니까?”
“유혹자요 횡령자야, 이리 오너라.”
“제가요? 왜요? 주님, 제가 무슨 짓을 했기에?”
“너는 내 어머니를 매수했다. 그 때문에 어머니와 단둘이만 있으려고 했다. 내가 네게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그러나 예수께서는 미소를 지으신다. 그래서 베드로가 안심한다.
“아이고!” 하고 베드로는 말한다. “선생님이 정말 무서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웃으시는군요. … 선생님, 제게서 무엇을 원하십니까? 제 목숨입니까? 선생님이 제 것을 모두 빼앗아가셨기 때문에 이제 제게는 목숨밖에 남은 것이 없습니다. … 그렇지만, 제 목숨을 원하시면 드리겠습니다.”
“네게서 무엇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라 주려는 것이다. 그러나 네 승리를 남용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을 지켜라. 어머니의 말씀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선생을 이기는 더 없이 음흉한 사람. 아이를 가져라, 그러나 …”
예수께서는 말씀을 계속하실 수가 없다. 그것은 무릎을 꿇고 있던 베드로가 홱 일어나 하도 맹렬히 입맞춤하는 바람에 말씀을 하실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게 감사하지 말고 어머니께 감사드려라. 그러나 이것이 네게 도움이 되어야지 네게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하여라 ….”
“주님, 주님의 선물을 후회하지 않으시게 될 것입니다. … 아이고! 어머님! 항상 복되시고 거룩하시고 착하십시오 ….”
그리고 다시 무릎을 꿇은 베드로는 성모님의 손에 입맞춤하며 정말 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