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볼산은 이미 지나쳐서 이제는 길손들의 뒤에 있다. 이 산과 맞은 편에 있는 다른 산 사이에 끼여 있는 들판을 건너질러 걸어가면서 일행은 모두가 한 등반 이야기를 한다. 그렇지만 처음에는 제일 나이많은 사람들은 산에 올라가는 수고를 하지 않으려고 한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정상에까지 올라갔던 것을 기뻐한다. 지금은 꽤 편리한 통행량이 많은 길을 가기 때문에 걸어가기가 쉽다. 그들이 다볼산 비탈에서 밤을 보냈다는 인상을 받게 되기 때문에 시간이 일러서 시원하다.
“저기가 엔도르이다.” 하고 말씀하시며 예수께서 저 다른 산들의 무리의 첫번째 지맥(支脈)에 달라붙어 있는 초라한 마을을 가리키신다.
“네가 정말 저길 가고 싶으냐?”
“저를 기쁘게 해주기를 원하시면요 ….”
“그럼 가자.”
“그렇지만 길이 멀지 않습니까?” 하고 바르톨로메오가 묻는다. 그는 나이 때문에 경치를 내려다보는 소풍은 그리 찬성하지 않는다.
“오! 그렇지 않다! 그러나 여기 남아 있고 싶으면 …”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래, 그래! 자네들은 여기 있으면 돼. 나는 선생님을 모시고 가기만 하면 돼.” 하고 가리옷의 유다가 서둘러 말한다.
“사실은 결정하기 전에 무슨 훌륭한 것이 볼 게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 다볼산 꼭대기에서는 우리가 바다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젊은이의 연설이 있은 뒤라, 제가 그 바다를 처음으로 잘 보았다는 것을 인정해야겠고, 선생님이 보시는 것처럼, 즉 마음으로 보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 무엇인가 배울 것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배울 것이 있으면 피로해진다 하더라도 가겠습니다 ….”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저 사람들 말을 들었느냐? 너는 아직 네 의도를 말하지 않았다. 네 동료들에 대한 친절로 이제는 그것을 말해라.”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사울이 여자 점쟁이에게 문의하러 가고자 한 것이 엔도르가 아닙니까?”
“그렇다, 그래서?”
“선생님, 그래서요, 거기 가서 선생님이 사울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싶습니다.”
“오! 나도 그럼 가겠어!” 하고 베드로가 열광적으로 외친다.
“그러면 가자.”
그들은 빨리 주요 도로의 마지막 부분을 걸어가서, 큰 길을 버리고 직접 엔도르로 가는 작은 길로 들어선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초라한 마을이다. 집들은 비탈에 달라붙어 있는데, 비탈은 마을보다 좀 더 가서는 더 가파라진다. 주민들은 가난하다. 기껏해야 산에 수백년 된 참나무 숲 사이에 있는 풀밭에서 양들이나 칠 것이 틀림없다. 알맞은 구석에 보리와 같은 종류의 곡식을 심은 작은 밭 몇 뙈기가 있고 사과나무와 무화과나무들이 있다. 집들 둘레에는 이 고장이 습기찬 곳인 것처럼 우중충한 벽을 꾸미느라고 포도나무 몇 그루를 심어 놓았다.
“이제는 여자 점쟁이가 어디 있었는지 가서 물어보자.” 하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샘에서 물항아리들을 들고 돌아오는 어떤 여자를 세우신다.
그 여자는 예수를 신기한 듯이 쳐다보더니 이렇게 무례하게 대답한다. “몰라요. 그 따위 부질없는 일보다도 더 중요한 일 할 것이 많습니다요!” 그러면서 그냥 내버려두고 가버린다.
예수께서는 나무 조각을 다듬고 있는 어떤 작은 늙은이에게 물으신다.
“여자 마술사요? … 사울이요? … 그런데 누가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집니까? 그렇긴 하지만 기다리세요. … 공부를 한 사람이 하나 있으니까 아마 그 사람이 알지도 모릅니다. … 이리 오세요.”
그러면서 작은 노인은 돌투성이의 오솔길을 다리를 절며 올라가서 아주 보잘 것 없고 돌보지 않은 집에까지 이른다. “여깁니다. 내가 들어가서 부르지요.”
베드로는 더러운 마당에서 땅을 긁고 있는 병아리들을 가리키면서 “이 사람이 이스라엘 사람은 아니군요.” 하고 말한다.
그러나 작은 노인이 돌아오고 그 뒤에 애꾸눈 한 사람이 따라오기 때문에 다른 말은 덧붙이지 않는다. 그 사람은 그의 집에 있는 모든 것과 같이 더럽고 단정치 못하다. 늙은이가 말한다. “자, 이 사람이 그러는데 그곳은 이 무너진 집을 지나서 저기랍니다. 오솔길을 하나 지난 다음 개천을 하나 건너면 숲이 하나 있고 동굴이 여러 개가 있는데, 제일 높은 데 있는 것, 한 쪽에 무너져내린 벽이 아직 있는 동굴이 손님이 찾는 동굴이랍니다. 자네가 말한 게 그렇지?”
“아닙니다. 영감님은 모두 뒤죽박죽 되게 했어요. 내가 이 손님들과 같이 가겠습니다.”
그 사람의 목소리는 귀에 거슬리고 목구멍 안쪽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그것으로 인하여 더 불리한 인상을 주게 된다. 걷기 시작한다. 베드로와 필립보와 토마는 예수께 가시지 말라는 눈짓을 하고 또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으신다. 예수께서는 유다와 함께 그 사람의 뒤를 따라가시고, 다른 사람들은 예수를 따라간다. … 마지못해.
“손님은 이스라엘 사람입니까?” 하고 그 사람이 묻는다.
“그렇소.”
“나도 그렇지요. 혹은 그런 것 같지 않은데도 거의 그렇지요. 그러나 나는 대단히 오랫동안 다른 나라 여러 군데에 가 있으면서 저 바보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습관을 들이게 했습니다. 나도 다른 사람들 만한 능력이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내가 책을 많이 읽고 닭을 길러서 로마인들에게 팔고 여러 가지 풀을 가지고 병을 치료한다고 나를 마귀라고 말합니다. 내가 젊었을 때 한 여자 때문에 로마인과 싸웠지요. – 그 때 나는 친티움에 있었어요. – 그리고 그 자를 단도로 찔렀어요. 그 자는 죽었고, 나는 한 눈과 내가 가졌던 것을 잃고 장기간의 … 무기 징역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병을 치료할 줄 알아서 간수의 한 사람의 딸의 병을 고쳐 주었지요. 그 때문에 그 간수의 우정을 얻게 되었고 약간의 자유를 누리게 됐어요. … 그것을 이용해서 도망쳤습니다. 그 사람이 내가 도망친 것 때문에 틀림없이 목숨을 잃었을 테니까 나는 잘못했습니다. 그러나 갇혀 있으면 자유가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러면 그 후에는 아름답게 보이지 않소?”
“그렇게 안 뵙니다. 우리의 고독을 존중하지 않고 우리들 주위에 있으면 우리를 미워하는 사람들과의 접촉보다는 혼자 있는 감옥이 더 낫습니다 ….”
“철학자들을 연구했소?”
“나는 친티움에서 선생이었습니다. … 나는 개종자였지요 ….”
“그럼 지금은?”
“지금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현실 속에서, 사람들이 나를 미워했고 지금도 미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워하면서 살고 있어요.”
“누가 당신을 미워하오?”
“모두가요. 하느님을 위시해서요. 내겐 아내가 있었지요. … 그런데 하느님은 내 아내가 나를 배신하고 나를 망하게 하도록 허락했어요. 나는 자유롭고 존경 받았는데, 하느님은 내가 죄수가 되도록 허락했구요. 하느님의 돌보지 않음과 사람들의 불공평은 내 존재에서 하느님과 사람들을 지워버렸습니다. 여기에는 이제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어요 ….” 그러면서 그는 자기의 머리와 가슴을 친다. “즉 여기 머리 속에는 생각과 지식이 있어요. 여기는 아무것도 없구요.” 그러면서 경멸하는 태도로 침을 뱉는다.
“당신은 잘못 생각하오. 아직 두 가지가 남아 있소.”
“뭣들입니까?”
“기억과 미움이오. 그것들을 없애시오. 정말 마음을 비우시오. … 그러면 거기 넣을 새 물건을 내가 주겠소.”
“무엇을요?”
“하! 하! 하! 당신이 나를 웃기는군요! 여보시오, 웃지 않게 된 것이 35년이 되었어요. 내 아내가 포도주 장사를 하는 로마인하고 나를 배신한다는 증거를 내가 쥔 때부터요. 사랑을! 사랑을 내게! 그것은 마치 내가 내 병아리들에게 보석들을 던져 주는 것과 같은 겁니다! 그놈들이 그것을 배설하게 되지 못하면 소화불량으로 죽을 겁니다. 내게도 마찬가집니다. 당신 사랑을 내가 소화하지 못한다는 그것이 내 마음을 괴롭힐 겁니다 ….”
“이거 보시오, 그렇지 않소! 그렇게 말하지 마시오!” 예수께서는 실제로 눈에 띄게 몹시 슬퍼하시며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신다.
그 사람은 예수를 하나밖에 없는 눈으로 쳐다본다. 그리고 그 온화하고 매우 아름다운 얼굴에서 그가 본 것이 그의 입을 막고 그의 표정을 바꾸어 놓는다. 빈정거리던 그가 몹시 진지한 태도로 변하고, 거기에서 참된 슬픔으로 변한다. 그는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변한 목소리로 묻는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자렛의 예수요. 메시아.”
“선생님이!!!”
“내가 그렇고. 책을 많이 읽은 당신이 내게 대한 말을 듣지 못했소?”
“알고 있었습니다. … 그러나 선생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은 몰랐고 또 … 특히 이것을 몰랐었습니다! 선생님이 모든 사람에게 … 이렇게 … 살인자들에 대해서도 … 친절하시다는 것을 알지 못했었습니다. … 선생님께 말씀드린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 하느님께 대한 말과 사랑에 대한 말을 … 이제는 선생님이 제게 왜 사랑을 주시기를 원하시는지 이해하겠습니다. … 그것은 사랑이 없으면 이 세상은 지옥일 터인데, 메시아이신 선생님은 세상을 낙원을 만들고자 하시니까 그런 것입니다.”
“당신 마음 속에 낙원을 . 당신을 병들게 하는 기억과 미움을 내게 주시오. 그리고 당신 마음 속에 사랑을 넣어 주게 가만히 있으시오!”
“아이고! 제가 전에 선생님을 알았더라면! … 그러면 … 그렇지만 제가 살인을 했을 때는 틀림없이 선생님이 아직 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 그러나 그 후 … 그 후 … 뱀이 수풀 속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처럼 자유롭게 살면서 제 미움으로 사람들을 헤치려고 했을 때.”
“그러나 당신은 좋은 일도 했소. 당신이 약초를 가지고 사람들을 치료한다고 말하지 않았소?”
“그랬습니다. 용납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미약(媚藥)을 가지고 중독시키려는 마음과 몇 번이나 싸웠는지 모릅니다. … 아시겠습니까? 제가 이리로 피해 온 것은 … 사람들이 세상을 모르고, 세상도 여기 사람들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주받은 고장이지요. 다른 데에서는 사람들이 저를 미워했고 저도 사람들을 미워했고 정체가 드러날까 봐 무서워했습니다. … 그러나 저는 나쁜 사람입니다.”
“당신은 간수에게 해를 끼친 것을 후회했소. 당신이 아직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겠지요? 당신은 악의가 없소. … 다만 당신은 아물지 않은 큰 상처를 가지고 있는데, 아무도 그것을 치료해 주지 않소. … 마치 상처로 피가 빠져나가듯이 당신의 착함이 그 상처로 해서 빠져나가오. 그러나 가엾은 형제인 당신을 치료해서 당신의 상처를 아물게 할 사람이 있으면, 당신의 착함이 생기는 족족 빠져나가지 않게 될 거요. 그 착함이 당신 안에서 커질 거요 ….”
그 사람은 머리를 숙이고 운다. 그러나 그의 눈물을 눈치 채게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와 나란히 걸어가시는 예수께서만 그것을 보신다. 그렇다, 그것을 보신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신다.
일행은 무너져내린 담과 산에 있는 동굴로 이루어진 피신처에 도착한다. 그 사람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게 하려고 애쓰며 말한다. “자, 여깁니다. 들어가십시오.”
“친구, 고맙소. 착하게 사시오.”
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고, 그 동안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같이 틀림없이 단단한 담의 재료이었던 돌들이 쌓여 있는 위를 지나가신다. 그들은 푸른 도마뱀들과 다른 야생동물들의 안식을 방해한다. 그들은 연기로 검게 된 넓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데, 그 벽에는 황도(黃道) 12궁(宮)과 그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돌에 새겨진 채로 아직 남아 있다. 연기로 검게 된 한 구석에는 벽감(壁龕)이 하나 있고, 그 아래에는 구멍이 하나 있는데, 액체를 흘러나가게 하는 하수구 같다. 박쥐들이 기분 나쁘게 주렁주렁 매달려 천장을 장식하고 있다. 올빼미 한 마리가 야고보가 전갈이나 독사를 밟는지 보려고 불을 붙인 나뭇가지의 불빛 때문에 방해를 받아 솜으로 감싼 것 같은 날개를 치고 불빛이 거슬리는 눈을 감으면서 탄식한다. 그 놈은 바로 벽감 속에 앉아 있는데, 그 놈의 발 아래 있는 죽은 쥐들과 썩어가는 족제비와 새들의 역한 냄새가 똥냄새와 축축한 흙냄새와 섞였다.
“정말 훌륭한 곳이로구먼!”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젊은이, 자네 다볼산과 자네 바다가 나았어!” 그리고 예수께로 돌아서며 “선생님, 빨리 유다를 만족시켜 주십시오. 이곳은 … 분명히 안티파스 왕의 방이 아니니까요!” 하고 말한다.
“곧 그렇게 하겠다. 정확히 무엇이 알고 싶으냐?” 하고 예수께서 가리옷의 유다에게 물으신다.
“이렇습니다. … 저는 사울이 여기 온 것으로 죄를 지었는지 또는 왜 죄를 지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 또 한 여자가 죽은 사람들을 불러낸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알고 싶습니다. 저는 또 이런 것도 알고 싶습니다. … 아이고! 요컨대 선생님이 말씀하십시오, 그러면 제가 질문을 하겠습니다.”
“이건 시간이 걸리겠습니다! 적어도 밖에 해가 비치는 바위 위로라도 나가십시다. … 그러면 습기와 역한 냄새를 피하게 되겠습니다.” 하고 베드로가 애원조로 말한다.
예수께서 거기에 동의하신다. 그들은 담이 무너진 위에 재주껏 앉는다.
“사울의 죄는 그의 죄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 죄보다 먼저 지은 죄도 많았었고, 그 후에 지은 죄도 많았었다. 모두가 중한 죄들이었다. 그에게 기름을 발라 왕 위에 올렸고, 그 다음에는 백성의 찬미를 왕과 더불어 함께 받지 않으려고 몰래 사라진 사무엘에 대한 이중의 배은망덕이었다. 골리앗을 처치해 주고, 엔게디와 하킬라의 동굴에서 그를 살려준 다윗에 대한 배은망덕이었다. 많은 불복종과 백성에게 많은 분격을 일으킨 죄가 있었다. 그의 은인 사무엘을 괴롭혀 사랑을 어김으로써 죄를 지었다. 또 다른 은인인 다윗에 대한 질투와 음모로 죄를 지었고 마침내 여기서 지은 죄의 책임이 있다.”
“누구에게 대해서요? 여기서 아무도 죽이지 않았는데요.”
“그의 영혼을 죽였다. 이 안에서 그의 영혼을 죽이고 말았다. 왜 고개를 숙이느냐?”
“선생님, 저는 곰곰히 생각하는 중입니다.”
“네가 곰곰히 생각한다는 것은 알겠다. 무슨 생각을 하느냐? 왜 여기에 오고자 했느냐? 순전히 지적인 호기심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 이것을 인정하여라.”
“우리는 마술이니 강신술(降神術)이니 초혼(招魂)이니 하는 소리를 늘 듣습니다. … 저는 무엇을 발견할까 보고 싶었습니다. … 그것이 어떻게 되는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 저는 끌어당기기 위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로 되어 있는 저희가 약간 강신술사가 되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선생님이시니까 선생님의 능력으로 행하십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상한 일을 행하기 위해 어떤 어떤, 어떤 도움을 찾아야 합니다 ….”
“아이고! 아니 자네 미쳤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고 여럿이 외친다.
“잠자코 이 사람이 말을 하게 내버려두어라. 이 사람의 광기는 보통 광기와는 다른 것이다.”
“그렇습니다. 요컨대 저는 여기 오면서 그 시대의 마술이 제 안에 조금 들어와서 저를 더 위대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을 위해서 그랬다는 것을 믿어 주십시오.”
“나는 네자 지금 가지고 있는 소원이 진정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는 영원한 말씀으로 네게 대답하겠다. 그것이 성경의 말씀이기 때문인데, 성경은 사람이 있는 한 존재할 것이다. 믿거나 업신여김을 받으면서, 진리의 이름으로 공격을 받거나 조롱을 당하면서도 존재할 것이고, 언제까지나 존재할 것이다.
성경에 이런 말이 있다. ‘하와가 그 나무의 열매가 먹음직하고 보기에 탐스러워서 따서 먹고 남편에게도 주었다. … 그러자 그들은 눈이 밝아져서 자기들이 알몸이라는 것을 알고 허리띠를 만들어 둘렀다. … 그러니까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떻게 너희가 알몸이라는 것을 알았느냐? 먹지 말라고 한 열매를 먹은 탓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낙원에서 내쫓으셨다.’ 또 성경에 사울에 대하여 이런 말이 있다. ‘사무엘은 나타나면서 말하였다. <무슨 일로 나를 불러내어 귀찮게 구느냐? 야훼께서 이미 너를 떠나셨는데 어찌하여 내게 묻느냐? 야훼께서는 내가 네게 말한 대로 네게 하실 것이다. … 그것은 네가 야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들아, 금지된 열매에 손을 내밀지 말아라. 그것을 가까이하는 것만도 무모한 짓이다. 사탄의 독의 희생물이 될까 무서우니 이 세상을 초월해 있는 것을 알려는 호기심을 버려라. 신비술과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을 피하여라. 오직 한 가지만을 거룩한 믿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은 하느님이다. 그러나 하느님이 아닌 것, 이성의 힘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은 피하고 또 피해서 너에게 악의의 샘이 솟아나오지 않게 하고, 네가 ‘알몸’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말아라. 알몸이란 악마주의와 섞인 인간성에서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왜 어두컴컴한 기적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를 원하느냐? 네 성덕으로 놀라게 하여라. 그리고 그 성덕이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과 같이 빛나게 하여라. 산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을 갈라놓는 휘장을 찢기를 원하지 말아라. 죽은 사람들을 귀찮게 굴지 말아라. 그들이 지혜로우면 그들이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에 그들의 말을 들어라. 그리고 그들이 죽은 뒤에도 그들에게 순종함으로써 그들을 공경하여라. 그들의 두 번째 인생을 어지럽게 하지 말아라. 주의 목소리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주를 잃는다. 그런데 주께서는 신비수로가 강신술과 어떤 형태의 사탄주의도 금하셨다. 성경 말씀이 이미 네게 말해 준 것 외에 무엇을 더 알고자 하느냐? 네 착함과 내 능력이 네게 행하도록 허락하는 것 외에 무엇을 더 행하기를 원하느냐? 아들아, 죄를 원하지 말고 성덕을 원하여라. 내가 말한 것을 기분 나빠하지 말아라. 나는 네가 네 인간성 안에서 너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 네 마음에 드는 것이 많은 사람의 마음에도 든다. 너무나 많은 사람의 마음에. 다만 한 가지, 네가 갈망하는 것에 네가 정해놓은 목적, 즉 ‘내게 사람들을 끌어오기 위하여 능력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네 인간성에서 큰 무게를 치우고 날개를 준다. 그러나 그것은 밤새의 날개다. 내 유다야, 그것은 안 된다. 빛나는 날개, 천사의 날개를 네 영에 달아라. 이 날개의 바람으로만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 그들로 하여금 네 뒤를 따라 하느님께로 향하게 할 것이다. 이제는 떠나도 되겠느냐?”
“예, 선생님! 제가 잘못 생각했었습니다.”
“아니다. 너는 탐구자였다. … 세상에는 그런 탐구자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가자, 오너라. 악취가 나는 이 곳에서 나가자. 해가 있는 데로 가자! 며칠 있으면 과월절인데, 그 다음에는 네 어머니를 상기시킨다. 정직한 네 집, 거룩한 네 어머니. 오! 얼마나 평화스러우냐!”
언제나 그런 것과 같이 그의 어머니의 기억과 그의 어머니에 대한 선생님의 칭찬이 유다의 마음을 다시 밝게 한다. 그들은 폐허에서 나와 이미 걸어온 일이 있는 소로로 내려온다. 애꾸눈의 사람이 아직 거기에 있다.
“아직 여기에?” 예수께서는 눈물로 붉어진 그의 얼굴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척하시면서 물으신다.
“여기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허락하시면 선생님을 따르겠습니다. 말씀드릴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
“그럼 나를 따라오시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요?”
“예수님 … 말할 힘을 가지고, 저 자신을 바꾸는 거룩한 마술을 하고, 여자 마술사가 사울을 위해 사무엘을 불러낸 것처럼 죽은 제 영혼을 불러내기 위해서는 선생님의 눈길같이 부드럽고 선생님의 목소리같이 거룩한 선생님의 이름을 불러야 할 것으로 믿습니다. 선생님은 제게 새 생명을 주셨는데, 그것이 아직 어렵게 태어난 갓난 아기와의 생명과 같이 형태가 잡혀지지 않았고 능력이 없습니다. 그 생명은 아직 나쁜 피부의 강한 압력 밑에서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제 죽음에서 나오게 도와주십시오.”
“그럽시다, 여보.”
“저는 … 저는 마음 속에 아직 인간성을 좀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완전히 야수가 아니고, 아직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고, 용서하고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사랑이, 용서해 주는 선생님의 사랑이 그것을 제게 가르쳐 줍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소.”
“그러면 …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제 이름은 펠릭스(Felix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뜻)라고 합니다! 아이러니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새 이름을 하나 지어주십시오. 그래서 과거가 실제로 죽게 해주십시오. 저는 마침내 주인을 만난 떠돌이개처럼 선생님을 따르겠습니다. 선생님이 원하시면 선생님의 노예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저를 혼자 내버려두지 마십시오 ….”
“그럽시다.”
“어떤 이름을 주시겠습니까?”
“내게 소중한 이름, 요한이라는 이름을 주겠소. 당신은 주께서 주시는 은총이기 때문이오.”
“저를 데려가시는 거지요?”
“우선은 그럽시다. 다음에는 내 사도들과 같이 나를 따르시오. 그러나 당신 집은?”
“이제는 집이 없습니다. 제가 가진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습니다. 다만 제게 선생님의 사랑과 빵만을 주십시오.”
“오시오.” 그러면서 예수께서는 돌아서시어 사도들을 부르신다. “벗들아, 그리고 특히 너 유다야, 고맙다. 너를 통하여, 너희들을 통하여 한 영혼이 하느님께로 온다. 여기 새 제자가 있다. 이 사람은 우리가 형제 제자들에게 맡길 수 있을 때까지 우리와 같이 간다. 한 마음을 얻어만난 것을 기뻐하고 나와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여라.”
열 두 사도는 정말 그리 기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은 순종과 예의로 좋은 얼굴을 한다.
“선생님이 허락하시면 먼저 가겠습니다. 제 집 문지방에서 선생님을 기다리겠습니다.”
“가시오.”
그 사람은 뛰어서 간다. 딴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럼 이제는 우리끼리만 있게 되었으니 그에 대해서 친절하고 그의 과거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명령한다. 이것은 너희들에게 하는 내 명령이다. 자유를 되찾은 형제에 대해 말을 하거나 사랑을 어기는 사람은 당장 내게 배척당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주님이 얼마나 착하신지 보아라. 우리는 이곳에 인간적인 목적을 가지고 왔었는데, 주님은 우리에게 초자연적인 총애을 받고 나서 떠나는 은혜를 주신다. 오! 나는 새로 회개한 사람으로 인해서 하늘에서 생기는 기쁨 때문에 몹시 기쁘다.”
그들은 집 앞에 이른다. 문지방에는 짙은 빛깔의 깨끗한 옷에, 잘 어울리는 겉옷을 입고, 새 샌들을 신고 어깨에는 큰 배낭을 메고 그 사람이 서 있다. 그는 문을 잠근다. 그리고 냉담한 사람으로 생각될 수 있을 사람으로서는 괴상한 일이지만, 흰 암병아리를 붙잡는다. 그 병아리는 아마 제일 사랑받는 것인 모양이어서 길이 들어 그의 손 안에서 눕는다. 그는 그 병아리에게 입맞춤하면서 운다, 그리고 땅에 내려놓는다.
“가십시다. … 그리고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니 이놈들, 제 병아리들은 저를 사랑했습니다. … 저는 이놈들과 말을 했고 … 이놈들은 제 말을 알아들었습니다 ….”
“나도 당신을 이해하오. …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오. 대단히. 나는 35년 동안 세상이 당신에게 거절한 모든 사랑을 당신에게 주겠소 ….”
“오! 저도 그것을 압니다! 그것을 느낍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 짐승을 사랑하는 … 사람을 동정해 주십시오. … 그 짐승은 사람보다 그에게 더 충실했습니다 ….”
“좋소. … 좋아. 이제 과거는 생각하지 마시오. 당신은 할 일이 대단히 많을 거요! 그리고 당신은 경험이 있으니 좋은 일을 많이 할 거요. 시몬, 이리 오너라. 그리고 너 마태오도. 알겠소? 이 사람은 죄수보다 더했고, 또 문둥병자였소. 또 이 사람은 죄인이었고 그런데 이 사람들 이 불쌍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알기 때문에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오. … 그렇지?”
“주님의 인자하심 덕분입니다. 그러나 여보시오. 주님을 섬기면 모든 과거가 사라진다는 것을 믿으시오. 남아 있는 것은 평화뿐이오.” 하고 열성당원이 말한다.
“그렇고, 평화, 그리고 낡은 악습과 미움 대신 들어서는 새로운 젊음이오. 나는 세리였으나 지금은 사도요. 우리는 우리 앞에 세상을 대하고 있고 세상에 관해 교육을 받고 있소. 우리는 현실을 보지 못하면서 해로운 열매와 유혹하는 나무 곁을 지나가는 덤벙거리는 어린 아이들이 아니오. 우리는 알고 있소. 우리는 악을 피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악을 피하도록 가르칠 수가 있소. 우리는 휘는 사람들을 바로잡을 줄 아오. 그것은 일으켜진다는 것이 우리를 얼마나 진정시켜 주는지를 알기 때문이오. 그리고 우리는 누가 일으켜 주는지를 아오. 이 분이시오.” 하고 마태오가 말한다.
“맞습니다! 맞아요! 절 도와 주세요. 고맙습니다. 이것은 마치 제가 어둡고 냄새가 역한 곳에서 꽃이 핀 풀밭의 자유로운 공간으로 옮겨가는 것 같습니다. … 저는 20년 동안을 도형장(徒形場)과 아나톨리아의 광산에서 몹시 지치게 하는 일을 하고 나서 자유의 몸으로, 마침내 자유의 몸으로 나왔을 때,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날 밤에 도망쳐 나와서 -깎아지른 어떤 산꼭대기에, 그러나 자유롭고 새벽에 햇빛이 환히 비치고 향긋한 수풀이 덮인 산꼭대기에 있게 되었을 때 이와 비슷한 것을 맛보았습니다. … 자유! 그러나 지금은 그보다 더한 무엇이 있습니다! 제 안에서는 모든 것이 후련해집니다. 저는 15년째 사슬없이 지냈습니다. 그러나 미움과 공포와 고독이 제게는 사슬과 같았습니다. … 이제는 그 사슬이 풀렸습니다. … 이제 선생님네를 제게 안내한 노인의 집에 다  왔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노인이 달려오더니 애꾸눈이 깨끗하게 되어 가지고 나들이옷을 입고 미소짓고 있는 것을 보고 조상처럼 그대로 서 있다.
“자, 여기 제 집의 열쇠가 있습니다. 저는 영원히 떠납니다. 영감님은 제 은인이니까 영감님께 감사합니다. 영감님은 제게 가족을 하나 돌려 주셨습니다. 제 재산을 가지고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하세요.… 그리고 제 닭들을 돌보세요. 안식일마다 로마인이 달걀을 사러 옵니다. … 영감님께 이득이 될 것입니다. … 제 닭들을 잘 다루세요. … 그리고 하느님께서 거기에 대한 상을 영감님께 주시기를 바랍니다.”
노인은 어안이 벙벙해 있다. … 그는 열쇠를 받아 가지고 입을 벌린 채로 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렇습니다, 이 사람이 말하는 대로 하십시오. 나도 영감님께 여기에 대해 감사하겠습니다. 예수의 이름으로 영감님께 강복합니다.”
“나자렛의 선생님! 선생님이시군요! 하느님 맙소사! 내가 주님과 말을 했습니다! 여인들! 여인들! 남자들! 메시아께서 우리에게 오셨소!”
노인이 몹시 외치니, 사람들이 사방에서 모여온다.
“강복을 주십시오! 강복을 주세요!” 하고 그들은 외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여기 머무십시오!” 하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어디로 가십니까? 어디로 가시는지나 말씀해 주십시오.” 하고 말한다.
“나임으로 갑니다. 여기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선생님을 따라가겠습니다! 좋습니까?”
“오시오. 그리고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평화와 강복을 드립니다.”
그들은 큰 길을 향하여 가서 그리로 접어든다. 예수 곁에서 걸어가면서 그의 배낭의 무게 때문에 고생하는 그 사람이 베드로의 호기심을 끈다. “아니 그 안에 뭣이 그렇게 무거운 것이 들었소?” 하고 베드로가 묻는다.
“옷하고 … 책들입니다. … 닭들 다음으로는, 또 닭들과 함께 제 벗들이지요. 이걸 떼어놓을 수가 없없습니다. 그런데 무겁습니다.”
“그야 지식은 무겁지요! 물론! 그러니 그걸 누가 좋아하오!”
“이것들이 내가 미치지 않게 막아 주었습니다.”
“그러니 그것들을 몹시 사랑하겠구려! 하지만 무슨 책들이오?”
“철학, 역사, 그리이스와 로마의 시 따위지요 ….”
“그건 훌륭하오 훌륭해. 틀림없이 훌륭하지요. 그렇지만 … 그것들을 끌고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오?”
“어쩌면 이것들과도 헤어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모두 버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지요, 메시아님?”
“선생님이라고 부르시오. 그렇소, 그것은 불가능하오. 그러나 당신 친구인 책들을 보호라 수 있을 곳을 얻어 주겠소. 이교도들과 하느님께 대해서 토론할 때 당신에게 유익할 수 있을 거요.”
“아이고! 선생님은 정말 어떤 생각을 늘 예비로 가지고 계시는군요!”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고 베드로가 외친다. “그야 물론이지요! 선생님은 바로 지혜 자체이시니까요!”
“선생님은 정말 착하심 자체입니다. 당신은 교양이 있습니까?”
“나요? 오! 매우 교양이 많지요! 청어와 잉어를 구별할 줄 아니까요. 내 지식은 그 이상은 되지 못하오. 여보시오, 나는 어부요!” 베드로는 겸손하고 솔직하게 웃으며 말한다.
“당신은 솔직하십니다. 그것은 혼자서 배우는 지식입니다. 그런데 그 지식을 가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당신은 내 마음에 듭니다.”
“당신도 당신 자신을 책할 때에는 솔직했기 때문에 내 마음에 들었소. 나는 모든 것을 용서하고, 모든 사람을 도와주오. 그러나 속이는 사람들에게는 무자비한 적이오. 그런 사람들은 내게 혐오감을 일으키오.”
“옳은 말입니다. 속이는 사람은 죄인입니다.”
“죄인, 제대로 말했소. 여보시오. 당신 배낭을 내게 좀 줄 만큼 나를 믿지 못하겠소? 내가 당신 책들을 가지고 달아나지 않는다는 걸 믿어도 되오. … 내가 보기엔 당신이 피로한 것 같소 ….”
“20년 동안의 광산일은 사람을 피로하게 합니다. … 그렇지만 당신은 왜 피로를 사서 하려고 합니까?”
“그것은 선생님이 우리들에게 형제들처럼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치셨기 때문이오. 그걸 날 주시오. 그리고 내 초라한 옷보따리를 받으시오. 이건 무겁지 않소. … 역사도 없고 시도 없소. 내 역사와 내 시, 그리고 당신이 말한 다른 것은 저 분, 내 예수님, 우리들의 예수님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