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기념일! 베일을 썼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미지의 사람”이 자기를 알렸습니다. 선생님은 “마리아야” 하고 부르셨습니다. … 그리고 마리아가 요한이 되었습니다. 제 눈물은 선생님의 입맞춤과 약속으로 닦아졌습니다! … 그리고 선생님의 뜻에 의해 “다시 태어났습니다.” 사람들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압니다. 신부님도 아십니다. 제가 이 날짜를 기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그리고 저는 하느님께 봉사함으로써 이 날짜를 기념하며, 이 봉사에 딸린 피로와 고생을 축복합니다. 그것은 … 오! 1943년 3월 1일의 그 시간은 하도 엄청나서, 이와 비교하면 십자가조차도 아무것도 아닐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은 온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이 야단법석이다. 어떻게나 동요하는지 꼭 벌통을 쑤셔놓은 것 같다.  그들은 말을 하고 밖의 망을 보고 사방을 살펴본다. 예수께서는 안 계시다. 마침내 그들을 불안하게 하는 일에 대하여 결정을 하고 베드로가 요한에게 명령한다. “선생님을 찾아가게. 선생님은 강쪽에 있는 숲속에 계셔. 즉시 오시든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일러 주십사고 말씀드리게.”
요한은 빨리 멀어져간다. 가리옷 사람이 말한다. “왜 이렇게 야단법석을 하고 이렇게까지 무례한 행동을 하는지 나는 모르겠네. 나 같으면 그이한테 가서 그이의 신분에 상응한 경의를 표하며 맞이했을걸세. 그이의 방문이 우리에게는 영광스러운 일이야. 그러니까 ….”
“난 잘 모르겠어.”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그 사람은 그의 젖형제하고는 다르겠지. …그렇지만 … 하이에나들과 같이 있으면 하이에나의 냄새가 배게 되고 그 본능도 배우게 된단 말이야. 게다가 자네는 그 여자가 자리를 떠야 한다고 하지만 … 조심해! 선생님은 그걸 원치 않으시고, 나는 그 여자의 후견인이란 말이야. 만일 그 여자에게 손을 대면 … 난 선생님 같지는 않을 걸세. 자네 행동을 잘 조절하라고 말하는 것뿐이야.”
“아이고! 도대체 그 여자는 누구야? 혹시 아름다운 헤로디아가 아닌가?”
“말장난하지 말아!”
“자네가 그렇게 하도록 부추기는거야. 자넨 그 여자에게 마치 여왕에게 하듯이 친위대 노릇을 한단 말이야 ….”
“선생님이 ‘그 여자를 사람들이 방해하지 않게 보살펴라, 그리고 그 여자를 존중하여라.’ 하고 내게 말씀하셨단 말이야. 그래서 그렇게 하는거야.”
“하지만 그 여자는 누군가? 자넨 아나?” 하고 토마가 묻는다.
“난 몰라.”
“자, 말해봐 … 자넨 알고 있지 …” 하고 여러 사람이 재촉한다.
“난 정말 몰라, 맹세해, 선생님은 틀림없이 아실거야, 그렇지만 난 몰라.”
“요한에게 선생님께 여쭈어보라고 해야 돼. 요한에게는 다 말씀하시니까.”
“왜?” 하고 유다가 말한다. “요한은 특별한 게 뭐가 있어? 자네 동생은 신인가?”
“유다, 그렇지 않아. 그애는 우리 중에서 제일 선량한 사람이야.”
“자네들 이런 피로를 면할 수 있네.” 하고 알패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어제 내 동생이 그 여자가 강에서 안드레아가 준 물고기를 가지고 돌아올 때에 보았다는데, 안드레아가 예수께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셨다네. ‘그 여자는 얼굴이 없다. 그 여자는 하느님을 찾는 영이다. 내게 있어서는 그 여자가 그외의 아무 것도 아니고, 또 그 여자가 모두에게도 그렇기를 원한다.’ 하고. 그런데 ‘원한다’는 말씀을 어떻게 엄한 어조로 말씀하셨는지 나는 자네들에게 중언부언하지 말라고 충고하네.”
“난 그 여자를 가서 만나겠어.” 하고 가리옷의 유다가 말한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해봐.” 하고 베드로가 얼굴이 새빨개져서 말한다.
“자네도 예수님한테 첩자 노릇을 하는건가?”
“난 그런 직업은 성전 사람들에게 남겨주네. 호수에 사는 우리는 일해서 밥벌이를 하지, 밀고로 밥벌일 하진 않아. 요나의 아들 시몬이 자넬 정탐할까봐 염려하진 말게. 하지만 내 비윌 거드리진 말아, 그리고 내가 여기 있으니까 자네는 선생님께 불복종하게 가만놔두진 않을거야 ….”
“그래 자넨 뭐야? 나와 같이 보잘 것 없는 사람이지.”
“그렇지요. 나으리. 오히려 자네보다 더 가난하고 더 무식하고 더 촌스러워. 나도 그걸 알아, 하지만 그걸 슬퍼하진 않아. 하지만 마음이 자네와 같다면 걱정을 할거야. 그렇지만 선생님이 이 임무를 내게 맡기셨으니, 난 이 임무를 다하는 거야.”
“내 마음과 같으면이라구? 그래 내 마음 속에 자네에게 혐오감을 주는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 말해봐, 비난하고 공격해 보라구 ….”
“아니, 도대체!” 하고 열성당원이 기분이 좋지 않아서 말하고, 그와 함께 바르톨로메오도 말한다. “유다, 결국, 그쯤 해두게. 베드로의 나이를 존중해야지.”
“난 모든 사람을 존중해, 그렇지만 내 안에 뭐가 있는지 알고 싶어….”
“즉시 대령하지. … 내가 말하게 내버려둬 … 이 부엌을 가득 채울 만큼 교만이 있고, 위선이 있고, 음탕이 있어.”
“내게 위선이 있다구?”
모두가 사이에 든다. 그래서 유다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
시몬이 침착하게 베드로에게 말한다. “여보게, 내가 자네에게 몇 마디 하는 걸 양해해 주게. 이 사람이 결점이 있기는 해. 그렇지만 자네도 결점이 몇 가지 있어. 그중 하나가 젊은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거야. 왜 나이와 출신과 … 여러 가지를 고려하지 않나? 이거 보게, 자네는 예수님께 대한 애정으로 그렇게 행동하지만, 이런 말다툼이 선생님을 피로하게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나? 이 사람에게는(유다를 가리킨다) 이 말을 하지 않지만, 생각이 깊고 대단히 성실한 자네에게는 이 부탁을 하겠네. 선생님은 그 원수들 때문에 걱정이 많은데, 우리까지도 걱정을 끼쳐드려서야! 선생님 주위에는 많은 적의가 에워싸고 있네. 그런데 왜 집안에서까지 적의를 만들자는거야?”
“맞아.” 하고 타대오가 말한다. “예수님은 매우 침울하시고 야위기까지 하셨어. 밤에는 침대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시고 한숨을 쉬시는 소리가 들려. 나도 밤에 자주 깨서 선생님이 기도하시며 우시는 것을 보았어. 나는 ‘무슨 일이 있습니까?’ 하고 말했더니, 선생님은 나를 껴안으시면서 ‘나를 많이 사랑해다오.「구세주」가 된다는 것이 정말 힘들구나!’ 하고 말씀하셨어.”
“나도 강가의 숲속에서 선생님이 눈물을 흘리시는 것을 보았어.” 하고 필립보가 말한다. “그리고 내 의아스러운 듯한 눈치를 보시더니 이렇게 대답하셨어. ‘하늘에는 하느님께서 계시다는 것 외에 하늘과 땅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아느냐? 그것은 사람들 사이에 사랑이 없다는 점이다. 이것이 내 목을 죄는 밧줄과 같은 느낌을 준다. 나는 작은 새들에게 낟알을 던져서 서로 사랑하는 존재들의 사랑을 받으려고 여기에 왔다.’ 하고.”
가리옷의 유다는(그는 정신의 평형을 잃은 것 같다.) 땅에 엎어지며 어린아이처럼 운다. 마침 그때 예수께서 요한을 데리고 들어오신다. “대관절 무슨 일이냐? 그리고 왜 우느냐? …”
“선생님, 제 잘못입니다.” 하고 베드로가 솔직히 말한다. “제가 나쁘게 행동했습니다. 제가 유다를 너무 심하게 비난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는 선생님께 걱정을 끼쳐 드립니다. … 저는 착하지 못합니다. … 저는 혼란과 불화와 반항을 일으킵니다! 저는 … 베드로가 옳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착하게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저는 여기 마음 속에 무엇인가가 있어서 제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게 되니까요. 저로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 그래서 선생님께 괴로움만을 드리게 됩니다. 기쁨만을 드리고 싶은 선생님께 말입니다. … 제 말을 믿어 주세요! 이것은 거짓이 아닙니다 ….”
“그렇고 말고, 유다야. 나는 그걸 의심치 않는다. 너는 실제적인 정열로 아주 진실한 마음을 가지고 내게로 왔다. 그러나 너는 젊다. 아무도, 너까지도 내가 너를 아는 것만큼 너를 알지 못한다. 자, 일어나서 이리 오너라. 우리 둘이서만 이야기하자. 우선 나를 부르게 만든 그 사람 이야기를 하자. 만나넨도 여기 왔다고 해서 나쁠 것이 무엇이냐? 어떤 사람이 헤로데의 친척이라해서 참 하느님을 갈망할 수가 없단 말이냐? 나 때문에 염려하느냐? 걱정할 필요없다. 내 말을 믿어라. 그 사람은 올바른 의향으로 왔다.”
“그러면 왜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습니까?” 하고 제자들이 묻는다.
“그것은 그 사람이 바로 ‘영혼’으로서 온 것이지 헤로데의 젖형제로서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조용하게 온 것은 하느님의 말씀 앞에서는 왕과의 친척관계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침묵을 존중하자.”
“그렇지만 오히려 그가 저 사람을 보냈다면요?”
“누가? 헤로데가? 아니다, 염려 말아라.”
“그럼 누가 저 사람을 보냈습니까? 저 사람이 어떻게 선생님을 알까요?”
“바로 내 육촌 요한을 통해서이다. 요한이 옥중에서도 나를 전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느냐? 또한 쿠자를 통해서도 …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증오 바로 그것을 통해서도 … 나를 알았을 것이다. 이제는 나뭇잎과 바람까지도 내게 대하여 말한다. 조약돌이 움직이지 않는 물 속에 던져졌고 방망이가 종을 울렸다. 물결은 점점 더 큰 원을 그리며 먼 데 있는 물에까지 계시를 전하고, 소리는 그것을 공간에 넘겨준다. … 땅은 ‘예수’라고 말할 줄 알게 되었고, 이제부터는 결코 입을 다물지 않을 것이다. 자, 너희들, 가거라. 그리고 어느 누구와도 마찬가지로 그 사람도 정중하게 대하여라. 다들 가거라. 나는 유다와 단둘이 남아 있겠다.”
제자들이 간다.
예수께서는 아직 눈물을 흘리고 있는 유다를 보시며 물으신다. “자! 너는 내게 할 말이 없느냐? 나는 네게 관한 것을 다 알고 있다. 그러나 네게서 그 말을 듣고 싶다. 왜 그렇게 우느냐? 그리고 무엇보다도 왜 그렇게 불안정해서 끊임없이 불만을 가지게 되느냐?”
“아이고! 선생님, 그렇습니다. 선생님이 바로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천성적으로 질투가 많습니다. 선생님은 틀림없이 그것을 아시지요. 그래서 저는 … 저는 여러 가지 일을 보고 괴로워합니다. 그 때문에 저는 불안해지고 … 옳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그렇게 되려고 하지 않는데도 나빠집니다 ….”
“울지 말아라! 누구를 질투하느냐? 네 본마음으로 말해 버릇하여라. 너는 말을 많이 한다. 너무 많이 할 정도이다. 그러나 무엇으로 말을 하느냐? 본능과 생각으로. 너는 피로하게 하는 끊임없는 본능의 작용을 따라서 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너와 네 자아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네가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야 하는 것에 관하여는 너를 말리거나 가로막는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육체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이다. 육체는 흥분한 네 말이다. 너는 경마장 주임에게서 흥분한 말 두 마리를 받은 경마기수와 같다. 한 마리는 관능이다. 또 한 마리는 … 또 한 마리는 어떤 것인지 알고 싶으냐? 그래? 그것은 네가 굴복시키려고 하지 않는 잘못이다. 능란하지만 조심성없는 경마기수인 너는 네 솜씨만 믿고 그것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너는 일등을 하기를 원한다. … 너는 적어도 말 한 마리를 바꾸느라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말들을 흥분시키고 채찍질을 한다. 너는 ‘승리자’가 되기를 원한다. 박수갈채를 바란다. … 어떤 승리도 그것을 꾸준하고 참을성 있고 조심성 있는 노력으로 얻을 때에 확실해진다는 것을 모르느냐? 네 영혼에서 오기를 바란다. 내가 네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말해 주어야 하겠느냐?”
“저는 선생님까지도 공평하지 못하시고 선생님 자신과도 일치하게 행동하지 않으시는 것 때문에 괴롭습니다. 그 때문에 고통을 겪습니다.”
“왜 나를 비난하느냐? 네가 보기에 내가 어떤 일에 실수를 하였느냐?”
“제가 선생님을 제 친구들한테 모시고 가려고 했을 때 선생님은 ‘나는 비천한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이 더 좋다.’고 말씀하시면서 가고자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후 시몬과 라자로가 선생님이 권력있는 사람의 보호를 받으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씀드리니까 선생님은 받아들이셨습니다. 선생님은 베드로와 시몬과 요한을 더 사랑하십니다. … 선생님은 ….”
“또 뭣이냐?”
“예수님,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
“쓸 데 없는 의혹들이고 … 이내 터지는 물거품들이다. 나는 네가 행복할 수 있을 터인데 저 자신을 괴롭히는 가엾은 인간이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너는 이 집이 호화롭다고 말할 수 있느냐? 너는 나로 하여금 이 집을 받아들이도록 부추기는 중요한 이유가 있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느냐? 만일 시온이 그의 예언자들을 덜 학대하였더라면, 내가 마치 인간의 재판이 무서워서 은신처에 피난하는 사람처럼 이곳에 와 있겠느냐?”
“아닙니다.”
“그러면? 내가 다른 제자들에게는 임무를 주었지만, 네게는 임무를 주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느냐? 네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내가 네게 심하게 굴었다고 말할 수 있느냐? 너는 솔직하지 않았다. … 그 포도밭 … 오! 그 포도밭 이야기! 그 포도밭은 이름이 무엇이었더냐? 너도 고통을 당하거나 자신의 죄갚음을 하는 사람에 대하여 친절하지 않았다. 너는 내게 대하여도 공손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제자들은 보았다. … 그런데도 너를 옹호하기 위하여는 모두가 똑같은 목소리를 들려 주었고, 그것도 언제나 그러하였다. 내 목소리도. 다른 제자들이야말로 질투할 권리가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떤 제자를 하나를 보호하였다면, 그것은 너이니까 말이다.”
유다는 창피스럽고 감격하여 운다.
“나는 간다. 지금은 내가 모든 사람에게 속해 있는 시간이다. 너는 여기 남아서 곰곰히 생각하여라.”
“선생님, 용서해 주십시오. 선생님의 용서를 받지 못하면 제 마음이 평화로울 수가 없습니다. … 저 때문에 슬퍼하지 마십시오. 저는 나쁜 사람입니다. … 저는 사랑하면서 괴롭힙니다. … 제 어머니와도 그랬는데 … 선생님과도 그렇습니다. … 만일 제가 장차 아내를 얻으면 제 아내와도 그럴 것입니다. … 저는 죽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
“네가 뉘우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러나 너는 용서를 받았다. 잘 있거라.”
예수께서 나오셔서 문으로 가까이 오신다. 베드로가 밖에 있다. “선생님, 오십시오. 벌써 시간이 늦었고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조금 있으면 어두워질 것입니다. 그런데 식사도 아직 못하셨으니 … 이 모두가 저 젊은이 때문입니다.”
“저 ‘젊은이’가 이제부터는 이런 일의 원인이 되지 않기 위하여는 너희 모두가 필요하다. 베드로야, 이것을 기억하도록 힘써라. 그가 네 아들이라면, 불쌍히 여기겠느냐? …”
“음!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그를 불쌍히 여기기는 하겠습니다. … 그렇지만 … 그가 벌써 어른이 되었다 하더라도 못된 장난꾸러기에게처럼 무엇인가를 가르쳐 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가 제 아들이면 저렇지 않을 것입니다 ….”
“그만.”
“예, 주님, 그만해 두겠습니다. 저기 만나넨이 있습니다. 하도 짙은 빨간색이 거의 검게 보이는 겉옷을 입은 저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거지들에게 주라고 이것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잘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 뭐라고 대답하였느냐?”
“사실을 있는 대로 말했습니다. ‘우리가 잘 침대밖에 없으니, 마을로 가보시오.’ 하고요.”
예수께서는 아무 말씀도 안하신다. 그러나 베드로를 그대로 두시고 요한을 찾아가셔서 무엇이라고 말씀하시고는 당신 자리로 가셔서 말씀하기 시작하신다.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그리고 평화와 더불어 빛과 거룩함이 있기를 바랍니다.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아라.’ 했습니다.
언제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또 누가 그렇게 합니까? 하느님을 모독할 때에만 그렇습니까? 아닙니다. 하느님께 어울리는 사람이 되지 않고 그 이름을 부를 때에도 그렇습니다. 어떤 아들이 ‘아버지를 사랑하고 공경합니다.’ 하고 말하고 나서 아버지가 원하는 모든 것에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면,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습니까? ‘아버지, 아버지’ 하고 말한다고 실제로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 하느님’ 한다고 주님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께 설명을 했습니다만, 이스라엘에는 마음 속 은밀한 곳에 많은 우상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하느님께 대한 위선적인 찬양도 있습니다. 하느님을 찬양하는 사람들의 행동과 일치하지 않는 찬양이 말입니다. 이스라엘은 어떤 경향도 하나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에서는 많은 죄를 찾아내면서, 실제로 죄가 있는 곳, 즉 마음 속에서는 죄를 찾아내려고 하지 않는 경향입니다. 이스라엘에는 또 어리석은 자부심과 비인도적이고 반정신적인 습관이 있습니다. 우리 하느님의 이름이 이교도의 입술에 오르면 하느님께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하는 습관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다 이방인들에게 참 하느님께 접근하는 것을 금하는 일을 덧붙입니다. 그것을 신성모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는 그러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느님은 모든 사람을 창조하신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 창조된 사람들이 그들의 창조주의 끌어당김을 느끼는 것을 왜 막습니까? 여러분은 이교도들이 그들 마음 속에 부르짖고 불안해 하고 찾는 그 어떤 불만족스러운 것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누구를 찾고, 무엇을 찾습니까? 알지 못하는 하느님을 찾는 것입니다. 만일 어떤 이교도가 그의 온 역량으로 미지의 신의 제단을 향하면, 즉 항상 그의 창조주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영혼이라는 제단을 향하면, 모세가 받은 명령에 따라 세웠던 성막(聖幕)이 그랬던 것과 같이 영혼이 하느님의 영광의 차지가 되기를 기다리면, 그리고 그 이교도가 하느님의 영광을 차지하게 될 때까지 울면, 하느님께서 그의 제사를 당신께 대한 모독이라고 물리치시리라고 믿습니까? 그리고 하느님의 부름으로 잠이 깨서 ‘오너라’ 하고 말씀하시는 하느님께 ‘갑니다’하고 말하는 영혼의 올바른 소원으로 생기게 된 그 행동이 죄가 된다고 믿습니까? 쾌락을 누리고 난 나머지를 성전에 바치고, 죄가 벌레처럼 우글거리는 영혼과 육체로 하느님 앞에 들어가서 지극히 깨끗하신 분이신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타락한 예배가 거룩하리라고 믿습니까?
아닙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분명히 말합니다만, 부정한 영혼을 가지고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저 이스라엘 사람에게는 하느님께 대한 모독이 완전합니다. 여러분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이 말을 하는 것입니다만, 여러분의 영혼 상태 때문에 하느님의 이름을 불러도 소용이 없을 때에 하느님을 부르면,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이 됩니다. 오! 나는 어떤 위선자가 하느님을 부를 때, 어떤 사람이 뉘우치는 마음없이 하느님의 이름을 부를 때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른 데로 돌리는 하느님의 노하신 얼굴을 봅니다. 그리고 비록 하느님의 그 분노를 당할 만한 일을 하지 않은 나이지만 그 때문에 공포를 느낍니다.
나는 여러 사람의 마음 속에서 이런 생각을 읽습니다. ‘아니 그렇다면, 어른 안에는 더러움과 죄 밖에 없으니, 아주 어린 아이들 외에는 아무도 하느님을 부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말입니다.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지 마시오. 죄인들이야말로 이 이름을 불러야 하고, 사탄에게 목이 졸림을 느끼면서 죄와 유혹자에게서 해방되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이 불러야 합니다. 그들은 원합니다. 용서를 받고 병이 낫기 위하여 능하신 분을 불러야 합니다. 유혹자를 쫓기 위하여 하느님을 불러야 합니다.
주께서 에덴을 지나가지 않으시던 시간에 뱀이 하와를 유혹하였다는 말이 창세기에 있습니다. 만일 하느님께서 에덴에 계셨더라면, 사탄이 거기 가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만일 하와가 하느님을 불렀더라면 사탄이 도망쳤을 것입니다. 마음 속에 항상 이 생각을 가지시오. 그리고 진실하게 주님을 부르시오. 이 이름은 구원입니다. 여러분 중에서 많은 사람이 깨끗해지기 위하여 강에 내려가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마음 속에 사랑으로 하느님이라는 말을 씀으로써 여러분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시오. 거짓 기도나 관습적인 예배행위로가 아니라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과 행위와 여러분 자신 전체로 하느님이라는 이름을 부르시오. 외롭지 않기 위하여 이 이름을 부르시오. 원조를 받기 위하여 이 이름을 부르시오. 용서를 받기 위하여 이 이름을 부르시오. 시나이산에서 하신 하느님의 말씀의 뜻을 이해하시오. 선으로 변하지 않으면 ‘하느님’이라는 이름을 부르면 ‘함부로’ 부르는 것입니다. 그것은 죄입니다. 그러나 시시각각 여러분의 성실한 행동 중에 여러분의 심장이 뛸 때마다, 필요한 때, 유혹과 고통을 당할 때 자녀다운 사랑의 말이 입술에 떠올라서 여러분이 ‘하느님, 오십시오!’ 하고 말하면, 그것은 ‘함부로’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 때에는 참말로 여러분이 하느님이 거룩한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죄를 짓지 않습니다.
가시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병자들은 없다. 예수께서는 벌써 어둠이 깔리는 헛간 아래서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 계시다. 예수께서는 나귀를 타고 가는 사람들과 깨끗하게 되려는 갈망으로 강쪽으로 서둘러 가는 사람들과 밭들을 건너질러 마을로 가는 사람들을 바라다보신다.
매우 짙은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은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는 것 같다. 예수께서는 그를 지켜보신다. 마침내 그 사람은 그의 말 있는 데로 간다. 그는 훌륭한 흰 말을 가졌는데, 장신구들이 많이 박힌 안장 밑에는 붉은색 마의(馬衣)를 입혔다.
“여보시오, 기다리세요.”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시며 “밤이 돼 가는데, 주무실 데가 있습니까? 멀리서 오셨습니까? 혼자십니까?”
그 사람은 이렇게 대답한다. “아주 멀리서 왔습니다. … 그리고 … 어디로 갈지 모릅니다. … 마을에 가서 잠자리를 찾아내면 … 그렇잖으면 … 예리고로 … 나는 믿을 수가 없는 수행원을 그곳에 남겨두었습니다.”
“그러지 마시오. 내 침대를 드리지요. 준비가 다 되어 있습니다. 음식은 있습니까?”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습니다. 나는 더 환대를 해줄 마을을 만날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여긴 무엇이든지 다 있습니다.”
“다 있겠지요. 헤로데에 대한 미움까지도. 내가 누군지 아십니까?”
“나를 찾는 사람들에게 한가지 이름밖에 없습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형제라는 이름이지요. 이리 오십시오. 같이 식사하십시다. 말은 헛간에 매셔도 됩니다. 내가 여기서 자면서 지켜드리지요 ….”
“아니, 그건 절대로 안됩니다. 내가 여기서 자겠습니다. 빵은 받겠습니다만 그 이상은 아무 것도 안받겠습니다. 나는 선생님이 거룩한 몸을 누이시는 그곳에 내 더럽혀진 몸을 누이지는 않겠습니다.”
“나를 거룩하다고 믿습니까?”
“나는 선생님이 거룩하시다는 것을 압니다. 요한과 쿠자 … 선생님의 행적 … 말씀 … 궁정에는 마치 바다의 소리를 간직하고 있는 조개껍질 모양으로 선생님의 행적과 말씀에 대한 소문이 자자합니다. 나는 요한에게 내려가곤 했는데 … 얼마 후 그를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전에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나보다 더 훌륭하신 어떤 분이 당신을 구제하고 향상시킬거요.’ 하고 말입니다. 그분은 선생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어디 계신지를 알고 왔습니다.”
그들 둘만이 헛간에 남아 있었다. 제자들은 부엌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동정을 살핀다.
오늘 세례를 주는 일을 맡았던 열성당원이 맨 마지막으로 세례를 받은 사람들과 같이 강에서 돌아온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축복하시고 나서 시몬에게 말씀하신다. “이 사람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보호처를 찾는 나그네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이분에게 친구로 인사를 한다.”
시몬이 몸을 굽히고, 그 사람도 역시 몸을 굽힌다. 그들은 방으로 들어가고, 만나넨은 말을 구유에 맨다. 예수의 눈짓으로 알아차린 요한은 풀과 물 한 통을 들고 뛰어온다. 벌써 어둡기 때문에 베드로도 기름 등잔을 가지고 달려온다.
“나는 여기 아주 편하게 있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갚아 주시기 바랍니다.” 하고 말타고 온 사람이 말한다. 그리고 예수와 시몬 사이에서 잔가지를 때는 불로 환하게 비추어진 부엌으로 들어온다.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