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마태오와 단둘이 계신다. 마태오는 발에 상처를 입어서 다른 사도들과 같이 전도하러 가지 못하였다. 그러나 병자들과 기쁜 소식을 듣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예수의 말씀을 듣고 도움을 얻기 위하여 옥상과 정원의 빈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말씀을 이렇게 끝맺으신다. “‘정의의 풍요 속에 가장 큰 힘이 들어 있다’고 한 솔로몬의 훌륭한 말을 깊이 명상하고 나서 나는 여러분에게 이 풍요를 가지도록 하라고 권합니다. 이것이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데 필요한 돈이기 때문입니다. 내 평화를 가지고 계십시오. 그리고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과 병자들에게도 몸을 돌리시고 -그런데 많은 경우에 이 두 가지를 겸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하소연을 친절히 들으시고, 원조금을 주시고, 조언을 주시고, 손을 얹으시고 말씀을 하시는 것으로 병을 고쳐주고 하신다. 마태오는 예수 곁에서 돈을 나누어 준다.
예수께서는 한 불쌍한 과부가 며칠 전에 목수인 남편이 작업대에서 갑자기 죽었다는 말을 울면서 하는 것을 주의깊게 들으신다. “저는 선생님을 찾으려고 이리로 달려 왔었습니다. 그런데 제 죽은 남편의 친척들은 저를 무례하고 마음이 냉혹한 여자라고 비난했고, 지금은 저를 저주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선생님이 죽은 사람을 다시 살게 하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왔던 것이고 만일 제가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더라면 제 남편이 다시 살아났으리라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여기 안 계셨습니다. 이제 제 남편은 무덤 속에 있는 지가 두 주일이나 되었고…저는 다섯 아이를 데리고 혼자 남았습니다.…친척들은 저를 미워하고 도와주지를 않습니다. 저는 올리브나무와 포도나무들이 있습니다. 많지는 않습니다만, 그것들을 수확할 때까지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면 겨울을 지낼 만한 식량은 얻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남편이 얼마 전부터 건강이 좋지 못했었기 때문에 저는 돈이 없습니다. 남편은 일은 별로 하지 못하고, 먹고 또 술을 너무 많이 마시기만 했습니다. 남편은 술이 자기 몸에 이롭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그러나 반대로 남편은 자기를 죽이고, 일을 별로 하지 못해서 그렇지 않아도 줄어든 저축을 낭비하는 두 가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남편은 수레 한 채와 궤 하나를 거반 끝냈었고, 침대 두 개와 겹친 선반들을 만들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아무것도 끝낸 것이 없고, 제 아들은 아직 여덟 살도 채 안됐습니다. 저는 돈을 잃게 되었습니다.…연장과 나무를 팔아야 하겠습니다. 수레와 궤는 거반 다 되기는 했지만 수레와 궤도 팔수도 없으니, 땔 나무로나 내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돈이 모자랄 것입니다. 저와 늙고 병든 어머니와 아이 다섯 해서 모두 일곱 식구가 되니까요.
…포도밭과 올리브나무들을 팔겠습니다만… 세상이 어떤지 선생님도 아시지요.…가난에 쪼들리는 사람의 목을 조르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말씀해 주십시오. 작업대와 연장은 나무에 대해서 벌써 좀 아는 아들을 위해서 그대로 두고 싶었습니다.…살기 위해서, 그리고 딸들의 지참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땅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싶었습니다….”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계신 중인데, 군중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어나 무슨 새로운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아시게 된다. 얼굴을 돌려서 보시니 군중사이를 헤치면서 나오는 세 사람이 보인다. 예수께서는 다시 몸을 돌리시고 과부에게 말씀하신다.
“어디 사세요?”
“코라진에서 삽니다. 온천으로 가는 길 근처입니다. 무화과나무 두 그루사이에 있는 낮은 집입니다.”
“알겠습니다. 내가 가서 수레와 궤를 끝내 줄 데니, 그것을 주문한 사람들에게 파시오. 내일 새벽에 가겠으니 기다리시오.”
“선생님이! 선생님이 저를 위해 일을 하시다니!” 여인은 놀라서 기가 막힐 지경이다.
“나는 전에 하던 내 일을 다시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는 평화를 주겠습니다. 동시에 코라진의 인정 없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교훈을 주겠습니다.”
“아이고! 그렇습니다! 인정머리가 없습니다. 이사악 노인이 아직 살아 있었으면! 저를 굶어 죽게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분은 아브라함에게로 돌아갔습니다….”
“울지 마시오. 안심하고 가시오. 자 여기 당신에게 오늘 사는 데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내일은 내가 가겠습니다. 편안히 가시오.” 여인은 땅에 엎디어 예수의 옷에 입맞춤하고 더 평온한 마음으로 떠나간다.
“지극히 거룩하신 선생님, 인사드려도 되겠습니까?” 하고 뜻밖에 온 세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묻는다. 그들은 예수 뒤에 공손히 멈추어 서서 예수께서 여인을 돌려보내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약속하시는 것을 들었다. 인사를 하는 그 사람은 마나엔이다.
예수께서는 몸을 돌리시고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신다. “마나엔,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그러니까 당신은 나를 기억한 것이로군요?”
“선생님, 항상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라자로의 집이나 올리브나무 동산으로 선생님을 찾으러 가서 같이 모시고 있기로 결정했었습니다. 그러나 과월절 전에 세례자가 붙잡혔습니다. 배신으로 인해서 다시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저는 헤로데가 과월절 때문에 예루살렘에 와서 없는 동안에 헤로디아가 성인을 죽이라고 명령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헤로디아는 병이 들었다고 말하면서 명절을 지내러 시온에 가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병이 들기야 들었지요. 미움과 음탕의 병이오.…저는 제 손으로 죽일 수도 있는 위험한 그 여자를 감시하고…제지하려고 마케론테에 갔었습니다.…그런데 그 여자가 그렇게 못하는 것은 헤로데의 총애를 잃을까 봐 두려워서입니다. 헤로데는…무서워서 그러는지 신념을 가져서 그러는지 요한을 옥에 가두는데 그치고, 그를 보호합니다. 지금은 헤로디아가 마케론데의 견딜 수 없는 더위를 피해서 그의 소유인 성관(城館)에 갔습니다. 그래서 제 친구들은 요한의 제자들과 같이 왔습니다. 요한은 선생님께 질문을 하라고 그들을 보냈는데, 제가 그들과 같이 왔습니다.”
사람들은 헤로데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듣고, 또 말을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고 호기심을 가지고 예수와 세 사람 둘레로 몰려든다.
“내게 무슨 질문을 하려고 하셨습니까?” 하고 예수께서 준엄한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누신 다음에 물으신다.
“마나엔, 모든 것을 다 알고, 또 선생님과 더 가까운 당신이 말씀드리시오” 하고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말한다.
“선생님, 말씀드리겠습니다. 혹 제자들이 지나친 사랑으로 그들의 선생과 대립하거나 선생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는 줄로 생각하는 사람을 경계하더라도 너그럽게 보아주셔야 합니다. 선생님의 제자들도 그렇게 하고 요한의 제자들도 그렇게 합니다. 이것은 스승께 대한 제자들의 사랑 전체를 보여주는 이해할 수 있는 질투입니다. 저는…공평무사(公平無私)합니다. 저와 같이 온 사람들도 이것을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선생님을 알고 요한도 알며, 선생님의 인격 때문에 선생님을 사랑해서 요한 곁에 있는 것을 희생하는 쪽을 택할 정도로 선생님을 올바르게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요한 곁에 있는 것을 희생했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제가 요한도 그의 인격 때문에, 그리고 지금은 선생님보다 더 위험을 당하고 있어서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그들의 원한으로 인해서 불러일으키는 이 사랑 때문에 요한의 제자들이 선생님이 메시아이시라는 것을 의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요한을 기쁘게 하리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말해서 그것을 고백했습니다. ‘저희 생각에는 선생님이 메시아이십니다. 선생님보다 더 거룩한 사람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하고. 요한은 우선 그들을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들이라고 나무랐고, 비난을 한 다음에는 좀 더 부드럽게 선생님을 참 메시아로 지칭하는 모든 것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마침내 그들이 그래도 설득되지 않은 것을 보고, 그중 두 사람을 골라서 -바로 이 사람들입니다- 말했습니다. ‘그분을 찾아가서 내 이름으로 이렇게 말씀드려라. 오시기로 된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라고’ 요한은 전에 목자였던 제자들은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그 사람들은 믿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보내는 것은 아무 소용에도 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 않고 요한은 의심하는 제자들 중에서 골라서 이들이 선생님께 가까이 오게 했고, 이들의 말로 이들과 같은 제자들의 의심을 풀게 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뵐 수 있도록 이들과 동행했습니다. 제 말씀은 끝났습니다. 이제는 선생님이 이들의 의심을 풀어 주십시오.”
“선생님, 그러나 저희가 적의를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지 마십시오. 마나엔의 말을 들으시면 그렇게 생각하시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희는… 저희는…여러 해 전부터 세례자를 알고, 그분이 항상 거룩하고 속죄하고 영감을 받으신 것을 보아 왔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그저 남의 말을 들어서 알 뿐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말이 어떤 것인지는 선생님도 아시지요… 사람들의 말은 찬양하는 사람들과 비방하는 사람들 사이의 대립으로 명성과 칭찬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뒤엎기도 합니다. 마치 반대 방향에서 오는 두 가지 바람으로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로 하는 구름과 같습니다.”
“압니다, 알아요. 나는 당신들의 생각을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의 눈은 당신들 둘레에 있는 것에서 진실을 읽고, 마찬가지로 당신들의 귀는 내가 과부와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것이 당신들을 넉넉히 설득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들에게 내 주위에 있는 것을 살펴보라고 말하겠습니다. 여기에는 부자도 없고,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도 없고, 파렴치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없고, 가난한 사람들, 병자들, 하느님의 말씀을 알기를 원하는 성실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이사람, 저 사람, 저 여인, 그리고 저 소녀, 저 노인은 병든 몸으로 여기 왔었는데 지금은 건강한 몸이 되었습니다. 저 사람들에게 물어보시오. 그러면 그들이 무슨 병이 있었는지, 내가 어떻게 그들의 병을 고쳐 주었는지, 지금은 몸이 어떤지 말해 줄 것입니다. 그렇게 하시오. 그렇게 해요. 나는 그동안 마나엔과 이야기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예수께서 물러가려고 하신다.
“아닙니다, 선생님. 저희는 선생님의 말씀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만 요한에게 가져갈 대답은 주십시오. 그래서 저희가 온 것을 요한이 알게 하시고, 요한이 그 대답에 근거를 두고 저희 동료들을 설득할 수 있게 왜 주십시오.”
“요한에게 가서 이렇게 보고 하시오.‘귀머거리가 듣는다고. 그런데 이 소녀는 귀머거리이고 벙어리였습니다. 벙어리가 말을 한다고. 그런데 이 사람은 나면서 벙어리였습니다. 소경이 본다’ 고. 여보시오. 이리 오시오. 당신이 어떤 병이 있었는지 이 사람들에게 말하시오.” 예수께서 기적을 받은 한 사람의 팔을 붙잡으며 말씀하신다.
그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미장이였었는데, 생석회가 가득 들어 있는 양동이가 얼굴에 떨어져서 눈이 타버렸습니다. 4년째 앞을 보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메시아께서 당신 침으로 말라버린 내 눈을 축이시니까, 스무살 쩍 눈보다도 더 싱싱하게 되었습니다. 메시아는 찬미 받으시길 바랍니다.”
예수께서 다시 말씀을 이으신다. “또 병이 고쳐진 소경과 귀머거리와 벙어리들과 더불어 절름발이가 똑바로 걷고 불구자가 걸어 다닙니다. 이 노인을 보시오. 이 노인이 조금 전에는 보기가 흉했었는데, 이제는 사막의 종려나무처럼 곧고 영양처럼 날쌥니다. 아주 대단히 중한 병자들이 고쳐집니다. 아주머니는 무슨 병이 있었습니까?”
“아귀아귀 먹는 입 여럿에 젖을 먹였더니 젖이 아팠고, 병이 젖과 더불어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보세요.” 그러면서 옷을 조금 벌려 상하지 않은 젖을 내보이며 덧붙인다. “내 젖은 상처투성이였습니다. 아직 고름투성이인 속옷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제는 집에 가서 깨끗한 옷을 입겠습니다. 나는 튼튼하고 행복합니다. 어제만 하더라도 다 죽어 가고 있어서 인정 많은 분들이 여기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미가 없게 될 아이들 때문에…불행했었습니다. 주님께 영원한 찬미를 드립니다!”
“들었습니까? 그리고 이 도시의 회당장에게 그의 딸의 부활에 대한 것을 물어 보시오. 그리고 예리고로 가면서 나임으로 지나가시오. 온 시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것도 사람들이 무덤에 묻으려고 가던 때에 다시 살아난 젊은이에 대해 알아보시오. 이렇게 해서 당신들은 죽은 사람들이 부활한다고 보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문둥병자가 나았다는 것은 이스라엘의 많은 곳에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카미논에 갈 생각이 있으면, 제자들 가운데에서 그런 사람을 찾으시오. 그러면 여러 사람을 만날 것입니다. 그러니까 문둥병자들도 깨끗해진다고 요한에게 말하시오. 당신들이 보고 있는대로 기쁜 소식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해진다고 말하시오. 그리고 내 일을 가지고 분개하지 않는 사람은 정말 지극히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 말을 요한에게 하시오. 그리고 내 온 사랑을 기울여 그에게 축복한다고 말하시오.”
“고맙습니다, 선생님. 저희가 떠나기 전에 저희들에게도 강복해 주십시오.”
“당신들은 이 더위에 떠날 수 없으니, 저녁까지 내 손님으로 있으시오. 요한은 아니지만, 그가 누구인지를 알고 사랑하는 선생님의 생활을 하룻동안 사시오. 집으로 갑시다. 집은 시원합니다. 그리고 식사도 제공하겠습니다. 청중 여러분, 안녕히.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군중을 보내신 다음 손님 세 사람과 같이 집으로 돌아오신다….
…나는 이 숨막히는 더위가 계속 되는 동안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 내가 지금 보는 것은 예리고로 떠나려는 두 제자의 출발 준비이다. 튼튼한 두 마리 나귀와 함께 마나엔의 말을 마당을 둘러싼 담에 나 있는 문 앞에 끌어 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마나엔은 떠나지 않는 모양이다. 요한의 두 사자는 선생님과 마나엔에게 여러 번 절을 한 다음 안장에 오른다. 그러고도 몸을 돌려 또 바라다보고 길모퉁이를 돌아서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또 인사를 한다.
많은 가파르나움 사람들이 이 출발을 보려고 모였다. 그것은 요한의 제자들이 왔다는 소식과 예수께서 그들에게 하신 대답이 이 고장에 확 퍼졌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이웃에 있는 다른 마을에도 퍼진 것 같다. 베싸이다와 코라진 사람들도 보이는데, 그들은 요한의 사자들 앞에 가서 요한의 소식을 묻고 안부를 전하기도 하였다. -아마 세례자의 이전 제자들인 모양이다 – 그들이 이제는 가파르나움 사람들과 한떼를 이루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한다. 예수께서는 옆에 마나엔을 데리시고 말씀을 하시면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신다. 그러나 헤로데의 젖형제와 예수께 대한 그의 지극히 공손한 태도를 살펴보고 싶어서 예수 둘레로 몰려들고, 또 선생님과 말을 하길 갈망한다.
회당장 야이로도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없다. 마침 야이로가 이렇게 말한다. “요한이 기뻐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철저한 대답을 그에게 보내셨을 뿐 아니라, 제자들을 붙잡아 두셔서 그들을 가르치시고, 그들에게 기적을 보여주실 수도 있었으니까요.”
“또 그리고 기적은 이만저만한 기적입니까!” 하고 한 사람이 말한다.
“저는 오늘 그 사람들이 보라고 제 어린 딸을 일부러 데려왔었습니다. 그애는 그 어느 때보다도 몸이 좋았고, 또 그애에게는 선생님을 만나러 오는 것이 기쁜 일이기도 합니다. 당신들 들었지요? 웅, 그애 대답을? ‘난 죽음이 어떤 건지 기억이 안 나요. 그렇지만 천사 하나가 나를 불러서 점점 더 환해지는 빛을 지나가게 했는데. 그 빛 끝에는 예수님이 있었던 것은 기억나요. 그런데 그때 돌아오는 정신으로 본 것과 같은 예수님을 지금은 볼 수가 없어요. 여러분과 나는 지금 사람을 보고 있지만, 내 정신은 사람 안에 들어 있는 하느님을 보았어요’ 하고 그리고 그때부터 그애는 얼마나 착해졌는지요! 전에도 착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말 천사입니다. 아! 모든 사람이 뭣이라고 말하던, 제게는 선생님밖에 거룩한 분이 없습니다!”
“하지만 요한도 거룩해요” 하고 어떤 베싸이다 사람이 말한다.
“맞아요, 그렇지만 요한은 너무 엄해요.”
“요한은 자기 자신에게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더 엄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이는 기적은 행하지 않아요, 그리고 마술사처럼 되려고 단식을 한다고 해요.”
“그래도 그이는 거룩합니다.” 토론이 군중 사이로 퍼진다.
예수께서는 당신이 말씀하고 싶으시니까 조용하고 주의를 기울이라고 요구하실 때에 으레 하시는 손짓으로 손을 들어 내미신다. 그러니까 즉시 조용해진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요한은 거룩하고 위대합니다. 그의 하는 방식이라든지 기적이 없는 것을 고려하지 마시오. 정말 잘 들어 두시오. ‘그분은 하느님 나라의 위대한 인물입니다.’ 하느님 나라에서는 그의 위대함이 전부 나타날 것입니다.
요한이 무자비한 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엄격했고, 지금도 그렇게 엄격하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여럿이 있습니다. 나 분명히 여러분에게 말합니다만, 요한은 주의 길을 닦기 위해 거인과 같은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일하는 사람은 무기력으로 헛되이 보낼 시간이 없습니다. 요한이 요르단강가에 있을 때에 이사야가 그와 메시아를 예고한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모든 골짜기는 메워지고, 높은 산과 작은 언덕은 낮아지고, 굽은 길은 곧아지며, 험한 길은 고르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이것은 구세주와 왕이신 분의 길을 닦기 위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사실 요한은 내 길을 닦기 위해 이스라엘 전체보다 더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산을 깎아내려 골짜기를 메우고 굽은 길을 곧게 하고 올라가기 힘든 치받이를 가파르지 않게 만들어야하는 사람은 거칠게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그가 선구자였고, 나보다 몇 달밖에는 앞서가지 않아서, 구속의 날에 해가높이 올라오기 전에 모든 것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그 날이 왔고, 해는 올라와서 시온 위에서 찬란히 빛나고, 거기에서부터 온 세상에 빛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요한은 그가 해야 하던 것과 같이 길을 닦았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구경하러 광야에 나갔습니까?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입니까? 아니면 무엇을 보려고 갔습니까? 부드러운 옷을 입은 사람입니까? 그런 사람들은 왕궁에서 부드러운 옷을 입초 수많은 하인과 궁인(宮人)의 공손한 섬김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 궁인들도 역시 보잘 것 없는 한 사람의 궁인입니다. 여기 그런 사람이 한 분 있습니다. 이분에게 궁중생활에 싫증이 나지 않았는지, 외따로 떨어진 거친 바위에 감탄하지 않은지 물어보시오. 벼락과 우박이 달려들어도 소용없고, 얼빠진 바람이 뽑으려고 대들어도 소용없는 거칠은 바위 말입니다. 그 바위는 모든 부분이 하늘을 향해 돌진하는 것 같으면서도 든든히 자리 잡은 채 있고, 그 꼭대기는 하도 위로 올라가는 불꽃과 같이 뽀족하고 날씬해서 그 위에서 기쁨을 전하는 것 같습니다.
요한은 이러합니다. 마나엔은 요한을 이렇게 보는 것입니다. 마나엔은 삶과 죽음의 진리를 깨달았고, 비록 위대함이 거칠은 외양 속에 감추어져 있더라도 그것이 들어 있는 곳에서 위대함을 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요한을 보러 갔을 때 그를 무엇으로 보았습니까? 예언자로 보았습니까? 성인으로 보았습니까? 예언자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라고 나는 말하겠습니다. 요한은 많은 성인들보다 더하고, 성인들보다 더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것은 ‘내가 네 앞에 천사를 네 길을 닦게 하겠다’고 씌어 있는 것이 요한에 대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천사를 곰곰히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은 천사가 하느님께서 영적으로 당신과 비슷하게 창조하신 순수한 신령체(神靈體)로 볼 수 있고 물질적인 피조물 중에서 가장 완전한 사람과 신령계와 동물계의 창조주이시며 하늘과 땅에서 가장 완전하신 분이신 하느님 사이에 유대 노릇을 한다는 것을 아시지요. 아무리 거룩한 사람이라도 사람에게는 살과 피가 있어 그와 하느님 사이에는 심연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심연은 사람 안에 있는 신령한 것까지도 둔중하게 하는 죄로 인해 더 깊어집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광물이 피조물계의 바닥이 되는 것과 같이 피조물계의 단계의 꼭대기에 이르는 피조물인 천사들을 창조하셨습니다. 광물이란 땅을 이루는 먼지와 일반적으로 무기체(無機體)를 말합니다. 천사들은 하느님의 순수한 거울이고, 사랑으로 작용하려고 전념하는 불꽃이며, 이해할 준비를 갖추고, 행동할 열의가 있고, 우리와 같이 자유로운 의지를 가졌지만, 반항과 죄의 유혹을 모르는 거룩한 의지를 가졌습니다. 하느님을 흠숭하는 천사들, 사람들에게 보내진 하느님의 사자,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빛과 그들의 흠숭에서 얻어내는 불을 우리에게 주는 우리의 보호자인 천사들은 이러합니다.
요한은 예언자의 말로 ‘천사‘라고 불렸습니다. 그런데 나는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서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일찍이 없었다’고 말하겠습니다. 그러나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라도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큽니다. 그것은 하늘 나라에 있는 사람은 하느님의 아들이지 여자의 아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모두 하늘 나라의 시민이 되도록 힘쓰시오.
여러분은 서로 무슨 말을 물었습니까?”
“저희들은 ‘하지만 요한이 하늘 나라에 갈 것인가? 간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인가?’ 하고 말했습니다.”
“요한은 영으로는 벌써 하늘나라에 속해 있고, 죽은 다음에는 거기에서 영원한 예루살렘의 가장 빛나는 태양 중의 하나로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는 것은 그의 안에서는 결함이 없는 하느님의 은총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그 자신의 의지 때문에 그렇기도 합니다. 그것은 그가 어떤 거룩한 목적을 위하여 자기 자신에 대해서까지도 과격하였고 지금도 과격하기 때문입니다. 세례자에서부터 하늘 나라는 악과 반대되는 힘으로 그것을 쟁취할 줄 아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쟁취하는 사람들은 맹렬한 사람들입니다.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사람들이 알고, 또 이 쟁취를 위해서 모든 것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율법과 예언자들만이 말하던 때가 아닙니다. 율법과 예언자들은 요한에 이르기까지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하느님의 말씀이 말하는데, 그 말씀은 이 쟁취를 위해서 알아야 할 것은 점 하나도 감추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만일 여러분이 나를 믿으면, 요한을 오기로 되어 있는 엘리야로 보아야 합니다.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진 사람은 들으시오. 그러나 이 세대 사람들을 누구에 비길까요? 이 세대 사람들은 마치 장터에 앉아서 동무들에게 ‘우리가 피리를 불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았고, 우리가 곡을 해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하고 외치는 저 아이들이 묘사하는 세대의 사람들과 같습니다. 사실 요한이 와서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으니까 이 세대 사람들은 ‘저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를 도와주는 마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하고 말합니다.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니까 그들은 ‘저 사람은 즐겨 먹고 마시며 세리와 죄인들하고 어울린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해서 하느님의 지혜는 당신의 아들들이 당신의 권리를 잘도 인정한다는 것을 아십니다! 정말 잘 들어두시오. 아주 작은 어린이들만 이 진리를 알아봅니다. 그것은 그들 안에는 악의가 없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말씀 잘하셨습니다” 하고 회당장이 말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악의가 없는 제 딸이 선생님을 저희가 보기에 이르지 못하는 그런 분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도시와 이웃 도시들은 선생님의 능력과 선생님의 지혜와 친절이 그들 위에 넘쳐흐르는 것을 보는데도, 저는 이 도시들이 선생님께 대한 악의만 점점 늘어간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겠습니다. 이 도시 사람들은 뉘우치지를 않고, 선생님께서 그들에게 베푸시는 자선은 선생님께 대한 미움을 끓어오르게 합니다.”
“야이로, 당신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당신은 우리를 중상하는 거요! 우리는 그리스도께 충실하기 때문에 여기 있는 겁니다” 하고 어떤 베싸이다 사람이 말한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래요.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됩니까? 예수님 발 앞에 와 있어야 할 세 도시에서 백 명도 못되는 사람뿐입니다. 여기 오지 않은 사람들에서 -나는 남자들에 대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반은 적의를 품고 있고, 4분의 1은 무관심하구 나머지 4분의 1은 올 수 없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눈에 잘못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이 모든 원한과 이렇게 악을 고집하는 것을 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이것을 알고 계신 선생님께서 말씀하십시오. 말씀을 하지 않으시는 것은 선생님의 인자 때문이지 선생님께서 모르셔서 그러시는 것은 아닙니다. 선생님은 너그러우십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것을 무식으로 생각하고 무능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말씀하십시오. 그래서 선생님의 말씀이 무관심한 사람들만이라도 격려할 수 있게 하십시오. 악의가 있는 사람은 회개하지 않고 점점 더 고약하게 되니까요.”
“그렇습니다. 그것은 잘못이고, 그래서 벌을 받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선물은 절대로 무시해서도 안 되고, 악을 행하는데 쓰여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코라진아, 너는 불행하다, 베싸이다야, 너도 불행하다. 너희는 하느님의 선물을 잘못 쓰고 있다! 만일 너희 가운데에서 일어난 기적들이 띠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그 주민들은 벌써 오래 전부터 말총으로 만든 내의를 입고 머리에는 재를 뿌리고 회개하여 내게로 왔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 너희에게 말하거니와 심판날에 띠로와 시돈에게는 너희에게보다 더 큰 관용을 베풀 것이다. 또 너 가파르나움아, 너는 나에게 숙소를 제공한 것만으로 하늘에게까지 끌어올려질 것으로 생각하느냐? 아니다, 너는 지옥까지 내려갈 것이다. 만일 내가 너에게 베풀어 준 기적들이 소돔에서 행해졌더라면, 나를 믿고 회개했을 것이므로 지금까지 번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마지막 심판날에 네게 대해서보다 소돔에 대해서 더 많은 관용이 있을 것이다. 너는 메시아를 알고 그의 말을 들었는데도 회개하지 않았지만, 소돔은 구세주를 알지 못하고 그의 말을 듣지 못했으며, 따라서 그의 죄는 네 죄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공평하시므로 내 말을 믿고 내 말에 복종해서 자기를 거룩하게 한 가파르나움과 베싸이다와 코라진 사람들에게는 큰 자비가 베풀어질 것입니다. 그것은 의인들이 죄인들이 멸망하는 데 휩쓸려 들어가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야이로, 당신의 딸, 시몬, 당신의 딸, 즈가리야, 당신의 아이, 그리고 베냐민, 당신의 손자들로 말하면, 나 분명히 말하지만, 악의가 없는 그 아이들은 벌써 하느님을 뵙니다. 그리고 얼마나 그들의 믿음이 순수하고 어른들은 가지지 못한 천상의 지혜와 사랑하고자하는 갈망과 합쳐져서 그 믿음이 그들 안에서 얼마나 작용하고 있는지 여러분은 아십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저녁이 되어 가며 어두워지는 하늘로 눈을 들어올리시며 외치신다. “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아버지, 이 일들을 지혜로운 사람들과 유식한 사람들에게는 감추시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신 것에 대해 감사하나이다. 아버지, 이렇게 된 것은 아버지께서 이렇게 되기를 원하셨기 때문이옵니다. 내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내게 맡기셨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아들과 아들이 알리고 싶어하는 사람들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나는 이것을 어린 아이들과 비천한 사람들과 깨끗한 사람들에게 드러내보였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이들에게 말하기를 좋아하시고, 마치 씨가 아무것도 심지 않은 땅에 떨어지듯이 진리가 내려오고, 그 진리 위에 아버지께서 당신 빛을 비가 오듯이 내리게 하시어 뿌리를 내리고 초목이 되도록 하시기 때문입니다. 정말이지, 아버지께서는 나이로나 그들의 의지로 어린 아이들인 사람들의 그 정신을 준비하셔서 그들로 하여금 진리를 알게 하시고, 나는 그들의 믿음으로 기쁨을 맛보게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