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렛의 집은 정신을 향상시키는 데 가장 적합할 것이다. 거기에는 평화와 정적과 질서가 있다. 거룩함이 거기 있는 돌들에서 발산되는 것 같고, 정원의 초목에서 풍겨 나오고, 하늘의 둥근 천장처럼 이 집을 덮고 있는 맑은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것 같다. 사실은 그 거룩함이 이 집에 사시고 날렵하고 조용하게 움직이시는 성모님에게서 발산하는 것이다. 성모님은 신부로서 이 집에 들어오셨을 때의 가벼운 걸음과 더불어 젊은이다운 몸짓을 그대로 가지고 계시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냥한 미소를 간직하고 계시다.
이 아침 시간에 해는 집의 오른쪽, 즉 야산의 기복이 시작되는 곳에 의지하고 있는 쪽을 비추고, 나무 꼭대기들만이 햇빛을 받을 뿐인데, 우선 뿌리가 엉기어서 비탈의 흙을 흘러내려 가지 않게 하려고 심은 올리브나무들이 햇빛을 받는다. 그것들은 오래 살아남아서 뒤틀리고 튼튼하게 되었고, 그중 제일 굵은 가지들은 마치 하늘의 축복을 빌거나 평화로운 이곳에서 저희들도 기도를 드리는 듯이 하늘을 향하여 올라가고 있다. 이 올리브나무들은 요아킴의 올리브밭에서 살아남은 올리브나무들인데, 옛날에는 올리브밭과 다른 밭들이 끝나면서 목장이 시작되는 데까지 멀리 떨어진 밭에까지 기도를 드리는 길손같이 늘어서 있는 나무가 많았었는데, 지금은 잘려 나간 요아킴의 소유지의 경계선에 몇 그루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 다음에는 가지를 정원 위에 양산처럼 펴고 있는 크고 튼튼한 편도나무와 사과나무들이 햇빛을 받고, 셋째로는 석류나무가 햇살을 마시고 있고, 끝으로 집에 바짝 붙어 있는 석류나무가 햇빛을 받는데, 그때에는 이미 햇살이 장방형의 화단과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시렁 아래 배치된 울타리를 끼고 잘 손질이 된 꽃과 야채들을 어루만져 주고 있는 때이다. 달고 향기로운 즙을 줄 수 있는 모든 것 위로 날아다니는 금빛 물방울 같은 벌들이 윙윙거린다. 벌들이 공략(攻略)하는 작은 인동덩굴이 있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무더기로 핀 꽃들이 있는데, 짙은 향기를 내뿜는 그 꽃들은 오므라들고 있다
-아마 밤에 피는 꽃인 모양이다. 벌들은 꽃부리가 자려고 그 꽃잎들이 오므라들기 전에 그 꽃들의 즙을 서둘러 빨고 있다.
성모님은 가벼운 걸음으로 비둘기 둥지에서 작은 동굴 가까이에 흘러가는 작은 샘으로, 작은 샘에서 집으로 왔다 갔다 하시며 일을 하신다. 그러나 일을 하시는 중에도 꽃들과 오솔길에 깡총깡총 뛰거나 집과 정원 위에서 원을 그리고 날아다니는 비둘기들을 감상할 방법을 찾아내신다.
가리옷의 유다가 화초와 꺾꽃이 가지들을 잔뜩 가지고 돌아온다. “어머님, 안녕하십니까? 그 사람들이 제가 원하는 것을 모두 주었습니다. 이것들이 상하지 않게 하려고 빨리 했습니다. 그렇지만 인동덩굴처럼 뿌리를 내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어머님이 꽃바구니 같은 정원을 가지시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가엾은 유다를 기억하시고 유다가 이 집에 머물렀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하고 말하면서 유다는 주머니 하나에서는 흙으로 뿌리를 둘러싼 잎이 축축한 화초들을 조심해서 꺼내고, 다른 주머니 하나에서는 꺽꽃이 가지들을 꺼낸다.
“유다, 정말 고맙네. 나는 이 인동덩굴을 작은 동굴 곁에 심게 된 것이 얼마나 기쁜지 자넨 알 수 없을 걸세. 내가 아주 어렸을 때에는 그때는 우리 것이었던 저 밭들 끝에 더 아름다운 동굴이 하나 더 있었네. 담쟁이덩굴과 인동덩굴이 가지와 꽃으로 동굴을 덮고 있어서 동굴 안에까지 돋아나던 아주 작은 백합꽃을 가려주는 커어튼 노릇을 했어. 동굴은 온통 고사리 따위 양치류로 고운 수를 놓은 것처럼 덮여 있어 아주 푸르렀네. 마침 거기엔 샘이 있었기 때문이었지…성전에서 나는 늘 저 동굴 생각을 했네, 그리고 정말이지 성전의 동정녀인 내가 지성소의 휘장 앞에서 기도할 때에 하느님의 현존을 더 느끼지 못했네, 그보다도 훨씬 더 저 동굴에서 주님과 나눈 내 영의 즐거운 대화 생각이 꿈처럼 돌아오곤 했네.…내 요셉은 내가 유용하게 쓸 물줄기가 있는 이 동굴을 내게 발견하게 해주었지만, 그래도 다른 동굴의 재판인 작은 동굴의 기쁨을 내게 주려는 생각을 훨씬 더 많이 가졌었네. 요셉은 아주 작은 일에서까지도 친절했었네.…그리고 거기에다 인동덩굴과 담쟁이덩굴을 심었었는데 담쟁이덩굴은 아직 살아 있지만 인동덩굴은 우리가 여러해 피난가 있었던 동안에 죽었어.…그 후 또 한 그루를 심었었는데, 그것도 3년 전에 죽었어. 그런데 이제는 자네가 그걸 대신 심었구먼. 자네도 보다시피 뿌리를 박았네. 자네는 훌륭한 정원사야.”
“그렇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화초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화초 돌보는 일을 가르쳐 주었습니다.…지금 어머님 곁에 있으니까 옛날 재간이 되살아나는군요. 어머님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어머님은 제게 무척 친절하십니다!…” 하고 유다는 숙련된 솜씨로 화초들을 가장 유리한 곳에 심는 일을 하면서 대답한다. 그리고 울타리 곁에는 밤에 피는 꽃들과 화초 뿌리 덩어리들을 심으려고 하는데. 그 뿌리들이 은방울꽃인지 다른 꽃들인지는 모르겠다. “여기서는 이것들이 잘 살 겁니다” 하고 땅에 묻은 뿌리 위에 작은 괭이로 흙을 한 켜 엷게 덮으면서 말한다. “이것들은 햇볕을 많이 볼 필요가 없습니다. 엘르아잘의 하인이 주지 않으려는 것을 하도 졸랐더니 결국은 주었습니다.”
“이 인도 쟈스민도 그 사람들이 요셉에게 주려고 하지 않았지. 그러나 요셉이 이것들을 내게 장만해 주려고 그 사람들의 일을 거저 해주었어. 이것들은 계속 번성했네.”
“어머님, 다 되었습니다. 이제 물을 주면 모두가 다 잘돼 나갈 것입니다.” 유다는 물을 준다. 그런 다음 샘에 가서 손을 씻는다.
성모님은 당신 아들과는 몹시 다르고 또 감정이 폭발할 때의 유다와도 아주 다른 그를 바라다보신다. 성모님은 그를 유심히 살피시구 곰곰히 생각하시고, 그에게로 다가가시어 그의 팔에 손을 얹으시고 부드럽게 물으신다.“유다, 좀 나은가? 자네 정신이 좀 나으냐는 말일세.”
“아이고! 어머님 ! 무척 낫습니다. 어머님도 보시다시피 저는 지금 평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저는 보잘 것 없는 일과 어머님 곁에서 즐거움과 구원을 얻고 있습니다. 저는 이 평화와 이 정신 집중해서 절대로 나가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는…이 집에서는 세상이 아득히 먼 곳에 있습니다!…” 그러면서 유다는 정원과 나무들과 작은 집을 바라다보다가…말을 마친다. “그러나 만일 제가 이 곳에 남아 있으면 저는 결코 사도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사도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렇지만 정말이지 옳지 못한 사도가 되기보다는 의로운 영혼이 되는 것이 나을 걸세. 만일 자네가 세상과 접촉하는 것으로 마음이 어지러워진다는 것을 깨닫고, 사도가 받는 칭찬과 영광이 자네에게 해를 입힌다면, 단념하게 유다. 자네에게는 죄인인 사도가 되는 것보다는 내 예수 곁에서 단순히 신자로 있는 것이 더 좋을 일이네.”
유다는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떨어뜨린다. 성모님은 그가 심사숙고하도록 내버려두시고 당신 일을 하시려고 집안으로 들어가신다.
유다는 한동안 꼼짝 않고 있다가 정자 밑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그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는 곰곰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혼잣말을 하고 혼자서 몸짓을 하기 시작한다.…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이다. 그러나 몸짓은 서로 격렬하게 충돌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하는 것과 같은 몸짓이다. 애원하고 떼미는 것 같기도 하고, 또는 신음하거나 무엇을 저주하는 것 같기도 하며, 자문하는 사람의 표정이다가 겁에 질리고 몹시 불안해하는 사람의 표정이 되고, 그가 겪은 가장 나쁜 순간에 가졌던 얼굴이 되기까지 하고, 그런 얼굴로 갑자기 오솔길 한가운데에서 걸음을 멈추고, 정말 마귀와 같은 얼굴로 한동안 그렇게 머물러 있다.…그러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올리브나무들이 있는 비탈로 달아나 성모님의 눈에서 보이지 않게 된다. 그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울다가 마침내 진정 되어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올리브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다…
…이제는 아침이 아니라, 힘찬 황혼이 끝나가는 시간이다. 나자렛 사람들은 여름날, 그것도 동방의 여름날의 견디기 힘든 더위를 막으려고 하루 종일 닫아 두었던 문들을 연다. 여자, 남자, 어린이들이 바람을 쐬려고 정원으로 나오거나 아직은 덥지만 햇볕은 없어진 거리로 나와서 저녁을 기다리는 동안 샘으로 가거나 놀이하는 데로 가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데로 가거나 한다.…남자들은 남자들끼리,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어린이들은 어린이들끼리 장황한 인사가 오가고 떠드는 소리와 웃음소리와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유다도 나와서 구리로 만든 물병들을 가지고 샘 쪽으로 간다. 나자렛 사람들이 그를 보고 ‘성전의 제자’라는 별명으로 그를 가리킨다. 그 소리가 유다의 귀에까지 와서 음악처럼 울린다. 그는 친절하게 인사를 하면서 지나간다. 그러나 조심성을 가지고 그렇게 하는데, 그 조심성이 불손한 교만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에 매우 가깝다.
“유다, 당신은 마리아에게 대단히 친절하시군요” 하고 수염이 있는 나자렛 사람이 그에게 말한다.
“그분은 이런 친절을 받을 자격이 있고도 남습니다. 그분은 정말 이스라엘의 위대한 여인입니다. 당신들은 그분을 동향인으로 가지고 있으니 정말 행복하십니다.”
나자렛의 여자에 대한 칭찬은 매우 나자렛 사람들의 마음에 들었다. 그들은 유다가 한 말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옮긴다.
유다는 그러는 동안 샘에 이르러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대단한 친절을 베풀어 한 작은 노파의 물병들을 들어다 주기까지 하여 그 노파에게서 끝없는 축복을 받고, 아기를 안고 있어서 물뜨기가 거북한 두 여자를 위하여 물을 길어 주기까지 한다. 그 여자들은 베일을 살짝 들고 “하느님께서 갚아 주시길 바랍니다” 하고 속삭인다.
“이웃 사랑은 예수의 친구의 첫째 의무입니다” 하고 가리옷 사람은 몸을 숙이며 말한다. 그리고 물병들을 채워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유다는 나자렛의 회당장과 다른 사람들에게 붙들렸다. 그들은 다음 안식일에 말을 하라고 청한다.
“당신이 우리하고 같이 있는 것이 두 주일이나 되었는데, 우리 모두에게 대해서 큰 친절의 교훈 말고 다른 가르침을 주지 않았습니다” 하고 이 고장의 다른 연장자들과 같이 있던 회당장이 한탄하며 말한다.
“그러나 당신들의 가장 위대한 아들의 말을 듣는 것이 당신들 마음에 들지 않는데, 그의 제자의 말이 당신들의 뜻에 맞을 수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그 제자가 유다 사람인데” 하고 유다가 대답한다.
“당신의 의심은 옳지 못하고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우리의 초대는 진정입니다. 당신이 제자이고 유다 사람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성전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말할 수가 있습니다. 성전에는 지식이 있으니까요. 요셉의 아들은 목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메시아이십니다!”
“그 사람은 그렇게 말하지요.…그러나 그것이 사실입니까? 혹은 헛소리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나자렛 사람들, 그분의 성덕이오! 그분의 성덕!” 유다는 나자렛 사람들의 불신에 분개한다.
“성덕이 크기는 해요. 그러나 거기서 메시아라는 것까지는! … 그리고 또 왜 그 사람의 말투가 그다지도 무자비합니까?”
“무자비하다구요? 아닙니다! 내게는 그분의 말투가 무자비하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차라리 뭐랄까, 그렇지요, 그분은 너무 솔직하고 너무 비타협적이십니다. 잘못은 감추어진 채로 내버려두지 않으시고, 폐습은 서슴지 않고 고발하십니다.…그런데 이것이 사람들의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분은 남의 아픈 데를 건드리는데, 그렇게 하니까 아프지요. 그러나 그것은 성덕으로 그러시는 것입니다. 오! 분명히 그래요! 다만 그 때문에만 그렇게 하시는 것입니다. 내가 그분께 여러 번 그 말을 했습니다. ‘예수님, 그것은 예수님께 해롭습니다’ 하고. 그러나 그분은 그것을 시인하려고 하지 않으십니다!…”
“당신이 그 사람을 대단히 사랑하고 있는데, 당신이 그렇게 유식하니까 그 사람을 인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고! 유식하다는 것은 아니지요.…그러나 경험은, 그건 있어요. 성전에 관해서 말입니다!? 그곳 관습을 알아요. 친구들도 있습니다. 안나의 아들이 내게는 형제와 같은 사람이지요. 그리고 또 최고회의에 대해서 무엇을 원하면, 말해 보시오, 말해요.…그러나 지금은 저녁식사 때문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마리아에게 물을 갖다 주게 나를 놔주시오….”
“나중에 다시 오시오. 우리 집 옥상은 시원해요. 친구들끼리 있을 테니 우리말을 합시다….”
“그럽시다. 안녕 “ 그러면서 유다는 집으로 가서 회당장과 이 고장의 연장자들에게 붙잡혔기 때문에 늦어졌다고 성모님께 변명을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끝맺는다. “그 사람들이 저더러 오는 안식일에 말을 하라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제게 그런 명령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머님이 지도해 주십시오.”
“회당장에게 말하라는 것인가?…그렇잖으면 회당에서 말하라는 것인가?”
“두 가지 다입니다. 저는 그 사람들이 예수님을 반대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또 예수님만이 선생님 노릇을 하실 권리가 있는 곳에서 말하는 것은 신성 모독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저는 아무하고도 또 아무에게도 말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하도 졸라서요! 저녁식사 후에 저를 보고 싶다고 합니다.…저는 약속을 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래서 제게 그다지도 고통스러운 선생님께 대한 그 반대의 정신을 제 말로 그들에게서 없앨 수 있다고 어머님이 생각하신다면, 비록 괴로운 일이기는 하지만 가서 말을 하겠습니다. 제가 할 줄 아는 것처럼 솔직하게 그 사람들의 고집을 대하고, 매우 인내심을 가지려고 힘쓰면서 말입니다. 엄격하다는 것은 아무 값어치도 없다는 것을 저는 잘 깨달았으니까요. 아이고! 제가 에스드렐론에서 저지른 잘못에 다시는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선생님께서 매우 성이 나셨었습니다! 아무 말씀도 없었지만, 저는 알아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선생님께서 메시아이시고, 그분을 믿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설득한 다음에 나자렛을 떠나고 싶습니다.”
유다는 예수의 자리에 앉아서 성모님이 만드신 음식을 먹는 동안 말을 한다. 그런데 유다가 그의 말을 들으시고 어머니처럼 시중을 드시는 성모님 맞은편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니 나의 마음이 아프다.
이제는 성모님이 대답하신다. “과연 나자렛 사람들이 진리를 깨닫고 받아들이면 좋겠네, 나는 자네를 붙잡지 않겠네. 가보게. 예수가 사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자네보다 더 낫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 예수가 자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네를 항상 용서하고. 할 수 있을 때면 즉시 자네를 만족시켜 주고 해서 어떻게 그 사랑을 보여 주는지를 생각하게. …이 생각으로 자네가 건전한 생각과 행동을 가지게 되기를 바라네,”
저녁식사는 이내 끝났다. 유다는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정원에 가서 화초에 물을 준다. 그리고 말리려고 넣었던 빨래를 개키는 일을 하시는 성모님을 옥상에 남겨두고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유다는 클레오파의 마리아의 집 문 앞에서 같이 이야기를 하는 사라의 알패오와 클레오파의 마리아에게 인사를 하고 곧장 회당장의 집으로 간다. 거기에는 다른 연장자 여섯 사람 외에 주님의 두 사촌도 있다.
장중한 인사를 나눈 다음, 그들은 모두 방석을 얹은 의자에 점잖게 앉아서 아니스의 열매나 박하가 든 음료수를 마시면서 목을 축인다. 나자렛 북쪽에 있는 야산에서 불어와서 나무 꼭대기를 흔드는 바람에도 불구하고 아직 더운 공기와 대단히 찬 액체 사이에 있는 온도의 차이로 인하여 금속으로 된 병에 물기가 맺히는 것으로 보아 음료수가 매우 찬 모양이다.
“와주셔서 기쁩니다. 당신은 젊습니다. 기분전환을 좀 하는 것은 몸에 이롭습니다” 하고 회당장이 말한다. 그는 유다에게 대단한 경의를 표한다.
“전에는 제가 오면 귀찮은 존재가 될까봐 염려했습니다. 여러분이 예수와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을 무시한다는 것을 알거든요.”
“무시한다구요? 아닙니다. 믿지 않는 거지요. 그리구 그의 진리 …그렇지 요, 그의 너무 노골적인 그의 진리로 가분이 상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이 우리를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당신을 청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을 무시한다구요? 아니,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저는 여러분을 아주 잘 이해합니다.…그렇고말고요! 그러나 여러분과 그분 사이에 평화가 이루어지고야 말 것입니다. 이것이 그분에게는 언제나 적합하고, 여러분에게도 적합합니다. 그분에 적합하다는 것은 그분에게는 모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여러분에게도 적합하다는 것은 여러분이 메시아의 적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는 것이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 당신은 그가 메시아라고 정말 믿습니까?” 하고 알패오의 요셉이 묻는다. “그에게는 예언자들이 우리에게 말한 왕자다운 모습이 조금도 없다오. 어쩌면 그가 목수였다는 것을 우리가 기억하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지요.…하지만… 그에게 해방자인 왕의 모습이 어디에 있습니까?”
“다윗도 목동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다윗보다 위대한 왕이 없었다는 것을 여러분도 아시지요. 솔로몬 자신도 그 영광 중에서도 다윗에 비길 수가 없었습니다. 요컨대 솔로몬은 다윗의 업적을 계속하는데 지나지 않았고, 또 다윗만큼 영감을 받은 적은 결코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다윗은! 그러나 다윗의 모습을 살펴보십시오! 그 모습은 거인 같고, 벌써 하늘을 스치는 왕자다운 맛이 있습니다. 디윗은 왕이며 목자, 아니 그보다도 목자였다가 왕이었습니다. 예수님도 왕이며 목수, 아니 그보다도 목수였다가 왕이 되십니다.”
“당신은 선생같이 말하는군요. 당신이 성전에서 교육받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하고 회당장이 말한다. “회당장인 내가 개인적인 이유로 성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당신이 최고회의에 알릴 수 있겠습니까?”
“있구말구요! 물론 있지요! 엘르아잘하고면!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장로 요셉, 아시지요? 아리마태아의 부자요. 그리고 율법학자 사독… 그리고 … 오! 말씀만 하세요!”
“그럼, 내일, 우리 집에 오십시오. 이야기합시다.”
“제가 회당장님의 손님이 된다구요. 안 됩니다. 저는 마리아라는 저 거룩 하고 괴로워하는 여인을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저는 그분 곁에 있으려고 일 부러 왔습니다….”
“우리 아주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습니까? 우리는 아주머니가 건강하시고 가난한 가운데에도 행복하시다는 것을 아는데요…” 하고 알패오의 시몬이 말한다.
“그래요, 그리고 우리는 아주머니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하고 알패오의 요셉이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우리 어머니가 항상 아주머니 곁에 계시고, 나도 내 아내도 그렇게 합니다. 하긴…하긴 아들에 대해서 아주머니가 마음이 약한 것을 용서할 수가 없고, 또 예수 때문에 아들 둘만이 병상 곁에 모시는 가운데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통을 용서할 수가 없지만요. 또 그리고! 또 그리고… 하지만 집안 걱정을 밖에 나가서 떠들어대지는 않는 법이지요!”
“옳은 말씀입니다. 그런 것은 친한 사람의 가슴에 털어놓으면서 조용히 비밀히 이야기하는 거지요. 그러나 이 말은 많은 고통에 대해서도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제자로서 제 고통이 있습니다.…그러나 말하지 맙시다!”
“오히려 말을 합시다! 무슨 일입니까? 예수에게 대한 걱정입니까? 우리는 그의 행동을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친척입니다. 그래서 예수의 적에 대해서는 예수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잠을 용의가 있습니다. 말하시오!” 하고 요셉이 또 말한다.
“걱정이오? 아닙니다! 저는 그저 그렇게 말한 것뿐입니다.…그리고 제자의 고통은 너무도 많습니다! 그것은 선생님이 자신에게 해를 끼치면서 친구들과 적들에게 대해서 행동하시는 그 방식에 대한 고통뿐이 아니라, 그분이 사랑을 받지 못하시는 것을 보는 고통이기도 합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가 선생님을 사랑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합니까? 당신 자신이 그렇게 말하면서! 그 사람의 행동방식이 … 그 사람이 어머니를 떠나기 전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하고 회당장이 변명하면서 말한다. “그렇지요, 여러분 모두?”
모두가 옛날의 말이 없고 상냥하고 조심성 있던 예수를 많이 칭찬하면서 점잖게 동의한다.
“그에게서 지금과 같은 사람이 나타나리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었겠어요? 집과 부모가 그에게는 전부였지요. 그런데 지금은?” 하고 나이가 매우 많은 나자렛 사람이 말한다.
유다가 한숨을 쉰다. “가엾은 여자!”
“아니 도대체 당신은 무엇을 알고 있는 거요? 말하시오” 하고 요셉이 외친다.
“하지만 당신이 알지 못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돌보아지지 않는 것이 마리아에게 즐거우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요셉이 자네 아버지처럼 행동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자지 않았을 건데” 하고 역시 나이가 대단히 많은 나자렛 노인이 점잔을 빼며 말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할아버지. 그분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어떤… 사상에 사로잡히면!” 하고 유다가 말한다.
하인 한 사람이 등잔들을 갖다가 탁자에 얹어놓는다. 별이 총총 박혀 반짝이고 있지만 달이 없는 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등불과 더불어 다른 음료들을 가져왔는데, 회당장은 그것을 곧 유다에게 권한다.
“고맙습니다. 더 오래 있지 않겠습니다. 저는 마리아에게 대한 의무가 있습니다” 하고 유다가 일어나면서 말한다. 알패오의 두 아들도 일어나면서 말한다. “우리도 당신과 같이 가겠습니다. 같은 길이니까요…” 그리고 거창한 인사들을 나눈 후 모였던 사람들이 헤어지고, 회당장은 연장자 여섯 사람과 같이 남아 있다.
거리는 이제 사람이 없고 조용하다. 집들의 옥상에서는 어린이들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린이들은 벌써 그들의 작은 침대에서 자고 있다. 그래서 명랑한 새들과 같은 그들의 조잘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가장 부유한 집들의 옥상에서는 목소리와 더불어 기름을 쓰는 등잔의 불빛이 퍼져 나온다.
알패오의 두 아들과 유다는 몇 미터를 말없이 걷다가 요셉이 발을 멈추고 유다의 팔을 잡으며 말한다. “이거 보시오. 나는 당신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 있는 앞에서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나하고만 있으니 말해야 합니다. 나는 집의 장자요, 그래서 모든 것을 알 권리와 의무가 있어요.”
“그리고 저는 그걸 당신들에게 말해서 선생님과 마리아와 당신네 형제들과 당신네 평판을 보호할 생각으로 여기 왔습니다. 이것은 간첩행위같이 보이기 때문에 말하기도 거북하고 듣기도 거북하고 행하기는 대단히 힘드는 일입니다. 그러나 저를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간첩행위가 아닙니다. 이건 다만 사랑과 지혜일뿐입니다. 저는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긴 당신들도 그걸 모르시지는 않지요. 저는 그것을 성전의 친구들에게서 들어서 압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예수님께 위험한 일이고, 집안의 명예를 위해서도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저는 압니다. 그것을 선생님께 이해시키려고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 반대입니다! 충고를 드리면 그럴수록 선생님의 처신은 더 나빠져서 점점 더 비판과 미움을 사십니다. 그것은 그분이 너무 거룩하셔서 세상이 어떻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국 설립자의 무분별로 인해서 거룩한 일이 멸망하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결국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전부 말해 주시오. 그러면 우리가 대비책을 강구하겠습니다. 그렇지, 시몬아?”
“물론이지. 그렇지만 예수가 무모하고 또 그의 사명에 어긋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돼 ….”
“하지만, 그래도 예수를 사랑하는 이 선량한 청년이 그렇게 말하는데!? 너는 네가 어떤지 아니? 늘 그렇단 말이야! 자신이 없구 망설이구. 결정적인 순간에 너는 언제나 나를 혼자 내버려둔단 말이다. 모든 일가친척과 대항해서 나 혼자란 말이야. 너는 우리의 명성과 또 파멸로 가는 불쌍한 우리 사촌에 대해서 동정하는 마음이 없어!”
“아닙니다! 파멸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해치기는 한다, 이것입니다.”
“말해라, 말해!” 하고 요셉이 재촉한다. 그러나 시몬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침묵을 지킨다.
“나는 당신들에게 말하겠습니다.…그러나 당신들이 예수님 앞에서 내 이름을 말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싶습니다.…그러겠다고 맹세하세요.”
“거룩한 휘장을 걸고 맹세합니다. 말하시오.”
“그리고 내가 말하는 것을 당신들 어머니에게도 말하지 마십시오. 더군다나 동생들에게는 말하지 말구요.”
“침묵에 대해서는 안심하시오.”
“그리구 마리아에게도 말하지 않겠지요? 그분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말없이 하고 있는 것과 같이 저 가엾은 어머니의 평화에 신경을 씌는 것은 하나의 의무입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과 침묵을 지키겠어요. 그걸 맹세합니다.”
“그럼 들으세요.…예수님은 이제 이교도들과 세리들과 창녀들과 상종하고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다른 실력자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이제는 정말 상식 밖의 일을 하십니다. 선생님이 펠리시데인들의 고장에 갔었고, 우리에게 새까만 염소 한 마리를 데리고 여행을 시켰다는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지금은 펠리시데 사람 한 명을 제자들 중에 끼어주셨습니다. 또 그전에 거두어 주신 저 어린 아이는 어떻구요? 어떤 비난 들이 있었는지 모르시지요? 또 바로 며칠 전에 로마인 주인의 집을 빠져나온 그리이스인 여자노예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혜에 어긋나는 말을 하십니다. 요컨대 미치신 것 같아서 자기 자신에 해를 끼치십니다. 펠리시데인들의 고장에서는 마술사들의 의식에 잘못 끼어들어서 그들과 직접 시합을 하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들을 이기셨지요. 그러나… 벌써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선생님을 미워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그들의 귀에 들어가는 날이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당신들은 손을 써서 막을 의무가 있습니다….”
“이것은 중대한 일입니다. 매우 중대한 일이예요. 그러나 우리가 그걸 어떻게 알 수가 있었겠어요? 우리는 여기 있는데… 그리고 지금도 우리가 어떻게 이 일을 알 수 있겠어요?”
“그렇지만 당신들은 손을 써서 막을 의무가 있습니다. 어머니는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는 너무 착하셔요. 당신들은 그분을 이렇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선생님을 위해서도 세상을 위해서도. 그리고 마귀들을 내쫓는 그 고집이라니… 선생님이 벨제붓(사탄의 별명)의 도움을 받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선생님께 유익하겠는지 알아차리십시오. 그리고 또! 군중이 벌써부터 선생님을 우습게 여기거나 분개하고 있다면, 어떤 왕이 되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예수가 정말 그런 일들을 합니까?” 하고 시몬이 의심쩍게 묻는다.
“선생님께 직접 물어보세요. 그렇다고 하실 것입니다. 그 일을 자랑까지 하시니까요.”
“당신이 우리에게 알려 줘야 할 덴데….”
“물론 알려드리지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보게 되면 당신들께 알리겠습니다. 그렇지만 제발! 지금도 또 언제나 누구에게나 침묵입니다!”
“우리는 맹세했어요. 언제 떠나십니까?”
“안식일 후에는 떠납니다. 이제는 여기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제 의무는 다했으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이봐! 나는 그가 변했다고 말했지! 내 아우 너는 내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그런데 내 말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됐지?” 하고 알패오의 요셉이 말한다.
“나는… 나는 아지 선뜻 믿어지지 않아 요컨대 유다와 야고보가 바보는 아니야. 그런데 그애들이 왜 우리한데 아무말도하지 않았어?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그애들은 왜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는 거야?” 하고 알패오의 시몬이 말한다.
“이거 보세요, 내 말을 믿지 않는 모욕을 제게 주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고 유다가 화를 내며 대꾸한다.
“아닙니다!… 그러나… 그만해둡시다. 나는 보게 되면 믿겠소 하고 말하는 것을 용서해 주시오.”
“좋습니다. 당신은 멀지 않아 보게 될 것이고 ‘당신 말이 옳았소’ 하고 말해야 하게 될 것입니다. 자, 당신들 집에 다 왔군요. 헤어져야겠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들과 함께 계시기를.”
“하느님께서 당신과 함께 계시기를 바랍니다. 유다. 그리고… 내 말 잘 들으시오. 당신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마시오. 우리 명예 때문에…”
“공중에 대고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고 빨리 걸어 유다는 집으로 돌아와 성모님이 무릎에 손을 얹으시고 별이 총총 박힌 하늘을 올려다보고 계신 옥상으로 올라온다. 그런데 유다가 층계를 올라오기 위하여 켠 작은 등잔 불빛에 성모님의 뺨에 반짝이는 눈물이 보인다.
“어머님, 왜 우십니까?” 하고 유다가 걱정스러운 친절로 묻는다.
“하늘에 총총 박혀 있는 별보다도 더 많은 계략이 세상에 가득 차 있는 것 같아서 그러네. 내 예수에게 대한 계략이…” 유다는 불안하고 주의깊게 성모님을 뚫어지게 들여다본다. 그러나 성모님은 조용히 덧붙이신다. “그러나 나는 제자들의 사랑으로 위안이 되네.…내 예수를 많이 사랑들 하게.…예수를 사랑하라고…유다, 그대로 있고 싶은가? 나는 내 방으로 내려가겠네.
클레오파의 마리아는 내일 쓸 누룩을 준비한 다음 벌써 잠자리에 들었네.” “예, 저는 그대로 있겠습니다. 여기는 좋습니다.”
“평화가 자네와 함께 있길 바라네, 유다.”
“평화가 어머님과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