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이다. 몹시도 맑고, 몹시 기쁜 아침이다! 어제는 코발트색 하늘을 천천히 오락가락 하던 드문 구름도 이제는 없고, 어제는 그렇게도 견딜 수 없던 무더위도 싹 가시었다. 가벼운 산들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산들바람에는 꽃과 건초용 풀과 맑은 공기의 향기 같은 것이 섞여 있다. 미풍은 올리브나무 잎들을 천천히 흔든다. 산들바람은 창끝모양의 작은 잎들의 은빛깔을 감상하게 하고,  그리스도의 발자국과 금발머리에 작고 순박하고 향내나는 꽃들을 뿌리고, 그에게 입맞춤하고 서늘하게 해 드리려는 것 같다. 가느다란 꽃받침 하나하나에 가는 이슬방울이 맺혀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입맞춤하고 그를 서늘하게 해드리고 나서 위협적인 잔학한 행위를 보기 전에, 그리고 비탈의 풀들은 고개를 숙이고 수많은 꽃의 꽃부리와 방울 모양의 꽃부리와 작은 종려나무 잎들을 흔든다. 한복판이 황금빛인 별같은 큰 야생 마가레트들은 꿰뚫어질 손에 입맞춤하려는 듯이 고개를 들고, 데이지와 노란 양국들은 한층 더 높은 이익을 주기 위하여 못박힐 때에야 비로소 많은 사람을 위하여 걷기를 멈출 고귀한 발에 입맞춘다. 들장미꽃들은 향기를 퍼뜨리고 꽃이 다 떨어진 산사나무는 톱니처럼 생긴 잎들을 흔든다. 산사나무는 구속주를 괴롭히기 위하여 그것을 사용할 사람들에게 “싫어, 싫어” 하고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키드론 개울의 갈대들도 “안돼” 하고 말한다. 갈대들도 때리기를 원치 않고 그 작은 물건들의 의지는 주께 해를 입히기를 원치 않는다. 그리고 어쩌면 비탈에 있는 돌들은 성밖 올리브나무 재배지에 있어서. 이와 같이 박해받는 이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게 되는 것을 기뻐하는지도 모른다. 또 예수께서 몹시 좋아하시던 가냘픈 분홍빛 메꽃과 줄기에 다닥다닥 달라붙은 나비송이 같은 순박한 아카시아의 산방화서(繖房花序) 들도 울고 있다. 아마 그 꽃들은 “다시는 저분을 보지 못하겠구나” 하고 말하나 보다. 가냘프고 순결한 물망초가 예수께서 다시 입으신 진홍색 옷에 닿을 때 꽃부리를 떨어뜨린다. 모든 꽃들이, 아마 우연히 거기 떨어져서 올리브나무의 불쑥 내민 뿌리들 사이에 뿌리를 내린 외따로 있는 은방울 꽃까지도 토마의 눈에 띄어서 꺽이어 주께 바쳐지는 것을 기뻐한다…. 그리고 나뭇가지들 가운데에 있는 수많은 새들도 그들의 기쁨의 노래로 그분께 인사하는 것을 기뻐한다. 오! 그분이 늘 사랑하신 새들은 그분을 모독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작은 양떼까지도 과월절 제물로 팔린 새끼들을 빼앗겨서 우는데도 불구하고 그분께 인사를 드리려고 하는 것 같다. 그것은 공중에 울려 퍼지는 엄마들의 한탄인데, 어미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새끼들을 매애매애 하고 울고 부르면서 예수를 다정한 눈으로 쳐다보며 그분께 몸을 비빈다.
  양들을 보니 사도들은 과월절 전례(典禮)가 생각나서 거의 게쎄마니에 왔을 때 예수께 말씀드린다. “어디서 과월절 양을 잡수시겠습니까? 어떤 장소를 택하십니까? 말씀하십시오. 그러면 저희가 가서 모든 것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가리옷의 유다가 이렇게 말한다. “제게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가겠습니다.”
  “베드로와 요한아, 내 말을 들어라.”
  조금 앞쪽에 있던 두 사람은 자기들을 부르신 예수께로 다가온다.
  “우리를 앞서 가서 거름문으로 해서 성안으로 들어가라. 들어가자 마자 엔 로겔에서 그 맛있는 물 한 병을 가지고 오는 사람을 만날 것이다. 그 사람이 어느 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따라가거라. 거기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선생님께서 <내가 제자들과 같이 과월절 양을 먹을 수 있는 방이 어디 있습니까> 하고 말씀하십니다’ 고, 그러면 그 사람이 너희에게 준비가 된 커다란 식당을 보일 것이다. 거기에다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하여라. 빨리 갔다가 성전에 가 있을 우리들에게로 오너라.”
  두 사도는 매우 급히 떠난다.
  반대로 예수께서는 천천히 걸어가신다.
  아침은 매우 신선하고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는 고작 첫 번째 순례자들이 보일 뿐이다. 일행은 게쎄마니 앞에 있는 작은 다리로 키드론 개울을 건넌다. 일행은 성안으로 들어간다. 성문들은 아마 예수를 둘러싼 토론이 없기 때문에 안심한 빌라도의 반대명령의 결과로 그러했지만, 병사들이 감시하지 않게 되었다. 과연 사방이 매우 조용하다.
  오! 유다인들이 자제할 줄을 몰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무도 스승을 괴롭히지 않았고 제자들도 박해하지 않았다. 다정하지 않은 대신에 경의를 표하고 예의를 깍듯이 지켜 그들은 항상 예수께 인사를 하였다. 그에게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최고회의의 가장 증오를 품은 회원들일 때에도 말이다. 어제의 공격에조차도 비길 데 없는 참을성이 수반하였었다. 그리고 마침 지금도 가야파의 별장이 바로 이 성문 근처에 있기 때문에, 마침 지금도 안나의 아들과 엘키아의 도라스와 사독이 끼어 있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의 많은 무리가 그 집에서 와서 지나간다. 넓은 겉옷을 입은 저명인사들이 옷과 가장자리 술장식과 대단히 넓은 모자가 굽이치는 가운데에서 몸을 굽혀 인사를 한다. 예수께서도 인사를 하시고 지나가시는데, 붉은 모직 옷과 더 짙은 빛깔로 물들인 겉옷을 입은 모습은 왕다우시며, 신디카(Sintica-벙거지 모자)의 모자를 손에 드시고 태양은 그분의 적동색(赤銅色) 머리칼로 금관과 어깨까지 찬란하게 내려오는 베일을 만들어 놓는다. 예수께서 나가신 다음에 등마루들이 다시 일어나고 몹시 화난 잔인한 사람의 얼굴들이 나타난다.
  그의 배반자다운 얼굴로 끊임없이 사방을 둘러보던 가리옷의 유다는 샌들 끈을 다시 맨다는 핑계로 길가에 비켜나서, 내게는 그가 잘 보인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신호를 한다…. 그는 태연한 척하기 위하여 여전히 샌들 끈에 골몰하며 예수와 제자들 일행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리고는 그 사람들 곁을 지나면서 “6시(정오)경에 아름다운 성문에 당신들중 한 사람” 하고 속삭이고는 동료를 따라잡으려고 빨리 사라진다. 순진하게, 뻔뻔스럽게도 순진하게!…
  일행은 성전으로 올라간다. 히브리인들은 아직 별로 없으나 이방인들은 많다. 예수께서는 주를 예배하러 가신다. 그리고는 뒤로 돌아오시어 시몬과 바르톨로메오에게 가리옷의 유다에게 돈을 달래 가지고 어린 양을 사오라고 명령하신다.
  “그렇지만 제가 사올 수 있었는데요!” 하고 가리옷의 유다가 말한다.
  “너는 다른 할 일이 있을 것이다.  너는 그것을 알고 있지. 라자로가 네 마리아의 동전을 갖다 주고 명절 후에는 베다니아의 라자로의 집으로 가라고 말해 주어야 할 그 과부가 있다. 그 여자가 어디 있는지 아느냐? 잘 알아 들었느냐?”
  “압니다. 알아요. 그 여자를 잘 아는 즈가리야가 장소를 가리켜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인다.
  “저는 그곳에 가는 것이 어린 양을 사러가는 것보다는 오히려 기쁩니다. 언제 가야 합니까?”
  “나중에. 나는 여기 오래 머물러 있지 않겠다. 오늘 저녁과 밤의 기도를 위해서 나는 체력이 강해야 하니까 오늘은 쉬겠다.”
  “좋습니다.”

  여기서 나는 의아하게 생각한다. 지난 여러 날 동안은 상세한 사정을 유다에게 알리지 않으시려고 당신의 의향에 대하여 침묵을 지키셨는데, 지금은 왜 밤에 무엇을 하시려는지 말씀하시고, 되풀이하여 말씀하시는가? 그분의 선견지명이 흐려지는 것으로 수난이 벌써 시작 된 것인가? 또는 그 선견지명이 하도 커져서 ‘오늘 밤’ 이라는 것을, 따라서 당신을 원수들에게 넘겨 주기 위하여 그것을 알기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그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하늘의 책에서 읽으실 정도가 된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제헌이 시작되는 것이 이 밤이라는 것을 항상 알고 계셨는가? 나는 나 자신에게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예수께서도 내게 대답을 주지 않으신다. 그리하여 나는 내 의문부(疑問符)들을 간직한 채 마지막 병자들을 고쳐 주시는 예수를 지켜보고 있다. 마지막 병자들… 내일은 지금으로부터 고작 몇 시간 후에는 병자들을 고쳐 주지 못하시게 될 것이다…. 세상은 육체의 병을 고쳐주는 능한 의사를  잃을 것이다. 그러나 희생되신 분은 당신의 교수대 위에서 20세기 동안 중단되지 않은 일련의 영적 치유를 시작할 것이다.
  오늘은 내가 서술하기보다는 더 많이 응시한다. 우리 주께서는 내 정신적 시력을  그리스도의 마지막 자유의 날에 일어나는 것을 본 것으로부터 여러 세기 후에까지 투영해 주신다…. 오늘은 스승을 둘러싸고 있는 사건들보다는 그분의 감정과 생각을 더 많이 응시했다. 벌써 나는 게쎄마니의 그분의 고통을 이해하며 괴로워한다….

  예수께서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벌써 불어난 군중으로 빽빽하게 둘러싸이셨는데, 지금은 대부분이 히브리 사람이며, 그들은 희생이 되실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예수께 가까이 오려고 어린양들을 제헌하는 장소로 서둘러 가는 것을 잊는다. 그리고 군중은 아직도 질문을 하고 여전히 설명을 원한다. 디아스포라에서 온 히브리인들이 많은데, 그들은 그리스도, 갈릴래아의 예언자, 나자렛 사람인 선생님에 대한 말을 듣고, 그가 말하는 것을 듣고 싶어하며 있을 수 있는 온갖 의심을 없애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팔레스티나의 히브리 사람들에게 이렇게 애원하면서 길을 터 나간다.
  “당신들은 언제나 저 분을 모시고 있소. 당신들은 저분이 어떤 분인지 알고 있지요. 당신들은 듣고 싶으면 저분의 말을 들을 수 있소. 그런데 우리는 멀리서 와서 계명을 지킨 다음에는 즉시 떠나가야 하오. 저분에게 가게 내버려두시오!”
  군중은 어렵게 갈라져서 그들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그들은 예수께로 나아가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그들은 끼리끼리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예수께서는 베레아에서 온 한 떼의 말을 들으시면서 그들을 살펴보신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 그들이 예수께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시라고 드리니 언제나 그러시는 것과 같이 돈을 유다에게 건네주시고는 그들을 보내시고 말씀을 시작하신다.
  “여기 있는 사람들 가운데 종교로는 일치해 있지만 여러 지역에서 온 많은 사람이 ‘나자렛 사람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하고 의식을 하면서도 그들의 의심 속에는 무엇인가 기대감도 섞여 있습니다.
  잘들 들으시오. 내게 대하여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이새의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그 뿌리에서 꽃 한 송이가 나올 것이며, 그 새싹 위에 주의 성령이 내려앉을 것이다. 그는 눈에 나타나는 것에 따라 심판하지 않고 귀에 들리는 것 때문에 단죄하지 않을 것이며, 가난한 사람들을 정의로 판단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옹호할 것이다.
  이새의 뿌리의 새싹은 나라들 사이에 한 표적처럼 자리잡게 되어 만백성이 그에게 구원을 빌 것이며, 그의 무덤은 영광스러울 것이다. 그는 만방을 위하여 그의 깃발을 높이 쳐든 다음 이스라엘의 피난민들과 유다에서 흩어진 사람들을 모을 것이고, 그들을 세상의 구석구석에 모을 것이다.‘
  나에 대하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라, 주 하느님이 능력을 가지고 오시니 그분의 팔이 승리하리라. 그분은 당신의 상급을 가지고 계시며 당신의 일을 눈 앞에 보고 계시다. 그분은 목자와 같이 당신의 양떼를 먹이시더라.’ 니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라, 이는 나와 함께 있을 내 종이니 내 마음이 그에게서 만족을 느낄 것이다. 내 정신을 그에게 부어 주리니, 그는 만방에 정의를 가져갈 것이다. 그는 고함치지 않을 것이고, 금이 간 갈대를 꺾지 않을 것이며, 아직 연기가 나는 심지를 끄지 않을 것이고, 진리에 의하여 잘못을 가려 낼 것이다. 침울하지도 않고 거칠지도 않게 그는 땅 위에 정의를 세워놓게 될 것이며, 섬들이 그의 율법을 기다릴 것이다.’ 나에 대하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주는 너를 정의 속으로 불렀고, 너의 손을 붙들어 주고 너를 보호하였으며, 너를 백성의 계약과 만방의 빛을 만들어 소경들에게 눈을 뜨게 해 주고 갇힌 시림들을 옥에서 꺼내며 암흑 속에 누워 있는 사람들은 땅 속 감옥에서 껄어내게 하리라.’ 나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의 성령이 내 위에 계시다. 그것은 주께서 내게 기름을 바르시어 온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상심한 사람들을 낫게 하고, 노예들에게 자유를, 갇힌 사람들에게 해방을 알리며, 주의 은총의 해를 알리게 하셨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강한 자이며, 주의 힘으로, 그의 주 하느님의 이름의 위엄으로 양떼를 먹일 것이다. 지금부터 세상 끝날 때까지 그의 영광이 나타나겠기 때문에 그들이 그에게로 회두할 것이다.’ 나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내가 직접 내 양들을 찾아 나서겠다. 길 잃은 양들을 찾으러 가서 쫓겨난 양들을 도로 데려오고, 다리가 부러진 양들을 처매 주고, 약한 양들에게는 건강을 회복시켜 주고, 뚱뚱하고 튼튼한 양들을 보살피고, 정의로 그들을 먹여 주겠다.’이런 말이 있습니다. ‘그는 평화의 왕이니 평화가 될 것이다.’이런 말도 있습니다.
  ‘보라, 네 임금님, 의로운 분, 구세주가 오신다. 그는 가난하여 나귀새끼를 타고 오며, 만방에 평화를 알릴 것이다. 그의 지배는 이 바다에서 저 바다로 지구의 끝까지 미칠 것이다. ’또 이런 말도 있습니다. ‘부정이 없어지고, 죄악이 끝나며, 타락이 사라지고, 영원한 정의가 오며, 환상들과 예언들이 실현되고 거룩한 이들 가운데 거룩하신 분이 기름바름을 받으라고 네 백성과 네 성도(聖都)에 70주(週)가 주어졌다. 일곱하고도 예순두 주 뒤에는 그리스도가 올 것이다. 예순 두 주 뒤에 그는 죽임을 당할 것이다. 한 주일 후에 그는 언약을 확인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주간 중에 제물과 제사가 없을 것이고, 성전 안에는 극도의 모독이 있을 것이며 그것이 세상 마칠 때까지 계속 될 것이다.
  그러면 그 때에는 제물이 없고, 제단에는 희생이 없겠습니까? 제단에는 큰 희생이 있을 것입니다. 예언자가 본 것이 그것입니다. ‘붉은 물을 들인 옷을 입고 오는 저 사람은 누구인가? 그 옷을 입은 그는 아름답고 그의 위대한 힘을 가지고 걸어온다.’
  그런데 어떻게 가난한 그가 자기 옷을 붉게 물들였습니까? 그것을 예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내 몸을 때리는 자들에게 몸을 내맡겼고,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뺨을 내맡겼고, 내 얼굴을 더립히는 자들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내 아름다움과 내 찬란함은 없어졌고,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나를 업신여기고 가장 낮은 사람으로 보았다! 고통의 인간인 나의 얼굴은 가리어지고, 경멸은 받을 것이며, 내가 상처투성이가 되고 죽임을 당하는 것이 모든 사람을 위해서일 것인데 그들은 나를 문둥이처럼 볼 것이다. 여기 산 제물이 있다.
  이스라엘아, 두려워 말아라! 과월절의 어린 양은 없지 않다! 땅아, 두려워 마라! 여기 네 구세주가 있다. 그는 그렇게 되기를 원하였기 때문에 양과 같이 도살장으로 끌려갈 것이고, 그를 죽이는 자들을 저주하려고 입을 벌리지 않았다. 그는 선고를 받은 다음 높이 올려질 것이고 고통 중에 소멸 할 것이며, 그의 지체는 뼈가 퉁겨져 물러나고,뼈가 드러나고, 손발은 꿰뚫릴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을 의롭게 할 극도의 고통을 겪은 뒤에는 많은 무리들을 차지할 것이니, 그것은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목숨을 죽음에 내놓았다가 다시 살아나 땅을 다스릴 것이며, 에제키엘이 참된 성전에서 솟아나오는 것을 본 물을 가지고 백성들을 기를 것이며, 이 참된 성전은 무너지더라도 제 힘으로, 흠없는 어린양의 흰옷도 붉게 물들인 포도주와 하늘에서 내려온 양식을 가지고 다시 일어난다.‘
  목마른 사람들은 물 있는 데로 오시오! 굶주린 사람들은 배불리 먹으시오. 기진맥진하고 병든 당신들은 내 포도주를 마시시오! 돈이 없는 당신들, 오시오, 건강이 좋지 못한 사람들, 오시오! 그리고 어둠 속에 있는 당신들도! 죽은 당신들도 오시오! 나는 부(富)요 구원입니다. 나는 빛이요 생명입니다.
  길을 찾는 당신들은 오시오! 진리를 찾는 당신들, 오시오! 나는 길이요 진리입니다! 더렵혀진 이 성전에 참으로 거룩한 제물이 없기 때문에 어린양을 먹지 못할까봐 걱정하지 마시오. 여러분 모두가 나의 백성의 예언자들중의 마지막 예언자인 나에 대하여 말한 것과 같이 세상의 죄를 없애기 위하여 온 하느님의 어린양을 먹어야 할 것입니다.
  내 백성아, 내가 네게 어떻게 하였느냐? 무엇으로 너를 슬프게 하였느냐? 내가 네게 준 것 외에 또 무엇을 더 줄 수 있겠느냐? 나는 네 지능을 훈련시켰고, 네 병자들을 고쳐 주었으며, 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은혜를 듬뿍 베풀었고, 네 군중을 배불리 먹였고, 네 어린이들을 통하여 너를 사랑하였으며, 용서하고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나는 나를 희생하기까지 너를 사랑하였다. 그런데 너는 네 주께 대하여 무엇을 마련하고 있느냐? 오 내 백성, 내 거룩한 왕도야, 한 시간, 마지막 한 시간이 너에게 주어졌다. 이 시간에 너의 주 하느님께로 돌아오너라. 내가 이렇게 묻고 이렇게 말하는 이 백성 말입니다.”
  “저분은 참된 말을 하셨어!”
  “사실 그런 말이 있었어, 저분은 정말 예언된 대로 하셨어.”
  “양치기 모양으로 저분은 모든 사람을 돌보셨지!”
  “우리가 안개 속에 흩어져 있고 병든 양처럼 되었을 때 저분은 우리를 참된 길로 인도해 주고 우리의 영혼과 육체를 고쳐주고 우리를 비추려고 오셨어.”
  “참말로 모든 백성들이 저분께로 온다. 저 이방인들을 보게, 얼마나 감탄들을 하고 있는가!”
  “저분은 평화를 전하셨어.”
  “저분은 사랑을 주셨어.”
  “나는 저분이 희생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못알아 듣겠어. 사람들이 저분을 죽이게 될 것처럼 말한단 말이야.”
  “저분이 예언자들이 본 사람, 즉 구세주라면 그렇게 되는거야.”
  “그런데 저분은 마치 온 백성이 자기를 학대하게 될 것처럼 말하는데,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거야. 우리백성들은 저분을 사랑하니까.”
  “저분은 우리의 친구야. 우리는 저분을 옹호할 거야.”
  “저분은 갈릴래아 사람이고 우리도 갈릴래아 사람들이니, 우리가 저분을 위해 목숨을 바칠거야.”
  “저분은 다윗의 후손이니, 우리들 유다사람들은 저분을 지키기 위해서만 손을 들거야.”
  “그리고 저분이 당신들을 사랑한 것처럼 사랑하신 우리 오라니티르, 베레아, 데카폴리스 사람들은 저분을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 모두가 저분을 지킬거야.”
  이제는 매우 많아진 군중 속에서 이런 말들이 들려 온다. 인간의 생각의 덧없음이여! 해의 위치로 보아 나는 아침 아홉시쯤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24시간 후에는 저 사람들이 벌써 여러 시간째 박해받는 이의 주위에 있으면서 증오와 매로 그분을 괴롭히며 그분을 죽이라고  요구하며 아우성칠 것이다. 팔레스티나와 더 멀리 곳곳에서 몰려온, 그리고 그리스도에게서 빛과 건강과 지혜와 용서를 받은 수천명 중에서 그분을 치는 사람들의 무리에 비하여 수효가 워낙 적기 때문에 그분을 원수들에게서 빼앗아내려고 애쓰지 못할 뿐 아니라, 그분에게 사랑의 증거를 보여 드리고 그분을 정다운 얼굴로 따라감으로 위로하여 드리지도 못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주,소수, 아주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천사와 공감의 표시와 감탄 어린 설명들이 마치 먼 바다로부터 밀려와서 해변에서 사라지는 파도들과 같이 넓은 마당 안에 퍼진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유다인들은 백성의 열광과 그리스도의 원수들에 대한 민십의 동요를 마비시키기를 꾀하여 이렇게 말한다. “저 사람이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있다. 하도 기진맥진해서 정신착란을 일으키게 되었다. 저 사람은 모두가 존경하고 있건만 거기에서 박해를 발견한다. 저 사람의 말은 늘 가지고 있는 지혜의 분류(奔流)이지만 헛소리가 섞여 있다. 저 사람을 해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기본의 변화를 경계하고, 그중의 어떤 사람은 반항하며 이렇게 말한다. “저분이 내 미친 아들을 고쳐 주셨습니다. 나는 정신착란이 어떤것인지 알아요. 미친 사람은 저렇게 말하지 못합니다요!”
  또 한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그자들 마음대로 지껄이게 내버려둬요. 저자들은 백성들이 몽둥이로 허리를 부러뜨릴까봐 겁을 내는 독사들이오. 저자들은 우리를 속이려고 밤꾀꼬리와 같은 기분좋은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잘 들어보면 뱀의 쌕쌕 소리가 들려요.”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도의 백성의 보초들은 조심하시오! 원수가 쓰다듬을 때는 소매 속에 단도를 감추고 있으며 치기 위해서 손을 뻗는 것입니다. 눈을 똑바로 뜨고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재칼들은 온순한 어린양이 될 수가 없습니다.”
  “말 잘하셨소. 올빼미는 몸을 꼼짝하지 않는 것과 거짓 명랑한 그 인사로 순진한 새들을 기쁘게 하고 매혹하오. 그놈은 달콤한 소리로 권유하고 있소. 하지만 벌써 잡아먹을 차비를 하고 있소.”
  그리고 이와 같이 이 집단에서 저 집단으로 옮아간다.
  그러나 이방인들도 있다. 이 명절기간에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것을 놓치지 않는 점점 수가 많아지는 그 이방인들이다. 팔레스티나의 히브리 사람들의 배타성이 매우 강하고 선생님 곁에 첫째 자리들을 원하여 그들을 밀어내기 때문에 항상 군중의 바깥쪽에 있지만, 그들은 선생님께 가까이 가서 그분에게 말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중에서 수가 많은 한 집단이 군중에게 밀려서 한 구석에 있는 필립보를 보고 그에게 가까이 가서 말한다. “대감, 우리는 대감의 선생님인 예수를 가까이서 보고 한번이라도 그분께 말하고 싶습니다.”
  필립보는 발돋움을 하고 주님 더 가까이에 어떤 사도가 있지 않나 하고 살핀다. 그는 안드레아를 보고 그를 부른 다음 외친다. “여기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싶어하는 이방인들이 있네. 선생님께 이들을 받아들이기를 원하시는지 여쭈어 주게나.”
  예수께로부터 몇 미터 떨어져 군중 틈에 끼여 있던 안드레아는 별로 존경의 표시를 하지 않고 팔꿈치로 용감하게 헤치며 “비키시오! 비키라니까요! 나는 선생님께로 가야 합니다” 하고 외치며 길을 뚫는다.
  안드레아는 예수께로 가서 이방인들의 소원을 말씀드린다.
  “그 사람들을 저쪽 구석으로 데리고 가거라. 내가 그들을 만나러 가겠다.”
  그리고 예수께서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려고 하시는 동안, 베드로와 같이 돌아온 요한과 베드로 자신, 유다 타대오, 제베대오의 아들 야보고, 그리고 동료들을 도우려고 군중 속에서 만난 친척의 집단을 버려두는 토마가 예수께 길을 터 드리려고 애를 쓴다.
  이제 예수께서는 벌써 당신께 인사를 하는 이방인들이 있는 곳에 계시다.
  “여러분께 평화가 있기를. 내게서 무엇을 원하십니까?”
  “선생님을 뵙고 말씀드리기를 원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으로 우리는 어리둥절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들은 오래 전부터 선생님을 뵙고 선생님의 말씀에 저희들이 충격을 받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유리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오늘… 선생님은 죽음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저희들은 이 시간을 붙잡지 않으면 다시는 선생님께 말씀을 드릴 수 없게 되지 않을 까 염려됩니다. 그러나 히브리 사람들이 그들의 가장 훌륭한 아들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한 일입니까? 저희들은 이방인이고, 선생님의 손이 저희를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저희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었습니다. 막연히 선생님께 대한 말을 하는 것을 들었지만 선생님을 본 적도 가까이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보시다시피 저희는 선생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온 세계가 저희와 함께 선생님을 공경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과 정신들에 의해서 사람의 아들의 영광이 나타나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다시 사람들이 예수를 둘러싸고 있는데, 다른 점은 이방인들이 앞줄에 있고 다른 사람들은 뒤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만일 지금이 선생님이 영광스럽게 되는 시간이라면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과 같이, 또는 저희가 이해한 것과 같이 선생님은 돌아가시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죽는 것은 영광스럽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일 선생님이 왕권을 이룩하시기 전에 돌아가시면 어떻게 세상 사람들을 선생님의 왕권 아래 모으실 수 있겠습니까? 만일 선생님의 손이 죽음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선생님이 어떻게 승리하시고 백성들을 모으실 수 있겠습니까?”
  나는 죽음으로써 생명을 줍니다. 나는 죽음으로써 건설합니다. 나는 죽음으로써 새 백성을 만들어냅니다. 희생 속에서 사람은 승리를 얻는 것입니다. 정밀 잘 들어두시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생산을 하지 못한 채로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자기의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것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위하여 목숨을 구할 것입니다. 나는 그런 다음 진리를 섬기려고 나를 따르는 모든 사람에게 이 영원한 생명을 주기 위하여 죽을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를 섬기고자 하는 사람은 오시오. 내 나라에는 이러저러한 백성에게만 자리가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나를 섬기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내게로 오고 나를 따르시오. 그러면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를 섬기는 사람은 유일한 참 하느님이시고 하늘과 땅의 주이시며 존재하는 모든 것의 창조주이시고, 생각과 말씀과 사랑과 생명과 길과 진리이신 내 아버지께로부터 영광을 받을 것입니다.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은 3위이시면서 한분이시고, 한분이시면서 3위이시고, 홀로 참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나 내 마음이 어지럽습니다. 그런데 내가 무슨 말을 할까요? 혹 ‘아버지 이 시간에서 저를 구해 주십시오’ 하고 말할까요? 아닙니다. 나는 이때가 되기 위해 바로 이 때문에 온 것이니까요.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하렵니다. ‘아버지의 이름이 찬미받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예수께서는 팔을 펴서 회랑의 대리석의 흰 빛과 대조가 되는 붉은 십자가 모양을 만드시고, 당신을 바치고 기도하고 아버지께로 당신 영혼과 더불어 올라가시면서 얼굴을 위로 드신다.
  그러자 천둥소리보다도 더 크고, 어떤 사람의 목소리와도 같지 않지만 모든 귀에 썩 잘 들린다는 뜻에서 비물질적인 목소리가 4월의 찬란한 날의 맑은 하늘을 채우고 매우 아름다운 음조를 가진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의 화음보다도 더 힘차게 진동하며 이렇게 선언한다. “그런데 나는 그를 영광스럽게 하였고, 또 영광스럽게 하겠다.”
  사람들은 무서워하였다. 땅과 그 위에 있는 것을 진동시킬 정도로 강한 그 목소리, 다른 어떤 목소리와도 틀리는, 알지 못하는 근원에서 오는 신비로운 그 목소리, 북쪽에서 남쪽까지, 동쪽에서 서쪽까지 온 공간을 채우는 그 목소리가 히브리 사람들을 무서워 떨게 하고 이교도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히브리인들은 그렇게 할 수 있을 때에는 땅에 엎드리고 무서워하며 중얼거린다. “이제 우리는 죽는구나! 우리는 하늘의 목소리들 들었다. 천사가 그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죽음을 기다리며 가슴을 친다. 이교도들은 이렇게 말한다. “천둥이다! 으르렁거리는 소리다! 도망치자! 땅이 으르렁거리고 흔들렸다!” 그러나 아직 성전 담 밖에 있던 사람들이 “우리를 불쌍히 여기십시오! 달려가자! 여기는 거룩한 곳이다. 하느님의 제단이 세워져 있는 산은 갈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고 외치면서 안으로 뛰어오자 더해지는 혼잡 속에서 도망치기는 불가능하다. 이리하여 각자는 군중과 갑작스러운 공포에 가로막혀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다.
  평면 지붕 위에서는 여러 구석에 흩어져 있는 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레위파 사람들과 고관들이 불안스럽고 아연실색하여 달려온다. 그러나 그 모든 사람중에서 마당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로 내려오는 사람들 가운데로 내려오는 사람은 가믈리엘과 그의 아들밖에 없다. 예수께서는 가믈리엘이 지나가는 것을 보신다. 그는 흰 아마옷을 입어 아주 하얀데, 옷이 하도 하얘서 거기서 내리쪼이는 햇빛을 받으면서도 빛날 지경이다.
  예수께서는 가믈리엘을 바라보신다. 그러나 마치 모든 사람이 들으라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시어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 말씀이 하늘에서 온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고 여러분을 위해서입니다.”
  가믈리엘은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서서 -하느님처럼 존경받는 스승이 되어 있는 습관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맹금(猛禽)류의 눈과 같이 냉혹하게 된- 그 깊고 새까만 눈의 시선으로 위엄이 있으면서 부드럽고 맑은 청옥색인 예수의 시선을 꿰뚫는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계속하신다. “지금이 이 세상의 심판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암흑의 왕이 밖으로 쫓겨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높이 올려지면 모든 것을 다 내게로 끌어 올 것입니다. 대저 사람의 아들은 이렇게 구원을 완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율법책에서 그리스도가 영원히 산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당신이 그리스도하고 하시면서 돌아가셔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또 나는 사람의 아들이며 사람들이 나를 끌어올리겠기 때문에 구원을 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대관절 선생님은 누구십니까? 사람의 아들이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그리스도이십니까? 또 사람의 아들이란 무엇입니까?” 하고 다시 대담해진 군중이 말한다.
  “그것은 오직 한 사람입니다. 눈을 떠서 빛을 보시오. 빛이 여러분과 같이 있는 것이 또 잠깐 뿐입니다. 암흑이 갑자기 여러분을 덮치지 않도록 여러분 가운데에 빛을 가지고 있는 동안 진리를 향하여 걸어가시오. 어둠속으로 걸어가는 사람은 어느 곳에 이를지를 모릅니다. 여러분 가운데에 빛을 가지고 있는 동안 그 빛을 믿어 빛의 아들이 되도록 하시오.” 예수께서 입을 다무신다.
  군중은 어쩔줄을 모르고 갈라졌다. 일부분은 머리를 흔들며 간다. 일부분은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제장들과 율법학자들 같은 주요한 높은 양반들과… 특히 가믈리엘의 태도를 살펴보고 이 태도에 따라서 그들 자신의 태도를 조절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머리를 끄덕여 찬성을 표하고 “우리는 선생님을 믿습니다! 우리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하는 뜻의 분명한 표를 보이며 예수 앞에 몸을 굽힌다. 그러나 이들은 드러내 놓고 그분 편이라고 언명하지 못한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원수들, 성전의 경내를 둘러싸고 있는 화려한 회랑들을 내려다보는 평면 지붕에서 그들을 감시하고 있는  유력자들의 눈을 무서워하는 것이다.
  몇 분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자기 자신에게 제기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하는 듯이 대리석 포석을 내려다 보고 있는 가믈리엘도 거의 실망이나 경멸을 나타내는 것 같은 머리짓과 어깨짓을 하고는 다시 출구쪽을 향하여 간다…. 그리고 다시는 예수를 쳐다보지 않고 곧장 지나간다.
  예수께서는 측은한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시며… 모든 소음을 누르고 또 실망해서 가는 위대한 율법학자에게 들리게 하시려고 다시 목소리를 힘차게 높이신다 -마치 청동 나팔소리와도 같다. 예수께서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말씀하시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사람 하나만을 위하여 말씀하시는 것이 명백하다. 예수께서는 매우 큰 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나를 믿는 것이 아니고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것이고 나를 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분 말고 다른 하느님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말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다윗의 후손 요셉의 아들이라고 불리고 다윗 가문의 마리아의 아들로 불리는 사람으로서의 예언에 있는 것과 같이 베들레헴에서 예언자가 본 동정녀에게서 태어난 아들인 나를, 역시 여러 세기 전부터 예언되어 온 것처럼 세례자를 선구자로 앞세웠던 사람으로서의 나를 믿지 못하겠거든, 적어도 하늘에서 여러분에게 말씀하신 여러분의 하느님의 목소리를 믿으시오. 이스라엘의 그 하느님의 아들로서 나를 믿으시오. 만일 여러분이 하늘에서 여러분에게 말씀하신 그분을 믿지 않으면, 나를 모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분의 아들인 당신들의 하느님께 죄를 짓는 것입니다.
  어두움 속에 남아 있겠다는 뜻을 가지지 마시오! 나는 나를 믿는 사람이 어두움 속에 남아 있지 않도록 하려고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습니다. 여러분은 내가 떠나 왔던 곳으로 돌아갔을 때에는 가라앉힐 수가 없을, 그리고 여러분의 고집에 대한 하느님의 엄격한 벌이 될 가책을 스스로 만들어 가지는데 동의하지 마시오. 내가 여러분 가운데 있는 동안은, 심판이 행하여지지 않는 동안은 용서하여 줄 용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내게 관한한 용서할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 아버지의 생각은 다릅니다. 나는 자비이고 내 아버지는 정의이시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에게 진정 말하지만, 누가 내 말을 듣고 그것을 참작하지 않으면 내가 그를 심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심판하려고 세상에 오지 않고 그를 구원하려고 왔습니다. 그러나 또 내가 심판하지 않더라도 정말이지 여러분 행동을 심판하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당신의 말씀을 배척하는 사람들을 심판하십니다. 그렇습니다. 나를 업신 여기고 하느님의 말씀을 인정하지 않으면 말씀의 말들을 받지 않는 사람은, 그를 심판 할 것이 이런 것입니다. 즉 내가 전한 바로 그 말, 마지막 날에 심판할 그 말이 그것입니다.
  하느님을 조롱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조롱한 하느님은 그분을 미치광이와 거짓말쟁이로 판단하였을 사람들에게는 무서운 분이 되실 것입니다.
  내가 말하는 것을 여러분이 들은 그 말들은 하느님에게서 온다는 것을 모두 기억하시오. 나 자신의 생각으로 말하지 않았고,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친히 내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무엇에 대하여 말해야 할지 정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의 명령이 정당하기 때문에 그분의 명령에 복종합니다. 하느님의 명령은 어떤 것이나 영원한 생명이니, 여러분의 선생인 내가 하느님의 어떤 명령에도 순종하는 모봄을 여러분에게 보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여러분에게 말한 것과 말하는 것들은 내 아버지께서 여러분에게 말하라고 하신 그대로 말했고, 또 지금도 말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아시오. 그런데 내 아버지는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하느님이시고, 모세와 성조들과 예언자들의 하느님이시고, 이스라엘의 하느님, 여러분의 하느님이십니다.”
  벌써 마음 속에서 짙어지는 어두움 가운데 떨어지는 빛의 말씀들이다.
  고개를 숙이고 걸음을 멈추고 듣고 있던 가믈리엘은 고개를 기울이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이 머리를 끄덕이거나 히죽히죽 웃으면서 그를 따라간다.
  예수께서도 떠나신다…. 그러나 먼저 가리옷의 유다에게 말씀하신다. “네가 가야 할 곳으로 가거라.” 그리고 다른 제자들에게는 “각기 가야 할 곳이나 가기를 원하는 곳으로 마음대로 가시오. 양치기 제자들은 나하고 같이 남아 있거라” 하고 말씀하신다.
  “오!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주님!” 하고 스테파노가 말한다.
  “오너라….”
  그들은 헤어진다. 예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가리옷의 유다가 어디로 가는지는 안다. 그는 이방인들의 안 마당에서 여자들의 안마당으로 가는 층층대를 올라가서 아름다운 문으로 간다. 그리고 그문을 지나가서 다른 층층대 꼭대기로 올라가 히브리 사람들의 안마당을 휘둘러 보고는 그가 찾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화가 나서 땅을 발로 구른다. 그는 가던 길로 돌아온다. 성전 수위 한 사람을 보고 그를 불러 평소와 같이 건방지게 명령을 내린다. “엘르아잘 벤 안나를 찾으러 가서 즉시 아름다운 문으로 오라고 하게. 시몬의 유다가 중대한 일로 기다리고 있다고.”
  그는 어느 기둥에 기대어서 기다린다. 조금 후에 안나의 아들 엘르아잘, 엘키아, 시몬, 도라스, 고르넬리오, 사독, 나훔 그 밖에 다른 사람들이 바람에 옷을 펄럭이며 달려온다.
  유다는 낮기는 하나 흥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오늘 저녁! 만찬후, 게쎄마니에, 그리로 가서 잡으시오. 돈을 주시오.”
  “안되오. 오늘 저녁 당신이 우리를 데리러 올 적에 돈을 주겠소. 당신은 믿을 수가 없어요! 당신도 우리하고 있어야 하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단 말이오!” 하고 엘키아가 빈정린다.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그 말에 찬성한다.
  유다는 암시 때문에 멸시로 인해 흥분하여 맹세를 한다. “내가 진실로 말한다는 것을 야훼를 걸고 맹세하오!”
  사독이 그에게 대답한다. “그건 좋소.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나아요. 시간이 되면 당신이 와서 체포하는 책임을 진 사람들을 데리고 같이 가오. 얼빠진 파수꾼들이 혹 라자로를 붙잡아서 불행한 일이 생기게 해서는 안된다 말이오. 당신은 어떤 신호로 그 사람을 그들에게 일러 주어야 하오… 알겠지요! 밤이고 별이 밝지가 않을 것이고… 파수꾼들은 피로하고 졸릴 것이오… 그렇지만 당신이 안내하면!… 자! 어떻소?” 교활한 사독이 동료들 쪽을 돌아보며 말한다. “나는 입맞춤을 제의하겠소. 입맞춤! 배반을 당한 친구를 가리키는 데에는 가장 좋은 신호요. 아! 아!”
  모두가 웃는다. 냉소하는 마귀들의 합창이다.
  유다는 몹시 화가 났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는다. 이제는 물러나지 않는다. 그는 그들이 보이는 경멸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이지, 그가 하려는 것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파수꾼들을 데리고 여기서 나가기 전에 주머니에 돈을 세어서 넣어 주기를 원하오.”
  “주겠소! 주겠어요! 당신이 돈을 당신 사랑의 유물처럼 보관 할 수 있도록 주머니까지 주겠소. 아! 아! 아! 잘가오. 뱀!”
  유다는 얼굴빛이 납빛깔이다 벌써 납빛깔이다 그는 이 빛깔과 절망적인 갑작스런 공포의 그 표정을 영영 잃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표정이 점점 더 두드러지게 되어 그가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에는 차마 볼 수 없을 지경에까지 이를 것이다… 그는 도망친다…
  예수께서는 친한 사람의 집 정원으로 피신하셨다. 시온 초입에 있는 집들의 조용한 정원이다. 정원에는 오래 된 높은 담이 둘러쳐져 있다. 정원은 고목들의 약간 흔들리는 나뭇잎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조용하고 서늘하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 여자가 기분좋은 목소리로 자장가를 부른다.
  라자로의 하인들이 어딘가 갔다가 돌아와서 “선생님의 제자들이 벌써 만찬을 준비하는 집에 가 있습니다. 그리고 쿠자의 요안나의 아이들에게 저희와 함께 과일을 갖다 주고 나서 여자분들을 요셉의 집으로 모시고 가려고 찾으러 갔습니다. 요셉의 어머니는 그를 보지 못할 것으로 알았는데 요셉이 오늘은 혼자 왔습니다. 그리고는 만찬의 집으로 갔습니다. 저녁 때가 되었거든요” 하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여러 시간이 지난 모양이다.
  “우리도 가겠네. 만찬 시간이 되었구먼….” 예수께서는 일어나셔서 겉옷을 다시 입으신다.
  “선생님, 밖에 사람들이, 부유한 사람이 몇 분 와 있는데,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하고 한 하인이 말한다.
  “들어오라고 하게 에스테르가 반대는 안하겠지, 안 그런가, 에스테르?” 예수께서는 인사를 드리려고 달려 오는 중년부인 쪽으로 몸을 돌리시며 말씀하신다.
  “아닙니다, 선생님.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제 집은 선생님 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제 집을 너무 적게 쓰셨습니다!”
  “내 마음에게 이 집은 친한 사람의 집이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구먼.” 예수께서는 하인에게 “기다리는 사람들을 데리고 오게” 하고 명하신다.
  옷을 잘입은 30명 가량의 사람이 들어온다. 그들은 예수께 인사를 드린다. 어떤 사람이 모두를 대표하여 말한다. “선생님, 저희들은 선생님의 말씀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희들은 선생님에게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들은 저희가 선생님을 믿는다고 미친놈 취급을 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나를 믿는 사람은 나를 믿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 그리고 오늘 여러분이 그 지극히 거룩한 목소리를 들은 그분을 믿는 것입니다. 나를 보는 사람은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보는 것입니다. 나는 내 아버지와 일체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나는 여러분이 내 아버지이시며 여러분의 아버지이시고 당신 외아들을 희생하기까지 여러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죄를 짓지 않기 위하여 믿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내가 그리스도일까 하는 의심이 있다 하더라도, 하느님께서 하늘에 계시다는 것은 의심이 없는데, 네가 오늘 성전에서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당신의 이름의 영광이 나타나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청한 하느님의 목소리가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른 그 사람에게 대답하면서 여러사람이 그러는 것과 같이 그에게 ‘거짓말쟁이라거나 하느님을 모독하는 사람’ 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내가 누구라는 것을, 즉 당신의 빛이라는 것을 확인하셨습니다. 나는 나를 믿는 사람이 어두움 속에 남아 있지 않게 하려고 세상에 온 빛입니다. 만일 누가 내 말을 들은 다음 그것을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나는 그를 심판하지 않습니다. 나는 세상을 심판하러 오지 않고 세상을 구원하려고 왔습니다. 나를 업신여기고 내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그를 심판할 누군가가 있습니다. 내가 설교한 말이 마지막 날에 그를 심판할 것입니다. 과연 그 말은 하느님이 그러신 것과 같이 지혜롭고 완전하고 다정하고 순박하였습니다. 그 말씀은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말을 한 것은 다윗 혈통의 목수 요셉의 아들이라고 불리고, 히브리인의 자손으로 요셉과 결혼한 다윗 가문의 동정녀 마리아의 아들이라고 불린 내가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요. 나는 나 스스로 말하지 않았고, 하늘에 계시며 야훼라고 불리시는 분, 오늘 말씀하신 분이시고 나를 보내신 분이신 내 아버지께서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또 무엇에 대하여 말해야 할지를 명령하셨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분의 명령에 영원한 생명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므로 내가 말하는 것은 아버지께서 내게 말씀해 주신 그대로 말하는 것이고, 거기에는 생명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여러분에게 그 말을 들으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것들을 실천에 옮기시오. 그러면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내 말은 생명이고, 내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여러분에게 생명을 주라고 나를 보내신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안에 하느님을 모시고 있는 사람은 생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시오. 평화가 여러분에게 와서 머물러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강복하시고 떠나 보내신다. 제자들에게도 강복하신다. 예수께서는 이사악과 스테파노만을 붙잡아 두신다. 예수께서는 다른 제자들에게 입맞추시고 떠나 보내신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자 맨 마지막으로 두 사람과 같이 나오셔서 그들과 같이 가장 쓸쓸하고 벌써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만찬의 집으로 가신다. 거기에 도착하시자, 특별한 사랑으로 이사악과 스테파노에게 입맞추시고 강복하시고, 입맞추시며 다시 강복하시고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신다. 그런 다음 문을 두드리시고 들어가신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여기에 내 어머니께 하직인사한 것과 최후의 만찬실과 최후의 만찬의 환상을 넣어라. 그리고 너와 나 둘이서 참된 과월절 기념을 하자,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