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하늘을 겨우 비추어서 아직 걸음을 걷기가 어려운 때에 예수께서 아직 잠들어 있는 도코를 떠나신다. 모두가 조심스럽게 걸어가기 때문에 물론 발소리가 들리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아직 문을 잠근 집 안에서 자고 있다. 시내에서 들판으로 나오기 전에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들판은 약한 빛 속에서 천천히 잠이 깨고, 이슬이 맺힌 뒤라 아주 신선하다.
  그 때에 가리옷 사람이 말한다. “쓸데없는 길이었고, 쉬지도 못했고, 여기까지 오지 않는 것이 나았을 거야.”
  “우리가 만난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우리를 홀대하지는 않았네! 그 사람들은 우리 말을 듣고 병자들을 데리러 시골로 가고 하느라고 잠을 설쳤어. 정말 오기를 잘 했었네. 과연, 병이나 다른 일 때문에 예루살렘에서 주님을 보기를 바라지도 못하던 사람들이 여기서 선생님을 뵈었고, 건강을 얻었거나 다른 은혜로 위로를 받았네.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알다시피 벌써 예루살렘에 갔어. 할 수만 있으면 명절 며칠 전에 그리고 가는 것이 우리네 관습이니까” 하고 알패오의 야고보가 부드럽게 말한다. 그는 가장 기분이 좋은 때에도 항상 과격하고 독선적인 가리옷의 유다와는 반대로 항상 온유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예루살렘에 가고 있기 때문에 여기 오는 건 쓸데없는 일이었단 말이야… 그들이 예루살렘에서 우리 말을 듣고 우리를 보고 했을 거란 말이다…”
  “그렇지만 여자들과 병자들은 그러지 못해” 하고 알패오의 야고보를 도우려는 바르톨로메오가 그의 말을 막으며 대꾸한다.
  유다는 못들은 체하고, 이야기하던 것을 계속하는 것처럼 말한다.
  “적어도 나는 우리가 예루살렘에 간다고 생각해. 목자와의 이야기가 있은 후 지금은 확신을 못하게 됐지만 말이야…”
  “예루살렘엘 가지 않으면, 그럼 어디로 간단 말인가?” 하고 베드로가 묻는다.
  “쳇! 난 모르겠어. 몇 달 전부터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하도 비현실적이고, 양식(良識)이나 정의로도 예측할 수 있는 것과 모든 것이 하도 반대가 돼서…”
  “이거봐! 아니, 나는 자네가 도코에서 양젖을 마시는 걸 봤는데, 자넨 술취한 사람처럼 말하는구먼! 정의에 어긋나는 일들을 자넨 어디서 본다는 건가?” 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별로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눈을 하고 묻는다. 그리고 더 말한다. “의인에 대한 비난은 그만해 두게! 그만 하면 됐다는 걸 알겠나? 자넨 선생님을 비난할 권리가 없어. 선생님은 완전하시니까 아무도 그럴 권리는 없어. 그런데 우리는… 우리 중엔 아무도 완전한 사람이 없지않나. 그리고 자넨 모든 사람보다도 덜 완전해.”
  “그러구 말고! 만일 자네가 병이 들었으면, 병을 치료하게. 그렇지만 자네의 논쟁으로 우릴 귀찮게 하진 말게. 자네가 머리가 돈 사람이면, 선생님이 저기 계시니, 병을 고쳐 주십사하고 말씀 드리게. 그리고 이 이야기는 집어치우세!” 하고 토마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한다.
  과연 예수님께서는 알패오의 유다와 요한과 함께 뒤에 처져 계신데, 어려운 오솔길로 걷는 것을 힘들어하는 여자들을 도와준다. 이들은 어슴푸레한 데에서 걷는 데 습관이 덜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 오솔길은 우거진 올리브 밭 사이로 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어둡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여자들과 말씀하시며 더 앞쪽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을 기울이시지 않는다. 그러나 예수와 같이 있는 사람들은 그 말들을 듣는다. 사실 말소리는 그곳까지 오기가 어려웠지만, 그 어조로 보아 부드러운 말들이 아니고 말다툼의 기미를 풍긴다는 것이 느껴진다. 타대오와 요한 두 사도는 서로 쳐다본다….그러나 말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예수와 성모님을 쳐다본다. 그러나 성모님은 겉옷으로 하도 꼭 감싸고 계셔서 말하자면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예수께서는 듣지 못하신 것 같다. 그분들은 베냐민과 그의 장래에 대하여 말씀하시고, 가파르나움에 자리잡고 지스칼라의 어린 아이뿐 아니라 가파르나움의 여인의 어린 아이들에게도 다정한 어머니 노릇을 하는 아펙의 과부 사라에 대하여도 말씀하신다. 이 가파르나눔의 여인은 재혼한 뒤에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난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았는데, 그 뒤에 “하도 불행하게 죽어서, 그의 죽음에서는 정말 하느님의 손길을 보게 된다.”고 살로메가 말한다. 이야기가 끝나자, 예수께서는 유다 타대오와 함께 앞쪽으로 사도들 있는 데로 가셨는데, 가시기 전에 요한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요한아, 너는 뒤에 남고 싶으면 남아 있어라. 나는 불안해하는 사람에게 대답하고, 화해를 시키겠다.”
  그러나 요한은 여자들과 같이 몇 걸음 더 걷고 나서, 이제는 오솔길이 더 트여서 더 밝게 되었으므로, 뛰어서 예수 계신 곳으로 간다. 그때는 마침 예수께서 이런 말씀을 하고 계셨다. “유다야, 안심하여라. 우리가 비현실적인 것은 한번도 한 일이 없는 것과 같이, 장차도 비현실적인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예견할 수 있는 것과 반대되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지금은 병이 들었거나 매우 중대한 다른 일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참다운 이스라엘 사람은 누구나 성전에 올라가는 때라는 것은 미리 내다볼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성전으로 올라간다.”
  “그렇지만 다는 아닙니다. 마륵지암은 성전에 오지 않을 거란 말을 들었습니다. 그 애가 혹 병이라도 걸렸습니까? 무슨 이유로 오지 않는 것입니까? 그 애를 사마리아 사람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유다의 말투는 참을 수가 없다…
  베드로가 중얼거린다. “오 조심성아, 나도 사람이니, 내 혀를 묶어다오!” 그러면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으려고 입술을 꽉 다문다. 약간 소의 눈과 같은 그의 눈은 감동적이다. 그만큼 그의 눈에서는 분노를 억제하기 위하여 하는 노력과 유다가 그런 투로 말하는 것을 듣는 슬픔이 분명히 드러난다.
  예수께서 계시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말을 하지 않고, 예수께서만 정말 더없이 침착하게 말씀하신다.
  “여자들이 듣지 못하도록 조금 앞으로들 오너라. 며칠 전부터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다. 나는 그것을 테르사의 들판에서 너희에게 약속하였다. 그러나 나는 너희 모두가, 여자들은 말고 너희 모두가 그 말을 듣기를 원하였다. 여자들은 그들의 소박한 평화 속에 내버려두자…. 내가 말하려는 것 안에, 마륵지암이 우리와 같이 있지 않고, 가리옷의 유다 네 어머니도, 필립보, 네 딸들도, 갈릴래아의 여자 제자들과 그 처녀가 우리와 같이 있지 않을 이유도 들어있을 것이다. 모두가 견디어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선생인 나는 내 제자들에게 좋은 것과 그들이 견디어 낼 수 있거나 견디어 낼 수 없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안다. 너희들까지도 시련을 견디어낼 만한 힘이 없다. 그러니까 시련을 당하게 되지 않는 것은 너희들에게 큰 은총일 것이다. 그러나 너희들은 나를 계승해야 하고, 나중에 약한 사람들에게 자비롭게 되기 위하여 너희가 얼마나 약한지를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나와 함께 3년을 지낸 뒤에 너희들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으로 그대로 있는지, 나와 함께 3년을 지내고 난 다음에 너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 정도를 가르쳐줄 저 무서운 시련에서 제외될 수 가 없을 것이다.
  너희들은 열두 사람이다. 너희들은 거의 동시에 내게로 왔다. 내가 야고보와 요한과 안드레아를 만난 날부터 가리옷의 유다, 네가 우리 가운데 받아들여진 날까지, 또 내 사촌 야고보 너와 마태오 네가 내게 온 날에 이르기까지 며칠 안 되는 그 날짜가 너희들 사이에 교양에 있어서 그토록 큰 차이가 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너희들은 모두, 유식한 바르톨로메오 너까지도, 내 사촌 너희까지도 내 가르침에 있어서의 교양이 어떤 것인가 하는 데 비하여는 매우 미완성이었고, 절대적으로 미완성이었다. 또 너희들 가운데 낡은 이스라엘의 교리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교양보다 더 나은 너희들의 교양까지도 나를 따라 형성되는 데에는 장애가 되었다.
  그러나 너희들 중에 아무도 너희 모두를 어떤 유일한 지점으로 이르는데 필요했을 만큼의 길을 간 사람이 없었다. 너희들 중의 한 사람만이 그 점에 이르렀다. 어떤 사람들은 거기에 가까이 갔고, 어떤 사람들은 더 떨어져 있고, 어떤 사람들은 매우 뒤에 처져 있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다, 이 말도 해야겠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뒷걸음질쳤다. 서로 바라보지 말아라! 너희들 중에서 누가 첫째이고 누가 꼴찌인지 찾지 말아라. 어쩌면 자기가 첫째라고 믿거나 다른 사람들이 그를 첫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시험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자기가 꼴찌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교양이 오래지 않아 하늘의 별처럼 빛날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한번 말하지만 판단하지 말아라. 사실들이 그 명백함으로 판단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너희들이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나 머지 않아 너희들이 내 말을 기억할 것이고, 그 말들을 이해할 것이다.”
  “언제입니까? 선생님은 올해의 과월절 정화가 왜 다른지 말씀해 주시겠다고, 설명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는데, 그것을 한번도 말씀해 주지 않으십니다.” 하고 안드레아가 한탄한다.
  “내가 너희들에게 말하고자 한 것이 그것에 대한 것이다. 내가 너희들에게 하려고 하는 이 말들과 다른 말들이 오직 한 가지 일에 근원이 있는 오직 한 가지 일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우리는 과월절을 지내러 예루살렘에 올라갈 터인데, 예언자들이 사람의 아들에 관하여 말한 모든 것이 그곳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정말로, 예언자들이 본 것과 같이 그곳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정말로, 예언자들이 본 것과 같이, 이미 에집트의 히브리인들에게 내려진 명령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사막에서 모세에게 명령된 것과 같이, 하느님의 어른양이 제물로 바쳐질 것이고, 그의 피가 사람들의 마음의 문틀을 씻을 것이며, 제물로 바쳐진 어린 양의 피를 사랑으로 그들 위에 바르고 있을 사람들은 하느님의 천사가 치지 않고 지나갈 것이다.
제물로 바쳐진 어린 양은 금속으로 만든 값진 뱀처럼 가로 놓인 막대에 얹혀 높이 쳐들려, 지옥의 뱀에게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표가 될 것이고, 그를 사랑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구원이 될 것이다. 사람의 아들인 너희들의 선생 예수는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원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고, 이들은 그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고, 이방인들에게 넘겨주어 업신여김을 받게 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뺨을 맞고, 매를 맞고, 침투성이가 될 것이며, 더러운 걸레처럼 길로 끌려 갈 것이다. 그리고 이방인들은 그에게 매질을 하고 가시관을 씌운 다음, 예루살렘에 모여서 도둑의 죽음 대신에 그의 죽음을 요구하는 히브리인 군중의 뜻에 따라, 악당들을 위하여 마련된 십자가의 죽음의 선고를 내릴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렇게 죽음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예언서의 표들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사흘 후에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이것이 너희를 기다리고 있는 시련이며, 너희들의 교양의 정도를 보여줄 시련이다. 나 너희에게 분명히 말한다마는, 너희들이 이스라엘에 속하지 않은 모든 사람을 업신여길 수 있을 만큼, 또 우리 민족의 많은 사람까지도 업신여길 수 있을 만큼 너희들 자신을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너희들에게 진정으로 말한다마는, 내 양떼의 선택된 부분인 너희들이 목자가 잡히면 공포에 사로잡혀 흩어져서, 사방에서 나를 잡을 늑대들이 너희들에게로 몸을 굴리는 것처럼 도망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너희들에게 분명히 말하지만, 두려워하지 말아라. 그들은 너희 머리카락 한 오라기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사나운 늑대들을 만족시키는 데 충분할 것이다….”
  사도들은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데 따라 우박처럼 쏟아지는 돌을 맞는 사람들 같다. 그들은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데 따라 우박처럼 쏟아지는 돌을 맞는 사람들 같다. 그들은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데 따라서 몸을 점점 더 구부리기까지 한다. 그리고 예수께서 “그리고 내가 너희들에게 말하는 것이 이제는 곧 닥쳐올 것이다. 그 때가 오기 전에 시간이 있던 다른 때들과는 같지 않다. 이번에는 때가 되었다. 내가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하여 원수들의 손에 넘겨져서 제물로 바쳐질 터인데, 저 꽃망울이 꽃이 핀 다음에 아직 꽃잎을 잃지 않았을 때에 나는 벌써 죽어 있을 것이다.” 하고 말씀을 끝내실 때에, 어떤 사람들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어떤 사람들은 상처를 입은 것처럼 신음한다. 가리옷 사람은 얼굴이 창백하다. 문자 그대로 납빛이다….
  제일 먼저 다시 침착해진 사람은 토마이다. 그는 이렇게 부르짖는다.
  “저희가 선생님을 보호하거나 선생님과 함께 죽거나 해서, 저희가 선생님의 완전을 따라 갔고 선생님에 대한 저희 사랑이 완전하다는 것을 보일 터이니까 선생님은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손에 넘길 수 있습니까? 예언서에는 그런 말이 없습니다. 그런 말이 없어요. 선생님의 친구 중 한 사람, 선생님의 제자 중에 한 사람, 선생님을 따르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 모든 사람 중의 꼴찌 되는 사람까지라도 선생님을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선생님을 넘겨준다는 것은 너무나 소름끼치는 일일 것입니다. 아닙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다만 한번만이라도 사랑을 가지고 들은 사람이면 그런 죄를 저지를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사람이지, 야수나 사탄이 아닙니다…. 주님,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미워하는 사람들까지도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들은 백성을 무서워합니다. 그런데 백성은 모두가 선생님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나타나엘도 바라보시며 말씀은 하지 않으신다.
  베드로와 열성당원은 끊임없이 말을 주고 받는다. 제베대오의 야고보는 동생이 침착하게 있는 것을 보고 비난의 말을 그에게 하니 요한은 대답한다. “나는 이 일을 석달 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야.” 그러면서 눈물 두 줄기가 얼굴을 흘러내린다.
  알패오의 아들들은 마태오와 말을 하고 있는데, 마태오는 낙담이 되어 머리를 내젓는다.
  안드레아는 가리옷 사람에게 말한다.
  “자네는 성전에 아는 사람이 그렇게도 많으니….”
  “요한은 안나를 직접 알고 있어” 하고 유다는 대꾸하고 이렇게 말을 끝맺는다.
  “그렇지만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그렇게 정해져 있으면, 사람의 말이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자넨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하고 토마와 안드레아가 함께 묻는다.
  “아니야. 난 아무렇게도 생각하지 않아. 그건 쓸데없는 근심이야. 바르톨로메오가 그 말을 제대로 했어, 온 백성이 예수님을 둘러싸고 있을 거야.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벌써 그걸 알 수 있어. 그래서 승리가 될 거야. 그렇게 될 테니 두고 보게” 하고 가리옷의 유다가 말한다.
  “그렇지만 그럼 왜 선생님은…” 하고 여자들을 기다리느라고 걸음을 멈추신 예수를 가리키며 안드레아가 말한다.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느냐구? 그것은 선생님이 감명을 받으셨기 때문이고… 우리를 시험하고자 하시기 때문이야. 그러나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게다가 내가 가서….”
  “오! 그래. 가서 알아보게” 하고 안드레아가 애원한다.
  예수께서 당신 어머니와 알패오의 마리아 사이에서 다시 그들을 따라 오셨기 때문에 그들은 입을 다문다.
  성모님은 당신의 동서가 어디서 땄는지 씨앗들을 보이며 과월절이 지난 다음에 바로 성모님이 몹시 아끼시는 작은 동굴 곁에 뿌리고자 한다고 말하기 때문에 힘없이 미소를 지으신다.
  “당신이 어렸을 때에 나는 당신이 그 고사리 같은 손에 늘 이 꽃들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나는 그 꽃들을 당신이 온 것을 나타내는 꽃이라고 불렀어요. 과연 당신이 났을 때 당신 집 정원에는 그 꽃이 만발해 있었고, 그 날 저녁 온 나자렛 사람들이 요아킴의 딸을 보려고 달려 왔을 때 그 작은 별과 같은 꽃 포기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비와 서쪽에서부터 그 꽃을 비추는 마지막 햇살 때문에 꼭 금강석과 같았어요. 그리고 당신 이름이 ‘별’이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그 반짝이는 숱한 작은 별들을 보면서 말했지요. ‘요아킴의 어린 딸을 환영하느라고 꽃들이 치장을 했고, 별들이 하늘을 떠나니 <별>곁으로 왔다’고. 그리고 모두가 당신 아버지의 추측과 기쁨을 좋아하며 미소를 지었어요.
  그리고 내 남편의 동생 요셉은 ‘별들과 물방울들. 아기는 정말 마리아야!’ 하고 말했어요. 당신이 요셉의 별이 되기로 되어 있었다고 그 때 누가 말할 수 있었겠어요? 요셉이 당신 남편이 되기로 선택되어서 예루살렘에서 돌아왔을 때는 어땠구요? 하늘과 요아킴과 안나의 딸인 당신과의 그의 약혼에서 오는 영광이 컸기 때문에 온 나자렛이 요셉을 환대하기를 원했고, 모두가 그를 연회에 초대하려고 했어요. 그러나 온화하지만 굳은 의지를 가진 요셉은 향연을 일체 거절해서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어요. 사실 명예로운 결합을 하기로 된 사람, 그것도 지극히 높으신 분의 그와 같은 명령으로 그렇게 된 사람으로 자기의 영혼과 육체와 가문의 행복을 축하하지 않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겠어요? 그러나 요셉은 이렇게 말했어요. ‘큰 선택에는 큰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엄밀한 의미의 금욕 외에, 말과 음식도 절제했어요.
  요셉은 이렇게 그 기간을 일과 기도로 지냈어요. 일로 기도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나는 그의 망치질 하나하나, 끌 자국 하나하나가 기도가 되었다고 생각하니까요. 요셉의 얼굴은 황홀한 것 같았어요. 나는 집을 정리하고, 당신 어머니가 남기고 가신 홑이불과 그 밖의 모든 것으로 시간이 흘러 누렇게 된 것들을 빨려고 가곤 했었는데, 정원과 집이 조금도 되는 대로 내버려지지 않았던 것처럼 다시 아름답게 하느라고 요셉이 정원과 집에서 일하는 동안 바라보곤 했고, 말도 걸었어요…. 그러나 요셉은 무슨 생각에 몰두해 있는 것 같았어요. 미소를 짓곤 했지요. 그렇지만 내게나 다른 사람들에게 미소를 짓는 것이 아니라 그의 생각에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의 생각은 혼인을 앞둔 어떤 남자나 다 하는 그런 생각이 아니었어요. 이런 생각은 유해(有害)하고 육체적인 기쁨의 미소이지요…. 그런데 요셉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천사들에게 미소를 보내고, 그들과 말을 하고, 그들에게 조언을 청하는 것 같았어요….
  오! 나는 천사들이 요셉에게 당신을 어떻게 대우할지를 일러주었다고 확신해요! 왜냐하면 나자렛 전체가 다시 놀란 일이고, 내 알패오 쪽에서는 거의 분개한 일이지만, 요셉은 할 수 있는 대로 오랫동안 결혼식을 늦추었지요. 그래서 그가 어떻게 갑작스럽게 정해진 날짜보다 앞서 결심을 했는지를 절대로 이해하질 못했어요. 그리고 또 당신이 아기를 가졌을 때에도 나자렛이 요셉의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기쁨에 얼마나 놀랐는지요!….
  그러나 우리 야고보도 약간 그래요. 그리고 점점 더 요셉처럼 되어가요. 내가 그 애를 잘 관찰하는 지금-왠지 모르지만, 우리가 에프라임에 온 뒤로 그 애는 아주 변한 것같이 보여요.-나는 그 애를 그렇게 봐요….꼭 요셉과 같다구요. 마리아, 지금도 우리를 보려고 돌아보는 저 애를 보세요, 당신의 남편 요셉에게서 늘 볼 수 있던 무엇에 골똘한 태도를 저 애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저 애도 서글픈 것인지 가냘픈 것인지 말할 수 없는 그런 미소를 짓고 있어요. 저 애가 바라보는데, 요셉이 그렇게 자주 가졌던 것과 같은, 우리 너머로 먼곳을 바라보는 눈길을 가지고 있어요.
  알패오가 어떻게 요셉을 놀렸는지 생각나요? 알패오는 ‘자넨 아직도 피라미드를 보는건가?’ 하고 말하곤 했지요. 그러면 요셉은 참을성 있게 그의 생각을 마음 속에 간직하면서 말없이 머리를 흔들곤 했지요. 항상 말수가 적었어요. 그러나 당신이 헤브론에서 돌아온 뒤에는! 그가 전에 그렇게 했었고, 또 모두가 그렇게 하는 것처럼 샘에 혼자 오지도 않게 되었어요. 당신과 같이 있거나 일을 하곤 했지요. 그리고 안식일에 회당에 가거나 볼 일 때문에 다른 곳에 가는 것 말고는, 그 몇 달 동안 요셉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다고 아무도 말할 수 없어요….
  그리고 당신들은 떠났지요…. 대학살이 있은 다음 당신들의 소식을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얼마나 불안했는지요! 알패오는 베들레헴까지 갔었어요…. ‘떠났습니다’하고 사람들은 말했대요. 그렇지만 죄없는 피로 아직 붉게 물들어 있고, 폐허에서는 아직 연기가 나고, 또 그 피가 흐른 것이 당신들 때문이었다고 사람들이 당신들을 비난하던 도시에서 사람들이 당신들을 극도로 미워하는데, 어떻게 믿겠어요? 그래서 알패오는 헤브론에 갔었고, 그 다음에는 즈가리야가 근무중이었기 때문에 성전엘 갔었어요. 엘리사벳은 알패오에게 눈물밖에 주지 못했고, 즈가리야는 위로의 말밖에 주지 못했지요. 즈가리야와 엘리사벳은 요한 때문에 몹시 불안해서 또 다시 잔인한 행위가 있을까봐 염려해서 그를 감추고 그 때문에 벌벌 떨고 있더랍니다. 당신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아무 것도 알지 못했고, 즈가리야는 알패오에게 이렇게 말했대요. ‘그들이 죽었으면, 그들이 흘린 피는 내 책임이오. 내가 그들에게 베들레헴에 남아 있으라고 설득했으니까.’ 내 마리아! 내 예수! 예수가 태어난 다음의 과월절엔 예수가 그렇게도 잘 생긴 것을 사람들이 보았었는데! 그런데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하니. 그렇게도 오랫동안! 그렇지만 왜 도무지 소식을 보내지 않았어요?”
  “잠자코 있는 것이 더 나았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있던 곳에는 마리아와 요셉 같은 사람이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평범한 부부로 통하는 것이 더 나았어요.” 하고 성모님이 조용히 말씀하신다. 그리고 나서 한숨을 쉬며 말씀하신다. “그런데 그것은 슬픈 가운데에도 아직 행복한 나날이었어요. 불행은 아직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거든요! 우리에게 인간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주 많이 부족했지만, 내 아들아, 우리 정신은 너를 가진 기쁨을 실컷 누렸으니까!”
  “지금도 마리아, 당신은 당신 아들이 있지요. 요셉이 없기는 하지만! 그렇지만 예수가 여기 있고, 어른이 된 그의 완전한 사랑을 가지고 있어요.” 하고 알패오의 마리아가 지적한다.
  성모님은 머리를 들고 당신의 예수를 쳐다보신다. 성모님의 눈길은 그 입술에 감도는 가벼운 미소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애를 끊는 듯한 괴로움을 나타낸다. 그러나 말은 한 마디도 덧붙이지 않으신다.
  사도들은 그들을 기다리느라고 걸음을 멈추고 모두 함께 모였다. 그들의 어머니와 같이 모두의 뒤에 처져 있던 야고보와 요한도 함께 모였다. 그들이 걸음을 쉬고, 어떤 사람들은 빵을 조금 먹는 동안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는 예수께 가까이 와서 그 앞에 꿇어 엎드린다. 예수께서는 서둘러 다시 길을 가기 시작하시려고 앉지도 않으셨다.
  예수께서는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가 당신께 무엇을 청하기를 원한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아주머니, 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세요.”하고 물으신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가시기 전에 한 가지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래 어떤 은혜입니까?”
  “선생님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제 두 아들이 선생님이 선생님의 나라의 영광 중에 앉아 계실 때, 하나는 선생님의 오른쪽에 또 하나는 선생님의 왼쪽에 앉으라고 명령하시는 은혜입니다.”
  예수께서는 여인을 바라보시고 나서 두 사도를 바라보시며 말씀하신다.
  “너희가 어제의 내 약속을 잘못 해석하고, 이 생각을 너희 어머니께 권해 드렸구나. 너희가 버린 것에 대한 100배의 갚음을 너희는 세상의 나라에서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너희도 욕심이 많고 어리석게 되는 것이냐? 그러나 너희가 그런 것이 아니라, 벌써 늦어진 어두움으로 오염한 황혼과 예루살렘의 더러워진 공기가 가까워지면서 너희를 타락시키고 너희 눈을 어둡게 하는 것이다…. 나는 너희가 무엇을 청하는지 너희 자신이 알지 못한다고 말하겠다! 혹 내가 마실 잔을 너희도 마실 수 있겠느냐?”
  “마실 수 있습니다, 주님.”
  “내 잔의 쓴 맛이 어떤 것인지 너희가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 모든 고통에서 오는 인간으로서의 내 쓰라림은 내가 어제 너희에게 묘사한 쓰라림만이 아닐 것이다. 내가 너희들에게 묘사해 준다 해도 너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상태에 있지 않을 고통들이 있을 것이다…. 하기는 그렇지, 비록 너희가 그들이 청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지 못하는 두 어린 아이 같기는 하지만, 너희는 올바른 두 사람이고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물론 내 잔을 조금 마시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내 오른편이나 왼편에 앉는 것을 너희에게 허락하는 것은 내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버지께서 마련하신 사람들에게 주시는 것이다.”
  다른 사도들은 예수께서 아직 말씀을 하고 계신 동안 제베대오의 아들들과 그들의 어머니의 청을 호되게 비난한다. 베드로는 요한에게 “자네도! 자네를 이전의 요한으로 알아볼 수 없게 되었네” 하고 말한다.
  그리고 가리옷 사람은 그의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정말 첫째가 꼴찌가 되는구먼. 기막힌 것을 발견하는 때야….” 그러면서 억지웃음을 짓는다.
  “우리가 혹 명예를 위해서 우리 선생님을 따랐나?” 하고 필립보가 비난하는 말투로 말한다.
  토마는 반대로 그 두 사람을 변호하기 위하여 살로메를 비난하며 말한다. “왜 아주머니는 아들들에게 모욕을 당하게 하십니까? 이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곰곰 생각하시고,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막으셔야 했지요.”
  “사실이야. 우리 어머니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을 거야” 하고 타대오가 말한다. 바르톨로메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비난을 분명히 나타낸다.
  열성당원 시몬은 분개를 가라앉히기 위하여 “우리는 모두 잘못 할 수가 있네.”하고 말한다.
  마태오와 안드레아와 알패오의 야고보는 말은 하지 않지만, 요한의 아름다운 완전을 손상시키는 이 작은 사건을 분명히 괴로워한다.
  예수께서는 침묵을 명령하시기 위하여 손짓을 하고 말씀하신다.
  “아니 뭐라고? 한 잘못에서 많은 잘못이 나올 참이냐? 분개한 비난을 표하는 너희들도 죄를 짓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 두 형제를 가만 놔 두어라. 내 비난으로 충분하다. 이들이 창피스러워하는 것이 분명하고, 이들의 뉘우침은 겸손하고 진실하다. 너희들은 서로 사랑해야 하고, 서로 부축해 주어야 한다. 정말이지 너희들 중의 아무도 아직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세상과 세상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본받아서는 안 된다. 세상에서는 너희들이 알다시피 나라의 우두머리들이 사람들을 지배하고, 권력자들이 우두머리의 이름으로 그들의 권위를 나라에 행사한다.
  그러나 너희들 사이에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들은 사람들이나 너희 동료들을 지배하겠다는 야망을 가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너희들 중에서 더 훌륭하게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너희들의 종이 되어야 하고, 첫째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너희들의 선생이 말한 것과 같이 모든 사람의 하인이 되어야 한다. 내가 혹 압제하고 지배하려고 왔느냐? 섬김을 받으려고 왔느냐? 아니다, 정말 그렇지 않다. 나는 봉사하려고 왔다. 그리고 사람의 아들이 섬김을 받으려고 오지 않고, 봉사하고 많은 사람을 구속하기 위하여 목숨을 바치려고 온 것과 같이, 만일 너희들도 나같이 되기를 원하면, 이렇게 할 줄 알아야 한다. 이제는 가거라. 그리고 내가 너희와 의좋게 지내는 것과 같이 너희들끼리도 의좋게 지내라.”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너희들도 분명히 내 잔을 조금 마실 것이다’ 하는 점을 단단히 표해라. 여러 번역에는 ‘내 잔을’이라고 하였다. 나는 ‘내 잔을 조금’이라고 말했지 ‘내 잔을’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아무 사람도 내 잔을 마실 수는 없을 것이다. 구속자인 나만이 내 잔을 완전히 마실 수 있었다. 내 제자들과 나를 본받는 사람들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마신 그 잔에서 하느님의 특별한 사랑이 그들에게 마시기를 허락하시는 한 방울, 한 모금, 또는 여러 모금을 마시는 것이 허락될 것이다. 그러나 절대로 아무도 내가 마신 것과 같이 그 잔을 완전히 마시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내 잔을’이라고 말하지 않고 ‘내 잔을 조금’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