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갈릴래아의 아름다운 야산들 가운데에 제자들과 같이 계시다. 황혼이 오고 있지만 해가 아직 지평선 위에 높이 떠 있다. 해를 피하기 위하여 길손들은 나무들 아래로 해서 길을 간다. 그 나무는 대개가 올리브나무들이다.
“이 언덕만 올라가면 나자렛이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이제는 내 말을 들어라. 나자렛에 도착하면 헤어지자. 유다와 야고보는 그들의 마음이 바라는 것을 따라 즉시 아버지께 가라. 베드로와 요한은 틀림없이 샘물 근처에 있을 거지들에게 잔돈을 나누어 주어라. 나와 다른 사람들은 집으로 가서 식사를 하고, 그 다음에는 쉴 생각을 하겠다.”
“저희들은 착한 알패오의 집으로 가겠습니다. 지난번에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혼자 가서 인사하겠습니다. 제 침대는 아직 딱딱한 잠자리에 익숙해지지 않은 마태오에게 양보하겠습니다.” 하고 필립보가 말한다.
“아니야, 나이먹은 자네는 안돼. 나는 그걸 허락하지 않겠어. 나는 지금까지 편안한 침대에서 잤네. 하지만 거기서 얼마나 지옥같은 잠을 잤는지 몰라! 정말이야. 지금은 마음이 얼마나 편안한지 조약돌 위에 누워도 깃털 넣은 요를 깔고 자는 것 같아, 오! 잠을 잘 자게 하고 못자게 하는건 양심이야!”하고 마태오가 대답한다.
제자 토마, 필립보,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사이의 애덕의 경쟁이다. 이들은 내가 알기로는 지난번에 그 알패오의 집에 있었던 사람들이다(이 알패오는 야고보의 아버지는 분명히 아니다. 그것은 야고보가 안드레아와 말하면서 “아버지가 더 편치 않으셔도 지난번처럼 집에 자네 자리가 있을거야” 하고 말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토마가 성공을 거둔다. “내가 그룹에서 제일 젊으니까, 침대는 내가 양보갛겠어. 마태오, 자네는 나 하는대로 가만 있어. 습관을 좀 들이는 것은 다음번에 하게. 이 때문에 내가 고통을 겪는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아. 나는 꿈을 꾸는 연인과 같아. ‥‥’나는 딱딱한 침대에서 잘 것이다. 그러나 내 사랑은 아주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토마는 38세쯤 된 사람으로 쾌활하게 웃는다. 그래서 마태오가 지고 만다.
이제는 몇 미터 앞에 나자렛의 첫째 집들이 나타났다.
“예수님‥‥ 우린 갑니다.” 하고 유다가 말한다.
“가거라, 가.”
두 형제는 거의 뛰엄박질을 하다시피 떠난다.
“어이구! 아버지는 역시 아버지로군요”하고 베드로가 중얼거린다. “아버지는 성이 나 있어도 우리 핏줄이지요. 그리고 핏줄은 밧줄보다도 더 세게 우리를 잡아당깁니다. 게다가 선생님의 사촌들은 제 마음에 듭니다. 대단히 착한 사람들입니다.”
“그렇다, 그들은 대단히 착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들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헤아려보지 않을 만큼 겸손하다. 그들의 정신은 자기들에게서보다는 다른 모든 사람에게서 선을 발견하기 때문에 자기들은 항상 잘못하고 있는 줄로 믿고 있다. 그들은 많이 전진할 것이다‥‥.”
이제 그들은 나자렛에 들어왔다. 여자들이 예수를 보고 인사를 하고, 남자들도 인사를 하고 어린이들도 그렇게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다른 곳에서처럼 메시아에 대한 환호가 아니다. 여기서는 어디 갔다가 돌아오는 친구에게 혹은 더 반갑게 혹은 덜 반갑게 인사하는 친구들이다. 나는 또 많은 사람이 예수와 같이 있는 혼합된 집단을 살펴보면서 조소적인 호기심을 나타내는 것을 알아 볼 수 있다. 그것은 분명히 왕의 고관으로 이루어진 조신들의 행차도 아니요 사제들의 화려한 행렬도 아니다. 땀을 흘리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가리옷의 유다와 마태오와 시몬과 바르톨로메오를 빼놓고는-우아함의 정도의 순서에 따라 적었다- 대단히 검소한 옷을 입은 그 사람들은 왕의 수행원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장에 가는 서민층의 여행자들의 무리 같다. 저 왕은 그에게 유리한 것이라고는 키와 용모가 뛰어나다는 것밖에 없다.
그들은 몇 미터쯤 더 간다. 그런 다음 베드로와 요한은 오른쪽으로 가고, 예수께서는 다른 제자들과 같이 어린이들이 잔뜩 모여 있는 작은 광장에까지 가신다. 어린이들은 어머니들이 물을 길으러 오는 수반(水般) 둘레에서 큰소리로 떠들고 있다.
한 남자가 예수를 보고 놀라며 반갑다는 표를 한다. 그는 예수께로 빨리 와서 인사를 한다. “어서 오게! 난 자네가 이렇게 일찍 돌아올 줄은 몰랐었지! 자, 내 막내에게 입맞춤을해 주게. 이놈은 꼬마 요셉이야. 자네 없는 동안에 났어.” 그러면서 안고 있던 아기를 내민다.
“이름을 요셉이라고 하셨어요?”
“그럼, 나는 먼 친척이 되고, 또 친척 이상이던 그 사람을 잊지 않고 있네. 그 사람이 내게는 굉장한 친구였지. 이제는 내 손주들에게도 내가 제일 좋아하던 이름들을 붙여주었지. 내가 아주 어렸을 적 친구였던 안나라는 이름하고 요아킴이라는 이름하고, 그리고 마리아‥‥ 아이고! 마리아가 났을 때 얼마나 기뻐들했는지! 그들이 내게 아기를 입맞추게 하면서 이렇게 말하던 것이 생각나네. ‘저 무지개가 보이지. 저게 아기가 하늘에서 내려온 다리야. 저건 천사들의 길이었어’ 하고. 그런데 그건 사실이었어. 아기가 얼마나 예쁜지 어린 천사 같았어. ‥‥이제는 여기 요셉이 있네. 자네가 이렇게 일찍 돌아올 줄 알았더라면 자네를 기다렸다가 할례를 시키는건데.”
“제 할아버지 할머니와 제 아버지 어머니를 그렇게 사랑하시어 고맙습니다. 아기가 잘 생겼군요. 의인 요셉처럼 영원히 의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예수께서 아기를 흔들어 주시니 아기는 방끗방끗 웃는다.
“나를 좀 기다려 주면, 자네하고 같이 가겠네. 항아리들이 가득차기를 기다리는걸세. 나는 딸 마리아가 피로하게 되는 걸 원치 않아. 그리고 나 하는 걸 좀 보게. 물병들을 자네 제자들이 갖다 주겠다면 이 사람들에게 주겠네. 그리고 자네와 단둘이서 좀 이야기하겠네.”
“그러믄요, 물론 들어다 드리지요! 저희들은 아시리아 왕이 아닙니다” 하고 토마가 외치며, 우선 물병 하나를 집어든다.”
“그럼 조심하게. 요셉의 마리아는 지금 집에 없네. 시아주버니한테 가 있네. 알겠나? 하지만 열쇠는 우리 집에 있네. 집에, 작업장에 말이네만, 들어가려거든 열쇠를 달라고 하게.”
“예, 예. 너희들은 집으로 가거라. 나는 나중에 가겠다.”
사도들은 가고 예수께서는 알패오와 같이 남아 계시다.
“내가 자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나는 자네의 참다운 친굴세. ‥‥진짜 친구이고, 나이가 더 많고 또 같은 고장 사람이면 말할 수 있는거지. 나는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나는‥‥ 하지만 자네에게 충고를 하고 싶지는 않네. 자네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까. 다만 자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은‥‥ 아! 아니야, 나는 염탐꾼 노릇을 하기도 원치 않고 자네에게 친척들을 나쁜 관점에서 보게 하고 싶지도 않네. 그러나 나는 자네를 메시아로 믿네. 그래서‥‥ 그래서 말이야, 그 사람들이 자네가 자네가 아니라고, 즉 메시아가 아니라고, 자네는 병자이고 친척들의 집안을 망친다고 말하는 것을 보는 것은 마음에 괴롭단 말일세. 이 도시 사람들은‥‥ 자네도 알다시피 알패오가 매우 존경받고 있어서 이 도시 사람들도 그들의 말을 듣고, 게다가 지금은 그 사람이 앓고 있으니까 불쌍하기도 하지‥‥ 동정까지도 때로는 옳지 못한 일을 하도록 부추기네. 이거 보게. 유다와 야고보가 자네를 옹호하고 자네를 따를 자유를 옹호하던 날 저녁 내가 거기 있었네. ‥‥아이고! 그 광경이라니! 난 자네 어머니가 어떻게 견디어내는지 모르겠네! 또 그 가엾은 알패오의 마리아는 어떻고? 가정의 어떤 상황에서는 여자들이 항상 희생자야.”
“이 시간에 제 사촌들이 아버지에게 가 있습니다.”
“아버지한테? 아이고! 그 사람들 불쌍하네! 노인은 정말이지 제 정신이 아니야. 확실히 나이와 병 때문이기는 하지만 꼭 미친 사람같이 행동하네. 미치지 않았다면, 한층 더 불쌍하네. 그의 영혼을 망치고‥‥ 있거든.”
“아들들을 혹독하게 대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확실하네. 그 사람들과 여인들의 일을 섭섭하게 생각하네. ‥‥어딜 가는건가?”
“알패오 아저씨의 집에요.”
“안되네. 예수! 그 사람이 경우에 어긋나는 짓을 하게 하지 말게!”
“제 사촌들이 저를 자기 자신들보다도 더 사랑합니다. 그러니 저도 같은 사랑으로 갚아 주는 것이 당연합니다. ‥‥거기에는 제게 소중한 여자가 두 분이 있습니다. ‥‥가겠습니다. 붙잡지 마세요.” 그러면서 예수께서는 알패오의 집 쪽으로 걸음을 재촉하신다. 그동안 상대편 사람은 생각에 잠긴 채 길 가운데에 그대로 서 있다.
예수께서는 빨리 걸으신다. 나는 예수께서 알패오의 집 정원 경계에 이르신 것을 본다. 여인의 울음소리와 남자의 지나친 고함소리가 예수를 맞이한다. 예수께서는 온통 초록빛깔인 정원을 지나 집까지의 마지막 몇 미터를 한층 더 빨리 지나가신다. 예수께서 집의 문지방에 이르시려고 하는 순간에 어머니께서 문쪽으로 향해 나오시다가 아들을 보신다.
“어머니!”
“예수야!”
두 마디 사랑의 외침이다.
예수께서 들어가려고 하신다. 그러나 마리아가 “얘야, 안된다”하고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팔을 벌리고 문지방에 서서 문설주에 두손을 꼭 대고 계신다. 살과 사랑으로 된 방벽이다. 그러면서 되풀이한다. “안된다. 얘야, 그러지 말아라.”
“어머니, 가만두세요, 아무 일 없을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비록 마리아의 두드러지게 창백해진 얼굴로 마음이 흔들릴 것이 분명하지만 아주 침착하시다. 어머니의 갸날픈 손목을 잡아 문설주에서 떼시고 지나가신다.
부엌에는 가나에서 가져온 달걀과 포도송이와 꿀단지가 끈적끈적한 개밥같이 되어서 바닥에 널려있다. 다른 방에서는 늙은이의 도전적인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그 노인은 몹시 옳지 않고 무능하고 보기에 딱하고 당하기에는 고통스러운 저 노인다운 분노로 위협하고 비난하고 한탄한다.” ‥‥자 내 집은 이제 망하고 온 나자렛 사람의 웃으거리가 되었고, 나는 여기 혼자서 도움도 받지 못하고 마음과 존경과 내 필요한 일에 상처를 입고 있단 말이야! ‥‥알패오야, 참된 충실한 사람으로 행동한 뒤에 네게 남은 것이라곤 이것뿐이란 말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됐느냐? 왜? 미친놈 때문이다. 얼간이 같은 내 아들들을 미치게 하는 미친놈 때문이다. 아이고! 아이고! 정말 괴롭구나!”
그리고 눈물에 젖어 애원하는 알패오의 마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보, 참으세요, 참아! 당신이 당신 자신의 건강을 해친다는 걸 모르세요? 자, 제가 누울 수 있게 도와드리겠어요. ‥‥항상 착하고, 항상 올바르던 분이‥‥ 왜 지금은 당신 자신과 저와 가엾은 아이들에게 그렇게 하세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싫어! 날 건드리지 말아! 싫어! 아들들이 착하다고? 아! 그럼 착하고 말고! 배은망덕하는 두놈! 그놈들은 내게 독주를 먹인 다음 꿀을 가져왔어. 내 마음을 파먹고 나서 달걀과 과일을 가져왔단 말이야! 저리 가란 말이야, 저리 가! 당신은 필요없어. 마리아를 원해. 마리아는 요령이 있단 말이야. 아들을 순종시킬 줄 모르는 무기력한 그 여자가 지금 어디 있는거야?”
방에서 쫓겨난 알패오의 마리아는 예수께서 알패오의 방에 들어가려고 하시는 순간에 부엌으로 들어온다. 알패오의 마리아는 절망적으로 흐느끼면 예수께 매달리고, 그동안 동정녀 마리아는 겸손하고 참을성있게 노한 노인 곁으로 가까이 가신다.
“아주머니, 울지 마세요. 지금 제가 방에 들어가겠습니다.”
“아이고 아서라. 너한테 모욕을 주게 하지 말아라! 그 사람은 미친 사람이다. 그 사람은 막대기를 가지고 있다. 안된다, 예수야, 안돼. 그 사람은 아들들까지 때렸다.”
“저한테는 아무렇게도 안하실 것입니다.”하고 말씀하시고, 예수께서는 부드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아주머니를 옆으로 밀치시고 들어가신다.
“알패오 아저씨, 아저씨께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노인은 마리아에게 불평을 하고, 요령있게 할 줄을 모르다고(금방 마리아만이 요령있게 할 줄 안다고 말하던 사람이) 수없이 비난을 하면서 누으려고 하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돌아보며 말한다. “여길? 나를 놀리려고 여길 왔느냐? 그런 일까지?”
“아닙니다. 아저씨께 평화를 가져다 드리려고 왔습니다. 왜 그렇게 불안해 하십니까? 아저씨는 자신의 건강을 해치십니다. 어머니, 놔두세요, 제가 아저씨를 들어드리겠습니다. 아저씨 아프지 않으시고 피곤하지도 않으실 것입니다. 어머니, 담요를 들어 주세요.” 그러면서 예수께서는 기운없이 심술궂게 울고 불쌍하게 헐떡거리는 그 작은 해골덩어리를 조심조심 붙드시고, 갓난아기처럼 침대에 뉘신다. “자, 아버지께 해 드린 것처럼 이렇게요. 그 쿠션을 더 높게 하세요. 그러면 아저씨를 들어올리게 되고, 아저씨는 숨쉬기가 더 편할 것입니다. 어머니, 그 작은 쿠션을 허리 밑에 넣으세요. 그것이 더 부드러울 것입니다. 이제는 빛이 아저씨 눈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면서 맑은 공기는 들어올 수 있게 하세요. 됐습니다. 탕약을 불에 올려놓은 것을 보았는데, 어머니 그것을 가져오세요. 그걸 잡수시면 몸에 이로울 것입니다.”
마리아는 하라는 대로 나가신다.
“그러나 나는‥‥ 그러나 나는‥‥ 왜 네가 나한테 착하게 구는거냐?”
“아저씨를 사랑하니까요. 아저씨도 아시지요.”
“나는 너를 원망했었는데‥‥ 그러나 지금은‥‥”
“지금은 원망을 안하시지요. 저도 압니다. 그러나 저는 아저씨를 대단히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게는 충분합니다. 이후에는 아저씨가 저를 사랑하실 것입니다‥‥.”
“그러면‥‥아이고‥‥아이고‥‥ 못견디게 아프다! 그러면, 네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왜 내 백발을 모욕하느냐?”
“알패오 아저씨, 저는 아저씨를 모욕하지 않습니다. 절대로, 아저씨를 존경합니다.”
“나를 존경한다고? 나는 나자렛의 웃음거리가 되었단 말이다.”
“아저씨,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제가 어떻게 했기에 아저씨를 나자렛의 웃음거리가 되게 했습니까?”
“내 아들들 때문이다. 그애들이 왜 거역을 하느냐? 너 때문이다. 왜 조소를 받게 되는냐? 너 때문이다.”
“이거 보세요 아저씨, 만일 나자렛 사람들이 아저씨의 아들들의 처지 때문에 아저씨를 치하해도 똑같이 고통을 느끼시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그렇지 않지! 그러나 나자렛 사람들은 나를 치하하지 않는다. 만일 네가 실제로 정복을 하러 가는 사람이라면 나자렛이 나를 찬양할 것이다. 그러나 나를 거의 미쳐서 보잘 것 없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보잘 것 없는 사람으로 미움과 조롱을 한 몸에 모아들이며 세상을 돌아다니는 사람 모양으로 내버려두니. 아! 누군들 웃지 않겠느냐? 아이고! 불쌍한 내 집안! 불쌍한 다윗 가문, 너는 어떻게 끝장이 나는거냐! 그런데 나는 아직도 살아 있으면서 이 불행을 보아야 한다니! 영광스러운 조상의 마지막 후손인 네가 지나친 노예근성으로 터무니없는 짓을 하는 것을 보게 되다니! 아! 내 약한 아우가 멋없으면서도 독재적인 저 여자와 결합하게 된 날부터 우리 머리 위에 불행이 내려왔다. 그 여자는 내 아우에 대해서 전권을 가졌었단 말이다. 나는 그 때 그 말을 했었다. ‘요셉, 너는 결혼할 사람이 아니야. 너는 불행하게 될거야!’하고. 그리고 사실 아우는 불행했다. 그 애는 그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를 알았었다. 그래서 결혼 따위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었다. 상속권 가진 여자고아에 관한 법은 저주받아 마땅하다! 운명은 저주받아 마땅하다. 그 결혼은 저주받아 마땅하다!”
“상속권 가진 동정녀”는 때마침 탕약을 가지고 들어오셔서 시아주버니의 푸념을 들으셨다. 마리아는 한층 더 창백해지셨다. 그러나 그분의 참을성있는 우아함은 그것으로 인하여 흐려지지 않는다. 마리아는 알패오에게 가까이 가서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약을 먹는 것을 도와주신다.
“아저씨는 옳지 못하십니다. 그러나 아저씨가 하도 고통을 당하시니까 모든 것을 용서받으십니다”하고 예수께서는 알패오의 머리를 쳐들어 주시며 말씀하신다.
“아! 그렇고 말고, 몹시 아프다! 너는 네가 메시아라고 말하지! 너는 기적도 행하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더라. 그러면 네가 빼앗아 간 아들들의 대가로 적어도 내 병이나 고쳐라. 내 병을 고쳐라. ‥‥그러면 용서해 주마.”
“어저씨는 아들들을 용서하시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세요, 그러면 아저씨의 고통을 덜어드리겠습니다. 아저씨가 원한을 가지고 계시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용서하라고?” 노인은 펄쩍 뛴다. 그러니까 자연 그의 고통이 악화되어서 다시 화를 버럭 내게 된다. “용서하라고? 절대로! 저리 가라! 그런 말하려거든 저리 물러가라! 썩 꺼져버려! 난 더 이상 방해받지 않고 죽고 싶다.”
예수께서는 체념하신다는 몸짓을 하신다. “아저씨, 안녕히 계십시오. 저는 갑니다. ‥‥제가 정말 가야합니까? 아저씨, ‥‥제가 정말 가야 합니까?”
“네가 만일 나를 만족시켜 주지 않겠으면, 그래 가라, 그리고 저 배반자 두 놈에게 늙은 아비가 원한을 품고 죽는다고 말해라.”
“안됩니다. 그것은 안됩니다. 아저씨의 영혼을 잃지 마십시오. 그렇게 하고 싶으시면 저를 사랑하지 마십시오. 저를 메시아로 믿지 마십시오. 그러나 미워하시면 안됩니다. 알패오 아저씨, 미워하시면 안돼요. 저를 웃음거리로 만드십시오. 저를 미쳤다고 말씀하십시오. 그러나 미워하지는 마십시오.”
“하지만 내가 너를 모욕하는데, 너는 왜 나를 사랑하느냐?”
“그것은 제가 아저씨가 인정하고자 하지 않으시는 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랑입니다. 어머니, 저는 집으로 갑니다.”
“그래라, 내 아들아. 조금 있다가 나도 가마.”
“알패오 아저씨, 제 평화를 아저씨께 두고 갑니다. 아저씨가 저를 원하시면, 사람을 보내십시오. 저는 어떤 시간에라도 오겠습니다.”
예수께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같이 태연하게 나가신다. 그저 얼굴이 더 창백할 뿐이다.
“아이고! 예수야, 예수야, 그 사람을 용서해라” 하고 알패오의 마리아가 괴로워한다.
“그러믄요, 아주머니. 그렇게 할 필요도 없어요. 고통을 당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을 용서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아저씨가 벌써 더 침참해지셨습니다. 은총은 사람들의 마음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작용합니다. 게다가 아주머니의 눈물과 유다와 야고보의 고통과 그들의 부르심에 대한 충실이 있습니다. 아주머니의 고민하는 마음에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께서 알패오의 마리아에게 입맞춤하시고, 집으로 가시려고 정원으로 나오신다.
예수께서 거리로 나오시는데, 베드로와 그 뒤에 요한이 뛰어서 온 까닭에 숨을 헐떡거리며 들어온다. “아이고, 선생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야고보가 ‘우리 집으로 뛰어가보게. 예수님이 어떤 취급을 당하시는지 모르겠어’ 하고 말했습니다. 그게 아닙니다. 제가 틀리게 말씀드렸습니다. 샘터에서 만났던 그 사람 알패오가 들어와서 유다에게 “예수가 너희 집에 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야고보가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선생님의 사촌들은 깜짝 놀라 있습니다. 저는 무슨 영문인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을 뵈니‥‥ 안심이 됩니다.”
“베드로야, 아무것도 아니다. 고통 때문에 아량이 없어진 가엾은 병자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 끝났다.”
“아이고! 저는 기쁩니다! 그런데 자넨 왜 여기 오나?” 베드로는 역시 뛰어오는 가리옷 가람을 불러세운다. 말투가 그리 부드럽지 않다.
“자네도 여기 온 것 같은데.”
“나는 가보라는 부탁을 받고 온거야.”
“나도 왔네. 만일 선생님이 위험한 처지에 계시면, 그것도 당신 고향에서 그런 일을 당하시면, 이미 유다에게 선생님을 옹호한 내가 갈릴래아에서도 옹호할 수 있는 것이지.”
“그 일이라면 우리로 충분해. 그러나 갈리래아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
“하! 하! 하! 확실히 선생님의 고향 사람들은 선생님을 소화되지 않는 음식처럼 물리치네. 그건 좋아. 나는 선생님이 알려지지 않으신 유다에서 일어난 다른 사건을 가지고 분개하는 자네 때문에 만족하네. 여기서는 반대로!‥‥” 유다는 빈정거리는 태도로 가볍게 휘파람을 불며 말을 마친다.
“이거봐 총각. 나는 별로 자네를 용인할 기분이 아닐세. 그러니 자네가 그 무엇에‥‥ 애착을 가진다면. 그만 해두게. 선생님, 그 사람들이 선생님을 헤쳤습니까?”
“베드로야, 아니라니까 그러는구나. 정말이다. 빨리 가서 사촌들을 위로하자.” 그들은 떠나서 큰 작업장으로 들어간다. 유다와 야고보는 목수의 큰 작업대 가까이 있다. 야고보는 서 있고, 유다는 걸상에 앉아 팔꿈치를 긴걸상에 얹고 손으로는 머리를 괴고 있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즉시 애정을 표시하기 위하여 미소를 지으시며 그들에게로 가신다. “알패오 아저씨가 지금은 좀 더 조용해지셨다. 고통이 진정되고 평화가 완전히 돌아왔다. 너희들도 안심하여라.”
“아버지를 보셨습니까? 그리고 어머니는요?”
“모두 다 보았다.”
유다가 묻는다. “제 형들도요?”
“아니, 형들은 거기 없었다”
“형들도 집에 있었는데, 선생님 앞에 나타나기가 싫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들에게는! 아이고! 저희가 죄를 범했다 하더라도 형들이 저희를 그렇게 다루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저희들이 아버지를 다시 보고 아버지가 그렇게 좋아하시는 물건들을 갔다 드린다는 기쁨으로 가나에서 날다시피 해서 왔었는데, 저희들은 아버지를 사랑하는데‥‥ 아버지는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십니다. ‥‥이제는 우리를 믿지 않으셔요.” 유다는 팔을 내려뜨리고 머리를 긴걸상에 대고 운다. 야고보는 더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내심의 참된 고통을 드러낸다.
“유다야, 울지 말아라. 그리고 너도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오! 예수님! 저희들은 아들입니다. 그런데‥‥ 저희를 저주하셨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뒤로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선생님의 것입니다. 그리고 선생님과 같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를 선생님에게서 떼어놓으려고 죽인다고 위협을 하더라도 말입니다!” 하고 야고보가 외친다.
“그러면서 네가 영웅적 행위를 할 능력이 없다고 말했느냐?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너 스스로가 그 말을 하였다. 잘 들어두어라, 너는 죽음 앞에서 충실할 것이다. 또 너도.” 예수께서는 그들을 어루만지신다. 그러나 그들은 괴로워한다. 유다의 울음소리가 돌로 된 둥근천장 밑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 이 기회에 나는 제자들의 마음을 더 잘 알 수가 있었다.
베드로는 슬퍼하는 정직한 얼굴을 하고 외친다. “그렇고 말고! 괴로운 일이지. ‥‥얼마나 슬픈 일이야! 그러나 얘들아(그러면서 그들을 다정스럽게 흔든다), 그런 말씀을 아무나 들을 수 있는게 아닐세. ‥‥나는 ‥‥나는 예수께서 나를 부르신 것으로 운좋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네. 저 착한 내 아내는 끊임없이 이런 말을 하네. ‘당신이 이제는 내 사람이 아니니까 나는 소박맞은 것과 같아요. 그렇지만 나는 “행복한 소박!”이라고 말하겠어요’ 하고. 자네들도 그렇게 말하게. 자네들은 아버지를 잃지만, 하느님을 얻네!” 목자 요셉은 고아인 처지에서 아버지가 마음고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놀라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버지가 없기 때문에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만 원수가 된 아버지를 슬퍼하는 것보다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슬퍼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요한은 그저 동료들에게 입맞춤하고 어루만지기만 한다. 안드레아는 말없이 한숨만 쉰다. 그는 말을 할 마음은 간절하지만 수줍어서 목이 막히고 만다. 토마, 필립보, 마태오, 나타나엘은 참된 고통을 보고 느끼는 경의를 가지고 한구석에서 조용히 말들을 하고 있다.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평화를 주시기를 작은 목소리로 기도한다. 열성당원 시몬, 오! 그의 태도는 정말 내 마음에 든다! 그는 그가 있던 구석을 떠나 마음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두 제자 곁으로 와서, 한 손은 유다의 머리에 얹고, 한 팔로는 야고보의 허리를 꺼안으면서 말한다. “아들아, 울지 말아라, 선생님은 너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를 결합시킨다. 나를 위하여 아버지를 잃는 너와 아들을 가지지 못하였으면서 아버지 마음을 가지고 있는 너를’하고. 그런데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예언적인 말씀인지를 깨닫지 못했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알고 계셨다. 자 그러니 제발, 나는 나이먹었고, ‘아버지’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기를 항상 열망했다. 나를 아버지로 받아들여라. 그러면 나는 아버지로서 너희들에게 아침 저녁으로 축복하겠다. 제발 나를 아버지로 받아들여라.”
두 사람은 더 크게 흐느끼며 동의한다.
마리아가 들어오셔서 슬퍼하는 두 사람에게로 달려가신다. 마리아는 유다의 새까만 머리와 야고보의 뺨을 쓰다듬어 주신다. 마리아는 백합꽃과 같이 희시다. 유다는 마리아의 손을 잡아 입맞춤하고 “아버지는 뭘 하고 계셔요?”하고 묻는다.
“아들아, 주무신다. 어머니가 너희들에게 입맞춤을 보낸다”고 말씀하시면서 두 사람에게 입맞춤하신다.
베드로의 쉰 목소리가 폭발한다. “자, 이리 좀 오게. 할 말 있네”하고 말하면서 베드로가 그의 억센 손으로 가리옷 사람의 팔을 붙잡고 바깥 거리로 데리고 나가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는 혼자서 돌아온다.
“그 사람을 어디로 보냈느냐?”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어디로 보냈냐구요? 바람 좀 쐬라구요. 만일 바람이 그를 진정시키지 않았더라면 제가 다른 방법으로 진정시켰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순전히 선생님 때문이었습니다. 아이고! 이제는 속이 좀 개운합니다. 남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서 웃는 자는 독사와 같은 자인데, 저는 뱀을 내쫓습니다. ‥‥예, 선생님이 계셨기에 망정이지‥‥ 저는 그저 달구경이나 하라고 보냈습니다.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차라리 율법학자는 될 수 있어도, 세상에 있다는 의식이나 겨우 가지고 있는 저를 가지고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분은 하느님뿐이시지만요. 그러나 그 사람은 하느님의 도우심을 가지고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요나의 아들 시몬이 확실히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틀림이 없습니다.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사람은 여기서 나가서 슬픔을 같이 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은 8월의 태양 밑에 있는 조약돌보다도 더 냉담한 사람입니다. 자, 여보게들! 여기에는 하늘에 있을 수 있는 것보다도 더 다정스러운 어머님이 계시고, 여기에는 온 천국보다도 더 좋으신 선생님이 계시고, 여기에는 자네들을 사랑하는 많은 성실한 마음이 있네. 소나기는 유익한 것일세. 먼지를 떨어버린단 말이야. 내일은 자네들이 꽃들보다도 더 싱싱하고 새들보다도 더 가볍게 되어서 우리 예수님을 따를걸세.”
그리고 베드로의 이 소박하고 착한 말을 끝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예수께서 나중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환상 뒤에 1944년 봄에 보여주었던 환상을, 즉 내가 어머니께 사도들에 대한 인상을 여쭈어본 환상을 삽입하여라. 이제는 그들의 정신적인 특징이 넉넉히 드러났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빈축을 사지 않고 그 환상을 여기에 삽입할 수 있게 되었다. 내게는 조언이 필요없었다. 그러나 내가 나자렛이 머무르는 동안 제자들이 이웃 마을들의 친한 가정들에 흩어져 있고 어머니와 둘이만 있을 때, 내 다정스러운 친구에게 말하고 어머니에게 의견을 물어 내가 이미 본 모든 것을 은총과 지혜가 가득한 어머니의 입으로 확인하시는 것을 보는 것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어머니와 같이 있을 때는 나는 ‘아들’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여인들의 아이들 가운데에서 ‘어머니다운’ 어머니가 절대로 없었고, 존경과 신뢰와 사랑에 관하여 나보다 더 ‘아름다운’아들이 결코 없었다.
그리고 열 두 제자에 대하여, 그들의 덕행과 결점과 성격과 노력에 대하여 너희들이 최소한의 자료를 가지고 있는 지금, 그들을 일치시키고 향상시키고 양성하기가 쉬웠을 것이라고 말할 사람이 아직도 있느냐? 사도의 생활은 쉽고, 사도가 되기 위하여는, 즉 자기가 사도라고 믿기 위하여는 흔히 고통이 없고, 충돌도 없고 실패도 없는 쉬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단 말이냐? 나를 섬긴다는 사실을 가지고 내가 그의 하인이 되어 그를 위하여 끊임없이 기적을 행하고, 그의 생활을 기분좋고 인간적으로 영광스러운 꽃방석이 되게 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아직도 있단 말이냐? 내 길, 내 일, 나를 섬김은 십자가요, 고통이요, 포기요, 희생이다. 나는이 길을 지나왔다. 자기들을 ‘내 사람’이라고 말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이 길로 걸어와야 한다.
이 말은 ‘요한’들을 위하여 하는 말이 아니라 불평이 있고 까다로운 박사들을 위하여 하는 말이다. 또 트집잡기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말하겠다마는, 내가 팔레스티나의 말에는 있지 않은 ‘아저씨’니 ‘아주머니’니 하는 용어를 쓴 것은 마리아의 외아들이라는 내 신분과 내 어머니의 해산전과 해산 후의 동정과 내가 인간 생명을 받은 결합의 영적이고 신적(神的)인 성질에 관한 불경한 질문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고 종지부(終止符)를 찍기 위해서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마는, 내 어머니는 다른 결합을 가지지 않으셨고 다른 자녀도 없었다. 나 자신도 찢지 않은 육체이고 모태임과 동시에 장막인 신비를 간직한 침범되지 않은 육체이며, 삼위일체와 사람이 된 말씀의 옥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