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나움의 장날 아침이다. 장마당에는 별별 물건을 다 파는 장사꾼이 가득 차 있다.
호수 쪽에서 오시던 예수께서 사촌인 유다와 야고보가 마주 오는 것을 보신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향하여 걸음을 재촉하시고 다정스럽게 입맞춤하신 다음 급히 물으신다. “아버지는? 어떻게 되셨어?”
“아버지의 생명에 관해서는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하고 유다가 대답한다.
“그러면 왜 왔느냐? 그대로 있으라고 말했었는데.”
유다는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야고보가 감정을 터뜨린다. “이애가 자네에게 순종하지 않은 것은 내 탓이야. 내 탓이고 말고. 하지만 나는 그들을 계속 견디어낼 수는 없었어. 모두가 우리를 반대해. 그런데 왜 그러는건가? 내가 자네를 사랑하는 것이 잘못인가? 우리가 혹시 잘못하는 것인가? 지금까지는 잘못하지 않나 하는 소심증으로 억제되었었어. 하지만 내가 알게 된 지금은, 이제는 자네가 하느님께서는 아버지보다도 더 높으시다고 말했으니, 계속해서 그들을 참아견딜 수가 없었어. 아이고! 나는 공손하려고 애썼고, 타이르고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려고 해보았어, 나는 이렇게 말했지. ‘왜 나를 반대하는거야? 그 사람이 예언자이면. 메시아이면, 왜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게 하려는거야? <그의 가족들이 그를 반대하고 있다. 그를 따르는 세상 사람들 가운데에서 그의 가족들만이 빠져야 했는가?> 하고 말이야. 만일 그 사람이 형들이 말하는 것처럼 불쌍한 사람이라면, 가족인 우리가 그 사람의 정신착란을 도와서 그 자신에게도 우리에게도 해를 끼치지 못하게 될게 아니야?’ 하고. 오 예수, 나는 그들이 추론하는 것처럼 인간적으로 추론하느라고 이렇게 말했어. 그렇지만 자네가 알다시피 유다와 나는 자네를 미쳤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자네는 우리가 자네를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으로 본다는 것을 알고 있지. 자네는 우리가 자네를 항상 우리의 큰 별로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나? 그러나 그들은 자네를 이해하기를 원치 않았고, 자네의 말을 듣기조차 원치 않았어. 그래서 나는 집을 떠난거야. 예수를 택하느냐 가족을 택하느냐를 택하도록 독촉을 받아서 나는 자네를 택했어. 그래서 왔지, 적어도 자네가 받아준다면 말이야. 이렇게 된 다음에 자네가 원치 않는다면, 그 때에는 내가 사람들 중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될 거야.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게 될테니까 말이야. 자네의 우정도 못가지고 가족 쪽에서 사랑을 못받을 터이니까 말이네.”
“그런 지경이 되었나? 오 내 야고보, 내 가엾은 야고보! 나는 형을 사랑하기 때문에 형이 그렇게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어. 그러나 사람인 예수는 형과 같이 울고 있지만, 말씀인 예수는 형을 위해 매우 기뻐하고 있어. 이리 오게나. 나는 사람들 가운데 하느님을 모셔다 주는 기쁨이 점점 더 커져서 이 세상의 마지막 시간과 하늘의 영원한 시간에서 완전한 황홀에 이르리라는 것을 확신해.”*
예수께서는 돌아서시며 마음을 써서 몇 미터쯤 떨어진 곳에 머물러 있는 제자들을 부르신다. “친구들, 오너라. 내 사촌 야고보가 이제는 내 친구 중에 속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너희들의 친구이기도 하다. 아! 내가 어릴 적의 완전한 친구이고, 어릴 적의 내 형제였던 이 사람을 위하여 이 시간을, 이 날을 얼마나 갈망했는지 모른다!”
제자들은 새로 온 사람과 며칠 동안 보지 못하였던 유다를 환영한다.
“저희는 선생님을 집에 가서 찾았지만‥‥ 호수에 가셨더군요.”
“그랬다. 베드로와 다른 사람들과 같이 호수에 와 있었다. 베드로는 고기를 많이 잡았지?”
“예, 그런데 이제는 저 도둑놈한테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속이 뒤집힙니다‥‥.” 그러면서 세리 마태오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의 계산대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데, 아마 자리세를 내든가 물건에 대한 세금을 내는 모양이다.
“모든 것이 비율에 의하여 따져질 것이니라. 물고기가 많으면 납부금도 많아지겠지만, 이득도 많을 것이다.”
“아닙니다. 선생님, 물고기가 더 많으면 이득이 더 많지만요. 제가 고기를 두 곱절 잡으면 저 사람은 두배를 물리질 않고, 네배를 내게 합니다‥‥남의 노력의 결과를 이용하는 비열한 놈!”
“베드로야! 그럼 아주 가까이 가보자, 내가 말을 하고자 한다. 그런데 세금 징수대 곁에는 항상 사람들이 있구나.”
“그러믄요!” 하고 베드로가 투덜거리며 말한다. “사람들도 있고 저주도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거기에 축복을 갖다 주겠다. 세리에게 정직이 조금 들어갈지 누가 알겠느냐?”
“선생님의 말씀이 저 잔인한 사람의 가죽을 뚫고 들어가지 못할테니 보십시오.”
“어디 두고 보자.”
“무슨 말씀을 하시렵니까?”
“직접적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를 위하여도 내가 말하는 것으로 깊이 생각하도록 말하겠다.”
“길에서 사람을 습격하는 자뿐 아니라, 여자와 술취함을 위해서 일하지 않고 밥벌이를 하려고 일하는 가난한 사람의 것을 빼앗는 사람도 도둑이라고 말씀하십시오.”
“베드로야, 네가 내 대신 말하겠느냐?”
“아니올시다, 선생님. 저는 제 생각을 잘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네 마음 속에 신랄함이 있으니, 너 자신에게도 해를 끼치고 그 사람에게도 해를 끼칠 것이다.”
두 사람은 기금징수대 근처에 이르렀다. 베드로가 돈을 내려고 한다. 예수께서는 그를 제지하시며 말씀하신다. “돈을 내게 다오. 오늘은 내가 내겠다.” 베드로는 놀라서 예수를 쳐다보며, 돈이 잔뜩 들어 있는 가죽주머니를 예수께 드린다.
예수께서는 차례를 기다리시다가 세리 앞에 이르렀을 때 이렇게 말씀하신다. “요나의 아들 시몬의 물고기 여덟 바구니에 대한 세금을 내겠습니다. 바구니들은 사환들 발앞에 있으니, 확인하고 싶으면 확인하시오. 그러나 정직한 사람들 사이에는 말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나를 정직한 사람으로 보리라고 생각합니다. 세금이 얼마나 됩니까?”
자기 세금징수대에 앉아 있던 마태오가 예수께서 ‘선생은 나를 정직한 사람으로 보리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말씀하실 때에 일어선다. 키가 작고 대개 베드로만큼 나이먹은 그는 그러나 쾌락추구자의 피로한 얼굴과 분명히 황송한 빛을 나타낸다. 그는 처음에는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고개를 쳐들고 예수를 쳐다본다. 예수께서 그 큰 키로 인하여 그를 굽어보시며 엄숙하게 똑바로 들여다보신다.
“얼마요?” 하고 조금 후에 예수께서 물으신다.
마태오는 “선생님의 제자에게는 세금이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제 영혼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하고 말한다.
“나는 선생의 영혼을 내 안에 지니고 있습니다. 나는 내 안에 죄인들을 보호해 주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선생은‥‥ 왜 선생의 영혼 걱정을 안합니까?” 그리고 예수께서는 곧 어안이 벙벙해 있는 베드로에게로 돌아오신다. 다른 사람들도 깜짝 놀라 있다. 그들은 그들의 눈을 의심하며 수근거린다‥‥.
예수께서는 마태오에게서 10미터쯤 떨어져 있는 나무에 기대시어 말씀하기 시작하신다.
“세상은 가족들이 모두 필요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큰 가정과 같습니다. 농부들과 목자들과 포도재배자들도 있고, 목수와 어부와 벽돌공과 나무일과 쇠일을 하는 일꾼들도 있으며 글쓰는 사람들과 군인들과 여러 가지 특별한 업무를 맡은 관리들과 의사와 사제들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세상은 단 하나의 범주로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일 모든 직업이 정의로 일하면 모두가 필요하고, 모두가 거룩합니다. 만일 사탄이 그렇게 많은 방면에서 우리를 유혹하면 어떻게 그렇게 될 수가 있겠습니까? 가장 깊숙히 숨은 행동까지도 모두 다 보시는 하느님을 생각하고, 또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고, 남이 네게 해주기를 원치 않는 것은 너도 남에게 하지 말아라. 어떠한 모양으로도 남의 것을 훔치지 말아라’ 하고 말하는 율법을 생각하면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내 말을 듣고 있는 여러분 말해보시오. 어떤 사람이 죽을 때에 그의 돈자루를 가지고 갑니까? 또 비록 그가 돈을 무덤 속에 있는 그의 시체 곁에 놓아주기를 원할 만큼 어리석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죽은 후에 그 돈을 쓸 수가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돈은 부패하는 시체와 더불어 썩어 없어지고 맙니다. 그러나 한편 그의 영혼은 비록 이 세상에서 무덤 속에 많고 많은 달란트를 두었다 하더라도 동전 한푼 마음대로 쓸 수가 없기 때문에 복된 욥의 영혼보다도 더 가난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 말을 잘 듣고, 명심하시오! 오히려 재산이 있으면 하늘나라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재산이 있으면, 비록 그것이 유산에서 오거나 정직한 이득에서 오더라도 오히려 보통은 하늘나라를 잃게 됩니다. 재물을 올바르게 쓸 줄 아는 부자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축복받은 저 하늘나라, 아버지의 품에서 누리는 저 안식을 차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재물을 탐내지 말아야 합니다. 정직과 사랑을 어기면서까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재물을 얻기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탐욕을 가지지 말아야 합니다. 재산을 가지면 하늘이나 이웃보다 그것을 더 사랑하여 이웃이 가난에 쪼들리고 있을 때 그에 자선을 베풀기를 거절한다는 그런 뜻으로 탐욕을 가지지 말아야 합니다. 재산이 줄 수 있는 것, 즉 여자와 쾌락, 또는 춥고 굶주리는 사람들의 괴로움을 모독하는 호의호식을 위하여 탐욕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세상의 부정한 돈과 바꾸어서 하늘나라에서 통용되는 돈을 마련할 수 있기는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흔히 부정하거나 부정의 원인이 되는 인간적인 재산을 영원한 재산으로 바꾸는 거룩한 피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하여는 돈을 정직하게 벌어야 하고, 부정하게 얻은 것은 되돌려주어야하며, 이 세상의 재물을 쓰되 절제있게 또 그것에 애착을 느끼지 말고 써야 합니다. 재물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조만간 재물들이 우리를 버릴 것이지만-오 ! 이 생각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행한 선행은 절대로 우리를 버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의인’이라고 불리기를 원하고, 의인으로 취급되고 의인으로서 하느님께 상을 받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름으로만 의인이고 행동으로는 의인이 아닌 사람에게 어떻게 하느님께서 상을 주시겠습니가? 만일 하느님께서 뉘우침이 말에만 있고. 정신에는 참다운 변화가 없는 것을 보시면, 어떻게 ‘너를 용서한다’고 말씀하실 수 있겠습니까? 죄의 원인이 되는 물건을 탐하는 마음이 있는 한 뉘우침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자기를 낮추고 그의 안에 나쁜 정열의 근원이 되어 있는 것을-그것이 여자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습니다만-그것을 정신적으로 잘라버리고, ‘주님, 당신을 위하여 이 모든 것을 하나도 원치 않습니다’ 하고 말하면, 그 때에는 진정한 뉘우침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오너라, 너는 죄없는 사람이나 또는 영웅과 같이 내게 소중하다’고 말씀하시면서 그를 받아들이십니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끝내셨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시작하실 때부터 둘러 서 있는 청중들 가까이 와 있던 마태오는 돌아다보지도 않으신 채 떠나신다.
일행이 베드로의 집에 가까이 갔을 때 그의 아내가 달려 와 남편에게 무엇인가 말한다. 베드로는 예수께 가까이 오시라는 손짓을 한다. “유다와 야고보의 어머니가 오셨답니다.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게 드리고 싶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하자. 나는 쉬러 가는 것처럼 집안으로 들어갈 터이니, 너희들은 모두 가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잔돈푼을 나누어주어라. 세리가 받지 않은 세금도 가지고 가거라. 자 가라.” 예수께서는 모두를 내쫓는 손짓을 하시고, 그동안 베드로는 자기와 같이 가자고 그들을 설득할 임무를 맡는다.
“어머니가 어디 계십니까?” 하고예수께서 베드로의 아내에게 물으신다.
“옥상 정원에 계십니다. 아직 그늘이 있어서 시원합니다. 조용히 올라가세요. 집안에 계신 것보다 더 자유스러우실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작은 층계로 해서 올라가신다. 한쪽 구석에 포도덩쿨을 올려 정자처럼 된 아래 옥상정원에 둘러친 낮은 담 곁에 있는 작은 궤 위에 짙은 색 옷을 입고 베일로 얼굴을 가린 채 알패오의 마리아가 앉아 있다. 마리아는 소리없이 조용히 울고 있다. 예수께서 그를 부르신다. “사랑하는 마리아 아주머니!” 마리아는 고민에 싸인 가엾은 얼굴을 들고 양손을 내민다. “예수야! 내 마음은 얼마나 괴로운지 모르겠다!”
예수께서는 아주 가까이에 가셨다. 예수께서는 마리아에게 억지로 앉아 있게 하시고, 당신은 겉옷을 입고 서 계시며 한 손은 아주머니의 어깨에 얹고 한 손은 아주머니의 양손에 잡힌 채 계신다. “무슨 일입니까? 왜 그렇게 우세요?”
“아이고! 예수야! 나는 ‘병자에게 줄 달걀과 포도주를 가지러 가나에 간다’고 말하면서 빠져나왔다. 알패오 곁에는 네 어머니가 있으면서 보살피고 있다. 마리아는 간호를 잘 할 줄 아니까 나는 안심한다. 가나에 간다고 했지만 사실은 이리로 왔다. 나는 더 일찍 오느라고 이틀 동안 밤새껏 달려왔다. 이제 기진맥진했다‥‥그렇지 피곤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마음 괴로움이다! ‥‥우리 알패오가‥‥ 우리 알패오가‥‥ 우리 아들들이 ‥‥ 아이고! 같은 핏줄에서 나온 그애들이 왜 그다지도 다르냐? 그애들은 꼭 방앗간의 두 맷돌처럼 어미의 마음을 으깨 놓는다. 유다와 야고보는 너와 같이 있지? 그래? 그럼 너도 알겠구나‥‥내 예수야! 왜 우리 알패오는 알아듣지를 못한단 말이냐? 왜 죽는다는거냐? 왜 그럴게 죽으려고 하는거냐? 그리고 시몬과 요셉은? 왜 그애들은 너와 같이 있지 않고. 너를 반대한단 말이냐?”
“마리아 아주머니, 울지 마세요. 저는 형들에게 아무 원한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유다에게도 그 말을 했어요, 저는 이해하고 동정합니다. 아주머니가 그 때문에 우신다면, 이제는 울지 마세요.”
“그 때문에도 그렇다. 그애들이 네게 무례한 행위를 하니까. 그 때문에도 그렇다. 그리고. 그리고 또‥‥나는 내 남편이 너와 원수가 진 채로 죽어 가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그 사람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이고! 저 세상에서 같이 있지 못하게 될 것이다‥‥.” 마리아는 몹시 괴로워한다. 마리아는 예수께서 그에게 내맡긴 손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울고, 때때로 거기에 입을 맞추며 일그러진 얼굴을 예수깨로 쳐든다.
“아니, 아니,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저는 용서합니다. 그리고 제가 용서하면‥‥”
“아이고 ! 예수야, 가자. 그 사람의 영혼과 육체를 와서 살려 다오. 가자‥‥ 그애들은 너를 비난하려고 이런 말도 한단다. 그래 죽어 가는 아버지에게서 아들 둘을 네가 빼앗아 갔다고 말한다. 그 말을 나자렛 사람들에게 한단다. 알겠니 ? 그렇지만 그애들은 이렇게도 말한다. ‘그 사람은 사방에서 기적을 하면서 제 집안에서는 할 줄을 모른다’고. 그래서 나는 너를 옹호해서 ‘너희들이 비난을 해서 그를 내쫓고 믿지를 않는데, 그애가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이냐?’ 하고 말한다. 그러면 그애들은 아무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믿지 않으면 하고. 아주머니는 잘 말씀하셨어요. 믿지 않는 데에서 제가 어떻게 기적을 행할 수 있습니까?”
“오! 너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지! 내가 모든 사람을 대신해서 믿는다. 와서 기적을 행해라‥‥네 가엾은 아주머니를 위해서‥‥.”
“저는 그렇게 못함니다” 하고 예수께서는 몹시 슬퍼하시며 말씀하신다. 울고있는 마리아의 머리를 가슴에 꼭 껴안고 서 계시는 예수께서는 청명한 자연에게 당신의 무능을 말씀하시며, 영원한 법령으로 인하여 그렇게 할 수 없게 된 것을 괴로워하는데 대하여 자연을 증인으로 삼으시는 것 같다.
여인은 더 크게 운다.
“이거 보세요, 마리아 아주머니, 참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제가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면 맹세코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 저는 아주머니와 제 어머니를 위해서, 유다와 야고보를 위해서 또 알패오 아저씨와 요셉과 시몬을 위해서 이 은총을 아버지에게서 빼앗아오기까지도 하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아주머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 제 무능이 정당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제 아버지가 떠나실 때가 되었을 때, 아주머니는 그분이 의인이셨고 제 어머니가 그분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아주머니도 아시지요, 저는 그분의 목숨을 연장하지 않았습니다. 성인이 사는 집안이 인생의 피할수 없는 불행을 면하게 된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저는 이 세상에 영원히 남아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멀지 않아 죽을 것이고, 제 거룩하신 어머니 마리아도 저를 죽지 않게는 못하실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는 못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가 하겠습니다. “예수께서는 앉으시며 아주머니의 머리를 어깨에 꼭 껴안으신다. “제가 이것은 하겠습니다. 아주머니의 고통 때문에 알패오 아저씨의 평화를 약속합니다. 아주머니가 아저씨와 헤어져 있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장합니다. 우리 가족이 하늘에 모여 영원히 같이 있으리라는 것을 아주머니께 약속합니다. 제가 살아 있는 동안, 또 그 후에도 아주머니의 마음에 항상 많은 평화와 많은 힘을 부어서, 여자이기 때문에 아주머니가 가까이 하기가 더 쉬울 가엾은 여자들에게 사도가 되게 하겠습니다. 아주머니는 이 복음 전파의 때에 제게 사랑하는 친구가 되실 것입니다. 울지 마세요. 알패오 아저씨가 돌아가심으로 아주머니는 아내의 의무에서 해방되고, 위대한 희생의 제단 곁에서와 수많은 이교도들 앞에서 대단히 필요한 신비스러운 여자사제직의 더 숭고한 의무에 올려지게 될 것입니다. 이교도들의 영혼은 남자 제자들의 영웅적 행위보다도 여자 제자들의 거룩한 영웅적 행위를 보고 더 감동할 것입니다. 오! 사랑하는 아주머니, 아주머니의 이름은 그리스도교의 하늘에서 불꽃과 같이 될 것입니다. ‥‥울지 마시고 안녕히 가세요. 강하고 인종하고 거룩하게 사세요. 제 어머니는‥‥ 아주머니보다 먼저 과부가 되셨습니다‥‥제 어머니가 아주머니의 기운을 돋구어 주실 것입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할 줄을 아시니까요. 오세요. 해가 이렇게 뜨거운데 아주머니를 혼자 떠나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베드로가 배로 요르단강까지 모셔다 드리고, 거기서부터 나자렛까지는 나귀로 모셔다 드릴 것입니다, 참으세요.”
“예수야, 축복해 다오. 네가 내게 힘을 다오.”
“예, 사랑하는 아주머니, 축복을 하고 입맞춤을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다정스럽게 입맞춤을 하시고, 마리아가 진정될 때까지 오랫동안 가슴에 꼭 껴안고 계신다.

*역주 : 이 책에 쓰인 프랑스어 동사에는 경어와 반말의 구별이 없다. 그러므로 이 번역에 경어와 반말을 쓴 것은 순전히 역자의 생각에 의한 것이다. 예수와 야고보, 유다는 어려서 같이 자란 사촌간이므로 제자가 되기 전에는 반말을 쓰는 것으로 했다가 제자가 된 뒤로는 예수께서는 반말을, 사촌들은 제자이므로 경어를 쓰는 것으로 한다. 이 점 독자들 양해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