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예리고의 장마당이다. 그러나 아침이 아니고, 한여름의 대단히 덥고 긴 저녁의 황혼 시간이 흘러가는 중이다. 아침에 섰던 장에서 남은 것이라고는 폐물들밖에 없다. 야채 부스러기, 가축들의 오물 무더기, 바구니나 나귀들의 길마에서 떨어진 지푸라기, 걸레 조각 따위 ‥‥ 그 모든 것 위에서는 파리떼가 기승을 부리고 여름해가 발효시키는 바람에 말할 수 없이 역하고 고약한 냄새가 풍겨나온다. 넓은 장터에는 사람이 없다. 어쩌다 지나가는 사람이나 싸움을 좋아하는 장난꾸러기 녀석이 장터 나무에 앉아 있는 새들에게 돌을 던지고, 어떤 여자가 샘으로 간다. 이것이 전부이다.
예수께서 어떤 거리로 해서 오셔서 주위를 휘 둘러보신다. 그러나 아직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참을성있게 어떤 나무줄기에 기대셔서 기다리신다. 예수께서는 하느님께 근거를 두고, 조물주에게서 모든 피조물에게 내려오는 사랑에 대하여 꼬마들에게 말씀하시게 되었다. “잔인하게 굴지를 말아라. 왜 새들을 불안하게 하려고 하니 ? 새들은 저 위에 집이 있고 새끼들이 있단다. 새들은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 새들은 우리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사람의 시체와 곡식과 실과를 해치는 곤충들을 먹어서 깨끗하게 해준다. 뭣 때문에 새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죽이고 해서 새끼들이 아빠 엄마를 잃게 하거나 아빠 엄마가 새끼들을 잃게 하느냐? 어떤 나쁜 사람이 너희 집에 들어와서 집을 부수거나 너희 아빠 엄마를 죽이거나 너희들을 아빠 엄마에게서 멀리 데리고 가면 좋겠니? 좋지 않을테지. 그러면 사람들이 너희들에게서 그렇게 하는 것은 싫어하면서 왜 저 죄없는 새들에게는 그렇게 하니 ? 만일 너희들이 아직 어린 아이 적에 새들처럼 해를 끼치지 않고 예쁜 작은 피조물들에 대해서 그렇게 무정한 마음을 가지게 되면 이 다음에 어떻게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겠니? 율법에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이 있는 것을 모르니? 제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도 사랑할 수 없다. 그런데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하느님의 집에 가서 그분께 기도를 드릴 수 있겠니? 하느님께서는 저 높은 하늘에서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을 것이고, 또 사실 이렇게 말씀하신다. ‘가라, 나는 너를 모른다. 네가 아들이라고? 아니다. 너는 형제들을 사랑하지 않고 그들을 통해서 그들을 만드신 아버지를 공경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너는 형제도 아들도 아니고 사생아이며 하느님에게는 못된 아들이고, 너희 형제들에게는 거짓 형제이다’ 하고. 영원하신 주님이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보아라. 제일 추운 여러 달 동안에는 새들이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게 곡식광과 헛간들을 찾아내게 하신다. 그리고 더운 때에는 햇볕을 피하도록 나뭇잎들의 그늘을 새들에게 주신다- 겨울에는 밭에 낟알이 겨우 흙에 덮일까 말까 해서 씨앗을 찾아내서 그것을 먹고 살기가 쉽다. 여름에는 맛좋은 과일들로 목마름을 풀 수 있고, 건초 부스러기와 양떼들이 가시덤불에 남겨 놓는 양털로 단단하고 따뜻한 집을 지을 수가 있다. 그리고 그분은 주님이시다. 너희 어린 사람들도 새들과 같이 창조하셨으니, 따라서 저 작은 짐승들의 형제이다. 왜 너희들은 저 모든 작은 짐승들에게 잔인하게 굴어도 된다고 생각해서 그놈들과 다르게 되기를 원하느냐? 모두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고. 너희 형제인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너희 하인이요 친구인 짐승들 가운데에서도 각자에게서 그의 것을 빼앗지 않도록 해라. 그러면 하느님께서‥‥.”
“선생님, 유다가 옵니다” 하고 시몬이 부른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너희들에게도 자비를 베푸셔서, 저 죄없는 짐승들에게 해 주시는 것처럼 너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실 것이다. 하느님의 평화를 가지고 가거라.”
예수께서는 어른들까지도 와서 합류하였던 소년들이 빙 둘러 있는 가운데를 헤치고, 다른 거리로 해서 빨리 오고 있는 유다와 요한 쪽으로 가신다. 유다는 몹시 기뻐한다. 요한은 예수를 보고 미소짓지만‥‥ 썩 행복한 것 같지는 않다.
“오세요, 선생님. 오세요. 저는 잘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를 따라 오세요. 거리에서는 말을 할 수 없으니까요.”
“어디로 가는거냐, 유다야?”
“주막에요. 벌써 방 넷을 잡아놓았습니다. ‥‥아! 수수한 곳이니, 염려 마십시오. 그렇게 절제를 많이 했고 또 이렇게 덥기도 하니 그저 침대에서 쉬기 위해서 그런 것입니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처럼 먹지 않고 사람들처럼 먹을 수 있으려고요. 또 마음놓고 이야기도 할 수 있게요. 저는 아주 잘 팔았습니다. 그렇지, 요한?”
요한은 별로 내키지 않는 태도로 동의한다. 그러나 유다는 그가 한 거래가 하도 만족스러워서 예수께서 편안한 숙소에 대하여 별로 만족해 하지 않으시는 것과 한층 더 열의없는 요한의 태도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계속 말을 한다. ” 제가 어림잡아 셈했던 것보다 더 받고 팔았기 때문에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우리 침대와 식사값으로 여기서 조그만 액수 100데나리온*쯤 잡아쓰는 건 정당한거다. 늘 음식을 먹은 우리가 기진맥진할 정도인데 예수님은 더 이상 견디실 수 없게 되셨을거야’ 하고. 저는 제 선생님이 병들지 않으시도록 보살필 의무가 있습니다 ! 사랑의 의무입니다, 선생님이 저를 사랑하시고, 저도 선생님을 사랑하니까요‥‥당신들과 당신들의 양떼를 위해서도 마련을 했어요” 하고 목자들에게 말한다. “저는 모든 것을 생각했습니다.”
예수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유다를 따라가신다.
일행은 중요하지 않은 작은 광장에 도착한다. 유다가 말한다. “거리로 면한 창문이 없고, 하도 작아서 무슨 갈라진 틈 같아 보이는 저 문이 달린 집이 보이지요? 저것이 금박공(金箔工) 디오메데스의 집입니다. 보잘 것 없는 집같아 보이지요? 그렇지만 거기에 예리고 전체를 살 만한 금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하 ! 하 !” 하고 유다는 장난꾼처럼 웃는다. …”그리구 그 금 가운데에는 목걸이와 그릇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에서 가장 세력있는 모든 사람들의 다른 물건들도 있습니다. 디오메데스‥‥ 아 ! 모든 사람이 그를 모르는 척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헤로데당원에서부터‥‥ 모든 사람에 이르기가지 말입니다. 아무 장식도 없고 초라한 이 벽에 ‘수수께끼와 비밀’이라고 써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벽이 말을 할 수 있다면 ! 제가 거래를 한 방식에 대해서나 눈살을 찌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요한 ! ‥‥ 자네는‥‥ 깜짝놀라고 불안해서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지. 하지만 그보다도 선생님, 보세요. 이제 어떤 일을 할 때에는 저를 요한과 같이 보내지 마십시오. 하마터면 모두가 실패할 뻔했습니다. 요한은 재빨리 알아채지를 못하고 부인할 줄도 모릅니다. 그런데 디오메데스 같은 음흉한 사람하고는 빠르고 날카로워야 합니다.”
요한이 중얼거린다. “자네는 별말을 다 했단 말이야 ! 하도 엉뚱하고 또 하도‥‥하도‥‥ 그렇습니다. 선생님, 이제부터는 저를 보내지 마십시오. 저는 그저 사랑하는 것밖엔 모릅니다‥‥.”
“우리가 그런 것을 팔 필요는 별로 없을 것이다”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시는데, 예수께서는 어떤 생각에 잠겨 계신다.
“주막이 저기 있습니다. 선생님, 오십시오. 제가 말을 하겠습니다‥‥다 마련을 해 놓았으니까요.”
일행이 들어가고 유다가 주인과 말을 하니, 주인은 양들을 외양간에 들여보내게 하고 나서 손님들을 방으로 안내한다. 방안에는 침대로 쓰이는 돗자리 두장과 의자와 식탁이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주인이 물러간다.
“선생님, 목자들이 양떼를 돌보고 있는 동안에 즉시 이야기하십시다.”
“말하여라.”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는지 요한이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의심을 하지 않는다. 정직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맹세와 증언이 필요없다. 말하여라.”
“저희는 낮 열 두시에 예리고에 도착했습니다. 저희는 짐바리 짐승들같이 땀투성이었습니다. 저는 디오메데스에게 급한 일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선 이리로 와서 원기를 회복했습니다. 깨끗한 옷을 입고 요한 보고도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아이고 ! 이 사람은 향수를 뿌리고 머리 손질을 하는 것 따위는 도무지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길을 오면서 안을 짜놓았었습니다 ! ‥‥ 저녁 때가 가까워지자 저는 ‘가보세’ 하고 말했습니다. 그 때에는 저희들이 휴식을 취한 뒤라 유람여행을 하고 있는 부자같이 싱싱했습니다. 디오메데스의 집에 거반 다 가게 되었을 때 저는 요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넨 날 도와주게, 내 말이 거짓이라고 부인하지 말고 예민하게 이해하도록 하게’ 하고 말입니다. 그렇지만 요한은 밖에 두고 들어가는 것이 나을 뻔했습니다. 이 사람은 제게 도무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다행히도 제가 두 사람 몫만큼이나 예민하고 또 모든 것을 다 감당해 나갔습니다.
염세리가 집에서 나왔습니다. ‘잘됐다 !’고 저는 속으로 말했습니다. ‘염세리가 나오는걸 보면 돈이 있을 것이고, 제가 흥정하기 위해서 원하는 것이 있겠구나’ 하고 생각한 것입니다. 왜 그런고 하니, 염세리는 그의 모든 동료들이 그런 것과 같이 고리대금업자이고 도둑이어서 주색에 쓸 많은 돈을 얻기 위하여 불법으로 세금을 많이 부과시키고는 그 가엾은 사람에게 협박과 고리(高利)로 빼앗은 목걸이를 늘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금과 몸을 사고 팔고 하는 디오메데스의 친구입니다‥‥저희는 제가 누구라는 것을 알린 다음에 들어갔습니다. 들어갔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그 사람이 정직하게 금세공을 하는 척하는 입구에 들어가는 것이 다르고, 그 사람이 진짜 거래를 하는 지하실에 들어가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둘째 경우의 초대를 받으려면 그 사람에게 썩 잘 알려져야 합니다. 저를 보자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금을 팔려고 하십니까? 알맞지 않은 시기에 오셨습니다. 돈이 별로 없거든요.’ 으레 하는 엄살입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팔려고 온 것이 아니라 사러 온거요. 여자용 보석이 있소? 그렇지만 아름답고 호화롭고 값이 많이 나가고 무겁고 순금으로 된거라야 하오.’ 디오메데스는 깜짝 놀라서 물었습니다. ‘아내를 얻으시려는겁니까?’ 저는 ‘그런 것은 상관할 것 없소. 내가 쓸 것이 아니고, 결혼을 해서 사랑하는 아내에게 금패물을 사다주기를 원하는 이 친구가 쓸거요.’
그런데 여기서 요한이 젖내나는 아이 같은 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요한을 쳐다보고 있던 디오메데스가 요한의 얼굴이 새빨개지는 것을 보고는 몹시 더러운 늙은이답게 ‘아이고 ! 이 총각, 제 색시 말만 들어도 몹시 흥분하는군, 당신 색시가 대단히 아름답소?’ 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요한더러 정신을 차리고 바보같이 굴지 말라는 것을 깨닫게 하려고 발로 툭 건드렸습니다. 그러나 요한이 하도 작은 목소리로 ‘예’ 하고 대답하는 바람에 디오메데스가 의혹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아름답고 아름답지 않고, 그것은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오. 그 여자는 당신을 지옥으로 끌고 갈 여자들 축에 끼는 여자는 절대로 아니오. 그 여자는 정숙한 처녀이고, 멀지 않아 정숙한 아내가 될 여자요. 당신의 금 같은 건 필요없는 여자요. 내가 이 혼인을 떠맡아가지고 있고, 젊은이를 도와줄 책임을 맡고 있소‥‥유다인이고 도시인인 내가 말이오.’ ‘이 사람은 갈릴래아 사람이지요?’ 항상 그 머리털 때문에 탄로나는 거지요 ! ‘이 젊은이가 부잡니까?’ ‘대단히 부자요.’
그래서 저희는 지하실로 내려갔고, 디오메데스는 그의 금고들을 열었습니다. 아니, 또한, 사실을 말해 보게. 그 모든 보석과 금을 보고 있노라니까 하늘에 올라간 것 같지 않던가? 금과 보석으로 만든 목걸이, 꽃장식 같은 목걸이, 팔찌, 귀걸이, 헤어네트, 머리핀, 버클, 가락지‥‥아이고 ! 얼마나 찬란한지 ! 대단히 거만한 태도로 아글라에의 목걸이와 거의 비슷한 목걸이를 골랐습니다. 그리고는 머리핀, 가락지, 팔찌 따위‥‥제가 주머니에 가지고 있던 것과 모두 비슷한 것을 같은 수량만큼 골랐습니다. 디오메데스는 깜짝 놀라서 물었습니다. ‘또요? 아니 저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가? 또 신부는 어떤 여자이구요? 왕녀입니까?’ 제가 원하던 전부를 내놓았을 때에 ‘얼마요?’ 하고 물었습니다.
아이고 ! 세월이 좋지 않다느니, 세금이 어떻다느니, 위험이 많다느니, 도둑이 어떻다느니, 하고 어떻게나 지루하게 푸념을 늘어놓는지요 ! 오오 ! 자기가 정직하다는 단언을 하느라고 또 한바탕 늘어놓구요 ! 결국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정말이지, 선생이니까 사실을 말하지요. 과장하지 않구요. 그렇지만 1드라크마*도 깎을 수 없습니다. 은화 12달란트만 주십시오.’ ‘날도둑 같으니라구 !’ 하고 저는 말하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요한, 가세. 예루살렘에 가면 이 사람보다 덜 사기꾼인 사람을 만날걸세.’ 그러면서 나오는 체했습니다. 그러나 디오메데스는 제 뒤로 쫓아나오며 말했습니다. ‘내 절친한 친구분, 내 사랑하는 친구분, 오십시오. 이 가엾은 선생의 종을 이해해 주십시오. 그보다 덜은 못합니다. 정말 못합니다. 보세요. 나는 정말 노력을 하는겁니다, 그리구 타산을 하는겁니다. 선생이 늘 내게 우정을 주셨고 또 내게 장사를 시켜 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겁니다. 11달란트 주십시오. 굶어죽게 된 어떤 사람에게서 내가 이 금을 사야 한다면 이만한 액수를 줄 것입니다. 1데나리온도 덜은 안됩니다. 그건 내 늙은 혈관이 하얗게 되도록 피를 뽑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말했지? 우습기도 하고 구역질도 났습니다. 그 사람이 값을 딱 결정한 것을 보고 일을 행동에 옳겼습니다.’이 기분나쁜 늙은이, 내가 사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고 팔려고 그런다는 것을 아시오. 내가 팔고자 하는 것이 여기 있소. 보시오. 이거 당신 보석만큼 아름답지요. 로마의 금이고 새로운 형태요. 살 사람이 없는 걱정은 안할거요. 11달란트에 당신에게 주겠소. 값을 정한 것은 당신이오. 당신이 평가를 했으니, 그만큼 내시오.’ 아이고 ! 그랬더니 그사람은 ‘이건 배신입니다 ! 선생은 내가 선생에게 대해서 가졌던 존경을 저버렸습니다 ! 난 그만큼 줄 수가 없습니다 !’ 하고 부르짖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이 평가를 했으니, 내시오.’ ‘그렇게는 못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가져갈 테니 조심하시오.’ ‘안됩니다, 선생님’ 그러면서 아글라에의 보석 무더기로 손을 뻗었습니다. ‘그럼, 그만큼 내시오. 12달란트를 달라고 해야겠지만, 당신의 마지막 평가로 만족하겠소.’ ‘그렇게는 못합니다.’ ‘고리대금업자 ! 조심하시오, 여기 증인이 있으니까 당신을 사기꾼으로 고발할 수 있소‥’ ‘또 다른 못된 점들도 그에게 붙여주었지만, 이 총각(사도 성 요한) 앞에서 그 말을 되풀이하지는 않겠습니다‥‥.
마침내 급히 팔아야 하겠고 일을 빨리 해치워야 하겠기에 저희 둘 사이에 어떤 조그마한 것 한 가지를 약속했습니다‥‥그 약속은 지키지 않겠습니다. 도둑놈에게 한 약속이 무슨 효력이 있습니까? 저는 10, 5달란트로 흥정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저희들은 그 사람이 푸념을 하고 우정과‥‥여자를 제의하는 말을 들으면서 떠나 왔습니다. 그리고 요한은 자칫하면 울 뻔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네를 방탕아로 생각하는 것이 자네에게 무슨 상관이 있나? 자네가 그렇지 않았으면 그만이지. 세상은 그런 것이고 그래서 자네를 팔삭동(八朔童)이처럼 생각한다는 걸 모르나? 여자맛을 알지 못하는 젊은이? 그걸 누가 믿어? 또 혹 자네 말을 믿는다 해도‥‥오 ! 내게 관한 한, 자네가 그쪽 성향이 없다고 상상하는 사람들히 자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내게 생각하는 것은 원치 않네.
선생님 이상과 같습니다. 선생님이 직접 세어보십시오. 잔돈이 잔뜩 있었습니다. 그러나 염세리 집에 들러서 ‘이 잔돈을 받고 당신이 이사악에게서 받은 달란트를 주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이 마지막 소식은 흥정을 하면저 들었었거든요. 그렇지만 최후로 이사악 디오메데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성전의 유다는 없어졌다는 것을 기억하시오. 지금은 내가 어떤 성인의 제자요. 그러니까 목숨을 보전하고 싶거든 나를 안 적이 없는 체하시오’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좋지 않게 대답을 했기 때문에 자칫했더라면 그 사람의 목을 비틀 뻔했습니다.”
“그 사람이 자네한테 뭐라고 했길래?” 하고 시몬이 태연하게 묻는다.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어. ‘당신이 성인의 제자라구요? 그말은 절대로 믿지 않겠소.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선생이라는 그 선생이 멀지 않아 여기 와서 나더러 여자를 구해 달라고 청하는걸 보게 될거요?’ 그 사람이 이런 말도 했어. ‘디오메데스는 늙은 악당이고, 세상의 재난이오. 하지만 당신은 이 디오메데스의 젊은 복사판이오. 그리고 나는 늙어서 이렇게 되었으니까 아직 변할 수도 있지만 당신은 그렇게 타고 났으니까 변하지도 못할거요’ 하고 말이야. 기분나쁜 늙은이 같으니라구 ! 내 힘을 부인한단 말이야, 알겠나?”
“그런데 그 사람은 진짜 그리이스인답게 진실된 말을 많이 하는구먼.”
“시몬, 그건 무슨 뜻이야? 내게 대해서 하는 말인가?”
“아니야, 모든 사람에 대해서 하는 말이야. 그 사람은 황금과 사람의 마음을 똑같이 잘 아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일세. 그 사람은 사기꾼이고, 부정거래를 하는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모든 부정거래를 하는 것으로 인해서 대단히 불쾌한 사람일세. 그러나 그에게는 위대한 그리이스인들의 철학이 있네. 그 사람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 칠죄종(漆罪宗)을 가진 동물이고, 일체의 선, 일체의 성실, 일체의 사랑, 그밖의 여러 가지를 자기 안에서와 다른 것들 안에서 파괴하는 폴립 (polyp)과 같은 사람을 말일세.”
“하지만 그 사람은 하느님을 몰라.”
“그래서 자네가 그 사람에게 하느님을 가르쳐 주겠다는건가?”
“내가. 그렇지. 왜? 죄인들이야말로 하느님을 알 필요가 있는거니까.”
“맞아.그렇지만‥‥하느님을 가르치려면 선생이 하느님을 알아야 해.”
“그럼 나는 하느님을 알지 못한단 말인가?”
“그만들 두어라. 목자들이 온다. 우리들 사이에 다툼으로 그들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말자. 네가 돈을 세어보았느냐? 그랬으면 됐다. 네가 계획한 대로 이 일을 모두 마무리 지어라. 그리고 되풀이해 말한다마는, 이후에는 착한 행동을 쉽게 하기 위해서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아라‥‥.”
목자들이 들어온다.
“친구분들, 여기 10.5달란트가 있습니다. 다만 유다가 주막비용으로 쓴 100데나리온이 모자랍니다. 받으시오.”
“다 주십니까?” 하고 유다가 묻는다.
“모두 준다. 나는 이 돈에서 동전 한 푼도 가지기를 원치 않는다. 우리는 하느님이 주시는 돈과 하느님을 성실하게 찾는 사람들이 주는 기부금이 있다‥‥그래서 우리가 필요불가결한 것이 부족한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내 말을 믿어라. 받으시오. 그리고 내가 세례자를 위하여 기쁜 것과 같이 기뻐하시오. 내일 옥으로 가시오. 당신들 중의 두 사람, 요한과 마티아가 가고, 시메온은 요셉과 같이 엘리야를 찾아가서 모든 것을 알리고 장차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어보도록 하시오. 엘리야는 알고 있어요. 그리고 요셉은 레위와 같이 다시 오너라. 약속 시간과 장소는 열흘 후 예루살렘의 물고기 성문 근처에서 이른 아침에 만나는 것이다. 자 이제는 음식을 들고 쉽시다. 나는 내일 일찍 제자들과 같이 떠나겠소. 지금으로서는 당신들에게 다른 말을 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나중에 내 소식을 듣게 될 것입니다.”
예수께서 빵을 자르시는 순간 모든 광경이 사라진다.
*역주 : 고대 로마 화폐단위.
*역주 : 고대 그리이스 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