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곳에 대단히 아름다운 새벽이다. 한 작은 산 비탈에서 맞이하는 새벽이다. 겨우 날이 새기 시작한다. 하늘에는 마지막 별들이 아직 보이고, 어두운 빛깔의 벨벧 같은 하늘바탕에 이지러진 가는 초생달이 은빛 콤머(,)모양으로 아직 떠 있다.
산은 다른 산맥들과 연결되지 않은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다. 산꼭대기는 훨씬 위에 있다. 그러나 산중턱에서도 넓은 지평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으로 보아 지면의 높이보다 휠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벽의 희끄무레하고 푸르스름한 어렴풋한 빛이 감돌며 점점 밝아지는 새벽의 차가운 공기 속에 물건들의 윤곽과 세밀한 곳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것들이 처음에는 해뜨기 전에 생기는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았었다. 밤에서 아침으로 옮아올 때에는 별빛이 줄어들고 없어지다시피하기 때문에 새벽안개는 언제나 밤보다도 더 어둡다. 이렇게 해서 나는 동물과 짐승들의 소굴과 산에서 몸을 피할 못을 만들어 주는 굴곡이 심한 바위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흙이 조금 쌓여 있어서 빗물을 받아 보존할 수가 있는 몇 군데에만 파란 덤불들이 있는데, 그것은 잎이 드문드문한 가시돋힌 줄기밖에 없는 초목들과 지면과 가지런히 나 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젓가락 같은 나무덤불들이다.
그 밑에는 펑퍼짐하고 돌이 많은 한층 더 메마른 공간이 있는데, 어두운 곳으로 가까이 갈수록 점점 더 메말라지고, 너비보다는 길이가 더 길어서, 길이가 적어도 너비의 다섯 배는 된다. 나는 이 황량한 풍경 속 지하수로 인하여 생겨난 무성한 오아시스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날이 더 환해져서 보니 그것은 수면이었다. 괴어 있고 우중충하고 움직이지 않는 물이었다. 말할 수 없이 쓸쓸한 호수이다. 아직 어렴풋한 빛 속에서 그것을 보니 움직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환상이 기억에 떠오른다. 호수는 하늘의 우중충한 모습과 주위의 모든 처량한 경치를 끌어당기는 것 같다. 호수는 그 움직이지 않는 물에 가시 돋힌 초목들과 뻣뻣한 풀들을 반사하는 것 같다. 가시돋힌 초목들과 뻣뻣한 풀은 여러 킬로미터에 걸쳐 평야와 언덕에서 땅의 유일한 장식이 되며, 호수는 이것들을 가지고 거기에서 발생하여 온 주위에 기운을 퍼뜨리는 우울하고 쓸쓸한 미약(媚藥)을 만드는 것 같다. 밝고 아름다운 겐네사렛호수와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위로 점점 더 밝아지는 아주 맑은 하늘을 쳐다보고 동쪽에서 빛나는 밀물 같이 퍼지는 빛을 쳐다보니, 정신이 다시 명랑해진다. 그러나 저 움직이지 않는 넓은 수면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 위로 날아다니는 새 한마리 없고, 그 물가에는 짐승이 하나도 없다. 아무 것도 없다.
이 황폐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예수님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나를 흔들었다. “자, 내가 오려고 하던 곳에 우리가 와있다.” 나는 몸을 돌렸다. 예수께서 는 내 뒤 바위투성이 산비탈 근처에 요한과 시몬과 유다 사이에 계시다. 거기에는 오솔길이 하나 나 있다‥‥아니 오히려 이렇게 말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거기에는 오랜 세월을 두고 장마철에 물이 석회암을 침식하여 산꼭대기에서 내려오는 물이 흘러가는 데 쓰이는 겨우 흔적만이 있는 수도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것이 지금은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산양들이 다니는 길이 되었다고.
예수께서는 주위를 빙 둘러보시며 되풀이하신다. “그렇다, 내가 너희들을 데려오려고 한 곳이 여기다. 여기서 그리스도가 그의 사명을 준비하였다.”
“그렇지만 여기는 아무것도 없는데요 !”
“네 말대로 아무것도 없다.”
“누구와 같이 계셨습니까?”
“내 영과 아버지와 같이 있었다.”
“아 ! 몇 시간 동안 쉬신거로군요 !”
“아니다, 유다야. 몇 시간이 아니라 여러 날이었다‥‥.”
“그렇지만, 누가 선생님 시중을 들었습니까? 어디서 주무셨습니까?”
“하인으로는 저희들 굴로 자러 오는 야생 당나귀들이 있었다‥‥바로 내가 몸을 의지했던 이 굴이다. 수리들도 내 시중을 들었다. 그놈들은 사냥하러 나갈 때 그 거칠은 울음소리로 ‘날이 밝았습니다’ 하고 말해 주곤 하였다. 벗으로는 말하자면 내 발 앞에까지 풀을 뜯어먹으러 오는 작은 산토끼들이 있었고‥‥내 음식은 야생꽃들이 먹고 마시는 것, 즉 밤이슬과 햇빛이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네가 말하는 것과 같이, 내 사명을 잘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잘 준비한 일이 성공한다. 너도 그렇게 말했지. 내 할 일은 주의 종인 나를 사람들 앞에 드러내는 작고 무익한 일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주님이 어떤 분이시라는 것을 이해시키고, 그렇게 이해하는 것을 통하여 질실한 정신으로 그분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하느님의 승리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의 승리를 생각하는 주의 종은 정말 불쌍하다 ! 그 승리에서 이득을 얻어내려고 애쓰는 주의 종, 하느님의 이해관계로 만들어졌으면서도‥‥천상의 이해관계인 그 하느님의 이해관계를 땅에 질질 끌리도록 타락한 이해관계로 만들어진 옥좌에 오를 생각을 하는 주의 종은 정말 불쌍하다는 말이다. 그 사람이 겉보기는 주의 종으로 보인다 해도 실제로는 이제 종이 아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속이고 사람들을 속이며, 하느님도 속이기를 원하는 장사꾼이요, 부정상이요, 속이는 사람이며‥‥ 자기를 왕자로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예인 불쌍한 사람이다. 그의 왕이요 거짓말의 선생인 마귀의 노예인 것이다. 여기 이 굴속에서 그리스도는 매우 많은 시일을 극기와 기도로 생활하면서 그의 사명을 준비하였다. 그런데 유다야, 내가 준비를 하기 위하여 어디로 갔어야 했다는거냐?”
유다는 난처한 입장에 빠져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다가 마침내 이렇게 대답한다. “그건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떤 선생에게‥‥ 에세네타 사람들에게*‥‥가셔야 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만‥‥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하느님의 능력과 지혜가 내게 말해 주시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줄 선생을 내가 찾아낼 수 있었다는 말이냐? 그리고 내가-아버지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 있었고,그래서 사람이 어떤 불멸의 영으로 생명을 얻게 되었고, 창조주께서 사람에게 어떠한 자유로운 판단 능력을 주셨는지 알고 있는 아버지의 영원한 말씀인 내가 말이다-최후의 부활을 부인함으로써 영혼의 불멸을 부인하는 사람들, 덕행과 악습, 거룩한 행동과 나쁜 행동이 숙명적이고 어찌할 수 없는 운명으로 결정지어진다고 말하면서 한쪽도 지지하지 않음으로써 사람의 자유를 부인하는 사람들에게 지식과 이해를 찾으러 갈 수 있었겠느냐? 아 ! 그럴 수는 없었다. 너희들이 운명은 가지고 있다. 그것은 맞는 말이다. 너희들이 운명은 가지고 있어. 아버지께서 너희들에게 그 운명을 원하시는데, 그것은 사랑과 평화와 영광의 운명이며 그것은 ‘너희들 아버지의 자녀들을 만드는 거룩함’이다. 진흙으로 아담이 만들어졌을 때에 하느님의 생각에 있었던 운명, 마지막 사람의 영혼이 창조될 때까지 하느님의 생각에 들어 있을 운명은 이런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왕으로서의 너희들의 신분에 대하여 폭력을 쓰지 않으신다. 왕이 만일 포로가 되면 이미 왕이 아니다. 왕의 지위를 잃은 것이다. 너희들은 너희들의 개인적인 작은 왕국, 즉 너희들의 ‘나’ 안에서 자유를 누리기 때문에 왕이다. 너희들의 왕국에서는 너희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할수 있다. 그런데 너희들 앞에, 너희들의 작은 왕국의 국경에는 너와 친한 왕과 적의를 가지고 있는 권력 둘이 있다. 너희와 친한 왕은 그에게 딸린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하여 마련한 규칙들을 너희에게 보여준다. 그가 그 규칙을 너희에게 보여주면서 말한다. ‘내 규칙들을 보아라, 그것을 지키면 영원한 승리를 확실히 얻게 된다’고 너희들이 원하기만 하면 그것을 실천에 옮겨서 거기에서 영원한 영광을 얻어낼 수 있도록 그분이, 지혜로우신 분, 거룩하신 분이 그 규칙들을 너희들에게 보여주신다. 적의를 가지고 있는 두 권력은 사탄과 육체이다. 육체라는 이름에는 너희들의 육체와 세상의 육체, 즉 세상의 화려함과 유혹을 포함시킨다. 세상의 화려함과 유혹이라는 것은 세상에서 오거나 세상에 있는 재산과 즐거움과 명예와 권력을 말하는 것인데, 그것들을 정직하게 얻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또 사람이 여러가지 상황이 합쳐진 덕으로 그것들을 얻게 되면 그것들을 정직하게 쓰기는 더구나 어려운 것이다. 육체와 세상의 지배자인 사탄은 너희들에게 직접 말을 걸기도 하고 육체를 통하여 호소하기도 한다. 그도 규칙들을 가지고 있다‥‥오 ! 가지고 있고 말고 ! ‥‥그리고 ‘내가 육체에 둘러싸여 있고, 육체는 마치 쇠조각이 ‘자석 쪽으로 가듯이 육체를 추구하기 때문에, 그리고 유혹자의 노래가 장미밭에서 달밤에 사랑에 빠진 밤꾀꼬리가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보다 더 감미롭기 때문에 그 규칙 쪽으로 가서 그 권력을 따르면서 ‘당신들을 친구로 생각합니다. 들어오시오’ 하고 말하기가 더 쉽다.
들어오시오‥‥너희들은 어떤 동맹국이 그가 준 원조에 대하여 백 배나되는 보수를 요구하지 않고 끝까지 성실한 채로 있는 것을 본 일이 있느냐? 그 권력들은 이런 것이다. 그 권력들은 들어와서 주인이 된다. 주인이 ? 아니다, 폭군이 된다. 아 ! 인간들아, 그 권력들은 너희들을 갤리선의 죄수들의 자리에 붙잡아 매 놓고, 사슬로 묶어 놓으며, 그들의 멍에에서 목을 빼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으며, 너희들이 그들에게서 빠져나오려고 하면 채찍으로 너희에게 피흐르는 자국을 남겨놓는다. 아아 ! 으깨진 살덩어리가 되도록 매를 맞아 그들의 잔인한 발로 밀려나게 될 정도로 못쓰게 되거나 매를 맞아죽거나 한다. 만일 너희들이 이런 고통을 스스로 당할 줄을 알면, 이런 고통을 스스로 당할 줄 알면 말이다. 그때에는 자비의 하느님, 그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비참한 인간들을 그래도 아직 불쌍히 여길 수 있는 유일한 자비의 하느님께서 지나가신다. 두 지배자 중의 하나인 세상이 혐오감을 느끼고, 또 한 지배자인 사탄이 복수의 화살을 쏘아대는 그 혐오감을 주는 불쌍한 인간의 위로 말이다. 그리고 그 자비의 하느님께서는 그 곁으로 지나가시면서 몸을 굽혀 그 인간을 거두어서 치료하여 고쳐주시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두려워 말고 오너라. 너를 들여다보지 말아라. 네 상처는 이제 상처자국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는 하지만 하도 많아서 소름이 끼칠 것이다. 그만큼 그 상처들로 인하여 네가 보기 흉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 상처자국을 내려다보지 않고 네 뜻을 내려다본다. 그 착한 뜻 때문에 네게는 표가 하나 새겨졌다. 그리고 그 표 때문에,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하고 같이 가자고 네게 말하겠다.’ 그러시면서 그 사람을 당신 나라로 데려가신다. 그 때에는 너희가 자비와 왕의 우정이 같은 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너희들은 그분이 너희에게 보여주셨는데, 너희가 따르기를 원치 않았던 규칙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너희들이 그것들을 지킬 뜻을 가졌고‥‥그래서 우선 양심의 평화, 그 다음에는 하느님의 평화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말해 보아라. 그 운명을 유일한 분이 모든 사람에게 강요하신 것이냐, 아니면 각자가 개인적으로 자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취한 것이냐?”
“각자가 제 운명을 스스로 취한 것입니다.”
“시몬아, 잘 판단하였다. 복된 부활과 하느님의 선물을 부인하는 사람을 내가 찾아가서 나를 가르쳐 달라고 할 수가 있었겠느냐? 그래서 내가 온 것은 이 곳이었다. 나는 사람의 아들의 마음을 들어 마지막 가공의 손질을 하여, 내 임무를 완전하게 시작하기 위한 30년간 기진맥진하며 준비한 일을 마무리지었다. 이제는 너희들에게 며칠 동안 나와 같이 이 굴 속에 있기를 부탁한다. 우리는 친한 사람 넷이니 우울과 무서움과 유혹과 육체의 욕구에 대하여 우리를 지킬 수 있을 터이니까 기다림이 항상 덜 쓸쓸할 것이다. 나는 혼자였었다. 또 지금은 여름이고, 이렇게 높은 곳에는 꼭대기에서 바람이 불어 내려와 더위를 완화해 주기 때문에 덜 고생스러울 것이다. 나는 데벳(Tebet)달에 왔었는데, 산 꼭대기에 있는 눈에서 불어 내려오는 바람이 몹시 찼었다. 이번에는 기다리는 기간이 더 짧을 것이고, 또 우리의 시장끼를 달랠 수 있을 최소한의 양식을 여기 가지고 있고, 목자들에게서 받아오게 한 수통에는 이 짧은 체류에 쓸만한 물이 넉넉히 있으니까 기다림이 덜 괴로을 것이다. 나는‥‥ 나는 사탄에게서 두 영혼을 빼앗을 필요가 있다. 이 일을 끝까지 해치울 수 있는 것은 고행밖에 없다. 나는 너희들에게 도움을 부탁한다. 이것은 너희들의 교양을 쌓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너희들은 맘몬에게서 희생물을 어떻게 빼앗아 오는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말보다는 오히려 희생으로 빼앗아오게 된다‥‥ 말 ! 사탄이 소란을 피워서 말을 듣지 못하게 한다. 원수의 희생물이 되어 있는 영혼들은 요란스러운 목소리의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간다‥‥ 나와 같이 있겠느냐? 그러나 같이 있고 싶지 않으면 너희들은 가거라. 나는 남아 있겠다. 데꾸아의 장터 근처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자.”
“아닙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하고 요한이 말하는데, 시몬도 이렇게 외친다. “선생님은 저희들을 높이시기 위해서 이 구속의 일에 선생님과 같이 있으라고 하시는겁니다. ” 유다는‥‥ 마음이 썩 내키지 않는 것같이 보인다. 그러나 운명에 대하여‥‥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 말한다. “저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수통과 배낭들을 굴 속에 갖다 두어라. 그리고 해가 몹시 뜨거워지기 전에 나뭇가지들을 꺾어다 입구 근처에 쌓아 두어라. 여기서는 여름에도 밤에도 춥고, 또 짐승들이 모두 순하지는 않다. 저기 저 고무 성질이 있는 아카시아 작은 나무에 불을 즉시 붙여라. 저 나무는 잘 탄다. 그 나뭇가지를 여기저기 틈이 있는 곳으로 가지고 다니면서 불로 독사나 전갈들을 쫓아내자. 자,시작해라.”‥‥
‥‥산의 똑같은 지점이다. 다만 지금은 밤이다. 벌써 열대지방에 가까운 이 지방에서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아름다운 밤하늘이다. 별들이 기막히게 크고 빛난다. 큰 별자리들은 보석 송이 같다. 엷은 황옥, 연한 사파이어, 부드러운 오팔, 연한루비가 뭉친 송이 같다. 그 별들은 환해졌다가, 마치 눈꺼풀이 잠깐 가릴 때에 보이지 않는 눈과 같이 꺼졌다가 더 굉장한 빛을 다시 내곤 한다. 가끔 별똥별이 하늘에 불빛나는 줄을 긋고는 어느 지평선으론지 사라진다. 그것은 이 끝없는 목장 위를 그렇게 날아가는 것이 즐거워서 기쁨의 함성을 올리는 빛나는 화살과도 같다.
예수께서는 동굴 입구에 앉으셔서 당신을 포함하여 원형을 이루고 앉아 있는 세 사람에게 말씀하신다. 네 사람이 둘러앉은 가운데에 깜부기불 한 무더기가 아직 뜬숯처럼 빛을 내고 있어 그 반사광으로 네 사람의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는 것을 보면, 불을 피웠던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 머무르는 일이 이제 끝났다. 이번에 머무르는 일이 끝났단 말이다. 지난 번에는 40일 동안이 걸렸다‥‥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때는 이 비탈에는 아직 겨울이었고·, 나는 음식이 없었다. 이번보다 좀 더 어려웠겠지? 이번에도 너희들이 고통을 당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 안되어서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이 특히 젊은이들의 시장끼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너희들이 쇠약해져서 쓰러지는 것이나 겨우 막을 정도였다. 물은 낮의 찌는 듯한 더위 때문에 한층 더 부족하였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겨울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때에는 산꼭대기에서 불어 내려와 허파를 말려버리고, 들판에서는 광야의 먼지를 잔뜩 품고 일어나 이 여름 더위보다도 더 말려죽이는 건조한 바람이 있었다. 이 여름 더위는 거의 다 익어가는 저 새콤한 열매로 달랠 수가 있지 않느냐? 그 때에는 산에 그저 바람과 앙상한 아카시아나무 둘레에 얼어서 말라버린 풀들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너희들에게 전부 다 주지는 않았다. 그것은 돌아갈 때에 대비하여 마지막 빵과 마지막 치즈와 마지막 수통을 남겨두었기 때문이다‥‥나는 아무도 없는 광야에서 몹시 지쳐 있었기 때문에, 돌아가는 길이 어떻다는 것을 안다. ‥‥물건들을 챙겨 가지고 떠나자. 오늘 밤은 우리가 여기 도착한 날 밤보다도 한층 더 밝다. 달은 없지만, 하늘에서는 빛이 쏟아져 내린다. 가자 이곳을 잘 기억해 두어라. 그리스도가 어떻게 준비를 하였는지, 또 사도들이 어떻게 준비하는지 기억하도록 하여라. 사도들은 내가 가르쳐준 대로 준비하는 것이다. ”
일행은 일어난다. 시몬은 불을 발로 발아 끄기 전에 나뭇가지로 뜬숯을 휘젓고 마른 풀을 얹어 불을 다시 일으키고 그 불꽃으로 아카시아나무 가지에 불을 붙여 동굴 입구에 쳐들고 있다. 그 동안 유다와 요한은 겉옷과 배낭과 수통들을 모아놓는다. 수통은 하나만이 아직 물이 가득 차 있다. 그런 다음 시몬은 나뭇가지의 불을 바위에 대고 뒤흔들어 끄고 그의 배낭을 집어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겉옷을 입고, 걷는 데 거치적거리지 말라고 허리를 졸라맨다.
그들은 말없이 일렬로 서서 대단히 가파른 오솔길을 내려오는데, 아직 햇볕에 말라 죽지 않은 얼마 안되는 풀을 뜯어먹던 작은 짐승들이 도망친다. 길은 멀고 어렵다. 마침내 그들은 들판으로 내려왔다. 여기에서도 걷기가 별로 쉽지 않다. 여기에는 돌과 깨진 돌조각들이 발 밑에 눈에 잘 띄지 않게 널려 있고, 게다가 길의 흙이 먼지가 되어서 그것들을 보이지 않게 해서 피할 수가 없기 때문에 발에 상처를 입히며, 햇볕에 시들은 가시덤이가 발을 할퀴고 옷자락에 달라붙어 걸음을 방해한다. 그러나 길이 더 곧기는 하다.
저 하늘 위에는 별들이 점점 더 아름답다.
일행은 가고 또 가고, 몇 시간 동안을 간다. 땅은 점점 더 메마르고 더 쓸쓸하다. 반짝거리는 광채가 땅이 조금 주름진 곳과 거치른 땅 여기저기 있는 구멍에서 반짝이고 있다. 꼭 광택을 잃은 보석의 광채 같다. 요한이 그것들을 보려고 몸을 굽힌다. “그것은 하층토(下層土)에 있는 소금이다. 하층토에는 소금이 가득 차 있다. 그 소금이 봄에 물이 불어날 때에 지면으로 비어져 나왔다가 마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생명이 지탱하지 못하는 것이다. 동쪽에 있는 바다는 깊은 광맥(廣脈)으로 해서 그 주위 여러 스타드*에 걸쳐 죽음을 퍼뜨린다. 단물샘이 그 작용에 장애가 되는 곳에서만 햇볕을 피할 수있는 나무를 얻어 만날 수 있다” 하고 예수께서 설명하신다.
일행은 또 걸어간다. 그러다가 예수께서는 그분이 사탄에게 유혹당하시는 것을 내가 본 일이 있는 동굴 가까이에서 걸음을 멈추신다. “여기서 좀 쉬자, 거기들 앉아라. 얼마 안 있어 닭이 울 것이다. 우리가 여섯 시간이나 걸었으니 너희들은 시장하고 목이 마르고 피곤할 것이다. 자 받아라. 여기 내 둘레에서 먹고 마셔라. 그동안 또 한 가지를 너희에게 말해 줄 터인데, 너희는 이 말을 친구들과 세상 사람들에게 하여라.” 예수께서는 당신 배낭을 벌리고 빵과 치즈를 꺼내서 잘라서 나누어 주시고, 당신 수통에서 공기에 물을 따라서 역시 나누어 주신다.
“선생님은 안드십니까?”
“안들겠다. 나는 말을 할 터이니 잘 들어라. 전에 누군가가, 어떤 사람이 내가 유혹을 당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었다. 그 사람은 내가 죄를 지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유혹을 당하는 중에 진 일이 도무지 없느냐고 물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나, 메시아가 유혹에 저항하기 위하여 ‘아버지, 제가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해 주십시오’ 하고 아버지의 도움을 청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예수께서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처럼 조용히 말씀하신다‥‥유다는 거북한 듯이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예수를 쳐다보는데 정신이 팔려서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계속 하신다. “이제 너희 내 친구들은 그 사람이 아주 조금 알게 된 그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세례를 받은 다음-나는 깨끗하였었다. 그러나 사람은 지극히 높으신 분과 비교하여 절대로 넉넉히 깨끗하지는 못하다. 그런데 ‘저는 죄인입니다’ 하고 말하는 겸손은 벌써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하나의 세례이다-그러니까 세례를 받은 다음 나는 이곳에 왔다. 나는 성인이고 예언자인 사람에게서 ‘하느님의 어린 양’이라고 부름을 받았었다. 그 사람은 진리를 보고 성령께서 하느님의 말씀 위에 내려와 그의 사랑의 성유로 기름부음을 받은 사람을 만드는 것을 보았고, 그 동안 아버지의 목소리는 ‘보라 내가 사랑하는 아들을, 이는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하는 말씀으로 하늘을 진동시켰었다. 너 요한은 세례자가 이 말을 되풀이할 때에 거기 있었지, 세례를 받은 다음, 나는 원래가 깨끗하고 나의 인격으로 깨끗하였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자 하였다. 그렇다, 유다야, 나를 보아라. 내 입이 아직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을 내 눈이 말하고 있다. 유다야, 나를 보아라. 자기가 메시아라는 사실로 인하여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을 가지지 않고, 자기가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죄에 대한 관대만 빼놓고는 모든 점에서 똑같은 사람이 되기를 원한 네 선생을 보아라. 자, 이렇다.”
이제는 유다가 얼굴을 들고 마주 대하고 있는 예수를 쳐다본다. 별빛이 예수의 눈을 빛나게 해서, 마치 별 둘이 그분의 흰 얼굴을 비추는 것 같다.
“선생이 될 준비를 하기 위하여는 먼저 학생이 되어야 한다. 나는 하느님으로서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내 지능은 또 내 이해력으로 이지적으로 인간의 투쟁을 내게 이해시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날 가엾은 내 친구가 내게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네는 인간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감정과 열정을 가졌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네’ 하고. 그것은 정당한 비난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내 임무에 대하여 준비할 뿐 아니라‥‥유혹에 대하여도 마음준비를 하려고 여기, 바로 여기, 이 산에 왔었다. 알겠느냐? 너희들이 앉아있는 그곳에서 나는 유혹을 당하였다. 누구에게서? 사람에게서 ? 아니다. 사람의 힘은 너무 약했을 것이다. 직접 사탄에게서 유혹을 당하였다.
나는 기진맥진하였었다. 나는 40일째 음식을 먹지 않고 있었다‥‥그러나 내가 묵상기도에 골몰해 있는 동안은 모든 것이 하느님과 대화를 하는 기쁨 속에 사라졌었다. 아니 사라진 것보다도 견딜 수가 있게 되었었다. 나는 그것을 다만 물질에만 한정되는 물질의 힘이 축소되는 것으로 느꼈었다‥‥ 그리고 세상으로 돌아왔다‥‥세상으로 나가는 길에 왔었다‥‥그리고 이 세상에서 사는 사람의 욕구를 느꼈다. 시장하고 목이 말랐다. 광야의 밤의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느꼈다. 음식이 없고 잠자리가 없음으로 인하여, 또 더 이상 갈 수가 없을 정도로 그렇게 기진맥진한 상황에서 먼 길을 걸어온 것으로 인하여 내 육체가 몹시 쇠약해 진 것을 느꼈다‥‥
그것은 나도 육체가 있기 때문이었다. 진짜 육체를 말이다. 그래서 내 육체도 다른 모든 육체가 가진 것과 같은 약함을 면하지 못한다. 그리고 육체와 더불어 마음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 나는 사람에게서 인간을 구성하는 세 부분 중에서 첫째와 둘째 부분을 취하였다. 나는 물질로서의 육체와 그 욕구를 가졌고, 감수성과 열정들을 취하였다. 내가 의지의 힘으로 좋지 못한 모든 열정을 그것들이 생기기 전에 억압하였지마는, 효도와 조국애와 우정과 일과 훌륭하고 거룩한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라는 거룩한 열정은 백년 묵은 서양삼나무처럼 힘있게 자라게 내버려 두었다. 그래서 여기서 멀리 계신 내 어머니를 그리워하게 되었고, 인간으로서의 내 허약함을 어머니가 돌보아 주셔야 하겠다는 필요를 느꼈다. 여기서 나는 나를 완전히 사랑하실 수 있는 유일한 분과 갈라진 것에 대한 고통이 새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나는 내가 당하기로 된 고통과 당신 아들과 사람들 때문에 하도 눈물을 흘려야 하겠기 때문에 더 흘릴 눈물도 없게 될 가엾은 어머니의 고통에 대한 고통을 느꼈다. 여기서 나는 어떤 예감의 시간에 자기의 노력이 무익하리라는 것을 깨닫는 영웅과 고행자가 느끼는 것과 같은 권태를 느꼈다‥‥그래서 나는 울었다‥‥ 슬픔‥‥이것은 사탄에게는 마력을 가진 부름이 되는 것이다. 고통을 당하는 어떤 시간에 슬퍼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슬픔에 몸을 내맡기고 무기력이나 실망에 빠지는 것이 죄이다. 그러나 사탄은 누가 정신적인 무기력에 빠져 있는 것을 보기만 하면 곧 오게 마련이다. 그는 남의 일을 보기 좋아하는 나그네의 모습을 하고 왔다. 사탄은 언제나 호감이 가는 모습을 한다‥‥나는 시장했었다‥‥내 피 안에는 30년이라는 나이가 들어 있었다. 그는 나를 도와주겠다고 제의하고 이런 말로 서두를 꺼냈다.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하여 보시오’ 하고. 그러나 그보다도 먼저‥‥그렇다‥‥그보다도 먼저 여자 이야기를 하였었다‥‥오 ! 사탄은 여자에 대하여 말을 잘 할줄 안다. 여자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이다. 사탄은 그의 타락시키는 일에 동맹자를 만들려고 우선 여자를 타락시켰다. 나는 하느님의 아들만이 아니라, 나자렛의 장인 예수이기도 하다. 내게 유혹을 당한 일이 있느냐고 물으면서 내가 죄를 짓지 않았다고 하니까 내가 불공평하게 행복하다고 거의 비난하다시피 하는 말을 하는 그 사람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행위는 만족감을 느껴야 멎는다. 유혹은 우리가 그것을 물리친다고 약해지지 않고 더 강해진다. 특히 사탄이 그것을 부추기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고. 나는 여자에 대한 욕구와 음식에 대한 갈망, 이 두 가지 유혹을 물리쳤다. 그런데 사탄은 내가 세상에서 인정을 받게 하는데 가장 훌륭한 동맹자로서 여자를 제의하였었는데, 사람들의 판단에 따르면 그가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라.
‘사람이 관능으로만 살지 않는다’는 내 말로 패배하지 않은 유혹자는 그러자 내 사명에 대하여 말하였다. 유혹자는 젊은 남자인 나를 유혹하다가 안되니까 이번에 메시아를 유혹하려고 하였다. 그는 성전의 자격없는 사제들을 기적으로 없애버리라고 나를 부추겼다‥‥하늘의 불꽃인 기적은 그것을 가지고 관을 만들어 쓰라고 둥근 버들가지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리고 인간적인 목적으로 하느님께 기적을 청함으로 그분을 시험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탄은 그렇게 하라는 것이었다. 그가 내놓는 동기는 핑계였고, 사실은 이러하였다. 즉 나를 교만이라는 다른 욕망으로 이끌어가기 위하여 ‘당신이 메시아라는 것을 뽐내시오’ 하는 것이었다.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떠보지 말라’고 하였다는 내 말에도 지지 않고, 사탄은 그의 본질의 셋째 힘인 황금으로 나를 꾀려고 하였다. 아아 ! 황금. 음식이나 쾌락에 굶주린 사람에게는 빵이 중요한 것이고, 여자는 더 중요한 것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군중들의 환호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이 세 가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잘못이 저질러지는지 모른다 ! 그러나 황금은‥‥그러나 황금은‥‥타락시키는 길을 뚫어주는 관건이고, 사람들의 행동 100분의 99의 처음과 끝이다. 빵과 여자 때문에 사람은 도둑이 된다. 권력을 위하여는 살인까지 한다. 그러나 황금을 위하여는 우상숭배자가 된다. 황금의 왕인 사탄은 내게 그의 황금을 내보이면서 그것을 경배하라고 하였다‥‥나는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만을 예배하라’는 영원한 말씀으로 그를 꿰뚫었다.
그 일이 일어난 것이 바로 여기다.”
예수께서는 일어나셨다. 그분을 둘러싸고 있는 들판에서, 별들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약간 인광(燐光)을 발하는 빛을 받아 보통 때보다 더 커보이신다. 제자들도 일어난다. 예수께서는 유다를 뚫어지게 들여다보시면서 말씀을 계속 하신다.
“그 때에 주의 천사들이 왔다‥‥사람이 세 가지 승리를 거두었었다. 사람이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알았고 승리를 거두었었다. 그는 기진맥진해 있었다. 그 싸움이 오래 계속된 단식보다도 더 지치게 하는 것이었다‥‥그러나 정신이 압도하였다‥‥이성을 지닌 인간으로서의 내 완전한 단언을 듣고 하늘이 감격으로 떨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때부터 내게 기적을 행할 능력이 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하느님이었는데, 사람이 되었었다. 이제는 인간본성에 딸린 동물적인 것을 이겨서 하느님인 사람이 되었다. 나는 하느님인 사람이다. 그리고 하느님으로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또 사람으로서는 모든 것을 경험하였다. 만일 너희들이 내가 한 대로 하고자 하면, 내가 한 것과 같이 행동하여라. 그리고 나를 기억해서 그렇게 하여라.
그 사람은 내가 아버지의 도움을 청하고 나를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해 주십사고 기도한 것에 대하여 놀랐다. 그러므로 내 힘에 겨울 유혹의 위험에 빠져들지 않는 데 대하여 놀랐다. 그러나 그 사람이 지금은 아니까 더 이상 놀라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너희들도 나를 기억하여라. 그리고 나와 같이 이기기 위하여 그와 같이 하여라. 그리고 내가 인생의 모든 시련에 있어서 강하고 오관과 감성과 감정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을 보고 내가 하느님으로서의 존재 외에 참다운 인간성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절대로 의심하지 말아라. 이 모든 것을 기억하여라.
나는 너희들에게 너희 선생을 알 수 있을 곳으로 데려가겠다고 약속하였었다. ‥‥이제 막 밝아오려고 하는 깨끗한 새벽과 같은 그의 인생의 새벽부터 그의 인생의 장년기에 이르기까지, 즉 내 인생의 황혼을 맞이하려고 떠난 그 장년기에 이르기까지 말이다‥‥나는 너희들 중의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나도 준비를 하였다’고. 너희들은 이제 그것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희들이 내가 태어난 곳과 고행을 한 곳에 이렇게 돌아오는 데 같이 와 주어서 고맙다. 세상과의 첫번째 접촉에서 나는 벌써 구역질과 낙망을 느꼈었다. 세상은 너무나 추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 마음이 사자와 같은 힘으로 강화되었다. 묵상기도와 은거(隱居)로 아버지와 하나가 됨으로 강화된 것이다. 이제 나는 내 십자가를, 내 구속사업의 첫번째 십자가를 다시 지러 세상으로 돌아갈 수가 있다. 마리아라는 사람, 요한이라는 사람이 너무도 적은 그 세상과의 접촉이라는 첫번째 십자가를 다시 지러 간다는 말이다‥‥.
이제는 내 말을 잘 들어라. 특히 요한, 너 잘 들어라. 우리는 이제 내 어머니와 친구들에게로 돌아간다. 제발 부탁이니, 당신 아들의 사랑에 대항한 사람들의 냉혹에 대하여 어머니에게 말하지 말아라. 사람들의 이 비정 때문에 어머니는 너무나, 너무나, 정말 너무나 고통을 당하실 것이다‥‥그러나 고난의 쓴 잔을 지금부터 어머니께 드리지 말아라. 어머니께서 그 고난의 잔을 받으실 때 몹시 쓸 것이다 ! 독약과도 같이 몹시 쓰고, 뱀처럼 그분의 거룩한 내장과 혈관으로 스며들어가 그것을 물고 심장을 얼게 할 것이다. 오 ! 베들레헴과 헤브론 사람들이 나를 개처럼 쫓아냈다는 말을 내 어머니께 하지 말아라 ! 내 어머니를 동정해다오 ! 시몬 너는 나이들고 착하고 생각이 깊으니까 말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유다 너는 유다인이니 고향을 사랑하는 자존심으로 말을 안할 것이다. 그러나 젊은 갈릴래아 사람인 너 요한은 교만과 비난과 잔인의 죄에 떨어지지 말아라. 입을 다물어라. 이 다음에‥‥나중에는 내가 지금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여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리스도에 대하여 말할 것이 벌써 이렇게 많은데, 뭣 때문에 사탄에게서 그리스도에 반대하여 오는 것을 거기에 섞겠느냐? 너희들은 이 모든 것을 내게 약속하겠느냐?”
“아이고 ! 선생님, 약속하구 말구요 ! 걱정마세요 !”
“고맙다. 저 작은 오아시스에까지 가자. 거기에는 샘이 있고, 시원한 물이 가득 찬 빗물받이 웅덩이가 있고, 그늘과 푸른 초목이 있다. 강으로 가는 길은 숲을 끼고 나 있다. 우리는 거기서 저녁 때까지 먹을 것과 쉴 곳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별빛으로 길을 찾아 강의 걸어서 건너는 곳으로 가서 요셉을 기다리기로 하자. 그렇지 않고 요셉이 벌써 돌아와 있으면 그가 있는 곳으로 가서 합류하자. 가자.”
그러면서 일행은 길을 떠난다. 그 동안 동쪽에서는 첫번째 불그레한 빛이 새 날이 밝아 온다는 것을 알린다.
*역주 : 기원전 2세기에 생겨나서 기원후 1세기말에 없어진 것으로 생각되는 유다교의 3대파 중의 하나로, 이곳 사람들은 엄격한 공동생활을 하였다고 함.
*역주 : 스타드는 고대 그리이스의 거리 단위로 약 180∼190미터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