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마리아와 요셉이 짐승들의 처지를 같이하며 의지할 곳을 얻은 그 초라한 돌 투성이 피난소의 내부를 보고 있다.
  작은 모닥불도 졸고 있고, 불을 살피는 사람도 졸고 있다. 마리아는 그의 자리에서 머리를 쳐들고 바라본다. 마리아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이 머리를 가슴에 파묻고 있는 요셉을 보고, 깨어 있겠다는 그의 착한 뜻이 피로에 꺾였구나 하고 생각한다. 마리아는 미소 짓는다, 환한 미소이다. 마리아는 장미꽃에 앉는 나비가 내는 소리보다도 더 조용하게 앉았다가 무릎을 꿇는다. 마리아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고 기도를 드린다. 팔을 거의 십자 모양으로, 손바닥을 위로 한 채 앞으로 내밀고 기도하는데, 그 힘든 자세로 피로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다가 한층 더 심각한 기도의 자세로 얼굴을 건초에 대고 엎드린다. 기도가 오래 계속 된다.
  요셉이 잠이 깬다. 그는 불이 거의 죽어 가고 외양간이 거의 어둠에 싸여 있음을 본다. 잔가지를 한 줌 던지니 불꽃이 다시 살아난다. 그는 큰 가지를 얹고, 그 다음에는 더 큰 가지들을 얹는다. 이 폐허 사방에 파고드는 조용한 겨울밤의 추위가 매서울 것이기 때문이다. 가엾은 요셉은 문 -요셉의 겉옷이 막아보려고 하는 그 뚫린 구멍을 이렇게 부르기로 하자- 바로 곁에 있기 때문에 꽁꽁 얼었을 것이 틀림없다.
  그는 손을 불꽃 가까이 갖다 대고, 샌들을 벗고 발도 불 가까이 갖다 댄다. 몸을 녹이는 것이다. 불이 잘 붙고, 그 불빛이 확실해지자 몸을 돌린다. 그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칙칙한 건초 위에 밝은 빛을 그어 놓던 마리아의 베일의 그 흰빛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요셉은 천천히 일어나서 자리로 가까이 간다.
  “마리아, 자지 않소?” 하고 묻는다. 그는 세번이나 그 말을 묻는다. 마침내 마리아가 그것을 깨닫고 대답한다.
  “기도드리고 있어요.”
  “아무것도 필요한 것이 없소?”
  “없어요.”
  “좀 자도록 해보오. 적어도 좀 쉬기라도 해요.”
  “그렇게 해보겠어요. 그렇지만 기도를 드리는 것은 피곤하지 않아요.”
  “잘자요, 마리아.”
  “잘자요, 요셉.”
  마리아는 다시 자기의 자세로 돌아간다. 요셉은 더 이상 잠에 지지 않으려고 불 곁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기도한다. 불에 나무를 얹을 때나 손을 뗀다. 그리고는 다시 열렬한 기도로 돌아간다. 나무가 탁탁 튀는 소리와 가끔 땅바닥을 두드리는 나귀의 굽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달빛 한 줄기가 천장의 터진 틈으로 들어오는데, 마리아를 찾아오는 은빛 칼날 같다. 달빛은 달이 하늘에 올라감에 따라서 점점 더 깊어지더니 마침내 마리아에게 이른다. 이제는 달빛이 기도드리는 마리아의 머리에 와 있다. 달빛은 마리아를 빛나는 흰 빛깔의 후광으로 둘러 싼다.
  마리아는 하늘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머리를 들고 다시 무릎을 꿇는다. 아아! 이 순간엔 정말 아름답다! 마리아가 머리를 드는데, 흰 달빛으로 빛나는 것 같고, 인간의 것이 아닌 미소로 변모하였다. 그 순간에 마리아는 무엇을 보는 것일까? 무슨 소리를 듣는것일가? 무엇을 느끼는 것일까? 나는 다만 마리아 주위에 빛이 커지고, 커지고, 또 커진다는 것밖에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 빛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 같고 마리아의 둘레에 있는 보잘 것 없는 물건들에서 발산하는 것 같고, 특히 마리아에게서 발산하는 것 같다.
  짙은 하늘빛인 마리아의 옷이 지금은 물망초와 같은 부드러운 하늘빛을 띠었고, 손과 얼굴은 거대한 밝은 청옥의 불 아래 있는 것처럼 하늘빛이 된 것 같다. 이 빛깔을 보니, 비록 더 엷기는 하지만 거룩한 천국에 대한 환시에서 봤던 빛깔이 생각나고 또 동방 박사들이 오는 것을 본 환시의 빛깔도 생각난다. 그 빛깔은 특히 물건들 위로 점점 더 퍼져서 그것들을 감싸고 깨끗하게 하고 찬란하게 해 준다.
  마리아의 몸에서 빛이 점점 더 발산하여 달빛을 흡수한다. 그 빛이 하늘에서 내려올 수 있는 모든 것을 끌어당기는 것 같다. 이제부터는 마리아가 빛을 맡아 가지고 있는 여자이고, 세상에 그 빛을 주게 될 여자이다. 세상에 주어지려는 찬란하고, 저항할 수 없고, 더불어 헤아릴 수 없으며, 영원하고 숭고한 이 빛이 새벽과 더불어, 새벽을 알리는 지저귐과 더불어, 깨어나는 새벽빛과 더불어, 점점 더 커지는 빛나는 원자들의 합창과 더불어, 거대한 향의 소용돌이 모양으로 올라오고 또 올라오는 밀물처럼, 급류같이 내려와서 베일 모양으로 펼쳐지는 밀물처럼 퍼진다‥‥.
  갈라진 틈과 거미줄과 절묘하게 균형잡힌 것같이 보이는 불쑥 나온 파편투성이이며, 꺼멓고, 그을은, 혐오감을 일으키는 천장이 왕이 사는 방과 같이 보인다. 돌 하나하나가 은덩어리 같고, 틈 하나하나가 유백색으로 빛나며, 거미줄 하나하나가 은과 금강석으로 짠 천개(天蓋)와 같다. 두 돌덩어리 사이에서 동면하는 큰 도마뱀은 어떤 여왕이 거기에 잊어버린 벽옥(碧玉) 목걸이와 같고, 동면하는 한 무리의 박쥐는 귀중한 풀마노(瑪瑙)와 같은 빛을 풍긴다. 제일 높은 구유에서 늘어져 있는 건초는 이제는 풀이 아니고, 물결치는 머리채처럼 우아하게 공중에서 흔들리고 있는 순은실, 정말 순은실이다.
  투박한 나무로 만든 아래 구유는 광을 낸 은덩어리가 되었다. 벽들은 수단으로 덮인듯하고 비단의 흰 바탕이 도드라지게 수놓은 진주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땅바닥은‥‥땅바닥이 이젠 어떻게 되었는지? 흰 빛으로 비추어진 수정이다. 불쑥 내민 곳들은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땅위에 던져 놓은 빛나는 장미꽃들과 같다. 그리고 구멍들은 향기와 좋은 냄새를 풍기는 귀중한 잔들과 같다.
빛은 점점 더 환해진다. 눈부시어 눈으로 그 빛을 견딜 수가 없다. 그 빛 속으로, 마치 백열한 빛의 베일에 빨려 들어가듯이 동정녀가 사라진다‥‥그리고 그 빛에서 어머니가 나타난다.
  그렇다. 내 눈이 빛을 견딜 수있게 되었을 때, 나는 마리아가 갓난 아들을 안고 있는 것을 본다. 장미꽃 봉오리 만한 손과 장미꽃 속에라도 넉넉히 들어갈 수 있을 작은 발을 흔들며 몸부림치는 분홍빛의 토실토실한 작은 아기, 작은 나무딸기같이 빨간 입을 벌리고, 장미빛 입천장을 맞치는 작은 혀를 보이면서 꼭 금방 난 어린 양의 목소리같이 떨리는 목소리로 우는 아기.
  어떻게나 엷은 금발인지 머리카락이 없는 것같이 보이는 작은 머리, 동그란 작은 머리를 흔드는 아기. 어머니는 그 작은 머리를 한손바닥으로 받쳐 들고, 동시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아기에게 경배하고, 거기에 입맞춤을 하려고 머리를 숙인다. 그러나 순결한 머리에 입맞추지 않고. 우리를 위하여 뛰고 또 뛰는 작은 심장이 있는 가슴 한가운데에 입맞춘다‥‥나중에 상처를 입게 될 그곳에, 어머니는 티없는 이의 입맞춤으로 그 상처를 미리 처매준다.
  환한 불빛 때문에 잠이 깬 소는 요란스러운 굽소리를 내며 일어나서 운다. 나귀도 머리를 들고 운다. 그놈들은 빛 때문에 잠이 깼다. 그러나 나는 그놈들이 자신들을 위하여 또 모든 동물들을 대신하여 그들의 창조주께 인사를 드리고자 하였다고 믿고 싶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에서 초연할 정도로 열심히 마치 탈혼상태에서처럼 기도하고 있던 요셉도 몸을 흔든다. 그리고 얼굴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이상한 빛이 새어들어오는 것을 본다. 그는 얼굴에서 손을 떼고 머리를 들고 돌아선다. 서 있는 소에 가려 마리아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마리아가 그를 부른다. “요셉, 이리 오세요.”
  요셉은 달려가다가 그 광경을 보고 흠숭하는 마음으로 꼼짝 못하게 된 것같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으려고 한다. 그러나 마리아가 조른다. “오세요, 요셉.” 마리아는 왼손으로 건초를 짚고 오른손으로는 아기를 붙잡고 가슴에 꼭 껴안으면서, 다가오려는 마음과 불경스러움을 걱정하는 두려움 사이에서 망설이는 요셉 쪽으로 간다.
  잠자리 맡에서 두 부부가 만나 행복의 눈물을 흘리며 서로 쳐다본다.
  “오세요. 예수를 아버지께 바칩시다.” 하고 마리아가 말한다.
  요셉이 무릎을 꿇는 동안, 마리아는 천장을 받치고 있는 두 들보 사이에 서서 두 팔로 아기를 쳐들고 말한다. “제가 여기 있습니다. 하느님, 이 말씀은 아기를 대신해서 드리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려고 제가 여기 왔습니다. 그리고 아기와 더불어 저 마리아와 제 남편 요셉도 여기 있습니다. 주님, 당신의 종들이 여기 있습니다. 어느 때든지 어떤 경우에든지 당신의 영광과 당신의 사랑을 위하여 당신의 뜻이 저희들을 통하여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나서 마리아는 몸을 숙이고 말한다. “요셉, 받으세요.” 그러면서 아기를 준다.
  “나! 나에게! 아! 안되오! 나는 자격이 없소!” 요셉은 하느님을 만져야 한다는 생각에 당황하여 몹시 겁을 내고 있다.
  그러나 마리아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집한다. “당신은 넉넉히 그럴 자격이 있어요. 당신보다 더 자격있는 사람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당신을 택하셨어요. 요셉, 아기를 받으세요. 그리고 제가 배내옷을 찾는 동안 안고 계셔요.”
  요셉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팔을 내밀어 작은 아기 몸을 안는다. 아기는 추워서 운다. 요셉이 아기를 안았을 때의 경외심으로 아기를 멀리 떨어져 있게 하려는 생각은 오래지 않았다. 그는 아기를 가슴에 껴안고 흐느끼면서 말한다. “오! 주! 내 하느님!” 그리고 그 작은 발에 입맞추려고 얼굴을 숙이다가 발이 꽁꽁 얼어 있는 것을 느낀다. 그러자 땅바닥에 앉아 아기를 품에 꼭 껴안는다. 그리고 그의 갈색 옷과 두 손으로 아기를 가려 주고 따뜻하게 해 주고 밤바람을 막아 주려고 애쓴다. 불 옆으로 가고 싶었지만, 거기에는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있다. 그가 있는 곳에 그대로 있는 것이 낫다. 바람을 막아 주고 약간의 열을 그들에게 줄 두 짐승사이로 가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보는 것 같다. 그는 소와 나귀 사이로 가서 어깨를 문쪽으로 돌리고 갓난 아기 위로 몸을 숙여 그의 가슴으로 오목한 공간을 만든다. 그 공간의 안쪽 벽은 귀가 긴 회색 머리와 김을 내뿜는 콧구멍과 축축한 순한 눈을 가진 커다란 흰 입이다.
  마리아는 궤를 열고 속옷과 기저귀를 꺼냈다. 마리아는 그것들을 따뜻하게 하려고 불 옆으로 갔다. 이제는 요셉에게로 가서 따뜻해진 속옷을 아기에게 입히고 나서 작은 머리를 그의 베일로 감싸준다. “이제는 아기는 어디다 누일까요?” 하고 말한다.
  요셉은 휘 둘러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가 말한다. “기다려요. 두 짐승들과 꼴을 좀 더 저쪽으로 밉시다. 더 윗쪽에 있는 먹이통에서 건초를 끌어내려 이 안에 넣읍시다. 이 구유의 전이 바람을 막아 줄 것이고, 건초는 베개가 될 것이고, 소가 입김으로 아기를 좀 따뜻하게 해 줄거요. 소가 나아요. 소는 참을성이 더 많고 조용하니까.” 그리고 요셉은 일을 시작한다. 그동안 마리아는 아기를 가슴에 꼭 껴안고 흔들면서 그 작은 머리를 따뜻하게 해 주려고 뺨을 갖다 댄다.
  요셉은 불꽃을 활활 일게 하려고 나무를 아끼지 않고 불을 더 잘타게 한다. 건초를 불에 쬐어서 차차 말리고, 다시 차지는 것을 막으려고 가슴에 안는다. 그런 다음 아기의 요를 만들 만큼 건초를 넉넉히 모았을 때 구유로 가서 그것을 정리하여 요람을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자 다 했소. 이제는 아기가 건초에 찔리지 않게, 그리고 아기를 덮어 주게 담요가 한장 있어야겠는데‥‥”
  “제 겉옷을 갖다 쓰세요” 하고 마리아가 말한다.
  “당신이 추울텐데.”
  “오! 그건 괜찮아요. 담요는 너무 까칠까칠해요. 겉옷이 부드럽고 따뜻해요. 저는 조금도 춥지 않아요. 그렇지만 아기가 이제는 고통을 당하지 말아야 해요.”
  요셉은 폭신한 짙은 파란색 모직으로 지은 넓은 겉옷을 집어 두 겹으로 해서 건초 위에 깔았는데, 겉옷의 한 자락이 구유 밖으로 쏠려 있다. 구세주의 첫 번째 침대가 준비되었다.
어머니는 물결치는 것 같은 걸음걸이로 아기를 안고 가서 내려놓고 겉옷 자락으로 덮어 주고는, 겨우 마리아의 얇은 베일로 건초에 찔리지 않게 되어 건초에 파묻힌 맨 머리 둘레를 겉옷 자락으로 싸준다. 드러나 있는 것은 주먹만한 작은 얼굴뿐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구유 쪽으로 몸을 숙이고 행복해하며 아기가 처음 잠자는 것을 들여다본다. 따뜻한 배내옷과 건초가 아기의 울음을 그치게 하였고 온순한 예수를 잠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