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는 그 옛날 모든 일을 하시기 전에 당신의 첫 작품으로 나를 지으셨다.”
(솔로몬, 잠언 8장 22절)

예수님께서 내게 명하신다.

“완전히 새 공책 하나를 가져오너라. 첫 장에 8월 16일의 받아쓴 글을 옮겨 적어라. 이 책에서는 마리아에 대하여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나는 순명하여 그대로 옮겨 적는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오늘은 이것만 써라.

순결은 그토록 큰 가치를 지니기에, 한 피조물의 태가 무한하신 분을 품을 수 있었다. 이는 하느님의 피조물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지고한 순결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께서는 당신의 완전한 속성을 지니신 채 내려오시어, 당신의 세 위격으로 그 안에 머무르셨고, 당신의 무한하심을 작은 공간 안에 담으셨다. 그러나 그 때문에 조금도 줄어드신 것은 아니었다. 동정녀의 사랑과 하느님의 뜻이 그 공간을 넓혀 마침내 하늘이 되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삼위일체께서는 당신의 고유한 특성에 따라 당신 자신을 드러내셨다.

성부께서는, 여섯째 날(창세기 1,24-31)에 그러하셨듯이 다시금 피조물의 창조주가 되시어, 참되고, 당신께 합당하며, 당신을 완전히 닮은 한 ‘딸’을 가지셨다. 하느님의 모습은 마리아 안에 너무도 뚜렷이 새겨져 있었으므로, 오직 성부의 맏아드님만이 그분보다 더 뛰어나실 뿐이었다. 그러므로 마리아는 하느님 아버지의 ‘둘째’라 불릴 수 있다. 이는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완전함을 보존하였고, 하느님의 배필이며 하느님의 어머니, 또한 하늘의 여왕이라는 존엄으로 말미암아, 성부의 아드님 다음 자리에 계시며, 영원으로부터 그분 안에서 기쁨을 누리신 하느님의 영원한 생각 안에서도 성자 다음 자리를 차지하시기 때문이다.

성자께서는, 마리아에게도 ‘아들’이 되시어, 아직 그분의 태 안에서 자라나는 하나의 작은 싹에 지나지 않으셨을 때부터, 은총의 신비를 통하여 당신의 진리와 지혜를 가르쳐 주셨다.

성령께서는 사람들 가운데 앞당겨진 오순절로, 또한 연장된 오순절로 나타나셨다. “사랑하신 그 여인” 안에서는 사랑으로, 그 태의 열매를 통하여 사람들에게는 위로로, 거룩하신 분의 모성을 통하여는 성화로.

하느님께서는 구속의 시대를 시작하는 새롭고도 완전한 모습으로 당신 자신을 사람들에게 드러내시기 위하여, 하늘의 별 하나를 당신의 옥좌로 선택하지 않으셨고, 권세 있는 자의 궁전도 선택하지 않으셨다. 당신 발의 받침으로 천사들의 날개조차 원하지 않으셨다. 당신께서 원하신 것은 티 없는 한 태였다.

하와도 티 없이 창조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 자신을 타락시키기를 원하였다.

반면 마리아는 타락한 세상에서 살면서도―하와는 오히려 순수한 세상에 있었다―죄를 향한 생각 하나로조차 자신의 순결을 손상시키기를 원하지 않으셨다.

그분은 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셨다. 죄의 온갖 서로 다른 흉측한 모습을 보셨다. 모두 보셨다. 가장 끔찍한 것, 곧 하느님을 죽이는 죄까지도 보셨다. 그러나 그것들을 아신 것은 그것들을 속죄하시기 위해서였고, 또한 영원토록 죄인들을 가엾이 여기시며 그들의 구원을 위하여 기도하시는 분이 되시기 위해서였다.

이 묵상은 내가 너와 많은 사람의 위로를 위하여 앞으로 들려줄 다른 거룩한 이야기들의 서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