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하는 친구들과 스승들 사이에서 신부의 예복을 입은 마리아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들 가운데에는 엘리사벳도 있다. 눈처럼 새하얀 아마포 옷이 온몸을 감싸고 있는데, 그 천은 너무도 부드럽고 고와 마치 귀한 비단처럼 보인다. 금과 은을 정교하게 조각 세공한 허리띠가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고 있다. 허리띠는 작은 사슬로 서로 이어진 메달 모양의 장식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장식에는 세월이 흘러 짙은 빛을 띠게 된 은판 위에 황금빛 선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아직 어린 소녀인 마리아에게는 허리띠가 조금 큰 탓인지, 끝의 세 개 메달 장식이 앞쪽으로 늘어져 넓게 펼쳐진 긴 옷의 주름 사이로 흘러내린다. 옷은 너무 길어 살짝 바닥을 끌 정도이다. 조그만 발에는 새하얀 가죽 샌들을 신고 있으며, 은 버클이 달려 있다. 목둘레는 금으로 만든 작은 장미 장식과 정교한 은 세공 장식이 이어진 사슬로 여며져 있다. 이 장식은 허리띠의 무늬를 작게 되풀이한 것으로, 넓게 파인 목둘레의 큼직한 고리들 사이를 지나며 옷감을 곱게 모아 작은 프릴 같은 주름을 이루고 있다.
그 주름진 흰 옷깃 사이로 드러난 마리아의 목은 마치 귀한 고운 천에 감싸인 줄기처럼 우아하다. 그 목은 더욱 가늘고 더욱 희어 보인다. 백합 같은 얼굴을 떠받치는 한 줄기의 백합 줄기와도 같다. 감격으로 얼굴빛은 더욱 창백해졌지만, 더욱 순결해 보인다. 지극히 순결한 성체와도 같은 얼굴이다. 머리카락은 더 이상 어깨 위로 늘어뜨리지 않았다. 아름답게 땋아 틀어 올린 머리는 매듭을 이루고 있고, 윗부분에 섬세한 은 세공을 한 귀한 은빛 머리 장식들이 그것을 단정하게 고정하고 있다.
어머니의 베일은 그 땋은 머리 위에 얹혀, 고운 이마를 두른 귀한 머리 장식 아래로 우아한 주름을 이루며 흘러내린다. 마리아는 어머니보다 키가 작아, 그 베일은 안나에게는 허리까지 닿았지만 마리아에게는 엉덩이를 지나도록 내려온다. 손에는 아무 장식도 없고 손목에는 팔찌만 끼고 있다. 손목이 너무 가늘어서, 어머니의 묵직한 팔찌는 손등까지 흘러내려 와 있다. 손을 한번 흔들기만 해도 바닥으로 떨어질 것만 같다.
친구들은 마리아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들은 마치 작은 참새 떼처럼 즐겁게 재잘거리며 질문과 감탄의 말을 주고받는다.
“어머니 것이야?”
“오래된 것들이다, 그렇지?”
“사라, 이 허리띠 정말 예쁘다!”
“수산나, 이 베일 좀 봐! 얼마나 섬세한지! 여기 수놓인 백합꽃도 좀 봐!”
“마리아, 팔찌 좀 보여 줘! 그것도 네 어머니 것이었니?”
“어머니께서 쓰셨던 것이야. 하지만 원래는 친할머니 것이었어.”
“아, 이것 좀 봐! 솔로몬의 인장이 가느다란 종려나무 가지와 올리브 가지에 서로 어우러져 있고, 그 사이에는 백합과 장미가 새겨져 있어. 아, 누가 이렇게 정교하고도 세밀한 솜씨로 만들었을까?”
“다윗 가문의 것이야.” 마리아가 설명한다. “수세기 동안 가문의 여인들이 혼인할 때마다 착용해 왔고, 상속녀에게 대대로 물려주는 것이야.”
“그렇지! 너는 가문의 상속녀니까…”
“나자렛에서 모두 가져온 거니?”
“아니.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사촌언니가 혼수품을 잘 보관하려고 자기 집으로 가져갔어. 이제 다시 가져다준 거야.”
“어디 있는데? 어디 있어? 우리에게도 보여 줘.”
마리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친절하게 보여 주고 싶기도 했지만, 무거운 궤 세 개에 가지런히 담아 둔 물건들을 모두 꺼내어 어지럽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 스승들이 나서서 마리아를 도와준다.
“신랑이 곧 도착할 것입니다. 지금은 어질러 놓을 때가 아니에요. 지치게 하지 말고, 마리아를 그냥 두세요. 여러분도 가서 준비하도록 하세요.”
재잘거리던 참새 떼 같은 소녀들은 조금은 시무룩한 얼굴로 물러간다. 마리아는 비로소 마음 편히 스승들과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고, 스승들은 그녀에게 칭찬과 축복의 말을 아낌없이 들려준다. 엘리사벳도 가까이 다가온다. 그리고 프누엘의 한나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마리아를 향해 “딸아!” 하고 부르며, 참으로 어머니 같은 사랑으로 입을 맞추자, 엘리사벳이 마리아에게 말한다.
“마리아, 네 어머니는 안 계시지만, 또한 계신단다. 그분의 영은 네 곁에서 너와 함께 기뻐하고 계셔. 그리고 보렴. 지금 몸에 지니고 있는 이 모든 것은 다시금 네 어머니의 손길을 느끼게 해 준단다. 아직도 그 입맞춤의 온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 아주 오래전, 네가 성전에 들어오던 그날, 네 어머니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나는 저 아이를 위해 신부 옷과 혼수를 모두 마련해 두었어. 아이가 입을 아마포도 내가 직접 마련하고, 신부 옷도 내가 직접 지어 주고 싶어. 저 아이가 가장 기쁜 그날, 내가 그 자리에 없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말이야. 네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무렵, 내가 곁에서 돌봐 드리곤 했는데, 그분은 저녁마다 네가 처음 입었던 옷들과 지금 네가 입고 있는 이 옷들을 쓰다듬고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단다.
‘여기에서 내 작은 아이에게서 나던 자스민 향기가 느껴져. 그리고 여기 훗날 저 아이가 자기 엄마의 입맞춤을 느끼게 하고 싶어.’
네 이마를 감싸고 있는 이 베일에는 얼마나 많은 입맞춤을 하셨는지! 실보다도 더 많은 입맞춤이 담겨 있단다!… 네 어머니가 손수 짠 천으로 만든 그 옷은 실로만 짜인 것이 아니라 네 어머니의 사랑으로 짜인 것임을 기억하여라. 이 장신구들도 마찬가지란다…. 힘들고 어려운 때에도 네 아버지께서 이것들을 너를 위해 지켜 내셨다. 오늘 이 시간, 다윗의 공주에게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입혀 주기 위해서 말이다. 기뻐하여라, 마리아. 너는 고아가 아니란다. 네 부모님은 지금도 너와 함께 계시고, 또한 너에게는 아버지이면서 어머니와도 같은 신랑이 있단다. 그는 그만큼 완전한 사람이니까….”
“아, 네! 정말 그래요! 그분에 대해서만큼은 조금도 불평할 것이 없어요.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동안 벌써 두 번이나 다녀가셨고, 오늘은 세 번째로 오시는 거예요. 비와 거센 바람도 마다하지 않고 오시는 것은 제게 무엇을 할지 물으시기 위해서예요…. 생각해 보세요. 제게 지시를 받으러 오신다니요! 저는 보잘것없는 여인이고, 그분보다 훨씬 어린데도 말이에요! 그분은 제 부탁을 한 번도 거절하신 적이 없어요. 아니, 제가 부탁하기도 전에 먼저 알아채세요. 마치 천사가 제가 무엇을 바라는지 그분께 알려 주는 것 같아요. 제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분이 먼저 말씀하시거든요. 지난번에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마리아, 나는 당신이 친정집에서 지내기를 더 원할 것 같소. 당신은 가문의 상속녀이니,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소. 내가 당신의 집으로 들어가겠소. 다만 관습을 지키기 위해서는 당신이 일주일 동안 내 형제 알패오의 집에 머물러야 하오. 마리아도 벌써 당신을 무척 사랑하고 있소. 그리고 혼인식 저녁에는 그 집에서 행렬이 출발하여 당신을 우리 집으로 모셔 올 것이오.’
친절하시지 않나요? 사람들이 ‘그에게는 신부가 마음에 들어 할 만한 집이 없나 보다.’ 하고 말하게 되는 것조차 조금도 개의치 않으셨어요…. 사실 저는 그분이 계시는 곳이라면 어디든 늘 좋았을 거예요. 그분은 정말 선하신 분이니까요. 하지만 역시… 저는 제 집이 더 좋아요…. 그곳에는 추억이 있으니까요…. 아, 요셉은 정말 선하신 분이에요!”
“서원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던? 아직 그 얘기는 안 해 줬잖니.”
“조금도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제가 그 이유를 말씀드리자 이렇게 말하셨어요. ‘나도 당신의 희생에 내 희생을 함께 바치겠소.’”
“거룩한 젊은이로구나!” 하고 프누엘의 한나가 말한다. 바로 그때, 그 ‘거룩한 젊은이’가 즈카르야와 함께 들어온다. 그의 모습은 말 그대로 눈부시다. 온몸을 황금빛 노란 옷으로 차려입은 모습은 마치 동방의 군주와도 같다. 화려한 허리띠에는 주머니와 단검이 매달려 있다. 주머니는 금실 자수가 놓인 고급 가죽으로 만들었고, 단검집 역시 금 장식이 새겨진 고급 가죽으로 되어 있다.
머리에는 터번 같은 것을 쓰고 있다. 곧 오늘날에도 베두인 같은 일부 아프리카 민족들이 쓰는 것처럼 천을 머리에 뒤집어써 후드 모양을 이룬 것이다. 그것은 가느다란 금실로 만든 귀한 머리띠에 의해 고정되어 있으며, 그 머리띠에는 작은 은매화나무 가지 다발들이 묶여 있다. 새로 마련한 술 장식이 풍성한 겉옷을 위엄 있게 걸치고 있는데, 온몸이 기쁨으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그의 두 손에는 꽃이 핀 은매화나무 가지 다발들이 들려 있다.
“평화가 당신과 함께하기를, 나의 신부여!” 요셉이 인사한다. “여러분 모두에게도 평화가 함께하기를.”
인사를 받은 뒤 그가 말을 이었다.
“내가 당신의 동산에서 가져온 가지를 드렸던 그날, 당신이 얼마나 기뻐하는지를 보았소. 그래서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동굴 근처에서 꺾은 은매화나무 가지를 가져왔소. 당신 집 곁에서 벌써 첫 꽃을 피우기 시작한 장미도 가져오고 싶었소. 하지만 장미는 며칠씩 계속되는 여행을 견디지 못하오…. 그랬다면 나는 가시만 들고 왔을 것이오. 사랑하는 이여, 나는 당신께 장미꽃만을 드리고 싶소. 부드럽고 향기로운 꽃들로 당신의 길을 가득 덮어, 당신이 그 위에 발을 디딜 때 더러움이나 거친 것을 만나지 않게 하고 싶소.”
“아,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 싱싱한 채로 가져오실 수 있었다니 어떻게 하신 거예요?”
“안장에 작은 물병을 매달고, 그 안에 꽃가지를 넣어 두었소. 오는 길에 꽃들이 피어났지요. 자, 받으시오, 마리아. 당신의 머리가 신부의 상징인 순결의 화관으로 꾸며지기를 바라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언제까지나 당신 마음속에 있는 순결보다 훨씬 작은 것일 뿐이오.”
엘리사벳과 스승들은 요셉이 가져온 흰 은매화나무 꽃송이들을 귀한 머리띠에 하나하나 고정하여 작은 화관을 만들고, 궤 위에 놓인 꽃병에서 작은 흰 장미를 가져와 그 사이사이에 곱게 엇갈려 꽂아 마리아를 꾸며 준다. 마리아는 넓고 새하얀 망토를 집어 들어 어깨에 걸치려 한다. 신랑이 먼저 다가와 도와준다. 그는 은버클 두 개로 넓은 망토를 마리아의 어깨 위에 정성껏 여며 준다. 그러자 스승들은 사랑과 정성을 다해 그 망토의 주름을 아름답게 다듬어 준다. 준비가 끝났다.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동안, 요셉은 마리아를 조금 한쪽으로 데리고 가 조용히 말한다.
“그동안 나는 당신의 서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소. 나는 이미 그것을 함께하겠다고 당신에게 말했었지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할수록, 여러 번 갱신하는 한시적인 나지르인의 서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소. 마리아, 나는 당신을 이해했소. 나는 아직 빛의 말씀을 받을 자격이 없소. 그러나 그 속삭임이 내게 들려오고, 적어도 그 가장 큰 윤곽만큼은 당신의 비밀을 읽을 수 있게 되었소.
나는 가난하고 무식한 사람이오, 그저 보잘것없는 일꾼에 지나지 않소. 학식도 없고 재산도 없소. 그러나 내 보물을 당신 발 앞에 바치겠습니다. 영원히. 곧 나의 완전한 정결을 바칩니다. 하느님의 동정녀이신 당신 곁에 설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입니다.
우리의 조상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나의 누이 나의 신부여, 그대는 닫힌 정원, 봉해진 우물’ (아가 4,12) 아마도 그분은 당신을 미리 보었기에 이 노래를 썼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이 향기로운 정원의 수호자가 되겠소. 그 안에는 가장 귀한 열매들이 있고, 거기서 생명의 샘물이 부드럽고 또 힘차게 솟아납니다.
오, 나의 신부여. 당신의 순결함으로 내 영혼을 사로잡은 이여. 지극히 아름다운 이여. 새벽빛보다 더욱 아름답고, 당신의 마음이 빛나기에 태양처럼 빛나는 이여. 오, 당신의 하느님과 세상을 향한 사랑 그 자체가 된 이여. 여인으로서의 희생을 통하여 세상에 구세주를 드리고자 하시는 이여. 오시오, 나의 사랑하는 이여.”
그는 부드럽게 마리아의 손을 잡고 문을 향해 이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들을 따른다. 밖으로 나오자 모두 흰옷을 입고 베일을 쓴 친구들이 기쁨에 넘쳐 그들과 합류한다. 그들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뜰과 회랑을 지나 걸어간다. 성전은 아니지만, 예배를 위해 마련된 방처럼 보이는 곳에 마침내 이른다. 그곳에는 회당에서처럼 등잔들과 양피지 두루마리들이 놓여 있다. 신랑과 신부는 강론대와도 같은 높은 독서대 앞까지 나아가 그곳에 서서 기다린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 뒤에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잡고 선다. 사제들과 구경꾼들도 뒤쪽으로 모여들어 가득 메운다. 엄숙한 가운데 대사제가 들어온다.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술렁임이 있다.
“대사제께서 직접 혼인 예식을 집전하시는 건가?”
“그렇네. 신부는 왕가와 사제 가문의 혈통을 이었기 때문이오. 다윗과 아론의 꽃이며, 성전의 동정녀이지. 신랑도 다윗 지파 사람이오.”
대사제는 신부의 오른손을 신랑의 오른손 위에 얹어 주고, 엄숙하게 축복한다.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하느님께서 두 분과 함께. 주님께서 두 분을 하나로 맺어 주시고, 당신의 축복을 두 분 안에서 이루어 주소서. 둘에게 당신의 평화와 많은 후손과 장수를 허락해 주소서. 마침내 아브라함의 품 안에서 복된 죽음을 맞게 하소서.”
그리고 그는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엄숙하게 물러간다. 혼인의 서약이 이루어졌다. 마리아는 이제 요셉의 아내가 되었다. 모든 사람이 밖으로 나와, 여전히 질서정연하게 한 방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혼인 계약서가 작성된다. 그 계약서에는 다윗의 후손 요아킴과 아론의 후손 안나의 상속녀인 마리아가 신랑에게 지참금으로 자기 집과 그에 딸린 재산, 자신의 혼수 일체와 아버지에게서 상속받은 모든 재산을 가져온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모든 절차가 끝났다. 신랑과 신부는 뜰로 나온다. 그리고 성전에서 봉사하는 여인들의 거처 근처에 있는 출구를 향해 걸어간다. 그곳에는 크고 튼튼한 마차 한 대가 기다리고 있다. 마차에는 햇빛과 비를 가릴 천막이 씌워져 있고, 마리아의 무거운 궤들도 이미 실려 있다.
작별 인사…. 입맞춤…. 눈물…. 축복…. 권고와 당부…. 모든 것이 끝난 뒤, 마리아는 엘리사벳과 함께 마차 안으로 올라탄다. 앞자리에는 요셉과 즈카르야가 앉는다. 그들은 축제용 겉옷은 벗어 두고 모두 짙은 색의 큰 망토를 두르고 있다. 마차는 검은 준마의 묵직한 속보에 맞추어 달려간다. 성전의 성벽이 멀어지고, 이어 도성의 성벽도 멀어진다. 이윽고 들판이 펼쳐진다. 봄의 첫 햇살 아래 새롭고 싱그럽게 피어난 대지이다. 곡식들은 땅에서 한 뼘쯤 자라 있었고, 산들바람에 물결치며 흔들리는 작은 잎들은 마치 잘게 쪼갠 에메랄드 같아 보인다. 그 바람은 복숭아꽃과 사과꽃의 향기를 머금고, 꽃핀 토끼풀과 들박하의 향기를 실어 온다. 마리아는 베일 아래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이따금 휘장을 젖히고, 멀어져 가는 성전과 떠나온 도성을 다시 바라본다…. 환시는 이렇게 끝난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지혜를 찬양하는 지혜서는 무엇이라고 말하느냐? (지혜 7,22-27)
‘지혜 안에 있는 정신은 명석하고 거룩하며 유일하고 다양하고 섬세하며….’ 그리고 계속해서 지혜의 특성을 열거한 다음 이렇게 맺는다. ‘….전능하고 모든 것을 살핀다. 또 명석하고 깨끗하며 아주 섬세한 정신들을 모두 통찰한다. 지혜는 어떠한 움직임보다 재빠르고 그 순수함으로 모든 것을 통달하고 통찰한다. 지혜는 하느님 권능의 숨결이고…. 어떠한 오점도 그 안으로 기어들지 못한다. …. 하느님 선하심의 모상이다. 지혜는 혼자이면서도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자신 안에 머무르면서 모든 것을 새롭게 하며 대대로 거룩한 영혼들 안으로 들어가 그들을 하느님의 벗과 예언자로 만든다.’
너는 요셉이 인간적인 학문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가르침으로 말미암아, 티 없이 순결하신 동정녀의 봉인된 책을 읽어 낼 수 있게 된 것을 보았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오직 위대한 덕행만을 보았던 곳에서, 그는 초인간적인 신비를 ‘보았고’, 그리하여 예언적 진리의 경계에까지 이르게 된 것도 보았다. 하느님의 능력의 숨결이며 전능하신 분에게서 흘러나오는 참된 발산인 이 지혜에 충만해진 그는, 확신에 찬 영혼으로 마리아라는 은총의 신비의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그녀와 영적인 교감을 이루니, 그곳에서는 입술보다는 두 영혼이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것은 영혼들의 거룩한 침묵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이며, 그곳에서는 오직 하느님만이 그 음성을 들으시고, 하느님께 충실한 종이 되어 그분으로 충만한 사람들만이 그것을 알아들을 수 있다.
의인의 지혜는 은총으로 충만하신 분과 일치하고 가까이함으로써 더욱 자라나, 그로 하여금 하느님의 가장 깊은 신비를 깨닫게 하고, 그것을 사람과 악마의 간계로부터 보호하며 지켜 낼 수 있게 한다. 그러는 동안 그 지혜는 의인을 새롭게 변화시킨다. 의인을 성인으로 만들고, 성인을 하느님의 정배와 그 아들의 수호자로 만든다.”
예수께서 계속 말씀하신다.
“하느님의 봉인을 뜯지 않은 채, 이제 자신의 정결을 천사적인 영웅성에까지 이르게 한 그는, 동정의 다이아몬드 위에 하느님의 손가락이 새겨 놓은 불의 말씀을 읽을 수 있다. 그의 신중함은 그것을 입 밖에 내지 않지만, 그는 모세가 돌판에서 읽었던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한 것을 그 안에서 읽는다.
그리고 속된 눈이 그 신비에 닿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그는 봉인 위의 또 다른 봉인이 되어 선다. 마치 낙원의 문턱을 지키는 불의 대천사처럼. 그 낙원 안에서는 영원하신 분께서 ‘저녁 산들바람이 불 무렵’ 거니시며, 당신 사랑이신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신다. 그녀는 백합꽃이 만발한 동산이며, 향기를 머금은 산들바람이고, 아침의 상쾌한 미풍이며, 아름다운 별이고, 하느님의 기쁨이다. 새로운 하와가 그의 앞에 있는 것이다. 그의 뼈에서 나온 뼈도 아니고 그의 살에서 나온 살도 아니지만, 그의 삶의 동반자이며, 살아 있는 하느님의 계약의 궤이시다. 그는 그녀를 보호하도록 맡아 받았으며, 받은 그대로 순결한 모습으로 하느님께 다시 돌려드려야 한다.
그 신비로운 책의 티 없는 페이지에는 ‘하느님의 정배’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시련의 때가 되어 의혹이 그의 마음에 고통의 속삭임을 불어넣었을 때, 그는 한 인간으로서, 또 하느님의 종으로서, 의심받는 그 모독 때문에 누구보다도 깊이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그것은 훗날의 시련이었다. 지금 이 은총의 때에는 그는 깨닫고 있으며, 자신을 하느님께 드리는 가장 참된 봉사에 바치고 있다. 그 뒤에는, 모든 성인들이 그러하였듯이, 시련의 폭풍이 닥쳐올 것이다. 그들은 시험을 받아 하느님의 협력자가 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계속 말씀하신다.
“레위기에는 무엇이라고 기록되어 있느냐? (레위 16,2-4) ‘너는 너의 형 아론에게 일러, 휘장 안쪽의 성소, 곧 궤 위에 있는 속죄판 앞으로 아무 때나 들어왔다가 죽는 일이 없게 하여라. 내가 구름 속에서 속죄판 위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론이 성소에 들어오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그는 속죄 제물로 바칠 황소 한 마리와 번제물로 바칠 숫양 한 마리를 가져온다. 그는 거룩한 아마포 저고리를 입고 그 안에는 맨몸 위에 아마포 속바지를 입는다….’
참으로 요셉은 하느님께서 원하실 때에, 또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만큼, 하느님의 성소 안으로 들어간다. 곧 하느님의 영께서 감도시는 계약의 궤를 가리고 있는 휘장 너머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봉헌하며, 세상의 죄를 위한 번제물이요 그 죄를 속죄하는 제물이 되실 어린양을 봉헌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아마포 옷을 입고, 남성의 육체적 욕망을 억제한 채 그렇게 한다. 태초에는 무질서한 욕망이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가지신 권리를 침해하며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제는 아들과 어머니와 양부 안에서 짓밟힐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다시 은총으로 돌아가고, 하느님께서는 인간에 대한 당신의 권리를 되찾으실 것이다.
그는 자신의 영원한 정결로 그것을 이루었다. 요셉이 골고타에 있지 않았더냐? 그가 공동 구속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느냐?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는 그들 가운데 첫 번째였으며, 그러므로 하느님 보시기에 참으로 위대한 사람이다. 그의 희생과 인내와 항구함과 믿음 때문이다. 메시아의 기적을 보지 않고도 믿었던 이보다 더 큰 믿음이 어디 있겠느냐? 나의 양부를 찬양하여라. 그는 너희에게 가장 부족한 것, 곧 정결과 충실함과 완전한 사랑의 본보기이다. 봉인된 책을 훌륭히 읽어 낸 독자이며, 지혜의 가르침을 받아 은총의 신비를 깨달을 줄 알게 되었고, 모든 원수의 간계로부터 세상의 구원을 수호하도록 선택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