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블 메이커’는 전형적인 클럽 음악일 뿐 아니라, 현아와 현승의 안무 또한 부비부비 클럽 댄스의 모범이다. 남녀가 유혹의 눈빛을 교환한 후, 서로 자극하는 춤을 춘다. 현승은 현아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고, 초미니스커트 아래 가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는다. 현아는 현승의 앞뒤에 착 달라붙어서 현승을 자극하는 기기묘묘한 춤동작과 시청자 남성을 자극하는 자세를 노골적으로 취한다.

티아라의 ‘보핍보핍’ gd와 top의 ‘하이하이’ 등도 모두 클럽을 배경과 주제로 하는 인기상품이다. 어느새 발라드는 사라지고, 하룻밤 쾌락을 찾는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클럽 음악이 가요 산업의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현 기획사 사장이나 제작자들 중 상당수가 어린 시절부터 클럽에서 놀면서 성장했고, 그 감수성으로 문화상품을 꾸준히 만들었기 때문이다. 클럽에서의 놀이를 상품화하려는 야심 찬 첫 시도는 2003년에 박진영이 제작한 <원투>의 첫 앨범 ‘자 엉덩이’였지만, 대중들에게는 외면받았다. 클럽에서 남녀가 즉석만남 하며 노는 것이 아직 그 당시에는 소수의 하위문화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클럽 문화를 공기처럼 호흡하며 성장한 제작자와 연예인들은, 10년 동안 클럽에서의 짜릿한 놀이를 꾸준히 상품화했다. 그 결과, 클럽은 청소년들에게 일상적 놀이 공간으로 인식되었고, 원나잇도 손가락질 받을 일이 아니라, 한 번쯤 해 볼 수 있는 일로 수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트러블 메이커’와 같은 본격적 클럽 댄스도 별 저항감 없이 공중파에서 방송되는 성공적 상품이 되어 버렸다.

하룻밤 짝을 찾는 클럽의 음악과 댄스를 기획사가 대량생산 해내는 가장 큰 이유는 클럽 자본과 연예 자본이 협력적 공생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기획사는 섹시한 연습생을 제휴 관계에 있는 클럽에 풀고, 그 클럽 물 좋다는 소문이 나면, 고급차 가진 돈 많은 남자들이 몰려온다. 즉석만남 남녀가 술 마시고 대리운전 부르면, 어디로 가자고 말하지 않아도 클럽과 연계된 모텔로 간다. 기획사, 방송, 클럽, 대리운전회사 이 모두가 거대자본주의 네트워크 안의 협력 업체인 것이다.

이처럼 죽음의 문화는 돈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그물을 치고 청소년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특정인들의 하위문화가 기획사를 통해 상품으로 생산되어 공중파를 타면, 그것이 꼭 해봐야만 하는 로망으로 인식된다. 공중파는 표현의 자유가 만끽 되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어야만 하는 공공의 장이다. 구정물은 하수도로만 흘러야 한다.

– 이광호(베네딕토·생명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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