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식’은 액자식 구성이다. 노래와 춤은 중앙에, 하얀 천에 피가 뿌려지면서 흰옷의 박지윤이 재봉질하는 장면은 앞에, 커다란 곰 인형을 검은 옷의 박지윤이 찢어버리는 장면은 끝에 놓인다. 시작과 끝은 박지윤을 유리 천장과 창문으로 누군가 들여다보는 설정이다.

백색 드레스의 박지윤이 맑고 깨끗한 표정으로 재봉질을 한다. 전구 속 작은 곰 모형과 창밖의 큰 곰 인형은 소녀의 순수성을 상징한다. 평화로운 음악이 끝나자 여성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흰 천이 피로 물든다. ‘흰 천+재봉질+피’가 첫 성 경험으로 인한 처녀막 파열을 무의식에 각인시키면서, 본격적인 노래와 춤이 시작된다.

‘성인식’은 갓 스물의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첫 성관계를 경험시켜 달라고 애원하는, ‘남친 헌정곡’이다. 제작자는 박지윤을 들여다보는 설정과 ‘그대여 나 허락할래요’ 하며 박지윤이 카메라를 직접 쳐다보는 설정을 통해, 이 뮤직비디오의 소비자 남성을 첫 섹스를 요구받는 ‘헌정’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가사와 안무는 ‘스무 살 성년 = 자유로운 섹스를 당연히 해야만 하는 출발점’으로 그 의미를 왜곡시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노래가 끝나면, 커다란 곰 인형을 검은 옷의 박지윤이 마구 때리며 찢는 장면으로 뮤직비디오가 마무리된다. 스스로 간절히 원한다고 해놓고 왜 불만에 가득 찬 걸까? 호기심과 남성의 욕망에 이끌려서 경험한 첫 성 관계는 실제로 허망함만을 남길 뿐, ‘성인식’의 노랫말처럼 ‘달콤하지도 향기롭지도’ 않기 때문이다. 박지윤이 곰 인형을 해체하는 장면은 자신의 순수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이다. 제작자는 왜 구태여 이 모든 것을 뮤비 안에 담았을까?

제작자는 카메라 안에 숨어서 그 시선으로 말한다. ‘성인식’의 시선은 여성에게는 순결을 버리라고, 남성에게는 처녀를 정복하는 즐거움을 누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갓 스물의 뮤직비디오 속 여성은 처녀성을 잃고 괴로워하는데, 제작자의 시선 안에는 여성의 그 고통을 보며 느끼는 쾌감이 담겨 있다. 타인의 고통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가학적 시선이다.

윤리관은 일상적으로 접하는 매체의 시선에 의해서 무의식적으로 형성된다. 발매 당시 대유행했을 뿐 아니라, 12년이 지난 지금도 방송에서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성인식’은 젊은 세대들에게 어떤 윤리관을 형성해줬을까? 쾌락주의적 가치관이다. 외부에서 주입된 말초적 욕망은 아무리 충족시켜도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상에 빠져들면, 문화산업의 노예가 되어 ‘성-욕망-죽음’의 길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명확한 진리를 가르쳐야 한다.

– 이광호(베네딕토·생명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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