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성교육이 없었던 시절은 단 한 번도 없었다. ‘男女七歲不同席(남녀칠세부동석)’도 전통시대의 엄연한 성교육이다.

성은 결코 인위적으로 가르쳐질 수 없고, 문화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습득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의식에 성을 내면화시켜 주는 문화가 중요하다. 이 시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성을 어떻게 배울까? 진실로 알고 싶다면, 대중문화의 심층을 들여다보면 된다.

대중문화의 방향을 섹스 쪽으로 급선회시킨 기념비적 문화상품이 있다. 가수 박지윤이 불렀던 가요 ‘성인식’이다. 당시에만 선풍적 인기를 끈 것이 아니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그 인기는 여전하다. ‘성인식’은 방송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패러디되면서 끊임없이 재생산되었고, 성년의 날이 되면 전국 방방곡곡에서 울려 퍼진다. 영상물의 특성상 이 노래를 즐기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제작자의 의도, 목적, 성적 가치관을 무의식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나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다. 오빠는 더 이상 망설일 필요 없고, 나에게 섹스의 즐거움을 알려 달라’가 주요 내용이다.

뮤직비디오(이하 뮤비) 시작부에는 하얀 천을 재봉틀 바늘이 쉴 새 없이 박다가 그 위에 새빨간 피가 팍 퍼지는 장면이 여성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나온다. 무슨 의미일까? 여중생 성교육 도중에 물어보면, 즉답이 나온다.

“첫 경험으로 처녀막 터진 거요.”

처녀막 파열로 처녀성을 확인한다는 것 자체가 왜곡된 성의식인데, 침투력 강한 매스미디어가 촘촘하게 네트워크를 치고 이런 영상을 살포하는 환경에서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를 보내면, 어떤 태도가 생길까?

남성은 처녀와 성관계를 해야겠다는 태도가 강화될 것이고, 여성은 스스로 허용하는 성적 행동의 수준이 현격하게 올라갈 것이다.

모두 무의식적 과정인데, 대중문화가 이런 식으로 암묵적 성교육을 10년 이상 해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첫 성관계 연령이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2006년 조사된 청소년 첫 성관계 경험 연령은 14.2세다. 믿기지 않는다면, 인터넷을 열고 ‘성인식’ 뮤비를 통찰해 보시길 권한다.

 

– 이광호(베네딕토·생명문화연구가)
– http://blog.daum.net/prolifecorpus/1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