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권하고 가난한 사람들 구원 강조>
1월15일은 ‘바뇌의 성모’ 발현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날을 기념해 교회의 공식 인준을 통해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로 불리는 바뇌의 성모의 주요 메시지와 신심을 정리해 보았다.
바뇌는 오늘날 프랑스 루르드와 포르투갈의 파티마, 멕시코의 과달루페와 함께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성모 발현 성지이다.
바뇌는 벨기에 동부 리에주 교구 관할인 루베네에 위치한 작은 산골 마을. 이곳에서 지난 1933년 1월15일부터 3월2일까지 성모 마리아가 12살 소녀인 마리에트 베코(Mariette Beco)에게 8번이나 발현해 자신이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라고 말했다.
성모 마리아는 매번 저녁 7시 무렵에 하얀 옷에 파란색 허리띠를 맨 모습으로 고개를 왼쪽으로 약간 기울인 채 미소를 지으며 소녀의 집 정원 전나무 위에 나타났다. 성모 마리아는 마리에트를 작은 샘터로 인도한 후 “모든 민족들을 위해” “병든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이 샘을 마련했다고 말한 후 “작은 경당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 메시지
바뇌의 성모 메시지는 아주 단순하다. 기도할 것을 권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구원을 강조한 것이 모두이다. 종말에 대한 경고나 절박하고 극단적 훈계를 통한 희생과 보속, 참회 등의 권고는 없다.
바뇌의 성모는 당신이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라는 새로운 호칭을 사용해 마리아의 노래(루가 1,46~55)에 나타난 마리아의 가난과 소박함, 겸손을 알려주었다. 또한 마지막 발현에서 “나는 구세주의 어머니,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밝힘으로써 바뇌의 메시지가 마리아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과 일치함을 확인시켜 주었다.
바뇌 성모 발현의 핵심은 ‘샘물’에 있다. 성모는 “모든 민족들과 병든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이 샘을 마련했다”고 했다. 마리아의 샘은 순례자들에게 ‘치유의 샘’이 되었지만 신학자들은 이 샘은 인류를 생명의 샘인 그리스도와 일치시키고자 함을 상징하는 샘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아울러 이 샘은 모든 민족을 구원하고자 하는 구원의 보편성을 드러내 주고 있다고 한다.
바뇌의 성모는 또한 “많이 기도할 것”과 기도하기 위한 “작은 경당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너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메시지의 의미는 ‘구원의 중재자’로서 인간과 함께 전구하는 마리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회 인준
벨기에 교구장 케르크홉스 주교는 바뇌의 성모 발현을 보고 받고 처음에는 관심을 두지 않다가 병자들의 치유, 계속되는 순례, 냉담자들의 회개, 기도모임 형성 등을 지켜보면서 1935년 3월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케르크홉스 주교는 2년간의 조사 후 1937년 6월 “성모 마리아가 마리에트 베코에게 발현한 사실은 적어도 개연성이 있다”는 인정과 함께 모든 조사 서류를 교황청에게 보냈고, 교황청에서는 1942년 1월2일자 공문을 통해 바뇌의 신빙성에 관한 결정을 교구장 주교에게 위임했다.
그러자 케르크홉스 주교는 우선 1942년 3월19일자 사목서한을 발표하면서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에 대한 공식 공경을 허락했고, 1949년 8월22일 사목서한에서 “성모 마리아가 마리에트 베코에게 1933년 1월15일, 18일, 19일, 20일과 2월11일, 15일, 20일, 그리고 3월2일에 걸쳐 8번 발현하신 사실을 믿을 수 있는 것으로 아무런 제한 없이 완전히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바뇌 성지는 교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성모 발현 성지가 됐다.
▲ 바뇌 성모에 관한 신심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인 바뇌의 성모는 발현 당시부터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공경받기 시작했다.
1933년 5월25일에는 바뇌의 성모가 원했던 ‘작은 경당’의 공사가 착수돼 성모 발현의 광경을 그린 유리화 창문과 벽에 성모의 은총에 대한 감사의 선물로 장식한 경당이 세워졌다.
이후 1947년 대성당이 건립됐고, 바뇌의 샘물은 1958년에 새로이 축복 됐다. 아울러 가난한 이들과 환자들을 위해 무료 숙박시설과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한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의 집’이 세워졌다.
또 ‘기도할 것’을 요청한 성모의 권고에 따라 바뇌에서는 매일, 발현 시각인 저녁 7시에 묵주의 기도가 바쳐지고 있다. 또 1934년 3월에 결성된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 기도 연맹’은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매일 같은 시각에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벨기에 리에주 교구는 1958년 바뇌의 성모 발현 25주년을 기념해 교구를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에게 봉헌했다. 바뇌 성모 발현에 관한 연구 조사서 발행과 관련해 교황 비오 12세는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에 관한 공경을 인정하는 뜻을 몬티니 추기경을 통해 전달했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5년 5월25일 바뇌를 순례했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700여개 이상의 바뇌 경당이 봉헌됐고, 국내에서도 대구대교구 구룡포 본당이 바뇌의 성모를 주보로 모시고 있다.
***** 인용: 평화신문, 2003-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