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여러 가지 이상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지만 여태껏 동정 성모 마리아의 중세기적 개념만큼 건전한 영향을 끼친 것은 거의 – 아마 결코 – 없다.
여성의 지위는 그 때문에 비로소 올바른 위치를 차지하기에 이르렀고, 연약한 여성들의 존엄성과 여성의 슬픔의 존엄성이 비로소 인정받게 되었다.
이제 남성의 노예나 노리개가 아니며, 타락과 관능(官能)의 개념과 연상되지도 않는 여성들은 동정녀 어머니의 사람됨에서 새 모습을 찾아 과거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공경과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새로운 인격을 갖게 되고 새로운 찬미를 받게 됐다.
어둡고 무지하고 거칠던 시대에 이 이상은 과거의 거만한 문명에서는 알지도 못할 부드러움과 순결의 개념을 불어넣었다. 여러 수도자들이 천상의 보호자의 영광 중에 써 놓고 간 부드러움의 살아 있는 기록 속에, 또 여러 시대 여러 곳에서 그의 본보기를 따라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 속에, 또 마리아의 사랑 때문에 세속의 온갖 부귀와 영화를 버리고 그의 축복을 받기에 맞갖은 재계(齋戒)와 기도와 겸손한 사랑 속에 젖어 살았던 거룩한 성녀들 속에, 또 새로운 뜻의 존경, 기사도다운 경의, 부드러운 태도, 세련된 취미, 사회 사업 등 이런 것들 속에 성모 마리아가 끼친 영향을 엿볼 수가 있다.
유럽 문명의 가장 좋은 것들은 모두 이를 중심으로 모여 있고, 또한 우리 문명의 가장 순결한 요소의 대부분이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Lecky, History of Rationalism, vol.1) – 역사가 “렉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