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품에 오르신 살레시오 수녀회 마리아 로메로 메네세스 수녀는 언제나 가진 것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성모님께 다가갔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성모님께 이렇게 항의를 했습니다.
“성모님! 왜 루르드만 좋아하시나요? 그 먼 곳까지 가서 치유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여기 우리는 당신의 딸들이 아닌가요? 이 세상 모든 물, 여기 이 수돗물 역시 당신 것이 아닌가요? 자, 어서 이 물로도 환자를 낫게 해 주세요.”
마리아 수녀는 즉시 답을 얻었습니다. 수돗물에서 받은 물 한 잔을 앓고 있던 교리교사에게 마시게 했습니다. 그는 독감으로 열이 높았는데 마리아 수녀는 다음 날 있을 오라토리오(청소년들과 교육자들간의 교육적, 종교적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의 중요한 행사에서 그를 대신해 줄 사람을 찾지 못했던 것입니다.
“믿음을 가지고 마시거라. 그리고 집에 돌아가 푹 쉬어라. 그러면 내일 오라토리오 행사에 올 수 있을 거야.”
그 교리교사는 다음 날 열이 내려 오라토리오 행사에 별탈 없이 참석했고, 후에 훌륭한 사제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은 마리아 수녀의 일상적인 업무였습니다. 각자 나름대로 큰 고민을 안고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사람들의 면담을 한마디 불평도 없이 일일이 다 받아주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었으며 삶의 방향을 잡아주었습니다.
그런데 마리아 수녀는 그 모든 것을 말보다도 마음으로 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가 어떤 것인지 마리아 수녀는 온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1977년 7월 7일 원장수녀는 계속된 과로에 시달리던 마리아 수녀에게 억지로라도 휴양을 떠날 것을 요청하였는데, 결국 단 한번의 그 휴식이 영원한 휴식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리아 수녀는 하느님의 빛나는 얼굴과 성모님의 부드러운 시선을 관상하기 위한 영원한 휴식을 위해 떠나갔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기적의 시대는 지나갔다. 예수님의 공생활 기간, 그리고 사도들의 시대가 가장 기적이 왕성했던 시절이었다. 이제 기적을 구하기보다는 예수님 앞에서 한 개인의 의지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근본적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은 비논리적인 신앙, 갖은 이해하지 못할 기적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신앙이라는 것입니다. 기적이나 치유활동에 대해서 전혀 등한히 한다든지 이상한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주위에서 많이 보는 현상이지만 굳은 믿음은 불가능을 가능케 합니다. 그런 굳은 믿음을 전제로 한 간절한 기도는 하느님의 개입-기적을 불러옵니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바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공동선을 위한 것이라든가, 하느님 나라의 확장을 위한 것일 때 보다 자주 우리는 기적을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