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를 부은 여인
옥합을 든 여인이여
발치에 서서 울고 있는 여인이여
내 발에 입 맞추며 향유를 붓고 있는 여인이여
나는 아네
그대의 찢긴 가슴에 흐르는
붉은 강물을
여인이여
나 그대의 가슴을 받아 안나니
이제 그대의 눈물은
사람들의 가슴에 흐르는
푸른 강물이 되리라
그대의 입맞춤은
나와 사람들이 맺는 우정의 문이 되며
그대가 부은 향유는
사람들의 가슴에 맺힌 멍울을 씻어 내리리라
여인이여
내게 사랑을 준 여인이여
그대의 사랑이 내 가슴에 울려왔나니
그대로 하여
이제 세상 사람들에게 평화가 있으리라
2월엔 예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루가 복음 7장 36절에서 50절까지의 대목을 가지고 함께 기도하기로 해요.
먼저, 주님께서 사랑스러운 눈길로 우리를 바라보시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와 함께 계시기를 청하면서 기도를 시작하며 주님의 마음을 더 깊이 알고, 그분의 사랑을 느끼며, 그분을 향한 우리의 사랑이 더욱 커질 수 있도록 은총을 구합니다.
루가 복음에 대한 단상
이제, 성서 구절의 배경이 되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시몬이라는 바리사이파 사람의 집이 보이는군요. 정원 한 쪽에 우물이 있고, 손 씻을 그릇들이 여러 개 놓여 있으며, 집안에서는 잔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당시 랍비를 집에 초대하면, 집을 개방하고 온 동네 사람들이 와서 함께 음식을 나누며 랍비의 말씀을 듣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손님으로 초대된 랍비는 왼쪽 팔로 머리를 베고 비스듬히 누워 오른 팔로 음식을 먹었구요. 그 모습을 떠올리면, 여인이 어떻게 예수님의 발치에 와서 눈물로 발을 적실 수 있었는지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여인은 향유가 든 옥합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 때만 해도 향유는 값이 아주 비싸서 여인네들이 가장 아끼는 물건이었습니다. 그처럼 자기가 지닌 ‘보물’을 예수님께 드리려고 가까이 갔던 여인은 예수님의 얼굴을 바라보았을 겁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립니다. 여인은 자기를 바라보는 예수님의 눈길에서 깊은 연민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여인에게 그런 눈빛을 던져 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눈빛이 말합니다.
“나는 너의 마음을 안다. 죄를 짓고 아파하는 마음,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고 싶은 마음, 너의 소중한 것을 주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알기에 너를 받아들인다.”
마음은 그냥 눈빛으로 느끼지기 마련이지요. 여인은 예수님의 눈빛을 통해 예수님의 마음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무릎을 꿇고 자신의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닦아드립니다. 여인은 또 예수님에 대한 감사와 사랑에 못 이겨, 자기도 모르게 예수님의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붓습니다. 그 여인의 마음이 느껴지십니까?
이제 눈을 돌려 바리사이파 사람인 시몬을 살펴볼까요? 한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예수님은 왜 바리사리파 사람인 시몬의 집에 초대받았을까요? 시몬은 결코 존경하는 마음에서 예수님을 초대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시험해 보고, 트집을 잡으려는 마음에서 예수님을 부른 것뿐입니다.
당시 랍비를 초대하면, 주인은 존경의 표시로 어깨를 안고 평화의 입맞춤을 한 다음, 환영의 의미로 랍비의 발을 씻어 주고, 머리에 향수를 뿌리거나 장미 꽃잎을 얹어드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시몬은 예수님께 그 어떤 예우도 갖추지 않았지요. 또한, 시몬이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예수를 흉보는 것만 봐도 시몬이 지닌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시몬의 이러한 마음을 꿰뚫으시고, 비유를 통해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하십니다. 여인이 한 행동과 당신께서 한 행동을 비교하면서 진실을 강조하시는 겁니다.
“이 여자는 이토록 극진한 사랑을 보였으니 그만큼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이어서 여인에게도 직접 말씀하십니다.
“네 죄는 용서받았다.”
이제, 예수님을 바라보며 그분의 마음을 헤아릴 차례입니다. 기도에서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리파 사람 시몬이 그릇된 마음을 가지고 예수님을 초대하신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아무 말 없이 시몬의 초대에 응하셨을 뿐만 아니라, 함께 음식을 나누고 가르침을 주기까지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열린 마음이 느껴지지 않으세요?
다음엔, 여인을 바라보는 예수님의 얼굴을 살펴봅시다. 예수님의 표정과 눈빛 안에서 여인을 향한 그분의 마음을 느끼십시오. 여인을 향한 예수님의 연민어린 마음이 조금씩 느껴지실 겁니다. 예수님은 당신 발치에 서서 울고 있는 여인의 찢긴 마음을 따뜻한 눈길로 안으시지요. 그 눈길이 느껴질 때,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을 들으십시오.
“네 믿음이 너를 구하였다. 평안히 가라.”
예수님은 여인의 과거나 죄에 대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당신께로 향해 있는 여인의 사랑과 믿음만을 보셨지요. 조용히 여인을 축복하시는 예수님을 보며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십니까?
이제 보다 구체적으로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습니다. 우리에게 똑같이 말씀하시는 그 분의 소리를 들어봅시다. 기도 안에서 그 분은 분명히 일러주십니다.
“나는 네가 죄를 짓고 아파한다는 것을 안다. 이제 나에게 왔으니 내게서 위로를 얻고 평안히 가라.”
류해욱 요셉 신부
예수회원, 수원 ‘말씀의 집’ 원장
– 2월달 성모기사 회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