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년 대 희년을 준비하면서 한국 103위 순교성인들과 통공하며 기도했던 체험입니다.

  서기 이천 년 대 희년을 맞이할 때 우리 모두는 설레며 구원의 성문이 열리는 준비를 했습니다. 구세주 강생 2000년! 저 역시도 이천 년 대 희년을 뜻 깊게 맞이하고 싶었고 마치 부모님의 회갑이나 고희 때 자녀들이 축하 선물을 준비하듯이 저도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천 번째 맞이하신 기념으로 선물을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주님을 기쁘게 해드릴까? 고민하고 있던 중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 주님은 영혼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을 기뻐하시지. 이천 년 맞이 100일 기도를 봉헌하자. 100일 동안 살아 있는 영혼 100명을 봉헌해야겠다. 그리고 내 믿음이 부족하니 우리 103위 성인들과 통공하며 매일 순교 성인 한분께 저와 함께 하느님께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리자. 이번 기도를 통해 살아 계신 영혼 100명과 돌아가신 영혼100명에게 이천년 대 희년의 기쁨과 은총을 나누며 특별히 103위 성인들과도 이 기쁨을 나누는 기도를 봉헌해야겠다.”

  이러한 지향으로 ‘살아있는 영혼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도움을 주셨던 분들’, 그리고 ‘수도자로 살면서 한 번도 기도해주지 않은 먼 친척들’을 다 기억하여 명단을 작성하였습니다. ‘돌아가신 영혼은 부모님부터 시작하여 수녀가 되어 만났던 교우들 중 하늘나라에 먼저 가신 신자 분들을 떠올리며 기도 수첩에 생각나는 대로 적어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기도 방법은 전날 밤, 내일 통공할 성인의 삶을 103위 성인전을 통하여 읽고 메모하며 성인의 특징들을 마음에 새기고 천 새벽의 기도와 미사, 그리고 저의 모든 활동 속에 성인을 초대하여 함께 생활하는 것입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 현존을 의식하며 오늘 지향하는 영혼들에게 전구 해주시도록 삶을 봉헌하는 기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도하고 20일 정도 지났는데 저도 모르게 이 기도가 참 신기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기도해드리는 영혼이 열심한 신자이면 저도 아주 바쁜 날 인데도 해야 할 일만 정확히 하고 열심히 기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성당에 가서 기도하고, 방에서도 기도하고, 성체조배 시 찾아가서 기도하고, 그런데 살아 있는 영혼들 중에는 냉담자나 열심히 없는 분들을 위해 기도할 때면 무엇을 하는 지 시간을 허둥지둥 보내다 밤늦게 “어이쿠, 오늘은 왜 이렇게 기도를 못했나.” 밤늦게 밀린 기도를 하고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었고,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기도하는데 생각지도 않은 분들이 전화를 하셔서 기도를 부탁하였습니다. 어느 날은 국제 전화가 와서 “수녀님, 여기 북경인데요, 저희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기도를 부탁드리고 싶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이것이 우연인지? 기도의 능력인지 잘은 모르지만 열심히 기도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100일 기도 기간 중에 휴가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본당에서 지내고 있던 터라 휴가기간 중에 쉬고 싶은 마음도 많았지만 지금은 100일 기도 중이니까 기도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우리 복자회 수녀님들께서 순교자들이 숨어사시던 곳에 기도의 집을 짓고 관상 생활하시는 곳으로 기도하러 가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막상 떠나는 날, 유혹이 앞을 가렸습니다. ‘매일 기도하고 사는데 휴가 기간에는 등산도하고 동창 수녀님들도 만나고 쉼이 필요하다. ‘아니야, 안돼. 지금은 100일 기도를 하며 정성을 다해야 해.
  마음을 다시 세워 수녀님들께서 기도하시는 대월의 집으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집중적으로 기도하러 떠나는 이 기간 중에 살아있는 영혼이 모두 신부님들이셨습니다. “주님, 제가 이곳에서 기도하는 동안 특별히 신부님들을 위해 기도드리게 되었는데 신부님들께서는 기도가 많이 필요하시니까 하루에 한 끼를 단식을 하며 기도하겠습니다.

  결심을 하고 기도하였습니다. 나날이 열심히 기도하던 어느 날, 기도가 집중이 안 되고 그날 지향하는 신부님을 떠올리면 마음이 답답하고, 마치 기도가 튀어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상상으로 신부님을 성체 앞에 모시고 성모님의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사제들을 지극히 사랑하시는 성모님, 이 신부님께서 뭔가 영적으로 힘드신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성모님, 도와주세요.”
  성모님께 도움을 청하며 열심히 기도하는 동안 제 마음도 안정이 되면서 본래처럼 집중해서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도 체험도 신비스럽다고 생각하며 일주일간의 기도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곳에 사시는 수녀님께서 “루시아 수녀님, 서울 가기 전에 저를 만나고 가세요. 수녀님이 이곳에서 기도하는 동안 일주일 동안수녀님 꿈을 세 번 꾸었는데 참 좋은 꿈만 꾸게 되었어요. 오늘 아침 꿈에는 신부님들 대 여섯 분이 젊은 분도 계셨고, 연세가 드신 분도 계셨는데 이 산골 수녀원에 모두 오시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깜짝 놀라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신부님들께서 이곳에 오셨습니까?’ 여쭈었더니 ‘우리가 고마운 일을 받았기 때문에 미사 해 드리러 왔습니다. 루시아 수녀님과 미사하러 오세요. 그래서 수녀님과 미사를 하다 잠에서 깼어요.’ 저는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이곳에서 기도하는 동안 아무에게도 제 기도에 대해 말한 적이 없는데 이런 산골에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들어와 기도해도 기도는 다 통하는 구나.

  기도의 통공의 힘을 혼자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도의 집에 사시는 수녀님의 꿈을 통하여 더욱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대희년의 100일 기도를 마치면서 저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했습니다.

  기도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은혜인지, 기도만이 우리의 힘이고, 우리의 능력입니다. 특별히 한국 103위 성인들과 하루하루 통공의 삶을 살면서 우리 순교 성인들을 아주 많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복음 성가의 가사가 떠오릅니다.
  “기도할 수 있는데 왜 걱정하십니까? 기도하면서 왜 염려하십니까?
  기도할 수 있는데 왜 실망하십니까? 기도하면서 왜 방황하십니까?
  주님 앞에 무릎 꿇고 간구해 보세요. 마음을 정결하게 뜻을 다하여.

  정말 마음을 다하여, 힘을 다하여 기도하면 그 기도는 이루어집니다.
  주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사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가장 큰 힘은 기도입니다.

  기도로 아버지 하느님을 사랑하고, 기도로 모든 이웃들에게 사랑의 선물을 전하는 도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김경희 루시아 수녀 (한국순교복자수녀회)
– 나음터 ‘04. 2월호 : 가톨릭중앙의료원 원목실 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