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요란하게 쏟아지면서 폭풍우가 사제관 침실의 창가를 흔들어댔다. 그렇지만 신부는 종부성사*를 주기 위해 나갈 준비를 했다. 알바니 관구 저 외딴 곳에 임종을 앞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신부는 감실을 열고 성합에서 성체를 꺼내 경건하게 상자 안에 모셨다. 그리고 그것을 아주 조심스럽게 종부성사용 주머니에 넣고 다시 외투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 나서 마구간에서 말을 끌고 나와 어둠 속으로 길을 나섰다.

  말과 기수는 점점 심해지는 폭풍우에 용감하게 맞셨다. 하지만 발이 진흙탕에 점점 더 깊이 빠지자 말은 이내 지쳐버렸다. 신부는 할 수 없이 가던 길을 멈췄다. 그는 어느 여관 앞에 말을 세우고, 지친 말을 잘 돌봐준 다음, 자신도 잠시 쉬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눕기 전에 먼저 성체가 든 상자를 옷장 서랍 안에 넣고 그 문을 잠갔다.

  아침이 되자 다행히도 폭풍우가 잦아들었다. 신부는 죽어가는 사람에게 늦지 않게 성사를 베풀기 위해 길을 서둘렀다. 몇 마일이나 달렸을까? 신부는 갑자기 여관방 서랍 속에 종부성사용 주머니를 놓고 온 것이 생각났다. 그는 깜짝 놀라며,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심하게 자책했다. 그 여관 사람들이 가톨릭 신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신부는 몹시 걱정이 되었다. ‘어쩌면 그들이 방 청소를 하면서 그 주머니를 버렸을지도 몰라!’ 신부는 이런 생각에 괴로워하면서 말에 박차를 가해 그 작은 여관으로 돌아갔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숨을 몰아쉬며 주인에게 간밤에 자신이 머물렀던 방이 아직도 비어있는지를 물었다.

  “물론이요.” 주인은 상당히 화가 나있었다.
  “당신이 돌아와서 다행이오. 아주 곤란한 일이 생겼소이다. 아무리 그 방문을 열려고 해도 열리지가 않으니, 도대체 어떻게 한 것입니까? 열쇠를 자물쇠에 넣고 돌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고, 열쇠 구멍으로 아주 이상한 빛이 비친다오! 그 눈부신 빛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소. 처음에는 불이 난 줄 알았다니까요!”
  
  신부는 그제야 안심이 되어 속삭였다. “하느님, 찬미와 감사를 받으소서!” 그리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주인이나 하인들 모두 호기심에 이끌려 뒤따랐다. 신부는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천상의 빛을 뿜어내고 있는 지극히 거룩한 성체가 모셔진 옷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경외심을 가지고 거룩한 주머니를 자신의 안주머니에 잘 넣으면서 놀라고 있는 프로테스탄트교인들에게 ‘이 작은 성체 안에 하느님께서 신성과 인성, 육신과 영혼, 살과 피를 가지신 채 머물러 계신다’고 선언했다.

  이 기적을 본 주인 식구들과 여관 직원들은 깊이 감동하였고, 모두가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 옮긴이 주 :종부성사는 요즘말로 병자성사
– 복된 성사 이야기
– 마리아 2005년 7~8월 (13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