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트만 신부의 모친은 유대인이었다. 교회에 귀의하기를 완고히 거부하고 이세상을 떠났다. 하르트만 신부는 몹시 슬퍼했다. 신부는 그 후 어느날 프랑스 남쪽 아르스의 유명한 신부를 찾아가 영세도 못하고 죽은 모친의 구령을 걱정하였다. 그러자 영성이 깊은 신부는 대답하였다.
“희망을 가지시오, 희망을. 어느 해 성모무염시태 축일에 당신 모친의 구령에 대하여 큰 위로가 되는 편지가 올 것입니다.”
이 예언의 말이 하르트만 신부의 뇌리에서 거의 사라져 버렸을만큼 세월은 흘렀다. 1861년 12월 8일, 즉 성모 무염 시태 축일, 모친이 영면한지 6년째에 예수회의 어떤 신부가 보낸 한 수녀의 편지를 받았다. 이 사람은 성체에 대하여 책을 쓰고 거룩히 선업을 행한후 세상을 떠난 유명한 수녀였다. 그 수기는 다음과 같았다.
…10월 18일, 영성체 후의 기도를 하는 내 마음은 주님의 현존에 잠겨 기쁨과 만족에 가득차서 이제는 신앙도 필요 없을 만큼 깊은 영감을 받았다. 이렇게 친밀한 교제를 하느님과 맺는 동안에 전날 어떤 자매와 담화한 기억을 상기했다. 그때에는 하르트만 신부의 기도를 왜 들어 주시지 않았나 하고, 자칫하면 하느님의 섭리마져 원망할 만큼 의론이 분분하였다.
“하느님의 깊은 뜻을 섣불리 추측하기보다는 그 섭리에 맡기는 편이 낫다. 하느님의 비밀은 사람의 힘으로는 알 수 없다.”
자매에게 이렇게 말했더니 참으로 그렇다며 납득을 했다.
그래서 오늘 주께 여쭈었다.
“내 주여, 주께서는 자비의 근원이신데 왜 하르트만 신부의 기도에 귀를 기울이시지 않습니까? 왜 그의 모친에게 회개의 은혜를 주시지 않습니까?”
그러자 주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벗 안나는 어찌하여 내 정의의 비밀과 깊은 진리를 깨닫고 싶어하는가? 나는 아무에게나 은총을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가 원하는 대로 준다. 더욱이 그것은 정의를 거스르지 않는다는 것을 동무에게 알려 주어라. 내 영광과 남의 구령을 목적으로 바치는 합당한 기도를 나는 언제나 들어준다. 그 증거로서 하르트만 어머니의 임종 광경을 지금 네게 보여주리라..”
그리고 바로 내 지혜에 비춰진 기묘한 형상을 보았다. 병상에서 신음하는 하르트만 신부의 모친이 죽을 때가 다가왔다. 그녀는 단말마의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러자 성모는 성자의 발 앞에 엎드려 청했다,
“내 아들이시여! 이 불쌍한 영혼을 구해 주십시오. 이제 조금만 하면 이 영혼을 영원히 잃게 됩니다. 내 종인 하르트만을 대신하여 청하오며, 당신 어머니인 내 청이오니, 그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이 죽어가는 사람의 구령은 하르트만에게는 무엇보다 귀합니다. 그는 몇천번이고 나에게 그의 모친의 회개를 빌었습니다.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이 영혼은 내게 몇번이고 봉헌되었습니다. 내 것입니다. 당신이 흘리신 성혈과 내가 십자가 아래서 받은 고통의 값으로 그의 영혼을 구해 주십시오.”
성모님이 간청이 끝나자마자 온갖 은총의 샘이신 주님의 성심에서 구령에 필요한 은총이 나와 완고한 유대부인의 지혜와 마음을 비추었다. 완고함과 장애를 이겨 낸 병자는 부르짖었다.
“예수여, 그리스도인의 하느님, 내 아들이 섬기는 하느님, 저는 당신께 신앙과 희망을 가져오니 저를 구해 주소서….”
하르트만 모친의 마음속에서 용솟음쳐 나온 말은 하느님 외에는 아무도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기도 중에는 평소에 완강하게 온갖 권고를 물리치고 회개하지 않았던 것과 본죄에 대하여 통회한 뜻이 포함되어 있었다. 믿음. 소망. 사랑의 신망애의 마음이 이 영혼의 최종 상태였다. 마음속으로부터 이 뜻을 표하고 무한한 자비의 샘이신 하느님을 대하였다. 그리고 눈을 감자 곧 지극히 높으신 심판자 앞에 나아가 그 영혼은 엎디었다.
주께서는 말씀하셨다.
“하르트만 신부에게 말하라. 이는 그가 어미의 구령을 위하여 오래도록 고통을 참아 받은 갚음이라고, 또 내 어머니의 성심의 깊은 자비와 내 마음에 있는 큰 은총을 보고 나와 내 어머니에게 감사드리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