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목동>

어느 날 어떤 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들판에서 한 목동을 만났다.
“너는 이 양을 쳐서 얼마나 이익을 보느냐?”하고 왕이 물었다.
“폐하, 저는 폐하와 똑같은 이익을 봅니다.”
목동의 대답에 왕은 이상스런 얼굴로 다시 물었다.
“나와 똑같은 이익을 본다고? 그건 또 어찌해서?”
그러자 목동이 대답했다.
“폐하, 저는 양을 쳐서 천국이나 또는 지옥을 얻습니다. 폐하께서 나라를 다스리지마는 천국이나 지옥 외에 다른 것을 얻으실 수는 없습니다.
왕은 끄덕이고 깊은 생각에 잠기어 목동과 헤어졌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파리의 어느 거리에서 생긴 일이다.
때는 밤 8시경, 어떤 순회 극단의 천막은 만원이었다.
연제(演題)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주인공이란 자가 아주 고약한 놈이어서 보호해야 할 고아를 속여서 부자가 되고, 음모와 부정으로 남의 존경을 받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것만을 기억하고 있다.
제 2막 중간 쯤에 한 구경꾼이 참다 못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주먹을 휘두르며 그자를 향해 소리 쳤다.
“이 악한아! 너는 편히 살며 남의 존경을 받고 훈장까지 타고 있지만…높은 기둥에 목이 매달릴 가치밖에 없는 나쁜 놈이다!”
배우는 이 난데없는 고함 소리에 놀라 중지하였다.
구경꾼들은 떠들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웃고, 어떤 이는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혼잡을 가라앉히기 위해 극단 대표가 무대 위에 나왔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증할 나쁜 놈에 대하여 손님 한 분께서 격분하시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우리 모두가 동감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큰 소리로 호통 치실 것까지는 없습니다.
제3막에서 정의의 보답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저 잠깐만 다음을 기다려 주십시오.”
이 일이 있은 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이제 나는 무덤에 한쪽 발을 들이밀고 있는 늙은이다.
내 일생 동안에 악인과 무종교자가 성하는 것을 보고 걸려 넘어질 뻔할 때에는 항상 이 구경 중에 일어났던 일을 상기한다.
현세에서 악이 이긴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다만 한때의 일이다.
마지막에 가서는 선이 승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3막까지 기다려라.
그 때에는 각자에게 상응한 갚음을 받을 것이다.

<수도원의 손님>

어떤 이가 트라피스트 수도원을 구경하러 갔다.
수도자들의 헌신과 고달픈 생활을 보고 원장에게 말했다.
“원장님, 만일 후세에 천국이 없다면 당신들은 몹시 놀라시겠지요?”
원장이 대답했다.
“벗이여, 걱정 마시오.
만일 천국이 없다 할지라도 선행으로 보낸 생활은 현세에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마음의 위안을 우리에게 줍니다.
그것만으로도 넉넉한 보상입니다.
그러나 벗이여, 만일 후세에 지옥이 있다면 우리보다도 당신 편이 몇 곱 더 놀라실 것입니다.”
트라피스트 수도원 벽에는 다음 격언이 수도자의 눈에 띄도록 쓰여 있다.
“괴로움 없는 죽음은 즐거움 없는 삶의 대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