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네게도 주님이 필요하단다.
어머니! 저는 아직 젊습니다. 마음껏 제 인생을 살고 싶단 말이에요.

여기 한 청년이 있습니다.
젊고 힘이 넘쳤고, 특히 수영 선수로 유망한 청년이었습니다.
여러번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여 장래가 촉망되었습니다.

청년은 자신 만만했고, 좀더 뛰어난 사람이 되려고 애를 썼습니다.
노력을 기울인 만큼 실력도 늘어갔습니다.

그리고 친구도 많아졌고, 인기도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럴수록 청년은 더욱 열심히 자신의 힘을 키워갔습니다.

하지만 문득 문득 청년의 마음을 누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신앙의 문제였습니다.

청년의 어머니는 독실한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청년이 어릴 적부터 어머니는 아들에게 전도했습니다.
어머니에게 있어 아들의 구원은 가장 큰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주님을 알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어머니의 바램과는 상관 없이 자신의 길에만 몰두했습니다.

그러한 아들의 태도에 어머니의 마음은 너무 아팠고,
아들을 위해 자주 눈물로 기도해 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큰 수영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해주었고,

아들은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금메달을 보여주면서 자랑했습니다.

어머니 이것보세요. 드디어 금메달을 땄어요.

어머니는 일을 하는 손길을 거두곤 아들과 메달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활짝 웃는 아들을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얘야, 금메달을 딴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에서나 좋은 일이지.
하늘나라에서는 의미가 없는 일이다.

나는 네가 몇십년 사는 이 세상에서 잘되는 것보다.
영원히 살아야 될 죽음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를 바란다.
언제 죽을런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않니?

아들은 어머니의 말에 갑자기 화가 치밀었습니다.

아니 내가 죽긴 왜 죽어요?
이렇게 뜨거운 피가 끓고 있는데
어머니나 잘 믿고 천국가세요.

아들은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어느 새 날은 저물어 달이 중천에 훤하게 떴습니다.

’에이 기분 나빠, 어머니는 꼭 이럴 때…’

아들은 언짢은 표정으로 무작정 걸었습니다.
속이 상했던 아들은 기분을 풀 길을 찾았습니다.

’그래, 수영장이나 가자.’

아들은 늘 수영을 하던 실내 수영장을 찾아갔습니다.
시원한 물에 첨벙 다이빙을 하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수영장은 조용했습니다.
아들은 갑갑한 마음을 빨리 떨쳐버리고 싶었던지
불도 켜지 않은 채 급히 옷을 벗었습니다.

그리고 높이가 약 30여 미터나 되는
제일 높은 다이빙대 위에 올라갔습니다.

아들은 다이빙대에 서서 수영장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수영 뿐만 아니라 다이빙에도 능숙했던 아들은
자신의 다이빙에 감탄했던 여러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그래 아직도 세상에는 즐길 만한 일들이 많지’

그런데 갑자기 기도하시는 어머니의 얼굴도 떠올랐습니다.

’에이, 다 잊고 멋지게 뛰어내려보자.’

마음껏 뛰어내리면 마음이 후련해지려니 생각한 아들은
끝에 서서 두 팔을 양쪽으로 벌렸습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번 크게 했습니다.

그런데 막 뛰어내리려는 순간 아들은 몸을 움츠렸습니다.
수영장 아래 비친 자기의 그림자가
십자가 모양으로 비쳤기 때문입니다.

밝은 달빛이 뒷 창문으로 스며들어 팔을 벌린 자기의 그림자를
수영장 밑바닥에 열 십자 모양으로 만든 것이 아닙니까?

’아니 왜 하필이면 그림자가 꼭 십자가를 닮았을까?

기분이 이상해진 아들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러자 십자가가 사라졌고, 아들은 다시 판자 끝에 섰습니다.
하지만 다시 팔을 벌리고 서니 또 그 밑에 비친 그림자가
십자가 모양이 되었습니다.

’저 그림자를 향해 그냥 뛰어내릴까?’

그러나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같아.
그만 두어야겠다.’

아들은 뛰어내리는 것을 포기하고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자기 그림자가 십자가 모양으로
비춰졌던 곳으로 가까이 갔습니다.
그곳을 자세히 보던 아들은 깜짝 놀라 뒤로 주저 앉았습니다.

아들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손과 발이 자신도 모르게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놀랍게도 수영장에는 물이 하나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날 저녁 관리인이 물을 다 빼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은 급한 마음에 확인도 하지 않고

그냥 다이빙대에 올라간 것입니다.
만일 그냥 뛰어내렸다면
단단한 콘트리트 바닥에 머리가 깨졌을 것입니다.

질겁을 하도록 놀란 청년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제 정신이 들어온 청년은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십자가 모양의 그림자가 나를 살렸구나!’

그때 어머니가 자주 하셨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예수님은 너를 위해 십자가에 돌아가셨단다!
너를 살리기 위해 죽으신 것이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보냈던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생생하게 귓전을 때렸습니다.

그리고 어릴 적에 교회에서 들었던 말씀들도 하나씩 생각났고,
마치 필름이 돌아가듯 예수님의 일생이 눈앞에 스쳐지나갔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이 자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발견한
아들은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뜨거운 눈물이 자신도 모르게 볼을 타고 흘렀고,
두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그의 손등에 떨어졌습니다.

그 시각 어머니도 한숨도 자지 못하고 아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습니다.